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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 외롭고 겁 많던 산골 소녀, 유니콘 품고 쑥쑥 자라요

    [어린이 책] 외롭고 겁 많던 산골 소녀, 유니콘 품고 쑥쑥 자라요

    외딴 산골 오두막으로 이사 온 소녀 마거릿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달라지자 외로움에 휩싸인다. 불안한 마음으로 들판을 거닐던 마거릿은 가시덤불에 갇힌 아기 유니콘을 구조한다. 아기 유니콘을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돌보면서 둘은 춥고 거친 겨울을 함께 보낸다. 이젠 이사 온 집과 마을, 대자연의 삶도 적응할 만하고 외롭지도 않다. 하지만 그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낸 마거릿은 이별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봄이 늦게 오기만을 바라게 된다.영국 일러스트레이터 브라이오니 메이 스미스가 쓴 그림책 ‘안녕, 내 마음속 유니콘’은 성장의 고비를 겪는 한 아이가 ‘길을 잃은 유니콘’으로 투영된 어린 자신을 스스로 어루만지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책은 아이의 가족과 집, 상상을 확장해 외딴 산골과 바람 부는 들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큰 바위 언덕 등 광활한 자연을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텍스트가 적지만 단편소설을 읽은 것과 같은 감동과 여운을 충분히 선사한다. 이는 애니메이션과 광고 분야에서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였던 저자의 그림 덕분이다. 텅 빈 집에서 나와 들판을 걷는 마거릿의 모습엔 스산한 외로움과 두려움이 어려 있다. 유니콘과 산책하며 밤을 까거나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장면 등으로 소녀와 유니콘의 애정에 몰입할 수 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잊어버렸던 동심을 소환하게 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준익 감독 “조선 근대성 발현 ‘정약전 시대’ 흑백으로 담고파”

    이준익 감독 “조선 근대성 발현 ‘정약전 시대’ 흑백으로 담고파”

    “‘자산어보’는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해양 생물을 기록한 어류 학사입니다. 오래전에 동학에 관심이 있다가 왜 ‘동학’이라고 이름을 지었나 싶어서 보니 동학의 반대편에 ‘서학’(천주교)이 있더군요. 쭉 쫓아가다 보니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꽂히게 됐습니다.” ‘사도’, ‘동주’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25일 설경구·변요한 배우와 손을 잡고 ‘자산어보’를 스크린에 소환했다. 이날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은 “조선 후기 근대성이 발현되던 정약전의 시대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도로 유배되고 나서,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세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돼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자산어보’는 ‘사도’, ‘동주’, ‘박열’ 등으로 역사 속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온 이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이다. 실제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와 관계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보통 영화를 할 때 위대한 분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자산어보는 소박한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윤동주를 기억하지만, 그 못지않은 위대한 누군가 있고, 정약용이 있는가 하면 정약용 옆에 정약전이 있고 정약전 옆에 창대가 있다. 아래로 가다 보면 그 시대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동주’에 이어 또다시 흑백 영화를 선택했다. 이 감독은 “제가 어렸을 때는 1800년대 미국을 다룬 서부영화를 흑백으로 봤다”라며 “서부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호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영화 ‘동주’는 일제의 암흑을 나타내고자 흑백중 흑의 비중이 크다면,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만난 하늘과 바다 사람들의 관계를 그리는 백의 비중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정약전 역할을 맡은 설경구 배우는 ‘자산어보’를 통해 첫 사극 영화에 도전한다. 설경구는 “이 감독님이 사극을 준비한다고 해서 한 번도 안 해봤다고 내가 해야겠다고 주장했다. 열흘 뒤에 감독님이 보내준 책이 ‘자산어보’였다. 여운도 있고 읽으면 읽을수록 와닿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은 영화 ‘소원’ 이후 8년 만에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설경구와 다시 하게 된 것만으로 행운”이라며 “그런데 마침 책을 달라기에 속으로 좋아하며 책을 줬다. 제가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애틋한데, 촬영현장에서 설경구가 분장하고 나오는데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 같아 마음이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변요한은 흑산도를 벗어나기 위해 글공부를 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변요한은 “저는 선택이라기보다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는데 책을 주셨고, 받게됐다”라며 “설경구 선배님이 정약전 역할이라고 했고, 글도 좋아서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설경구 선생님은 눈물이 났다고 했는데, 저는 처음에는 눈물이 나지 않았지만, 촬영장에서 맨날 울었다”고 웃었다. 영화 ‘자산어보’는 다음달 31일 개봉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동안거 해제 앞둔 조계종 종정 “백절불굴 용기 갖고 정진하라”

    동안거 해제 앞둔 조계종 종정 “백절불굴 용기 갖고 정진하라”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경자년 동안거 해제를 하루 앞둔 25일 승려들에게 “백절불굴의 용기를 갖고 결제와 해제에 무관하게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동안거는 겨울철 3개월 동안에 승려들이 외출을 삼사고 한곳에 모여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진제 스님은 “나고 죽는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은 한 번의 발심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남이 하니까 따라서 해보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며 “백절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결제와 해제에 무관하게 전 생애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화두를 챙길 땐 살얼음 위를 걷듯이, 시퍼런 칼날 위를 걷듯이 온 정신을 화두에 모아야만 육근육식의 경계를 다 잊고 몰록 일념삼매에 들어 일기일경상에 홀연히 대오견성하게 됨”이라며 “새벽이 오면 반드시 날이 밝듯이 화두일념이 지속되기만 하면, 깨달음은 저절로 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전국 교회 지도자들 “방역 수칙 준수, 교회가 선구적 역할” 결의

    전국 교회 지도자들 “방역 수칙 준수, 교회가 선구적 역할” 결의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안전한 예배와 건강한 교회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전국 초교파 개신교 교회 6만 곳이 모인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는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17차 대표자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전국 교회 지역 대표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와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상생협약 체결에 동의했다. 또한 지난 1년을 회고하며 안전한 예배, 건강한 교회를 위한 ‘퍼스트 무버’로서의 선구적 역할을 재다짐했다. 이날 회의 1부는 서울시 대표 회장 서동원 목사가 사회를 맡고, 부산시 대표회장 김문훈 목사가 개회예배 설교를 했다. 이어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와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가 오는 4월 4일로 예정된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전국교회의 협조를 구했다. 2부는 전국교회 광역시도 활동 보고에 이어 코로나 극복과 예배 회복을 위한 안전한 예배운동 전개를 결의했다. 또한 건강한 사회를 해치는 위헌적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입법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는 2015년 5월 협의체로 설립됐으며, 지난 7년간 20차례 회의와 지역교회를 대변하는 기독교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놓치기 싫은 동남아 영화 15편 만나요

    놓치기 싫은 동남아 영화 15편 만나요

    봄의 시작과 함께 평소 접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영화 15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한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간 문화 교류의 하나로 아세안 현지에서 사랑을 받은 최신작을 소개하는 아세안 영화주간이 다음달 막을 올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운영하는 아세안문화원은 다음달 12일부터 시작하는 ‘제2회 아세안 영화주간-온:택트’ 상영작 15편을 24일 공개했다. 온라인에서는 다음달 12일부터 25일까지 네이버 TV ‘제2회 아세안 영화주간’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서울 CGV 압구정(13~14일)과 부산 영화의 전당(20~21일)에서 상영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세안문화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인도네시아 영화로는 아드리얀토 데오 감독의 ①‘무딕: 고향으로 가는 길’(2020)과 모하마드 이르판 람리 감독의 ②‘90년대생: 멜랑콜리아’(2020) 등이 소개된다.‘무딕: 고향으로 가는 길’은 이슬람 최대 명절 ‘무딕’ 기간에 고향 방문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부부의 이야기로 종교·빈부 격차 등 인도네시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90년대생: 멜랑콜리아’는 사랑하는 누나를 비행기 사고로 잃은 주인공 아비가 누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세피아와 가까워지면서 겪는 심리극이다.브루나이 영화로는 압둘 자이니디 감독의 ③‘지렁이와 마녀’(2020)가 상영된다. 지렁이를 팔고 땅속에 들어가 잠을 자는 한 청각장애 청년이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기이한 과부를 만나 펼치는 미스터리극이다. 자이니디 감독은 부산 아시아영화학교를 수료했다.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미얀마 영화 ④‘개와 정승 사이’(2020)도 만날 수 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영화감독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제작자의 간섭으로 압박에 시달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처형과 함께 은행을 터는 등 좌충우돌기를 그렸다.싱가포르 영화로는 올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출품작인 ⑤‘ 시즌’(2019) 등이 상영된다. 말레이시아 출신 중국어 교사 링이 자신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과 사제지간 이상의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심리 드라마다. 베트남 영화로는 현지에서 역대급 성적을 기록한 ‘명문가 신부 되기’(2020)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은밀한’(2019)이 소개된다.아세안 영화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공포 영화도 만날 수 있다. 미스터리하고 불길한 어린 손님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말레이시아 영화 ⑥‘소울:영혼’(2020) 등 세 편이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짚신 문학상 대상에 설성경

    짚신 문학상 대상에 설성경

    짚신 문학회(회장 오동춘)는 24일 제20회 짚신 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평론가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본상은 오양심 시인, 우수상은 배성희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열린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평론가 방민호 “위안부를 매춘부로 표현한 문학, 국가 폭력에 면죄부 안돼” 비판

    평론가 방민호 “위안부를 매춘부로 표현한 문학, 국가 폭력에 면죄부 안돼” 비판

    최근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주장해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학문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위안부 문제를 매춘부 등으로 묘사하는 국가 폭력에 면죄부를 주면 안 된다고 비판해 주목된다. 방 교수는 자신의 일곱 번째 평론집 ‘한국비평에 다시 묻는다’(예옥)에 한국 비평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해온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평론 다섯 편을 실었다. 이 가운데 ‘주전장’, ‘제국의 위안부’, ‘새로운 동아협동체론’에서 박 교수는 미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 등으로 표현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2015년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2013년 출간된 박유하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방 교수는 “박유하는 국가가 공인하는 신문에 모집광고가 실릴 정도로 ‘위안부가 공적인 모집 대상’이었다면 불법성이 없었던 것이라고 단정하는데, 이러한 공공연함이 위안부 문제에 가로놓인 국가폭력과 그 불법성에 면죄부를 부여해 주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전장’은 박유하가 책의 첫 글 꼭지에서 제기하는 문제들, 예를 들어,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강제적으로 동원했다고 보여 주는 기록은 없다든가, 이 동원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들은 일본군이나 정부와는 거리가 먼 조선인 협력자들이라든가, 위안부들은 전선에서 일본군 아래 소속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민간인들도 군인들과 함께 상대하는 ‘공창’ 매춘부 같은 존재들이었다든가 하는 주장을 아주 효율적으로 반박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제란 눈에 보이게 총칼을 동원하여 끌어가는 행위뿐 아니라 속임수나 유인까지 포함해 그 사람의 자유의지가 아닌 의지에 의해 행동하도록 하는 모든 행태”라며 “위안부들이 때로 휴식을 취하고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고,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들의 성적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는 등의 사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일본군 또는 국가의 지배 아래 그 상태가 예속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한, 위안부들이 성 노예 상태에 있었다는 규정은 성립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영화 ‘뽕’ 시리즈 암 투병 원로배우 이무정 별세

    영화 ‘뽕’ 시리즈 암 투병 원로배우 이무정 별세

    원로배우 이무정이 별세했다. 80세. 24일 한국영화배우협회에 따르면 암 투병 중인 이무정은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최근까지 암 투병을 해왔으며, 수술 후 회복 중이었지만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하면서 끝내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80년 영화 ‘부산갈매기’로 데뷔해 80·90년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영화 ‘뽕’ 1·2·3편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주요 출연 작품으로는 ‘밤이 무너질 때’(1982), ‘정염의 갈매기’(1983), ‘인신매매’(1989), ‘살어리랏다’(1993), ‘립스틱 짙게 바르고’(1996), ‘깡패수업 2’(1999) 등이 있다. 고인은 2000년 제8회 춘사영화제에서 ‘진실게임’으로 특별연기상을 받았고, 다음해 제48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특별연기상을 받았다. 빈소는 중앙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6일 오전 9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할아버지와 손자’ 귀여운 전쟁… 내 방, 절대 줄 수 없어

    ‘할아버지와 손자’ 귀여운 전쟁… 내 방, 절대 줄 수 없어

    가족 코미디 영화의 구성은 가볍고 단순하다. 많은 가족 영화가 갖는, 싸운 뒤 결국 화해하는 구조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워 위드 그랜파’는 제목부터 사랑스러운 전쟁을 예고한다. 진부하게 들리지만, 이 영화가 지난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게 된 저력은 베테랑과 신예 배우의 호흡으로 그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가족 간의 사랑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서다. 아내와 사별한 외할아버지 에드(로버트 드니로 분)는 자신의 집에서 같이 지내자는 딸 샐리(우마 서먼 분)의 제안에 따라 샐리 부부의 집으로 이사했다. 외할아버지에게 방을 내줘야 하는 외손자 피터(오크스 페글리 분)는 에디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방을 금방 되찾을 것이란 피터의 기대와 달리 참전용사 출신 에드는 기발하게 날쌘 손자와 대등한 대결을 펼친다. 둘이 가족들 몰래 서로를 겨냥해 파놓은 함정에 샐리와 그의 남편 아서(롭 리글 분)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시트콤을 감상하는 듯하다. 영화는 가벼워도 출연진은 가볍지 않다. ‘미트 페어런츠’(2000)에서 사위와 싸우던 로버트 드니로는 노련하게 손자와 싸우고, ‘킬 빌’과 ‘펄프픽션’ 등으로 익숙한 우마 서먼이 오랜만에 ‘허당 엄마’가 됐다. 에디의 친구로 나온 크리스토퍼 워컨은 ‘디어 헌터’(1978) 이후 42년 만에 드니로와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다. 영화가 주는 큰 매력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보여 준 ‘상호 성장’이다. 에드는 마트의 셀프 계산대부터 태블릿PC까지 첨단 기기들이 못마땅한 구세대다. 하지만 손자를 골탕 먹이려고 드론 조작법을 익히는 등 현대 문물에 눈뜨게 된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약골 소년 피터는 할아버지로부터 되갚아주는 법을 배우며 강인해진다. 가족끼리 갈등하고 화해하며 마음을 열게 된다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피터의 누나인 미아도 남자친구 러셀과 몰래 만남을 이어 가면서 엄마와 갈등을 빚는 등 사춘기 청소년들이 보여 줄 수 있는 고민을 복합적으로 녹여냈다.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에드가 손자에게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모두가 다친 사람들뿐”이라고 한 말은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현재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라는 경고다. ‘나 홀로 집에’(1990)와 같은 난장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해프닝을 활용한 폭소를 끌어내는 역할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지친 영혼을 달래는 시간이다.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지 않는 것도 미덕이다. 상영시간 98분. 12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소산성에 백제 성벽 서문 터 추정 시설이…

    부소산성에 백제 성벽 서문 터 추정 시설이…

    충남 부여 부소산성에서 백제 성벽과 서문 터로 추정되는 시설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부여군과 백제고도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부여 부소산성(사적 제5호) 발굴조사에서 삼국시대 백제 성벽과 서문 터 추정 시설, 통일신라부터 고려에 걸쳐 쌓은 성벽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도읍기(538∼660) 왕궁으로 추정되는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 북쪽에 있고, 왕실의 후원이자 유사시 도피처로 활용됐다.문화재청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서성벽 성문 흔적과 백제 ‘포곡식 성’(계곡을 감싸도록 성벽을 쌓은 성)의 동선, 배수 및 출입 관련 시설이 확인됐다. 또 부소산 남동쪽 정상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통일신라 ‘테뫼식 성’(정상부를 둘러 쌓은 성)의 축조 방식과 시기마다 달라지는 성벽의 변화 양상을 파악했다. 부소산성 백제 포곡식 성은 기본적으로 판축(흙을 켜켜이 다져 올리는 축조법)으로 축조됐다. 이외에 판축 외벽만 돌로 쌓은 양상, 두 겹 이상 판축한 모습, 내벽 경계에 석재를 이용해 배수로를 설치한 방식 등이 확인됐다. 서성벽 구간은 부소산성 성벽 가운데 중심 토루(흙을 다져 쌓아 올린 성벽)가 가장 견고하고 반듯한 상태로 확인됐다. 성벽의 판축층 너비는 약 4.8∼4.9m이며 현재 남아있는 성벽의 높이는 최대 4.4m 정도다.추정 서문 터 지점은 부소산 남쪽 기슭의 추정 사비 왕궁지에서 백제 사찰 터인 서복사지를 거쳐 성 내로 진입하는 길목에 해당한다. 문화재청은 “암거 상부구조는 남아있지 않지만, 이 주변으로 ‘문지공석’(성문 문짝 고정용 기둥을 끼우려고 구멍을 낸 돌), 원형 초석, 잘 다듬은 대형 가공석들이 산재해 출입 목적의 구조물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백제와 통일신라 성벽이 연접한 지점에서는 백제 성벽 위로 통일신라 테뫼식 성벽이 축조됐다. 성의 외벽은 기존 백제 성벽을 고쳐 사용했지만, 내벽은 백제 성벽 위에 기단석축을 덧붙여 만들었다. 성벽 축성과정 중 유입된 ‘회창 7년’(會昌七年)이란 새겨진 명문 기와가 출토돼 성벽 조성 시기는 9세기 중반으로 추정됐다. 회창(會昌)은 당나라 무종 때 연호로, 회창 7년은 847년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이번 서성벽과 추정 서문 터 확인을 통해 성벽의 실체와 축성 기술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런 성과는 최근 한성기와 웅진기 왕성인 풍납토성, 몽촌토성, 공산성의 최근 발굴 성과와 함께 백제 중앙의 수준 높은 축성 기술과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굴 현장을 문화재청과 부여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고종이 하사한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 아시나요

    고종이 하사한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 아시나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제102주년 3·1절을 맞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등록문화재 382호)를 23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상설전시실 대한제국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오언 데니(1838~1900)는 1886년 청나라 북양대신(총리) 리훙장의 추천으로 조선의 외교 고문이 됐지만, 자주외교를 원하는 고종의 뜻을 존중했다. 청나라의 부당한 간섭을 비판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과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 데니는 이 때문에 청나라의 미움을 받아 파면당했고, 1890년 고종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데니에게 태극기를 하사했다. 이후 1981년 데니의 후손인 윌리엄 랠스턴이 이 태극기를 우리 정부에 기증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됐다.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3㎝, 세로 180㎝ 크기로,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은 천에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태극 모양으로 바느질해 붙였다. 4괘의 형태와 배치는 지금의 태극기와 같지만, 색은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우리 역사 최초의 태극기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 당시 역관 이응준이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래 조선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국가적 상징으로서의 국기라는 개념이 없었다. 1876년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이후 국기 제정 문제를 두고 논의했으나 도안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강·김영하·김혜순… 세계 휩쓴 韓문학 뒤 살뜰한 ‘Mr.번역씨’

    한강·김영하·김혜순… 세계 휩쓴 韓문학 뒤 살뜰한 ‘Mr.번역씨’

    지난해 국내 작가가 해외 주요 문학상을 받은 사례는 6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순문학뿐 아니라 장르소설, 만화 등도 해외 수상작 반열에 포함되는 등 한국 문학의 분야와 주제가 폭넓어졌고, 번역지원도 체계화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외국에서 유명 문학상을 받은 국내 작가는 총 17명이고, 이 가운데 소설가 한강과 김영하, 시인 김혜순이 3개씩 수상했다.22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번역원이 공식 집계한 2003년 이후 국내 작가들 품에 안긴 해외 문학상은 25개다. 지난해 김영하 작가는 추리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독일추리문학상 국제부문과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을 수상했고, 손원평 작가의 청소년 성장 소설 ‘아몬드’는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영하 작가는 2018년에도 같은 작품으로 일본번역대상을 받았다. 김금숙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그래픽노블 ‘풀’로 지난해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상을, 김이듬 시인은 시집 ‘히스테리아’를 통해 미국 전미 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각각 안았다.국내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강 작가는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맨부커상 국제 부문과 2018년 스페인 산 클레멘테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을 받았다. 2012년 시집 ‘당신의 첫’으로 미국 루시엔 스토릭 번역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은 2019년에도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같은 상과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국제부문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황석영, 편혜영, 김탁환, 신경숙, 오정희, 이혜경, 고은, 김애란, 박민규, 반디, 이정명 작가 등이 해외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 문학이 전통적 소재였던 전쟁·분단·혁명과 같은 거시적 차원의 주제, 리얼리즘 문학을 고수하다 최근 10여년간 인간 내면의 트라우마 등 세계적 보편성을 띤 주제로 점차 이월되면서 서구인들의 시선에 한국 문학이 들어오게 됐다”고 평가했다.국내 문학 작품이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번역이 중요하다. 한국 문학의 약진은 2001년 한국문학번역원이 출범한 지 20년 만에 한국어 문학이 서구 언어로 번역되는 체계가 정착했음을 의미한다. 2003년 이후 해외 문학상 수상작 21개 가운데 12개가 번역원에서, 5개는 대산문화재단에서 번역 지원을 했다. 번역원 관계자는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도 지난해 영국 가디언, 더타임스 등에 소개되는 등 한강 작가 이외에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 출판사들이 번역원에 한국 문학 번역을 지원해 줄 것을 신청하는 건수도 2014년에는 십여건이었지만, 이제 연간 백여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노벨문학상은 한 작품이 아닌 작가의 전반적인 생애에 대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수상 가능성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한강과 같은 작가들이 꾸준히 좋은 활동을 이어 가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항소심 비공개 논란 속 연기

    ‘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항소심 비공개 논란 속 연기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했다가 교회 재판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의 항소심 첫 재판이 비공개 논란 끝에 다음달 2일로 연기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16층에 있는 감리회 본부교회에서 이 목사의 항소심 첫 재판을 열 예정이었다. 총회 재판위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하고 이 목사와 변호인 외에 참관인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이 목사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감리회 ‘교리와 장정’ 규정에 따르면 교역자와 교인은 선거 관련 재판이 아닌 이상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총회 재판위 측에 재판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총회 재판위 측은 비공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재판 공개를 둘러싼 실랑이는 재판 예정 시각 전부터 시작해 30분 이상 반복됐다. 결국 양측이 재판 공개 여부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항소심 첫 재판은 다음달 2일로 미뤄졌다. 이 목사측은 “공개 재판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며 “‘짬짜미’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총회 재판위를 비판했다. 또한 이날 감리회가 재판에 앞서 광화문빌딩 14층에서 30명 이상이 참석한 동성애 반대 세미나를 개최했다는 점을 들어 “세미나는 열 수 있는 반면 재판 참관은 안 된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복식’의 집례자로 나서 꽃잎을 뿌리거나 축복기도를 올렸다가 교단 내부에서 동성애 옹호 행위로 고발당했다. 지난해 10월 1심을 맡은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에게 정직 2년 처분과 함께 재판비용 약 700만 원을 낼 것을 명했다. 이 목사 측은 “정직 2년이면 목사 생명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비투비 서은광이 부른 ‘도굴왕’ OST 23일 공개

    비투비 서은광이 부른 ‘도굴왕’ OST 23일 공개

    바이프로스트가 23일 웹 소설 ‘도굴왕’의 OST를 공개한다. 그룹 ‘비투비’(BTOB)의 메인 보컬 서은광이 참여한 이번 OST는 웹 소설 ‘도굴왕’의 ▲노블코믹스 ▲영문판 서비스 ▲만화책 ▲굿즈 발매에 이은 5번째 프로젝트다. 바이프로스트는 도굴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스토리 IP의 가치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2016년 11월 출시된 웹소설 ‘도굴왕’은 누적 조회수가 2억 회 이상, 동명 노블코믹스의 누적 구독자 수는 148만여명을 기록 중이다. 2025년 신의 무덤이 출몰하면서 사람들이 무덤에서 발굴한 유물을 통해 엄청난 부와 능력을 획득하는 가운데 등장한 도굴꾼 서주헌의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외 주요 플랫폼을 통해 23일 공개되는 이번 OST ‘너를 떠나’는 주인공 서주헌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낸 가사와 보컬리스트 서은광의 음색이 어우러진 감성 발라드곡이다. 바이프로스트는 웹 소설을 기반으로 한 저작물 제작·유통사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한국 웹 소설의 해외 유통 사업부터 종이책, MD, 음원, 영상화 사업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친 IP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문상철 바이프로스트 대표이사는 “스토리 IP의 잠재력은 다양한 장르로 표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번 ‘도굴왕’ OST는 음악이라는 장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강·김영하·김혜순…세계 휩쓴 ‘K문학’ 3파전 뒤엔…

    한강·김영하·김혜순…세계 휩쓴 ‘K문학’ 3파전 뒤엔…

    지난해 국내 작가가 해외 주요 문학상을 받은 사례는 6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순문학뿐 아니라 장르소설, 만화 등도 해외 수상작 반열에 포함되는 등 한국 문학의 분야와 주제가 폭넓어졌고, 번역지원도 체계화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외국에서 유명 문학상을 받은 국내 작가는 총 17명이고, 이 가운데 소설가 한강과 김영하, 시인 김혜순이 3개씩 수상했다.22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번역원이 공식 집계한 2003년 이후 국내 작가들 품에 안긴 해외 문학상은 25개다. 지난해 김영하 작가는 추리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독일추리문학상 국제부문과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을 수상했고, 손원평 작가의 청소년 성장 소설 ‘아몬드’는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영하 작가는 2018년에도 같은 작품으로 일본번역대상을 받았다. 김금숙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그래픽노블 ‘풀’로 지난해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상을, 김이듬 시인은 시집 ‘히스테리아’를 통해 미국 전미 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각각 안았다.국내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강 작가는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맨부커상 국제 부문과 2018년 스페인 산 클레멘테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을 받았다. 2012년 시집 ‘당신의 첫’으로 미국 루시엔 스토릭 번역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은 2019년에도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같은 상과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국제부문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황석영, 편혜영, 김탁환, 신경숙, 오정희, 이혜경, 고은, 김애란, 박민규, 반디, 이정명 작가 등이 해외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 문학이 전통적 소재였던 전쟁·분단·혁명과 같은 거시적 차원의 주제, 리얼리즘 문학을 고수하다 최근 10여년간 인간 내면의 트라우마 등 세계적 보편성을 띤 주제로 점차 이월되면서 서구인들의 시선에 한국 문학이 들어오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문학 작품이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번역이 중요하다. 한국 문학의 약진은 2001년 한국문학번역원이 출범한 지 20년 만에 한국어 문학이 서구 언어로 번역되는 체계가 정착했음을 의미한다. 2003년 이후 해외 문학상 수상작 21개 가운데 12개가 번역원에서, 5개는 대산문화재단에서 번역 지원을 했다. 번역원 관계자는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도 지난해 영국 가디언, 더타임스 등에 소개되는 등 한강 작가 이외에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 출판사들이 번역원에 한국 문학 번역을 지원해 줄 것을 신청하는 건수도 2014년에는 십여건이었지만, 이제 연간 백여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노벨문학상은 한 작품이 아닌 작가의 전반적인 생애에 대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수상 가능성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한강과 같은 작가들이 꾸준히 좋은 활동을 이어 가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코로나 이후 사회·경제·교육 변화 조망한다…관련 서적 봇물

    코로나 이후 사회·경제·교육 변화 조망한다…관련 서적 봇물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견된 지 1년여가 지났고 백신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멈출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경제·교육 현장의 문제를 조명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달라질지를 전망하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도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처럼 살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한국 사회의 사각지대는…‘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창비는 인권활동가 미류, 문화인류학자 서보경 등 10명이 저자로 참여한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통해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사각지대를 짚었다. 인권, 환경, 노동, 젠더, 인종, 장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코로나 시대 이전과 이후 우리 삶이 같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인권활동가 미류는 갑자기 자가격리를 하게 되며 느꼈던 두려움을 털어놓고, 결국은 단절이 아닌 연결이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문화인류학자 서보경은 언제 어떻게 바이러스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확진자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 낙인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고리들을 파헤친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팬데믹 시기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닥친 위기를 다각도로 살피면서 돌봄이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주장한다.●코로나 이후 경제 체제 대안…‘공유 경제 2.0’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이 펴낸 ‘공유경제 2.0’(21세기 북스)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를 지배할 경제 체제의 대안으로 공유경제를 꼽았다. 사람들이 될 수 있는 한 대면 접촉을 피하고 백신이 개발됐지만, 바이러스도 진화하고 있어 이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우버는 음식배달을 하는 우버이츠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렸고, 에어비앤비는 최근 성공적으로 기업 상장을 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고도화된 정보통신(IT)과 네트워크 기술로 누구나 접근하고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창업도 늘어났다. 저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이득보다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고, 시민 중심의 협력적 공유경제 2.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단언한다.●온라인 수업 1년, 이제 무엇이 필요한가... ‘코로나 이후 학교의 미래’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교육학자 등 7명이 우리 교육현장을 돌아본 ‘코로나 이후 학교의 미래’(오브바이포)도 출간됐다.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진통을 겪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김재현 이담초등학교 교사와 김종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등은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지금의 교육과정과 내년도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교육부의 하향식 지침에 익숙한 학교가 자율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한다. 온라인 수업과 등교수업을 접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고, 교육부에서는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여 한다고 제시한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정부나 교육청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긴 했지만, 아이들의 놀이·식사·생활 태도 등까지는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가장 이해해줄 수 있는 부모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조계종 화쟁위원회 6기 출범… 위원장 호성 스님

    조계종 화쟁위원회 6기 출범… 위원장 호성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제6기 화쟁위원 위촉식’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화쟁위원회는 각 분야 중진 스님과 재가, 전문가 등 총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제6기 화쟁위원회 위원장으로는 호성스님이 임명된다. 화쟁위원회는 조계종 내의 화합조정과 사회적 갈등 현안 중재활동을 통해 사회적 공동선을 실현하고자 2010년 6월 설치됐다. 직영사찰 제도개선 제안 및 4대강 사업 국민적 논의위원회 합의 등으로 제1기 활동을 시작한 이후 한진중공업 문제해결을 위한 108배 기도(2011년),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종교회의(2012), 철도파업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 중재 합의(2013) 등을 이끌어냈다. 또 밀양송전탑 유족 장례진행 중재(2014), 지리산댐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2015), 화쟁도서독후감 공모전(2016), 화쟁템플스테이(2017), 원효순례(2018), 세대 간 화쟁(2019), 종립학교 종교수업(2020)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1인당 영화관 찾은 횟수 평균 1회꼴… 영화계 ‘여풍’ 약진 두드러져

    1인당 영화관 찾은 횟수 평균 1회꼴… 영화계 ‘여풍’ 약진 두드러져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영화관 관객 수와 매출액이 각각 70% 넘게 감소했고, 국민 1인당 극장에서 영화를 본 횟수는 1.15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작 개봉이 현저히 줄어 TV·인터넷 VOD 서비스 규모도 동반 감소했다. 영화계에서 여성 서사와 여성 감독의 약진은 두드러졌지만, 질적 성장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 수는 총 5952만명으로 2019년 대비 73.7% 감소했다. 이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극장 매출액은 5104억원으로 전년보다 73.3% 줄었다. 매출액도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 3504억원…전년 대비 63.9% 감소 한국영화 관객 점유을은 68.0%로 10년 연속 외국영화 관객 점유율보다 높았으나 한국영화 매출액은 3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9% 감소했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횟수는 지난해보다 3.22회 감소한 1.15회다. 인구 1인당 극장 관람 횟수는 2010년대 들어 4회 이상을 유지했지만, 타격이 큰 것이다. 영진위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이 급감했고 개봉 예정작들의 개봉 연기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고착화돼 온 주차별 개봉 전략이 무의미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극장 외 시장 매출은 451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2.9%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의 20.3%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지만 전년 매출 대비로는 11.4% 감소했다. ●지난해 1위 영화는 ‘남산의 부장들’ 극장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2020년 박스오피스 1위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로 매출액 412억원, 관객 수는 475만명이었다. 2위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로 매출액 386억원, 관객 수 436만명, 3위는 ‘반도’(연상호 감독)로 매출액 331억원, 관객 수 381만명, 4위는 ‘히트맨’(최원섭 감독)으로 매출액 206억원, 관객 수 241만명이었다. 5위는 매출액 184억 원, 관객 수 199만명을 동원한 ‘테넷’(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으로 2020년 전체영화 박스오피스 10위 내 유일한 외국영화였다.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에서는 CJ ENM이 17.6%로 1위를 차지하며 전년도 2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2위는 롯데로 14.9%를 기록했으며 NEW는 10.5%의 관객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장르별 관객 점유율은 액션이 1위였던 2019년과 달리 1위가 드라마로 32.0%, 이어 액션 16.7%, 코미디 14.4% 순으로 많았다. 극장흥행 결과의 편중 현상을 살펴보면 신작 개봉이 현저히 감소해 영화별 흥행 결과는 소수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전체 흥행순위 10위까지 10편의 영화 매출 점유율은 51.0%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4.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국영화시장으로 좁혀서 보면 10위까지의 매출 점유율이 전체 매출의 70.0%를 차지했다.●TV 인터넷·VOD 매출도 동반 감소…대작 개봉 연기 탓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극장·극장 외·해외) 매출 총 1조 537억원 중 극장 외 시장 매출은 451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2.9%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비중 20.3%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나 전년 매출 대비로는 11.4% 감소한 것이다. 극장 외 시장 매출은 기존 TV VOD와 인터넷 VOD, DVD 및 블루레이 시장 매출규모에 TV 채널 방영권 시장의 매출을 추가해 집계했다. TV VOD 시장 매출규모는 3368억원으로 전체 극장 외 시장 매출 중 74.6%를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매출규모가 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19년 대비 매출액이 17.0% 감소했다. OTT서비스(영화부문)와 웹하드를 합한 인터넷VOD 시장 매출 또한 총 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감소했으며, 전체 극장 외 시장 매출 중 17.5%를 차지했다. OTT서비스(영화부문) 매출은 6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고, 웹하드 시장의 매출도 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감소했다. 극장이 침체됨에 따라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들이 개봉 연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영화 해외 매출 총액은 13.3% 증가 지난해 완성작 수출과 서비스 수출 금액을 합친 한국영화 해외 매출 총액은 8361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인 해외 선판매가 가능한 신작 영화들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축소되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큰 규모의 글로벌 OTT 전 세계 판권 판매액이나 소수의 글로벌 OTT 오리지널 작품의 로케이션 유치실적이 집계되면서 전체 규모를 키웠다. ●여성 감독-여성 주연 비중 5년래 최고 지난해 실질개봉작 165편의 헤드스태프 여성참여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은 38명(21.5%), 여성 제작자는 50명(24.0%), 여성 프로듀서는 50명(25.6%)으로 나타났다. 여성 주연은 67명(42.1%), 여성 각본가는 43명(25.9%), 여성 촬영감독은 19명(8.8%)으로 프로듀서가 2019년 26.9%에서 25.6%로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종에서 여성 비중이 전년보다 상승했다. 특히 감독과 주연의 비중은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며 증가폭도 컸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에서도 실질개봉작처럼 모든 직종에서 여성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특히 감독과 주연의 비중은 각각 13.8%, 41.4%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진위는 “1999년 이후 20년간 한국 영화산업은 대규모 공적 지원과 극장 중심의 시장확대를 통해 양적 성장에 주력해 왔지만 이미 극장 중심 영화시장의 포화, 시장 양극화의 고착화 등 내재적인 문제들로 인해 기존 산업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한국 영화산업 정립을 위해 영화를 생산하는 주체로서의 창의적인 사람과 기업, 그리고 영화를 소비하는 주체적인 관객 양성에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두려움이 사라진 인간… ‘신’을 폐기했다

    두려움이 사라진 인간… ‘신’을 폐기했다

    ‘2년 8개월 28일 밤’ 국내 번역판 출간인류·흑마족 전쟁 21세기판 천일야화 “힘 가진 종교, 대체로 해로운 결과 불러”9·11테러·IS 만행 등 광신적 종교 비판이슬람교 모독 이유로 살해 위협 받아소설 ‘악마의 시’(1988)가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아 온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4)는 여전히 신을 부정한다. “다양한 종교가 다시 막강한 힘을 얻었지만 대체로 해로운 결과를 가져왔다”는 그는 종교적 극단주의를 비판하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판타지 소설 ‘2년 8개월 28일 밤’(왼쪽·문학동네)의 국내 번역판을 낸 루슈디는 “한국 언론과 처음 인터뷰하는 것 같다”며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 조목조목 답했다. 소설은 인류와 흑마족이 2년 8개월 28일(1001일)에 걸쳐 전쟁을 벌이는 내용을 담은 ‘21세기판 천일야화’다. 그는 “예전부터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초현실적 상황이 현실이 돼 버린 순간에 대해 예술적 답변을 찾고 싶었다”며 “‘천일야화’에서 볼 듯한 환상주의적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터무니없는 세상에 대한 나의 응답”이라고 소개했다.소설에서 12세기 마계 공주 두니아는 탁월한 지성을 지닌 이븐 루시드를 사랑해 많은 자식을 낳았고, 귓불이 없는 두니아의 후손들은 초능력을 갖춘 채 인간세계에 널리 퍼져 인류를 노예로 삼으려는 흑마족에 대항한다. 흑마족은 합리주의를 배척하고 종교를 신봉하는 비이성을, 이븐 루시드와 두니아의 후손이 수호하는 인간계는 이성을 각각 상징한다. 이븐 루시드는 12세기 실존했던 이슬람 철학자로 합리주의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나 종교적 박해를 받았다. 루슈디는 “내 성 루슈디는 루시드에서 유래했고, 그의 생애와 사상도 닮은 점이 많아 내겐 상상 속의 선조 같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두려움은 결국 사람들을 신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했다. 두려움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비로소 신을 폐기처분할 수 있었다”(410쪽)는 내용은 그가 체험했던 살해 위협과 9·11테러, 이슬람국가(IS)의 만행 등 광신적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 준다. ‘종교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고의 희망은 회복력, 즉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낯설고 터무니없는 일을 직시하는 능력”이라고 인간다움을 되찾을 것을 촉구했다. 1998년 이란 정부는 그에 대한 파트와(공개 처단 명령)를 거뒀지만 그는 여전히 위협에 시달린다. 그는 미국 뉴욕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현대 미국 문학에는 다양한 이민자의 이야기가 점점 녹아들어 가는 추세”라며 “내 이야기와 형식이 미국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내 영감의 원천은 인도”라고 단언했다. 인도·파키스탄의 종교 분쟁을 겪은 그의 문학은 사랑과 관용으로 증오와 분노를 넘어설 것을 강조한다. 그는 “재미교포 이창래, 이민진 작가를 좋아하며 한국은 언젠가 방문하고 싶은 나라”라면서 “지금은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연극과 인도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뺏긴 아들, 뺏은 아들, 엄마 그리고 우리

    뺏긴 아들, 뺏은 아들, 엄마 그리고 우리

    자녀 실종 충격으로 입원한 주인공목격한 아이 몰래 데려와 수색 나서상처 입은 가족들, 모성애 통해 용서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실종 아동은 1만 9146명에 달한다. 이 중 105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 아동 가족의 70%가량은 가족 해체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올 정도로 가족의 아픔은 어느 무엇보다 잔인하다. 아이를 잃어버린 이들에겐 안타까움이 일고, 아이를 유괴한 이들에겐 대부분 여지없이 분노가 치민다. 그런데 만약 유괴된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남의 아이를 납치하는 부모가 있다면, 어떤 감정을 드러내게 될까. 스릴러 소설 ‘유괴의 날’(2019)에서 유괴범과 유괴된 아이의 연대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물었던 정해연 작가가 이번엔 신간 ‘구원의 날’로 우리가 이런 가족의 고통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질타한다. 작가는 실종 아동 부모의 시선을 통해 상실에 대한 치유는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했다.소설 속 주인공 예원은 3년 전 불꽃놀이 축제 인파 속에서 여섯 살 아들 선우를 잃어버린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분노조절장애에 빠진 예원은 결국 요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선우와 똑같이 동요를 개사해 부르던 아이 로운을 만나자 충동적으로 로운을 데리고 나온다. 로운이 선우를 예전에 한 기도원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예원과 남편 선준은 선우를 찾을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 유괴범 낙인이 찍히는 것도 감수한다. 문제의 기도원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폐쇄적 사이비 종교 단체와의 대립, 긴장감은 스릴러 소설 특유의 재미다. 작가는 예원 부부의 일상을 통해 아이를 잃어버리고 난 후 상호 불신과 균열로 파탄 난 가정과 이중적 심리를 여과 없이 보여 줬다. 예원은 “만약 그때 내가 아들의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으로 시작하는 죄책감에 발목이 잡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 선준은 경찰이 선우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을 때 아내에겐 이를 숨긴다. 유전자 검사로 시신이 선우가 아니라고 드러났지만, 앞으로 ‘희망 고문’을 계속할 것을 생각하면 기쁠 수만은 없다.독자는 로운을 납치한 예원 부부에게 더욱 감정이 이입될 수도 있다. 로운은 엄마 주희의 방치로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아이인 데다 예원을 실제 엄마처럼 따르기 때문이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만큼 죄책감을 느끼는 예원과 로운을 방치하고 시설에 보낸 무책임한 주희, 이를 통해 작가는 육아를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없는 우리 사회를 고발한다. 하지만 “엄마란 존재는 결국 자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270쪽)에서 보듯, 모성애는 여전히 희망이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만, 결국 용서를 통해 서로 구원한다. 가족은 누군가의 인생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용서하고 보듬을 수 있는 것 역시 가족이다.작가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손을 잡고, 놓고, 놓친다. 하지만 놓친 손은 다시 잡을 수 있다. 그걸로 우리는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잡은 손을 놓아 버릴 때도 있지만, 진심과 용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책을 덮고 나서도 가슴속엔 모처럼 훈기가 가득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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