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하종훈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이범수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김경두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345
  •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 11편, CGV서 미리보기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 11편, CGV서 미리보기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노매드랜드’ 등 후보작 11편을 극장에서 만나는 ‘2021 아카데미 기획전’이 열린다. CGV는 3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를 비롯한 전국 35개 CGV 극장에서 오스카 후보작 11개 작품을 순차적으로 상영한다. ‘노매드랜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쿠오바디스, 아이다’ 등 3편은 정식 개봉에 앞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작품이다. 오스카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는 3일과 4일 이틀 동안 상영된다.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작품으로 ‘미나리’와 함께 작품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미국의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뒤 그곳에 살던 여성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개봉은 오는 15일이다.‘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도 작품상·남우조연상·촬영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오는 22일 개봉에 앞서 10~11일 상영한다. 1960년대 후반 일리노이를 배경으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블랙팬서당 의장 프레드 햄프턴(대니얼 컬루야 분)의 일대기를 그렸다. 1995년 세르비아군에 쫓기던 보스니아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쿠오바디스 아이다’는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으로 국내에선 다음달 개봉할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에서 80만 관객을 돌파한 ‘미나리’는 이번 기획전에서 13분 분량의 메이킹 영상이 포함된 ‘피처렛 버전’으로 상영된다.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CGV는 ‘쏘울’, ‘테넷’, ‘프라미싱 영 우먼’, ‘더 파더’, ‘소년시절의 너’, ‘미드나이트 스카이’, ‘맹크’ 등 후보작도 상영할 예정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2일부터 CGV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해외서 인정받은 싱가포르 영화 6편 넷플릭스서 공개

    해외서 인정받은 싱가포르 영화 6편 넷플릭스서 공개

    싱가포르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담아 해외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영화 6편이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되는 상영작은 ‘사랑하는 내 사랑’(2014)을 비롯해 ‘그레이트 월드’(2011), ‘달려라 아이야’(2003), ‘우리가 불렀던 노래’(2015), ‘청소년 연애 교과서’(1998), ‘881’(2007) 등 감동적 가족 드라마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아우른다. 특히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싱가포르 대표작이었던 ‘사랑하는 내 사랑’은 괴팍한 노인과 그의 요양사가 서로 다투면서도 유대감을 키워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탄탄한 줄거리와 싱가포르의 풍성한 문화 전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달려라 아이야’는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작은 마을에 사는 가난한 소년이 동생의 한 켤레뿐인 신발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레이트 월드’는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 40여년의 역사와 가족, 친구, 연인을 조명한 드라마다. 싱가포르관광청은 “2023년 3월까지 2년간 한국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인들이 싱가포르 여행을 못 가는 대신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염수정 추기경 부활절 맞아 “지도자들, 국민만 섬기는 봉사자로 거듭나길”

    염수정 추기경 부활절 맞아 “지도자들, 국민만 섬기는 봉사자로 거듭나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오는 4월 4일 부활절을 맞아 “위기를 극복하고자 국가와 사회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절감하면서 과오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염수정 추기경은 31일 “(지도자들이) 주님 부활의 은총으로 국민만을 섬기는 봉사자로서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원한다”며 “가난과 절망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19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정신적 고통,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져 더 많은 사람이 가난으로 고통받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불의와 불공정, 부정과 이기심은 국민들 사이에 불신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많은 사람, 특히 다수 젊은이가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깊은 절망과 좌절의 늪에 빠져버렸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코로나 19 백신 나눔 운동’을 언급하며 “지난 춘계 한국 주교회의에서 가난한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한국 교회가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며 교구 전체가 참여할 것을 언급했다. 염 추기경은 오는 4월 3일 오후 8시 ‘파스카 성야 미사’와 4일 낮 12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명동대성당에서 주례하며 강론을 통해 부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한편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목사)도 이날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진정한 희생과 나눔을 통해 절망 가운데 있는 이웃을 품어 부활의 소망을 함께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아. 이어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고, 병든 사람을 찾아가 치료해주고, 낙심한 사람을 위로하는, 실천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형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목사)은 “기독교의 부활 신앙은 그저 추상적인 종교 교리가 아니다”라며 “오늘날의 세계에서 인도적 인륜 도덕, 생태적 환경윤리,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를 세워가는 힘이고, 21세기 인류의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부활절 메시지를 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문인들 뿔났다…“정부 코로나 지원금 문학은 뒷전, 허탈 넘어 분노”

    문인들 뿔났다…“정부 코로나 지원금 문학은 뒷전, 허탈 넘어 분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예술계 지원을 천명했지만, 다른 문화 예술 분야와 비교하면 문학은 여전히 소외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문학 5단체는 31일 이같은 내용의 ‘문학 생태계 복원을 바라는 문학 5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예술 생태계 복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 1569억원에서 문학 분야 배정 예산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추가로 편성한 기금 351억원에도 문학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계획에서 문학 분야에 배정된 기금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붙들고 있던 많은 문학인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으며, 문학에 대한 홀대는 한국 정신문화의 기저를 지탱해온 문학 생태계의 궤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작가회의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한 ‘코로나19 문학 분야 피해 관련 실태조사’에 응답한 작가의 65% 이상이 코로나19로 창작과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다. 또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술인 연평균소득 조사에서 문학인은 연 수입이 549만원으로, 예술인 평균소득 1281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한 지금, 문학인들은 최소한의 인간 생활 조건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며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시민들 곁에서 함께 울며 힘을 북돋는 문학인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는 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치매걸린 아버지, 드라마도 스릴러…아카데미 주목한 홉킨스에 빠져든다

    치매걸린 아버지, 드라마도 스릴러…아카데미 주목한 홉킨스에 빠져든다

    꿈속에서 나비가 된 장자(莊子)는 훨훨 날아다녔다. 꿈에서 깬 장자는 자신이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다음달 7일 개봉하는 영국 영화 ‘더 파더’는 장자의 ‘호접몽’처럼 현실과 기억의 미로를 더듬는 치매 노인의 시선을 절절하게 대변했다. 치매를 겪는 80대 노인 앤서니(앤서니 홉킨스 분)를 따라가다 보면 치매 노인이 보는 세상이 어떻게 뒤얽히게 되는지 느껴진다. 그 끝에 남는 건, 지금 이 삶의 소중함이다. ●현실과 기억 헤매는 치매 노인 주인공 런던 아파트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앤서니는 언젠가부터 늘 차고 다니는 손목시계를 어디에 두었는지 고민한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딸 앤(올리비아 콜먼 분)의 얼굴도, 집도 낯설다. 집에 나타나는 앤의 남편은 실제 자신의 사위가 맞을까, 거실에 그려 놨던 그림은 누가 치운 것일까. 그는 조각나고 뒤섞인 기억 속에서도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병인들을 내친다. 프랑스 파리로 이사해야 하는 앤은 그런 아버지에게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새로운 간병인을 구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 ●아파트 안서 벌어지는 스릴러·드라마 앤서니는 단순히 혼란스러운 화자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기억과 맞서는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관객들이 쉴 새 없이 미로 속에서 자신과 함께 문제의 답을 찾도록 끌어들인다.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러 여러 단서가 쏟아지기 전까지 관객들은 앤서니와 함께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앤에게 보낸다. 영화는 특별히 격정적인 사건이 없음에도 극에 달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 속 주요 상황들이 인물들의 거주지인 아파트에서 벌어져 구성은 단순해 보이지만, 드라마와 스릴러를 오가는 변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는 자식이 부모의 보호자가 되고 우리 삶 속에서 이를 피할 수 없다는 진실을 치밀하고도 진지하게 묘사해 인생에 대한 통찰을 뚜렷한 서사로 남겼다. 평생 믿어 왔던 모든 것이 흔들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의 인생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딸의 심리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부모의 보호자가 된 자식의 갈림길 치매 환자와 그를 돌보는 가족의 심리를 절실히 느끼도록 하는 요인은 무엇보다 배우들의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력과 호흡이다. 홉킨스는 당당함·분노·혼란·외로움까지 한 인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모두 보여 줬다. ‘미나리’ 윤여정 배우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놓고 경쟁하게 된 콜먼의 균형 잡힌 연기도 돋보인다.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이 애초부터 왜 홉킨스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 영화로 홉킨스는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992년 ‘양들의 침묵’에 이어 29년 만에 다시 오스카를 품에 안지 않을까 기대감까지 생긴다. 12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파라볼라노이’ 정신으로…올 부활절 연합예배는 좌석 10%만 참석”

    “‘파라볼라노이’ 정신으로…올 부활절 연합예배는 좌석 10%만 참석”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는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파라볼라노이’의 정신을 구현하고 공유하는 플랫폼 예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개신교계가 다음 달 4일 부활절에 거행하는 연합예배 행사를 최대한 안전한 환경 속에서 각 교파를 아우르는 화합의 정신으로 올리기로 했다 ‘2021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장 엄진용 목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활절 연합예배나 기도회, 전국교회 예배가 안전한 예배가 되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번 연합예배는 예배당 좌석의 10%만 착석해 드린다”고 밝혔다. 엄 위원장은 “1947년부터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는 그동안 1만 5000명에서 많으면 10만여 명까지 참석했지만,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면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뿐 아니라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NCCK)측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68개 개신교단과 17개 광역 시·도 기독교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는 다음 달 4일 오후 4시 사랑의교회 대예배당에서 열린다. 각 지역에서도 교회나 지역연합회를 중심으로 부활절 예배와 기도회 등이 있을 예정이다. 사랑의교회 대예배당 좌석 수는 6700여 석이다. 현행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최대 20%인 1300여 명이 예배에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준비위는 이를 절반 수준인 10%, 최대 600~700명까지로 낮추고 기독교 5개 TV방송과 유튜브 송출을 통해 온라인 예배로 대신하기로 했다. 참석 규모를 크게 줄이면 사람당 간격이 2m가량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부활절 예배에서 드려지던 성만찬(포도주와 밀떡을 나누는 일)과 성가대 찬양도 생략했다. 연합예배에서 안전한 예배 환경 조성에 먼저 나선 만큼 각 지역에서도 부활절 예배 때 참석 인원을 최소화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예배 대회장이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회장인 소강석 목사는 “예배당이 코로나19 클린 존이 되도록 힘쓰고 ‘파라볼라노이’의 정신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볼라노이는 헬라어로 ‘위험을 무릅쓰며 함께 있는 자들’이라는 뜻이다. 과거 로마제국 때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하며 많은 사람이 쓰러지는 상황에서 초기 기독교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 곁에 남아 환자들을 돌본 데서 유래했다. ‘사랑의 실천’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준비위는 이번 연합예배 때 모인 헌금 전액과 미리 마련한 기금 등으로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헌신하는 분들을 위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교총은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비난받는 부요(富饒)보다 정직한 가난을 택하고, 논란 속의 명예보다 외로운 거룩을 택하자”며 “세상의 소금으로, 세상의 빛으로 부르신 소명에 따라 썩어가는 세상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자”고 강조한 바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경쟁사회 한국, 선한 인간 본성 거슬러”

    “경쟁사회 한국, 선한 인간 본성 거슬러”

    “서로 못 믿으면 권력에 통제받게 돼 신뢰 가르쳐야 창의성·역동성 발휘”“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욕심은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현대 자본주의 기저에 깔렸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비관적 시각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됐다. 서로 신뢰할 수 없어야 통제권을 쥔 정점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젊은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33)은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간은 서로 믿지 못할 때 권력의 통제 대상으로 전락한다”며 “인간은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문서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의 국내 번역판을 낸 브레흐만은 “자녀의 명문대 진학에 사활을 거는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 사회지만, 성과 위주의 문화와 극심한 생존 경쟁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사람의 내재적 동기를 신뢰하는 교육으로 바꾸면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되는 생기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악하다’는 주류 이론에 반기를 들면서 이런 믿음에 기여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조작됐다는 점도 폭로한다. 1971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가 주도한 실험은 학생들에게 가상의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맡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교도관들은 잔혹하게 죄수들을 징벌해 “일반인들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짐바르도 교수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려고 교도관들에게 사전에 가혹행위를 하도록 강요해 이들이 스스로 악마로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브레흐만은 선사시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현생 인류가 살아남은 이유로 협동 능력과 모방을 꼽았다. 그는 “인류는 서로에게서 배움으로써 똑똑해지고 모든 지식을 자식에게 전수해 문명을 이뤘다”며 “인류는 친절함이라는 ‘초능력’을 갖춘 덕분에 협동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간 본성이 선하다면 왜 제노사이드 같은 끔찍한 일이 생길까. 그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인격을 형성하는 환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선의 군인들보다 신문으로만 전쟁을 접한 사람들이 적을 더 미워했다”며 “접촉이야말로 증오와 차별, 편견에 맞서 싸울 최강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코로나 블루’ 달래는 서울아트시네마 수입 영화展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다음달 7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내 전용극장에서 수입 영화사 찬란과 슈아픽쳐스와 함께 ‘설레는 극장전’을 진행한다. 이번 특별전은 코로나19에 지친 영화 팬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행복한 라짜로’(2018), ‘교실 안의 야크’(2019), ‘지구 최후의 밤’(2018) 등 국내 영화 팬들에게 선보였던 6편과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2020) 등 미개봉작 5편을 포함해 모두 11편이 상영된다. 부탄 영화인 ‘교실 안의 야크’는 호주 이민을 꿈꾸던 젊은 교사가 산간벽지 학교로 발령 난 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인생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지구 최후의 밤’은 탕웨이와 황각, 실비아 창이 주연을 맡은 중국 영화로, 2018년 금마장영화제 촬영상 등을 수상했다. 엠마누엘 무레 감독이 연출한 프랑스 영화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은 남녀의 사랑이라는 흔하고도 특별한 소재를 중층의 이야기 구조 속에 녹여 낸 달콤쌉쌀한 드라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한국처럼 경쟁 치열한 사회는 인간 본성 역행”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한국처럼 경쟁 치열한 사회는 인간 본성 역행”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욕심은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현대 자본주의 기저에 깔렸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비관적 시각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됐다. 서로 신뢰할 수 없어야 통제권을 쥔 정점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젊은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33)은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간은 서로 믿지 못할 때 권력의 통제 대상으로 전락한다”며 “인간은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문서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의 국내 번역판을 낸 브레흐만은 “자녀의 명문대 진학에 사활을 거는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 사회지만, 성과 위주의 문화와 극심한 생존 경쟁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사람의 내재적 동기를 신뢰하는 교육으로 바꾸면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되는 생기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악하다’는 주류 이론에 반기를 들면서 이런 믿음에 기여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조작됐다는 점도 폭로한다. 1971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가 주도한 실험은, 학생들에게 가상의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맡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교도관들은 잔혹하게 죄수들을 징벌해 “일반인들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짐바르도 교수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려고 교도관들에게 사전에 가혹행위를 하도록 강요해 이들이 스스로 악마로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세상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한 토마스 홉스보다는 자연 상태로 살았을 때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았다는 장 자크 루소가 더욱 정확하게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같은 전염병도 결국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생기가 된 문명의 산물”이라고 했다.선사시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만큼 지능도 높았고 체력은 더 좋았다. 그럼에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로 브레흐만은 협동 능력과 모방을 꼽았다. 그는 “인류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움으로써 똑똑해지고 모든 지식을 자식에게 전수해 문명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간과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요소가 협동 능력이고,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친절함”이라며 “이 친절함이라는 ‘초능력’ 덕분에 우리는 다른 동물과 달리 협동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 본성이 선하다면 왜 제노사이드와 같이 끔찍한 일이 생길까. 그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인격을 형성하는 환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절함은 무리 지으려는 속성과 맞닿아 있어 자신이 속한 무리 이외 집단에겐 혐오를 표출하기 쉽다”며 “제노사이드를 자행한 사람들도 본인은 역사의 옳은 편에 선다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선의 군인들보다 신문으로만 전쟁을 접한 사람들이 적을 더 미워했다”며 “접촉이야말로 증오와 차별, 편견에 맞서 싸울 최강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날 따르라” 한반도 압박… G2 속내 엿보다

    “날 따르라” 한반도 압박… G2 속내 엿보다

    “중국이 미국의 243년 역사에서 다뤄야 했던 경쟁자 중 가장 큰 경쟁자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중략) 미국인들이 믿는 자유와 법치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은 이 중국 특색의 레닌주의 전체주의다.”(‘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 22~23쪽) “중화인민공화국은 16개 국가의 연합군을 이웃 나라(한국)의 대지에서 일거에 격파해,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철저하게 탈환했다.(중략) 오늘날 중국인은 마침내 민족 진흥의 황금시대를 맞이했다.”(‘항미원조’ 하권 916쪽)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미동맹과 중국 시장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한국도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됐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외교안보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양국의 다양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번역서가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김앤김북스는 최근 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이 쓴 ‘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을 출간했다. 저자는 “언제나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한 중국은 자유·법치·인권에 기초한 미국과 공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중국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을 훔치고 군사기밀을 해킹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취약성을 잠식해 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과의 경쟁은 ‘체스’가 아닌 ‘바둑’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둑은 끝까지 가 봐야 승패를 알 정도로 형세가 유동적이라 전체 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모든 전선에서 하나하나 봉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지난달 출간된 미국 안보 전문가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김앤김북스)은 냉전시대의 유산인 미국 주도 동맹체제가 해체되고, 바이든 시대에도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손을 떼게 돼 미국이 책임져 온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담았다. 다만 저자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이 제공한 세계 질서 기반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 그 질서가 무너지면 중국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인의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본 ‘항미원조’(다른생각)는 6·25전쟁을 다뤘으나 미국의 개입은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작가 리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정세부터 소개하는 이 책에서 6·25는 민족 간의 내전이므로 미국의 개입과 미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100여년간 서구 열강에 능욕을 당한 중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치욕을 씻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중국몽’을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도 묻어난다. 다만 6·25의 책임 소재에 대해선 “누가 전투를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남측과 북측이 모두 전쟁을 하고 싶어 했다”(상권 117쪽)고 해 우리 국민감정에는 배치될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3개월간 미중 관계를 다룬 책 판매 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5% 늘었다. 현재까지 미중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지식노마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퓨리탄) 등이다. 미중 갈등에 대한 국내 독자의 관심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역량을 확충한다고 밝혀 사드 사태 때처럼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며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최근 반중 정서와 맞물려 양측 감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 “중국 공존 못해” 中 “세계속 위치 탈환”…양국 속내 엿볼 신간 잇따라

    美 “중국 공존 못해” 中 “세계속 위치 탈환”…양국 속내 엿볼 신간 잇따라

    “중국이 미국의 243년 역사에서 다뤄야 했던 경쟁자 중 가장 큰 경쟁자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중략) 미국인들이 믿는 자유와 법치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은 이 중국 특색의 레닌주의 전체주의다.”(‘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 22~23쪽) “중화인민공화국은 16개 국가의 연합군을 이웃 나라(한국)의 대지에서 일거에 격파해,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철저하게 탈환했다.(중략) 오늘날 중국인은 마침내 민족 진흥의 황금시대를 맞이했다.”(‘항미원조’ 하권 916쪽)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미동맹과 중국 시장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한국도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됐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외교안보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양국의 다양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번역서가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김앤김북스는 최근 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이 쓴 ‘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을 출간했다. 저자는 “언제나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한 중국은 자유·법치·인권에 기초한 미국과 공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중국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을 훔치고 군사기밀을 해킹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취약성을 잠식해 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과의 경쟁은 ‘체스’가 아닌 ‘바둑’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둑은 끝까지 가 봐야 승패를 알 정도로 형세가 유동적이라 전체 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모든 전선에서 하나하나 봉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출간된 미국 안보 전문가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김앤김북스)은 냉전시대의 유산인 미국 주도 동맹체제가 해체되고, 바이든 시대에도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손을 떼게 돼 미국이 책임져 온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담았다. 다만 저자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이 제공한 세계 질서 기반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 그 질서가 무너지면 중국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인의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본 ‘항미원조’(다른생각)는 6·25전쟁을 다뤘으나 미국의 개입은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작가 리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정세부터 소개하는 이 책에서 6·25는 민족 간의 내전이므로 미국의 개입과 미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100여년간 서구 열강에 능욕을 당한 중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치욕을 씻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중국몽’을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도 묻어난다. 다만 6·25의 책임 소재에 대해선 “누가 전투를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남측과 북측이 모두 전쟁을 하고 싶어 했다”(상권 117쪽)고 해 우리 국민감정에는 배치될 수 있다.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3개월간 미중 관계를 다룬 책 판매 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5% 늘었다. 현재까지 미중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지식노마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퓨리탄) 등이다. 미중 갈등에 대한 국내 독자의 관심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역량을 확충한다고 밝혀 사드 사태 때처럼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며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최근 반중 정서와 맞물려 양측 감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벚꽃 시즌’ 꽃놀이 대신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문학은

    ‘벚꽃 시즌’ 꽃놀이 대신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문학은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씨가 무르익었지만, 코로나19 위협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꽃놀이 가기는 망설여진다. 청소년들이 집에서 독서를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함양하기에 좋은 계절이나, 학부모로서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지 고민이다.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교육 현장의 교사, 사서,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발간한 ‘2021 추천도서목록’을 통해 추천한 청소년 문학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중학생에겐 청소년 소설집, 과학·역사 소설 등 추천 중학생들을 위한 문학으로는 ‘격리된 아이’,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녹두밭의 은하수’, ‘번개 소녀의 계산 실수’ 등이 있다. ‘격리된 아이’(김소연·윤혜숙·정명섭 지음, 우리학교 펴냄)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기획 소설집으로 청소년 관점에서 쓴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바이러스 확산세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어른과 부딪히는 불합리한 대우와 억울함 등의 심리를 담았다.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김성일 지음, 돌배게 펴냄)는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과학소설로 태양계가 기업들의 경제 식민지가 된 시대를 배경으로 다뤘다. 여우, 알렉스, 슈잉 세 인물의 시점에서 우주여행, 미래 기술 등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크다. ‘녹두밭의 은하수’(안오일 지음, 다른 펴냄)는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동학혁명이 배경인 소설이다. 동학군과 토벌군의 대치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우리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한다. ‘번개 소녀의 계산 실수’(스테이시 매카널티 지음, 강나은 옮김, 씨드북 펴냄)는 번개를 맞고 생긴 후천적 서번트증후군으로 수학 천재가 된 루시가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겪는 이야기다. 수학 천재 이야기지만 전혀 수학적이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등학생에겐 수준 높은 전기·에세이도 추천 고등학생을 위한 문학 도서로는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 워커입니다’ ‘너의 플레이리스트’,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등이 있다.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코닐리아 매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윌북 펴냄)는 영화로 개봉됐던 작은 아씨들의 원작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전기다. 1933년 출간된 책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번역됐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지만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건 아니었다는 이가 고전으로 회자하는 작품 작가가 되는 과정은 대리 만족과 통쾌함을 준다. ‘나는 아동 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 워커입니다’(안도 사토시 지음, 강물결 옮김, 다봄 펴냄)는 아동삼당소 직원인 저자가 겪는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아동 보호 및 학대 방지에 관한 이론이나 실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너의 플레이리스트’(마이클 루벤스 지음, 장혜진 옮김, 봄볕 펴냄)는 몰래 사라진 아빠, 자식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아빠, 죽도록 두들겨 패는 아빠 등 아빠가 아닌 아빠를 가져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무대에서 노래하지 못한 오스틴이 선망하던 뮤지션 셰인 테일러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유쾌하고도 슬프다.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이지아 지음, 스윙테일 펴냄)은 환상적 우주 공간과 미래 지구의 모습, 인공지능을 다룬 소설이다. 버려졌던 우주선 티스테가 어레스 박사에게 발견돼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중고생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가족, 전쟁의 상흔 이야기 등도 주목할 만 중고등학생 모두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문학 도서는 ‘곰의 부탁’, ‘구름사냥꾼의 노래’ , ‘귤의 맛’,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등이 있다. ‘곰의 부탁’(진형민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성장의 경계에 선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삶의 이야기 7편이 실려 있다. 친구의 성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나,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고 피자집 알바에서 배달 대행 알바로 갈아탔다가 낭패를 본 종민이 이야기들이 뭉클하다. ‘구름사냥꾼의 노래’ (알렉스 쉬어러 지음, 윤여림 옮김, 미래인 펴냄)는 미래에 지구의 핵이 폭발해 땅이 흩어져 섬이 돼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크리스찬이 구름사냥꾼이자 전학생인 제닌을 만나며 겪는 모험을 담았다.‘귤의 맛’(조남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82년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쓴 청소년 소설로 중학생 4명이 타임캡슐을 묻으며 한 약속을 전후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이혼한 부모와 어려운 가정 형편 등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아이들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제니 재거펠드 지음, 김아영 옮김, 리듬문고 펴냄)는 엄마의 이혼으로 외할머니댁으로 이사한 12살 시게가 전학을 앞두고 인생을 바꾸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다. 외톨이 소년 시게가 인스타그램 스타인 유노를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묘사했다. ‘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문영숙 지음, 서울셀렉션 펴냄)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열여섯 살 나이로 북한 인민군에 징집돼 끔찍한 경험을 하다 남한에 남게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소설이다. 고향, 가족,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전문가 인터뷰집 발간’ 김제동 “정성껏 차린 음식 같아…유재석·이효리 고마워”

    ‘전문가 인터뷰집 발간’ 김제동 “정성껏 차린 음식 같아…유재석·이효리 고마워”

    “이 책은 정성껏 차린 음식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책과 함께 어떻게 하실지는 여러분 판단이니까 ‘잘 읽어주세요’가 아닌 ‘읽어봐 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방송인 김제동(47)이 각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김제동은 26일 유튜브 공원생활을 통해 출간 기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고 재밌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이분들과 이야기해보면 답이 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가지고 갔다”고 책을 소개했다.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은 김제동이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전문가 7인을 만나 나눈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대중문화평론가 김창남 교수와의 대담을 담고 있다. 그는 “살면서 한 번쯤 가졌던 질문이지만 부끄러워서 못 물어보는 것들, 제가 여러분 대신해서 그 역할을 다했다”면서도 “제가 실제로 무식하다. 김상욱 선생님은 설명하다가 학을 떼시더라”고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전문가 7명 중 만나기 전 가장 설레던 사람으로 심채경 박사를 꼽은 그는 “우주를 보면 땅을 딛고 살아가는 고민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렷한 정치적 색채를 지닌 방송인답게 정치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주장도 내놨다. “기본 소득을 헌법의 기본권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투표권이 있는 것만큼이나 경제적 주권이 있어야 자기가 사는 세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천사를 써준 유재석, 이효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도 전했다. 그는 “내가 뭘 하면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지만, 조금씩 시끄럽다. 내가 뭔가를 하면 그 자체가 다른 의미로 읽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분들까지 포함해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그 과정에서 늘 시끄러워서, 추천사 써준 효리씨에세 시끄럽게 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갈까 봐 늘 미안하고 고민될 때가 있다”며 (이효리에게) 전화해서 ‘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 했더니 ‘여기 촌이라 잘 안들려’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해도 위안이 되는 사이가 있고, 그런 말 한마디 속에서 살아갈 힘이 되는 사이가 있지 않나”며 “여러분에게 이 책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제동의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을 비판한 리뷰 글이 삭제돼 ‘검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정진석 추기경 건강 호전…병석에서 깨며 “평화를 빕니다”

    정진석 추기경 건강 호전…병석에서 깨며 “평화를 빕니다”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한 정진석 추기경의 건강 상태가 크게 호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지난달 21일 몸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오면서 주변 권고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병석에 있은 뒤로 세 번의 큰 고비가 찾아오며 한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으나 이달 초부터 점차 건강을 회복하더니, 최근에는 음식 섭취를 준비할 정도로 몸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추기경님이 말씀을 다 알아들으시고, 잠에 들었던 추기경께서 깨어나시면서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을 해 주변 간호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지난달 정 추기경의 건강이 악화하자 선종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간 바 있다. 정 추기경이 연명 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와서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정 추기경에게 병자성사를 드리기도 했다. 병자성사는 가톨릭 일곱 성사 중 하나로, 병이 들거나 늙어서 죽을 위험에 놓인 신자의 구원을 비는 의식이다. 하지만 정 추기경은 한 달 사이 호흡이나 혈압 등의 수치가 좋아진 것은 물론 장기 활동도 이전보다 나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 사이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 추기경은 1961년 3월 18일 명동대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는데, 이날이 사제로 서품된 지 60주년, 회경축(回慶祝)을 맞는 날이었다. 서울대교구는 다음 달 1일 명동대성당에서 올리는 성유 축성 미사 때 정 추기경과 그의 사제 서품 동기인 유봉준, 김득권 신부의 회경축 축하 행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선종한 김병도 몬시뇰도 사제 서품 동기지만 안타깝게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극장서 왓챠 엄선 영화 본다…CGV 새달 1일 왓챠관 운영

    극장서 왓챠 엄선 영화 본다…CGV 새달 1일 왓챠관 운영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엄선한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왓챠와 CGV는 다음 달 1일부터 전국 14개 CGV 극장에서 왓챠가 엄선한 작품들을 상영하는 CGV 왓챠관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우선 왓챠의 수입·배급작인 ‘리틀 조’와 ‘스왈로우’가 14개 모든 왓챠관에서 상영된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묘한 꽃을 발견하고 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리틀 조’는 에밀리 비첨에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스왈로우’는 삼켜서는 안 될 것을 삼키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여성 이야기다. 또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비롯해 ‘소공녀’, ‘파수꾼’, ‘남매의 여름밤’, ‘최악의 하루’, ‘힘내세요, 병헌씨’ 등 6편을 다양성 영화 기획전으로 묶어 14개 상영관에서 2주씩 번갈아 재상영한다. 첫사랑의 설렘을 담은 영화 ‘건축학 개론’과 ‘늑대소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확장판도 다시 볼 수 있다. 왓챠관을 운영하는 상영관은 서울 강변·목동·왕십리·용산아이파크몰·신촌아트레온·영등포 등 서울 6곳과 의정부·일산·동수원·죽전·인천 등 경기·인천 5곳이다. 이밖에 충남 천안 펜타포트와 부산 서면·센텀시티 등이 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방대한 취향 데이터를 보유한 왓챠와 세계적 수준의 극장 인프라를 가진 CGV와의 협력으로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선거 앞두고...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 출간과 동시에 10위

    선거 앞두고...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 출간과 동시에 10위

    유튜브 구독자 207만명, 누적 조회 수 14억 회를 넘어서는 인기 크리에이터 ‘흔한 남매’의 코믹북 ‘흔한 남매 7’이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친여 성향 유튜버가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을 비판한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출간과 동시에 종합 10위를 차지했다. 26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3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흔한 남매 7’은 전주에 출간하자마자 1위에 오른 기세를 이어갔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2위)과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3위)이 뒤를 잇는 등 톱10 가운데 1~7위는 변동이 없었다. 일본의 만화가 아쿠타미 게게의 ‘주술회전. 13: 시부야 사변(벽력)’과 시민단체 ‘파란장미시민행동’ 최인호 대표의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각각 출간과 동시에 9위와 10위에 진입했다. 특히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2017년부터 유튜브 채널 ‘최인호TV’를 운영하는 최인호씨의 책이다. 저자 최씨는 서문에서 “나는 김어준 파쇼의 종식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또 책 소갯글에서도 “김어준은 ‘한 사람의 방송인’에 머무는 존재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상당수 시민이 완장을 차고 부대를 만들어 동료 시민들을 겁박하고 세뇌하는 ‘파쇼적’ 현상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며 “그 광풍 뒤에 ‘김어준’의 실루엣이 어른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 최씨는 ‘최인호TV’에서도 김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 왔으며, 검찰개혁에도 우호적으로 알려졌다. 친여 성향 유튜버임에도 대표적 친여 방송인으로 평가받는 김어준씨에 대해선 비판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교보문고 3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흔한 남매 7 (흔한 남매·아이세움) 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 3.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염승환·메이트북스) 4. 나의 첫 투자 수업 1 (김정환·트러스트북스) 5.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6. 아몬드 (손원평·창비) 7.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리더스북) 8. 마지막 몰입: 나를 넘어서는 힘 (짐 퀵·비즈니스북스) 9. 주술회전. 13: 시부야 사변(벽력) (아쿠타미 게게·서울미디어코믹스) 10.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 (최인호·이맛돌)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책 속 한줄] 신념 때문에 하는 거짓말의 위험

    [책 속 한줄] 신념 때문에 하는 거짓말의 위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종합하고 단순화하기 위해, 또는 일을 더욱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며, 때로는 악의를 품고 더러는 확고한 신념 때문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바로 이 신념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가장 비극적이다.(114쪽)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에세이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열린책들)에서 신념 때문에 하는 거짓말이 비극적인 이유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 처지에서 보면 실제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보가 부족한 탓에 참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큰 참사로 이어진다고 꼬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80% 상승했다. 집값을 잡으려 규제 대책을 내놓을수록 오르는 악순환을 거듭했지만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은 종합적으로 다 작동되고 있다”고 실패를 부인하기에만 급급했다. 뒤늦게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2·4 공급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겹쳐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규제 일변도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부득이하게 거짓을 말하게 됐다고 변명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어린이 책] 쉿! 우리한테도 비밀이 있답니다

    [어린이 책] 쉿! 우리한테도 비밀이 있답니다

    찬이는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창밖의 남산타워를 바라본다. 학교에 가지도 않고 야단도 맞지 않고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남산타워가 부럽기만 하다. 그런데 어느 날 찬이가 남산타워에게 말을 걸자 타워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찬이는 같이 지내고 싶다는 타워를 숨겨 주지만, TV 방송에서는 연일 남산타워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난리가 나 내심 걱정이다.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 대상작인 심순 작가의 동화집 ‘비밀의 무게’는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아 유심히 바라보지 않던 존재들을 무대에 올린 동화 3편을 담았다. 표제작 ‘비밀의 무게’가 남산타워와 찬이의 우정을 다뤘다면 ‘다 사정이 있어’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지나게 된 유나를, ‘가장 귀한 눈물’은 바쁜 엄마 대신 할아버지의 돌봄을 받는 승모를 비춘다. 주인공들은 모두 가슴에 작은 비밀을 하나씩 품고 있다. 유나는 집 안을 어지른 범인이 누구인지 알지만 끝내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는다. 승모는 요정으로부터 “가장 귀한 눈물을 흘리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듣지만 어른 도움 없이 나름대로 소원을 이룰 방법을 찾아 나선다. 작가는 이를 통해 귀엽고 천진난만하게만 느껴지는 어린 존재들도 각자 삶의 진실을 감당해 낼 만큼의 힘을 품고 있음을 보여 준다. 비밀의 무게를 감당하는 만큼 성장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극적 반전은 없지만 뜻밖의 마법과 비밀,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을 통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동화를 읽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55년 문인의 삶을 지탱한 이야기들

    55년 문인의 삶을 지탱한 이야기들

    엄혹한 일제 시대 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몸소 체험한 소년은 자신이 목격한 삶의 긴박감, 폭력과 야만을 고스란히 글로 옮기고 싶다. 한반도의 남쪽 끝까지 침투한 이념 대립을 몸에 새긴 그는 어릴 때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지혜와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성장한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은 한승원(82) 작가가 인생 단 한 권의 자서전 ‘산돌 키우기’를 내놨다. 두 작가(한강, 한규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나의 마지막 진술이 될지도 모르는 이 책은 내가 이야기를 통해 삶의 빛을 얻고, 순전히 이야기의 힘으로 살아왔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6·25 당시 인민군에 점령당한 고향에서 반동으로 분류돼 곤욕을 치른 아버지, 인민군이 패퇴하자 좌익 부역자로 총살당한 매형과 당숙 등 이념 전쟁의 쓰라린 추억은 자신을 구원했던 이야기의 힘을 타인과 나누는 ‘문학’이란 병으로 발현한다. 작가는 “나의 초기 소설에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내 어린 시절에 체험한 야만 사회의 고발”(198쪽)이라고 고백한다. 어렸을 때 산에서 주워 온 석영을 땅속에 묻어 놓고 물을 주면 쑥쑥 자란다고 믿었고, 지금도 산돌 하나를 묻어 놓고 키운다. 책에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일, 교직을 부업으로 삼으며 신인 작가로 살던 시절, 재벌 회장의 전기 청탁을 받고 고민했던 일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지켜본 울분 등 문인으로서 삶의 태도가 녹아 있다. 더불어 우리 현대문학사의 단면도 엿볼 수 있다. 1997년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돌아가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작가에게 글쓰기는 도를 묻고 공부하고 깨우쳐 가는 행위였다. 작가의 딸인 소설가 한강은 추천사에서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어떤 경우에도 문학을 삶 앞에 두지 않겠다고. 다만 반짝이는 석영 같은 이 페이지들 사이를 서성이고 미끄러지며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허문영 평론가 위촉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허문영 평론가 위촉

    부산국제영화제는 25일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 집행위원장에 영화평론가 허문영 씨를 위촉했다고 밝혔다. 허 신임 집행위원장은 시사매거진 월간중앙과 영화 잡지 씨네21을 거쳐 2002년부터 부산영화제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2005년부터는 시네마테크 부산과 영화의전당에서 프로그래밍과 시네마테크 운영을 총괄해 왔다. 오석근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차승재 위원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공동운영위원장에 위촉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창립 멤버인 오 위원장은 영화 제작과 연출은 물론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아시아영상위원회 의장,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쳤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새로 위촉된 두 수장을 주축으로 하반기 영화제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10월 11월부터 14일까지 개최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