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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필리핀 자선 콘서트 참석 ‘마라위 피난민-코피노 가족 위해’

    비, 필리핀 자선 콘서트 참석 ‘마라위 피난민-코피노 가족 위해’

    가수 비(정지훈)가 11월 3일 필리핀 쿠바오 아라네타(Araneta Coliseum)에서 열리는 필리핀 자선 콘서트(Philippine Beneficiary concert) 무대에 선다. 비의 공연 소식이 쿠바오 아라네타 페이스북에 소개되자 3일 만에 4천3백만 명의 ‘좋아요’를 누르는 듯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또한 이 행사는 비뿐 아니라 필리핀 내 토크쇼 일인자로 불리는 보이 아분다(Boy Abunda), 필리핀 유명 아티스트들, 필리핀 유명 블로거들이 예쁜언니(Yeppunonnie Corp.)와 필리핀 현지 프로듀서/아티스트인 발 존(Val John)을 통해 초청되고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행사의 가장 주목할 점은 자선단체를 통해 마라위(MARAWI) 피난민들과 코피노(KOPINO)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는 목적의 자선 행사라는 점이다. 소외된 계층과 극빈곤층을 위한 뜻깊은 자리 마련을 위한 이번 행사는 마라위 피난민들의 생계지원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코피노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행사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행사 직후 애프터 파티를 통해 정부 관계자와 재단 관계자들에게 전달될 예정. 이렇듯 유례없는 자선행사에 뷰티/미디어 커머스 기업 메이트 코퍼레이션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도하고 있다. 메이트 코퍼레이션의 주도로 무대 주변에서 한국 뷰티 전문 기업들이 자리하며 부스에서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월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비와 김태희는 9월 임신 소식을 전했다. 오는 11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지연 운항 진에어 ‘배상 차별’

    지연 운항 진에어 ‘배상 차별’

    기체 문제로 항공기 이륙이 11시간이나 지연돼 논란을 빚은 저가항공사 진에어가 일부 승객에게만 보상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운항 지연으로 피해를 입고도 배상이나 보상을 받지 못한 승객들은 집단소송에 나설 계획이다.코피노 지원단체 활동가 구본창(55)씨는 지난 9일(현지시간) 오전 1시 50분에 필리핀 클라크에서 진에어 여객기를 타고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출발 2시간을 앞두고 약 11시간 지연된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이 여객기는 전날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승객을 싣고 클라크로 간 뒤 다시 승객을 태워 인천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천에서 이륙할 때 화재 경고등이 오작동을 일으켜 긴급 회항하는 바람에 왕복 구간 모두 11시간씩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 문제는 진에어가 인천에서 출발하는 일부 승객에게는 숙박비, 식비 등을 보상했지만 클라크에서 기다리던 승객에게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씨는 “진에어는 운항이 지연된다는 통보만 했을 뿐 숙박시설을 연결해 주거나 추가 비용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귀국 후 항공사에 연락했지만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으로 지연됐기에 어떠한 배·보상도 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진에어 측은 “왕복 비행기의 일부 승객에게 호텔을 예약해 줬고, 다른 승객에게는 추가 숙박비를 실비 처리해 준다고 공지했고 실비를 지급했다”고 해명했지만, 많은 승객은 이런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인천행 비행기 승객이었던 이경환 변호사는 “승객 10여명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추가 소송 참가자도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인천발 클라크행 여객기의 지연 책임이 항공사에 있을 경우 이 때문에 연쇄적으로 지연 피해를 본 클라크발 인천행 여객기 승객에게도 항공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에어 측은 지연 사유에 대해 내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윤여정 “누구의 거울 되긴 싫어요…나다운 게 젤 좋은 거지”

    윤여정 “누구의 거울 되긴 싫어요…나다운 게 젤 좋은 거지”

    “한동안 길을 가다가 처지가 안 좋은 노인들을 보면 마음이 괴로워서 고개를 돌렸어요. 이런 영화를 찍은 계기로 인권 운동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고개를 돌리는 비겁한 사람이 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후배에게 했더니 저를 위로하데요. 보시는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 하는 거라고. 저에겐 나서서 모금하고 도네이션(기부)하는 게 보시가 아니라 그 역할을 해냄으로써 보시한 거라고.” ●노인의 삶, 극한 직업… 가슴 아프다가도 우울 윤여정(69)은 이재용 감독의 저예산 영화 ‘죽여주는 여자’(6일 개봉)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속칭 ‘박카스 할머니’ 소영을 연기했다. 그간 배우를 감정 노동자로 여겨 왔는데 이번엔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가 쉽지 않았다. “제 나이에 모르는 일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세상이 또 있구나 했죠. 제가 연기하는 자체도 힘든데 이걸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가도 짜증이 나고 우울해졌어요.” 어찌 보면 자극적인 소재인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인 문제 전반으로 외연을 넓힌다. 서비스가 죽여주는 것으로 소문이 난 소영은 우연하게 죽음을 갈망하는 노인들을 돕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중병으로 독립생활을 하지 못해 자존감이 파괴된 노인, 치매로 인해 자아 상실의 공포에 시달리는 노인, 사랑하는 이의 상실로 절대 고독에 빠진 노인을 비추며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노인들만 보듬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과 트랜스젠더, 필리핀과 한국 혼혈인 코피노 꼬마까지 우리 사회 소수자의 모습을 아우른다. 최근 노년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 늘고 있다. 윤여정 또한 ‘장수상회’, ‘디어 마이 프렌즈’, ‘죽여주는 여자’ 등의 영화와 드라마가 이어졌다. “우리는 깡패 영화가 잘되면 그런 영화만 계속 나오고 그러잖아요. 애들 영화가 나오면 늙은이 영화도 나오고 해야 하는데 한 곳으로 전진 또 전진하는 건 재미없는 것 같아요.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가 있다면 우리처럼 조그만 예산으로 하는 영화도 만들어져서 몇 명이라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요? 전 그냥 윤여정이에요 어느덧 연기 인생 50년. 많은 후배가 멘토이자 롤모델로 꼽는다고 하자 부득부득 손사래를 친다. “전 누구에게 거울이 되는 거 싫어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 문장이 ‘비 유어셀프’(Be Yourself)예요. 그저 나다운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전 우리 배우를 해외 배우와 비교하는 것도 싫어해요. 저를 두고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나 이자벨 위페르라고도 하더라고요. 왜 그들과 비교해서 저를 평가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를 모르시나요?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의 윤여정이라는 배우예요.” 50이라는 숫자가 오히려 부끄럽다고도 했다. “제가 그 오랜 세월 수를 놓았다면 장인이 됐을 텐데 연기는 오래했다고 잘하는 건 아니에요. 무서운 신인이 나와 저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죠. 저는 그저 50년이라는 세월의 때가 묻은 배우가 된 거예요. 오염이 많이 되고 타성이 많이 생긴…. 제가 늙어서도 도전을 많이 한다고들 하는데 그냥 노력하는 거예요. 되도록 다른 역할을 하며 그러는 척 위장을 하는 거지요.” ●50년 연기 인생… 그저 세월의 때가 묻은 배우죠 데뷔 초기를 제외하면 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본격적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은 것은 2003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부터다. “제가 젊었을 때는 영화가 TV보다 열악했어요. 제가 먼저 기피했던 부분이 있죠. 돈도 TV보다 조금 주고요. 호호호. 여전히 그런 세상인 줄 알았는데 달라졌더라고요. 그렇다면 한번 해보자 싶었죠. 또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아득바득 연기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환갑 넘어서는 그간 내 의무를 다했으니 이젠 여유를 갖고 내가 하고 싶은 작가, 감독과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며 사치스럽게 살아 보자 싶었죠. 스스로에게 보상해 주고 싶은 게 있었지요.” 칠순에 접어든 배우로서 ‘100세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재앙이라고 봐요. 사람은 85세를 정점으로 정신이 망가지든 몸이 망가지든 내리막을 걸어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네요. 배우들이 흔히 무대에서 죽고 싶다고 하잖아요. 그 표현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윤여정으로 자아를 잃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를 하다가 죽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축복스러운 일이겠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두 번 버림받고 희귀병… 코피노 루터를 도와주세요

    두 번 버림받고 희귀병… 코피노 루터를 도와주세요

    “난치성 희귀병에 치아종양을 앓고 있는 김루터(5)군의 딱한 사정을 들은 한 건설업자가 청주 성모병원과 협의해 수술비와 체류비를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후원자와 돌연 연락이 끊겼고 수술은 무산됐죠. 소식을 들은 루터 엄마는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요.” 20일 코피노지원단체인 ‘위 러브 코피노’(WLK)의 구본창(53) 대표는 “아이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후원자의 도움의 손길이 끊겨 사실상 2번이나 버림받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루터는 필리핀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코피노’다. 엄마 아미루터 안시로(30)는 2011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가 학생이었던 김모(28)씨를 만나 루터를 가졌다. 그런데 김씨는 안시로의 임신을 안 뒤 부모 핑계를 대며 한국으로 돌아갔다. 안시로는 필리핀 명문대를 졸업하고 현지에선 고소득 직종인 은행 콜센터에 취업하면서 루터를 혼자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 초 루터가 희귀 난치성 질환인 ‘G6PD 결핍증’(적혈구 효소 결핍으로 인한 빈혈) 진단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콩을 먹으면 빈혈이 심해지고 혈액암도 유발할 수 있어 특수 분유를 먹어야 했다. 병원비만 한 달에 50여만원이 들었다. 월급이 75만원 선이던 안시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안시로는 2014년 5월쯤 김씨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꼬박 1년이 지나 1000만원가량을 받았다. G6PD 결핍증은 식이요법이 중요한 질병이라 안시로는 루터를 돌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비교적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파출부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5개월 뒤 루터에게 치아종양까지 발견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종양이 뇌와 심장으로 번져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는 상태라고 구 대표는 전했다. 필리핀에는 치아종양 수술을 할 만한 병원이 없어 한국에 오고 싶지만 수술비와 체류비까지 합하면 18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안시로의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다행히 지난 4월 후원자가 나섰다. 건설회사 본부장이라고 한 A씨가 비용을 대고 청주 성모병원과 협의해 지난달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자신의 건강을 이유로 수술을 지난 15일로 미뤘다. 그러나 그마저도 진행되지 않았다. 본지는 A씨에게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구 대표는 “A씨는 루터 수술비로 5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데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술만을 기다려 온 루터와 가족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며 “다른 후원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CIA, 테러 용의자 나체 찍어 ‘성적 모욕’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 등 위험인물들의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폭로했다. CIA가 2001년 9·11 이후 테러 용의자를 수사하는 데 있어 ‘성적 모욕’을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기밀 자료로 분류된 이 나체 사진들 속에서 일부 용의자는 눈이 가려지고 손이 묶여 있었으며 얼굴에 멍자국이 있기도 했다. 일부 사진에서는 용의자 옆에 CIA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사진 속 용의자들은 CIA가 고문이 가능한 다른 동맹국가로 용의자들을 보내는 이른바 ‘특별 인도’ 대상자들이다. CIA가 국내법에 막혀 미국에서 하기 어려운 고문을 다른 나라에 아웃소싱한 것이다. 이러한 ‘하청 고문’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빌 클린턴 정권 이후 최소 50명이 다른 나라에 보내져 고문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IA가 나체 사진을 찍는 명목은 외국 정보기관이 용의자에게 가혹 행위를 해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우리(CIA)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증거를 남겨 법적·정치적으로 면책받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권운동가 등은 이는 성적 모멸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전쟁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비난한다. 인권의사회의 빈센트 이아코피노 박사는 “나체 사진을 찍는 것은 성적 모욕”이라면서 “잔인하고 비인간적·모멸적인 대우이며 고문으로 볼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인도주의 이니셔티브의 너새니얼 레이먼드 연구원도 “수감자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은 제네바협약을 비롯한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며 “CIA나 미국 정부가 고의로 용의자의 나체 사진을 찍은 증거가 있으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단독] ‘코피노’ 아빠 얼굴 공개한 인권운동가 피소

    외롭게 자라난 아이들에게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그들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사진을 일반에 공개했다면 찬사를 받아야 할까, 비난을 받아야 할까. ‘코피노’ 소송 지원단체 ‘위 러브 코피노’(WLK)의 구본창(53) 대표가 명예훼손 및 초상권 침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코피노란 한국인을 뜻하는 ‘코리안’과 필리핀인을 뜻하는 ‘필리피노’의 합성어로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뜻한다. 구 대표는 지난해 6월 10일부터 ‘코피노 아버지’의 명단을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공개해 왔다.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코피노들이 아빠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과 함께 아이들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한국 남성들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 있다. 구 대표는 코피노 어머니들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명단을 갱신하고 있다. 명단을 보고 코피노 아버지가 연락을 해오면 이름과 사진을 빼주는 방식이다. 지난 6개월여 동안 한국인 아버지 42명 가운데 32명이 실제로 구 대표에게 연락을 해왔다. 명단이 올라올 때부터 초상권 침해 논란이 있었다. 이에 구 대표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으로 도망간 코피노 아버지를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락이 오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왔다.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해도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는 구 대표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코피노 아빠가 지난 16일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를 찾는 아이의 생존권보다 도망친 아빠의 초상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구 대표는 다음달 7일 한국에 들어온다. 명예훼손 혐의 적용 여부는 ‘공익성’이 얼마나 인정될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코피노 아버지들의 초상권을 침해해 그들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도망간 코피노 아버지를 찾아주려는 ‘공익성’이 더 크다고 인정되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지미 변호사는 “코피노 아버지들이 필리핀에 가서 혼외자식을 낳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맞을 경우에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의 소지는 있다”며 “다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비방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 참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 변호사는 “코피노 아버지들의 신상정보 공개 범위가 지나치지 않나 하는 판단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코피노들이 겪고 있던 고통과 앞으로 생존을 위한 절박감이 강조된다면 충분히 공익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씨줄날줄] 코피노의 슬픔/문소영 논설위원

    1960~70년대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 군인·근로자와 베트남 현지 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라이따이한’ 문제로 한국 남성의 무책임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한 때가 2000년대 초였다. 그런데 이번엔 ‘코피노(Kopino)’가 불거졌다. 아버지 세대가 지나가자 아들 세대의 수치가 드러난 것일까. 코피노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핀 사람이란 필리피노(Filipino)가 합성된 말로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를 둔 아이들을 말한다. 한국 법원은 최근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코피노가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하자 그 손을 들어줬다. 필리핀 내 코피노가 약 1만~3만명으로, 이번 승소를 계기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려진 코피노를 보면 한국 남성의 이중잣대와 뻔뻔스러움이 보인다. 한 언론이 분석한 코피노 가정 28가구의 실태를 보면 한국인 남성의 평균나이는 37.5세로 약 40%는 이미 한국 등에 가정을 두고 있었다. 필리핀 여성의 나이는 평균 23.2세로 미혼이다. 한국 남성의 주된 직종은 회사원(8명)으로, 자영업(4명)과 종교인도 2명이나 끼어 있었다. 즉 10대 말에서 20대 초의 어린 여성을 꾀어내 사귀고 임신이 되면 나 몰라라 하고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다.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거짓이었다. 환율도 좋고 골프 치기에 좋은 날씨이고, 비행시간도 길지 않으면서 영어가 되는 휴양지로 필리핀이 각광받은 지 오래됐다. 2012년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이 100만명이었다. 여행업 종사자와 유학생, 골프 여행자 등이다. 2004년 국내에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돼 매매춘이 금지된 뒤, 매매춘 수요자들의 해외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필리핀 여성은 가톨릭이라는 종교적 신념 탓에 낙태를 기피해 코피노가 크게 늘어난다고도 한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즐기고 책임지지 않는’ 파렴치한 한국 남성에게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무역하던 한 친구는 한국 남자들의 밤문화가 동남아 현지에 수출되는 것을 통탄했다. 아가씨들을 감언이설로 꾀어내 하룻밤을 성사시키는 데는 천재적이고, 피임을 거부해 임신하면 야반도주한다는 식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서도 새는 격에 비유할 만하다. 한국전쟁 때 양공주나 주한 미군 기지촌의 여성문제에 민감하고 자존심 상해하던 한국 남자들은, 필리핀·베트남 여성들을 비탄에 빠뜨리는 그 남자들과 다른 것일까. 국제적인 수치다. 도덕군자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하룻밤 풋사랑’이라는 식의 핑계로 코피노를 외면하는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한국이 버린 코피노 형제 직접 ‘아빠 찾기’ 첫 승소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피노’(Kopino·Korean과 Filipino의 영어 합성어)가 국내 법원으로부터 친자 확인을 받아냈다. 코피노가 직접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해 이긴 것은 처음이다. 잘못된 성문화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코피노가 필리핀뿐 아니라 국제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이번 판결은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권양희 판사는 필리핀에 사는 A군과 B군이 한국에 사는 C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전자 감정 결과 A군과 B군은 C씨의 친생자가 맞다”고 판결했다. 한국에서 결혼해 자녀까지 낳아 가정을 꾸리고 살던 사업가 C씨는 1997년 필리핀으로 건너가 회사를 운영하다가 현지 여성 D씨를 만나 동거했다. C씨는 D씨와 두 자녀까지 낳으며 살던 가운데 2004년 돌연 한국으로 귀국했다. 당시 필리핀에서 운영하던 회사까지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C씨는 ‘다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기자 D씨는 C씨의 이름과 사진을 들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불법 체류로 인한 추방 위기에서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를 통해 법률 지원을 받아 2012년 12월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는 C씨에게 법원이 강제수검 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고지하는 등 1년 6개월 넘게 이어진 법정공방은 유전자검사를 관련 기관에 맡기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 A군과 B군이 C씨와 혈연관계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권 판사는 유전자 검사 결과와 함께 필리핀에서 작성된 아이들 출생증명서에 C씨가 아버지로 기재된 점 등을 근거로 지난달 30일 A군과 B군의 친자확인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D씨는 C씨에게 양육비 등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D씨를 무료 변론한 조동식 변호사는 “D씨가 단순히 금전 취득을 위해 소송을 낸 것은 아니다”라면서 “A군과 B군을 C씨 호적에 편입시켜 한국에서 키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정확한 코피노 수가 집계된 적은 없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아동성착취반대협회(ECPAT) 자료를 인용해 ‘3만명에 달하는 코피노가 한국과 필리핀 정부 양쪽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시론] ‘튀기’에서 ‘코피노’까지/하성란 소설가

    [시론] ‘튀기’에서 ‘코피노’까지/하성란 소설가

    그 애가 지나가면 우리는 ‘튀기’라고 수군댔다. 좁은 양미간과 오똑 솟은 코, 고수머리와 흰 피부 등 그 애는 한눈에 띄었다. 몇몇 어른들은 ‘아이노쿠’라고도 불렀다. 나중에야 일본 홋카이도의 원주민 ‘아이누 족’을 일컫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내뱉던 그 말이 암소와 수탕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을 뜻한다는 것도 알았다. 노새와는 달리 튀기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암소와 수탕나귀의 형질을 반반씩 닮았을, 그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형질이 툭 발현되었을지도 모를 그 모습, 기괴했을 듯하다. 한국 전쟁 직후 서양인들의 외모와 피부를 닮은 채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에 놀란 한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그려진다. 얼마나 신기했으면 ‘튀기’란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그 애는 김치볶음을 좋아하고 우리말도 우리만큼 잘하는, 다 같이 웃어야 할 때를 놓치고 한 박자 늦게 웃은 적도 없는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 애는 우리와 섞이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았다. 전쟁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전쟁의 그림자는 너무도 넓고 깊었다. 어디 살고 있을까. 어쩌면 김치볶음의 붉은 기름이 반지르르 묻은 야무진 입술을 벌려 전상국 선생의 소설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의 수지처럼 한국과 제 어머니를 부정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지금 필리핀에는 ‘코피노’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필리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튀기’처럼 모욕적인 말이 아니지만 이미 그 말 속에는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주의의 한 단면과 함께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야만성이 들어 있다. 그 애들은 축복 받아야 할 탄생의 순간, 이미 아버지로부터 버려졌다. 초창기 그들의 아버지는 물가와 교육비가 싸다는 이유로 어학 연수를 온 학생들이었다. 한순간 일탈에 빠져들었던 그들은 필리핀 애인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한국으로 줄행랑을 쳤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누구도 그 애들에게 책임을 따져 묻지 않았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한국 사업가들의 현지처가 된 여성도 있었다. 코피노 수의 증가에는 피임과 낙태를 철저히 금하는 가톨릭 문화의 영향도 있었다. 낮에는 골프 여행, 밤에는 환락가. 필리핀을 찾는 한국의 남성 수가 급증했다. 단순히 쾌락과 욕망만이 남았다. 그들 중에 피임 기구를 착용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고 그 때문에 나이 어린 10대 여성을 찾는 추태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예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코피노들도 급증했다. 많은 코피노들에게 아버지란 자신을 버린 사람일 뿐이다. 한국은 더 이상 아버지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필리핀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 다음 돈을 많이 벌어 한국의 아버지를 찾겠다는 꿈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의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듯하다. 한 사회단체에서 코피노들의 아버지 찾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코피노들 대부분이 극빈층이다. 어머니가 돈을 벌러 집을 떠나 있는 동안 학교에도 가지 못한 코피노들이 거리를 떠돈다. 돈을 벌기 위해 제 엄마처럼 윤락가로 흘러드는 아이들도 있다. 악순환이다. 한국의 아버지를 찾아 최소한의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이 취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개인의 사생활이란 생각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하룻밤 대가치고 너무도 큰 대가라고 억울해할 남성이 많을는지 모른다. 필리핀 여성들이 돈을 노리고 일부러 접근해 임신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한동안 책임 공방으로 시끄러울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한국의 아버지를 찾아주기로 했다는 소식에 가슴 한쪽이 내려앉았을 당신. 그렇다. 당신이 진작 느꼈어야 할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지금까지도 일말의 거리낌이 없이 잠잠한, 이미 죽어버린 건지도 모를 당신의 양심이다.
  • 부산외대·동명대 필리핀 봉사활동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필리핀 빈민가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벌인다. 20일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동명대학교 총학생회 30여명이 이날부터 10일간 필리핀 세부시 라푸라푸지역과 마닐라 일대 빈민가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들은 빈민가 낡은 건물을 수리하고, 벽화 그리기 등을 통해 마을환경개선 활동에 나선다. 기초한글교육, 태권도 시범, 인터넷교육, 한국요리 만들기 등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필리핀 국립대학교 학생자치기구 대표와 세미나를 갖는 등 학술교류행사도 진행한다. 부산외국어대학교도 4년째 필리핀 빈민가에서 ‘사랑의 집 짓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50명의 학생들은 오는 29일부터 12박13일간 마닐라 인근 발라라 마을에 머물면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올해는 현지에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위한 교육과 교육시설 마련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필리핀 ‘코피노’가정에 생필품 전달

    정하균 국회의원은 지난 2일 필리핀 세부 막탄의 부용비치에서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에 대한 지원을 위해 필리핀 코피노어린이재단 등이 마련한 후원 행사에 참석, 코피노 모자가족들에게 필요한 각종 생필품을 전달했다.
  • [01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아이들. 이들은 불법 매춘 관광이나 사업 등으로 필리핀을 찾은 한국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경우다. 남겨진 필리핀 어머니와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 경제난까지 겪고 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은 코피노 아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남편의 말기 암 때문에 전원생활을 시작했다는 부부. 자연에서 생활한지 14년째다. 적당한 운동과 편한 마음가짐, 그리고 남편을 위한 김옥경 주부의 무공해 건강식단으로 지금은 두 부부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단호박 탕수, 자연식 피자 등 암을 물리치는 무공해 식단을 공개한다. ●웰빙! 맛 사냥(SBS 오전 9시) 예부터 조미 재료로 널리 사용돼 온 다시마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해조류다. 영양의 보고로 불리는 다시마의 효능에 대해 알아본다. 더위에 대비한 보양은 물론 맛까지 겸비한 온가족 건강식. 활력을 가져다 줄 건강음식으로 다가오는 여름을 당당하게 맞아보자.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교수님에게 고백을 하겠다고 나서는 의철을 말리는 보라. 그런 보라를 보고 희철은 보라가 의철을 좋아한다고 오해를 한다. 또 보라를 쫓아다니며 감시하는 희철을 보고 현경은 희철이 보라를 좋아한다고 믿는다. 신영은 기말고사가 다가오자 기범에게 커닝을 시켜달라고 조르는데…. ●그여자의 선택(KBS2 오전 9시) 주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장우라는 사실을 깨달은 진진은 극장에서 뛰쳐나온다. 극장에서 진진을 찾던 영규는 대학로에 혼자 있는 진진을 발견하고 진진은 극장에서 전에 사귀던 사람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한편 수정의 엄마는 수정에게 진모의 시나리오 판권을 사주겠다면서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말한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동국을 만나러 회사로 온 윤정은 우경의 차를 들이받고는 우경의 잘못이라고 우긴다. 그를 회사에서 잘라버리라고 윤후를 조르기까지 한다. 노래교실로 찾아온 빚쟁이들로 인해 혜숙이 부잣집 사모님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한편 홍가네 사람들은 연변에서 온 전화로 국화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책 /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류재화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로마는 흔히 신분질서가 확고한 경직된 사회로 간주되지만 사실은 신분 혹은 계급간의 이동이 활발했던 사회다.심지어는 황제의 자리도 특정 도시나 특정 가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이민족과의 결혼도 빈번했고,신분제도도 완화돼 노예의 삶의 질이 평민의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노예가 어느날 제국의 2인자가 되는 일도 가능했다. 로마의 신분제는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고 대대로 지속되는 것도 아니었다.신들을 모시는 제례의식에서도 노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누구 못지않게 컸다.노예가 엘리트 계층으로 편입된 경우도 있었다.클라우디스 황제 때부터 트라야누스 황제 때까지는 이례적으로 해방노예들이 내각 구성원으로 선발됐다.그로 인해 제국시절의 원로원 의원들은 이 노예 출신들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나르키수스 같은 노예는 권력의 2인자로 등극해 신하들의 승진과 재산,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프랑스의 제롬 카르코피노가 쓴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류재화 옮김,우물이 있는집 펴냄)은 ‘세계제국’ 로마의 일상생활사를 2000년의 시간 장벽을 넘어 생생하게 전해준다.역사학자이자 지리학자,비문(碑文)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역사에 대해 섣불리 평가하기보다는 생활상 그 자체를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1939년에 첫 출간된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등 수많은 로마연구자들의 필수 참고문헌이 돼왔지만 국내에서는 이제야 비로소 완역본을 얻었다. 그동안의 로마역사서들은 로마 건국에서 멸망까지 정치와 황제를 중심으로 기술된 것들이 대부분이다.그러나 이 책은 정치나 전쟁,황제의 무훈과 치적 등을 크게 다루지 않는다.그 대신 먹고 마시고 단장하고 일하고 즐기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추적한다. 서기 1세기경 로마 주민은 이미 100만명에 이르렀다.이중 15만명이 실업자로,그들 대부분은 국가가 지원하는 연금으로 생활했다.인구팽창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주택난.제국의 수도에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6층(약 18m)의 주택,즉 ‘인술라(insula, 공동주택)’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그것은 당시로서는 현기증이 날 만큼 높은 것으로 수도와 화장실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물은 우물에서 길어와야 했으며 화장실은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공공시설물이었다.요즘은 이런 고층주택의 주인은 보통 맨 위층에 거주하지만 로마시대에는 1층은 건물 주인이나 그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1차 임대자가 차지했다.꼭대기로 올라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다.주인은 세입자가 세를 제때에 내지 않으면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치워 버려 외부와의 통행을 차단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시대 공공화장실은 무척이나 특이한 장소였다.화려한 대리석으로 꾸며졌으며 분수대가 설치되기도 했다.겨울에는 난로를 피워 안을 따뜻하게 했다.고대 로마인들에게 공공화장실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사교장이었다. 공중목욕탕 또한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고대 로마에서 처음으로 공중목욕탕이 설립된 것은 기원전 2세기 무렵.공중목욕탕은 대중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책임지고 해준다는 제국 통치이념의 상징이었다.여러 황제를 거치면서 로마의 목욕탕은 수천 개가 넘었다.요컨대 고대 로마의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장소가 아니라 최고의 복지공간이었다.로마 시민들에게 목욕은 최고의 레저였으며,공중목욕탕은 황제도 자주 이용했다. 로마제국의 사치와 방탕을 이야기할 때 흔히 드는 일화가 귀족들이 산해진미가 가득한 연회에서 구토를 해 가며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과장된 면이 많다.책에 소개된 로마인들의 연회 혹은 식생활 문화를 보면 아침식사는 대부분 물 한 잔 정도로 건너뛰었고 점심은 간식 수준으로 가볍게 먹었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저녁은 성찬이었다.부자들이 베푸는 연회의 경우 7번에 걸친 요리가 나왔다.그러나 일부 부자나 미식가들과는 달리 대부분 로마인들의 저녁식사는 소박했다. 고대 로마에도 페미니즘이란 것이 있었을까.로마 사회에서 가장의 권한은 2세기 들어 여권이 신장됨에 따라 급속히 약화됐다.가장이 자식과 부인에 대해 모든 권한을 가진다는 법률도 사라졌다.처녀 때 누리던 편안한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하거나 금기시되던 일에 도전하는 여성들도 생겨났다.이혼이 만연했으며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는 일도 흔했다.고대 로마에도 ‘페미니즘 현상’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편 저자는 고대 로마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편협한 이기심의 결과라는 견해를 펴 눈길을 끈다.여성들은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문화와 예술,스포츠를 즐겼지만 직업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다.그들은 직업을 천하게 여겼다.로마 여인들은 어느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남자들을 흉내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현대 역사학에서 생활사 혹은 일상사는 갈수록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거대담론보다는 소소한 일상생활이 인간을 지배하는 하나의 코드로 인식되면서 역사분야에서도 수많은 무명씨들의 삶이 각광받고 있다. 찬란하고 오만했던 세계의 중심 로마.이 책은 그 영원의 도시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 고대 로마인들의 감정과 의식,고민과 희망을 엿보게 한다.그들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정신세계까지 만날 수 있다는 데 또 다른 미덕이 있다.이 책에는 고대 로마연구의 제1텍스트,미시사의 고전이라는 평가가 따른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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