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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 그 흔적을 더듬다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 그 흔적을 더듬다

    극단 코끼리만보는 이름처럼 느리지만 묵직한 걸음으로 연극계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찍어 가고 있다. 2007년 창단한 이래 질곡의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 중 대표작 3편을 모아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에서 9월 한 달간 릴레이로 공연을 이어 간다. ‘착한사람 조양규’(2007)와 ‘말들의 무덤’(2013), ‘먼 데서 오는 여자’(2014)는 각각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걸쳐 그 시대를 살아갔거나 조용히 사라져 간 보통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되살려 낸다. 지난 12일 대학로에서 만난 김동현(50) 극단 코끼리만보 대표는 “우리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박한 연극으로 만들자는 게 극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첫 번째 작품은 창단 첫해 초연하고 이듬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착한사람 조양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조양규’라는 가상의 인물이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실종’된 채 살아간 이야기다.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이 3000명 가까이 전사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그린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죠. 하지만 실종되거나 탈영한 군인들은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망 처리된 그들은 아마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을 겁니다.” ‘사라진 사람’에 대한 관심은 2013년 공연된 ‘말들의 무덤’으로 이어졌다. 한국전쟁 중 일어난 피비린내 나는 양민 학살 속에 죽어 간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재구성했다. 뒤이어 ‘절친’인 극작가 배삼식이 희곡을 쓰고 김 대표가 연출한 ‘먼 데서 오는 여자’를 통해 1970년대 가족을 남기고 중동으로 떠나야 했던 노동자와 남겨진 아내의 고된 삶을 되새겼다. 공연 당시 보조석이 마련될 정도로 흥행했으며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지금의 대학로 연극계 현실에서는 보통의 뚝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김 대표는 “어제와 오늘, 내일을 결합하는 것은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광복 이후 70년이 흐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은 기록돼 있지만 그 이면에 남아 있는 흔적은 쉽게 보지 못합니다. 극장에서 겪는 경험과 감각을 통해 그 흔적을 되새긴다는 건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그 ‘흔적’을 되살리기 위해 김 대표는 실험적인 시도도 마다하지 않았다. ‘착한사람 조양규’에서는 무대 위에 ‘조양규’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7명의 배우가 번갈아 가며 그의 흔적만을 형상화해 보여 준다. ‘말들의 무덤’에서는 ‘산 자’인 배우들이 죽은 자의 말을 그대로 복원한다. “배우들이 사라진 사람들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재연’해서 보여 주는, 그런 가장 연극적인 구조를 통해 관객들은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세 작품이 ‘3부작’으로 묶이기까지 자그마치 8년이 걸렸다. 단원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공동 창작, 방대한 자료 조사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맺은 열매다. “처음 제가 극단 이름을 ‘코끼리만보’로 지었을 때 재미있어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극단 이름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번 릴레이 공연은 ‘말들의 무덤’과 ‘착한사람 조양규’를 1·2부로 묶어 ‘생각나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생각나는 사람’ 9월 2~16일, ‘먼 데서 오는 여자’ 9월 18일~10월 4일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 전석 3만원. (02)889-3561~2.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해외여행 | 중국 구이린Guilin-풍경 그 너머의 고장

    해외여행 | 중국 구이린Guilin-풍경 그 너머의 고장

    억만년의 시간이 빚어낸 경치를 시인묵객들은 천하제일이라 예찬했고, 구이린계림, 桂林을 보지 않고 산수를 논하지 말라고 누군가는 으스댔다. 그러나 마주한 그곳에서 시선을 파고든 건 산과 물의 품에 안긴 사람들이었다. 장엄한 풍광도 삶의 터전일 뿐인 그들은 전통을 잇고 현재를 수긍하며, 리장리강, 漓江처럼 담담히 흐르고 있었다. 순한 웃음을 주던 그 얼굴들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구이린桂林을 여행하기 전 기원전 214년, 진나라 시황제가 처음 도시를 세운 구이린은 광시좡족자치구 북동부에 있다. 수려한 경관은 익히 유명하고 특히, 몇년 전부터는 수십 개의 풍경구를 새로 개발하고 교통까지 편리해져 국제관광도시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구이린은 아열대 기후라 기온이 높고 일 년 내 비가 자주 온다. 크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곳이라지만 실제 체감 온도는 그렇지 않다. 습기 탓에 훨씬 덥게 느껴지고 비가 내린 후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5월 말의 기온이 34℃ 정도였는데 체감온도는 40℃처럼 느껴졌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이기 때문에 가볍게 보지 말고 여행시에는 계절에 맞는 준비물을 잘 챙기도록 한다. 흔히 계수나무 꽃이 피는 가을을 여행의 최적기로 꼽는다. 룽지티톈의 경우 10월 둘째 주쯤 추수를 하기 때문에 황금 논을 보기 위해서는 중국 내 인파가 몰리는 첫째 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구이린桂林 계수나무의 숲 잦은 비에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고작 60일이라는 구이린. 출국 전부터 중국 기상청 예보에 온통 신경이 쏠렸건만. 6월을 앞둔 구이린의 하늘은 머리 위로 폭염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동하는 내내 차창에 코를 박았다. 종일 집안으로 향기가 스민다는 꽃이 피기에는 이른 시기였지만 계수나무는 초여름 무성한 녹음을 뿜고 있었다. 건물 사이 기괴한 봉우리들이 시선을 끌었고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그 사이를 무심히 내달렸다. 구이린은 몇년 사이 빠르게 변화해 왔다. 특히 광시廣西좡족자치구의 교통 요지로서, 잘 정비된 도로에 리장漓江, 샹장湘江의 물길은 광저우와 홍콩, 마카오까지 이어진다. 숲을 이룰 만큼 계수나무가 많다는 뜻을 가진, 구이린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110년의 계수나무 부부수가 있는 곳은 징장왕청靖江王城이다. 징장은 구이린의 옛 지명으로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왕위에 오르면서 장손인 주수겸을 왕으로 임명해 구이린에 파견했다. 왕청은 징장왕의 저택으로 명나라 5년에 착공해 완성까지 20년이 걸렸다. 현재 광시사범대학 왕청캠퍼스로 사용 중인 징장왕청은 시내에서도 중심에 있었다. 견고한 성벽과 네 개의 성문은 당시 그대로지만 종묘, 정자, 누각 등 대부분의 건물들이 중일전쟁1937~1945년 때 파괴되어 1947년 재건한 것이다. 역사전시실로 꾸며진 청윈뎬承云殿에는 12대에 걸친 성의 역사를 모아 놓고 있으며 한 켠에서는 작은 공연도 펼쳐진다. 그 뒤 국학당으로 사용 중인 침궁 앞으로 학생들이 오간다. 우거진 나무터널을 지나 걸음은 두슈펑獨秀峰에서 멈췄다. 66m 높이에 불과한 이 석회암 봉우리는 이름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는데 정상에서 보이는 멋진 전경은 과거 명인들의 동경이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석각이다. 당나라 이래 136개나 되는 석각이 봉우리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새겨졌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송나라 후기 때 문인이던 왕정공王正功이 직접 새긴 시다. ‘구이린의 산수가 천하의 으뜸桂林山水甲天下’이라는 유명한 문장이 그 시 속에 있다. 젊은이들과의 연회에서 흥에 겨워 쓴 시의 한 구절이 구이린을 대표하는 말로 대대손손 기억되리라는 것을 왕정공은 짐작이나 했을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더위에 지쳐 있다 쾌재를 부른 것은 루디옌蘆笛岩에서다. 루디옌은 시내에서 7km 떨어진 광명산에 있는 동굴로 전체 2km 중에 개방된 곳은 500m 정도다. 18℃를 유지한다는 동굴 안은 정말 시원했다. 눈사람, 부처, 사자, 수정궁 등 기이한 형상의 종유석과 석주, 석화가 색색의 조명 아래 영롱한 자태를 드러냈고 안내원의 설명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동굴은 정말 신비로웠지만 여기저기 판매를 목적으로 잘려 나간 종유석을 보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대자연의 예술궁전’이라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분명하다. 구이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평범했던 낮과 달리 밤의 구이린은 화려하게 변신한다. 대표적인 곳이 량장쓰후兩江四湖다. 량장쓰후는 시내를 감싸 흐르는 리장과 타오화장桃花江의 물줄기를 도심의 룽후龍湖, 산후杉湖, 구이후桂湖, 무룽후木龍湖와 연결해 만든 해자라고 할 수 있다. 네 개의 호수는 당나라 당시에도 구이린의 해자였다. 샹산象山공원도 량장쓰후 부근에 자리한다. 흔한 유원지를 떠올리는 분위기 탓에 명성과 달리 조연으로 전락했던 그 코끼리 모양의 돌산은 차라리 밤이 되자 주연의 자리를 되찾은 듯 보였다. 산후 앞 선착장에서 유람선의 차례를 기다렸다. 물 위로 량장쓰후의 랜드마크인 일월쌍탑日月月雙塔이 반짝인다. 금탑은 태양, 은탑은 달을 뜻한다. 유람선이 제 속도를 내고 룽후를 지나는 오른쪽으로는 룽후공원의 밤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조명에 파묻혀 웃고 있다. 함께 손을 흔들었다. 속도가 줄어든 것은 중간 지점 구이후 부근에서다. 재현된 옛 선박모형 앞에서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낚시 퍼포먼스가 연출되고 있었다.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는 긴 목과 주둥이를 이용해 재빠르게 물고기를 잡는다. 배는 다시 미국 금문교 모양의 다리 아래를 지난다. 모두 열 아홉 개나 되는 량장쓰후의 다리 중에는 이처럼 세계 유명 다리를 본뜬 것도 많아 교량박물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뱃놀이의 풍류는 당을 거쳐 송宋대에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많은 호수와 강이 있는 구이린은 수로가 발달해 뗏목과 배를 이용한 뱃놀이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개발이 진행되면서 수질은 나빠지고 하천의 체계는 무너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1998년의 량장쓰후 프로젝트다. 강과 호수를 연결하고 공원 녹지를 조성했으며, 다리와 길을 만들고 수질을 정화하는 작업을 거쳐 2002년, 지금의 량장쓰후를 탄생시켰다. 덕분에 도심의 생태환경 질은 높아졌고 오늘날 쾌적하게 밤의 풍류를 즐기게 된 것이다. 유치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조명들로 몽롱한 사이, 수변 무대 앞에서 유람선이 갑자기 멈춰 선다. 음악과 함께 민속공연이 한창이었다. 감상도 잠시, 출발 지점을 향해 다시 뱃머리를 돌린다. 배 안. 어여쁜 한족 아가씨가 익숙한 우리 노래를 비파로 연주하는 동안 한 시간여의 현대판 뱃놀이가 끝나 가고 있었다. ●룽성 龍勝 눈물로 일군 천국의 계단 구이린에서 77km. 광시와 후난湖南성 접경에 자리한 룽성으로 향한다. 정확히 말하면 룽성 각족各族자치현 허핑和平향, 그곳에 있는 룽지티뎬龍脊梯田이 목적지다. 룽지티톈은 우리가 흔히 다랭이 논이라 부르는 계단식 논이 산 전체를 덮고 있는 곳이다. 두 시간 반 만에 버스가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을 또 가야 한다. 세차게 비가 내렸고 험한 산길 아래는 물줄기가 운무에 쌓인 계곡을 휘감았다. 멀미가 슬슬 올라올 무렵 멈춘 곳은 훙야오红瑶족의 부락인 황뤄야오자이黄洛瑶寨. 60가구, 약 500명이 이곳에 모여 산다. 야오족은 수난의 역사를 가졌다. 원명元明시대 봉건통치자들의 압박을 피해 대규모 야오족이 남쪽으로 이동했고, 특히 명대 97년간은 군대까지 동원한 유혈진압에 시달렸다. 훙야오족이 룽지티톈에 정착한 것도 이 무렵이다. 다채로운 자수를 수놓은 붉은색 옷을 입는 훙야오족은 여인들의 긴 머리가 유명하다. 머리카락 평균 길이는 1.7m, 가장 긴 사람은 2.1m나 된다. 다섯살 때부터 기른 머리를 성인식 때 귀밑까지 자르고는 다시 평생 기른다. 자른 머리카락은 뭉치로 잘 보관해 뒀다가 결혼 후 자녀를 낳으면 틀어 얹는데 그것을 반발盤髮이라 한다. 그리고 머리를 손질할 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아 뒀다가 또 하나의 반발을 만든다. 예쁘게 틀어 올린 머리는 지금의 머리에 두 개의 머리채를 묶어 비로소 완성된 스타일이다. 훙야오족이 이토록 애지중지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머리카락이 부귀영화와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부락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흔들다리를 건너야 했다. 10여 명씩 우산을 든 채 한 손으로 출렁대는 다리를 부여잡고 뒤뚱대며 건넜다. 발아래로 비에 불어난 물살이 아찔했다. ‘천하제일장발촌’이라는 표지석을 지나 들어선 민속공연장에는 훙야오족 문화의 면면이 공연으로 펼쳐진다. 전통차인 유차를 마시며 여인들이 그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감아올리는 퍼포먼스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남성 관객과 함께 연출하는 결혼 풍습도 흥미롭다. 마음에 드는 남성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꼬집고 남성이 여성의 발등을 살짝 밟는 것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공연은 부락에서 가장 나이 많은 81세의 할머니가 창가에서 긴 머리를 빗는 것으로 막바지에 이른다. 놀랍게도 흰머리가 하나도 없다. 훙야오족은 쌀뜨물을 발효시킨 물로 계곡에서 머리를 감는다는데, 일평생 검고 윤기 나는 머릿결을 지니고 있는 비법일지도. 노동이 흐르는 산등성이 풍경 71.6km2라는 가늠하기도 힘든 면적의 룽지티톈은 해발 1,916m 룽지산 자락을 380m부터 높게는 1,180m까지 뒤덮고 있다. 크게 진컹티텐金坑梯田과 핑안티텐平安梯田으로 나뉘는데, 핑안은 좡壯족의 거주지이고 진컹은 훙야오족의 거주지다. 그들은 13세기 원나라 때부터 이 방대한 개간 작업을 시작해 청나라 초기에 완성했고, 지금까지 대를 이어 살고 있다. 방향은 진컹티톈 쪽이었다. 3년 전 설치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기로 했다. 천천히 고도가 높아지고 창밖으로 논이 물결친다. 20분 후, 드디어 가장 높은 진푸딩金佛頂 전망대다. 막 비가 그친 희뿌연 산자락에 온통 용이 춤을 춘다. 논 사이사이 다자이, 신자이, 좡지예 등 부락들이 그림처럼 박혀 있고, 장대한 선율로 흐르는 곳곳에서 모심기가 한창이다. 룽지티톈에는 ‘황금빛 부처의 정수리’라는 진푸딩 외에도 8개의 전망대가 더 있다. ‘달과 일곱 개의 별’, ‘천국으로 향하는 천개의 계단’ 등 저마다 낭만적인 이름을 지녔다. 위대한 이 풍광은 땀과 정성으로 일군 것이라기보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라고 하는 것이 차라리 옳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카메라를 내려놓기 힘든 매력적인 예술작품이기 전에 돌투성이 산을 일구며 죽음과 맞서 온 이들의 삶의 터전인 것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 역설적인 아름다움 앞에서는 그저 말을 잊을 뿐이다. ●싼장 三江 시의 고향, 노래의 바다 또 하나의 소수민족을 만나러 싼장 둥족자치현으로 향한다. 소수민족들이 흔히 그렇듯 이들 또한 한족, 몽고족, 만주족 등 주류의 핍박을 피해 이 변방의 산간벽지에서 거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8개의 부락이 모여 산다는 정양촌 입구. 촌락 입구에서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청양펑위차오程陽風雨橋, 이름 그대로 바람과 비의 다리다. 길이 64.4m에 폭 3.4m, 높이는 10.6m에 이르는 이 다리는 실용성을 넘어 뛰어난 조형미와 아름다운 자태로 세계적으로도 건축양식의 걸작이라 평가받는다. 1916년부터 12년이 걸려 완성됐는데 중국 정부의 중점보호대상문물로 지정되어 있다. 청양펑위차오는 맨 아래에 5개의 청석으로 기둥을 받치고 그 위에 삼나무로 몸체를 만든 후 탑 모양의 정자를 지붕으로 올린다. 다리 내부는 긴 복도 형태다. 놀라운 것은 쇠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서로 맞물려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펑위차오風雨橋는 둥족 마을 어디에나 있다. 현에만 모양이 다른 다리가 100개도 넘는다. 부락과 부락의 경계, 강이 있는 자리에 세우는 펑위차오는 교량의 기능 외에도 영혼을 달래고 액을 막아 복을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펑위차오인 허룽河龍교를 지나니 핑자이平寨다. 이 부락에는 고루鼓樓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펑위차오와 함께 둥족 문화를 상징하는 고루는 공동체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고루를 지을 때는 모두가 힘을 보태고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기도 한다고. 점심은 관샤오冠小촌에서 바이자옌百家宴을 베풀어 성대한 대접을 받았다. 바이자옌은 귀한 손님이 오면 집집마다 대여섯 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모여 접대하는 손님맞이 잔칫상인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전통복장을 한 둥족 여인들이 줄을 맞춰 서서 고음과 저음이 섞인 음색으로 환영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들의 환대는 노랫가락을 타고 둥족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아무 때고 권해도 막힘없이 한 자락을 뽑아낸다. 고유문자가 없는 그들이 노래 속에 역사와 신화를 담아 문화적 전통을 이어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둥족 사회가 ‘시의 고향이자 노래의 바다’라는 서정적 칭호를 갖게 된 것도 민족의 서사를 전승하는 방법이 노래였기 때문이다. 고루 앞 광장. 군무와 함께 연회가 시작된다.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인 루성蘆笙이 갖가지 소리를 내며 광장을 울리고, 이들이 모시는 대모신 싸마薩瑪를 상징하는 우산을 들고서 여인들이 질서정연하게 춤을 춘다. 햇살처럼 사방으로 퍼진 우산살이 마을의 재앙을 막아 준다고 믿는다. 공연이 끝날 때쯤 여인들이 서둘러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상 하나에 두 가정이 만든 음식이 놓이는데 얼핏 봐도 백 가족은 돼 보인다. 둥족은 자신의 집에서 만든 음식상 앞에 앉아 그 자리에 마주 앉은 손님과 함께 식사를 나눈다. 특이한 것은 한자리에서 식사를 마치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을 들고 상을 돌면서 각각의 손맛을 볼 수가 있다. 개구리튀김이나 메뚜기볶음이 앞에 있다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다. 상마다 반겨 주는 얼굴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연신 받아먹었다. 여기저기서 권주가가 끝날 때까지 권하는 술잔을 연거푸 들이켜 곤혹을 치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배를 두드릴 때쯤 마지막 순서는 뚜어예多耶다. 강강술래처럼 음악에 맞춰 모두가 손을 잡고 도는 춤으로 화합의 뜻이 담겨 있다. 연회가 끝났다. 돌아 나서는 등 뒤에서 그들이 또 이별 노래를 부른다. 괜히 목이 메어서 결국 뒤돌아 손 한 번 흔들지 못했다. 바람소리 같고 새소리 같은 그 노래 때문이다. 소수민족 중국에는 한족 외에도 55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에 비해 다른 민족들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1952년 소수민족정책 시행 이후 5개 자치구와 30개 자치주, 120개 현에서 소수민족 자치를 허용하고 있는데 가장 인구가 많은 민족은 1,800만 의 좡족으로 광시에 많다. ▶travel info GUILIN Airline 아시아나항공 ‘인천-구이린’ 직항편이 현재 매주 목, 일요일 20:30에 출발하고 ‘구이린-인천’은 04:55 인천 도착이다. 에어차이나항공은 김포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구이린까지 운항한다. 직항 소요시간은 약 4시간, 경유시 ‘김포-베이징’은 1시간 40분, ‘베이징-구이린’은 약 3시간이 소요된다. TEA 유차油茶 좡족, 둥족, 묘족, 야오족은 복장이나 음식 등 비슷한 풍습이 많다. 그중 하나가 유차다. 구이린의 유차는 궁청 야오족유차, 룽성 둥족유차, 신안유차로 나뉘는데 유차를 만들고 마시는 것을 ‘타打유차’라고 한다. 만드는 방법은 보통 현지에서 나는 차를 살짝 볶아 생강, 마늘, 쪽파 등을 넣고 물을 부어 끓인 후 걸러낸다. 그리고 기름에 튀긴 찹쌀 위에 부어 낸다. 감기를 치료하고 고된 노동 후, 체력회복을 위해 마셔 왔다는 유차는 손님이 오면 꼭 권한다. 훙야오족과 둥족 모두 환영의 뜻으로 유차를 냈는데 둘 다 비슷했다. 맛은 마치 식용유가 섞인 누룽지처럼 약간 애매하다. MUSICAL 둥족의 사랑이야기, 줘메이坐妹 <줘메이>는 둥족의 풍속을 연출한 대형 뮤지컬이다. 현 중심에 자리한 공연장, 둥샹냐오차오侗鄕鳥巢는 새의 둥지를 형상화한 둥근 형태로 천장이 없다. 줘메이는 둥족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서막을 포함, 전체 6장의 구성 안에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켜 춤과 노래로 엮어낸다. 특히 펑위차오와 전통가옥, 흐르는 강 등 둥족의 생활터전을 연출한 무대와 출연자들의 화려한 의상이 볼거리다. www.zuomeisj.com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와우! 과학] 심해 속 ‘거대 물방울’ 정체는 ‘오징어 알주머니’

    [와우! 과학] 심해 속 ‘거대 물방울’ 정체는 ‘오징어 알주머니’

    최근 터키 심해에서 정체불명의 커다랗고 투명한 ‘물방울’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동영상은 수중 사진작가인 루프트 탄리오버와 수중전문촬영업체인 데린언더워터필름 측이 공개한 것으로, 수심 22m 지점에서 발견한 미스터리한 구체를 담고 있다. 마치 물 속에 떠 다니는 물방울을 연상케 하는 이 구체는 다 자란 코끼리 몸집 정도의 크기이며, 잠수부들이 플래시를 비추자 마치 투명한 막으로 감싸 있는 듯 독특한 질감이 나타났다. 실제 잠수부들은 “매우 부드럽고 젤리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미스터리한 구체에 대한 해답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해양동물학자인 마이켈 베치오네가 제시했다. 베치오네 박사는 과학전문매체인 라이브사이언스와 한 인터뷰에서 “잠수부들이 찍은 구체의 정체는 ‘오징어 알’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일반적으로 오징어는 먼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해수면 근처에서 이러한 형태의 ‘오징어 알’을 목격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베치오네 박사는 투명한 구체가 ‘레드 플라잉 오징어’(일명 빨강 오징어, 학명 Ommastrephes bartrami)의 것으로 추정한다. 빨강 오징어는 몸통이 근육질로 단단하며 꼬리 부분이 뾰족하다. 표층에서 1500m 수심까지 서식하며 북서태평양에서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경계수역에서 밀집을 이룬다. 레드 플라잉 오징어는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알 주위로 젤리처럼 투명한 보호막을 씌워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이것을 ‘에그 네스트’(Egg Nest)라 부르는데, 2006년에도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크기가 3~4m 정도 되는 홈볼트 오징어의 알주머니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이 알주머니에는 60만~200만 개의 알이 담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베치오네 박사는 이번에 발견한 것이 당시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줄 영상] 화장실 변기에 코 담근 코끼리 ‘도대체 왜?’

    [한줄 영상] 화장실 변기에 코 담근 코끼리 ‘도대체 왜?’

    코끼리 한 마리가 화장실 변기에 코를 담근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최근 보츠와나의 한 별장 화장실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영상을 보면 지붕이 없는 화장실벽을 넘어온 코끼리 코가 변기에 담겨 있습니다. 녀석은 그 물을 단숨에 들이켜는데, 그 소리가 흡사 변기의 물이 내려가는 소리와 유사합니다. 유쾌한 촌극을 지켜보던 이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립니다. 사진 영상=Africa Geographic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국민사자 세실’ 제2·제3의 세실 판친다…온라인 매매 사이트서 전신 박제 거래 중

    ‘국민사자 세실’ 제2·제3의 세실 판친다…온라인 매매 사이트서 전신 박제 거래 중

    ’국민사자 세실’ 제2·제3의 세실 판친다…온라인 매매 사이트서 전신 박제 거래 중 국민사자 세실 짐바브웨에서 미국 치과의사가 국민사자 세실을 도륙해 논란이 거센 가운데 불법 사냥된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박제 등이 단속망을 피해 온라인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야생동물 불법 거래 단속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베이나 크레이그스리스트 등의 온라인 매매 사이트도 단속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어류야생동식물보호국(FWS) 관계자는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 등을 비롯한 야생동물 거래가 더 신속해지고 수익성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야생동물 불법거래가 횡행하면서 이베이가 2009년 상아 매매를 전면 금지하고, 최근에는 야생동물 불법 거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불법 거래를 100% 차단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이베이에 붉은 갈기가 덥수룩한 아프리카 사자 전신 박제가 4850달러에 올라왔다며, 이 사자가 어떻게 잡혔고, 합법적으로 수입됐는지 여부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사이트인 크레이그스리스트의 경우 이베이와 달리 단순 중개 사이트인 탓에 규제와 실태 파악이 더욱 어렵다. 최근 국제동물보호기금(IFAW)이 미국 14개 도시 등의 크레이그스리스트를 점검한 결과, 4일간 상아와 코끼리 발로 만든 발 받침대 등 야생동물 관련 물품에 대한 게시글을 522건 발견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베이나 크레이그스리스트처럼 공개 사이트가 아닌 ‘어둠의 경로’를 통한 야생동물 불법 거래다. IFAW 관계자는 “중국의 바이두바나 위챗, QQ그룹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밀히 야생동물이 거래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중국 규제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대형 항공사 “사냥 전리품 운송 안해!” 선언

    美 대형 항공사 “사냥 전리품 운송 안해!” 선언

    미국인 치과의사에 의해 도살된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 사건이 전 세계에서 비난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형 민간항공사가 불법 사냥의 ‘전리품’ 운송을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미국의 4대 민간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은 공식 성명을 통해 “오늘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사자와 표범, 버팔로, 코끼리 등의 사냥과 관련한 ‘전리품’을 실어 나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실 사건’으로 공분이 일자 이미 지난주에는 에어프랑스와 싱가포르항공, 스페인 아이베리아 등 세계 유명 항공사들이 델타항공과 같은 뜻을 밝힌 바 있다. 델타항공은 미국과 아프리카를 직항으로 잇는 항공 서비스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즐긴 뒤 전리품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오려는 사냥꾼들 ‘덕분에’ 이익을 취했었지만 세실 사건 이후 승객 및 여론의 압력을 받고 뜻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프리카 현지 항공업계는 여전히 전리품 운송을 허가하고 있다. 사우스아프리카에어라인은 과거 아프리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비행기 내부에서 코끼리 상아가 발견돼 문제가 된 뒤 사냥 전리품 운송을 금지했지만, 지난 7월부터는 금지령을 해제하고 전리품 운송을 재개했다. 현재 사자 사냥을 허용하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은 이를 손쉽게 운반해주는 항공사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된다.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11개국은 합법적인 사자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이중 사냥 업계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남아프리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사냥 산업을 통해 매년 7억 4400만 달러의 이익을 올리고 7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9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에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델타항공을 비롯한 세계 대형 항공사들의 ‘사냥 전리품 운송 금지’ 선언이 실제 아프리카의 사냥 시장규모의 제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뉴욕 포스트는 전망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예쁘니? 난 죽을것 같아”...염색한 병아리 봉지 넣어 파는 관광지

    “예쁘니? 난 죽을것 같아”...염색한 병아리 봉지 넣어 파는 관광지

    핫핑크색 병아리를 본 적 있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병아리는 개나리와 비슷한 옅은 노란색 털을 가졌지만, 이곳에서 ‘팔리는’ 병아리는 조금 다르다. 최근 태국에서는 아이들의 장난감용으로 염색된 병아리가 팔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태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코 란타 섬(Koh Lanta island)에서는 트럭에 가득 실린 병아리들이 팔려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병아리들의 몸 색깔이 핫핑크색, 진한 연두색, 진한 노란색 등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과, 엄연히 ‘살아있는 병아리’들을 공기가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에 넣어 놓고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뜻 보기에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 병아리들을 카메라에 담은 사람은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지나 존스(33)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코 란타섬의 모래 해변 곳곳에서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염색한 병아리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이들은 공기도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 안에 보관되기도 한다. 존스는 “병아리들이 비닐봉투 밖으로 탈출하려 애쓰는 것이 보였지만 도망가지 못하도록 강하게 묶어놓은 탓에 안에서 발버둥치기만 했다”면서 “외부 공기가 35℃에 달하는데, 아마도 비닐봉투 안은 더욱 열기가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마치 유원지에서 비닐봉투에 금붕어를 넣어 파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은 아이들의 값싼 장난감으로 팔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태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동물 학대와 관련한 비난을 받아 왔다. 지난 1월에는 월드스타인 비욘세가 새끼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동물보호운동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비욘세와 함께 사진을 찍은 새끼 호랑이가 철로 된 체인에 묶여 있었고 어미와 떨어져 다른 우리에서 지낸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서커스 공연을 해오던 코끼리 ‘나디아’의 자유를 위해 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한편 염색한 병아리 판매와 관련한 사진이 퍼지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줄 영상] 수영장서 헤엄 즐기는 코끼리

    [한줄 영상] 수영장서 헤엄 즐기는 코끼리

    일본 혼슈 시즈오카 현에 있는 후지 사파리 파크입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유리로 높이 65미터의 거대한 수영장이 마련됐는데요. 날이 더웠는지 코끼리는 물 밖으로 기다란 코만 쏙 빼놓은 채 잠수를 하며 놉니다. 코끼리의 육중한 몸집 때문에 수영장 물은 밖으로 계속 흘러넘치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신이 난 듯 헤엄을 치는 코끼리의 모습이 미소를 자아냅니다. 여름 물놀이를 즐기고 싶어하는 건 사람만이 아닌가 봅니다. 사진·영상=YTViral/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나우! 지구촌] ‘핫핑크 병아리’ 파는 태국 관광지 논란

    [나우! 지구촌] ‘핫핑크 병아리’ 파는 태국 관광지 논란

    핫핑크색 병아리를 본 적 있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병아리는 개나리와 비슷한 옅은 노란색 털을 가졌지만, 이곳에서 ‘팔리는’ 병아리는 조금 다르다. 최근 태국에서는 아이들의 장난감용으로 염색된 병아리가 팔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태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코 란타 섬(Koh Lanta island)에서는 트럭에 가득 실린 병아리들이 팔려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병아리들의 몸 색깔이 핫핑크색, 진한 연두색, 진한 노란색 등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과, 엄연히 ‘살아있는 병아리’들을 공기가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에 넣어 놓고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뜻 보기에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 병아리들을 카메라에 담은 사람은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지나 존스(33)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코 란타섬의 모래 해변 곳곳에서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염색한 병아리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이들은 공기도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 안에 보관되기도 한다. 존스는 “병아리들이 비닐봉투 밖으로 탈출하려 애쓰는 것이 보였지만 도망가지 못하도록 강하게 묶어놓은 탓에 안에서 발버둥치기만 했다”면서 “외부 공기가 35℃에 달하는데, 아마도 비닐봉투 안은 더욱 열기가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마치 유원지에서 비닐봉투에 금붕어를 넣어 파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은 아이들의 값싼 장난감으로 팔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태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동물 학대와 관련한 비난을 받아 왔다. 지난 1월에는 월드스타인 비욘세가 새끼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동물보호운동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비욘세와 함께 사진을 찍은 새끼 호랑이가 철로 된 체인에 묶여 있었고 어미와 떨어져 다른 우리에서 지낸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서커스 공연을 해오던 코끼리 ‘나디아’의 자유를 위해 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한편 염색한 병아리 판매와 관련한 사진이 퍼지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동물의 왕국’/문소영 논설위원

    KBS1 TV 프로그램인 ‘동물의 왕국’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전문적인 자연탐사 케이블 채널이 없었을 때는 더 큰 인기를 얻었었다. KBS에서도 ‘국내 유일의 동물 전문 다큐멘터리’로 소개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해 내셔널지오그래픽, 일본 공영방송 NHK, 유럽의 최고 다큐멘터리 제작사 등 세계 일류의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사들이 제작한 고급 다큐멘터리들을 엄선해 국내 성우의 목소리를 입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요즘 유료 케이블 채널을 신청하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맘대로 볼 수 있지만, 자막을 읽어야 해서 노년의 시청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후 6시쯤 방송하는 덕분에 ‘가족시간대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정적인 장면이 아예 없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다. 사자의 짝짓기나 곤충들의 짝짓기 등을 짧은 몇 초 동안이지만 버젓하게 보여 준 탓이다. ‘동물의 왕국’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라 부르는 정글의 법칙으로 점철됐을까.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있는 사자, 호랑이, 표범 등 포식자가 사바나 초원에 사는 모든 초식동물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이는 편견이다. ‘동물의 왕국’의 열렬한 팬이라면 약육강식으로 정형화가 어려운 야생의 이면을 보게 된다. 자연에서는 힘에 의한 무자비한 지배가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다가는 사멸한다. 대표적으로 ‘밀림의 왕자’ 사자는 예상보다 힘이 세지 않다.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을 언급하지 않아도, 사자들은 어렵게 사냥에 성공해도 떼로 몰려드는 하이에나에게 밀려 사냥감을 양보한다. 암사자들의 조직적인 사냥 기술에도 사냥 성공률도 그리 높지 않다. 10번에 3번 정도이니, 사자도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먹지, 날마다 배부른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 초식동물인 코끼리와는 싸우지도 않는다. 기린이나 얼룩말의 뒷발질에 얻어맞지 않으려고 애쓴다. 초식동물 톰슨가젤의 뜀박질을 따라잡지 못해 사냥을 허탕치는 일이 적지 않다. 야생에서 생존하려면 씁쓸하지만, 타협이 불가피하다. 그런 탓일까. 로마제국은 독수리를, 17세기 유럽의 왕실은 백조나 백합, 장미 등을 상징으로 썼다.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의 표결로 물러날 즈음 ‘동물의 왕국’이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가 최근 펴낸 책에 ‘박근혜 대통령이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이고, 그 이유는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소개된 덕분이다. 사자 왕국의 수사자는 3년쯤마다 한 번 물갈이가 된다. 패배하면 무리에서 퇴출당해 굶어 죽는다. 사실상 무리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것이다. 배신이 무리의 진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코뿔소 뿔에 ‘몰카 설치’…밀렵 인한 멸종 막는다

    코뿔소 뿔에 ‘몰카 설치’…밀렵 인한 멸종 막는다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가 밀렵꾼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대학 연구팀이 코뿔소들의 뿔에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달고 있다고 영국 미러닷컴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몰카는 물론 위성 추적 장치와 심장 박동 측정기, 그리고 헬리콥터를 사용해 코뿔소를 노리는 밀렵꾼들을 잡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체계가 구축되면 코뿔소를 노리는 밀렵꾼들이 감시 단체를 피해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몰카로 촬영한 영상은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곧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시험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앞으로 코끼리 등의 다른 동물에도 적용될 계획이다. ‘RAPID’(Real-time Anti Poaching Intelligence Device)라고 명명된 이 체계를 개발한 폴 오도노휴 영국 채스터대 박사는 “아프리카에서는 6시간마다 코뿔소 한 마리가 희생되고 있다”며 “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자신들이 만든 RAPID를 적용하면 밀렵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밀렵꾼들이 헬기보다 빠를 수 없다”면서 “이 체계는 밀렵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남아공에서는 코뿔소 밀렵이 9000배 이상 증가했다. 코뿔소가 살고 있는 광활한 보호구역을 모두 경계하고 밀렵꾼들을 소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코뿔소 보호 감독관인 스티브 파이퍼는 “내년 초 이 체계를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통제소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뿔소의 뿔에 몰카를 장착하는 것을 꺼림직하게 여기던 환경보호 활동가들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남아공 생태학자 딘 페인케는 말한다. 그는 “언제 어디서 밀렵꾼들이 코뿔소를 노릴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보호구역을 순찰하는 조직이 필요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완전히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매 한 대에 돌변한 코끼리 ‘아찔’

    매 한 대에 돌변한 코끼리 ‘아찔’

    18일(현지시간) 영국판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덴마크의 한 마을의 ‘서커스 아레나스’ 의 코끼리 중 한 마리가 자신에게 매질하는 남성에 화가 나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은 ‘서커스 아레나스’ 소속의 코끼리 세 마리가 해변에서 물장난하고 나오는 모습부터 시작된다. 관광객들로 가득 찬 도로를 통해 서커스장으로 복귀하는 코끼리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잠시 후, 서커스장으로 거의 들어가려던 코끼리를 향해 한 남성이 갈고리 모양의 지팡이를 휘두른다. 이에 흥분한 코끼리가 남성을 쫓아가고 남성은 인근 주차된 차량 뒤로 숨는다. 몹시 화가 난 코끼리가 상아를 이용해 차량을 들어올려 남성을 향해 집어 던진다. 화가 안 풀린 모양인 듯 코끼리가 또다시 남성 쪽을 향해 차량을 밀어붙인다. 한편 이 영상은 당시 현장에 있던 오디마르 뉘고르(48)씨에 의해 포착됐으며 소란을 피운 코끼리들은 당일 밤 서커스 공연을 무리 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BigBang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황우석 “우리가 조직 채취” 박세필 “우리가 세포 재생”

    국내 동물 복제기술의 양대 권위자로 꼽히는 황우석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박사와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가 매머드(맘모스) 복제 기술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박 교수가 시베리아 동토 지대에 묻혀 있던 매머드 조직으로부터 분화한 세포 복제 핵심기술의 소유권을 황 박사가 주장하고 나서며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조호경)는 15일 황 박사가 박 교수와 정형민 건국대 줄기세포교실 교수, 김은영 미래셀바이오 대표 등 3명을 횡령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제기한 고소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우석팀과 박세필팀의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우석팀은 그해 시베리아 지대에 묻힌 매머드 조직을 채취해 러시아 연구팀과 공동으로 복제 연구를 진행했다. 황 박사는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코끼리 난자와 복원시킨 매머드 공여세포를 융합한 복제 배아를 코끼리 자궁에 이식한 후 자연 임신기간(22개월)을 거쳐 매머드를 탄생시키는 방식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분화시키는 것이었다. 황우석팀과 러시아 연구팀이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황 박사는 국내 동물복제 연구팀에 냉동 매머드 조직을 주고 세포 배양 연구를 하도록 했다. 그 작업에 참여한 연구팀이 바로 박 교수와 정 교수, 김 대표다. 박세필팀은 최근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 내고 분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연구팀 간 세포 분화 기술의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촉발된 것이다. 황 박사는 냉동 매머드 조직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는 만큼 연구 성과는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교수는 황 박사가 조직을 넘겨줄 때 연구 성과에 대한 아무런 계약조건이 없었고, 자신들의 세포배양 기술을 적용한 만큼 연구 성과의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내 동물 복제의 두 연구팀 간 횡령과 공갈미수 다툼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과학적 업적을 둘러싼 명예욕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황 박사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와 정 교수와 김 대표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도 끝냈다. 조만간 박 교수도 검찰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황우석 박세필 매머드 소송…정작 연구 논문은 어디에?

    황우석 박세필 매머드 소송…정작 연구 논문은 어디에?

    황우석 박세필 간 매머드 소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동물 복제기술의 양대 권위자로 꼽히는 황우석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박사와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가 매머드(맘모스) 복제 기술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박 교수가 시베리아 동토 지대에 묻혀 있던 매머드 조직으로부터 분화한 세포 복제 핵심기술의 소유권을 황 박사가 주장하고 나서며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조호경)는 15일 황 박사가 박 교수와 정형민 건국대 줄기세포교실 교수, 김은영 미래셀바이오 대표 등 3명을 횡령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제기한 고소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우석팀과 박세필팀의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우석팀은 그해 시베리아 지대에 묻힌 매머드 조직을 채취해 러시아 연구팀과 공동으로 복제 연구를 진행했다. 황 박사는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코끼리 난자와 복원시킨 매머드 공여세포를 융합한 복제 배아를 코끼리 자궁에 이식한 후 자연 임신기간(22개월)을 거쳐 매머드를 탄생시키는 방식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분화시키는 것이었다. 황우석팀과 러시아 연구팀이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황 박사는 국내 동물복제 연구팀에 냉동 매머드 조직을 주고 세포 배양 연구를 하도록 했다. 그 작업에 참여한 연구팀이 바로 박 교수와 정 교수, 김 대표다. 박세필팀은 최근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 내고 분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연구팀 간 세포 분화 기술의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촉발된 것이다. 황 박사는 냉동 매머드 조직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는 만큼 연구 성과는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교수는 황 박사가 조직을 넘겨줄 때 연구 성과에 대한 아무런 계약조건이 없었고, 자신들의 세포배양 기술을 적용한 만큼 연구 성과의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내 동물 복제의 두 연구팀 간 횡령과 공갈미수 다툼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과학적 업적을 둘러싼 명예욕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황 박사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와 정 교수와 김 대표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도 끝냈다. 조만간 박 교수도 검찰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양측 모두 연구 성과에 대한 논문은 발표하지 않아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황우석 박세필 ‘매머드 복제 기술’ 소유권 법적다툼 왜?

    황우석 박세필 ‘매머드 복제 기술’ 소유권 법적다툼 왜?

    황우석 박세필 황우석 박세필 ‘매머드 복제 기술’ 소유권 법적다툼 왜? 황우석 박사가 속해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박세필 제주대 교수가 매머드(맘모스) 복제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다툼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베리아의 얼음 속에 파묻혀 있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 분화시킴으로써 매머드 복제에 가장 중요한 기술 확보에 성공했는데, 이 기술의 소유권이 서로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재단법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극동연방대학이 지난달 18일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 정형민 건국대 줄기세포교실 교수, 김은영 미래셀바이오 대표 등 3명을 횡령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해와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황 박사는 현재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황 박사팀의 매머드 복제 시도는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박사는 2012년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트 및 야나 강 일대의 얼음과 땅속에 파묻혀 있는 매머드 조직을 채취해 러시아극동연방대학과 공동으로 멸종된 매머드를 복제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매머드는 258만년전부터 1만년전에 이르는 신생대 홍적세(洪積世.Pleistocene)에 살던 코끼리과의 포유동물로 길이 50㎝에 이르는 수북한 털과 5m에 달하는 엄니를 가진 게 특징이다. 이 동물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수많은 고대 동물과 함께 멸종했다. 황 박사가 추진하는 매머드 복제 방식은 그동안 태어난 복제동물과 같다. 우선 코끼리 난자에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세포핵을 제거한 뒤 복원시킨 매머드 공여세포와 세포핵이 제거된 코끼리 난자를 융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매머드 복제 배아를 인도산 코끼리 자궁에 이식한 뒤 자연 임신기간(약 22개월)을 거쳐 매머드를 탄생시키겠다는 게 연구팀의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 ‘쥐라기공원’에서처럼 화석 속 곤충을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고 이를 복제에 사용하는 셈이다. 황 박사팀은 수년간에 걸쳐 러시아 연구팀과 함께 이 작업을 해왔지만 최근까지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황 박사팀은 국내외 유명 동물복제 연구팀에 러시아산 매머드 조직을 주고 세포 배양 연구를 하도록 했다. 올해부터 이런 작업에 참여한 게 박세필 교수팀(정형민 교수, 김은영 대표)이다. 그런데, 박 교수팀이 최근 놀랄만한 연구성과를 내놨다. 그동안 온갖 실험에도 꿈쩍도 안하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내고 분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박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최소한 매머드 복제의 가장 큰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데서 터졌다. 두 연구팀이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되살려낸 세포 분화기술의 소유권을 두고 ’동상이몽’이 된 것이다. 박 교수는 황 박사가 조직을 넘겨줄 때 연구성과물에 대한 아무런 계약조건이 없었던 데다 연구팀의 독보적인 세포배양(cell culture)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세포 재생이 가능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황 박사 측은 시베리아에서 들여온 냉동 매머드 조직의 소유권이 분명하고, 자신이 세포배양 연구를 해보라고 준 것인 만큼 당연히 연구성과는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런 양측의 주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황 박사가 속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극동연방대학이 연구성과를 내주지 않는 박 교수팀을 횡령 및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고소인 측 두 단체의 대리인을 상대로 조사를 마쳤으며, 정형민 교수와 김은영 대표에 대해서는 피고소인 조사를 통보했다. 박세필 교수도 조만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검찰은 전망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처음 고소장이 접수될 당시 고소인이 수암생명공학연구원으로 돼 있고, 황우석 박사가 그 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어서 황 박사가 고소인 것으로 (언론에) 잘못 전달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박 교수팀을 고소한 주체는 황 박사가 아닌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극동연방대학”이라고 말했다. 생명과학계는 이번 소송에 ‘과학계 희대의 사건’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논문으로 발표해 과학적 평가를 먼저 받을 일이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할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생명과학계의 한 대학 교수는 “동토에 묻혀있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냈다는 게 사실이라면 최종 복제 성공 여부를 떠나 이것 자체만으로도 유명 과학저널은 물론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양측이 서로의 명예욕을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는 게 올바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메이저 킬러, 한 번에 OK

    메이저 킬러, 한 번에 OK

    ‘플라잉 덤보’(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코끼리 캐릭터)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첫 출전한 미국의 골프 내셔널 타이틀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역전 우승컵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전인지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6289야드)에서 끝난 제70회 US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잡아내고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8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전인지는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양희영(26)을 1타 차로 제치고 첫 출전한 미국 메이저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챔피언 조보다 한 조 앞서 출발한 전인지는 단독 선두인 양희영에 4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15∼17번홀에서 3개홀 줄버디를 뽑아내는 집중력과 승부 근성을 발휘해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전인지는 1998년 박세리의 우승 이후 7번째 한국인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우승한 한국계 미셸 위(26·위성미)를 포함하면 8번째다. 우승 횟수는 박인비의 두 차례(2008년·13년)를 합해 8회(9회)다. 전인지는 전반 9개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챔피언 조의 양희영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추격했지만 10번홀(파4) 벙커샷 실수로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15번홀(파4)이 승부처였다. 12번홀(파3) 버디를 잡아내 재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전인지는 15번홀(파4) 3m짜리 버디를 또 잡아내 각각 1타와 2타를 잃은 양희영과 루이스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선 뒤 16번(파4), 17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로 우승을 예감했다. 유난히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아 벌어 놓은 타수를 다 까먹은 양희영은 결국 1타가 모자랐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데뷔한 전인지는 3년 만에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의 메이저 타이틀까지 석권하며 여자골프 세계 랭킹도 지난주 20위에서 10위로 대폭 끌어올렸다. 데뷔 첫해 국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하고 2년 뒤인 지난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하더니 2개월도 안 돼 US여자오픈 우승컵까지 품었다. 3개 투어 메이저 석권은 2008년 신지애(27·미래에셋)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신지애의 캐디백을 멨던 딘 허든(미국)이 전인지의 우승길을 밝혀준 캐디라는 점도 절묘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씨줄날줄] 백제향로/문소영 논설위원

    흔히 ‘백제향로’라고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백제금동대향로’(百濟銅大香爐)다. ‘백제금동용봉봉래산향로’(百濟銅龍鳳逢來山香爐)라고도 부른다. 1993년 부여 능산리 절터를 발굴하다가 발견했다. 한국에서 발견된 향로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이 향로의 제작 시기는 7세기 초다.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긴 후 정치적 안정을 되찾은 다음으로 추정된다. 전체 높이 64㎝, 최대 지름 19㎝로 향로치고는 대형이다. 2000년 전 한나라 때 만든 ‘박산향로’의 형태를 수용했다고 평가한다. 바다를 상징하는 받침접시 위에 한 개의 다리와 겹쳐진 산봉우리형의 몸체가 특징이다. 향로는 4000년 전 인도가 시초로 박산향로는 고대 중국의 산악숭배, 무속, 불로장생, 무위, 음양 등 도교 사상을 조형적으로 표현했다. 7세기 백제 공예의 자랑이었을 백제향로는 현재 부여박물관의 자랑거리다. 독방에서 조명을 독차지하면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문화재구나’, ‘유물이구나’ 하고 눈길 한 번 주고 휙 보고 돌아서는 사람들조차도 백제향로 앞에서는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다. 우선 백제향로 좌대를 높여 성인 관객의 눈높이까지 올려놓아 관찰하기가 좋다. 크고 형태가 아름답다. 특히 오밀조밀하게 부조된 형태의 다양한 조각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그 안에 빨려 들어가 신선들의 바둑 구경이라고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강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백제향로는 봉황이 뚜껑 장식인 꼭지, 뚜껑. 몸통, 용받침 등 4부분으로 구성된다. 몸통은 아름다운 연꽃잎에 둘러싸였고, 그 연꽃잎들에는 두 신선과 날개가 달린 물고기와 사슴 등 26마리의 동물이 부조 형태로 새겨졌다. 뚜껑에는 턱밑에 여의주를 낀 봉황이 날개를 펴고 앉았고 그 밑으로 74곳의 봉래산 봉우리가 솟아 있다. 그 안에 호랑이, 사슴, 코끼리, 원숭이 등 상상의 동물을 포함해 39마리의 동물과 11인의 신선이 있어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하다. 봉황 뚜껑 장식 바로 밑에서는 5인의 악사(樂士)가 각각 피리, 비파, 퉁소(簫), 거문고, 북을 연주하고 있다. 받침은 높이 22㎝로 한 마리의 용이다. 세 다리는 바닥을 딛고 한 다리는 위로 치켜세운 자세로 용은 목을 세우고 향로의 몸체를 이루는 연꽃의 줄기를 입으로 물어 떠받치고 있다. 지난 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선정됐다. 공주 송산리 고분군과 공산성,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등 8곳을 포괄했다. 백제는 신라나 고구려보다 먼저 멸망했지만, 당대에 섬세한 문화를 꽃피웠다. 군사력은 달렸지만, 경제적으로는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남북 통일이 돼야 고구려와 고려의 유적을 접할 수 있는 만큼 그 사이에 백제 역사 유적을 경주만큼 사랑해야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교역 390배 증가… 정경분리로 日 활용 ‘잃어버린 20년’ 넘어야

    [새로운 50년을 열자] 교역 390배 증가… 정경분리로 日 활용 ‘잃어버린 20년’ 넘어야

    한·일 수교 50주년인 요즘 이젠 추격을 멈추고 일본을 넘어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을 따라가다가 주요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관계에까지 이르렀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구조나 경제발전 단계상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 이젠 반면교사와 정경분리를 통해 일본을 적극 활용해 동아시아 경제통합과 우리 경제의 추가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끼리밥솥, 소니 워크맨. 1970∼80년대 일본에 여행을 가면 반드시 사 와야 할 물건 목록이었다. 이젠 잊혀진 이름이 됐다. 국내에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쿠쿠밥솥을 사 가고, 음악이나 어학공부는 워크맨 대신 갤럭시로 듣는다. 일본을 따라가던 우리가 거둔 성과다.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양국 간 무역은 연평균 13.6% 성장했다. 1965년 2억 2000만 달러였던 무역 규모는 지난해 859억 5200만 달러로 390배가 됐다. 수교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의 2위 수출국이자 수입국이었다. 현재 수입은 여전히 2위국이지만 수출은 3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미국과 함께 무역의 중요한 파트너인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서 일본은 중요하다. 일본과의 무역 확대는 우리에게 대일 무역적자라는 딜레마를 안겼다. 소재부품 수입이 많아서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커지는 구조였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품목이 일본은 186개이지만 우리가 65개에 그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지난 50년간 누적된 대일 무역적자는 5164억 달러(약 581조원)다. 50년 동안 한 번도 대일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나마 최근 들어 무역적자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은 것 같지만 기초 실력 측면에서는 한참 뒤인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4조 9196억 달러(2013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4배에 가깝다. 일본의 외환보유액 또한 1조 2605억 달러(2014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3.5배다. 양국 간 무역은 2011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1년 1080억 달러였던 무역 규모가 2013년 946억 9000만 달러, 2014년 859억 5000만 달러로 빠르게 줄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혐한(嫌韓) 분위기까지 겹쳐 올 1~4월 무역규모가 250억 9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현재 수준의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무역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무역협회가 지난 4월 일본 바이어 2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과의 거래가 감소했다는 응답이 46.7%, 한·일관계가 개선된다면 한국과의 거래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64%였다. 정경(政經) 분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양국 간 관계에 못지않게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의 맹주다.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에서 추가되는 세 나라는 우리와 일본, 그리고 중국이다. 또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의 금융안정을 위해 구성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의 주요 활동국가이다. 두 나라가 지역 공동체 관련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것은 서로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CMI의 큰 틀에서 2001년부터 유지되던 한·일 통화스와프(맞교환)는 지난 2월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작동된 적은 없지만 위기 상황 발생 시 교환하기로 한 돈의 액수 자체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정치적 요인으로 종료됐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체결됐지만 한·일 FTA는 2004년 11월 6차 협상을 끝으로 10년간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농산물이 우위인 우리나라와 제조업체가 우위인 일본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FT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아세안과 싱가포르와는 FTA가 발효 중이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는 전혀 진척이 안 된 ‘볼썽사나운’ 상태인 것이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TPP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TPP의 개방 수준은 양국간 FTA보다는 차원이 높은 수준이 될 거라는 예상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TPP 협상이 시작되면 양국 간의 특징이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요소 등을 담아낼 여지가 사라진다”며 “한·일 FTA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정서는 나쁘지만 두 나라는 많이 닮았다. 두 나라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물게 고도 성장을 했고 그 결과 소득불균형이 심하다. 노인층의 빈곤율이 높고 고용 불안과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도 우리보다는 덜하지만 ‘프리터’(자유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 등 비정규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산업구조의 공동화 현상도 비슷하다. 우리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넘어선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1970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도 넘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에 2006년 진입했다. 다만 우리는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간이 일본보다 훨씬 짧을 전망이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각각 24년과 12년이 걸렸다. 한국은 18년과 8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을 중시하던 정책으로 발달한 제조업은 국내 임금의 상승을 견디다 못해 해외 공장 건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은 그나마 1억 2천만명이라는 내수 시장이 있다. 우리 인구 5000만명은 내수 시장만 바라보기에는 규모가 어중간하다는 분석이다. 두 나라가 직면하는 공통점 문제에서 일본은 우리보다는 조금 사정이 낫거나 경험해봤기 때문에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 김 교수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투 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코끼리 발에 짓밟힐 뻔한 사자 ‘구사일생’

    물 마시던 사자 한 마리가 코끼리에 짓밟힐 뻔한 순간 가까스로 피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초원의 제왕’으로 불리는 수사자도 방심하면 위기의 순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진이다. 이 보기 드문 순간은 최근 아프리카 보츠와나 느자이판 국립공원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진작가 요한 버나드(49)가 촬영했다. 사진 속 수사자는 물웅덩이에서 머리를 숙인 채 물을 마시는 모습이다. 목이 말랐는지 뒤쪽에서 한 거대한 코끼리가 접근해 오고 있음에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불과 한두 걸음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 거리에서 코끼리가 앞발을 들어 올리자 사자는 그제야 기척을 느끼고 재빨리 몸을 옆으로 빼내는 모습이다. 작가의 말로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당시 물웅덩이 주변에는 그 사자를 제외하고는 어떤 동물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자는 오랫동안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물을 마셔댔다. 또 놀라운 점은 당시 물웅덩이 쪽으로 접근해온 코끼리는 어떤 경고의 소리도 내지 않고 사자 뒤쪽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만일 사자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묵직한 코끼리 발에 짓밟혀 결국 저승길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현실부정은 인간 진화의 힘

    현실부정은 인간 진화의 힘

    부정본능/아지트 바르키·대니 브라워 지음/노태복 옮김/부키/400쪽/1만 8000원 코끼리나 돌고래, 침팬지 등에게도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출 기회는 있었다. 인간과 함께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왜일까. 새 책 ‘부정본능’은 심리적인 이유에서 답을 찾는다. 인류가 독보적인 존재로 진화한 원동력이 뇌의 발달 같은 생물학적 이유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부정 등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의 고유 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꺼이 죽을 위험을 무릅쓴다. 행위의 결과가 이치에 맞지 않는 데도 그렇다. 죽음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분명해도 수시로 담배를 피워 물고,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해도 안전띠를 매지 않는다.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을 알면서도 ‘하룻밤 풋사랑’을 즐기는 모험도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행동의 이면엔 현실부정이 있다. 불행한 통계의 대상이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구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말이다. 인간이 가진 현실 부정 능력의 사례다. 초기 인류도 비슷했다. 저자들은 인류가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다가 죽을 운명(필멸성)이란 현실을 알아차리자 이를 부정하는 능력을 진화시키기 시작했고, 이 덕에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책이 인용한 고대 인도 문학의 한 대목이다. 야차(정령)가 물었다. 무엇이 가장 놀라운 일이냐고. 유디슈티라라는 이가 대답했다. “매일 사람들이 죽는데, 이로써 우리는 사람이란 죽을 운명임을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고 일하고 놀고 앞날을 계획하는 등 마치 우리가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여깁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른 동물들이 진화의 장벽을 넘지 못한 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죽음의 경계에 이르지 않기 위해 안주하고 움츠러드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부정이란 ‘의식하게 되면 참을 수 없는 사고, 감정, 또는 사실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안을 누그려뜨리려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를 뜻한다. 저자들은 부정본능이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인간의 본성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독배가 될 수도 있다. 인류를 휩쓸 재앙이 실제 일어나거나 명백하게 임박하지 않는 한 우리의 부정본능이 사안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기준 삼자면 뻔한 일조차 부정으로 일관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논리에 맞다. 메르스를 가벼이 본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 또한 부정 본능에 부합한다. 참 희한한 논리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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