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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냐서 백골로 발견된 희귀 흰기린 모자…밀렵에 ‘고요한 멸종’

    케냐서 백골로 발견된 희귀 흰기린 모자…밀렵에 ‘고요한 멸종’

    아프리카 케냐에서 희귀 흰 기린 모자(母子)가 밀렵꾼 손에 희생됐다. 10일(현지시간) CNN과 BBC등은 케냐 가리샤주 히롤라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흰 기린 모자가 백골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동물단체는 기린 모자가 최소 4개월 전 밀렵꾼에게 도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흰 기린 모자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차원에서 줄곧 추적 관리하고 있었으나 얼마 전부터 생존신호가 끊겨 수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흰 기린 두 마리는 이미 숨진 뒤였다. 희귀 흰 기린의 고기와 가죽을 노린 밀렵꾼은 기린들의 뼈만 남겨둔 채 사라졌다. 이로써 케냐에는 죽은 어미가 지난해 8월 출산한 수컷 새끼 단 한 마리만 남게 됐다.동물단체는 “흰 기린은 관광 상품으로서는 물론 유전학 연구 대상으로서도 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밀렵꾼들의 도살로 그간 공을 들인 연구는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라고 전했다. 희생된 흰 기린 두 마리는 2017년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알비니즘(albinism, 백색증)이 아닌 루시즘(leucism)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연구가치는 더욱 높았다. 알비니즘이 멜라닌 결핍 때문이라면, 루시즘은 멜라닌을 포함한 다수의 색소 결핍으로 나타난다. 보통 알비니즘 개체는 눈이 붉은 데 반해 루시즘 개체는 정상적인 검은 눈을 가진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2016년 1월 탄자니아 타랑기르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흰 기린 역시 루시즘 개체다.밀렵과 서식지 감소,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지는 내전 속에 전 세계 기린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1985년 15만 마리 이상이었던 개체 수는 2016년 9만 7000마리까지 감소했다. 멸종위기종으로 잘 알려진 코끼리보다도 적은 숫자다. 전문가들은 기린이 '고요한 멸종'을 맞이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IUCN은 2018년 기존 ‘관심필요종’(LC)에서 ‘취약종’(VU)으로 기린의 멸종위기등급을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아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라서 사냥과 유통, 판매 모두 자유로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기린 무역이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2017년 생물다양성센터를 비롯해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등 동물단체가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 제출한 청원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3만9516점의 기린 표본이 미국으로 수입됐다. 여기에는 살아있는 기린뿐 아니라 뼛조각 2만1402개, 살점 3008개, 박제 3744개가 포함돼있다. 일부 아프리카 문화권에 기린 골수와 뇌가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 있는 것도 무분별한 밀렵에 한몫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올가미에 긴 목이…밀렵꾼이 놓은 덫에 걸린 기린의 눈물

    올가미에 긴 목이…밀렵꾼이 놓은 덫에 걸린 기린의 눈물

    아프리카 초원에서 올가미에 목이 걸린 기린 한 마리가 대만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만 ET투데이는 8일(현지시간) 다큐멘터리 촬영차 아프리카를 찾은 자국 방송사 제작진이 올가미에 목이 걸린 기린과 마주쳤다고 보도했다. 대만 EBC의 유명 진행자 바이신이(白心儀)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기린 한 마리가 갑자기 차 앞을 가로막았다. 자세히 보니 올가미가 기린 목을 옥죄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기린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한 게 분명하다면서 분통해 했다. 바이신이는 아마 기린이 나뭇잎을 뜯어 먹으러 나무에 다가갔다가 밀렵꾼이 설치해놓은 올가미에 걸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 기린은 눈물길이 없어 실제로 울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기린이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제작진이 보호 당국에 기린의 피해 상황을 전달한 덕에 기린은 올가미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밀렵과 서식지 감소, 내전 속에 전 세계 기린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1985년 15만 마리 이상이었던 개체 수는 2016년 9만 7000마리까지 감소했다. 멸종위기종으로 잘 알려진 코끼리보다도 적은 숫자다. 이 때문에 IUCN은 2018년 기존 ‘관심필요종’(LC)에서 ‘취약종’(VU)으로 기린의 멸종위기등급을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아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라서 사냥과 유통, 판매 모두 자유로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기린 무역이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2017년 생물다양성센터를 비롯해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등 동물단체가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 제출한 청원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3만9516점의 기린 표본이 미국으로 수입됐다. 여기에는 살아있는 기린뿐 아니라 뼛조각 2만1402개, 살점 3008개, 박제 3744개가 포함돼있다.일부 아프리카 문화권에 기린 골수와 뇌가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 있는 것도 무분별한 밀렵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악’(CITES) 위원회는 지난해 기린 보호계획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탄자니아, 보츠와나 등 남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 기린 개체 수가 안정적이라며 기린 규제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각종 보호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기린은 그야말로 ‘고요한 멸종’을 맞이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中 코앞까지 온 4000억 메뚜기떼… 10만 오리부대로 진압한다

    中 코앞까지 온 4000억 메뚜기떼… 10만 오리부대로 진압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엔 메뚜기떼가 중국 전역을 ‘맹폭’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주위에 풀 한 포기 없을 정도로 초토화시키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메뚜기떼가 아프리카에서 인도·파키스탄 등을 거쳐 중국 대륙을 향해 총진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이들 메뚜기떼는 지난 1월 수단과 에리트레아에서 홍해를 건너 2월에는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남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돼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접근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은 지난 3일 ‘메뚜기떼 예방통제’에 관한 긴급통지문을 통해 “메뚜기떼가 이미 아프리카 동부에서 인도·파키스탄으로 번져 중국도 메뚜기떼 침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피해지역과 인접한 접경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해충 중 하나로 꼽히는 메뚜기는 몸길이가 6~7cm, 무게는 2g 정도이다. 3~6개월 동안 생존하는데,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300개의 알을 낳고 2~5세대에 걸쳐 메뚜기를 번식한다. 이에 따라 현재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에 있는 메뚜기수만도 무려 4000억 마리에 이른다고 FAO는 밝혔다. 아프리카에 천문학적 수의 메뚜기떼가 나타난 것은 70년 만에 처음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때문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메뚜기떼가 창궐했다고 지적했다. 사이클론이 오만 사막지대에 막대한 비를 퍼부으면서 메뚜기떼가 아라비아 반도를 건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에 앞으로 수주간 비를 더 퍼부을 것으로 예상돼 메뚜기떼는 오는 6월까지 500배 이상 폭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지난해 6월 예멘에서 처음 출발한 메뚜기떼는 일부가 아프리카 동쪽으로, 일부는 인도와 파키스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메뚜기떼는 바람을 타고 하루에 200㎞ 날아간다. 계절풍을 탄다면 해발 2000m 산도 가볍게 넘을 수 있다. FAO에 따르면 메뚜기떼는 하루 8800인분의 농작물을 먹어치운다. 코끼리 10마리 분량의 식량은 순식간에 동난다.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나라는 10개국이 넘는다. 예멘과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 수단 등에 이어 사우디, 이란, 파키스탄, 인도까지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인도의 경우 농경지 555만㏊(약 167억 8875만평)가 초토화돼 100억 루피(약 1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케냐는 105만㏊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지금 상태로라면 30개 이상의 나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FAO는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국가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메뚜기떼는 항공기의 안전도 크게 위협한다. 지난 1월 에티오피아에서는 엄청난 수의 메뚜기떼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여객기가 이착륙을 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메뚜기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해 발생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ASF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만신창이 지경에 이른 탓이다. 중국 정부는 ASF 때문에 공식적으로 119만 3000마리의 돼지를 도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SF 사태로 전체 사육두수(약 4억 3000만 마리)의 40%에 해당하는 돼지가 살처분돼 중국 내 전반적인 육류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치솟은 상태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양계농장들이 사료 부족에 시달리는 바람에 내다팔기 어려운 영계 1억 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더군다나 메뚜기떼 피해는 수천 년 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데다 이번에는 그 규모마저 엄청나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명나라의 관료이자 학자인 서광계(徐光啓·1562~1633)는 메뚜기떼의 재난, 즉 황재(蝗災)를 집계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2500여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BC 770~BC 476년) 294년 동안에 벌어졌던 메뚜기떼 재난은 111회에 이른다. 3년에 한 차례씩의 혹독한 메뚜기떼 재난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황제가 메뚜기떼 박멸운동에 나섰다는 기록도 있다. 당나라의 극성기인 628년 가뭄과 함께 메뚜기떼가 수도 장안을 뒤덮었다. 백성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그나마 맺힌 곡식을 갉아먹는 메뚜기떼를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광경을 목도한 태종이 외쳤다. “사람은 곡식으로 살아간다. 너희가 먹어대면 백성에게 해가 된다. 백성에게 허물이 있다면 짐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너희가 신령스럽다면 차라리 짐 심장을 갉아먹어라.” 그러면서 태종은 “메뚜기의 재해가 짐에게 옮겨지기를 바라는데 어찌 병을 피하겠느냐”라면서 꿀꺽 삼키는 돌발행동을 벌였다. 그러자 메뚜기떼 재해가 뚝 끊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탄황’(呑蝗)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당태종의 정치문답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온다.미국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성장한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대지’(大地)에는 이런 대목이 보인다. “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깜깜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졸지에 잎사귀를 볼 수 없는 황무지로 돌변했다. 아낙들은 모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하늘에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올렸고, 남정네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장대를 휘두르며 메뚜기떼와 싸웠다.” 중국 메뚜기떼 피해의 유구한 역사는 현대 들어서도 여전하다. 세계 기후변화와 수리공사의 부실, 농업 및 환경 생태계 돌연변이 영향 등으로 1980년대 이후에만도 하이난성, 산둥성, 허난성, 허베이성, 톈진 등 중국 10여개 농작물 생산지역에서는 해마다 460만㏊ 규모의 논밭이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1985년에는 메뚜기떼로 손해를 입은 농작물 면적 규모가 무려 2000여만㏊에 이른다. 1998년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 초원에서 수백만㏊가 피해를 입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메뚜기떼가 2000만무(畝·약 40억 3200만평) 규모의 초원을 황폐화시키는 기승을 부렸다. 이 때문에 중국은 ‘메뚜기떼와의 전쟁’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농가에 메뚜기떼 주의보를 발령했고 지난달 21일엔 전문가로 구성된 퇴치팀을 파키스탄에 파견했다. 10만 마리의 오리부대도 조직 중에 있다. 중국 중앙TV방송(CCTV) 산하 국제방송 CGTN은 “4000억 마리의 메뚜기떼가 중국으로 접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해 10만 오리 부대를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부대 임무는 메뚜기떼를 사정없이 먹어 치우는 것이다. 오리는 닭보다 식성이 좋아 메뚜기를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 퇴치를 위해 훈련된 오리는 단숨에 400마리 이상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오리부대는 성공한 전례가 있다. 2000년 신장자치구에 메뚜기떼가 창궐해 380만㏊에 피해를 입히자 70만 마리의 오리와 닭을 동원해 진압했다. 중국 재정부는 메뚜기 등 해충의 예방과 통제를 위해 14억 위안(약 2767억원)의 긴급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khk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 그리고 메뚜기떼의 맹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 그리고 메뚜기떼의 맹폭?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엔 메뚜기(蝗蟲)떼가 중국 전역을 ‘맹폭’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주위에 풀 한 포기가 남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메뚜기떼가 아프리카에서 인도·파키스탄 등을 거쳐 중국 대륙을 향해 총진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메뚜기떼가 지난 1월 수단과 에리트레아에서 홍해를 건너 2월에는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강타하면서 남아시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중국 대륙까지 몰려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현재 중국과 인접한 파키스탄과 인도에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닿아 있는 중국은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남부와 윈난(雲南)성 서부 국경이 네팔, 미얀마에 각각 잇대 있다. 다급해진 야오징(姚敬)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는 18일 마크둠 쿠스로 바크타아르 파키스탄 식량안전연구부 장관을 만나 “중국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심각한 메뚜기떼 재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며 파키스탄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해충 중 하나로 꼽히는 메뚜기는 몸길이가 6~7cm, 무게는 2g 정도이다. 3~6개월 동안 생존하는데,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300개의 알을 낳고 최소 2~5세대에 걸쳐 메뚜기를 번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에 있는 메뚜기수만도 무려 4000억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 천문학적 수의 메뚜기떼가 나타난 것은 70년만에 처음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때문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메뚜기떼가 창궐했다고 지적했다. 사이클론이 오만 사막지대에 막대한 비를 퍼부으면서 메뚜기떼가 아라비아 반도를 건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수 주간 이 지역에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로 메뚜기 떼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오는 6월까지 그 수가 500배 이상 폭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예멘에서 처음 출발한 메뚜기떼는 일부가 아프리카 동쪽으로, 일부는 인도와 파키스탄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메뚜기떼는 바람을 타고 하루에 200㎞씩 날아간다. 계절풍을 탄다면 해발 2000m 산도 가볍게 넘을 수 있다. FAO에 따르면 메뚜기떼는 하루 8800인분의 농작물을 먹어치운다. 코끼리 10마리 분량의 식량은 순식간에 동난다. 이제껏 피해를 입은 나라는 10개국이 넘는다. 예멘과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 수단 등에 이어 예멘, 사우디, 이란, 파키스탄, 인도까지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인도의 경우 농경지 555만㏊(약 167억 8875만평)가 초토화돼 100억 루피(약 1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케냐는 105만㏊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지금 상태로라면 30개 이상의 나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FAO는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국가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메뚜기떼는 항공기의 안전도 크게 위협한다. 지난 1월 에티오피아에서는 엄청난 수의 메뚜기떼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여객기가 이착륙을 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으로 선회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중국 당국이 메뚜기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해 발생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ASF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만신창이 지경에 이른 탓이다. 중국 정부는 ASF 때문에 공식적으로 119만 3000마리의 돼지를 도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SF 사태로 전체 사육두수(약 4억 3000만 마리)의 40%에 해당하는 돼지가 살처분돼 중국 내 전반적인 육류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치솟은 상태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양계농장들이 사료 부족에 시달리는 바람에 내다팔기 어려운 영계 1억 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더군다나 메뚜기떼 피해는 수 천년 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데다 이번에는 그 규모마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명나라의 관료이자 학자인 서광계(徐光啓·1562~1633)는 메뚜기떼의 재난, 즉 황재(蝗災)를 집계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2500여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BC 770~BC 476년) 294년 동안에 벌어졌던 메뚜기떼 재난은 111회에 이른다. 3년에 한 차례씩의 혹독한 메뚜기떼 재난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황제가 메뚜기떼 박멸운동에 나섰다는 기록도 있다. 당나라의 극성기인 628년 가뭄과 함께 메뚜기떼가 수도 장안(長安·陝西성 西安)을 뒤덮었다. 백성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그나마 맺힌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 메뚜기떼를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광경을 목도한 태종이 외쳤다. “사람은 곡식으로 살아간다. 너희가 먹어대면 백성에게 해가 된다. 백성에게 허물이 있다면 짐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너희가 신령스럽다면 차라리 짐 심장을 갉아 먹어라.” 그러면서 태종은 “메뚜기의 재해가 짐에게 옮겨지기를 바라는데 어찌 병을 피하겠느냐”라면서 꿀꺽 삼키는 돌발행동을 벌였다. 그러자 메뚜기떼 재해가 뚝 끊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탄황’(呑蝗)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당태종의 정치문답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온다. 미국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 대륙으로 건너가 성장한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대지’(大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깜깜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졸지에 잎사귀를 볼 수 없는 황무지로 돌변했다. 아낙들은 모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하늘에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올렸고, 남정네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장대를 휘두르며 메뚜기떼와 싸웠다.”중국 메뚜기떼 피해의 유구한 역사는 현대에도 여전하다. 세계 기후변화와 수리공사의 부실, 농업 및 환경 생태계 돌연변이 영향 등으로 1980년대 이후에만도 하이난(海南)성,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 허베이(河北)성, 톈진(天津) 등 중국 10여개 주요 농작물 생산지역에서는 해마다 460만㏊ 규모의 논밭이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1985년에는 메뚜기떼로 피해를 입은 농작물 면적 규모가 무려 2000여만㏊에 이른다. 1998년에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초원에서 수백만㏊가 피해를 입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메뚜기떼가 2000만무(畝·약 40억 3200만평) 규모의 초지를 황폐화시키는 기승을 부렸다. 이 때문에 중국은 ‘메뚜기 떼와의 전쟁’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농가에 메뚜기떼 주의보를 발령했고 21일엔 전문가로 구성된 퇴치팀을 파키스탄에 파견했다. 10만 마리의 오리부대도 조직 중에 있다. 중국 중앙TV방송(CCTV) 산하 국제방송 CGTN은 “4000억 마리 메뚜기떼가 중국으로 접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해 10만 오리 부대를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오리부대 임무는 메뚜기떼를 사정없이 먹어치우는 것이다. 오리는 닭보다 식성이 좋아 메뚜기를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 퇴치를 위해 훈련된 오리는 단숨에 400마리 이상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오리부대는 성공한 전례가 있다. 2000년 신장자치구에 메뚜기떼가 창궐해 380만㏊에 피해를 입히자 70만 마리의 오리와 닭을 동원해 진압했다. 중국 재정는 메뚜기 등 해충의 예방과 통제를 위해 14억 위안(약 2767억원)의 긴급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아파요” 상처 맡기는 코끼리…인간-동물의 아름다운 교감 (영상)

    “아파요” 상처 맡기는 코끼리…인간-동물의 아름다운 교감 (영상)

    누군가에게 아픈 상처를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신뢰가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영상이 공개됐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코끼리구조센터가 공개한 영상은 눈에 질병이 생긴 코끼리 한 마리와 아픈 코끼리를 치료해 주기 위해 다가서는 구조센터 관계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코끼리 ‘자부’는 눈에 생긴 염증으로 하루 3번 항생제 투여가 필요했다. 자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에서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뒤 줄곧 가족 없이 외롭게 지내왔다. 영상에서는 코끼리구조센터의 한 관계자가 커다란 귀를 펄럭이는 코끼리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코끼리는 한 남성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여유롭게 자리에 서서 그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가까이 다가간 남성이 코끼리의 다리를 문지르며 “자부, 누워보자”라고 조용히 말하자, 코끼리는 이를 알아들은 듯 곧 뒷다리를 구부려 땅에 눕는다. 코끼리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남성은 누워있는 코끼리에게 “옳지, 착하지”라고 칭찬하며 먹이를 입에 넣어주고, 더욱 가까이 서서 코끼리의 아픈 눈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그는 코끼리의 눈에 가져온 항생제를 넣어주는데, 코끼리는 이 모든 과정이 익숙하고 편안한 듯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의 아픈 눈을 사람에게 내어 준다. 지난해 12월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코끼리와 사람 사이에도 신뢰와 우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천산갑, 세계가 가장 원하는 동물/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천산갑, 세계가 가장 원하는 동물/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영국의 비비시 어스(BBC Earth)를 즐겨 보는 편이다.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데다, 국내 방송사들에서 전파를 타기 전의 다큐멘터리를 만나는 경우도 있어 꽤 매력적이다. 최근 본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천산갑-세계가 가장 원하는 동물’이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살면서 자신의 인생을 천산갑 보호 활동에 바치고 있는 독일 여성 마리아 디크만의 이야기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그와 함께 중국, 베트남 등을 돌며 왜 아프리카의 천산갑이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로 인해 멸종 직전에 이르게 됐는지를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천산갑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렵에 희생되는 동물 중 하나로 소개했다. 개미를 먹고 사는 순둥이인 데다, 위기 때 몸을 둥글게 마는 것 외에는 변변한 재주가 없어 밀렵꾼들의 쉬운 표적이 되곤 한다. 천산갑은 주로 중국에 팔려 간다. 고기는 식용으로, 몸에 두른 비늘은 고가의 약재로 쓰인다.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면서 1960년대 이후 개체수가 아시아, 아프리카를 통틀어 94%나 감소했다고 한다. 마리아는 천산갑을 “아시아에서는 돈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우쭐대고 싶어 하는 일부 부유층의 천박한 보신 취향 탓에 동물 한 종이 절멸 위기까지 내몰린 것이다. 천산갑은 최근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물이 됐다. 천산갑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간숙주라는 주장이 중국에서 제기된 이후부터다. 아마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천산갑이란 동물을 알지도 못한 채 그들의 멸종 소식을 접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로 건너온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무섭다.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희생돼야 끝날지 알 수 없다. 종식을 말하기엔 섣부르지만, 교훈은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사태가 중국이 거대한 미몽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나은’이 아닌, ‘반드시 이어져야 할’ 미래를 위해서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게 지난 2002년 말이다. 사향고양이가 중간숙주로 알려지면서 당시 중국에서 야생 동물을 즐겨 먹는 식습관을 버리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었다. 사스 이후 자연은 중국인들에게 생각을 바꿀 시간을 줬다. 무려 18년이나. 한데 중국의 자세는 별로 바뀌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수많은 상어들이 지느러미만 잘린 뒤 버려지고, 호랑이는 가죽만 남기고 통째 분해된다. 상아와 뿔을 얻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코끼리와 코뿔소를 사냥하고 있다. 상아야 아름답기라도 하지, 불끈 선 모습이 남성성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코뿔소의 뿔을 먹는 행위에 이르면 코웃음만 나온다. 기껏해야 손톱과 비슷한 성분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고래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야생동물에게 무저갱의 지옥으로 여겨지는 곳이 중국인 셈이다. 얼마 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코로나19를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잡지는 방독면을 쓰고 귀마개를 한 빨간 망토 차림의 동양인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아래쪽에는 굵고 큰 글씨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중국 정부가 불편해한 건 당연지사다. 인종차별 운운하며 격하게 항의하는 등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앞뒤 뚝 자르고 표지만 보면 그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밀렵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민낯을 까발리고, 이 같은 행태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자연의 복수는 혹독하다.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야생동물에게 없는 미래가 인간에게는 있을 것 같은가. angler@seoul.co.kr
  • [책꽂이] 그림일기로 본 스님의 깨달음

    [책꽂이] 그림일기로 본 스님의 깨달음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진광 글·그림/조계종출판사/528쪽/2만 2000원 코끼리와 원숭이, 토끼와 새가 함께 무동을 탄 그림은 비율도 잘 안 맞고 색칠도 엉성하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이 그림은 조계종 진광 스님이 부탄 타시초종 왕궁에서 부탄 설화에 자주 나오는 소재로 그린 것이다. 스님은 그림에다 “부처와 보살과 선지식과 도반, 그리고 중생이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이 불국토이자 정토”라고 썼다. 신간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는 진광 스님이 20년 동안 여행하며 그린 500여점과 여기에 붙인 짧은 글들을 묶어 낸 책이다. 썩 훌륭하지 않은 그림이지만, 정감 가는 이유는 무얼까. 펜화가 김영백 화백은 “그림 실력이 20년 동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그림치’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괴발개발 그린 그림을 보노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착각에 빠져든다”고 평했다. 맞는 말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메콩강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느릿느릿… 저만치 행복이 보이네

    메콩강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느릿느릿… 저만치 행복이 보이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라오스까지 가려고 해” “자,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까지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무라카미 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중에서●인구 700만 작은 도시, 여행자 거리를 노닐다 여기는 루앙프라방 남칸강변에 자리한 부라사리 헤리테지 리조트다. 나무로 지어진 아주 심플한 2층 건물인데 간판이 아니라면 아무도 리조트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것 같다. 실내는 인도차이나의 여느 리조트처럼 천장이 높고 커다란 팬이 돌아가며 열기를 식혀 준다.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침대는 ‘여기 있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푹 쉬어’라고 말해 주는 것 같다. 강 쪽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문으로 열대의 환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부라사리 리조트에서 묵은 사흘 동안 가장 많이 애용한 공간은 발코니다. 아침에는 이 발코니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주황색 승복을 입은 어린 노비스(수행자)들이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얼음이 든 비어라오(라오스 스타일이다)를 마시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곤 했다. 그러는 사이 강은 붉게 물들었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인생의 미스터리니 다음번 빅뱅이니 알 게 뭐냐, 그냥 내버려두면 그만이지” 같은 문장에 밑줄을 긋곤 했다. “강 앞에서, 특히 강 위에서 우리 여행자는 그저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환영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구경만 하고 다시 떠나간다. 단지 그뿐이다. 미세하게 긁힌 자국 하나 이곳에 남기지 못한다. 보트를 타고 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노라면 그런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부라사리 리조트에서 5분만 올라가면 여행자 거리에 닿는다. 시엥통 사원에서 조마 베이커리까지 약 2㎞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가 여행자 거리다. 게스트 하우스와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등이 늘어서 있다. 아침이면 리조트에서 슬리퍼를 신고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와 여행자 거리를 산책하곤 했는데, 사실 그것 말고는 딱히 할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5년 전 루앙프라방 사진 작업 때문에 이곳에 50일 정도 머문 적이 있었는데, 동네가 너무 작다 보니 보름 정도 머무르자 생일이나 장례식 등 각종 경조사에 초대받는 일까지 생겼다. 사실 라오스 자체가 아주 작다. 남북한을 합친 것과 비슷한 면적에 인구는 700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수도는 비엔티안(현지발음으로는 ‘위양찬’)이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루앙프라방이다. 루앙프라방을 30분만 걸어 보면 이 도시가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지 알 수 있다. 프랑스 식민지풍의 건물과 라오스 전통양식의 집, 사원들이 어울린 작은 도시는 승려와 아이들, 어슬렁대는 배낭여행자들로 한가롭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자유로움과 순진함, 종교적인 경건함으로 가득차 있다. 유네스코는 1995년 루앙프라방 지역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가장 아름다운 시엥통 사원, 여유를 만끽하다 라오스는 전체 인구의 95%가 불교도인 불교국가다. 루앙프라방을 걷다 보면 한쪽 어깨를 내놓은 채 주홍색 장삼을 입고 다니는 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승려는 아니고 수행자다. 일종의 견습 승려인 셈인데 라오스 남자들은 과거에는 의무적으로 3개월에서 1년 동안 사원에 들어가 수행했다고 한다. 지금은 다소 간소화해 약 3~6개월 정도 사원에 머물며 불교 경전을 공부한다. 사원은 교육기관 역할도 한다. 교육시설과 교사가 부족한 라오스에서 학식이 높은 계층인 승려들은 선생님으로 부족함이 없다. 사원 옆에 초등학교가 바로 붙어 있는 곳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루앙프라방에는 약 50여개 주요 사원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시엥통 사원(왓 시엥통)이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라오스 전통 양식으로 건축돼 세 겹 지붕이 지면 가까이까지 내려온 것이 특징이다. ‘황금도시의 사원’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크고 작은 사원 건물 내외부에는 화려한 황금 장식과 각종 보석 장식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사원은 우리나라나 중국 또는 태국의 사원이 보여 주는 종교적인 경건함이나 장엄함은 없다. 날씨 탓일까,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나른한 분위기가 절 전체를 감싸고 있다. 거리에서 여행자의 옆을 무심히 스쳐가는 노비스와 비슷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서 “라오스의 사원에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압도적인 힘’ 같은 것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했다.●승려들의 ‘탁밧’ 행렬, 라오스의 아침을 깨우다 새벽 5시 30분. 프런트 직원이 문을 두드린다. 아침에 탁밧 행렬을 보기 위해 모닝콜을 부탁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깨워 준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발코니 테이블에 커피도 가져다 놓았다. 이러니 어떻게 루앙프라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탁밧이다. 우리말로 ‘탁발’이라는 스님들의 아침 공양의식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다.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서도 볼 수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루앙프라방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 탁밧 행렬이 이어진다. 루앙프라방 각 사원의 승려들 수백명이 마을을 돌며 아침거리를 공양하는데 장엄한 이 행렬은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사원에서 북이 울리면 탁밧이 시작된다. 대략 새벽 여섯 시쯤이다. 이 시간이면 골목마다 사람들(주로 여자)이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은 채 스님들을 기다린다. 길 저편에서 붉은 가사를 입은 맨발의 스님들이 바리때를 메고 독경을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온다. 사람들은 준비해 온 찰밥(카오니아오)을 조금씩 떼어 스님들에게 공양하는데 이 찰밥과 음식을 준비하고 몸을 정갈하게 하려면 새벽 5시엔 일어나야 한다. 관광객들도 참여할 수 있다. 소수민족들이 공양 물품을 관광객들에게 파는데, 찹쌀밥 외에 바나나며 과자 등도 있다. 이웃나라인 태국인들은 돈을 봉투에 넣어 주기도 한다. 탁밧 행렬에는 300~500명 승려들이 참여한다. 루앙프라방에는 사원만 80개이고, 스님은 1000여명이 있다. 이 지역 스님 절반 정도가 탁밧에 참여하는 셈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승려들이 앞장서고 서열에 따라 승려들이 한 줄로 서서 큰스님의 뒤를 따른다. 승려들은 시주들 앞을 지나가며 바리때 뚜껑만 반쯤 연다. 그러면 시주들은 미리 준비한 음식물 등을 스님들의 바리때 속에 넣는다. 탁밧 행렬을 지켜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승려들이 밥과 반찬으로 가득찬 바리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루앙프라방의 승려들은 아침과 점심 두 끼밖에 먹지 않는다. 먹는 양도 적어 바리때에 담긴 음식이 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까? 아침 탁밧 행렬에 공양을 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 끝에는 걸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나 백발이 희끗희끗한 노인도 섞여 있다. 승려들은 바리때에 담긴 음식을 이들에게 나눠준다. 걸인들 역시 당연한 듯 승려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받는다.●독특한 먹거리, 佛·伊·泰 맛에 흠뻑 탁밧 행렬을 본 후 리조트로 돌아와 아침을 먹는다. 라오스는 프랑스 식민지를 거쳤던 까닭에 빵문화가 발달해 있다.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많이 먹는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게 구워진 크루아상이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흡족하게 만들어 준다. 이 리조트에서는 매일 오전 열한 시에 쿠킹 클래스를 진행한다. 라오스인들이 즐겨 먹는 탐막훙(파파야 샐러드)이며 핑파(생선구이), 핑카이(닭구이), 카오피약(쌀국수) 같은 음식들을 만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루앙프라방은 다양한 라오스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수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고수를 빼 달라고 하면 된다. 고수를 빼면 맵고 짠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은근히 맞다.여행자 거리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식당이 즐비하다. 현지인에겐 비싼 편이지만 외국인이라면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서양 음식값은 한국에서 먹는 가격의 반도 안 된다. 라오스 음식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웃나라인 태국과 베트남,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태국과 그 맛이 비슷하다. 시장 한 켠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 다양한 바비큐 구이를 먹을 수 있다. 특히 메콩강에서 잡은 생선 바비큐는 소금만 치고 불에 구웠을 뿐인데 향긋한 맛이 난다. 삼겹살 비슷한 음식도 먹을 수 있다. 한국식 불판을 이용한 돼지고기 구이를 라오스에서는 ‘신닷’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인들이 전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유산인 카오지도 별미다. 바게트 빵을 갈라 여러 가지 재료를 꽉 채운 것으로 유명한 가게에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진을 친다. 라오스 맥주인 비어라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라오스에 살다 간 사람들에게 라오스의 추억을 물으면 단연 비어라오를 꼽는다. 해질녘 메콩강변에 앉아 비어라오를 마시며 담소하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다.●다양한 볼거리, 매력이 철철 루앙프라방에는 불교문화 유적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푸시탑은 배낭여행자들이 노을을 보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루앙프라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328개 계단이 놓인 푸시탑을 오르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쾅시 폭포는 신나는 루앙프라방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시내에서 20여㎞ 떨어진 쾅시산에 있다. 오래된 거목으로 뒤덮인 울창한 숲을 지나면 비밀의 풍경처럼 폭포가 드러난다. 여행자들은 폭포 아래의 연못과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특히 폭포 주변의 나무에 만들어놓은 다이빙대에서 젊은이들은 연거푸 물속으로 뛰어든다. 모험과 스릴을 좋아하는 젊은 여행자들이 특히 열광한다. 열대 몬순 기후지역인 라오스의 사람들은 낮보다 밤에 더 활기차다.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야시장이다. 야시장은 어스름이 거리에 깔릴 무렵 시사방봉 거리에 열린다. 낮 동안 산속에 있던 소수민족들은 여행자들에게 팔 기념품을 보따리에 싸서 하나둘 거리로 나온다. 10분 전만 해도 툭툭과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지나다니던 거리가 어느 새 기념품을 팔기 위해 좌판을 벌여 놓은 상인들로 가득 찬다. 라오스 전통 문양을 새겨 놓은 옷감과 지갑, 종이로 만든 실내등, 촉감 좋은 실크 스카프, 맥주 상표를 그려 넣은 갖가지 색깔의 티셔츠, 나무로 만든 코끼리 조각, 직접 재배한 차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침시장도 가 볼 만하다. 탁밧 행렬을 본 후 가 보는 것이 좋다. 강변의 포티사랏 거리와 푸와오 거리의 교차점에 있다. 시장은 우리네 재래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좌판을 깔고 앉은 사람들이 인근에서 생산된 과일, 채소, 육류, 생필품들을 판다. 우체국 북쪽의 메콩강변에도 열대과일상과 야채가게가 몰려 있다. ●벌써 그리운, 조용한 땅 라오스에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식민지 시대에 한 프랑스인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베트남 사람들은 벼를 심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것을 보며, 라오스 사람들은 벼 익는 소리를 듣는다.” 라오스는 베트남과 같은 어수선함을 떠나 조용히 관조하며 살기에 적당한 땅이라는 뜻일 것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새벽의 탁밧 행렬을 지켜보았고, 폭포로 가 다이빙을 했고 거리를 어슬렁거렸고 리조트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잠이 들곤 했다. 저녁이면 리조트 발코니에 앉아 얼음이 든 맥주잔을 달그락거리며 노을 지는 강을 질리도록 바라보았는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모르겠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놀았다. 루앙프라방에서는 내가 그렇게 시간을 낭비한다고 해도 비난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게다가 난 며칠 정도는 신나게 놀 수 있는 자격은 갖추고 있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렇게 서울로 돌아오는 날, 루앙프라방 공항을 이륙해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는 프로펠러 비행기 안에서 나는 다시 라오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까지 라오스를 일곱 번이나 찾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라오스에 자주 가냐고 묻는 이들을 위해 ‘라오스에 도대체 뭐가 있는데요?’에서 답을 찾아 두었다. 하루키 영감은 이렇게 말했다. “자,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까지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 여행수첩 베트남 하노이 경유, 11월부터 이듬해 4월 여행하기 좋아 베트남항공을 이용,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간다. 인천~하노이는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인천~하노이 4시간 30분, 하노이~루앙프라방 1시간 20분.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통화는 킵(kip)을 사용한다. 태국 바트와 미국 달러도 일상 통화처럼 사용한다. 메인 스트리트와 루앙프라방 전역에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호텔, 리조트가 많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10~30 달러. 리조트는 90~150 달러 수준이다. 라오스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건기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를 가장 여행하기 좋은 때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찾기 때문에 그만큼 숙박료와 물가가 올라간다. 오토바이를 렌트해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8만킵(1만 2000원) 정도면 하루 종일 대여할 수 있다. 기름값은 1만킵(1500원) 정도가 든다. 루앙프라방과 비엔티안 등 인근 도시로 나가는 미니 버스가 많아 이동에 별 불편함이 없다.
  • 삼성,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 사업

    삼성,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 사업

    삼성이 청소년 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 교육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력해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 사업 ‘푸른코끼리’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푸른코끼리’는 청소년들의 친사회적 역량 강화와 사이버폭력 감소를 위한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피해 학생 치유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5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삼성은 이날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본부에서 푸른나무재단, 교육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푸른코끼리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푸른나무재단은 사이버폭력 실태 조사와 예방 교육 콘텐츠 제작·운영, 예방 시스템 구축 등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교육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행정적 지원과 사업 홍보 등의 역할을 맡는다. 삼성은 올해부터 매년 약 1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어라운드이펙트 ‘더 헤더스’, 색다른 키즈콘텐츠로 글로벌 시장 사로잡아

    어라운드이펙트 ‘더 헤더스’, 색다른 키즈콘텐츠로 글로벌 시장 사로잡아

    어라운드이펙트가 유아물의 정형을 깬 ‘더 헤더스(The Headers)’를 탄생시켜 주목을 받고있다. 어라운드이펙트의 ‘더 헤더스’는 개성 있는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기린, 얼룩말, 코끼리, 코뿔소, 돼지, 생쥐로 구성된 동물 캐릭터들은 몸통 부분이 생략된 미니멀 디자인과 비현실적인 배색으로 ‘대가리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더 헤더스’에서 일관되게 추구하는 목표는 인간과 캐릭터의 ‘교감’이다. 단순히 보는 재미를 넘어 마음을 나누는 재미를 구현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캐릭터를 탄생시킨 어라운드이펙트 백종석 대표는 “단순함, 독특함, 따뜻함이 캐릭터들의 미적 특징이자 콘텐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R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는 더 헤더스는 슈팅게임의 일종이지만 누군가를 공격하는 대신 비눗방울을 쏘아서 더러워진 친구들을 깨끗이 씻어주는 내용이다. VR 게임 더 헤더스 역시 친해진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관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게임을 지속할 수 있다. 여섯 캐릭터는 가장 먼저 VR 게임으로 대중과 만났다. 어라운드이펙트는 지난해 경기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디벨로퍼스 포럼’(GDF 2019)에 참가해 컨트롤러 없이 맨손 동작만으로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획기적인 방식의 게임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어린이들은 VR 공간 속에서 캐릭터들을 만지고 길들이는 체험을 하고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면서 즐거워했다. 또한 귀엽고 화려한 색상의 캐릭터들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의 감성도 자극시켰다. 캐릭터와 교감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스토리는 성인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또한 더 헤더스 AR, VR 게임은 2019년 열린 중국 상해 ARCore Awards, 영국 런던의 IR 컨퍼런스에 이어, 올해 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Kidscreen summit에 진출해 글로벌한 관심을 얻는 데 성공하는 등 창업 1년 만에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누비고 있다. 한편 어라운드이펙트는 올해 AR, VR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은 ‘애니메이션 더 헤더스’를 각종 매체에 공개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또 다른 나…내 안에 괴물이 산다

    또 다른 나…내 안에 괴물이 산다

    몬스터/손원평 외 9인 지음/한겨레출판/각 200쪽/각 1만 3000원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영화 ‘기생충’은 ‘계급 전쟁 속 괴물이 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개봉 전부터 로테르담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 가방을 좇아 괴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두 영화의 사례를 빌려 요즘 영화의 성공 공식을 거칠게 요약하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괴물이 되는 과정을 핍진하게 그리는 데 있는 것 같다. 각박한 현실 속 조커 같은 ‘빌런’(악당)이 대세인 것처럼 ‘괴물이라도 괜찮아’ 정도의 정서가 우리 기저에 깔려 있는 것 아닐까.‘몬스터’는 각각 ‘한낮의 그림자’, ‘한밤의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집이다. 평범한 일상 속 어딘가 낯익은 주인공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괴물을 발견하는 작품들로 채워진 ‘한낮의 그림자’와 자신의 괴물 같은 욕망을 꺼내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 탐구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한밤의 목소리’로 나뉜다. 지난해 하반기 ‘밀리의서재’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연재됐던 작가 10인의 작품을 테마 소설집 두 권으로 묶었다. ‘한낮의 그림자’에 실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의 소설 ‘드릴, 폭포, 열병’을 보자. 모임에서 횡령을 했다고 지목받은 혜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윤경은 혜서의 절친한 친구이면서도 혜서의 잘잘못을 정확히 따져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인물이다. ‘드릴, 폭포, 열병’은 혜서의 사망 이후 또 한번 입을 열려는 윤경에 대한 ‘나’의 입막음이다.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어차피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한 게 여론이라면 ‘침묵으로서 책임질 용기’(84쪽)를 내야 하며, 다시 나서려는 윤경의 행동은 ‘가해망상’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이구아수폭포에서 피부가 코끼리 살갗처럼 변한다는 열병에 걸렸다는 불안이 퍼지면서 사소한 증상도 ‘코끼리열병’으로 인식했던 지난날, 누수의 원인을 알 수 없는데도 계속되는 이웃들의 민원에 집 안 여기저기 드릴을 들이대야 했던 시절들을 열거하는 ‘나’. 결국은 ‘두려움 앞에선 모두가 평등’(53쪽)하다며 윤경에게 침묵할 것을 종용한다.‘한밤의 목소리’에서 마주하는 몬스터의 모습은 좀더 가시적이다. 손아람 작가의 ‘킹 메이커’는 상대 후보의 룸살롱 출입 동영상을 손에 넣고 단박에 승리를 거머쥔 선거 컨설턴트 ‘영경’의 이야기다. 영경의 고객이었던 문지학 후보와 상대 후보였던 유재성의 차이는 룸살롱 출입 유무가 아니라 상대의 네거티브 이슈를 손에 쥐었을 때 터뜨리는 사람이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선거 승리로 도취돼야 마땅했던 그날 영경은 뜻밖의 인물에게서 만나자는 전갈을 받는다. 괴물에 패배한 자 스스로 괴물이 되리니. 김동식, 듀나, 곽재식 등 이른바 장르문학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한밤의 목소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특징이다. ‘몬스터’에서 각 소설의 뒤에는 작가들이 생각한 몬스터가 정의돼 있다. ‘영화 속 괴물도 괴물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을 괴물이라고 표현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최진영), ‘인간에게 망각이란 것이 어쩔 수 없다지만, 가끔은 망각이 모든 괴물들의 변호사처럼 느껴집니다’(김동식)라는 말처럼 결국은 자신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것으로 수렴된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수련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괴물이오, 어쩌다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보다 맞는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몬스터를 더 예민하게 인식하는 데 이 책 두 권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밀렵꾼이 놓은 덫에 발 잘린 코끼리 ‘의족’ 맞추던 날

    밀렵꾼이 놓은 덫에 발 잘린 코끼리 ‘의족’ 맞추던 날

    밀렵꾼이 설치한 덫에 한쪽 발을 잃은 코끼리가 새 의족을 맞췄다. 캄보디아 비영리단체 ‘야생동물연합’(Wildlife Alliance) 측은 13년 전 구조된 코끼리 ‘축’이 지난달 맞춘 새 의족을 신고 산책을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의족 제작은 캄보디아 의과대학 보철 및 보조기기학과(CSPO)의 도맡았다. 야생동물연합은 “의족 비용 1000달러(약 118만 원)는 모두 기부금으로 충당됐다”라면서 “코끼리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주기적으로 의족을 교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코끼리는 보통 20~25살까지 체중과 몸집이 계속 불어난다. 성장 속도에 맞춰 의족을 교체하지 않으면 척추와 다리에 엄청난 무리가 생겨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축 역시 벌써 여러 차례 의족을 교체했다. 사육사는 “축은 의족이 없으면 굉장히 불편해한다”면서 “특히 의족 안에 먼지가 쌓이면 화를 낸다”고 웃었다. 지난달 새로 맞춘 의족이 마음에 드는지 코끼리는 단 몇 분 만에 울타리 안을 뛰어다녔다고 덧붙였다. 코끼리는 2007년 몬둘키리주의 스레폭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구조됐다. 당시 1살도 채 되지 않은 새끼였던 코끼리는 어미 없이 홀로 밀렵꾼이 놓은 덫에 걸린 상태였다.코끼리를 구조한 대원은 “극심한 영양실조 탓에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곧 죽을 것만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급기야 덫에 걸린 왼쪽 발은 상처가 심해 아예 절단했다. 영양실조에 발까지 잃었지만 코끼리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육사는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았던 코끼리가 투지 하나로 버텼다”면서 “야생동물의 치유력은 때로 놀라움을 안긴다. 잘린 발의 피부 조직은 금방 회복됐다”고 기특해했다. 2년 후에는 캄보디아 사상 처음으로 의족을 찬 코끼리가 됐다.축이 밀렵꾼이 놓은 덫에 걸려 발을 절단했다면 태국 코끼리 ‘모샤’는 지뢰 때문에 왼쪽 앞다리를 잃었다. 사고 당시 겨우 생후 7개월이었던 모샤는 태국과 미얀마 국경에서 구조됐다. 이 지역은 미얀마 정부군과 소수민족 반군의 충돌로 곳곳이 지뢰밭이다. 인간들이 심어놓은 지뢰 때문에 다리를 잃은 모샤는 ‘아시아 코끼리의 친구 재단(FAE)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후 ‘세계 최초 의족 코끼리’로 새 삶을 얻었다. 처음 의족을 찼을 때만 해도 600㎏에 불과했던 모샤는 이제 2000㎏에 달하는 육중한 어른 코끼리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동물들의 감옥’ 동물원·수족관, 멸종 위기종 보호 수단이라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동물들의 감옥’ 동물원·수족관, 멸종 위기종 보호 수단이라고?

    방학이 되면 집에만 있는 것을 지겨워하는 아이들 등쌀에 부모들은 동물원이나 수족관, 과학관, 박물관 같은 곳을 많이 찾습니다. 물론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게 되지만 말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과 수족관의 역사는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할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가축화하고 사육하는 대상으로도 봤습니다. 이후 왕족과 귀족들은 진기한 동식물을 보고 즐기기 위해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을 만들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춘 최초의 동물원은 1752년에 만들어진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 동물원입니다. 이후 유럽 각지에 식물원과 동물원이 설립됐습니다. 과학 연구와 대중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이지만 사실은 제국주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생물학자들이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동물들도 인간처럼 행복, 분노, 수치심 등 감정이 있다는 것을 속속 밝혀냈습니다. 이 때문에 동물을 가둬서 구경거리로 만드는 현재의 동물원과 수족관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대, 아일랜드 골웨이국립대, 종360보전과학연합, 덴마크 서던덴마크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공동연구팀은 동물원과 수족관이 야생에서 위협받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논문을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5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종360보전과학연합에서 관리하는 동물정보관리시스템(ZIMS) 데이터와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에 가입된 58개국 458개 동물원과 수족관에 있는 2만 2000여종의 생물과 동물원, 수족관 관람객에 대한 분석을 했습니다. 분석 결과 매년 동물원과 수족관을 찾는 관람객은 전 세계 77억명 중 10%에 해당하는 7억~8억명이며 이를 바탕으로 WAZA는 야생보전 프로그램에 매년 3억 5000만 달러(약 4160억원)를 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동물의 종류가 많은 곳보다 코뿔소, 호랑이, 코끼리, 곰처럼 크고 상징적인 동물이 있는 동물원에 관람객이 더 많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논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동물원이 동물의 행복권을 해치기 때문에 축소하거나 없애기보다는 쉽게 볼 수 없는 동물과 다양한 종의 동물을 동물원에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관람객이 동물원을 찾게 된다면 수익금을 바탕으로 더 많은 종 보존기금을 확보해 멸종위기종 동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결론이지요. 인간의 활동 때문에 멸종하는 동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보존하기 위한 기금을 확보하고 동물보호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동물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합니다. 그렇지만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이상현상들을 보이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멸종위기종 동물 보존 수단이라는 동물원의 가치와 동물원 내 동물들의 권리를 어떻게 동시에 만족하게 할 수 있을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dmondy@seoul.co.kr
  • 해리 왕자 “데일리 메일의 코끼리 사진 기사 부정확” 심의기구는 “글쎄”

    해리 왕자 “데일리 메일의 코끼리 사진 기사 부정확” 심의기구는 “글쎄”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한 남성이 코끼리 상아에 손을 댄 사진을 비롯해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최근 왕실과 공식 결별한 해리 왕자가 지난해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이다. 그런데 신문은 해리 서식스 공작이 사진에 찍힌 코끼리가 마취제를 맞은 상태였으며 뒷다리 주변에 로프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물에 취하고 로프에 묶인(Drugged and tethered), 해리가 이 놀라운 사진들에 대해 다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제목이 달렸다. 해리가 올린 사진들에는 코뿔소와 사자도 있었다. 기사는 또 “공작이 사진들이 찍힌 여건을 설명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굳이 안해도 되는 표현까지 동원한 점은 눈에 띈다. 해리의 팔로어들이나 부인 메건 등은 사진이 편집돼 로프가 보이지 않는데 이를 언급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해리 공작은 환경보호 프로그램의 일부로 코끼리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이 옮겨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영국의 언론계 자체 심의기구인 독립언론기준조직(IPSO)에 기사가 부정확하다고 데일리 메일을 제소했다. IPSO는 데일리 메일의 기사가 정확성 기준을 위배했다고는 보이지 않으며 사진들을 보도하며 공중을 오도했다고, 또 원고가 사진이 찍한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믿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생전의 어머니가 파파라치나 언론의 선정적 보도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아는 해리 공작으로선 아내 메건과 함께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신의 전화를 해킹한 혐의로 더선 소유주, 망해 없어진 뉴스오브더월드, 데일리 미러 등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해리 공작은 며칠 전에도 자신의 사적인 편지들 가운데 하나를 불법적으로 실었다며 데일리 메일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도 부부는 메건의 캐나다 생활을 담은 사진들을 게재한 현지 신문들과 웹사이트들에게 정식 경고를 날린 바 있다. 2016년에도 당시 여자친구였던 메건을 매체들이 “일련의 유린과 추행”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공격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한 잔의 서울을 들이마시오/신현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한 잔의 서울을 들이마시오/신현림

    한 잔의 서울을 들이마시오/신현림 나무마저 없다면 이곳은 딱딱한 피자 한 덩이요 삭막하오 요즘 사람들은 폭탄 같소 성이 나 있소 마음 못 다스리는 나도 죄인이지만 부익부 빈익빈 골짜기를 더 깊게 만든 그대들의 죄업도 심각하오 “사람들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카뮈의 말을 실감하오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함도 어둠 속에 길을 내는 건데 마음은 코끼리 가죽처럼 두꺼워지고 뻔뻔해지오 당신은 성실한 의사예요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 하루 쉬지요. 그래 강남에 30억 집 샀지요. 축하해요. 참 잘했어요. 이런 게 인생이지요. 힘들게 공부해서 사시에 합격한 당신 밤낮으로 재판정 드나들고 전관우대 받으며 강남에 번듯한 집 마련했지요. 축하해요. 이런 게 인생이고 말구요. 학생운동 출신인 당신, 출세한 정치가 되어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한 덕에 강남에 집 샀지요. 국회의원이라고, 장관이라고 강남에 살면 안 되나요. 장관도 가족이 있고 인생이 있는 거지요. 힘든 연습생 시절 7년을 보내고 당신은 아이돌 스타가 되었죠. 행사비, 저작권 사용료, 광고료가 무럭무럭 쌓여 강남북 부동산들 사 모았죠. TV가 당신의 재테크 비법을 자랑스레 소개하네요. 그래요 자랑스런 당신, 그런데 이런 게 정말 인생일까요? 잠자리에 누워 중얼거려 봐요. 이게 인생일까? 곽재구 시인
  • 생각 버리고 사람 만나고 매일 걸으면 일상이 명상

    생각 버리고 사람 만나고 매일 걸으면 일상이 명상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공유오피스. 자유롭게 배치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에 열중하고 있는 각종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 앉아 있는 혜민스님(47)의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한 손에는 코끼리 인형을 들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며 인형의 정체를 물어 보니 “최근 ‘코끼리’라는 이름의 명상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시작해 일부러 들고 나왔다”고 웃었다. ●공유오피스에 그가?… 앱 론칭 석 달 만에 15만 다운로드 그는 인터뷰에 앞서 “요즘 미국 정보기술(IT)업계에선 ‘명상 관련 앱’이 수천개씩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 가운데 ‘캄’(Calm)이라는 앱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등의 비즈니스 이야기를 한참 했다. 스님이 대낮에 공유 오피스에 출근해 있는 모습이 그제서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버드대 종교학과 출신인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인 가운데 한 명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힐링 멘토’다. 그가 2012년 펴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교보문고가 선정한 2010년대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혔다. 5년 전부터는 명상 센터인 마음치유학교를 운영하면서 평온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37개국에서 번역된 책 덕분에 그의 강연 무대는 최근 북미, 동유럽, 남미로까지 넓어졌다. 이 바쁜 와중에 어떻게 ‘명상 앱’까지 만든 걸까.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다니엘 튜더(38·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가 불면증을 호소해 개인적으로 명상법을 알려주었는데, 효과를 보더니 명상 앱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면서 “마침 지방 사람들로부터 마음치유학교에 오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월 4500원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끼리 앱은 론칭 3개월 만에 15만 다운로드를 기록, 국내 앱 마켓 건강·피트니스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국내 앱 시장에 잔잔한 명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튜더 전 특파원이 보증한 불면증 해소법 먼저 튜더가 확실한 효과를 봤다는 불면증 해소법부터 물었다. 진짜 명상만 잘하면 ‘꿀잠’을 잘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스님은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생각을 버리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은 하루 종일 지나치게 많은 생각 속에 빠져 살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에 끌려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어깨나 허리 등 특정 부위의 통증이 느껴진다면 낮에 활동하는 내내 어떤 생각에 빠져 긴장을 하느라 신체에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사실부터 인식하는 ‘알아차림’ 단계를 거쳐야만 생각을 잊을 수 있다고 했다. 이후에는 ‘보디 스캐닝’을 해 보라고 권했다. 누워서 몸의 감각에 집중해 머리부터, 가슴, 발끝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어떤 상태인지 느껴 보라는 것이다. 지금 내 몸의 어느 부분이 긴장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면 서서히 그 긴장이 풀린다. 이 단계를 거쳐야 렘(REM) 수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 ●‘생각’보다 적극적 ‘행동’ 필요… “앱서 미팅 주선” 귀띔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은 주로 어떤 생각에 빠져 특정 감정에 사로잡히고 이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 자존감 결여 등에 시달리는 것일까. 그는 “국내외 강연을 다녀보면 요즘 한국인의 고민은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무기력으로 모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내가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향후 커리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고민들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고, 당장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하다가, 자기 전에, 혹은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불안감이 밀려오면 “마음아, 그 일이 일어나면 생각하자”고 하는 문구를 되새기는 명상법을 통해 생각을 날려 버리라고 조언했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사용 등에서 비롯된 ‘초연결사회’의 부작용 탓에 요즘 사람들이 더욱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전과 달리 사람이 싫어지면 온라인에서 쉽게 차단해 버리는 탓에 관계 맺기 과정에서 에너지를 쓰기 싫어하거나 아예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생각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도 중요하다고 봤다. 우선 혼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혼자가 편하다고 여길 때도 있는데 외롭다고 느껴지는 건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누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떠오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면 된다.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연락은 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연락을 받기만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서로 배우고 공감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서 “만남을 통해 때론 상처를 주고받지만 치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세 번째, 무기력은 “반복되고 지쳐 있는 일상에서 온다”고 했다. 그는 “‘회사, 집, 회사, 집’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내가 무엇을 했을 때 활력이 생기는지 잊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끼리 앱에선 명상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싱글 남녀의 활력을 위해 ‘스피드 데이팅’ 등 미팅도 주선하고 있다”고 슬쩍 귀띔하기도 했다. ●‘無毛한 형제들’·‘TMI메이트’ 교류 자체만으로 힐링 그가 아무리 만인의 ‘힐링 멘토’라 해도 생각을 버리지 못할 때가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나도 사람”이라면서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SNS에는 종교인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며 세속적이다. 땡중이 뭘 안다고 조언하느냐 등의 악플이 잔뜩”이라면서 웃었다. 그는 “기분 나쁜 말을 되새기면 몸이 아프고 힘들다”면서 매일 의식적으로 1시간씩 걷는 것이 생각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걸으면서 나무도 보고, 웃는 아이들도 보고,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달리는 것에 주의하면 잡생각이 저절로 사라진다. 그는 스트레스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해소한다. 헤어 스타일이 서로 비슷한 연예인 홍석천, 하림,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등과 ‘무모한 형제들’이라는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만나 ‘폭풍 수다’를 떤다. 스타강사 김미경, 야구선수 박찬호 등도 그의 ‘TMI(Too much talking) 메이트’ 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모임이 오히려 피곤할 때가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모임은 목적이 있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속한 모임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는 “진정한 치유의 모임은 좋은 사람들이 교류 자체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마지막 질문에 그는 확신에 찬 눈빛 속에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행복의 조건은 확실히 있습니다. 몸이 건강한 것, 스스로 의미를 느끼는 일을 하는 것,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것입니다. 물론 좋은 집, 차를 사거나 명품을 구매하는 것도 기쁨이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순간의 만족뿐만 아니라 의미를 찾으며 살아갑니다. 가장 보람된 삶의 의미는 나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여길 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자존감과도 연결되고요. 명상을 통해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감사함과 자신감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좀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러시아 서커스단 코끼리의 반란…도심 활보 “오죽 답답했으면”

    러시아 서커스단 코끼리의 반란…도심 활보 “오죽 답답했으면”

    러시아에서 서커스단을 탈출한 코끼리들이 도심을 활보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서커스단 코끼리 2마리가 거리를 배회하다 붙잡혀 우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코끼리들은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토그니 서커스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새해부터 러시아 스베르들롭스크주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공연을 펼친 토그니 서커스단은 이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동물을 차례로 트럭에 실었다. 그때 코끼리 ‘칼라’와 ‘라니’가 트럭 앞에서 저항하기 시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조련사들을 뿌리친 코끼리들은 눈 쌓인 러시아 도심을 활보했다. 차마 멀리 가지 못한 라니는 주변을 맴돌았지만, 모험심 강한 칼라는 눈 속을 거닐다 주택가로 향하기도 했다. 코끼리들을 붙잡으려 동분서주하던 서커스단 사람들은 간신히 코끼리 앞다리에 밧줄을 걸었으나, 10여 명이 동원돼 밧줄을 잡아당긴 뒤에야 포획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란을 일으킨 지 하루도 안 돼 붙잡힌 칼라는 마지못해 트럭으로 끌려갔고 놀란 주민들은 거리에 멈춰서 코끼리를 유심히 지켜봤다. 토그니 서커스단 미술감독이자 진행자인 세르게이 보다르쿠크는 러시아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코끼리들은 매우 영리하다. 눈과 나무, 사람들을 보며 호기심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된 학대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코끼리 탈출 소동을 두고 일부 단체는 코끼리들이 학대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도망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다르쿠크는 “우리는 동물을 사랑한다. 두 코끼리는 우리에게는 가족과 같다. 서커스도 좋아한다. 우리와 죽을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야생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초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던 토그니 서커스단은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한 쇼가 금지된 뒤 2017년 러시아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2018년에는 1년간 러시아 전역을 돌며 1만6000㎞를 이동했다. 그러나 혹독한 추위 속에 동물을 좁은 철창에 가두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동물단체 VITA는 이탈리아 서커스단의 학대가 러시아로 본거지를 옮긴 뒤 더욱 심해졌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전직 조련사의 말을 빌려 토그니 서커스단이 갈고리와 전기충격기 등을 이용해 동물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커스단 측은 “우리에 난방기를 설치했으며 3시간마다 휴식을 취한다”라고 밝히는 한편 “동물들이 없으면 서커스단 명맥을 유지할 수 없는데 함부로 대할 리가 있느냐”라고 반박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덫에 걸려 ‘조커’ 흉터 생긴 희귀 알비노 코끼리

    덫에 걸려 ‘조커’ 흉터 생긴 희귀 알비노 코끼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희귀 알비노 코끼리 한 마리가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남아공 야생동물보호구역인 캠프 자블라니를 근거지로 하는 한 코끼리 보호단체는 이달 6일(현지시간) 크루거국립공원 근처 사설 구역에서 새끼 알비노 코끼리 한 마리가 덫에 걸린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생후 4개월 된 새끼 코끼리는 인근을 순찰하던 수의사가 발견해 보호단체로 이송시켰다. 일명 ‘코끼리 탁아소’로 불리는 ‘호스푸르잇 코끼리 재활 보호소’(HERD) 측은 새끼 코끼리가 구조 사흘 만에 보호소로 이관됐으며 상처가 심해 계속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코끼리는 입부터 귀 뒤까지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 흉터는 영화 ‘배트맨’ 속 악당 ‘조커’를 연상시킬 정도로 깊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상처 부위에 생긴 구더기가 코끼리의 살을 파먹으면서 귀 일부가 잘려 나갔다고도 전했다. 의료진은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수일에 걸쳐 상처를 봉합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지난 15일에는 구조 후 처음으로 탁아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 머무는 염소 한 마리와 함께 뛰놀며 우정을 쌓은 코끼리는 단 며칠 만에 탁아소 환경에 완벽 적응했다. 사육사와 의료진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보였다.특히 알비니즘을 갖고 태어난 코끼리는 반짝거리는 특유의 분홍빛 눈망울로 보호소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보호소 측은 코끼리에게 ‘카니자’(Khanyisa)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카니자는 짐바브웨 쇼나족의 모어 ‘쇼나어’로 ‘빛’이라는 뜻이다. 적응이 빨라 다행이긴 하지만, 상처 때문에 먹이 공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은 우려스럽다. 탁아소 설립자 아딘 루디는 “찢어진 코끼리 입 사이로 우유 공급이 가능한 각도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라면서 “부상이 심해 식사 시간도 꽤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아프리카에서는 보츠와나, 케냐, 나미비아, 르완다, 우간다 등에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비교적 강력한 밀렵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경 일대에서는 아직도 상아를 노린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06년~2015년까지 아프리카코끼리 개체 수는 11만1000마리가 감소했다. 2016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40t의 불법 상아 유통이 적발됐다. 이대로 가면 20~30년 이내에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으로 세계자연기금(WWF)은 내다보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호주 산불·온난화는 모두 인간 탓… 환경 악화로 ‘6번째 대멸종’

    호주 산불·온난화는 모두 인간 탓… 환경 악화로 ‘6번째 대멸종’

    토지 이용 등으로 인간의 손길 닿은 곳 동식물 2만 5166종 개체수 변화 분석 자연 서식지보다 생물 수 25~50% 감소 바이오디젤 만드는 팜유 생산과정서 숲 개간·파괴로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 폐목재 같은 바이오매스 이용 늘려야#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이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남한 면적보다 넓은 11만㎢를 태웠다. 인명과 재산 피해도 심각하지만 캥거루, 코알라처럼 호주 일대에서만 존재하는 야생동물이 10억 마리 넘게 희생돼 순식간에 멸종위기에 처하는 등 생태 측면에서도 위기상황이다. #지난해 5월 전 세계 50개국 과학자 145명은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2018년 기준 양서류 40%, 침엽수 34%, 포유류 25% 등 지구상 존재하는 800만종(種) 중 100만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멸종 생물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자원고갈, 기후변화, 환경오염을 꼽았다.과학자들은 산불과 야생생물종의 멸종, 지구온난화 등 최근 일어난 생태환경 문제들은 모두 인간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활동이 생태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최악의 경우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이는 연구 결과들이 추가로 발표됐다.영국 런던대(UCL), 런던 자연사박물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 유엔 세계환경보전감시센터, 터키 코크대, 미국 유타대 공동연구팀은 사람의 토지이용이나 각종 활동이 먹이피라미드에서 1차 포식자인 거미, 무당벌레 같은 무척추동물의 멸종을 가져올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영국 생태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기능 생태학’ 21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차적으로 자연 상태의 숲에서부터 사람의 손이 닿는 농지, 도시까지 80개국에 존재하는 2만 2500여종의 동식물 개체수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동식물은 진드기부터 아프리카코끼리까지 다양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기존에 연구된 460개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만 5166종의 동식물 개체수 변화를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작은 무척추동물뿐만 아니라 파충류, 양서류 같은 변온동물, 어류, 조류, 버섯 같은 균류도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은 자연 서식지보다 개체수가 25~5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자연파괴의 원인이라는 점을 보여 준 것이다. 팀 뉴볼드 런던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활동으로 포식자들이 사라져 먹이사슬 내 다른 동물의 개체수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노팅엄대, 노팅엄대 말레이시아캠퍼스, 리버풀 존무어대, 에지힐대,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삼림부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팜유(油) 생산과정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겨 지구에 더 심각한 부담을 준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1일자에 발표했다. 열대지역에 있는 습지 형태의 숲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약 20%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오연료를 얻기 위해 기름야자 농장을 조성하며 숲을 파괴하는 경우 숲이 저장하고 있던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땅속에 있던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온갖 종류의 온실가스가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연구를 주도한 소피 쇠게르스텐 노팅엄대 교수는 “바이오연료 원료 생산을 위해 숲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환경에 부담을 주는 만큼 폐목재 같은 다른 바이오매스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쇠사슬로 발 묶은 뒤 ‘인증샷’…반복되는 코끼리 학대 논란

    쇠사슬로 발 묶은 뒤 ‘인증샷’…반복되는 코끼리 학대 논란

    스리랑카의 한 사원에서 학대당하는 코끼리의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15일 보도했다. 공개된 자료 속 코끼리는 뒷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에 모로 누워있고, 그 위에 남성이 올라탄 뒤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제의 자료가 찍힌 곳은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벨란윌라 사원’이며, 사진 속 코끼리는 일명 ‘마이안 왕자’라고 불리는 생후 15년의 수컷 코끼리로 확인됐다. 해당 자료를 공개한 현지 동물보호단체(RARE)에 따르면 사원에 소속된 사육사들은 코끼리를 씻긴다는 명목으로 물가에 데려간 뒤, 한 남성이 코끼리의 다리를 씻기는 동안 또 다른 남성은 코끼리의 몸을 회초리로 사정없이 때리는 등 학대를 가했다. 영상 속 코끼리는 회초리로 맞을 때마다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뱉었지만, 문제의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학대를 이어갔다. 또 다른 자료는 같은 물가로 추정되는 장소에 코끼리가 두 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누워있고, 남성 한 명이 그 위에 여유롭게 누워 사진을 찍는 장면을 담고 있다. 현지의 동물보호단체는”이 코끼리는 주기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으며, 사원 측은 이에 완전히 무관심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끼리의 복지가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급적 빠른 조치가 없다면 이 코끼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문제의 사원에 사는 코끼리를 보호구역으로 되돌려 보내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에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이 코끼리는 2018년 2월, 스리랑카의 한 사원에서 77세 수도승을 죽인 ‘혐의’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지 언론은 77세 수도승이 먹이를 주기 위해 다가갔다가 코끼리에게 공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의 학대가 이 사건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스리랑카에서는 코끼리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코끼리가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하루종일 관광객을 실어 나르다 쓰러져 죽었고, 같은 해 8월에는 스리랑카의 불교 행사에 늙고 병든 코끼리가 동원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졌다. 동물단체들은 전 세계 1만6000여 마리의 코끼리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며 코끼리 관광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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