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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들이 가장 받고싶은 선물 ‘베스트 10’

    같은 돈을 들이고도 아이들에게 ‘짱!’ 소리를 못듣는 부모가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탓이다.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날 받고싶은 선물’을 설문조사한 결과,초등학생은 디지몬게임기와 애완동물·핸드폰을,중학생은 게임CD와 MP3를 주로 꼽았다. 어린이 날 선물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디지몬] 일본 캐릭터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올해 최고 히트상품이다.디지몬이란 디지몬스터의 준말로 ‘포켓몬’의 사촌격이다.디지몬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기와 인형 등이 큰 인기다.특히 알에서 부화된 디지몬을 각기 다른 몬스터로 훈련시켜 친구와 전투를 즐기는 게임기는 폭발적인 인기다.게임기는 2만∼3만원,캐릭터인형은 1만원대이다. [디아블로2] 게임CD이다.e-현대백화점 조사에서 ‘중학생이 받고싶은 선물 1위’를 차지했다(한글판 4만2,000원).‘하얀마음 백구’ ‘짱구는 못말려’ 등도 반응이 좋다.2·3위는 컴퓨터와 MP3가 차지했다. [애완동물] 디지몬의 인기에 버금가는 선물이다.2,000∼5,000원대의 청거북과 햄스터,2만원대의 이과나는 부담이 없으면서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애완동물과 먹이,집을 묶은1만∼2만원대의 세트상품도 있다. 이과나는 한달에 한번 정도 허물을 벗는 모습을 관찰할 수있다. [사이버 강아지] 강아지를 사달라는 아이의 채근에 난감했던 부모라면 관심가져 볼만한 상품이다.가격이 싸면서도 완구에 내장된 센서가 진짜 강아지를 기르는 듯한 재미를 제공한다. 3만5,000∼4만8,000원. [틴틴브라] 성장이 빠른 요즘 소녀들이 내심 탐내는 선물이다.비비안 틴틴브라 세트 2만6,500원. [인형] 바비 미미 쥬쥬 제니가 인기다.2만∼3만원대.슈퍼·병원 등을 옮겨놓은 ‘인형의 집’도 다양하다. [변신로봇] 가오가이거 로봇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비스트 워’ 시리즈 로봇이 급부상했다.TV에서 방영중인 만화캐릭터 로봇으로 2만9,000∼6만5,000원이다. [컴퓨터] 전자상가의 어린이날 특판상품을 활용하면 가격부담을 줄일 수 있다.할인점 홈플러스는 컴퓨터(115만원)를사면 15만원짜리 디지털 카메라를 공짜로 얹어준다.디즈니캐릭터인 ‘푸’의 얼굴을 마우스로 제작한 푸마우스(2만1,000원)와 전자파 차단기능을 깜찍한 캐릭터에 담은 모니터커버 ‘고미’(3만3,000원) 등 관련소품도 시선을 끈다. [힙합바지] 아동복의 고정관념도 바꿔야 한다.습관처럼 밝고 환한 색상을 골랐다가는 자녀들에게 핀잔받기 십상이다. 요즘 아이들은 베이지 카키류의 점잖은 색상과 헐렁하게 입는 힙합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밖의 상품들] 레고·킥보드·인라인 스케이트 등도 스테디 셀러다. 할인점에서 5만∼6만원대의 인라인 스케이트를 판매중이며,LG홈쇼핑은 보호대와 헬멧을 포함해 6만5000원에 내놓았다.비슷한 가격대의 무선조종 자동차와 코끼리 농구대 겸용미끄럼틀도 반응이 좋다.삼성플라자 분당점은 헬로 키티 캐릭터 상품을 최고 50%까지 할인판매한다. 물론 그 어떤 선물도 ‘어린이들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것’보다 나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씨줄날줄] 호랑이를 살리자

    ‘무등산 호랑이’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지난달 15일한국 프로야구위원회(KBO) 박용오 총재가 “해태 타이거즈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호랑이의 운명은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해태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20년 역사에서 9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야구 팬이 아니더라도18년동안 해태의 사령탑을 지켜온 ‘코끼리’ 김응룡 감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또 ‘무등산 폭격기’로 시작해 ‘국보’로 떠올랐고 일본 무대까지 제패한 선동열투수는 국민들의 희망이었다.이외에도 김봉연·김성한·이종범·한대화 선수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스타들을 키워냈다. 때마침 체육진흥투표권(체육복표)사업자인 한국타이거풀스㈜측이 “해태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으로부터 구단인수를 제안받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타이거풀스측은 “걸림돌이 되는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적절한 조율과 입장 표명이 선행되어야 검토가 가능하다”며 해태 구단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경계했다.아직 호랑이의 새 주인은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인수 가격과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열악한 프로야구 환경 때문이다. 앞서 기아자동차,광양제철 등과 매각 협상이 있었으나 연간 100억원이나 적자가 나는 구단을 인수할 수 없다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인수 기업과 KBO,채권은행인 조흥은행,광주광역시,팬들은함께 타이거즈를 살리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광주시는 전국 10개 구장 가운데 가장 낡은,30년 전 모습 그대로인 광주구장을 새로 지어 시민들이 즐겨 찾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구장 임대료도 내려 기업들에 구단을 꾸려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채권은행과 KBO측은 200억원대가넘는 인수대금의 현실화에도 노력해야 한다.인수 기업도타이거즈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홍보효과가 적자로만 따질 수 없다는 점을 계산해야 한다.팬들은 타이거즈를 살리자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구장을 찾아 호랑이의 건재를확인해야 할 것이다.한 경기당 평균 1,000명 안팎의 관중은 팬들의 수치다.호랑이의 회생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김경홍 논설위원honk@
  • 새내기 싱싱投 “일낼거야”

    ‘이 선수를 주목하라’-.오는 5일 개막될 2001프로야구판에 새내기들의 돌풍이 예상치를 웃돌 전망이다. 당초 B급 정도를 여겨졌던 새내기 바람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A급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확인돼 경계 수위가 더욱 높아진 것.이들의 활약 여부는 곧바로 판도 변화를 몰고올 공산이 짙어 올 프로야구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가장 눈여겨 볼 신인은 이정호(삼성)와 이동현(LG),김주철(해태),김희걸(SK) 등 10대 고졸 투수 4인방.이들은 시범경기 초반 뭇매를 맞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을 찾아 기대를 부풀렸다. 이정호(대구상고졸)는 시범 10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뽑았지만 홈런 2개 등 9안타를 맞고 7실점,방어율 6. 10을 기록했다.성적은 좋지 않지만 최고 구속이 150㎞를 웃돌고 제구력도 좋아 두자리 승수는 가능하다는 평. 7과 3분의 2이닝 동안 6안타 4실점,방어율 4.70을 마크한이동현(경기고)은 제구력이 좋고 신인답지 않은 노련미까지겸비,첫 해 마무리를 꿰차는 신뢰를 얻었다. 김주철(성남고)은 13과 3분의 2이닝 동안 19안타에 8실점(방어율 5.27)했지만 삼진 12개(탈삼진 5위)를 낚는 파워 피칭으로 팀의 희망이 되고 있다.9이닝 8안타 4실점,방어율 4. 00을 마크한 김희걸(포철공고)도 겁없는 피칭으로 선발진가세가 유력시된다. 여기에 시드니올림픽에서 미국의 거포들을 솜방망이로 만든 ‘잠수함’ 정대현(경희대)은 비록 시범 6경기에서 홈런3개 등 20안타 14실점(방어율 10.03)의 호된 수모를 당했지만 ‘면도날 제구력’이 살아난다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타격에서는 삼성의 박한이(동국대)가 단연 돋보인다.아마추어 최고타자였던 박한이는 홈런과 2루타 각 2개 등 44타수 11안타,타율 .250을 기록했다.게다가 중견수로서도 제몫을 톡톡히 해 톱타자 부재에 고민하던 ‘코끼리’ 김응용감독을 흡족하게 만들었다.신명철(롯데)도 김명성 감독의두터운 믿음을 샀지만 좀더 지켜봐야 할 재목.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된 올 프로야구는 신인왕 각축으로 벌써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김민수기자 kimms@
  • “코끼리 똥은 얼마나 클까”

    경기도 과천의 놀이공원 서울랜드가 이색기획전 하나를연다.누구나 “아이 더러워”하고 고개를 돌려버릴 ‘똥’이 주제이다. 서울랜드는 4월부터 8월까지 이벤트홀 400여평에서 ‘똥의 재발견’ 기획전을 꾸민다.서울랜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똥은 더이상 더럽고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중요한 자원이며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재조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먼저 똥의 어원(語源)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접한 뒤 거대한 호랑이모형과 마주친다.이 안에서 호랑이,코끼리 등 26종의 동물과 조류 7종의 똥을 관람하게 된다.원형 그대로 채취한 똥을 고온건조시켰기 때문에 악취가 전혀 없다.호랑이 몸을 통과하면서 각 소화기관의 특징을 그래픽과 영상자료로 설명한다. 다음으로 ‘똥과 환경의 장’에선 똥이 하수처리되고 정화돼 퇴비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게 된다.이 곳에서는 ‘코끼리 똥과 말똥으로 만든 종이’ 등이 선보인다. 특히 관람객들은 자신이 ‘배출’한 1년동안의 똥무게를측정하는 등 환경을 오염한 양을 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02)504-0011임병선기자
  • 삼성 임창용 첫 등판 ‘속죄투’

    임창용이 깔끔한 ‘속죄투’를 선보였고 이적생 마해영(이상 삼성)은 불방망이를 이어갔다. 임창용은 20일 대구에서 열린 2001프로야구 해태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첫 등판,4이닝 동안 삼진 4개를 낚으며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마무리 투수로 뛰다올시즌 선발로 대변신한 임창용은 최고 구속 144㎞를 기록,예전의 구위를 되찾았다.임창용은 지난 겨울 삼성의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에서 연봉 협상에 불만을 품고 돌연 귀국,‘코끼리’ 김응용감독의 노여움을 샀다.그러나임창용은 김 감독에게 사과했고 뒤늦게 이날 시범경기에첫 등판했다.95년 프로에 뛰어든 임창용은 98년 구원왕에오르는 등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명성을 쌓아왔다. 타격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마해영은 이날도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터뜨려 주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삼성이5-4로 이겨 5전 전승. LG-SK의 인천 경기에서는 4년간 18억원을 받고 해태에서LG로 이적한 자유계약선수(FA) 홍현우(LG)가 1회 3점포를뿜어내고 4회 중전안타를 뽑는 등 그동안 부진에서 탈출,팀을 안도케 했다.LG의 에이스 대니 헤리거는 2번째 선발등판해 4이닝을 2안타(탈삼진 3개) 무실점으로 막아 시범2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LG가 홈런 6발을 앞세워 15-1로 대승. 에밀리아노 기론(5이닝 1실점)과 임선동(5이닝 무실점)이 맞대결한 롯데-현대의 수원경기는 현대의 3-0승리로 끝났고 대전경기에서는 한화가 두산에 3-2로 이겼다. 김민수기자 kimms@
  • 김응용감독 ‘올해의 감독’

    ‘코끼리’ 김응용 감독(60·삼성)이 세계야구연맹(IBAF)이선정한 ‘올해의 감독’으로 뽑혔다. 대한야구협회는 9일 IBAF가 최근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팀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을 2000시즌 ‘올해의 감독’(Coach of the Year)으로 선정,통보해왔다고밝혔다. 김 감독은 이승엽(삼성) 등 프로선수 주축의 ‘드림팀 Ⅲ’를 이끌고 출전,최강 미국 쿠바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냈다.이로써 김감독은 82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어우홍감독,94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대권 감독에 이어 한국 감독으로는세번째로 이 상을 수상했다.시상식은 IBAF총회(5월 스위스로잔)에서 열린다. 김민수기자 kimms@
  • 공룡발자국의 천국 경남 고성 상족암

    거친 겨울바다를 상상하는 이에게 이 바다는 고즈넉하기만하다.‘끼익끼익‘ 기러기떼 나는데 그 소리가 태고의 울음처럼 외롭고 쓸쓸하다. 일년 열두달 흐린 날이 별로 없다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큰 길에서 공룡 발자국으로 이름난 자란만의 상족암에이르는 길은 젖내음이 그리워 엄마 품을 파고드는 젖먹이의후각처럼 다사롭다. 시루떡처럼 쌓인 바위가 상다리 네개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상족암(床足岩)은 오늘도 해풍과 파도에 깎이고 있다. 상족암에 닿은 시각은 동트기 직전.군립공원 입구에서 덕명리 쪽으로 뻗은 2㎞쯤 되는 바닷길 곳곳에 공룡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그러고보니 이곳 앞바다도 공룡을 빼닮았다.산줄기는 마치 공룡의 등허리에서 꼬리쪽으로 내다뻗듯 미미해지더니 바다로 들어가고 건너편의 사량도와 수우도는 공룡 등줄기와 흡사하다. 하이면은 고성의 서쪽끝.동쪽끝 동해면 일대에도 공룡발자국들이 널렸다.아직은 상족암에 치중하느라 고성군청 쪽은 애써 홍보를 피하고 있지만 장좌리 구학포,에밤이,대패진 등해안가 역시 공룡 발자국이 723개 가량 남아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남 여수시 화정면 사도,추도,낭도,적금도 등에도 3,020개의 공룡발자국이 있다.특히 공룡 한마리가 걸어가면서 찍은 보행 발자국이 60여m가량 발견돼 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전남과 경남 해안가를 잇는 ‘공룡 벨트’는 한반도가 공룡 천국이었음을 보여준다. 발자국은 의외로 작다.길이는 30㎝쯤,깊이는 2∼3㎝,폭은 10㎝를 조금 넘는다.그래도 이정도 발자국이면 코끼리 무게의5배 가까이 되는 크기란다.보통때는 발자국이 물속에 들어가 있기에 수풀이나 이끼같은 것에 가리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따라서 비전문가들이 공룡 발자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미리 촬영이나 탁본을 위해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발자국을 찾는게 힘을 더는 방법이다. 공룡에 대한 호기심이 사람을 이곳으로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해안 자체도 절경이다.채석강보다 못할 게 없다.채석강의 그것이 화려한 맛을 준다면 이곳 해벽은 생각의 켜를 드높여 준다.그런 생각의 켜를 좇아 바닷가 바위들을 들여다본다.원래 뻘이었을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에 어느날 공룡이 찍은 발자국을 1억5,000만년쯤 뒤에 인류가 내려다보고있는 것이다.시간의 무상함이랄까. 상족암에 이르면 큰 동굴이 눈에 띈다.두세사람이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가도 되고 안에 들어서면 열명 정도가 둘러앉을만큼 넉넉하다.선녀들이 내려와 몸을 씻었다는 선녀탕에 발을 살짝 담가본다.굴은 이 해변의 모든 것을 조망하라는 듯사방으로 터져있고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바깥 세상이 고양이꼴로도 보이고 한반도 모양같기도 하다. 주민 이윤석씨(56)는 “참 신기하지요.동굴 안에도 공룡 발자국이 있어요.크기를 보면 상당히 큰 놈인데 어떻게 동굴속으로 들어왔을까요”라고 말한다.정말이다.그럼 공룡이 사라진 뒤 지층이 켜켜이 쌓였을까.믿기지 않는다.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해안가의 탐방로를 따라 상족암 조금 못미쳐,촛대바위 꼭대기에 오르자 해변의 모습이 손아귀에 들어온다.큼직한 바위들이 널려 있어 수천명이라도 앉을 수 있을 듯 싶다. 상족암보다는 이곳 촛대바위 앞 발자국이 훨씬 선명하다.공룡이 저벅저벅,아니 쿵쿵 걸었던 발자국 행렬이 10m는 이어진다.마을 사람들은 발자국이 쌍으로 이어진다 해서 쌍발이,쌍족암이라고 고집한다. 이 일대 발자국 숫자는 3,000여개,앞서 언급한 보행 발자국도 247개에 이른다.공룡 발자국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선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정보 ARS(032-887-3011)를 보면 시간을 알 수 있다. 1억3,000만∼6,500만년전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브론토사우루스,브라키오사우루스,알로사우루스,티라노사우루스 등발자국의 주인공을 만나는 일은 분명 신나는 ‘사건’이다. 처음 마을 어린이들은 공룡의 그것인지도 모르고 이곳에서구슬치기를 하곤 했다.82년 덕명분교(지금은 폐교) 선생님이 아무래도 학술적 가치가 있을 것 같아 경북대 양승영 교수에게 의뢰한 결과 브라질,캐나다와 함께 세계 3대 공룡 서식지로 확인됐다. 봄바람 부는 고성 상족암 일대에서 가족과 함께 수억년 세월의 더께를 들춰내는 일은 좋은 추억이 되기에 충분하다. 임병선기자 bsnim@. * 여행 가이드. ◆둘러볼 곳 주민 이윤석씨는 상족암에서 30분 거리인 문수암에 꼭 한번 오를 것을 권한다.다도해 절경을 흠뻑 빨아들일 수 있는 영험한 절터라고 설명한다. 어른 키의 10배나 되는 괘불로 유명한 운흥사는 의상대사가창건한 고찰.임진왜란 때 사명대사의 의병이 머물던 곳으로도 이름높다.정이 듬뿍 담긴 장독대는 사진작가들의 단골표적이다. ◆서울에서 천리길 남해고속도로 사천나들목을 이용한 뒤 3번 국도를 따라 사천시에 이른다.사천시에서 소방서와 경찰서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58번 지방도에 들어선 뒤 직진하면하이면이고 곧 이정표가 나온다. 서울∼삼천포까지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세차례 버스 운행.사천 터미널(055-853-4407)에서 상족암행 버스를 갈아 탄다. 비행기로 사천공항에 내린 뒤 고성 터미널(055-674-2301)에서 하루 세차례 운행되는 하이행 군내버스를 이용하는 것도방법. ◆먹거리 및 잠잘 곳 상족암 앞에 경남 청소년수련원(834-6211)과 민박집 6곳이 있다.덕명리 입구에 명성모텔(834-3988)등 모텔 서너곳이 있다. 고성읍 농협 근처의 동해식당(674-4343)은 푸짐한 한정식으로 이름높고 사천시 한마음병원앞 초심(835-8881)은 아구탕,아구찜을 잘한다.
  • 나의 레저/ 세상은 넓고 볼것도 많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떠난지 8개월째인 지금,우리 가족은 브라질행 비행기를타고 있다.1년안에 가족들과 지구를 한바퀴 돌겠다며 직장(서울시)을 휴직했으니 지금쯤 반바퀴를 돌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중국과 인도,아프리카,유럽,중동을 다 돌았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사실 몇나라를 돌아보았느니 하는 셈은 의미가 없다.한달을보아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 수밖에 없는 중국이나 두시간이면 모든 걸 볼 수 있는 모나코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그보다는 매일 6시간에서 10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하루 20㎞이상 걸었다는 기록이 더 소중하다.서울에서산 신발이 밑창에 구멍이 나서 요르단에서 중고 등산화를 새로 구했다. 떠나기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우선 몸무게가 11㎏이나빠졌다. 그건 모두 땀이다.몸 또한 가뿐하고 걸핏하면 입안이 헐던 고질병도 완전히 나았다.큰 아이 역시 몸무게가 조금 빠진 것같고,둘째 아이는 키가 훌쩍 컸다.막내는 뚜렷한변화가 없는데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아내 속을 썩이던 아이들의 편식도 완전히 사라졌다.아내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돌아가면 어떻게 살 것인가.아이들이 학업을 잘 할 수 있을까.강도 등 사고에 대한 염려를 혼자 다하고 있다. 물론 신체상의 변화보다 더 소중한 건 아이들이 정신적으로훌쩍 자랐다는 것이다. 돈의 소중함,일의 어려움,깨끗함이나질서 같은 시민의식 등을 몸으로 겪었다.아이들의 우애는말할 것도 없고.또 ‘아무리 힘들어도 돌아가자는 말을 하지않는다’는 약속도 꼭 지키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전세금을 빼서 시작한 여행인만큼 손해를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지출 속도가 빨라 이미 5분의 3을썼다.여행을 끝내기도 전에 거덜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한 기업주는 지금 도피생활중이지만 정말 세상은 볼 것이 너무 많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가족 모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자신감을 얻을 것 같다.또 다른 반쪽의 세상이 우리 앞에 있다.그 반쪽을 향해 전진! 이성 서울시정개혁단장
  • 짐바브웨, 野지지한다고 ‘사자밥’으로

    [하라레(짐바브웨) AP DPA 연합] 짐바브웨 경찰이 야당 지지자들을체포해 맹수들이 우글대는 야생 동물원에 유기한 사건이 발생,야당의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짐바브웨 제1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의 모건 츠빈기라이 당수는 10일 “경찰이 13명의 야당 지지자를 붙잡아총부리를 겨누고 강제로 트럭에 태운 뒤 사자와 물소,코끼리 등이 우글거리는 정글에 갖다 버렸다”며 “아마도 상당수는 ‘사자밥’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3∼14일 남동부 비키타 지역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을벌이던 중 경찰에 체포돼 짐바브웨에서 두번째로 큰 고나레추 야생동물원에 1∼2명씩 따로따로 버려졌다. 한 야당 관계자는 “경찰이 이들에게 ‘선거운동을 좋아하면 사자앞에서 해보라’고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 “”인터넷 순위사이트 믿을수 없다””

    지난해 한 인기 가수가 순위 프로그램에는 출현하지 않겠다고 해 항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순위 프로가 가수간 과열 경쟁만을 부추기고,선정 방법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사실 작위적인 표본 집단,방송사마다 다른 선정 기준,신인 끼워주기식 관행 등 가요와 가수 순위매기기의 객관성에 대한 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 순위 매기기도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야후코리아’(kr.yahoo.com)가 국제적 순위 사이트 ‘알렉사 닷컴’(www.alexa.com)의 순위 선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지난해 알렉사 닷컴이 국내 사이트 1위로 ‘다음’(www.daum.net)을 선정하자 야후가 알렉사 순위 선정의 맹점을 지적한 것. 한편 1위를 한 ‘다음’도 볼멘 소리를 하기는 마찬가지.‘다음’마케팅팀의 김재룡 씨는 “집계에서 다음의 대표적 서비스인 ‘한메일넷’(http://www.hanmail.net)은 빠져 국제적 순위에서 뒤로 처진것이 아쉽다”고 지적한다.즉 실제로 ‘다음’은 20억 페이지뷰 정도인데,‘한메일’을 포함하면 37억 페이지뷰까지 올라 세계 4위는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알렉사 사이트 신뢰도 공방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은 알렉사 의존도가 높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국내에는 공신력을 가지고 인터넷 사이트를 정확하게 판단해줄 기업도,사이트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부터 국내 순위 사이트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각 사이트가 집계하는 방법이 ‘원시적’이어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제대로 된 데이터를 끌어 내기 위해선 표본 집단의 수가 적어도 2만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현재 1,000명에서2,500명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표본집단으로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조사라는 것. 또 특정 사이트가 순위를다루는 사이트에서 서로 다르게 평가받고 있는 것도 다반사이다. 특히 언론사 사이트들이 대표적인 경우다.C사는 A순위 사이트에선 2위로 상위 랭크가 돼 있지만,B순위 사이트에선 7위로 선정된 것.또 D사는 B순위 사이트에선 베스트 10에 들지도 못하는데,A순위 사이트에선 당당히 다섯손가락 안에 들기도 한다. 순위 사이트들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선 해당 사이트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새로 서비스를 시작한 순위 집계 사이트인 E 사이트대표는 “아직 기초적인 자료로 순위집계를 하고 있어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다”며 현실적 한계를 시인했다.한 관계자는 “현재 순위사이트들이 전략적 제휴로 서로 키워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털어 놓았다. 즉 “접속자 수가 많은 사이트가 돈버는 사이트는 아니다”라는 명제는 이제 인터넷 업계에선 일반론에 속하지만 ‘사이트뷰’라는 숫자 놀음에 초연한 인터넷 업체들을 찾기가 힘든 것도 사실.네티즌들의 표심,즉 넷심을 합리적으로 다루는 순위 매기기 사이트가 하루 속히 나와주기를 기대해본다. 유영규기자 whoami@
  • MBC ‘황금시대’ 뒤집기 성공할까

    수성이냐,일대 역전극이냐. SBS ‘여자만세’가 독주하던 수목드라마판에 MBC ‘황금시대’가 돌풍의 따라잡기 레이스를 펼침에 따라 이번주 승부가 어떻게 날지 관심거리다. 2주전까지 10%이상 차로 밀리던 ‘황금시대’는 지난주 맹렬한 기세로 ‘여자만세’ 뒷덜미 낚아채기의 시동을 걸었다.13일 28.5%대 20. 2%로 다가서더니 성인연기자로 바통터치한 14일엔 25.9%대 23.2%까지바짝 좁혀놨다. 서울·수도권에선 26.3%대 25.4%.1%포인트 차도 안난다.(이상 TNS미디어코리아 자료)‘황금시대’ 대약진엔 적진의 ‘체력소모’도 한몫하고 있다.노처녀홀로서기를 제대로 그려낸다는 칭찬속에 폭탄공세를 펼치며 시작한‘여자만세’가 갈수록 후속타없이 초반부 쳇바퀴속만 뱅뱅 돌고 있는 것. 하지만 드라마 인기를 ‘반사이익’만으로 설명할순 없다.‘국희’의국화빵이란 모욕까지 듣던 드라마를 궤도로 돌려놓은 저력은 어디서오는 것일까. ■굵은 선이 살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부터 미군정기까지 민족금융자본 형성 30년사를 그려가는 시대극 특성상 시청자들은초반 장님 코끼리만지는 격이었다.그러나 선대의 원한관계를 까맣게 모른채 운명적으로 만나는 어린 광철과 희경,필생의 라이벌이 될줄 모르고 우정을 싹틔우는 광철과 재훈,재훈에게 평생 상처인 희경을 잃었던 기억등 갈등구조의 틀이 지난주까지 속속 잡혔다.이제 선굵은 드라마의약점이 오히려 특유의 흡입력으로 유턴하는 중이다. ■입지전의 호소력 재벌 2세로 엘리트코스를 거친 재훈이 매판자본가로 변절해갈때 고학으로 상고를 마친 광철은 온갖 어려움을 뚫고 민족금융인으로 우뚝 선다.사회적 지위마저 세습된다는 요즘 세상에,있는거라곤 곧은 신념뿐인 광철이 타락한 엘리트에 맞서 대의를 펼치는모습은 갈수록 보통 시청자들 가슴을 사로잡겠다. ■아역들의 호연 이승렬 PD는 전작인 ‘국희’에서도 그랬지만 아역고르는데는 탁월한 것 같다.특히 어린 광철역 신주호는 1회때 11m높이의 배에서 뛰어내려 간담을 서늘케 하더니 심지곧은 광철 캐릭터를천연덕스레 소화해냈다. ■과제 아역들 호연은 성인연기자엔 부담이다.벌써부터 광철(차인표)과 재훈(박상원)이 바꿔 캐스팅됐어야 한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지난번 국희와 너무도 흡사한 희경을 맡은 김혜수 등 다들 변신요구에 직면해있다.주제의식 또한 좋긴 하지만 제대로 소화될지는 미지수다.나름대로 긍정적 입지전을 제시하는듯 하다가 막판 너무 쉽게 또하나의연애담으로 허물어져버린 ‘국희’의 전철을 되밟지 않길 기대해본다. 손정숙기자 jssohn@
  • 한국통신 19돌/ 李啓徹 한국통신 사장 인터뷰

    한국통신 이계철(李啓徹·60)사장이 임기만료를 3개월 앞두고 이달말 물러난다.회사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순조롭게 끝내고 차세대핵심사업을 정력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후임 사장에게 미리 자리를비워 주겠다는 게 그의 변이다. 통신인생 34년을 마무리하는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준비 중이지만 노동조합과의 구조조정 협상,IMT-2000(차세대이동통신)사업권 경쟁 등으로 여전히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감회가 남다르실텐데요 한마디로 홀가분합니다.67년 체신부에 첫발을 디딘 이후 아쉬운 일도 많았지만 보람있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통신을 ‘전화회사’에서 ‘정보통신회사’로 바꿔놓았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의표명 배경에 대해 외부에서 입방아도 많습니다 도약기에 접어든 한국통신에게 올해 말과 내년 초는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하지만 지금 일정대로라면 사장 공모 등으로 두달 가량의 경영공백이 생깁니다.계열사 사장과 임원 인사,한통프리텔·한통엠닷컴 합병,구조조정 등 산적한 현안을 새 사장에 맡겨 첫단추를 직접 꿰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애초부터 올 국정감사만 끝나면 바로 사퇴를 발표하려고 했었습니다. ◆외압설이 수그러들지 않았는데요 근거없는 얘기가 계속 나돌아 답답합니다.외압이 있었다면 오히려 내년 3월 임기만료 때까지 버티지않았을까요. ◆IMT-2000,위성방송사업 등으로 지금이 퇴임의 적기가 아니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IMT-2000이나 위성방송사업 추진에서 저의 역할은 사실상 끝난 상황입니다.민영화도 정부와 큰 틀에서 원칙이 정해진 만큼 예정대로 밀고 나가면 됩니다.물론 제가 떠날 때까지는 모든 책임을 지겠지만요. ◆후임에는 어떤 사람이 좋겠습니까 정보통신 분야를 잘 아는 유능한사람이어야겠지만 도덕성도 중요합니다.거대 공기업의 대표인만큼 과거 전력이나 인격적으로 손가락질받는 사람은 곤란하겠지요.심사위원회에서 최적의 인물을 선택할 것으로 믿습니다. ◆퇴임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통신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푹 쉬고 싶습니다.낚시도 즐기고 평소 하고 싶었던 동양철학 공부도 해 볼 생각입니다.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도 없는 처지이니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될만한 책 몇 권을 유산으로 남길까 합니다. ◆재임동안 기억남는 일이라면 지난해 4월 총파업 때 노조의 파업유보 선언을 이끌어내 파업 확산을 막았던 일이 떠오릅니다.이를 통해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했고 그 직후 24억9,000만달러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에 성공했습니다. ◆고민스러웠던 시간도 많았을텐데요 97년말 취임하고 나서 곧 바로실시한 경영진단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99년부터 적자로 반전될것이라는,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론이 나왔습니다.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한국통신이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죠.무엇보다 회사 내부에서 이런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큰 문제였습니다. ◆민영화 추진은 순조롭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한국통신 주식 20%와 해외물량·전환사채분 등을 뺀 59%의 정부 지분을2002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매각하게 됩니다.해외 매각분은 현재 4∼5개 업체와 막바지 협상 중이지만 올해 안에 결론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모두들 비동기식 사업권 획득을 전제로 IMT-2000사업에 대한 투자까지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IMT-2000사업권을 비동기식으로 신청했는데,정부의 압력은 없었습니까 정부가 동기식 신청을 바랐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공기업이라고해서 동기식을 떠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전문가들은물론이고 입 달리고 눈 달린 모든 사람이 비동기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공기업은 곧 국민의 기업입니다.정부 지분 59%도 따지고 보면국민의 재산입니다.기술표준을 잘못 선택해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국민 재산이 축나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10일로 한국통신이 만 19돌을 맞았는데요 우리나라 통신산업은 80년 한국통신이 탄생함으로써 양적·질적인 면에서 혁명적으로 변화했습니다.2000년대 들어서는 정보통신산업이 국가경쟁력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산업분야로 떠오르면서 국가간 각축이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상황이 찾아왔습니다.한국통신도 이런 시대변화에 걸맞게 지속적인변신을 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직원들의 반발이 큽니다 앞으로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다 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시기에,특히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구조조정을 단행해야하는 저의 마음 역시 무척이나 아픕니다.그러나 지금의 아픔이 훗날더욱 튼튼한 한국통신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노조와 협상은 잘 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회사의 속사정을 숨김없이 노조에 공개해 왔습니다.때문에 더 이상 양보할 것도 없는 상태입니다.노조는 현재 명예퇴직 실시나 외국인 지분율 확대 등에 반대하고 있습니다만,앞으로 큰 문제없이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남은 직원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 초일류 글로벌 통신회사가 될 수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입니다.저는 잘못하면 한국통신이 망할수도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후발 사업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외국의 통신사업자들도 빠르게 들어오는 상황입니다.무겁고 둔한 코끼리보다는 날렵한 치타가 되어야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김태균기자 windsea@. *李啓徹은 누구인가. ‘인간 이계철’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대목이 ‘독일병정’이란그의 별명이다.뚝심있고 청렴한 그의 스타일을 보고 후배들이 붙여줬다고 한다.그의 사장 재임기간은 대규모 감원,인터넷 회사 변신,IMF체제 극복,자회사 매각 등 시시각각 일어나는 변화의 연속이었다.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뒤 67년 행정고시 5회로 체신부에 들어왔다.경북체신청장,체신공무원교육원장,체신부 기획관리실장,정보통신부 차관 등을 거쳐 96년 한국통신 사장에 취임했으며 97년 12월 한국통신 초대 공채사장으로 다시 선임됐다.세상의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굳은 절개로 나쁜 마음을 버리고 올바른 마음을 가진다는 ‘청류세심’(淸流洗心)이 생활신조다.
  • 타이완에 초대형 ‘3災’

    타이완(臺灣)이 ‘3재(災)’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미숙한 정국 운영으로 탄핵 위기에 몰린 데다, 싱가포르여객기가 이륙후 추락하고 메가톤급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200명에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육·해·공의 입체적 공격을 받아 비틀거리고 있다. 천 총통을 탄핵으로 내몰고 있는 화근은 4기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사업.천 정권이 국민당 정권시절 건설계획이 확정돼 이미 30%의 공정을보이고 있는 발전소의 건립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이에 대해거대 야당인 국민당은 미국 GE사와 계약을 맺어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에서 건립을 중단하면,국내외 관련 건설업체들이 부도 위기에몰릴 수 있다고 공사강행을 주장하며 총통 탄핵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정국이 표류하는 와중에 지난달 31일밤에는 승객과 승무원 179명을태운 싱가포르항공 소속 보잉 747 여객기가 악천우 속에 타이베이(臺北) 장제스(蔣介石) 국제공항을 이륙하던 중 추락,79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98년 중화항공 소속에어버스 A300기가 떨어져 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타이완에서 발생한초대형 참사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태풍 ‘샹산’(라오스어로 코끼리)이 동반한 집중 호우로 3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되는 자연재해도 입었다.태풍 ‘샹산’은 지름 250㎞에 중심부의 풍속이 시속 120㎞로,메가톤급 파괴력을 ‘자랑하며’ 타이완 전역을 초토화시켰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khkim@
  • 김응용감독 삼성行…5년간 13억원 계약

    ‘삼성 선수단을 대폭 물갈이해 끈끈한 팀으로 만들겠다’-. ‘코끼리’ 김응용 감독(60·해태)이 호랑이 유니품을 벗고 사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삼성은 30일 김용희 감독 후임에 올시즌 해태와 계약이 만료되는 김응용 감독과 국내 최고 대우인 5년간 계약금 3억원에 연봉 2억원씩모두 13억원에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밝혔다.삼성은 선수단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강력한 카리스마와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김감독를 최적임자로 판단,영입하게 됐다고설명했다. 이로써 김감독은 82년말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래 무려 18년 1개월동안 몸담았던 해태를 떠나게 됐다. 김감독은 이날 서울 해태·삼성 구단사무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갖고 “항상 후배에게 길을 터줘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해태를떠날 적기라고 판단했다”면서 “성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줄곧 믿어준 해태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거듭 아쉬움을표시했다. 그는 “현재의 전력을 감안할 때 삼성의 우승은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코칭스태프는 물론 트레이드와 신인 발굴,용병 수입 등을 통해 선수단을 대폭 물갈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감독은 해태의 ‘V9’을 함께 일궈낸 해태의 유남호·김종모 코치 등을 대상으로 새 코칭스태프의 틀을 짤 복안이다.해태도 김성한 코치를 신인 감독으로 내정하고 조만간 서정환 전 삼성 감독 영입 등으로 코칭스태프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김감독은 해태를 9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는 등 한국시리즈에서만 36승9패2무를 기록했고 통산 1,000승과 2,000경기 출장 등의 대기록을 세워 명장으로 불린다. 김민수기자 kimms@
  • 지식포럼 참가 세계석학 공동기자회견

    경제·사회·문화·미래학 분야의 세계 석학들이 대거 참여하는 세계 지식포럼이 18일 서울 반포의 메리어트호텔에서 매일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렸다.주요 참가자들의 공동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레스터 서로우 美 MIT大 교수. 레스터 서로우 미국 MIT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는 거시지표는 좋지만 개별기업은 막대한 부채를 갖고 있는 이중인격자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이 상태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적기때문에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로우 교수는 지난 80년 발표한 저서 ‘제로섬사회’로 국내에도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다. 그는 ‘제로섬 사회’에서 미국을 ‘더 이상 번영을 기대할수 없는제로섬사회’로 규정,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서로우 교수는 이날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파괴적 창조’라는 새로운 용어를 소개했다.제3의 산업혁명의 물결속에서 기업가는 새로운 기술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언제든 기업을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은서로우 교수와의 일문일답◆지식기반 경제의 정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가진 사람이부자였다면,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지식소유자가 갑부가 되는 시대를말한다.이 조류를 타지 못하면 가난해진다.3차혁명으로 볼 수 있는데,이런 혁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쳐 또 한차례의 어려움이 예측된다고했는데. 한국경제는 외부에서 볼 때 성장률,실업률 등 거시지표는 좋다.반면 개별 기업의 부채는 어마어마하다.이중인격자에 비유할수 있다.이 상태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적다.한국은 빨리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미국도 GE같은 기업은 재벌로 볼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처럼 부채에 허덕이다 돈을 다 써버리지 않았다.한국은 모든 재벌이 그럴 가능성은 있었지만,GE처럼 관리되지 못했다. ◆기업·금융구조조정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해야하나. 두 가지를한꺼번에 해야 한다.서로 긴밀히 연결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순서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를 말하는것과 같다. ◆남북경협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우선 한국은 북한의 인프라에투자를 해야 한다.방법은 지금처럼 남쪽에서 북쪽으로 경의선을 복원해서 올라가는 식이 아니라 북한쪽에 근대적인 통신시설을 설치해 내려오는 식이 바람직하다.비무장지대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등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통일과 관련해서는 독일은 구 동·서독이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돼 많은 통일비용이 들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성수기자 sskim@. *데이비드 벨 英 FT 회장.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데이비드 벨 회장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신문과 인터넷의 역할은 분명히 다른 만큼 신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벨 회장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수학한 뒤줄곧 기자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 경영자다.워싱턴 특파원 등을 지낸뒤 93년 FT그룹 최고경영자가 됐고,96년 모회사인 피어슨그룹의 이사로 임명되면서 FT그룹회장으로 취임했다.더 비텍그룹의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더윈드밀 파트너십,커먼 퍼포즈 유럽,인터내셔널 유스파운데이션 등 세계 경제 및 사회 분야의 여론 선도기관 활동을 이끌고 있다.다음은 일문일답. ◆파이낸셜 타임스의 성공 비결은. FT는 지난해 발행 부수가 17% 늘었다.정확하고 공평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우리는 사건의 양면을 모두 보도해주려고 애쓴다. 중동사태의 경우 팔레스타인의 시각뿐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의 다른의견까지 전부 기사에 반영했다.사건을 보도할 때는 ‘무엇이,왜,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 가지를 가장 중시한다.특히 국가적 시각이 아닌 국제적 시각으로 기사를 다룬다.때문에 하루 발행 부수가 50만부인데 그중 30만부가 영국 밖에서 팔린다. ◆지식 기반시대에 미디어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지식혁명과 더불어 미디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FT를 사본다.특히 해설자로서의 미디어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미디어는 폭풍을 만난 선박에 불빛을 비쳐주는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 ◆인터넷시대에 신문산업의 대응 전략은.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빠른 속도로 제공하고 있다.놀라운 변화이다. 하지만 신문은 정보를 선별해 독자가 모르는 것을 전달해준다.이처럼 신문의 보완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위협적이지 않다.인터넷과 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신문산업이 앞으로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TV가 생기면서 라디오도,신문도,영화도 죽을 것이라고,또비디오는 모든 것을 죽일 것이라고 얘기했다.그러나 지금 더 많은 영화관이 생겼고,라디오도 TV도 신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2000년이 되면 3개밖에 안 남으리라던 영국의 신문도 현재 11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인터넷시대에도 신문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김성수기자. *폴 로머 美 스탠퍼드大 교수. ‘신경제의 기수’로 널리 알려진 폴 로머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위기는 실제 위기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개혁의 추진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미국이 성공한 요인으로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우선 꼽는다.또 조직 내 웨트웨어들이 인센티브제도를 마련한 것과 지적자산을 특허로 보호했던 것이 미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로머 교수는 10년 이상 장기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 신경제의 이론적인 틀을 제공한 학자로 주목받고 있다.그는 80년대 중반 기술 혁신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성장 이론(New Growth Theory)’을주창했다.경제와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와 함께 웨트웨어(wetware)로 구분하고,지식을 창조하는 주체인 웨트웨어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머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요약한다. ◆최근 한국의 또다른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한국의 위기감은 몇년 전 경제위기와는 다른 것이다.실제 위기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이나 개혁의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발생한다.때문에 정책 입안자는 구조조정 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하고 시장 개방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신경제란 정확히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고성장,저물가,저실업등을 얘기하지만 정확한 정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저마다 다르다.다만 기술 혁신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등은 신경제로 볼 수 있다. ◆신경제 진입에 따라 정책 방향의 수정이 필요한가. 신경제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과거부터 이어온 것이다.지식 기반 경제라고해서 정책의 연속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20세기 미국의 경제정책은 교육 투자와 시장경제원칙을 뿌리깊게 정착시킨 두 가지였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과 대책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교육 투자를 소홀히 하면 10∼20년 뒤 경제 성장이 늦춰진다.미국은 지금까지 재능 있는 인재들이미국에 와서 일하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 운이 좋았다.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대만 등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벌써부터 자국에서일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더 이상 브레인 파워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김성수기자
  • [대한포럼] ‘위기설’로 흔들기

    최근 한 경제부처 실무자는 이색적인 고충을 털어놨다.“성장률과수출 등 경제지표가 좋은데도 이를 제대로 보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좋은 지표를 들이밀면 먼저 정부 내의 고위층부터 “체감경기와 현실을 모른다”고 타박을 주기 일쑤라는 것이다.더욱이 한 국책 연구기관은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25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비(非)공식적으로 정부에 보고하면서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 어찌 낙관적으로…”하며 대외 발표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얼마 전부터 시중에 나돈 제2의 경제위기설과 거시경제지표 불신 풍조가 이제 관변(官邊)마저 ‘감염’시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주 전직 부총리와 재정경제부장관들이 청와대에서밝힌 경제 진단은 인상적이다.“위기냐,위기 전(前)단계 상황이냐 이야기를 하는데 절대,단호히 그렇지 않다.성장률,경상수지와 물가는 50년 한국 경제에서 이렇게 건전하고 균형 있었던 때가 없었다(丁渽錫전 부총리)” “우리 경제는 경기지표로 본다면 예상 외로 좋다(趙淳)”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지표를 관리하는 것이다.성장률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金滿堤)” 이 정권과 인연이 없는 전직 부총리와 장관들이 경제위기론과 거시경제지표 불신 풍조에 반론을 편 것은 주목할 만하다.이들의 지적대로라면 경제위기설은 한 마디로 경제지표를 잘못 해석한 비관론이며,긍정적인 거시경제지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위기설에 근거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다소 씻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하다.물론 건설과 유통 등 내수 업종의 경기는 환란 이전 수준에서 허덕이고소비 역시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자금 경색으로 시중 돈이 돌지않아 체감경기가 썰렁하고 대우차 등 부실 기업 매각이 골칫거리로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 삶의 행복이 일,건강과 가정생활 등 몇가지 요소에 따라 결정되듯 나라 경제의 건전성 역시 성장률,무역과 물가 등 중심지표에 의해 좌우된다.현장의 체감경기는 어디까지나 공식 통계를 보완하는 것이지 실제와 괴리가 있다고 해서 거시지표를 깡그리 무시하다가는 ‘맹인,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의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요즘 썰렁한 체감경기의 대명사처럼 된 건설과 유통 업종,벤처기업들은 어차피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며정부가 억지로 살리려 해서는 안된다. 걸핏하면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이니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지만 사실 깜짝 놀랄 만한 카드는 없다.유가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닥달해봐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땅치 않다.반면 자동차,컴퓨터와반도체 등은 여전히 수출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업종마다 체감경기가 다른데도 정부까지 시중의 ‘총체적인 경제위기설’에 휘말려들 경우 부작용은 심각하다.감기를 앓고 있는데 보약을 투입하는 식으로 경기부양책 등의 과잉 대응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정책 결정자들이 지금껏 비교적 제대로 방향을 잡은 구조개혁의 틀에서 벗어나 자칫 억지 정책을 양산할까 우려된다. 사실 고도 성장의 쓰레기를 이제야 치우려니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게 되어있다.총론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각론으로들어가면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집단이기주의의 저항에걸려 삐꺽거리고 구조조정의 고통으로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것이 요즘 상황이다. 한 마디로 빠르고 강한 금융·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이 작업을 야무지게 추진하는 것이 경제 성공의 열쇠이다.장관들도 경제위기설에 치우치기보다 경제의 밝고 어두운 양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 주위에서도 갓 취임한 장관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저지르는 잘못을 어느 정도 봐주는 ‘그레이스 피리어드(grace period)’를 베풀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이번 경제팀이 일도 못하고 중도 하차하거나 헛발질하면 그때야말로 정말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걱정해야 한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6.15’이후의 북한] (6)평양 중앙동물원

    평양 중앙동물원은 평양시 북동쪽 대성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바로 옆에 붙은 식물원·유희장과 함께 평양시민들에게 인기 높은 휴식공간이다.중앙동물원은 1959년 4월30일 건립됐는데 부지는 100정보(30만평),수용 동물수는 약 600종 6000여 마리 정도다. 9월5일 오전 중앙동물원을 찾았다.정문을 들어서자 오만근(63) 동물원 기술부원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졸업후 40년 동안 동물원에서 근무해온 동물원의 산증인인 오부원장의 안내로 동물구경을 나섰다. 침팬지 사(舍)에는 새끼 네마리가 놀고 있었다.그중 제일 큰 침팬지가 기자 일행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이름이 ‘꼬마’라고 했다.옆 우리에는 ‘꼬마’‘금동이’의 부모가 있었다.엄마 침팬지에게 오부원장은 “너 돌 안 가지고 왔지?”라고 물었다. “관람객에게 돌도 던집니까?” “저것은 르완다에서 수령님께 선물로 보내왔는데 사로잡기가 어려우니까 군인들이 가서 어미를 총으로 쏘고 새끼만 빼앗았답니다.지금 나이가 설흔살이 넘었는데도 그때 충격을 잊지 못하고국방색옷 입은 사람만 보면 돌이나 흙을 가지고 와 던집니다.” 중앙동물원에 갈 때는 절대 국방색 옷을 입고 가지 말 일이다. “동물들이 새로 오면 적응을 잘 합니까?” “상당한 기간이 걸립니다.산에 있는 동물을 잡아서 수송할 때 충격으로 생기는 병을 ‘수송병’이라고 부릅니다.성질이 급하고 메마른것,겁이 많은 것일수록 빨리 죽습니다.” 동물들이 재주를 부리는 동물 교예극장은 계단식 노천극장이었다.책상과 칠판이 설치된 무대에 여성 조련사가 나타났다. “지금부터 동물들의 간단한 재주를 보여드리겠습니다.‘자,동무들!’” 조련사의 말에 푸들·스피츠·발발이 등 여섯마리의 개가 멍멍짖으며 뛰어 나왔다.개들은 책상에 가서 앉았다.조련사가 말했다.“수학문제 풀이입니다.” 조련사는 칠판에 ‘2+3=’ 이라고 썼다.“자,둘 더하기 셋! 누가 맞힐까요?” 흰색 푸들이 앞발을 들고 얌전히걸어나와 칠판 앞에 서더니 ‘멍!멍!멍!멍!멍!’하고 다섯번을 짖었다.“잘 맞췄습니다.다음은 덜기(빼기) 문제입니다.” 순간 앞발에양말을 신은 강아지가 나와서 칠판에 쓰인 글씨를 지웠다.‘강아지학생’들은 기자가 낸 문제도 너끈히 맞혔다.개 중에는 수업시간에슬그머니 빠져나가 무대옆 잔디밭을 배회하는 ‘땡땡이 강아지’도있었다.평양교예단을 연상시키는 원숭이의 원통굴리기 재주,강아지들의 회전마차 뛰어넘기 재주들이 이어졌다. “재주 부리는 강아지는 특별히 선발하나요?” “영리한 개를 고르되 주로 숫놈을 택합니다.암놈은 새끼를 배면 공연을 못하게 되는데 사람과는 달리 다른 개가 대신해줄 수가 없습니다.” 호랑이사 앞에는 관람객이 와글와글 했다.남쪽과 꼭 같았다.“조선의 백두산범,중국의 동북범,소련의 우수리범이 모두 같습니다.하룻밤 사이에 국경을 넘나드니까요.조선범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범입니다. ” “지금도 백두산에 호랑이가 있습니까?” “예,있습니다.우리 동물원에서 야생동물 조사도 하는데 눈 위나 빙판 위에 발자국 찍힌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난 3일 서울대공원에서 공개한 백두산 호랑이는 이곳 중앙동물원에서 보내온 것이다. 코끼리사에는 어린 송아지만한 새끼 코끼리가 놀고 있었다.올 5월에 태어났다고 했다.1960년 베트남의 호치민 주석이 전쟁 시기에 군수물자를 많이 날라 영웅 칭호를 받은 코끼리를 선물했는데 그 증손자라고 했다. 스웨덴 스칸센 동물원장이 기증했다는 열대동물관을 거쳐 마지막으로 구관조의 일종인 ‘금댕기새’를 보러 갔다.동물원에 오면 그놈의 작별인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여성 조련사가 나와 먹이를 주면서선창을 하자 마침내 금댕기새가 입을 열었다.중성 목소리였는데 발음은 앵무새에 비할 수 없이 정확했다.“안녕하십네까? 안녕하십네까?” “천리마,천리마”“우리의 소원은 통일!우리의 소원은 통일!”신준영기자 junyoung@
  • [굄돌] ‘보아’와 ‘보아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첫 페이지에 나오는 보아뱀 그림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거다.여섯 살박이 주인공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섭지 않냐고 말하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화를 냈다. 주인공이 다시 그 안에 코끼리를 그려보이자 어른들은 그 따위 일은집어치우고,지리나 계산을 배우라고 호통을 쳤다. 어른들의 질책에 화가가 되기를 포기한 주인공은 조종사가 되어 꿈속에 어린왕자를 만난다.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에게 주인공이 예전의 그 그림을 그려주자 어린왕자는 단번에 그 그림이 보아뱀임을알아차렸다. 최근 또 하나의 아이돌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가수 ‘보아’양을 보면서 ‘어린왕자’의 보아뱀을 갑자기 떠올렸다면 그 황당한 연상작용과 억지 말장난에 열받으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그러나 정말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두 언어를 곰곰이 연관시켜보니 서로 통하는 게있었다.그게 뭘까. 수퍼 댄스그룹 ‘H·O·T’와 ‘신화’를 거느린 ‘SM 기획사’의뉴 밀레니엄 야심작,만 13살의 ‘보아’양은오랜 기간동안 철저한스타시스템에 의해 탄생된 예비 스타다.놀라운 것은 13살의 나이에불구하고 팝과 리듬앤 블루스,댄스 등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는 점이다.량현·량하와 같은 ‘키드문화’의 프리미엄이나,박지윤·제이의 어설픈 댄스에서 감지되는 어설픈 기교와는 다르게,보아는 성년의 목소리에서나 가능한 감각적 테크닉과 기본기 있는 댄스파워를보여준다. 그러나 불행히도 보아의 경이로운 ‘끼’와 실력은 상업적인 계획 경제에 의해 길들여지고,가공된 흔적들을 지울 수 없다.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포즈,너무도 자신감에 찬 대답,그리고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화려한 코디.보아의 모습은 마치 보아뱀을 모자로 밖에 보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잘 제조한 인형처럼 보인다. 그림 속에 보아뱀이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린 어린왕자처럼,보아양도자신의 감수성의 내면에 있는 보아뱀을 보았으면 한다. 아이돌 스타를 대량복제하면서 뮤지션보다는 탤런트를 요구하고 감각을 돈으로 셈하는 상업적 독점 기획사의 희생양이 되지 말길 바라며. 이동연 문화평론가
  • 오늘 단기 4333년 개천절 되짚어 본 단군

    ‘단군은 단순히 민족주의적 신화의 우상인가 아니면 역사적 실체인가’최근 언론사 사장단과 문화계 인사 등 남측 인사들의 잇따른 북한 단군릉 방문을 계기로 강단 학자와 재야 사학자들의 논쟁이 다시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또 단군학회는 2일 단기4333년 개천절을 앞두고 단군을 중심으로 한 상고사 관련 교과서 개정을 위한 대규모 학술대회를 열어 학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가열되는 단군논쟁은 지금까지와는 색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단군이 신화적 존재든 역사적 사실이든 그 실체를 규명해야 하며 그것이 민족구심을 위한 사상정립의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요체다. 우선 실체 규명의 차원에서 일고있는 단군실재론 재조명론은 주류학계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한다.현행 초·중·고교 국사교과서에 반영되고 있는 주류 학계의 고조선 건국과 단군조선의 기원,강역에 대한 기술이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이들은 ▲초·중학교 교과서가단군의 건국과 관련 “곰이 웅녀가 돼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는 신화화된 내용만을 싣고 있고 고교 교과서에선 ▲고조선의 실재를 인정하면서도 단군을 신화적 인물로 규정하며 ▲한반도의 청동기를 기원전 10세기로 보면서 단군 건국은 기원전 24세기(2333년)로 적고 있음은 모순이라고 말한다.기원전 2500년경의 역사를 입증하는 고조선의 고고학적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는데도 이같은 기술이 나오고있는 것은 주류 학계가 일제의 황국사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재야학자들 사이에선 단군조선의 세력범위에 대해서도 만주·한반도 일대에서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이같은 논의는 최근 북한의 접근방식과 맞물려 더욱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학계는 단군이 민족의 시조임을 부정했으나 단군릉에서 5,011년 전의 단군유골이 출토됐다며 93년 단군릉발굴보고를 내고,94년 단군릉을 대대적으로 재건,공개했다.이후 관련유적과 기념물을 정비하면서 매년 전 학계를 동원해 단군과 상고사 학술회의를 개최해오고있다. 남측 학계는 이에대해 “정치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시각이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남북간 관련정보를 공유하고 양측 주장을 검증할 공동연구의 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않게 제기되고있다. 또다른 논의는 단군의 역사적 실체를 재해석,민족통일과 세계의 미래에 기여할 보편적인 담론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단군은 학파와 종교를 초월해 공유할 수 있는 민족 정체의식을 확립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같은 단군의 실체규명에 대한 논의는 더욱번져나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논의가 ▲학문으로의 기본요건에 충실해야하고 ▲단군의 모습을 시대과제에 맞게 재해석,민족성원들을 실천의장으로까지 이끌어내 민족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즉 민족에 대한 애정은 덕목이 될 수있지만 그 애정이 과학적 엄격성을 약화시키는 명분이 돼선 안된다는것이다. 한말·일제기의 단군은 저항민족주의의 요구에 부응했지만지금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현재 단군에 대한 인식은 혼란 그 자체다.강단 학자들 간 뿐만 아니라 ‘강단학계’와 ‘재야학계’,그리고 국민들의 편차가 너무 크다. 실제로 최근 월간 ‘뉴휴먼丹’이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54%가 단군을 역사속의 실존인물,34%가 신화속의 인물이라고 답했다.종교별로도 개신교신자는 32%만이 실존인물이라고 한 반면 비개신교 신자는 50∼68%가 실존인물로 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나 큰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정영훈 교수(정치학)는 “지금의 단군연구는 전체적으로 만연한 혼란상 정리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학계는 엄격한 사료를 근거로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문을 여는 개방적인 자세로 공동연찬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교과서에 나타난 단군. “1970년대 시험문제를 1990년대 교과서 내용에 근거해 채점한다면정답이 바뀌거나 문제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도 적지않다.지난 20∼30년 동안 국사교과서의 무책임성을 교정하지 않고 되풀이 한다면 언젠가는 이 문제로 소송이 벌어지는 사태도 올 것이다” ‘한국 상고사의 쟁점-국사교과서 개편방향과관련하여’를 주제로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천절 기념 학술토론회에서 정영훈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의 주제발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우리나라는 국사교과서를 1974년부터 국정으로 편찬하고 있다.정교수의 지적은 그동안 우리 국사교과서가 다루어 온 상고사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문제점은 고조선 및 단군에 대한 기술에서도적지않게 나타난다. 인문계 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고조선의 중심지를 놓고 74년판은“고조선의 옛 지역에 낙랑군이 설치되었다”면서 지도에 낙랑을 평양지역에 표기함으로써 중심지가 평양지역임을 나타냈고,이런 서술은 82년판까지 이어졌다.90년판부터 “고조선은 랴오닝(遼寧)지방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점차 인접한 군장사회들을 통합하면서 한반도까지발전하였다”고 하여 중심지가 이동해왔음을 밝혔다.96년판부터는 “초기에는 요령지방에 중심을 두었으나,후에 대동강 유역의 왕검성을중심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이룩하면서 발전하였다”고 이를 분명히했다. 단군이 고조선의 건국자인가 하는문제를 놓고도 미묘한 차이가있다.74년판은 그저 단군신화가 존재했고 단군신화가 고조선사회를이끌어가는 세계관의 구실을 했다고만 언급했다.그러나 82년판에 단군왕검은 제정일치 시대의 족장이었다고 적음으로써 고조선의 건국자가 단군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기원전 2333년이라는 건국연대를 소개했다는 것은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되지만,단군왕검을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로 해석함으로써,고조선의 건국시조로 분명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이같은 서술경향은 90년판과 96년판에도 이어지고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북한 단군릉 답사기. 98년 11월 첫 방북취재 중 평양시 강동군 문흥리 대박산 기슭에 위치한 단군릉을 방문했다.북에 오기 전에 사진으로 보기는 했지만 능입구에 도착한 순간 그 규모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눈부신흰색 화강암 계단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고,그 정상에는 피라미드를연상시키는 단군릉이 우뚝 솟아 있었다.그런데 능 입구에 모서리 일부가 떨어져 나간 오래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높이는 2m 정도.1936년에 세워진 ‘단군릉 기적비(紀蹟碑)'였다.비석에는 수많은 한자 이름들이 새겨져 있었다.일제가 이 곳에 위치한 단군릉을 파괴하자 이에 분노한 뜻있는 조선인 인사들이 단군릉 수축기성회(修築期成會)를 조직,단군릉을 보존 관리하기 위한 기금을 모았는데 성금을 기부한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는 내용의 비문이 적혀 있었다.기자는다시 한번 놀랐다.그러면 일제하에서도 이 곳에 단군릉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는 말인가.해설 강사는 일제하 뿐만이 아니라고 했다.조선시대에 간행된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평양의 단군릉에 대한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숙종·영조·정조 조에 강동의 단군묘를 수리,관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는 것이다.또한 단군릉 주변의 지명도 대박산(밝은 산),단군호,단군동,아달동 등 단군과 관계있는 것들이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북의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평양 단군릉의 실재 여부를 두고 논쟁이 많았는데 김일성 주석이 단군릉으로 알려진 강동군의 작은 무덤을 실제로 발굴해 진위를 과학적으로 밝히라는 교시를 내렸다. 역사학자들이 발굴을 시작한 결과 사람의 뼈가 나왔는데 남자의 것으로 추정되었다.유럽의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서 전자스핀공명법으로 뼈의 연대를 추정한 결과 5011년전(오차 267년)의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 이 뼈를 단군의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해설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화강암 계단을 올랐다.계단은 무려 279개.돌계단 중간에는 선돌을 연상시키는 돌기둥이 대문처럼 세워져 있었고 양쪽 끝으로는 단군의 네 아들과 여덟명의 신하상이 능을 호위하듯 서 있었다.모두 눈부신 흰색 화강암들이었다.279개의 계단을 다오르자 한 변이 50m, 높이 22m,9층 계단식 무덤인 단군릉이 위용을드러냈다.1994년에 준공되었음을 기념해서 모두 1,994개의 화강암 돌로 짜맞추었다고 했다.이처럼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 건축하는 것은북의 건축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단군릉의 모양은 광개토왕릉으로 추정되는 퉁거우의 장군총을 본뜬것이라 했다.무덤의 네 모서리에는 코끼리 만한 돌호랑이상이 세워져있었고, 그 앞에는 높이7m의 비파형 동검이 서 있었다.비파형 동검은 고조선의 대표적 무기다.능 뒤쪽에는 무덤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있었다.안으로 들어가보니 이곳에서 발굴된 86개의 단군과 그아내의 뼈가 나무관 내부의 밀폐된 유리관 속에 보존되어 있는데 빛과 습기·공기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유골은 참관시키지 않는다고했다. 평양 단군릉에 대해서는 실재성에 대한 근거도 있고,또 그에 대한반론도 있다.이 문제는 앞으로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합동연구로 밝혀내면 될 일이다.또한 북이 ‘민족의 시조' 단군릉을 그처럼 거대하게개건한 것은 ‘평양'이 아니라 ‘민족'을 내세우기 위함이라고 보는 편이 보다 합리적인 시각일 것이다. 평양 신준영기자 junyoung@
  • [김삼웅 칼럼] 무익한 명분론과 오기싸움

    실용성 없는 명분론으로 국익을 크게 해친 대표적 사례는 1876년 2월 강화도에서 일본과 맺은 한·일수호조규 또는 병자수호조약으로불리는 강화도조약의 체결과정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저들이 도발한운양호사건을 트집잡아 조선에 군함과 함께 전권대사를 보내 협상을강요했다. 일본에서는 근황(勤皇)론자인 구로다 기요타카(黑田淸隆)가,조선에서는 판중추부사 신헌(申櫶)이 각각 전권대사로 협상에 나섰다. 신헌을 중심으로 하는 조선대표들은 함포의 위협과 근대적 국제조약체결의 지식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지나치게 명분론에집착하여 국익을 저버리고 국권을 빼앗기게 되는 첫발을 내디뎠다. 구로다는 부산과 인천·원산항의 개항을 비롯하여 개항장 안의 조계(租界)설정,영사재판권 인정 등의 조항이 명시된 12개항을 요구한 대신에 신헌은 조약문의 내용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조선국황제’ 앞에 대(大)자를 추가하여 ‘대조선국황제’를 고집,이를 관철시켰다. ‘조계설정’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살피지 않고 일본의 ‘대일본국천황’이란 호칭에 우리도 질 수 없다는 명분론에서이를 고집하다가 개문납적(開門納賊) 즉,‘문을 열어서 도적을 맞아들이’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실익이 없는 알량한 명분주의는 지금도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어죽어도 겻불은 안쬐고 굶어죽어도 빌어먹지 않는다는 결기가 선비의 덕목일지는 몰라도 정치인이나 공인의 행위가치일 때는 사회에큰 손상을 끼치게 된다. 그것도 민주주의 시대에. 여야 명분론과 의사들의 오기싸움 이번만은 달라지기를 기대했지만 한달이 넘도록 국회를 공전시켜온여야의 대치나 석달이 넘도록 국민건강을 팽개친 의사들의 집단 폐·파업이 타협을 어렵게 만든 것은 무익한 명분론과 오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집단을 막론하고 지켜야 할 명의(名義)나 도리가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명분론은 다분히 성리학적인 공허한 명분주의에 집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반이라는 명분 때문에 가족이 굶어도 노동하지 않고,선비라는 명분을이유로 놀고 먹는 구실을 찾는다. 실용을 천시하고 협상론을 죄악시하면서 흑백론에 집착한다. 그래야 선명성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그것도의정을 책임진 여야나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의사들이 상대의 굴복을 전제로 벌이는 대결과 오기싸움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되기어렵다. 지금 국회는 촌각을 다투는 법안이 쌓여 있다.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각종 개혁을 뒷받침할 정부가 제출한 36건의 구조개혁법안을 비롯,수재민을 돕는 법안 등 각종 민생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하마터면 ‘불법군대’가 될 뻔한 동티모르 주둔군 연장문제는 여권 단독처리로 그나마 급한 불은 껐지만 나머지 법안들은 여전히 낮잠만자고 있다. 그 판에 경제가 거덜나고 민생이 도탄에 빠지게 된다. 의사들의 막무가내식 명분론과 오기도 고약하기로는 정치권에 못지않다. 국가공권력의 치욕적인 굴복을 요구하는 강경노선은 그들이 내건 각종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 더욱이 여야나 의사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그나마포장용이고 실제는 정국주도권이거나 잇속챙기기에 있음을 상기할때 저들의 오만과 독선에 국민의 분노와 증오심만 가중된다. 정치인들과 의사들은 민심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보리와 귀리도구분할 줄 모르는 숙맥주의,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고집하는 위압주의,소경의 코끼리 평가와 같은 편견주의,제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상대의 눈에 티만 찾는 도그마를 버리라는 말이다. 무엇을 거두려 하는가 가을이 깊어간다. 폭우와 태풍이 휩쓸고 간 들녘에도 벼가 무르익고 과일이 살쪄간다. 농부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실이다. 정치인과 의사들은 이 가을에 무엇을 거두려 하는가. 국가를 위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고 선서한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면서 제발 본령(本領)으로 돌아오라. 당신들의 알량한 명분주의와 오기싸움으로 우리사회와 국민을 더이상 멍들고 병들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삼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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