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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크루즈산업 시작 단계 中 부자들 서울서 쇼핑 관광루트 개발 시급”

    [커버스토리] “크루즈산업 시작 단계 中 부자들 서울서 쇼핑 관광루트 개발 시급”

    “크루즈 산업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데다, 국제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를 ‘크루즈산업 원년’으로 선언한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28일 “미국, 유럽 등에서는 19세기부터 크루즈 관광이 보편화됐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면서 “올해도 급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크루즈선 입항이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기본적으로 크루즈 수요가 급증했지만, 센카쿠열도 문제 등으로 중국인들이 당초 기항지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선회한 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기에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전후해 크루즈 입항이 줄을 이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기간에 숙박시설이 부족하면 크루즈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크루즈산업이 대표적인 융복합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해운·항만은 물론 호텔·관광·물류·문화 등 다양한 기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면 여행사, 면세점, 레저시설 등의 업종이 직간접으로 수혜를 받게 된다. 외화 획득과 고용 증대 효과도 적지 않아 어느 관광산업보다 지속 가능한 관광 형태다. →인프라 부족 문제가 지적되는데. -인천의 경우 크루즈관광에 적합한 루트가 없고 쇼핑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크루즈로 들어온 중국 부자들이 서울에서 지갑을 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화갯벌과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분단 상황을 연계시킨 관광루트 개발이 시급하다. →크루즈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으면 크루즈 산업이 본격화된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 전 세계 크루즈 시장 규모는 362억 달러에 이른다. 지금까지 미국(55%)과 유럽(33%)이 크루즈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 아시아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크루즈 시장도 이 흐름을 타고 있으므로 꾸준히 발전할 것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커버스토리] 매력없는 기항지 머물게 만들어라

    [커버스토리] 매력없는 기항지 머물게 만들어라

    지방자치단체가 크루즈산업의 열매를 제대로 따려면 승객들이 기항지에서 쇼핑이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인천항의 경우 크루즈 관광객의 70%가 곧장 서울 명동, 남대문시장 등으로 떠나버린다. 크루즈 파급효과가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인천항 주변에는 외국인들에게 선호 대상인 복합 쇼핑몰과 면세점 등이 없어 부가가치를 거두기에는 벅차다. 관광지 또한 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 요인을 갖지 못했다. 때문에 크루즈 활황과 지역경제 발전을 연계시키려면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지갑을 열게 할 관광·쇼핑상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길섭 인천항만공사 홍보팀장은 “크루즈선은 한 기항지에 12∼27시간 머물기 때문에 기항도시에 주목을 끌 만한 관광코스와 쇼핑몰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고육책으로 웬만하면 기항도시를 벗어나지 않는 크루즈 승무원을 타깃으로 삼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승무원은 관광객의 30% 수준이지만 1인당 적게는 5만 5000원, 많게는 55만원을 기항도시에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신원 인천시 문화관광국장은 “승무원들에게 시장 이용 쿠폰을 주고 관광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승무원 인천 관광률을 68.5%로 끌어올렸다”면서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백화점 쇼핑보다 지역경제가 이득을 보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객 지갑 열게 할 쇼핑상품 등 개발 시급 크루즈 시장을 미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철수 한국관광공사 관광상품팀 차장은 “현 크루즈 시장은 너무 중국에 편중돼 있다”면서 “언제까지 중국인들이 한국을 선호할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해외시장을 다각화하고 크루즈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즈 접안시설 개선과 항만 배후 개발도 과제다. 인천에는 부산, 제주, 여수와 달리 크루즈 전용 부두가 없어 화물선이 주로 이용하는 내항이나 북항을 임시 크루즈 부두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 환경이 크루즈의 콘셉트와 동떨어진다. 인천항 관계자는 “크루즈 전용부두가 있는 곳보다 좋지 않은 이미지인 데다, 프로세스 부족으로 동선 및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남항 아암물류단지에 크루즈 전용부두를 포함한 8개 선석으로 구성된 국제여객부두가 건설되고 있지만 2016년 완공 예정이다. 인천시는 인천아시안게임 크루즈 입항 수요를 맞추기 위해 8만t급 선석 2개를 오는 9월 임시 개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포화상태 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항만 배후를 국제적인 위락단지나 숙박지로 개발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中에 편중… 美·日·유럽 등으로 다변화시켜야 내국인이 국내에서 크루즈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크루즈 산업 활성화도 시급하다. 내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많아지면 더 많은 외국 크루즈를 유치할 기회가 생긴다는 게 업계 견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정기노선은 없다. 지난해 5월 이탈리아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두 차례 인천∼일본 노선을 운항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가 속초항을 국내 첫 크루즈관광 모항으로 추진하는 것은 큰 의미를 띤다. 속초항은 빼어난 경관에다 깊은 바다 수심, 적은 조수간만의 차 덕분에 크루즈 모항으로 적합한 여건을 갖췄다. 속초항이 모항으로 선정되면 크루즈선을 통해 중국 다롄(大連) 등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 관광객들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속초항으로 들어오고 이들이 경주~여수~제주도~중국 상하이를 넘나들며 관광하게 된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관광객은 지금도 한 해 4만명을 웃돌아 승산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또 속초항에서 일본 오사카권의 쓰루가항이나 마이주르항, 도쿄권의 니가타항, 규슈권의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와도 연계할 수 있다. 수년 내 북극항로가 열리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항~러시아~베링해~속초항을 오가며 북극의 장대한 자연을 즐기는 관광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수에즈운하를 지나 동북아시아까지 40~50일 걸리지만 20일이면 족하다. ●평창올림픽 중 크루즈선을 숙박시설로 검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리가 짧아진 만큼 크루즈선 운영비의 30%를 차지하는 연료비도 대폭 줄어 북극항로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관광 마케팅팀 관계자는 “속초항이 모항으로 선정되면 유럽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을 잇는 뱃길과 철도길, 비행기길을 여는 다양한 여행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철 강원도 환동해본부장은 “2016년부터 684억원을 들여 국제여객터미널을 건립하기로 했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크루즈선을 외국인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커버스토리-한국 방위산업 현주소] 대한민국 ‘명품 무기’ 안녕하십니까

    [커버스토리-한국 방위산업 현주소] 대한민국 ‘명품 무기’ 안녕하십니까

    극한 기후에서 실력을 입증한 한국형 헬기 ‘수리온’은 국내 민·군 기술협력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수리온의 개발비용으로 1조 2950억원이 투입됐지만 민수헬기 개발 기반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13조 8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5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압축성장에 따른 취약한 기초 기술과 낮은 국산화율, 당국의 원칙 없는 방산정책 등 걸림돌도 많아 우리 방위산업의 ‘하부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형 헬기 ‘수리온’·FA50 등 해외수출 날개 군이 자랑하는 국산 명품무기는 수리온 이외에도 K9 자주포, T50 고등훈련기, 함대함 유도미사일 ‘해성’, 지대공 미사일 ‘천궁’ 등이 있다. 이 밖에 아직 전력화되지 않은 K2 차기 전차, K11 복합소총, 대잠수함 유도미사일 ‘홍상어’ 등이 시험평가 등을 거치고 있다. 특히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1999년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국산 명품 무기 1호로 꼽힌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삼성테크윈이 생산했으며 2001년 독일의 판저하이비츠(PzH2000), 미국의 팔라딘 등을 제치고 10억 달러에 터키로 수출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T1 훈련기를 인도네시아와 터키, 페루에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T50훈련기를 경공격기로 변환시킨 FA50을 이라크에 판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금액은 수출액 11억 3000만 달러와 후속 군수지원 10억 달러를 합쳐 21억 달러(약 2조 2100억원)에 달해 방위산업 분야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결함투성… 소형차 만들 수준인데, 경주용 요구 하지만 ‘명품무기’란 이름이 무색했던 사례도 적지않다. 현대로템이 K2 차기전차를 개발하면서 2008년 터키의 방산업체 오토카르에 4억 달러 규모의 기술협력 계약을 맺고 전차 기술을 전수해주기도 했지만 정작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을 국산화시키지 못하면서 우리 군의 전력화가 지체됐다. 대잠수함 유도미사일 ‘홍상어’는 잦은 시험발사 실패로 성능 결함 논란을 불러일으켜 다음 달 최종 시험평가를 앞두고 있다. 국산복합소총 K11은 장애물 뒤에 숨은 적군의 상공에서 탄을 폭발시켜 파편으로 적을 제압하는 기능으로 주목받았지만 2011년 폭발 사고 이후 개선 절차를 거쳤음에도 지난 12일 다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보급이 중단된 상태다.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군 당국이 우리 국방기술능력에 비해 조급하게 과도한 성능 발전을 요구한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국내 국방기술로 소형 자동차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인데 경주용 자동차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한 방산 전문가는 21일 “전차의 핵심부품인 1500마력의 파워팩을 만드는 데 독일은 2차대전부터 노하우가 쌓여온 반면 한국은 짧은 시험평가와 시제기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왔다”라고 말했다. ●국산화율 높이려면 연구개발 투자 축적돼야 우리 무기의 국산화율 제고도 과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9자주포의 국산화율은 77.2%, 해성 미사일은 83.05%, 천궁 미사일이 78.5%로 집계됐지만 T50 항공기와 수리온 헬기는 60.6%, 63.25%에 그친다. 이는 고부가가치의 엔진 등 핵심기술 개발과 기술의 완전한 자립이 아직 먼 길임을 보여준다. 특히 방산 부문은 수요도 한정돼 있고 전반적으로 매출 규모에 비해 많은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가 축적되어야 한다. 업체들도 정부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주요 방산업체들의 자체 연구개발(R&D)투자는 1952억원으로 자동차 산업의 4%, 기계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실장은 “업체들이 방산 수요자인 군 당국의 전력화 시기에 무조건 납기를 맞추려다 보니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려 하기보다 리스크가 적은 해외 제품들을 수입해 쓰기도 한다”면서 “이는 중소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사건 터질때마다 땜질식 처방… 도덕적 해이 야기 무원칙의 정부정책도 방산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군은 지난 2006년부터 낭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군납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의 품질관리는 계약업체에 위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납품업체들이 규격 미달의 부품을 납품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규격 미달의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방사청이 지난해 도입해 업체들에 적용하는 ‘사업수행 성실도 평가’ 제도는 여타 규제와 중복되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커 업체들을 옭아맨다는 불평도 나온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필요한 규제는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만 양산하는 원칙 없는 규제개혁”이라면서 “기존 제도를 잘 활용하기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제도를 신설하는 식의 대응으로는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방위산업은 일반 시장에서 거래하는 민수제품과 달리 수요가 많지 않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시장의 경제성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과제”라면서 “연구개발 등 곳곳에 내재된 ‘손톱 밑 가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사청 KFX사업, 창조경제 날개 달까 방위사업청은 지난 1월 한국형 전투기 120여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KFX) 체계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3년을 목표로 현재의 KF16 전투기보다 뛰어난 초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항공산업이 창조경제의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다. 항공산업은 기계, 전자, 소재 등 분야별 첨단기술이 복합된 종합시스템 산업이자 다른 첨단산업의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T50 훈련기 1대가 쏘나타 1250대와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다. KFX사업의 산업파급효과는 약 19조원에서 24조원, 고용효과는 4만~9만명으로 추정된다. 민간산업이나 항공우주산업 등에의 기술파급효과도 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항공산업은 천문학적 연구개발비에 비해 고객이 국가나 소수의 항공사로 한정돼고 대규모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KFX 개발 비용이 최소 6조 4000억원에서 최대 16조 90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국방부는 이를 2015~2019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고 관련기관과 협의를 통해 예산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6조원이 넘는 예산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 전투기 시장 전망도 변수다. KFX 사업은 미국의 최첨단 F35 스텔스기와 같은 ‘하이(High)급’이 아닌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미들(Middle)급’ 전투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정보 분석기관 IHS 제인스사는 한국형 전투기가 생산될 무렵인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이스라엘,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핀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220~676기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현재 세계적으로 운용되는 미국의 FA18, F16, 프랑스의 라팔, 러시아의 MIG29 등은 단종이 예상돼 우리보다 앞서 개발 중인 중국의 J20이나 인도의 AMCA 전투기 등이 경쟁 기종이 될 것 같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 전투기보다 낮은 획득 단가와 운용유지비가 관건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커버스토리] 창조경제 ‘효자’ 떠오른 국내 방위산업

    [커버스토리] 창조경제 ‘효자’ 떠오른 국내 방위산업

    지난해 1월 5일 미국 알래스카 센트럴 비행장.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헬기의 비행시험을 앞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정부 관계자들은 아침부터 가슴을 졸였다. 12시간 동안 영하 32도의 칼바람을 맞은 헬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가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시동을 걸고 모든 기능에 문제가 없음을 나타나는 표시등에 불이 켜지자 관계자들은 환호했다. 우리 헬기가 극한의 추위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 국가로 진입하는 신호탄이었다. 국내 방위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을 이끌 창조경제의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우리 방위산업 수출액도 약 3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1970년부터 40여년간 우리 국방기술이 민수 분야에 창출한 부가가치는 1조 1200억원으로 나타났고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현재까지 민·군이 합심해 개발한 23개 사업의 투자효과는 4713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정부가 홍보해 온 국산 ‘명품 무기’들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국방기술품질원은 7년간 방산기업에 공인시험성적서 2749건을 위·변조한 241개 협력업체를 지난 17일 적발했다. 지난 12일에는 복합소총 K11이 훈련 중 폭발 사고를 일으켜 장병 3명이 다치기도 했다. 걸음마 단계를 벗어난 방위산업이 ‘성장통’을 앓고 있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방위산업 통계 및 경쟁력 백서’에 따르면 우리 방위산업 생산액은 2012년 기준으로 10조 8936억원으로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의 제품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82~88%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연간 매출액 5억원 이상의 방산기업은 314개이며 이 가운데 대기업이 26개, 중소기업이 288개다.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삼성테크윈, T50 항공기와 수리온을 생산하는 KAI, 해성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LIG넥스윈 등은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포함된다. 하지만 2012년 기준으로 전체의 8.3%에 불과한 대기업의 방위산업생산액이 8조 7665억원으로 80.5%를 차지하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6%인 점은 중소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실장은 “우리 방위산업이 대기업의 완제품 생산 위주로 돼 있고 무기의 국산화율은 60%대에 그쳐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비트코인 개발자’ 지목된 남성 “기사 오보” 반박 성명

    주간지 뉴스위크가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개발자라고 단독 보도한 60대 일본계 미국 남성이 기사가 오보라는 반박 성명을 내놨다. 뉴스위크 기사에서 개발자로 지목된 도리언 사토시 나카모토(64)는 17일(현지시간) 변호사를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나는 비트코인을 만들지 않았고 관련 일을 한 적이 없다. 뉴스위크 기사를 전면 부인한다”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나카모토는 성명에서 “지난달 중순 아들에게서 비트코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다. 그런 직후 기자가 집을 찾아왔지만 나는 경찰을 불렀다. 인터뷰에 응한 적 없다”며 “이후 AP통신 기자가 확인을 하러왔을 때 나는 그 기술을 ‘비트콤’(bitcom)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때까지도 여전히 그 용어에 익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학 전공자로서 프로그래밍 능력이 있지만 전산 암호, 피어투피어(P2P) 시스템, 대안 화폐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0년 동안 엔지니어로서 취업을 못해 인부, 여론조사원, 대리교사를 했다. 심한 생활고와 뇌졸중 등 건강 문제가 겹친 상황에서 이번 뉴스위크 기사로 재취업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나카모토는 “뉴스위크의 오보로 나 자신과 93세 노모, 형제, 친척이 큰 혼란과 스트레스를 겪었다”며 “이 글은 이번 사안에 대한 마지막 성명이며, 앞으로 사생활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NYT는 뉴스위크가 15개월 만에 온라인 매체에서 종이잡지로 회귀하면서 지난 6일자 커버스토리로 실은 ‘첫 작품’을 둘러싸고 이처럼 파문이 일어 뉴스위크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카모토는 성명에서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적었지만 뉴스위크를 상대로 소송에 돌입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NYT는 나카모토가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개인적 사항에 대한 왜곡(false light)’에 대해 소송을 벌일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법에서 개인적 사항에 대한 왜곡은 허위 보도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를 뜻하며 기사가 실제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기사가 해당 개인에게 호의적이었는지와는 관련 없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뉴스위크는 ‘수개월 취재 끝에 확인한 내용’이라면서 오보 의혹을 부인해 왔으며 이날 “나카모토 본인이나 변호사에게서 서류를 받은 것이 없다. 필요한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타임과 함께 미국 2대 시사 주간지로 꼽혔던 뉴스위크는 2000년대 들어 부수가 대거 감소하면서 경영난에 빠져 2010년 이래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연아 혼자 5조원 ‘효과’

    [커버스토리] 연아 혼자 5조원 ‘효과’

    올해는 4년 주기로 열리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몰려 있어 스포츠 스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해다. 김연아(24·올댓스포츠)와 이상화(25·서울시청) 등 소치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태극전사,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다섯 대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하는 스타들이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스타 한 명이 만인(萬人)을 먹여 살리는 시대. 이른바 ‘스타노믹스’(스타들의 경제학)가 주목받고 있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경제적 효과 용역 연구를 의뢰했다. 대답은 5조 2350억원. 김연아의 개인 수익을 제외한 기업들의 네이밍 라이선스 제품 매출만 1조 7891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용역이 발주되지 않았지만 김연아가 소치 대회를 통해 당시 못지않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광고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CM전략연구소의 경원식 소장은 “김연아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월 8.26%에서 2월 12.63%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는 광고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상화의 광고료는 1년에 2억~3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배 이상 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홍명보호가 브라질에서 8강에 성공하면 또 한번 열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연구 결과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성공한 덕에 총 10조 2000억원의 파급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스포츠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를 과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스포츠와 관련한 소비나 여가비 지출은 ‘제로섬’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제 효과가 만들어지더라도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커버스토리] 직업은 스포츠 스타 취미는 머니 메이킹

    [커버스토리] 직업은 스포츠 스타 취미는 머니 메이킹

    최정상급 스포츠 스타는 ‘걸어다니는 기업’이다. 지역과 종교,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이들은 만국의 공통어로 통하며 엄청난 부를 쌓는다.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연봉을 손에 쥐고 마케팅을 노리는 기업들의 타깃이 돼 더 큰 돈을 만진다. 국내 선수 중 단연 눈에 띄는 수입을 올린 선수는 김연아(24·올댓스포츠)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분석한 결과 김연아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400만 달러(약 150억원)를 벌어 세계 여성 스포츠 스타 중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2900만 달러) 등 테니스 스타들이 1~4위를 휩쓴 가운데, 테니스 외 선수로는 레이싱의 다니카 패트릭(미국·15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벌었다. 포브스는 10위권 선수 중 유일하게 김연아만 상금(연봉)과 광고(후원) 수익을 구분하지 않고 총수입만 발표했다. ●김연아 몸값은 약 150억원… 세계 6위 김연아는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2010년 970만 달러(5위)를 번 것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아의 광고계 몸값은 연간 10억원으로 국내 최정상급 연예인 대우를 받고 있다. 김연아가 은퇴하면서 광고계의 블루칩은 손연재(20·연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5위에 올라 ‘리듬체조 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손연재는 포브스가 발표한 ‘2012년 한국 파워 셀러브리티(대중에 알려진 유명인) 10위’에서 김연아(9위)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물론 김연아가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손연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지표다. 손연재는 이미 김연아에 버금가는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한층 인지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7년에 1370억원’ 추신수, 한국선수 최고 지난해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와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370억원)의 ‘대박’ 계약을 한 추신수(32)는 당분간 한국 스포츠 선수로는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봉은 737만 5000달러였으나 올해는 1400만 달러를 받으며, 2016~2020년에는 2000만 달러 이상이 된다. 2005년 시애틀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추신수는 클리블랜드로 둥지를 옮긴 2007년에는 리그 최저 수준인 38만 3100달러의 연봉을 받았지만 2011년 397만 5000달러로 4년 만에 10배나 끌어올렸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또 한 차례 수직 상승했다. 여자 프로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상금으로만 245만 6290달러(약 26억원)를 벌어 2012년(228만 7080달러)에 이어 2년 연속 투어 ‘상금 퀸’에 올랐다. 박인비의 지난해 수입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상금과 스폰서의 인센티브를 합쳐 50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타이거 우즈 1년에 7810만 달러… 세계 1위 해외 스포츠 스타로 눈을 돌리면 액수는 천문학적 단위로 넘어간다. 지난해 포브스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한 해에 7810만 달러(약 872억원)를 손에 쥐었다. 상금으로만 131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광고와 각종 후원금으로 6500만 달러를 벌었다. 우즈는 2001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뒤 2012년(3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에 섰다. 우즈는 지난해까지 13억 달러를 번 것으로 조사됐으며, 현재와 같은 활약을 펼칠 경우 40세가 되는 2016년에는 15억 달러(약 1조 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지난해 7150만 달러를 벌어 2위에 올랐고, 미국 프로농구(NBA) 코비 브라이언트(미국)는 6190만 달러로 3위에 랭크됐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복싱의 매니 파퀴아오(필리핀·6200만 달러)가 14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한국 선수는 상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업들 스포츠 마케팅도 선수들 ‘돈방석’에 한몫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이 글로벌 기업의 필수 코스가 되면서 스타들은 앉는 자리가 돈방석이다. 미국 4대 스포츠나 유럽 축구가 스타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안기는 것도 광고 효과를 노린 기업들의 ‘투자’ 때문이다. 일찍부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 공식 후원사로 나선 삼성전자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내외 출전 선수 3000여명 전원에게 갤럭시 노트3를 무상 지급할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2009년부터 김연아를 에어컨 광고 모델로 써 이듬해와 2011년 매출이 각각 40%와 60% 신장하는 효과를 누렸다. 이에 라이벌 LG전자는 박태환과 손연재를 모델로 영입해 맞불을 놓았다. KB금융지주도 스포츠 스타 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기업이다. 2006년 고교 1학년인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발탁해 ‘피겨 여왕’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함께했다. 소치에서도 김연아는 물론 이상화(25·서울시청)와 심석희(17·세화여고) 등 여제 3인방과 컬링을 후원해 큰 효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에는 박인비와 후원 계약을 맺어 ‘대박’을 쳤다.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해 6승을 올린 박인비의 유니폼과 모자 등에 새겨진 KB금융 마크가 전 세계 미디어에 노출된 것. 4년에 연간 10억원가량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KB금융은 지난해에만 박인비를 통해 수백억원의 효과를 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나이키, 마케팅 실패에 ‘나이키의 저주’ 굴욕도 하지만 스포츠 스타 마케팅이 꼭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나이키는 광고에 등장한 선수가 종종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나이키의 저주’라는 말이 생겨났다. 2007년 육상 매리언 존스(미국)가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시인해 올림픽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2009년에는 우즈가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고 2012년에는 사이클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의족 스프린터’로 감동을 안겼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여자친구 살해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스포츠 스타의 지갑이 두둑해진 데는 에이전트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1960년부터 스포츠 매니지먼트사가 등장했다. IMG는 프로골프 최고 스타인 아널드 파머와 계약을 맺은 뒤 고속 성장을 거듭했고, 각종 국제대회를 주관하거나 TV 중계권까지 판매하는 거대 기업이 됐다. 현재 전 세계 스포츠 스타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모델인 IMG 설립자 마크 매코맥(2003년 타계)은 스포츠에 비즈니스를 접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를 기려 1년간 가장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에 머문 선수에게는 ‘마크 매코맥상’을 수여한다. 프로축구 외 다른 프로 스포츠의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한국은 매니지먼트 사업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2000년부터 스포티즌, 세마스포츠마케팅, IB스포츠, 올댓스포츠 등이 하나둘씩 탄생했다.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가 2010년 설립한 올댓스포츠는 피겨 유망주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선수-기업간 법적 소송도 빈번 IB스포츠는 2008년부터 손연재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추신수와 국내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세마스포츠마케팅은 박세리(37)와 최나연(27), 신지애(26) 등 유명 프로 골퍼들을 관리하고 있고, 스포티즌은 2012년 실업축구 강릉시청 소속인 김인성(25)을 러시아 명문 CSKA모스크바로 이적시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스타와 에이전트의 관계가 ‘해피 엔딩’으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김연아는 두 차례나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벌였다. 2006년 IMG코리아와 계약했으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않자 이듬해 IB스포츠로 옮겼다가 이중계약이라며 피소당했다. 2010년 IB스포츠와 계약이 만료된 뒤에는 일부 후원금과 광고 모델료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연아는 두 차례 분쟁 모두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박찬호도 7년간 동고동락했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2007년 결별했다. 보라스가 2001년에는 5년간 6500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보라스는 기량이 쇠퇴한 박찬호 대신 다른 선수들의 계약에 집중했고, 박찬호는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커버스토리] 인생 2막 실패기

    [커버스토리] 인생 2막 실패기

    스포츠 스타들의 인생 1막은 화려하다.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에 오르내린다. 모든 인간관계가 호의 속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는 속고 속이는 약육강식의 ‘차가운 정글’이다. 또 스포츠 스타들은 회사원, 자영업 등 다른 직업에 비해 생명력이 매우 짧다. 운동 선수들은 체력적 문제, 부상, 또는 경기력이 후배들보다 떨어지는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대략 30대 중·후반에 은퇴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은퇴 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차분하게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스타들은 인생 2막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많다. 좌절감 속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프로야구 4번타자 이호성 ‘비운의 스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4번 타자 이호성은 인생 2막 최대 실패자로 꼽히는 비운의 스타다. 골든 글러브 2회 수상에 빛나는 이호성은 은퇴 뒤인 2004년 웨딩사업에 뛰어들었다. 연매출 70억~80억을 올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화상 경마장 사업에 투자해 110억원대의 부도를 맞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이호성은 내연녀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신도 투신, 생을 마감했다.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도 지난 1월 법원에서 처형 살해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농구스타 현주엽은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했고 농구천재 방성윤은 동업자 폭행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선수 시절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돈을 인생 2막을 시작하며 무리한 욕심을 부려 한순간에 잃은 스타들도 많다. 한국인 최초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벨트를 찼던 박종팔 역시 은퇴 뒤 큰 실패를 맛봤다. 선수생활을 끝낸 그는 술집경영 등 사업 실패, 스포츠센터 투자 실패, 지인의 배신 등을 겪으며 90억원대의 재산을 날렸다. 이로 인해 박종팔은 아내를 잃었고, 자신 역시 화병으로 인해 당뇨, 심장병, 뇌졸중을 앓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유도스타 김재엽도 은퇴 뒤 사업가로 변신했으나 역시 20억원을 날렸다. 그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혼 등 악재가 겹쳐 노숙생활까지 했고 이후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복싱교실을 운영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인생 2막 실패기는 해외에도 부지기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스타 커트 실링은 2009년 은퇴 뒤 현역 시절 자신의 등번호를 딴 게임회사 ‘38스튜디오’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하지만 회사의 부도로 투자금 5000만 달러와 로드아일랜드주로부터 대출 보증받은 7500만 달러마저 허공에 날렸다. 그 결과 실링은 주 정부 보증을 통한 은행 대출 과정에서 담보로 등록했던 2004년 챔피언십시리즈의 더 유명한 ‘핏빛 양말’까지 지난해 경매에 내놨다. 실링은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인 2004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발목 인대 수술을 받은 불완전한 몸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 역투했다. 흰 양말에 피가 맺혀 팀의 상징인 ‘레드삭스’로 변하자 팬들은 그의 핏빛 투혼을 칭송했다. 소장가치 1억원 이상의 의미가 있는 양말마저 빚 청산을 위해 팔아버린 실링은 이후 다시 방송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활동해 왔으나 지난달 암 발병 사실을 밝히며 투병 중이다. 선수 시절 복잡하고 화려한 사생활 때문에 인생 2막의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1980년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미남 스타로 이름을 날린 스티브 가비는 점잖고 지적인 외모로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야구장에선 좋은 매너와 팬 서비스로 ‘미스터 클린’이라고 불렸지만 유니폼을 벗기만 하면 카사노바로 변했다. 1983년 대학시절 만난 부인과 이혼한 그는 사업가인 주디스 로스와 동거에 들어갔고, 여비서와도 관계를 맺었다. 세일즈우먼 셰릴 몰턴도 만나고 있었다. 세 여자의 구혼 요청에 시달리던 그는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선수로도 신통찮은 성적을 거뒀다. 1988년 은퇴를 결심한 가비는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는데, 상대는 또 다른 여자인 캔디 토머스였다. 이후 가비는 수많은 여인들의 양육비 청구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핵이빨로 전락하더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프로농구(NBA)를 풍미했던 앨런 아이버슨은 필라델피아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득점왕을 네 번이나 차지한 슈퍼스타였다. 2000~01시즌 필라델피아를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고 자신은 MVP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해 19연승을 달리며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LA 레이커스를 상대로는 1차전에서 48점을 쏟아붓는 맹활약을 펼치며 레이커스의 연승 행진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프랜차이즈 사상 최다인 40점 이상 득점 기록(76경기)을 보유하고 있고 팀 내 3점슛 최다 성공 기록(885개)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버슨은 악동 기질과 낭비벽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필라델피아 래리 브라운 감독과 끊임없이 충돌하며 잡음을 만들었고, 결국 필라델피아를 떠나 덴버, 디트로이트, 멤피스 등 여러 팀을 전전했다. 그가 NBA에서 벌어들인 돈만 무려 1억 5400만 달러(약 1700억원). 하지만 돈이 들어오는 대로 흥청망청 쓰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고 2012년 NBA를 떠나기 직전 법원으로부터 한 보석상에게 진 빚 86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은행계좌를 압류당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미국 메이저 실내축구리그 소속 뉴욕 로체스터 랜서스로부터 게임당 출전료 2만 달러의 계약을 제의받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결국 돈이 급했던 아이버슨은 은퇴하지 않고 터키리그로 떠났고 지난해 은퇴했다. ●스포츠 이외 분야 교육 전혀 안 이루어져 스포츠 스타의 인생 2막 실패의 ‘아이콘’으로 마이크 타이슨 이상의 인물이 있을까. 1986년 20세에 최연소 헤비급 세계챔피언이 된 뒤 현역 시절부터 범죄와 기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타이슨은 1997년 WBC 타이틀전에서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핵주먹’에서 ‘핵이빨’로 전락했다. 이후 마약 중독에 빠진 끝에 2006년 은퇴했다. 독보적인 권투 실력으로 엄청난 갑부가 됐으나 방탕한 생활과 마약 복용으로 추락을 거듭하다 파산 신청까지 했다. 정신을 차린 타이슨은 2009년 라키하 스파이스와 결혼한 뒤 돈 관리를 아내에게 맡겼다. 타이슨은 최근 “100일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고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지독한 알코올 중독으로 죽음 직전에 있는데 술에 취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타이슨은 현재 연극배우로 변신한 상태다. 이처럼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화려한 인생 1막을 마치고 인생 2막에서 많은 좌절을 겪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선수로서의 성공만을 위해 한 분야에 올인, 인성이나 사회화 등 스포츠 이외의 분야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화려한 선수 시절의 허명에만 갇혀 전업이나 사업에 필요한 태도와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인생 2막에서 실패하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프로야구 두산의 투수 출신 이경필 해설위원은 “인생 2막을 시작할 때는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오렌지캬라멜 “1위하면 무대 위 초밥 흡입”…왜 이런 말을

    오렌지캬라멜 “1위하면 무대 위 초밥 흡입”…왜 이런 말을

    그룹 애프터스쿨 유닛 오렌지캬라멜이 1위 공약을 밝혀 화제다. 지난 11일 오렌지캬라멜은 서울 강남에서 ‘서프라이즈 시사회’를 열고 뮤직비디오 공개와 함께 팬들과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열린 ‘서프라이즈 시사회’에서는 오렌지캬라멜의 세번째 싱글 ‘까탈레나’ 뮤직비디오 상영에 앞서 앨범의 커버 촬영과 뮤직비디오 메이킹 영상도 함께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팬들의 ‘1등 공약’ 질문에 리지는 “1위를 하면 무대 위에서 초밥을 먹겠다”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레이나는 “울다가 초밥 먹어야 하는 거냐. 1등 공약은 첫 방송 때까지 좀 더 고민해 보겠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오렌지 캬라멜의 신곡 ‘까탈레나’ 뮤직비디오는 ‘초밥’을 콘셉트로 촬영해 독특한 의상과 안무를 선보였다. 또한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안무로 꼽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오렌지캬라멜의 싱글 앨범 ‘까탈레나’는 12일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오렌지캬라멜은 오는 13일 방송되는 Mnet ‘엠 카운트다운’에서 컴백 무대를 갖는다.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이번에도 기대만큼 곡이 신난다”,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콘셉트 독특하네”,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초밥 먹는 공약 지키게 되면 웃기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상)오렌지캬라멜 ‘까탈레나’ 1위 하면? “무대서 초밥 먹겠다” 대체 왜?

    (영상)오렌지캬라멜 ‘까탈레나’ 1위 하면? “무대서 초밥 먹겠다” 대체 왜?

    그룹 애프터스쿨 유닛 오렌지캬라멜이 1위 공약을 밝혀 화제다. 지난 11일 오렌지캬라멜은 서울 강남에서 ‘서프라이즈 시사회’를 열고 뮤직비디오 공개와 함께 팬들과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열린 ‘서프라이즈 시사회’에서는 오렌지캬라멜의 세번째 싱글 ‘까탈레나’ 뮤직비디오 상영에 앞서 앨범의 커버 촬영과 뮤직비디오 메이킹 영상도 함께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팬들의 ‘1등 공약’ 질문에 리지는 “1위를 하면 무대 위에서 초밥을 먹겠다”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레이나는 “울다가 초밥 먹어야 하는 거냐. 1등 공약은 첫 방송 때까지 좀 더 고민해 보겠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오렌지 캬라멜의 신곡 ‘까탈레나’ 뮤직비디오는 ‘초밥’을 콘셉트로 촬영해 독특한 의상과 안무를 선보였다. 또한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안무로 꼽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오렌지캬라멜의 싱글 앨범 ‘까탈레나’는 12일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오렌지캬라멜은 오는 13일 방송되는 Mnet ‘엠 카운트다운’에서 컴백 무대를 갖는다.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이번에도 기대만큼 곡이 신난다”,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콘셉트 독특하네”, “오렌지캬라멜 신곡 까탈레나, 초밥 먹는 공약 지키게 되면 웃기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본지 기자 전기차로 1주일 출퇴근기

    [커버스토리] 본지 기자 전기차로 1주일 출퇴근기

    ‘55…20…15….’ 계기판 한가운데에서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 숫자가 운전자를 향한 ‘경고’라는 걸 깨달은 건 전기차를 몰기 시작한 지 3일이 지난 후였다. 강북 지역 30㎞ 구간(상암동-광화문-여의도-상암동)만 오간 이틀은 괜찮았다. 전기차 출퇴근기를 쓰려고 카셰어링 업체에서 5일간(지난달 24~28일) 빌린 전기차는 기아자동차 ‘레이EV’다. 완속충전(6시간) 시 운행 가능 거리는 약 90㎞, 급속충전(25분) 시엔 80㎞ 정도를 갈 수 있다. 첫인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 조용해 계기판 속 ‘레디’(READY·시동 알림등)라는 글자를 확인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렸는지 모를 정도였다. 가속 능력도 휘발유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시속 110㎞까지는 무난하게 속도가 올라갔다. 과속만 안 하면 도심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음 날을 위해 여의도 북단에 있는 급속충전기를 찾아 첫 충전을 했다. 급속충전을 자주 하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되도록 완속충전을 권하지만 6시간을 기다릴 순 없었다. 배터리를 80%(주행가능 거리 72㎞) 충전하는 비용은 1200원 정도다. 싸다는 생각에 전기차에 대한 호감은 더 커졌다. 3일째 되던 날. 강남(상암동-양재 나들목)까지 출퇴근 반경을 좀 넓혀 보기로 했다. 왕복 52㎞ 구간이지만 전날 급속충전을 해 뒀으니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출퇴근 모두 정확히 러시아워에 걸리다 보니 운행 시간이 길어졌다.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 어느새 배터리 용량은 30%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멈추면 어쩌지.’ 운전대를 잡은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없다고 경고하면 진짜 없는 거다. 계기판 눈금이 바닥을 가리킨 후에도 20~30㎞를 더 달려 주는 자비 따윈 없다. 길 위에 차가 멈추면 전기차는 무조건 레커차 신세를 져야 한다. 결국 집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충전소를 찾아야 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원망하며 방향을 여의도로 틀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가 잘 나가지 않는 아슬아슬한 시간을 견뎌낸 후 겨우 충전소에 도착했다. 급속충전기가 고장 난 바람에 바로 옆 완속충전기를 이용해야 했다. 급한 불을 끄려고 반만 충전한다 해도 차 옆에서 멍하니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차를 충전소에 놔두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기차의 하소연

    [커버스토리] 전기차의 하소연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의 화두는 그린카, 친환경 차량이다. 화석연료로 굴러가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면서 연비도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HEV·Hybri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순수 전기차(EV 또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등이 100여종 쏟아져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세 가지 차는 공통적으로 2차 전지(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큰 범주에서 전기차(xEV)로 묶을 수 있다. 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에 강세를 보였던 일본이지만 지난해 전기차 판매 실적은 82만 5000대로 전년(88만 8000대)보다 7.1% 감소했다. 세계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1%로, 2009년 이후 처음 50% 밑으로 떨어졌다. 하이브리드차 육성을 위해 지급되던 정부 보조금이 중단된 여파가 컸다. 일본이 주춤한 사이 미국과 유럽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각각 59만 4000대와 18만 5000대였다. 전년보다 각각 23.1%, 44.3% 성장했다. 미국에서는 중대형 차량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거 출시되고 100% 충전식 배터리로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23종의 하이브리드 신차 가운데 13종이 중대형차여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순수 전기차인 닛산 리프는 기존보다 가격을 6000달러 내려 판매량을 키웠고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초고급 차량인 모델S를 중심으로 전년보다 2배 많은 2만 3000여대를 팔았다. 유럽에서는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했다. ●출퇴근 30% 전기차 땐 하루 3097.2㎿h 절약 차 종류별로 보면 순수 전기차의 약진이 돋보인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팔린 전기차는 모두 168만대다. 전년(156만 3000대)보다 7.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가 91.2%(153만 3000대)로 절대다수지만 판매 증가율은 4%에 그쳤다. 반면 2012년 4만 5000대가 팔린 순수 전기차는 지난해에는 2배 이상(111.1%) 많은 9만 5000대가 팔렸다. 짧은 거리는 전기 배터리로, 장거리는 엔진으로 달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17.6% 증가한 5만 2000대가 팔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도 순수 전기차의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MW, 폭스바겐 등의 유럽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쉐보레, 르노삼성 등의 국내 업체가 앞다퉈 성능을 강화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기후변화 대책을 강화하면서 성장해 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기후변화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연비 기준을 강화해 2016년까지 완성차 업체의 평균 연비를 1갤런당 35.5마일로 맞춰야 하고 2025년까지 54.5마일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 유럽은 내년부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를 넘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각국 정부는 친환경 차량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당근책도 병행한다. 미국은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프랑스 등도 3000유로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 엔진과 변속기 등 기존 자동차 부품 시장은 다소 위축되겠지만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부품 산업과 전기차 충전소 관리, 배터리 대여 사업, 전기차 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파생 산업이 꽃을 피우게 된다. 특히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하이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은 연평균 35.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43.0%로 더 증가하고 효율이 높은 리튬이온 전지의 성장률은 연평균 50.4%로 추정된다. 노트북에 주로 쓰였던 리튬이온 전지는 LG화학이나 삼성SDI 등의 국내 업체가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다. LG화학은 GM, 르노, 현대·기아차 등 대형 수요처를 확보해 지난해 6000억원을, 크라이슬러와 BMW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는 1000억원의 매출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거뒀다. 내년에는 LG가 1조 5000억원, 삼성은 1조원 안팎으로 매출액을 확대할 방침이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쥔 LG화학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가 전기차 관련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배터리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전환하는 인버터와 외부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탑재형 충전기, 차량 공조 시스템을 생산한다. LG이노텍이 전기차 모터와 조향장치, 센서 등의 핵심 부품을 맡고 LG CNS가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이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 등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고 SK네트웍스가 주유소 시설을 기반으로 충전 인프라 및 관련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 C&C는 전기차 배터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관리 시스템 생산에 나섰다. 언뜻 생각하면 전기 충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기차의 전력 소모가 심할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낮이 아니라 심야에 주로 차량 충전을 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 피크에는 영향을 별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통근 수요의 30%가 순수 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야간 신규 전력 수요는 하루 평균 3만 7640.4㎿h로 전체 전력 수요의 3%에 그친다.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등의 투자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면 오히려 피크시간대 전력량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 체제 아래 실시간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전기차 운전자는 심야시간대 싼 전력을 이용해 자동차 배터리를 가득 충전하고, 전력 요금이 비싼 대낮 피크시간대에 배터리에 남은 전기를 중앙전력시스템에 되팔 수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런 제도를 V2G(Vehicle to Grid)라고 부른다. V2G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의 충전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중앙정부는 전력 예비량이 모자라는 피크시간에 전력 수요를 쉽게 관리할 수 있다. 1년 동안 1만 3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일반 자동차의 연료비는 휘발유 기준으로 200만원 정도이고 전기차 충전 요금은 30만원이다. 이마저도 V2G를 활용하면 충전 요금을 최소한으로 아낄 수 있다는 게 한국전력 측의 설명이다. ●탄소가스 0 수소차 대안… 1억대 가격 흠 모정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승용차 통근 수요의 30%가 전기차로 대체되면 하루 평균 3097.2㎿h의 전력 수요를 낮출 수 있고 특히 피크시간대 3363㎿h의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다”면서 “이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32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의 장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누누이 지적됐듯이 충전 시간이 길고 주행 거리가 짧으며 충전 시설이 부족한 것은 취약점이다. 가격도 비싸다. 특히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잡아먹는다.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노트북 컴퓨터 300대 분량이다. 충전과 방전을 거치며 수명이 짧아져 정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관련 기술 발달로 배터리 가격은 현재 1㎾h당 800달러 수준에서 2020년 3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에 기대지 않으면 일반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친환경차의 최종 진화 단계는 수소연료전지차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기차도 따지고 보면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등을 통해 얻은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가스 배출에서 100% 자유롭지 못하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를 힘으로 사용한다. 배출되는 것은 물밖에 없는 무공해 차량이다. 한번 충전으로 500㎞를 주행할 수 있다. 수소 충전 시간도 3분 내외로 짧아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폭발 가능성이 있는 수소를 저장 탱크에 넣어 차에 싣고 다녀야 하는 게 문제점인데 이를 방지하는 안전밸브에 대한 공인기관 인증 기준도 최근 마련됐다. 수소의 가격은 1㎏당 5000~6000원 선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는 수소 1㎏으로 100㎞를 달릴 수 있다. 차값이 비싼 게 흠이다. 1대당 가격이 1억원 선이다. 동력 전달 장치인 파워트레인 가격만 7500만원인데 2020년이면 제조 단가를 1100만원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충전소도 아직 전국 13곳에 불과하다. 또한 현대차 등 극소수 업체만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대중화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기차 천국’ 네덜란드 vs 갈길 먼 대한민국

    [커버스토리] ‘전기차 천국’ 네덜란드 vs 갈길 먼 대한민국

    네덜란드에는 전기차가 흔하다. 지난해 한 해에만 2만 3000여대의 전기차가 팔려 유럽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됐다. 네덜란드 신규 자동차 판매량의 23%가 전기차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네덜란드 전역에서 운행중인 전기차는 3만 86대에 달한다. 수도 암스테르담에만 1만여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등록 전기차 수 1871대, 그마저도 95% 이상이 관공서나 공공기관, 법인 소속인 우리나라와는 전혀 딴판이다. ‘전기차 천국’이 된 네덜란드도 불과 2년 전엔 우리나라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네덜란드 도로교통공사(RDW) 자료를 보면 네덜란드의 전기차 수는 2011년 1579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2015년 전기차 활성화 계획을 시행하면서 급격히 늘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전기차 구매 시 차값의 최대 50%를 보조했다. 승용차의 경우 1만 5000유로(약 2200만원), 트럭이나 택시를 구매하면 최대 4만 5000유로(약 66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도로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도 제공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무엇보다 사활을 걸었던 건 전기차 충전소를 늘리는 일이었다.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140㎞ 정도밖에 달리지 못한다. 따라서 급속 충전소 설치가 필수다. 2011년 1826곳이었던 네덜란드의 전기차 충전소가 2012년 3611개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5770개로 증가했다. 2년 새 3배 넘게 충전소가 늘어난 것이다. 암스테르담 시내에만 650여개의 충전소가 있다. 두세 블록마다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셈이라 충전소를 찾아다니느라 진땀을 뺄 필요가 없다. 또 급속 충전기라 30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충전비용은 공짜다. 충전소에는 2~3대의 전기차를 댈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고 전기차가 아니면 이곳에 주차할 수 없다. 임성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암스테르담 무역관 과장은 “암스테르담 시내의 기본 주차요금이 5유로(약 7400원)에 이르고 주차 공간 자체가 부족해 자기 집 앞이라도 주차 허가를 받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무료 주차와 무료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한 결정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1~2013년 네덜란드에서 전기차는 19.1배 늘어났다. 2011년 전기차 활성화 계획 당시 잡았던 ‘2015년 1만 5000~2만대’ 목표도 이미 지난해 훌쩍 뛰어넘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셰어링 대중화도 네덜란드의 전기차 보편화를 이끌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2011년부터 전기차를 빌려 쓰는 ‘카투고’(Car2Go)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가입비 10유로(약 1만 5000원)에 분당 0.31유로(약 460원) 요금으로 이용 가능하다. 네덜란드 시내에만 1000여대가 있고 위치는 스마트폰 앱 등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구매 혜택도 네덜란드 못지않다. 전기차를 살 때 15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 사이에 경쟁이 붙어 경남 창원 600만원, 제주 800만원, 전남 영광 900만원 등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3500만원쯤 하는 기아차 레이EV를 11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셈이다. 세제 혜택도 크다. 2012년부터 전기차를 구입하면 연간 개별소비세 200만원, 교육세 60만원, 취득세 140만원 등 모두 42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이용이 확대되지 못하는 것은 공공 인프라 부족으로 충전소를 찾기 힘들어 실제 운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편성된 예산조차 다 못 쓰는 상황도 벌어졌다. 환경부는 2012년 2000대의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해 57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1091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결국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지난해 1000대분으로 깎였고, 올해 800대분으로 다시 축소됐다. 서울신문이 환경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2011년 26곳이었던 우리나라 급속 충전소는 2012년 111곳, 지난해 177곳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대부분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설치돼 있어 일반인이 찾기 쉽지 않다. 부족한 인프라 탓에 우리나라 전기차 대부분이 ‘전시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전기차가 가장 많은 서울시의 경우 모두 688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다. 하지만 급속 충전소는 구당 1~2곳인 35곳에 불과하다. 심지어 전북에는 급속 충전소가 한 곳도 없고 대구, 충북, 울산에는 단 1곳뿐이다. 이들 지역에 등록된 12~25대의 전기차가 해당 기관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완속 충전기를 써도 되지만 한번 방전되면 충전에 6~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기차의 실질적인 운행을 위해서는 급속 충전기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전기차 급속 충전소가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환경부는 올해 100곳의 급속 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지만 이를 더해도 277개에 불과하다. 지자체나 자동차 제조업체도 충전소 설치에 소극적이다. 지자체는 충전소 설치를 중앙정부나 제조사 몫으로 떠넘긴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기차 급속 충전소는 환경부에서 지정해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가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사실 전기차 충전소는 휴대전화 기지국과 같은 개념”이라면서 “전기차를 팔려고 하는 제조사가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지난해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정부 보조 없이 100여대 만들었다. 소비자에게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테슬라 고객은 동부 뉴욕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까지 전기 걱정 없이 미국 횡단을 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자동차가 지난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공동 구축에 합의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할 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충전 인프라가 500~1000개 정도로 확대될 때까지는 민간이 무리해서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2017년까지 정부가 추가로 600개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그쯤 되면 민간 사업자나 전기차 제조사들도 안심하고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전기차 충전 방식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우리나라 급속 충전기는 ‘차데모’ 방식으로 2011년 가장 먼저 출시된 레이EV만 충전이 가능하다. 직류(DC)콤보 방식인 한국지엠의 스파크EV와 교류(AC)3상 방식인 르노삼성차의 SM3 ZE는 이용할 수 없다.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차데모와 AC3상, DC콤보형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급속 충전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하나의 표준 충전 방식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는 글로벌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돼 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온실가스(CO2) 배출량 기준을 1㎞당 130g으로 강화하고 2020년부터는 95g으로 강화한다. 한 해 제조사가 생산하는 전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 기준을 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 역시 내년부터 146g, 2020년부터 89g으로 탄소 배출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탄소 배출량을 95g/㎞로 맞추기로 하고 내년부터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탄소 배출량 중립 구간을 정해 이 기준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부담금을 물고, 적으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자동차 업계는 디젤과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기술에서 앞선 수입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가솔린 중심의 국산차에는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완성차 부품 협력업체 경영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이 적절한 구간 설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글 사진 암스테르담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커버스토리] PPL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PPL은 나날이 치솟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자구책이다. 특히 프로그램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면서 배우들의 출연료와 스태프의 급여를 체불하기 일쑤인 외주제작사에 PPL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정당한 시청권이 침해되기 마련이다. 제작사들은 PPL에 대한 규제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고, 시민단체는 PPL을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PL이 늘수록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와 케이블 등 방송사에서의 간접광고 관련 제재 건수는 2011년 14건, 2012년 17건이었고 지난해에는 55건으로 부쩍 늘었다. 상품을 배치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넘어 해당 상품의 기능을 과도하게 시연하거나 대사로 언급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제작사들과 광고주들 역시 PPL에 대한 불만이 적잖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상품 노출의 크기나 시간 등의 제한을 지키려다 보면 PPL의 장점이 줄어든다”면서 “오히려 상품의 로고를 가린 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협찬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한 ‘필요악’인 PPL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돼야 할 것이 많다. 간접광고의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광고 내용을, 전파관리소가 광고의 크기와 시간을 각각 사후 심의하는 형식으로 이원화돼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2년 방송사와 제작사, 광고사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는 이원화된 심의 및 규제 주체를 일원화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원화를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 일관성을 도모하고 규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접광고와 협찬제도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간접광고 운영에 관한 법·제도적 쟁점 및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간접광고의 시간 및 횟수 제한이 협찬제도의 활용으로 인해 무력화되고 있고, 간접광고와 협찬이 혼재돼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두 제도의 양립으로 방송광고 시장의 거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방송광고의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점점 교묘해지는 간접광고의 기법에 비해 관련 규정은 여전히 모호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방송협회와 업계는 지난해 11월 ‘간접광고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존의 방송법 시행령 내용에 간접광고와 협찬의 명확한 구분, ‘자연스러운 노출’을 판단하는 5개의 기준이 명시됐다. 규제력은 없는 가이드라인이지만 관련 업계의 자정작용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간접광고와 협찬의 명확한 구분 및 일원화, 방송사와 광고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영리해진 PPL… 떴다 하면 ‘완판’

    [커버스토리] 영리해진 PPL… 떴다 하면 ‘완판’

    “저 손수건도 PPL 아니야?” 지난 20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19회에서 극 중 도민준(김수현)이 세수를 한 천송이(전지현)에게 다정히 손수건을 건네자 한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지난 27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별그대’는 그야말로 강력한 ‘광고판’이었다.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로맨틱 코미디)에다 최고의 남녀 스타가 출연했으니 PPL(Product Placement·간접 광고) 시장이 내내 눈독을 들일 만했다. 자동차, 책, 푸딩 등 일상 속 상품에서부터 고가의 천체망원경까지 가세하는 등 ‘협찬 전쟁’에 불꽃이 튀었다. 모바일 메신저인 네이버 ‘라인’은 도민준과 천송이의 사랑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천송이의 자동차로 협찬된 벤츠는 ‘붕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그의 엉뚱한 성격을 대변하는 소재가 됐다.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상품들은 노출되는 족족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전지현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기 무섭게 그가 착용한 옷과 가방, 액세서리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왔고 해당 상품은 고가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른바 ‘천송이 립스틱’을 탄생시킨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씨는 “전지현씨의 투명한 피부를 잘 살리기 위해 입술에 형광빛이 도는 핑크색으로 틴트 효과를 줬다. 그동안 많은 여배우를 담당했지만 이번처럼 반응이 좋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지현 립스틱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흔들었다. 드라마 초반에 이브생로랑 제품으로 잘못 알려져(실제로는 아모레퍼시픽 제품) 한국·중국관광객들이 해외 백화점에서 품절 사태를 빚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업체들이 PPL을 무조건 많이 팔기 위한 장치로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명 ‘천송이룩’을 만들어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는 “‘천송이룩’은 때론 로맨틱하게, 때론 세련되게 때와 장소에 맞춰 연출했고 소화하기 어려운 옷과 쉽게 코디할 수 있는 옷, 국내외 브랜드를 적절히 섞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대본을 본 뒤 적절한 의상을 골라 전지현과 30벌쯤 피팅(입어보기) 작업을 한 뒤 한 회에 일곱 벌 정도를 선보였다. 정 대표는 “당장의 판매량보다는 브랜드를 알리는 장기적 홍보 차원에서 협찬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책이 드라마에 떴을 때

    [커버스토리] 책이 드라마에 떴을 때

    요즘 드라마와 책은 공생한다. 과거 드라마에선 책이 부잣집의 서재를 과시하는 배경 정도였다면 최근 몇 년 새 주인공의 속내를 드러내거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활용되면서 슬금슬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작정하고 PPL에 뛰어들기도 한다. 출판사의 PPL 비용은 5000만~1억원 수준으로, 노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1만~2만원짜리 책을 수천권 팔아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A출판사 관계자는 “그저 책이 놓여 있거나, 주인공이 잠시 들춰 보는 정도로는 광고 효과를 보지 못한다. 생뚱맞게 노출되면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 책 내용과 드라마 상황이 잘 어우러지고,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일으키도록 영리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비용을 쉽게 뽑을 수 있는 종목이 아닌 탓에 대부분 출판사는 PPL에 조심스럽다. 문학동네는 PPL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경우다. ‘신사의 품격’(SBS, 2012년)에는 이 출판사의 책이 대거 등장했다. ‘나는 기다립니다’(다비드 칼리)를 좋아한 김은숙 작가의 제안으로 PPL이 진행됐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모르는 여인들’(신경숙),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김훈), ‘원더보이’(김연수)도 PPL 목록에 넣었다. 출간 2년 동안 30만부가 나갔던 ‘어디선가’는 드라마 노출 이후 판매량에 10만부를 추가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PPL로 새로운 독자들이 생기고, 확실히 책 판매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문학동네는 ‘적도의 남자’(KBS, 2012년)에도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깊은 슬픔’(신경숙) 등을 넣었다. 시각장애인 주인공이 여주인공과 교감하는 방법으로 등장한 책은 거슬리지 않는 PPL의 예시를 만들어 냈다. 책 PPL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모두 PPL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 여전히 책은 순수한 협찬이 많다. 가장 성공적인 협찬 사례는 ‘내 이름은 김삼순’(MBC, 2005년)에 나온 ‘모모’(미하엘 엔데, 비룡소)로, 드라마에 노출된 뒤 판매량이 100만부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별에서 온 그대’(SBS)에 협찬한 동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케이트 디카밀로, 비룡소)이 ‘드라마셀러’로 우뚝 섰다.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말까지 1만부 정도 팔렸지만, 지난 1월 1일 방송에 노출된 뒤 2개월 만에 17만부가 나갔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랭크(교보문고 등 온·오프 서점)에서 2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비룡소의 모회사인 민음사 관계자는 “(박지은)작가가 책을 알고 있던 터라 활용됐다. 도민준(김수현)의 심정을 절묘하게 표현한 데다 미래에 대한 암시도 품고 있어 화제가 됐다. 더불어 동화 자체의 이야기 힘이 높아 톡톡히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책도 상품이기에 마케팅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책 PPL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마음의 양식’조차 상술에 휘둘린다는 안쓰러움이 크다. 이에 대해 출판계 의견은 명확하다. “배부른 소리”라는 거다. B출판사 관계자는 “그렇게라도 책을 팔 수 있다면 좋겠다. 얼마나 효과를 볼지 확신도 없는데 투자를 할 만한 여유가 우리(출판계)에겐 없다”고 일축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커버스토리] 은밀하게, 치밀하게… 30초 노출 전쟁

    [커버스토리] 은밀하게, 치밀하게… 30초 노출 전쟁

    요즘 드라마 시장은 간접광고(PPL) 때문에 울고 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1월 방송법이 개정돼 PPL의 허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PPL 규모는 매해 평균 40%가량 상승하고 있다. 요즘은 시청자들의 리모컨 재핑(채널 이동) 현상이 심해 프로그램 앞뒤의 광고 주목도가 낮아져 아예 드라마 속에 광고를 녹이는 PPL 기법이 유행하고 있는 것. 2~3개월 동안 꾸준히 특정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고 케이블을 통해 자주 재방송되는 것도 PPL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이유다. PPL이 가장 많이 붙는 방송 장르는 트렌디 드라마와 일일 홈드라마이다. 드라마 장르 특성상 신제품을 노출하기 좋고 무엇보다 주부 시청자들의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 드라마나 의학 드라마는 무거운 분위기 탓에 PPL이 재미를 보기 어려운 장르로 꼽힌다. PPL이 TV 화면에 노출되기까지는 작가, PD, 배우, 광고주 등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보통 PPL은 PPL 업체에 소속된 드라마 마케팅 프로듀서가 담당한다. 이들이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계약한 PPL 업체의 이름과 노출 횟수 등이 담긴 자료를 작가에게 건네면 작가는 적당한 에피소드에 제품을 녹인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자존심 센 거물급 작가들의 경우 PPL을 꺼려 했지만 최근에는 PPL을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방송 관계자들은 “고액의 출연료, 원고료 등으로 제작비가 높아져 외주 제작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작가들의 원고 협조가 비교적 수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덕분에 요즘은 김수현, 노희경, 이경희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도 PPL이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 PPL이 등장하는 방식도 갈수록 진화한다. 생뚱맞게 제품만 노출되는 방식은 옛말. 드라마 내용 전개에 있어 ‘필연적’ 요소로 둔갑하는, 다시 말해 PPL에도 스토리텔링 기법이 적용된다. 가장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기법이 등장인물의 직장(직업)을 통해 노출되는 방식이다.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남자 주인공 준구(하석진)가 대표로 있는 전자회사나 태원(송창의)이 잡지사 대표로 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모두 제작 지원 및 PPL에 참여한 업체들이다. 노희경 작가는 지난해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 오영(송혜교)이 립스틱을 바르는 설정으로 PPL 제품의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무리한 PPL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PPL을 동원하려다 보니 작가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경희 작가는 지난해 인기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주인공 강마루(송중기)가 제작 지원을 한 ‘치킨 마루’와 이름이 같아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 후유증은 후속작의 PPL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작가가 집필한 KBS 새 주말연속극 ‘참좋은 시절’에는 ‘참좋은 여행’, ‘참존 화장품’ 등 드라마 제목과 비슷한 업체의 PPL 제의가 잇따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드라마에 PPL을 전혀 티 나지 않게 처리하기로 소문난 작가도 있다. 김은숙, 박지은 작가가 그들이다. 김 작가는 PPL 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제품 이름을 바꿔 작품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작가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 때부터 PPL을 자유자재로 활용했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 또다시 대박을 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작가는 PPL로 제작비 지원이 원활해야 드라마 스태프들의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 줄 수 있다는 윈윈 의식이 강한 대표적인 스타작가”라고 귀띔했다. PD의 협조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 PPL 대행사의 관계자는 “PD는 드라마가 자기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배우나 작가보다 설득하기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감독이 PPL이 과도하다면서 촬영을 거부해 배우가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와 PD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PPL 업체의 제품을 착용하는 결정권은 상당부분 배우에게 있다.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는 아무리 비싼 PPL이라 해도 배우가 거절한다면 백지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상당수 배우들은 상황이 억지스럽다는 이유로 PPL을 거절하거나 자신이 모델로 있는 업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PPL이 들어올 경우에도 난색을 표한다. 극 중 스타가 제품 모델로 있는 업체에서 PPL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건 그래서이다. 또 반대로 PPL을 먼저 했다가 해당 업체의 모델로 극 중 배우가 발탁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시장이 급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PPL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최근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캠핑 장면에서 출연진이 PPL 협찬을 한 A업체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착용했지만, 경쟁사인 B업체의 모델인 주연배우 이민호는 그 장면에서 빠지고 나중에 합류하는 식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SBS 주말연속극 ‘결혼의 여신’은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제주도 올레길 데이트 장면에서 남녀 주연배우 남상미와 이상우에게 협찬했던 아웃도어 의상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해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배우의 스타일리스트가 하필 신상품이 아닌 전년도 상품을 골라 재고가 다 떨어져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해프닝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한 광고주들의 요구도 점점 집요해지고 있다. 카메라 등 전자제품의 경우 로고만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진 전송 등 세세한 기능까지 노출하거나 커피숍의 경우 음료수뿐만 아니라 빵이나 과자 등 부속 음식까지 소개하면서 “맛있다”는 대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식이다. 요즘 모양이 비슷비슷해진 휴대전화의 경우는 앞, 뒤, 옆 등 3면을 모두 노출시켜 달라는 요구까지도 보태진다. PPL 때문에 극 중 인물의 직업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중견 연기자는 PPL 때문에 직업이 어묵 장사에서 양장점 운영주로 바뀌었다. 드라마 흐름에 따라 관련 제품의 PPL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는 화장품 업계를 소재로 다뤘지만 결국 마지막에 회사가 망한다는 설정 때문에 화장품 PPL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하지만 PPL 시장이 확장하면서 극의 흐름에 맞지 않는 무리한 PPL은 갈수록 골칫거리다. 최근 종영한 KBS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은 만년 백수였던 왕돈(최대철)이 PPL 업체였던 피자 체인의 사장이 되는 설정으로 막을 내렸고 지난해 SBS 사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주막에 PPL 업체의 로고를 무리하게 넣으려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아침 드라마에서 출연자가 “요즘에 황사가 얼마나 심한데 예민한 내 피부 좀 생각해줘”라면서 PPL 업체의 로고가 노골적으로 클로즈업되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최근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집집마다 똑같이 놓인 인터넷 전화기가 거슬린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방송법에 명시된 규정을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한류 바람을 타고 국내 중소업체가 해외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등 순기능도 있으므로 규제만 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케팅 프로듀서 임정민씨는 “극의 흐름을 저해하는 과도한 PPL은 자제되어야 하겠지만 한류 드라마의 경우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발판이 되는 등 순기능이 많고 드라마 시장의 존속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 크다”면서 “국내는 외국에 비해 법 규제가 까다로워 대기업이 PPL을 꺼리는 등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커버스토리] 시청률 30%=1500만명 보는 효과… 회당 광고 노출 단가 최대 3500만원

    [커버스토리] 시청률 30%=1500만명 보는 효과… 회당 광고 노출 단가 최대 3500만원

    방송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간접광고(PPL)는 보도와 시사,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외한 오락 및 교양 프로그램에 허용된다. 해당 상품이나 로고 크기는 전체 화면의 4분의1 미만, 노출 시간은 전체 방영 시간 기준으로 100분의5 이내여야 한다. 또 출연자가 해당 상품을 직접 언급하거나 구매 또는 이용을 권유해서도 안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맞물려 간접광고 운용 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에 따르면 PPL 상품의 최대 노출 허용 시간은 1회당 30초이며, 한 프로그램에 방송할 수 있는 광고주 수는 방송 시간(30~180분)에 따라 15~50개로 제한했다. PPL이 허용된 후 최근 3년간 관련 시장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3사의 PPL 매출 실적은 2010년 29억원에서 2011년 174억원, 2012년 262억원(추정), 2013년 336억원(추정)으로 해마다 100억원가량 팽창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과 종편 등 유료 채널을 합하면 시장 규모는 두 배가량 커진다. 관련 업체도 급속히 늘었다. 한 종합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소규모 회사들이 시작한 PPL에 제일기획 등 업계 상위권의 회사들이 뛰어들었고 홍보대행사도 PPL 업무를 시작했다”면서 “1인 회사부터 대형 광고회사까지 PPL 관련 업체는 1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광고 판매 단가는 프로그램의 일반 광고단가에 준한다. 각 프로그램별로 15초짜리 광고의 단가에 시청률로 드러나는 프로그램의 가치를 고려한다. 광고주들이 가장 높은 단가를 지불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드라마다.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 ‘주군의 태양’,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 히트 드라마를 연이어 내놓은 SBS 수목드라마와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KBS 주말연속극이 가장 높다. 방송 마케팅 전문회사 모스의 조경제 대표는 “시청률 1%를 50만명으로 계산하면 30%는 무려 1500만명이 보는 효과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상품의 노출 수준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 상품을 단순히 배치하기만 하는 레벨 1, 출연자가 상품의 기능을 연출하는 레벨 2로 나뉘는데 레벨 1은 해당 프로그램의 15초 광고요금의 30~60%를, 레벨 2는 70~160%를 지불한다. 출연자가 상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레벨 3도 있지만 방송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산정되는 상품 하나의 PPL 단가는 회당 최대 3500만원에 이른다. PPL 판매 수익 대부분은 제작사와 방송사의 수익이 된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방송사와 제작사가 수익의 40%씩 나눠 가지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나 미디어크리에이트에 3%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나머지 중 약 11%는 광고주와 방송사, 제작사를 연결하는 PPL 대행사에 돌아간다. 최근에는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과 교양정보 프로그램으로 PPL이 확대되고 있다. SBS ‘런닝맨’과 MBC ‘무한도전’은 의류 및 음료 협찬이 대부분을 이룬다. 해외에서 인기 높은 예능 프로그램은 아예 기획 단계부터 PPL 업체가 참여하는 경우도 생겼다. 업계에서는 전체 방송 PPL 시장에서 드라마가 60%가량을 차지하고 예능이 30%, 교양정보 프로그램이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사실 드라마에서 PPL 못지않게 제작비를 조달하는 통로가 바로 제작 지원과 협찬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작 지원의 총 규모는 3700억원에 달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업체가 제작 지원과 PPL을 동시에 진행하는 추세인데, PPL보다 제작지원의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PPL은 상품의 로고가 직접 드러나는 반면 제작지원이나 협찬은 로고를 가리기 때문에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연출이 수월하다. 또 PPL과 달리 광고 단가가 거의 전액 제작사로 들어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요즘은 로고를 노출하지 않아도 드라마가 방영된 뒤 인터넷에 제품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충분해 협찬사에도 손해는 아니다. 수입 자동차 등 로고를 가려도 충분히 광고 효과가 있는 상품은 PPL보다 협찬을 선호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젊은 서울신문을 위하여/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젊은 서울신문을 위하여/안혜련 주부

    “촌락은 멀리서 보면 한 마을이지만 가까이 감에 따라 그것은 집, 나무, 기와, 나뭇잎, 풀, 개미, 개미 다리가 되고 이러한 것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모든 것이 촌락이라는 이름 속에 포함돼 있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말이다. 그의 말을 빌려 똑같이 적용해 보자. 서울신문이란 이름 속에는 무엇이 포함돼 있을까. 지난 일주일 서울신문은 그 무엇보다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 시린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소치에서 만들어진 대한민국 스토리는 전적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꿈과 패기, 눈물과 웃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메달 획득이나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그 짧은 결전의 순간을 위해 그들이 흘렸을 무수한 땀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몇 날 며칠을 가슴 벅차게 지낼 수 있었고, 멋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다. 싱그러운 그들이 대회 직후의 이 꿀맛 같은 휴식과 기쁨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밴쿠버 금메달, 소치 은메달보다는 나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는 김연아 선수의 말은 이름만큼이나 생각도 훌쩍 성숙해진 젊은이가 어른들에게 주는 또 다른 메시지인 것 같다. 우리 아들들의 군대 가는 이야기를 다룬 토요일 커버스토리 논산 육군 훈련소 체험기(22일자 1, 13, 14, 15면)도 반가웠다. 예전에는 국군장병 아저씨들이 나라를 지켜준다고 믿었다. 언제부터인가 친구와 선후배가 휴전선을 지키더니, 한순간 내 아이들과 조카들에게 나라의 평화와 안녕을 맡기는 지점에 와 버렸다. 그들의 헌신과 수고로 편하게 밥 먹고 잠자는 이 소중한 일상을 이어간다. 고맙고 미안하다. 그러니 이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일부를 빚지고 사는 우리 어른들은 지금 우리가 할 몫을 다해야 한다.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의 무신경과 무절제는 지난 17일 발생한 부산외대 신입생 캠프 사고 같은 큰 상처를 남긴다. 생떼 같은 젊은이들의 죽음 앞에서 기성세대의 책임을 통감한다. 2012년 통계로 우리나라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 인구 중 절반 이상은 취업도 하지 않고 직업 훈련이나 교육도 받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족’이라 한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웃도는 오늘날, 문제는 이들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 졸업 후 재수 삼수 N수까지 하며 대학에 진학해도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드물고, 그러고도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자문해 봐야 한다. 우리는 왜 공부를 하며 왜 대학에 가는가. 출범 1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학벌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고교 졸업만으로 취업이 가능하고 취업 후에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선취업 후진학’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하며, 청년층이 선호하는 서비스분야 일자리 확대도 공언한다. 아마도 이러한 인식이 정착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의 교육문제, 대학 진학 문제, 취업 문제를 진지하게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청년 문제라는 이름 안에 포함돼 있다. 그리고 서울신문의 이름 안에서 이 모든 문제가 진정성 있게 다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젊은 서울신문을 기대한다.
  • [커버스토리] 배고프던 짬밥… 그게 뭐죠?

    [커버스토리] 배고프던 짬밥… 그게 뭐죠?

    예비역들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는 ‘짬밥’이다. ‘먹고 남긴 밥’이란 뜻의 잔반(殘飯)에서 유래한 속어로 군대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품질이 나쁘고 맛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최근 육군훈련소는 이 같은 편견(?)을 벗어던지기 위해 제철 과일의 배식 횟수를 늘리는 등 급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들어 장병 1인당 급식비가 전년 대비 6.5% 늘어난 6848원으로 인상됐다. 덕분에 훈련병들도 사과 등 신선한 과일을 자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자가 육군훈련소를 방문한 19일 저녁 식사 때도 어김없이 사과가 배식됐다. 인공 조미료(MSG) 대신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등 천연 조미료를 쓰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포크가 결합된 숟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던 28연대 2교육대 소속 우한영(23) 훈련병은 “오늘 나온 반찬 중에 계란찜이 제일 맛있다”면서 “군대 밥이 집에서 먹던 밥보다 맛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급식 개선은 올해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1960년까지 급식은 ‘밥+국+김치’ 1식 2찬에 불과했지만 1996년을 기점으로 ‘밥+국+김치+반찬1+반찬2’의 1식 4찬이 정착됐다. 20년 전부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식판’의 형태를 갖게 된 셈이다. 잡곡 비율도 현재는 검은콩, 조, 흑미 등이 쌀과 섞여 나오지만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보리가 전체 비율의 30%를 차지했다. 식판은 지금의 스테인리스 모습을 갖기까지 3단계를 거쳤다. 첫 식기(食器)는 전투용으로 보급됐던 반합이었고, 이후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알루미늄 재질은 독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모습을 감췄다. 자율배식도 시행되고 있다. 훈련병들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양만 덜어 먹게 해 잔반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자연스럽게 분대장들이 싹싹 비워 먹으라고 강요하는 일도 사라졌다. 28연대 2교육대 편호웅(20) 훈련병은 “식사 시간이 짧지 않고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지도 않아 밥 먹을 때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다”고 반겼다. 육군훈련소의 한 관계자는 치킨, 튀김 같이 인기 있는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양이 모자라기도 해 정량배식을 강조한다고 귀띔했다. 하루에 소비되는 음식량은 쌀 300가마, 소 1.7마리, 돼지 12마리, 닭 827마리, 달걀 1만 3200개, 우유 1만 6500개에 이른다. 배식조에 편성돼 동기들에게 국을 떠 주고 있던 김태훈(21) 훈련병은 “밥 220인분이 20~30분이면 동난다”고 말했다. 논산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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