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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커버스토리] 취준생 65% “월급 적어도 저녁 있는 삶”

    [단독][커버스토리] 취준생 65% “월급 적어도 저녁 있는 삶”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기업에 다니고 싶죠. 출퇴근이 확실한 곳요.”-재취업 준비생 김모(28)씨. “주말에도 일하는 친구를 보면서 적어도 주말만이라도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취업 준비생 이모(28·여)씨. ●‘칼퇴’ 보장된다면 초봉 하한선 2000만원 높은 연봉을 의미하던 ‘좋은 직장’의 정의가 연봉은 다소 낮아도 개인 시간이 보장되는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이런 기업을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된 곳이라는 의미에서 ‘워라밸’이라는 신조어로 부른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워라밸 기업이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세계 3위의 긴 노동시간과 8%를 넘는 청년실업률 속에서 구직자들은 워라밸을 꿈꾸지만, 정작 워라밸의 의미와 해당 기업을 찾을 여유는 없는 셈이다. 서울신문이 취업정보포털 사람인과 함께 취업준비생 400명에게 설문조사(10월 1~11일)를 한 결과 65.5%(262명)는 ‘연봉은 높지 않아도 야근(주말 근무 포함)이 적은 회사’에 입사하기를 원했다. 야근이 잦지만 연봉이 높은 기업은 11.8%(47명), 야근이 아예 없고 연봉이 낮은 기업은 22.8%(91명)였다. ●구글 - 공기업 - 공무원 - 카카오 - 네이버순 워라밸 기업에 취업할 때 수용 가능한 초봉 하한선은 2000만~2500만원이 39.3%(157명)로 가장 많았고 2500만~3000만원(23.5%·94명), 3000만~3500만원(12%·48명) 순이었다. ‘워라밸’이 아닌, 다시 말해 야근이 잦은 일반 기업에 대해서도 수용 가능한 초봉의 하한선을 ‘2000만~2500만원’이라고 답한 응답자(29.5%·118명)가 가장 많았지만 워라밸 기업에 비해서는 비중이 9.8% 포인트 적었다. 반면 3000만~350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19%·76명)이 7% 포인트 많았다. 워라밸 기업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8시간(167명·41.8%)으로, 일반 기업은 10시간(114명·28.5%)으로 예상했다. 국내의 워라밸 기업이 어디냐는 질문(중복 응답 허용·총 654개)에는 구글(6.4%·42명), 공기업(6%·39명), 공무원(4.3%·28명), 카카오(3.5%·23명), 네이버(3.4%·22명), 유한킴벌리(2.9%·19명) 순이었다. 그러나 ‘모르겠다’(15.1%·99명)거나 ‘없다’(12%·79명)는 응답이 더 많았다. 김인아 한양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외국은 퇴근 후 휴식을 취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가족들과 삶을 영위하는 것을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보는데 우리는 단순히 취침이나 집안일 등을 하는 낮은 수준의 워라밸 개념을 가지고 있다”며 “기업의 근무시간이 너무 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단독][커버스토리] 입사하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워라밸’

    [단독][커버스토리] 입사하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워라밸’

    서울신문과 취업정보포털 사람인이 취업 준비생 4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다수는 국내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기업’으로 공기업과 정부부처 그리고 구글·다음·네이버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이 꼽은 기업(기관)의 직원들은 대기업 직원에 비해 일과 삶을 잘 조화시키며 살고 있을까. 근무경력 3~4년차인 공무원, IT업체 직원, 일반 대기업 직원의 하루 일과를 비교해 봤다. ■IT 야근요정 강도 높지만 휴식도 확실프로그래머 “매주 4~5일씩 자정 야근도 불사” “야근 없는 회사요? 제 별명이 야근요정입니다.” 4년째 유명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박전산(28·가명)씨는 “출근 후 약 30분을 제외하면 온종일 허겁지겁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한가할 때는 7시에 정시 퇴근을 하지만 바쁠 때는 매주 4~5일씩 오후 10시나 늦게는 자정까지 일한다”고 16일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그의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회사까지 1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9시에 집을 나선다. 그는 사람들이 대개 출퇴근 시간만 보고 IT업계를 여유로운 직장으로 착각한다고 했다. 매일 정해진 업무가 있는 일반 회사와 달리,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구현하는 등 프로그램 개발 업무는 퇴근 후에도 지속된다고 했다. 그는 기획회의나 보고서 작성으로 근무를 시작해 빈틈없이 빡빡하게 일을 한다고 전했다. 불필요하거나 늘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주어진 일을 기한 내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 기업’을 일이 적거나 야근이 적은 회사라고 한다면, IT업계는 절대 워라밸 기업이 아닙니다. 다만 한가할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회사가 배려하는 것은 있죠.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프다면 특별한 대면보고 없이 사유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내면 됩니다.” 컴퓨터 앞에서 오래 일하는 직업이라 운동은 필수다. “매주 한두 번씩 퇴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에서 필라테스를 하고 옵니다. 야근할 때도 한두 시간 운동을 하는데 회사에서 눈치를 주거나 핀잔을 하는 사람은 없죠.” 그는 과거처럼 조직에 헌신하는 기업 문화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일의 강도는 매우 높지만,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가정생활의 양립을 독려하는 분위기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야근까지 없다면 좋겠지만, 그런 곳이 실제 있나요? 우리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일이 적은 게 아니라 ‘일할 땐 힘들게, 쉴 땐 확실히’가 아닌가 싶습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새벽별 보는 공무원 생활 칼퇴는 먼말7급공무원 3년차 “일주일 두번만 제시간 퇴근” “삐-, 삐-, 삐-.” 16일 오전 6시. 김공직(29·가명)씨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3년차 중앙부처 7급 공무원인 그는 ‘공무원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통념과 거리가 먼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지만, 이 시간에 회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회의나 업무 준비를 하려면 오전 8시에는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 도착해야 한다. “대변인실이나 비서실 등은 부서 특성 때문에 새벽 5~6시에 출근하기도 합니다. 우리 부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죠.” 회의와 업무 보고로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면 어느덧 점심 시간이다. 정오부터 한 시간 동안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30분이라도 눈을 붙인다. 회의는 오후에도 이어진다. 회의 보고서 작성, 정책 관련 동향 파악, 다른 부처와 협업 조율, 민간업체의 상담 등이 끊이질 않는다. 짬짬이 민원전화를 받고 자잘한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 김씨가 부서 막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칼퇴근한다고 생각하시죠? 꿈도 못 꿉니다. 대기업에 비하면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적을지 몰라도, 임용 전 생각했던 ‘일과 생활의 균형’은 없더라고요.” 그는 ‘가족 사랑의 날’인 수·금요일을 제외하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거나 정책 이슈가 불거지면 퇴근 시간은 가늠할 수 없다. “정책 현안에 대해 여러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하고, 남아 있는 업무를 처리하면 금세 밤 9시가 됩니다. 야근수당은 시간당 8000원인데, 이걸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요즘엔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누굴 위해 일했나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업무 때문에 친구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그의 카카오톡에는 ‘공무원이 무슨 야근이냐’, ‘공무원이 얼마나 바쁘다고 비싼 척하냐’는 메시지가 남아 있기 일쑤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1인당 근로시간은 연 2200시간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평균 근로시간은 연 2113시간으로 세계 3위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저녁 먹자는 상사의 권유 제일 싫어요대기업 4년차 “일주일 두번 운동만이 내 생활” “퇴근하면 잠자기 바빠요. 일·생활 균형 같은 거 잊은 지 오래예요.” 대기업 입사 4년차인 이대기(32·가명)씨의 평균 퇴근시간은 오후 10시다. 그나마 수·금요일이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되면서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 7시쯤 집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인사발령이 나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퇴근하게 돼 그나마 기상 시간이 6시 30분이지, 서울 본사에서 근무할 때는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적어도 7시 30분에는 회사에 도착해야 하거든요.”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하지만 30분 먼저 출근해 업무 준비를 마쳐야 한다. 새벽부터 출근하는 몇몇 상관들의 눈치도 보인다. 씻는 둥 마는 둥 통근버스에 올라 사무실에 도착하면 전날 밤 클라이언트에게서 온 메일과 각종 업계 동향을 정리한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맡은 업무를 처리하면 어느새 정오.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 뒤 안락한 소파가 있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후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소파에 앉아 10분이라도 눈을 붙여야 버틸 수 있어요. 밥 먹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자려고 하는 편이죠.” 오후에도 서류, 전화, 메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금세 사무실 밖이 어두워진다. “저녁 먹고 하지”라는 상관의 말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라고 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이게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업계 특성상 월말이 되면 자정 넘어 퇴근하는 게 일상이죠. 매월 25일이 넘어가면 일찍 집에 가는 것은 포기합니다.” 고생한 대가로 돌아오는 건 새벽까지 이어지는 회식자리다. 이씨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내 생활이라면 수·금요일에 운동하는 정도죠. 그나마 저희 회사는 퇴사율이 동종업계에 비해 낮은 편이에요. 그만 한 보상이 나오기 때문이죠. 어쨌든 미래를 생각하면 근무시간이 좀 길어도 높은 임금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씨가 받는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6700만원 정도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커버스토리] ‘양심’ 팔았다 ‘팬심’ 멍든다

    [커버스토리] ‘양심’ 팔았다 ‘팬심’ 멍든다

    잠실 상주 암표상 15명 중 절반이 60세 이상 ‘할머니 상인’하루 최소 60만~70만원 벌어… ‘엘롯기’ 표는 부르는 게 값인터넷 거래 마땅한 처벌규정 없어 ‘무법천지’ “표 있어요, 표.” LG트윈스와 기아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1차전이 열린 지난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 정문. 구름같이 몰려든 인파들 사이로 잊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 ‘암표 할머니’가 사람들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온갖 소음에 할머니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손에 쥔 묵직한 티켓 다발이 그가 암표상임을 한눈에 보여 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훨씬 싸. 5만원 깎아서 블루석 1루 20만원. 그 이하는 안 돼.”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이모(27)씨는 결국 현금 40만원을 건네고 티켓 두 장을 넘겨받았다. “비싸긴 하지만 야구 보려고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안 살 수는 없잖아요. 어차피 오늘 하루니까 몇 만원 싸게 사려고 돌아다니는 대신 빨리 입장해 경기를 즐기려고요.” 현장 암표상들에게는 지방에서 올라온 야구팬, 아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가족 등이 주요 고객이다. 21일 야구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큰 경기가 열릴 때면 잠실야구장에 상주하는 암표상만 대략 15명 안팎이다. 그중 절반이 나이 60세가 넘은 암표 할머니다. 이들 중 ‘왕언니’는 이미 여든을 넘겼다. 용돈벌이 삼아 한두 시간 일을 하는 것 같아도 할머니들은 주변에서 ‘베테랑’으로 통한다. 대부분 동대문야구장에서 야구 경기가 열리던 1970년대부터 암표를 팔아 왔으니 경력으로 치면 40년을 훌쩍 넘긴 것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예전 종로 피카디리극장(현 CGV 피카디리1958)에서 암표를 팔던 분들까지 가끔 찾아오는 걸 보면 잠실야구장이 암표가 잘 팔리긴 하는 모양”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 암표상이 그렇다고 일종의 ‘조직’은 아니라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서로에게 눈인사만 건넬 뿐 철저히 개인영업을 뛴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현장 판매가 시작되기 5~6시간 전부터 줄을 선 끝에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최대 몫인 4장을 구매한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암표상들이 티켓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머지는 야구장에서 티켓을 개인적으로 판매하려는 이들에게 산 뒤 여기에 웃돈을 붙여 판다. 특히 올해는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이자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LG트윈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덕분에 암표상들이 호황을 맞았다. 하루를 일해 최소 60만~70만원 남짓 벌어 간다고 하니 용돈벌이치고 수입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팬이 많은 ‘엘롯기’(LG트윈스·롯데자이언츠·기아타이거즈를 줄인 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암표 가격도 훌쩍 뛴다. 암표상 근절을 위해 잠실야구장을 관할하는 서울 송파경찰서가 사복경찰까지 동원해 단속에 나서지만 좀처럼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송파서 관계자는 이날 “LG와 두산이 맞붙는 어린이날이나 플레이오프 때면 부산이나 대구 등에서 활동하는 암표상 10여명이 추가로 몰려들 정도”라며 “그럴 때면 평소보다 단속 인원을 늘리지만 은밀히 이뤄지는 거래까지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한 해 암표 단속 건수는 3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플레이오프 티켓 예매는 전량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일부 취소 표에 한해 현장 판매가 이뤄질 뿐이다. 취소 표 숫자는 대략 300~1500장 수준이다. 티켓 예매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암표 시장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현장 암표보다도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암표를 우선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암표상이 “온라인 암표는 놔두고 왜 우리만 잡느냐”고 항변하는 것도 온라인이 암표 단속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경범죄 처벌법은 “흥행장·경기장·역 등의 장소에서 정해진 요금에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등을 되파는 암표 행위를 한 경우”에만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발 시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료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이 같은 맹점 때문에 현행법의 암표 규정에 ‘인터넷상’에서의 매매를 명시해 온라인 암표 거래 행위를 규제하려는 법안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 끝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온라인 거래에 대한 금지 및 처벌 규정을 신설하려는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인터넷상의 거래가 암표 거래인지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고, 매매 게시자들을 전부 조사할 경우 합법적인 매매자로부터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어디까지 웃돈을 붙여야 암표로 볼 수 있는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암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티켓에 일정한 개인정보를 넣고 입장 때 신분 확인을 거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도 온라인 암표를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는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안이 재차 발의된 상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암표는 귀성·귀경길 기차표였다. 최근에도 명절 KTX 예매권이 인터넷 중고 카페 등에 올라오기도 하지만 1960~1980년대에는 평상시에도 암표가 횡행했다. ‘암표상들과 철도청 직원들이 공모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널리 퍼질 정도였다. 경찰이 1965년 12월 단속에 나서 서울역에서 부산행 3등 승차권을 610원에 매입해 1000원에 되파는 수법으로 1만원을 챙긴 일당 7명을 검거했다는 기사 등이 당시 신문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당시 9급 공무원 월급이 쌀 한 가마 가격 정도인 4500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었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뒤 이제는 웃돈을 주고 영화를 보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극장가에는 암표상들이 조직적으로 활개를 치면서 관람객들을 울렸다. 심지어 ‘만원’ 간판이 내걸린 채 영화가 상영돼도 정작 좌석은 비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격이 하도 비싸 관람객들이 암표를 사지 않은 까닭이다. 1957년에는 ‘극장표암매업’이 신종 직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암표로 골머리를 앓는 사례가 많다. 체육계에서는 ‘암표 스캔들’도 벌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이던 패트릭 히키(71)가 올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입장권을 암표로 팔다 긴급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로 올해 50주년을 맞은 ‘슈퍼볼’의 암표 가격은 1장당 1만 5000달러(약 1800만원)에 이르렀다. 가장 저렴한 티켓이 3000달러(약 36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5배 이상 가격이 뛴 셈이다. 중국에서는 병원의 진료 대기표까지 암표로 종종 등장한다. 꾸준한 의료개혁에도 불구하고 인구에 비해 병원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한 번 진료를 받으려면 몇 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된 탓이다. 송원찬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종합병원의 경우 대기표를 암거래하는 경우가 잦다”며 “아예 병원 대기 줄을 대신 서 주는 업체가 정식으로 생길 정도”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중국의 경우 암표를 수고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여기는 분위기여서 우리나라만큼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커버스토리] 온라인 ‘암표상’에게 쪽지 날렸더니 6만원짜리 야구표 35만원 달란다

    [커버스토리] 온라인 ‘암표상’에게 쪽지 날렸더니 6만원짜리 야구표 35만원 달란다

    “인터넷 카페에서 글 보고 문자 남깁니다. 24일 잠실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차전 1루 테이블석 티켓 남았을까요?” 지난 19일 밤, 얼굴도 성도 모르는 암표상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일주일 전의 인터넷 예매 ‘혈투’에서 한 장의 티켓도 구하지 못한 터에, 온라인상에서 오가는 암표의 실체가 궁금했다. 상대는 그렇게도 구하기 어렵던 티켓을 수십 장씩이나 갖고 있다는 ‘승리자’였다. 심지어 그가 가진 티켓은 그야말로 ‘명당’ 자리였다. ●프로야구 인기에 암표 기승… 최대 5배도 10분이나 됐을까. 짧은 답장이 날아들었다. “1루 테이블 장당 35만원, 블루 15만원, 레드 응원석 17만원입니다.” ‘정상가가 6만원(1루 테이블석)인데 35만원이라니’ 말문이 턱 막혔다. 좌석별로 대개 정상가의 5배 정도는 됐다. 선뜻 답신을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곧바로 문자가 날아왔다. “LG 홈경기라 1루표가 많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비쌉니다. 부담스러우시면 3루표는 2만~3만원 싸게 드릴게요.” 입금만 하면 바로 온라인 티켓을 보내주겠다는 그는 대뜸 ‘앞으로는 더 티켓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은근한 겁박도 곁들였다. “경기 사흘 앞두고는 취소 표도 안 나옵니다. 사람들이 취소하는 표가 좋은 자리겠어요? 좋은 자리면 자기가 가죠.” 암표상은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지금이 제일 쌉니다. 당일에는 더 비싸져요. 요새 사기꾼 많지만 전 사기꾼 아닙니다.” ●일반인들도 온라인 매매… 단속 비켜 가 올해 800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에 접어들면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22분 만에 온라인 예매가 매진된 지난 12일 LG와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온라인 티켓 판매는 예매 사이트의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22만 8000명에 이르렀다.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 스카이돔의 관중석이 입석을 합쳐도 1만 6300석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적어도 5분에서 많게는 30분 넘게 애꿎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가며 발을 동동 굴렀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다름 아닌 ‘암표’다. 철저히 ‘수요과 공급’의 법칙을 따르는 암표의 세계가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만나면서 야구장 주변은 암표의 온상이 됐다. 최근에는 온라인 암표 시장까지 활성화되면서 단속마저 피해가는 실정이다. 실제 전문 암표상이 아닌 일반인들도 온라인 중고 카페를 통해 2~3배 가격을 제시한 뒤 티켓을 거래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문제는 온라인 암표 거래는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암표 단속의 근거가 되는 경범죄처벌법상 암표에 대한 규정이 ‘현장’일 경우로 국한돼 있어 온라인 암표는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먼저 티켓을 가진 사람이 값을 정해 파는 것은 일종의 권리 행사”라는 주장과 “경기를 보지 않을 거면 환불을 해야지 웃돈을 얹어 파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론의 해묵은 논쟁도 끊일 줄 모른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지금 이 순간에도 암표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커버스토리] 내 아내는 외교관… 그녀는 두 번 운다

    [커버스토리] 내 아내는 외교관… 그녀는 두 번 운다

    일·가정 두 토끼 잡기 헉헉… 고달픈 삶 고충심의위 이달 가동 복지 배려 팔걷어 올해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이 70%를 돌파하는 등 최근 여성 외교관이 급증하자 외교부가 해외 공관 근무 지원 제도 및 조직문화의 전반적 개선을 위해 ‘일·가정 양립 고충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 중 가동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시험의 여풍(女風) 확산 이후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한 건 정부 부처 중 외교부가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4일 “여성 외교관 증가로 가족 문제와 관련된 고충이 많아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면서 “내부 절차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다음주부터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성별, 세대, 해외 경험 유무 등을 고루 따져 총 8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인사기획관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위원회는 고충 접수창구를 통해 들어오는 구성원들의 고충이나 아이디어를 심사해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지원책을 마련한다. 원만한 결혼, 출산, 육아 등을 위해 해외 공관 근무 방식을 변경하거나 인사 발령 시 공통으로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법령이나 규정 등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부부 외교관을 인근 공관에 배치해 주거나 여성 직원의 출산·육아를 감안해 근무지 배치 시 배려해 주는 것들이 모두 관행이나 시혜 같은 형식으로 이뤄졌다”면서 “이런 조치들이 상급자나 인사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쉼터 조성, 수유실 확보 등 물리적인 복지 공간의 도입 방안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위원회 활동이 이뤄지면 특히 부내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외교관들의 활동상 제약을 일정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신규 인력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아 조직 역량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70.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트렌디한 감성 장착한 노년세대, 어떤 맛집 찾았나

    [커버스토리] 트렌디한 감성 장착한 노년세대, 어떤 맛집 찾았나

    ‘젊어진 노년’들의 입맛도 젊어졌을까. 신세대처럼 피자와 햄버거를 먹고 외국 음식점도 찾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삼성카드가 서울·경기지역 매출건수(2016년 1~6월 기준) 상위 가맹점을 자체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이 외식할 때 가장 많이 찾는 3대 맛집은 ‘추어탕, 고깃집, 냉면집’이었다. 순위만 놓고 보면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추어탕집이었다. 보양식과 따뜻한 국물 등 맛과 건강을 모두 생각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10위권 이내에는 추어탕 4곳, 고깃집 3곳, 냉면집 1곳, 한식집 2곳이 포진했다. 가장 발길이 잦은 추어탕집은 서울 서초구의 ‘남원추어탕’, 고깃집은 송파구의 ‘정담은’, 냉면집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함흥면옥’이었다. 감성은 ‘트렌디’해졌어도 입맛은 여전히 ‘구수’한 셈이다. 삼성카드의 60세 이상 회원 숫자는 2013년 5월 255만 4000명에서 올해 5월 288만 1000명으로 13% 늘었다. 1인당 카드 이용금액은 같은 기간 45만 4000원에서 52만 6000원으로 31%나 증가했다. 카드사들이 실버고객에 주목하는 이유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60세 이상의 취업자 수가 20대 취업자 수를 넘어서는 등 일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어 그만큼 지출 여력도 커졌다”며 “생계 때문이든 정년 연장 때문이든 젊은 노년은 이제 노년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소비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커버스토리] “쇼핑하기 딱 좋은 나이지”… 젊은 노년 60대 씀씀이 커졌다

    [커버스토리] “쇼핑하기 딱 좋은 나이지”… 젊은 노년 60대 씀씀이 커졌다

    #1. 올해 초 휴대전화를 바꾼 주부 김진숙(63)씨는 요즘 스마트폰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통화와 문자메시지만 되면 괜찮다며 구형 휴대전화를 고집했지만, 동창 모임 공지도 카카오톡이나 밴드로 알리고 기념 사진도 다들 스마트폰으로 주고받자 소외된 기분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바꾼 뒤 김씨의 생활이 달라졌다. 30년 이상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동창들까지 연락이 닿으면서 친구들 간 모임도 활발해졌다. 대신 2G폰을 쓸 때 한 달에 2만원 남짓 나오던 휴대전화 요금이 이제는 2배 이상 나온다. 지난여름 일본 오키나와로 가족여행을 가서는 굳이 데이터로밍을 신청해 실시간으로 동창들에게 사진을 보내며 현지 소식을 전했다. #2. 아들 부부의 세 살, 네 살짜리 손녀들을 돌봐 주는 김정희(64)씨의 하루에는 웹서핑이 빠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만큼 손녀들이 잠든 시간을 쪼개 컴퓨터로 기저귀부터 분유, 휴지, 생활용품 등을 주문한다. 김씨는 “온라인 쇼핑은 트렌드나 취미가 아니라 삶이 됐다”면서 “오래 걷거나 무거운 물건을 나르기 불편한 친구들도 신선식품만 빼고는 온라인에서 주문하곤 한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로 세대별 소비 패턴(2013년 1~5월 대비 2016년 1~5월)을 살펴보니 60대 이상은 3년 전보다 확실히 젊어졌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썼다. 젊은 세대들보다 소비 증가율이 훨씬 크게 나타났으며 온라인쇼핑 등 새로운 소비 방식에도 적극적이었다. 3년 전에 비해 20~30대와 40~50대의 소비 금액이 각각 10.6%, 13.7%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60대 이상은 30.7%나 늘었다. 특히 쇼핑과 여행, 영화관람 등 여가 생활에 대한 관심과 여유가 많아졌다.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가족, 자녀 중심의 소비에서 자신을 위한 소비로 변화되는 추세”라면서 “은퇴 이후 활동기를 보내면서 기존의 고령층이 소비하지 않았던 여가, 미용, 교육, 문화 등 영역에서 활발한 소비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들은 평균적으로 자기 연령보다 스스로를 10~15세 정도 어리게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인지 연령에 따라 소비자의 욕구와 행동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 넓히는 황혼 세대 최근 달라진 60대 이상 소비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길 원한다는 점이다. 앞서 김씨의 사례처럼 60대 이상은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고 모임 활동을 한다. 동시에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쇼핑 등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사실은 소비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3년간 60대 이상이 결제한 통신비는 40.9% 늘었다. 이는 다른 세대(20~30대 22.3%, 40~50대 30.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온라인쇼핑도 49.6%나 증가했다. 실제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카페 이용 금액은 2배 이상(103.1%) 늘어났고, 유흥주점 역시 20~30대가 15.4%, 40~50대가 9.2% 감소하는 동안 60대 이상에서만 홀로 24.8% 증가했다. 야외 활동량도 더욱 많아져 체력적으로도 건재함을 보여준다. 여행상품 구매는 49.5%, 골프장은 31.4%, 일반스포츠는 23.8% 늘었다. 다른 세대에 비해 놀이공원에서의 소비가 크게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20~30대는 21.5% 감소, 40~50대는 10.3% 증가한 동안 60대 이상에서 36.0%가 늘었다. 고속버스(44.6%)와 휴게소(52.9%) 이용금액 증가율도 다른 세대를 압도했다. ●새벽에 일어나 쇼핑… 오후엔 카페 이 세대는 특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움직였다. 새벽 2시부터 낮 12시 사이 온라인쇼핑이나 홈쇼핑 이용률이 많았다. 오전에는 건강 관리, 오후에는 카페나 제과점에서 느긋하게 보낸 뒤 오후 6시 전에 일찍 귀가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직장인들이 출근 준비로 바쁜 오전 7~8시 스포츠센터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점심은 주로 낮 12시~오후 3시 사이에 느긋하게 먹고, 이후 오후 6시까지 커피와 제과점, 영화관, 할인점, 백화점 등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6시 이후로는 모든 업종에서 60세 이상의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재형 삼성카드 MI팀 차장은 “북적이는 시간대를 피해 한적함을 즐기는 등 다른 세대와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면서 “젊은 세대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일찍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식 다 키웠더니 손주까지… 그러나 이런 소비 형태가 전적으로 스스로를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학비나 유아교육 부문의 소비 증가는 60대 이상이 여전히 자녀와 손주들 뒷바라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60대 이상이 결제한 유아교육 비용은 3년 전보다 39.8% 증가했다. 학교와 외국어도 각각 42.3%, 23.8% 증가했다. 이 차장은 “학교와 외국어 부문은 60대 이상이 스스로 배우고자 결제한 것과 자녀를 대신해 결제한 것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층 소비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60세 이상 세대에서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을 다닐 때는 어느 정도 비슷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으나 은퇴 이후에는 경제적 여건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생활 모습이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체력적으로나 심리적, 물질적으로 노인층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커버스토리] “황혼연애 필수품” 차에 꽂힌 ‘꽃할배’

    [커버스토리] “황혼연애 필수품” 차에 꽂힌 ‘꽃할배’

    60대 이상, 차 구매한 돈 39% 급증 2030 세대는 같은 기간 8% 증가 “젊은 노년, 여가활동에 통 큰 소비” 올해 68세인 김성수씨는 한동안 방치했던 차를 주말마다 열심히 닦고 매만진다. 새로 사귄 8살 연하 ‘여친’ 때문이다. 나이가 있다 보니 나들이를 가려고 해도 ‘뚜벅이족’은 영 체면이 서지 않는다. 경기 외곽으로 나가 카페에 들러 차도 마시고 하려면 차는 기본이다. 김씨는 “체력이 달려 오래 걸을 수 없으니 차가 없으면 황혼기 연애는 포기하라고 친구들끼리 농담하곤 한다”고 말했다. ●“손녀 병원 데리고 갈 때도 꼭 필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김성자(63)씨는 예순이 넘어 ‘베테랑’ 드라이버가 됐다. 주중에는 맞벌이하는 딸 대신 손녀를 보는데, 네 살배기가 아플 때마다 사위가 두고 간 차를 몰고 병원으로 달리다 보니 덩달아 운전 실력이 늘었다. 주말에는 황혼 육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동생네인 경기 광주로 ‘피신’을 가는데 이때도 거리가 멀어 운전대를 잡는다. 그러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 운전이 몸에 배었다. 서울신문이 7일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20~30대, 40~50대, 60대 이상 700만명의 최근 3년 새 달라진 소비 행태를 분석했다. 2013년 1~5월과 올 1~5월을 비교했다. 젊은 층과 ‘젊은 노년’의 소비 행태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에 돈 쓰는 노년’이 늘었다는 것이다. 2013년과 견줘 60대 이상이 2016년 차량 구매에 쓴 돈은 38.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50대는 14.1%, 20~30대는 8.0% 각각 늘었다. 노년으로 분류하기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젊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얘기다. ●“차·스마트폰, 젊은층 전유물 아니다” 이들이 세차, 정비 등 차량 관리에 쓰는 비용도 늘었다. 카드 이용금액은 3년 전보다 36.1% 늘어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20~30대는 5.3%, 40~50대는 10.0%에 그쳤다. 주유도 마찬가지다. 유가 하락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기름 넣는 돈이 줄었지만 젊은 노년은 상대적으로 덜 줄었다. 3년 전에 비해 20~30대가 41.5%, 40~50대가 44.3%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은 28.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재형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차장은 “신용카드를 쓰는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는 만큼 차량 구매나 여가 활동 등에 쓰는 돈이 늘었고 이에 따라 연애 등 생활 패턴도 좀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이나 통신, 자동차 등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영역이 노년층으로도 옮겨 가고 있다”면서 “이제 60대는 노년이 아닌 중년 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단독] 시진핑이 애지중지 ‘中 최대 車부품그룹’

    [단독] 시진핑이 애지중지 ‘中 최대 車부품그룹’

    창업자 루관추와 시 주석 ‘절친’… 年매출 19조원 다국적기업 “루관추 동지는 개혁의 선두에 서 있는 기업가이고, 완샹은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에 핵 물자를 제공한 혐의로 미국과 중국에서 조사를 받는 랴오닝훙샹(遼鴻祥)그룹보다 북한에서 광물자원을 더 많이 수입한다고 폭로한 중국의 완샹(萬向)그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애지중지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창업자인 루관추(?冠球·71) 회장과 시 주석은 절친한 사이였다. RFA는 지난 5일 북한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다른 기업(완샹)의 사법 처리를 피하기 위해 훙샹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완샹은 자회사를 통해 2007년 11월 북한의 채굴공업성과 51대49의 지분으로 ‘후이중(惠中)광업합영공사’를 설립했다. 합작 기간은 15년이다. 완샹은 이 회사를 통해 북한 혜산 청년동광의 채굴권을 확보했다. 완샹그룹 홈페이지와 중국 언론의 과거 보도를 살펴보면 시 주석은 2013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열린 노동모범좌담회에서 “루 동지는 향진(鄕鎭·농촌)기업의 대표적인 개혁가”라고 칭찬했다. 부주석 시절인 2011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인 기업인”이라고 치켜세웠다. 2009년 전인대에서도 ‘민영기업의 상록수’라고 칭찬했다. 완샹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 업계를 평정한 기업이다. 알리바바와 함께 시 주석이 정치적 고향인 저장성을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미국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한 최초의 중국 기업이자, 미국 기업을 인수한 최초의 중국 기업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991년 루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중국 최초의 민간 기업인”이라고 소개했다. 이 잡지에 중국인이 표지 인물로 등장하기는 덩샤오핑(鄧小平) 후 그가 처음이었다. 루 회장은 24세 때인 1969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농민 6명과 함께 4000위안을 모아 농기계 수리공장을 세운 뒤 이 기업을 현재의 완샹으로 키웠다. 지금은 미국·영국·독일 등 10여개 국가에 40여개 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기업으로 부상했다. 직원 4만여명에 지난해 매출액은 1153억 위안(약 19조 6000억원)이다. 완샹은 미국에도 많은 공장을 갖고 있다. 1994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UAI, 록포드, 다나 등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2013년에는 미국의 전기차업체 피스커를 인수한 뒤 전기 자동차 레베로를 출시했다. 완샹의 위치, 시 주석과 루 회장의 관계, 미국 사업을 고려할 때 미국이 완샹을 조사한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완샹에 제재를 가하면 미국 기업에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완샹이 제2의 훙샹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만일 북한과의 거래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훙샹처럼 전면적인 조사가 아닌 대북 사업만 조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커버스토리] 더 편리한 스마트 머니인가 보이지 않는 전자족쇄인가

    [커버스토리] 더 편리한 스마트 머니인가 보이지 않는 전자족쇄인가

    2018년 어느 날. 서강대에 다니는 김서울 학생이 등굣길에 학교 앞 서점에 들렀다. 전공수업에 필요한 책을 집어 든 김씨는 계산대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디지털 가상화폐인 ‘서강코인’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했다. 잔액 3만원이라는 글씨가 스마트폰 화면에 뜨자 책값 1만 6000원을 입력하고 휴대전화로 서점 계산대에 있는 서강코인 QR코드를 스캔했다. 화면에 서점이 인식되자 그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점심시간이 됐다. 돈가스를 먹으러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이날은 마침 얼마 전 학과 행사 진행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당’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밥을 먹던 김씨가 진동이 울리던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서강코인으로 11만 4000원이 입금돼 있었다. 점심값 8000원을 서강코인으로 결제하자 학과 동기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알림이 떴다. 가을학기 동기 엠티를 가기 위해 회비를 걷는다는 내용이었다. 공지창에는 과대표의 코인지갑 주소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서강코인 앱에 과대표의 지갑 주소를 입력한 뒤 엠티비 1만원을 송금했다. ‘비트코인’을 계기로 널리 알려진 디지털 가상화폐를 도입하기로 한 서강대의 미래 모습이다. 한데 이런 모습은 비단 서강대 학생만의 것이 아닐 듯하다.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 디지털 가상화폐가 자리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서울시만 해도 현행 전통시장 온라인상품권을 조만간 디지털 가상화폐로 교체할 방침이다. ‘화폐 없는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런 사회로 가는 과도기는 분명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화폐는 일단 두 얼굴로 다가오고 있다. 지갑이 가벼워지고, 돈 흐름의 분석이 가능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개인의 소비 형태까지 일일이 알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강대 서강코인, 스마트폰 앱 통해 돈 충전·송금 서강대는 지난 8월 스타트업 ‘더루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화폐 플랫폼 ‘서강코인’을 학내에서 테스트했다. 서강코인을 이용하면 학생과 교직원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돈을 충전하거나 송금을 받을 수 있다. 현금과 서강코인의 교환 비율은 1대1이었고, 교내 몇 개 업체에서 실험했다. 이 테스트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학내에서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업의 자문을 맡은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 1월부터 교내에서 시범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협력 학교인 연세대, 고려대, 숭실대, 성신여대 등도 연계해 추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루프 관계자는 “아직은 테스트 상태라 QR코드를 읽어서 계산하지만 향후에는 바코드 등 다양한 형태의 결제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에스코인, 온누리 상품권을 디지털화 서울시도 지난 6월 ‘4대 핀테크 시범사업’ 중 하나로 ‘에스코인’(S-coin)을 선정했다. 에스코인은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디지털화한 가상화폐다. 서울시는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하던 공무원의 복지 포인트 일부를 에스코인으로 대체해 주고, 장기적으로 전통시장 외에 소상공인 상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에 사업자 공모를 시작할 것”이라며 “에스코인이 도입되면 시장 상인들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다시 교환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분실·도난의 위험이 사라지고 종이 상품권과 달리 여러 상점에서 소액 결제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시초는 ‘비트코인’이다. 블록(block)은 한 번의 거래기록을 말한다. 따라서 블록체인(block chain)은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거래기록들, 즉 공공거래장부다. 예전에는 내가 타인에게 돈을 보내려면 신뢰도가 높은 금융기관이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금융기관의 역할을 공공거래장부가 대신한다. 쉽게 말해 거래가 잘못됐다면 양자가 장부의 거래기록을 토대로 바로잡으면 된다. 따라서 화폐의 발행자나 관리자가 필요 없다. 비트코인의 경우 수학문제를 풀면 화폐의 양이 늘어난다. 에스코인의 경우 초기에는 서울시가 온누리 상품권을 에스코인으로 변환해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후에 전통시장 상품권의 인기가 떨어져 1만원짜리를 9000원의 현금으로 사고팔든, 상품권의 양이 늘고 줄든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중앙 서버가 모든 돈의 움직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킹에 대해 저항력이 높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기존의 중앙집중 관리형이 아닌 분권형 네트워크 시스템이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의 거래 장부를 동시에 조작하지 않는 이상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강대·서울시의 가상화폐는 그 기반이 블록체인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같지만, 사용자나 사용처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만들 수 있는 ‘특수목적형 화폐’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생이나 교직원이 서강코인을 특정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것은 학교가 장학금이나 직원의 복지포인트 등을 지급하는 단계에서 이미 사용처를 어느 선까지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장학금으로 지급된 서강코인은 서점 등 학업 관련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설정하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기존의 종이 상품권은 사용량만 추적할 수 있지, 실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밀한 분석을 할 수 없었다”며 “가상화폐의 경우 소비 패턴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심층 분석과 데이터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등을 수립하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패턴 심층분석 가능… ‘빅브러더’ 우려 이렇게 사용 목적에 부합하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를 전문가들은 ‘스마트 머니’라고 부른다. 인호 고려대 정보통신대학 컴퓨터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쓰임새에 맞게 돈의 기능을 설계하고 배포하는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의 활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널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배포 이후 조절이 어려운 기존 화폐의 특징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돈의 진화’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진 교수는 “서강코인과 같은 지역공동체 화폐는 지역 안의 업체에서 소비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능케 한다”며 “예전에는 쿠폰이나 할인 등을 통해 돈을 쓰도록 유도했지만 앞으로는 화폐 자체의 용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유인책들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계와 추적이 가능한 통화가 ‘빅브러더’(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매정보가 빅데이터로 저장되면 소비 행동 하나하나가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강대 재학생 박모(23)씨는 “아무리 학교에서 목적을 갖고 지급하는 돈이라 해도 사용처까지 제한하는 건 학생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교 내에서는 현금을 가상화폐로 변화해서 쓰고 밖에서는 현금을 쓰는 식이기 때문에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성 수준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군희 교수는 “중앙 통제가 없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감시문제보다도 오히려 지나치게 익명성이 보장돼 테러자금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더 크다”며 “최근 해커들이 해킹한 정보를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게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벼워진 지갑… “경제 활성화” vs “과도한 통제” 그럼에도 가상화폐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강대 관계자는 “서강코인 사업을 정식으로 시행하려면 대학을 금융기관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대부업 등록과 은행업 등록 모두 조건 충족이 어려워 우선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널리 쓰일지, 즉 상용화 여부도 아직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노상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이 성공하려면 우선 결제에 필요한 앱 등 인프라를 이용자들에게 보급해야 하는데, 현재의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과거에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충분한 유인 동기를 제공할지 미지수”라며 “아직은 디지털 가상화폐 시대에 진입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19금 파격 로맨스 ‘50가지 그림자: 심연’ 티저 포스터&예고편 공개

    19금 파격 로맨스 ‘50가지 그림자: 심연’ 티저 포스터&예고편 공개

    19금 파격 로맨스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됐다. ‘50가지 그림자: 심연’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년) 속편이다. 개봉 당시 ‘아나스타샤’ 역의 파격적인 노출로 관심을 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년 관람불가등급 영화의 흥행을 이끌어냈다. 공개된 포스터는 순수한 여대생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1편 ‘아나스타샤’의 모습과 달리, 모든 것을 다 가진 CEO이자 거부할 수 없는 완벽한 매력을 지닌 ‘크리스찬 그레이’와 대등한 존재감을 선보인다. 포스터와 함께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2017년 모든 걸 잊고 더 깊이 빠져든다”는 카피가 얹혀져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성숙해진 관계를 기대케 한다. 전편에서 치명적이고 아찔한 사랑에 빠져들었던 이들은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안정을 되찾은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레이의 과거에 얽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면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는다. ‘50가지 그림자: 심연’은 정치 스릴러 ‘하우스 오브 카드’ TV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폴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배급사 UPI코리아 측은 “이번 시리즈는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로 더욱 풍성하고 심층적인 스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팝스타 미구엘의 ‘Crazy In Love’ 커버곡이 수록되어 로맨틱한 긴장감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은 2017년 2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영상=UPI코리아, 네이버 TV캐스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커버스토리] 年18% 울며 고금리 사채 쓰는 서민…현대판 ‘의창’이 구제한다

    [커버스토리] 年18% 울며 고금리 사채 쓰는 서민…현대판 ‘의창’이 구제한다

    연 18%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던 개인사업자 김모씨. 자영업자의 경우 서민금융대출 상품 중 하나인 미소금융으로 싼 이자(최고 연 4.5%)의 돈을 빌릴 수 있다기에 미소금융재단을 찾아갔다. 기존에 빌렸던 3000만원을 일부 갚아 이자를 줄여보려던 요량이었다. 하지만 미소금융은 ‘운영·창업자금용’으로만 대출이 가능했다.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는 ‘바꿔드림론’이 있다고 해 신청하려 했더니만 이번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찾아가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해야 한단다. 김씨는 “하루 장사를 포기하고 어렵게 발걸음 한 것인데 금융 서비스를 한곳에서 받기가 이렇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23일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런 고충들을 해결하려고 정부가 만든 기관이다. 미소금융, 국민행복기금, 햇살론 등 여러 서민금융상품을 한곳에 모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려·조선시대 빈민구호기관인 ‘의창’을 현대판으로 부활시킨 셈이다. 당초 정부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까지 통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채무조정과 대출 기능 간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회 반대로 별도 법인으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신 신복위와 진흥원 기능을 한 장소에서 동시 수행할 수 있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통합센터)를 전국에 운영한다. 서민들이 찾아가야 하는 곳은 이 통합센터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손발’ 역할을 하는 통합센터는 누가 이용 가능하고 어떤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지 짚어 봤다.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탔다 택배업을 하는 40대 A씨는 은행권에서 신용등급 7등급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지만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낙담하고 있던 차에 저축은행 대출모집인의 권유로 집 근처 저축은행에서 연 25%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25% 중 약 5% 포인트가 대출모집인에게 떼주는 수수료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한 푼이 아쉬운 처지에 이자비용이 아까웠지만 여기가 아니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았다. 그러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가면 본인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통합센터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도 많았고 대출모집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아 금리도 훨씬 낮았다. 그는 오랜 상담 끝에 상대적으로 낮은 10%대 중·후반의 금리로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수료 없이 파산신청도 해준다 50대 퇴직자 B씨는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도저히 대출금을 갚기가 어려워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려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하철에서 ‘개인회생·파산지원’이라는 광고를 봤다. 밥값도 없는 형편에 변호사 선임 비용이 200만원이란다. 파산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는 처지에 좌절감만 깊어졌다. 그러다 통합센터를 알게 됐다. 별도의 변호사 선임 없이 법률 지원을 해 주면서 법원 개인파산을 할 수 있게 연계지원까지 해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통합센터 관계자는 “A씨의 채무가 너무 많아 단순히 금융기관에서 채무를 줄여 주는 사적 채무조정으로는 힘들고 공적 채무조정인 법원 개인파산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실비 수준으로 법원 파산신청 관련 서류 작성을 도왔다. ●착실히 돈 갚았더니 은행 대출도 가능해졌다 사기를 당해 퇴직금을 다 잃고 동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려던 C씨. 창업자금으로 미소금융재단에서 2000만원을 빌린 뒤 약 4년에 걸쳐 차곡차곡 갚아 왔다. 테이블을 좀더 늘리려고 운영자금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지만 신용등급이 낮다며 퇴짜를 맞았다. 다시 미소금융을 찾아가 1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언제쯤 저 높은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다 정부가 ‘성실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통합센터를 방문하니 미소금융 상품을 성실히 갚은 실적이 인정돼 신용등급이 8→6등급으로 올랐다. 그 후 중금리 대출상품인 은행권의 징검다리론을 이용할 수 있었고 이마저도 착실히 갚았더니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C씨는 “이제는 은행에서 떳떳하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을 만큼 신용을 쌓았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활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금까지 서민 정책금융상품은 금전적 지원에만 머무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단순히 대출만 저렴하게 해 주는 것으로는 취약계층이 자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자영업자를 위해 경영 컨설팅을 해 주고 소비 전략 등도 상담해 준다. 이를 위해 기관별로 단편적으로 이뤄지던 서민금융 관련 상담·취업·교육 기능을 일원화시켰다. 정순호 통합지원센터장은 “고용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체계를 마련해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일자리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커버스토리] 국민 61% “서민상품 몰라요”…저금리로 빚 청산하고 싶다면 진흥원 ‘1397’로 콜하세요

    통합된 서민금융기관이 출범하게 된 것은 서민들이 각 기관의 상품 정보를 제대로 알고 찾아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종류도 많고 소관 기관이 미소금융재단(금융위원회), 신용보증재단(중소기업청), 국민행복기금(캠코) 등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 정보가 부족한 서민들은 적합한 상품을 찾지 못하고 고금리 사채를 이용하는 일이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국민 61%가 “서민금융 상품을 몰라서”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미소론’, ‘햇쌀론’처럼정책 상품을 사칭한 상품들이 소비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김윤영 초대 서민금융진흥원장은 23일 “불 나면 ‘119’를 떠올리듯 서민들이 자금난에 처하면 제일 먼저 진흥원(전화 1397)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 관련 재원과 데이터가 진흥원 한곳으로 집중되면 좀더 효과적인 금융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으로 정책금융 상품을 한곳에서 알아보고 빌릴 수 있게 됐다. 진흥원의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가면 ▲자영업자 창업과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미소금융’ ▲근로자 생계와 대환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 주는 ‘바꿔드림론’ 등 자신에게 맡는 상품을 원스톱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이처럼 서민금융기관을 하나로 모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게 금융권의 평이다. 앞으로 진흥원에는 여러 기관으로 흩어져 있던 재원과 데이터도 통합될 전망이다. 통합 데이터가 축적되면 유형에 따라 맞춤형 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다. 재원도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햇살론의 전환대출과 바꿔드림론처럼 일부 겹치는 기능은 과감히 없애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액 대출, 재무 설계, 일자리 연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중소서민금융·소비자보호연구실장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정책성 서민금융지원에 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대상자들에 대한 재무적 정보뿐만 아니라 상담 정보까지 모두 수집해 축적한다면 수요자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 및 정책 방향을 재정립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책금융과 민간 서민금융 간의 역할 분담, 서민금융과 고용·복지 연계 강화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커버스토리] 서민금융 통합지원 ‘주치의’ 떴다

    [커버스토리] 서민금융 통합지원 ‘주치의’ 떴다

    미소금융·햇살론·바꿔드림론 등 관리 박대통령 “패자부활전 성공 기원” ‘서민금융 통합 주치의’가 떴다. 서민금융을 모두 한자리에 모은 서민금융진흥원(진흥원)이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출범했다. 이로써 미소금융(자영업자 지원대출), 햇살론(근로자보증대출), 바꿔드림론(저금리 전환대출), 새희망홀씨(은행의 생계형 자금대출) 등 여러 군데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정부가 통합 방안을 발표한 2014년 7월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결실을 봤다. 올해 안에 직접적인 ‘손발’ 역할을 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전국 33곳에 세울 방침이다. 빚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어떤 ‘의사’(전담기관)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자신에게 맞는 ‘약’(금융상품)이 있는지조차 모르던 서민들은 이제 금융권 이곳저곳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집에서 가까운 통합센터를 찾으면 된다. 환부(빚)가 크면 알아서 도려내 주고(채무 조정), 치료(맞춤대출)부터 자활 지원(일자리 연계)까지 도와준다. 현장 방문이 어려우면 통합콜센터(1397)로 전화해 상담받을 수도 있다. 이날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서민의 금융생활을 더욱 든든하게 지켜 드리는 통합지원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많은 분이 채무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패자부활전 성공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며 채무조정 약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사람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약속했다. 초대 원장을 맡은 김윤영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이제부터는 진흥원이 정책자금뿐 아니라 민간 서민금융상품 정보를 한자리에서 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 조정을 전담하는 신용회복위원회는 별도 법인으로 두되, 업무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안에서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고소영 화보, 세월 거스른 뱀파이어 미모 “주름이 잘 안 생겨”

    고소영 화보, 세월 거스른 뱀파이어 미모 “주름이 잘 안 생겨”

    배우 고소영이 화보를 통해 여전한 미모를 과시했다. 19일 스타& 패션매거진 인스타일은 10월호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인 고소영의 화보를 공개했다. 고소영은 최근 서울 성수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가을 의상을 입고 담백한 감정 표현으로 화보를 완성했다. 화보 촬영 현장에선 고소영을 향해 여전히 예쁘다는 스태프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고소영은 “주름이 잘 생기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고, 평소 승마나 테니스 등 스포츠를 즐겨왔다고 밝혔다. 고소영은 이날 화보 촬영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편 장동건과 두 아이를 챙기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고소영의 커버 스토리와 인터뷰는 인스타일 10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일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시사인 욱일기 논란, 해명에도 찬반의견 팽팽…논란된 상황 정리해보니

    시사인 욱일기 논란, 해명에도 찬반의견 팽팽…논란된 상황 정리해보니

    주간지 ‘시사IN’의 편집국 사진에 ‘욱일승천기’가 걸려있다는 내용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표지 제작용 소품”이라는 시사인 측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커뮤니티에서 처음 논란이 불거질 당시 일부 커뮤니티 유저들은 “메갈리아의 합성과 연관된 메갈 지지용”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시사인 측은 문제가 된 사진을 수정했지만 네티즌들은 기존 페이스북에 있던 시사인 편집국 내부 사진들에도 합성 욱일기가 있던 것을 찾아내 해명을 요구했다. 게시된 사진들의 날짜를 근거로 네티즌들은 메갈리아와의 유착보다는 친일보수주의자들의 프레임에 대한 패러디가 원래 목적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시사인 편집장은 공식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355호 표지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소품입니다. 그 소품으로 만든 표지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고 해명했다. 또한 “관련 커버스토리 기사도 링크합니다. 355호 커버스토리는 ‘친일’이 갈라놓은 보수의 바다이고, 소품은 그 기사에 맞는 상징을 만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사인은 표지에 인형(캐리돌) 등을 만들어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지 소품은 나중을 위해 보관한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기자협회보 기사도 링크한다”라면서 “이런 해명까지 구구절절 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 서글프기는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링크된 기자협회보 기사는 “시사 주간지 시사인이 ‘메갈리아 논란’과 관련된 기사 게재 후 잇따르는 구독해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 전반에 ‘메갈리아’ 이슈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라고 전하고 있다. 또 “언론사와 기자들의 ‘자기검열’은 결국 독자에 대한 피해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권력과 자본이 아닌 남성 독자들의 외압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7일 현재 시사인 욱일기 논란과 관련해 커뮤니티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해명했고, 더 이상 시사인을 비난하는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해명대로라고 해도 소품이 사용된 이후에 2년간이나 사무실 중앙에 걸어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는 단순 의견 충돌을 넘어 양측에서 프레임을 씌우고, 시사인의 과거 ‘메갈리아 관련 기사’까지 다시 엮어 상대 의견의 의도를 의심하고 비방하기 시작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열등감이 낳고 관음증이 키웠다… 분노의 사생아 ‘패치’

    [커버스토리] 열등감이 낳고 관음증이 키웠다… 분노의 사생아 ‘패치’

    경찰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무대로 특정인들의 신상을 마구잡이로 공개하며 음해해 논란이 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를 입건하면서 이른바 ‘○○패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상 ‘○○패치’는 운영자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공개한 글을 올리고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관련 제보를 댓글로 올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뒷담화의 소셜미디어 버전으로 불리는데, 그 와중에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생활 공개·조직적 뒷담화 ‘강남패치’ 원조 강남패치 홈페이지에는 ‘금수저와 신분 세탁이 판치는 헬조선 속 오아시스’라는 자평이 올라 있다. 이렇게 보면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곳곳에서 ‘쓰레기를 까발리는 또 다른 쓰레기’라는 평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비뚤어진 분노와 불만이 표출되고 이 결과물이 네티즌들의 관음 심리를 충족시키며 ‘패치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노의 원인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주목했다. ‘○○패치’의 원조는 지난 5월부터 6월 말까지 운영하며 8만명의 팔로어를 끌어 모았던 강남패치다. 연예인의 파파라치 사진으로 유명한 ‘디스패치’를 모방했다는 강남패치는 강남 유흥업소 출신이라는 여성들의 사생활을 인스타그램에 폭로했다. 입건된 운영자 정모(24·여)씨는 수십개의 계정을 이용하며 경찰을 따돌리려 하고 ‘고소할 테면 고소해봐 ’라는 식의 글도 남겼지만 피해자의 고소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지 2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에서 여혐(여성혐오) 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IP를 전달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씨는 “자주 가던 강남의 클럽에서 한 기업 회장의 외손녀를 보고 박탈감을 느꼈고, 질투심이 일어 강남패치를 만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소할테면 해보라”던 운영자 두 달만에 잡혀 강남패치에 신상이 공개돼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우울 증세와 수치심을 호소했다. 하지만 운영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과의 대화를 다시 강남패치에 공개하고 ‘혼이 덜 났다’고 조롱했다. 대학 시절 유흥업소에 드나든 것으로 지목된 한 쇼핑몰 모델은 “그런 곳은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데 왜 마녀사냥을 당해야 하는지 화만 난다”고 토로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여성 연예인이나 모델 등의 과거도 여과 없이 게시됐다. 강남패치의 남성 버전으로 불리는 한남패치는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단 6일간 운영됐다.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는 남성의 신상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운영자 양모(28·여)씨는 지난달 30일 강남패치 운영자와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는 성형수술 피해자로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었다. 이에 대해 양씨는 어린 시절 성폭행 경험을 주장했고, 지난달 31일 오후 9시쯤에는 자살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양씨가 머물던 속초의 한 리조텔에 출동하는 소동도 있었다. ●‘성병패치’‘창놈패치’‘홍대패치’ 유사 패치 확산 강남패치와 한남패치가 각각 여혐, 남혐을 표방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이외에도 각종 ‘○○패치’가 존재한다. 지하철·버스의 임신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이나 ‘쩍벌남’(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옆좌석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남성)의 얼굴을 공개하는 ‘오메가패치’, 성병에 걸린 남성의 신상정보·병명 등을 알린 ‘성병패치’, 성매매업소 등을 출입하는 성매수 남성 신상을 공개하는 ‘창놈패치’, 홍대 유명 클럽에서 문란하게 유흥을 즐기는 남녀의 신상을 알리는 ‘홍대패치’ 등이다. 전문가들은 가수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했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패치’의 원형으로 본다. 연예인의 인터넷 안티 카페에서 나온 뒷담화가 특권층의 편법, 반칙에 대한 불신, 학벌 중시 풍조 등과 변주되며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패치 열풍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타블로 측의 사실확인 노력에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건의 주범 6명은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대화로 옮겨지던 뒷담화가 ‘패치’라는 기록으로 축적되고, 명예훼손의 증거가 되면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명예 훼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운영자뿐 아니라 제보자도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된 타진요는 이례적인 사례이며 사이버 명예훼손은 대부분 벌금에 그친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발생 건수는 2012년 5684건에서 지난해 2015년 1만 5043건으로 164.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8371건이 발생해 산술적으로 볼 때 올해 말에는 1만 6000건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울한 청춘 탈출구 못 찾아”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세대에게 삶은 팍팍하고 현재는 불안하며 미래는 우울한데, 이런 것들을 해소할 통로가 우리 사회에 없다”며 “긍정적인 배출구가 없다 보니 소셜미디어가 유일한 창구가 됐고, 이곳에서 자신의 억눌린 감정들을 잘못 해소하다 보니 패치 신드롬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볼 때 공적 영역인 소셜미디어를 사적인 공간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기영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정보 노출에 대해 관대하며 노출 자체를 즐기기도 하는데, 그에 비례해 사적 정보의 노출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둔감해지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명예훼손까지 모두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강조되는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적 불이익이나 비난이 뒤따른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이면 폭로 제대로 못한 기성언론 책임론도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의 정보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은밀한 폭로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시해야 하는 구조가 조성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상의 자극적인 폭로나 사생활 침해가 반복되는 현상을 볼 때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 언론이 사회 이면의 실체를 폭로하지 못한다는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특히 여성 혐오나 금수저와 같은 사회적인 대립각을 지나치게 이용해 주목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과적으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들은 마음속에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남의 뒷담화를 늘어놓아 주목을 끈 것을 볼 때 낮은 자존감을 다른 이의 관심으로 보상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볼 수 있고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며 “성숙한 토론 문화와 자정 노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hit@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자동폐기 굴욕 감액도 4차례…제헌국회부터 굴곡진 ‘추경史’

    [커버스토리] 자동폐기 굴욕 감액도 4차례…제헌국회부터 굴곡진 ‘추경史’

    정부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제출한 지 딱 한 달 만인 26일 국회에서 추경안 통과를 전제로 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번 추경은 8월 임시국회 종료 전날인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정부는 헌정 사상 최초의 추경 무산을 피하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엄밀히 봤을 때 설령 이번 추경이 무산됐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의 봄’과 광주민주화운동 등으로 숨 가빴던 1980년 정부가 10월 초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전두환 군부가 이미 5월 20일에 군 병력을 동원해 10대 국회를 사실상 해산해 버린 상황이라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그런데 똑같은 내용의 추경안이 자동폐기 바로 다음날인 10월 28일 다시 제출됐고, 전두환 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가 나흘 만에 이를 통과시켰다. 국가재정법은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으로 추경 편성의 조건을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되기만 하면 여야 간의 정쟁으로 이어진다. 제헌국회에서도 그랬다. 우리나라 추경의 역사 속에 담긴 정치, 경제, 사회상을 살펴봤다. ●6·25전쟁 발발했던 1950년에는 총 7회 올해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정쟁에 민생이 파묻힌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예산안, 추경안 등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쟁은 이미 제헌국회(1948~1950년) 때부터 치열했다. 또 정부수립 초창기 국내 상황의 혼란과 여러 행정기능 미비로 인해 예산 편성부터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정부는 1949년과 1950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뒤에야 예산안을 제출했고, 어쩔 수 없이 2년 연속으로 당장 급히 써야 할 돈을 가예산으로 편성·집행했다. 이후 본예산을 현재의 추경인 ‘추가예산’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마저도 당시 세수 및 세출 예측 능력의 부족으로 여러 차례의 추경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는 모두 일곱 번의 추경이 이뤄졌다. 현재 기록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추경은 1950년 3월 23일 국회에 긴급 동의 형식으로 상정된 ‘단기 4282년도 제3차 추가예산’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소속 황호현 의원은 3차 추가예산을 재정경제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긴급 동의했다. 그는 “5월 총선거를 앞두고 의원 대다수가 시골로 내려갔기 때문에 본회의조차 정족수를 간신히 채운 상황”이라면서 “예산을 심사할 재정경제위원회 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늘 하루에 심사를 끝내고 내일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추경 ‘1950년 3차 추가예산’ 그러자 야당인 한국민주당 서우석 의원이 “재경위 종합심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서 다루는 것이 도리어 시간을 더 끌게 된다”며 반발했다. 또 같은 당 김상순 의원은 “농림부의 예산 산출 인원수 계산이 기획처의 계산과 차이가 나는데, 확인해 보니 농림부가 틀렸다”면서 “이런 유사 사례가 많을 테니까 재경위에서 1차 심의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결국 당시 추경안은 야당의 주장대로 분과위원회를 거치고 3월 27일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빼도 박도 못하는 허점을 지적해 ‘현미경 심사’를 관철시켰던 것이다. 추경이라고 하면 보통 나랏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태풍 등으로 무너진 도로·시설물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씀씀이를 줄인 ‘감액 추경’도 네 번이나 된다. 6·25전쟁 발발 직후였던 1950년 7차 추경 때 정부는 세수와 세출 56억원을 줄였다. 전쟁으로 인해 세금을 걷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자연히 세수와 세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1982년에는 추경에서 2643억원을 삭감했는데, 전년도에 국보위가 정부가 잘못 계산해 제출한 세입·세출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해 상반기까지 예상 경제성장률 전망치(8%) 달성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1982년의 실질경제성장률은 8.3%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이었던 1997년 10월, 그해 1차 추경에서 8722억원을 감액했다.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환란이 그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자연히 세수에 펑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덜 걷힌 세금은 1조 5909억원이었고, 전년도에 쓰지 않고 남았던 세계잉여금 7187억원을 이입해도 9000억원 가까운 수입과 지출을 줄여야 했다.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기 이전에 이미 감액 추경이 위기를 알리고 있었던 셈이다. ●외환위기 직후 1998년 1조 6985억 최대 감액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3월 1차 추경은 우리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추경으로 기록되고 있다. ‘경제점령군’으로 들어온 IMF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전년도에 정부가 짜고 국회가 통과시킨 예산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줄여 금융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6985억원을 감액했다. 당시 실무 사무관으로 추경 작업에 참여했던 한 정부관계자는 “우리가 짠 예산을 다시 우리가 줄이면서 공무원 급여부터 삭감하는 것도 기분이 나빴는데, 계속해서 IMF의 눈치까지 봐야 했다”면서 “약간이나마 ‘망국(亡國) 관료’의 심정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1998년 9월에는 세수를 메우기 위해 5조 4902억원을 보전하는 세입추경을 포함, 실업·경기대책 마련을 위한 12조 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이 실시됐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때 제출 ~ 통과 ‘딱 3일’일반적으로 군부 독재 시절의 정부 추경안이 국회를 더 빨리 통과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헌정 사상 가장 빨리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의외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태풍 ‘루사’ 피해 복구를 위한 4조 1000억원 규모의 추경이었다. 2002년 9월 10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바로 그날 국회 재정경제위, 행정자치위, 운영위, 교육위에 회부됐고, 다음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리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틀 뒤인 9월 13일 본회의에 상정돼 바로 통과됐다. 2002년 DJ 정부의 마지막 해로 각종 특별검사와 게이트가 쏟아지기는 했지만,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또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민심을 외면한 채 정쟁을 벌일 수는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리역 폭발사고’ 재해 아닌 인재로 긴급 편성 가슴 아프면서도, 특이한 사연을 지닌 추경은 1977년 11월 2차 추경이었다. 행정부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히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의 추경은 주로 태풍과 오일쇼크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1977년 2차 추경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 때문에 긴급 편성됐다. 11월 11일 이리역에 서 있던 화약수송열차가 관리원의 부주의에 따른 화재로 폭발해 직경 16㎞ 이내의 집과 건물이 모두 파괴됐고, 58명이 사망하고 1400여명이 부상했다. 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 피해는 당시 돈으로 100억원이 넘었다. 피해가 얼마나 컸던지 폭발 사고 뒤, 이리 시내 다방과 음식점에는 반창고로 얼굴이나 손등을 허옇게 바르고 나온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전해진다. 당시 정부는 사고 나흘 뒤인 11월 15일 사고 복구를 위한 5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열흘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물론 5억원으로는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보상비를 노린 투기꾼들이 이리에 몰려들면서 민심마저 흉흉해졌다. 그런데 이 사고로 유명해진 인물이 있는데, 바로 ‘20세기 최고의 코미디언’ 이주일이다. 사고 당일 이리역에서 500m 떨어진 삼남극장에서 관객 600여명이 들어찬 가운데 인기가수 하춘화의 리사이틀이 열리고 있었고, 폭발사고로 극장 지붕이 내려앉고 의자가 뒤집혀 6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무명 MC였던 이주일은 자신도 머리가 함몰돼 4개월 넘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져 있던 하춘화를 업고 극장 밖으로 나왔다. 이주일은 이 사건 이후 ‘의리의 사나이’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춘화는 2007년 11월 열린 이리역 폭발사고 30주년 추모행사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사드 등 정책 부문은 국민·국익 관점에서 보도해야”

    “사드 등 정책 부문은 국민·국익 관점에서 보도해야”

    올림픽 자원봉사자 소개 돋보여 이대 평단사업 더 깊이 논했어야 “심층성·스토리텔링 방향 설정”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는 22일 제86차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두 달간의 서울신문의 각종 현안 보도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참신한 관점으로 보도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식 기사가 호평을 받았다. 반면 일부 기획기사는 심층적 분석이나 제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는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찬(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이상제(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유 위원은 ‘보험 직원·삼바 강사… 평범한 우리, 리우 수놓다’<서울신문 8월 8일자 26면>에 관해 “이날 한 신문의 공연담당 기자가 쓴 기사를 다들 베껴 썼는데 서울신문은 개막식 자원봉사자들의 다양한 면면과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냈다”면서 “비슷한 기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서울신문만의 목소리가 나온 가장 유쾌하게 잘 본 기사였다”고 칭찬했다. 박 위원장은 20일자 커버스토리로 다룬 ‘국회는 민원종말처리장’, ‘1급 이상 공직자 96명, 비상장주식 대거 보유’<서울신문 8월 4일자 1면> 등 단독보도와 관련기사들, 18일자에 실려 세종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비판한 ‘오대수’ 특집과 관련해 “독자의 공분을 일으키는 기사들”이라고 호평하며 “근본적인 해결책 등 이런 문제들을 계속 다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 간의 분쟁 상황과 관련해서는 좀더 심층적인 기획보도가 없었다는 점이 지적을 받았다. 김 위원은 “지난 7월 말부터 이어진 보도 위에 좀더 심층적인 기획기사를 기대했는데 서울신문에서 끝까지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면서 “우리 고등교육이 어떤 문제와 위기에 직면했는지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일엔 대학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맥락도 정보도 없는 뜬금없는 것이었다”면서 “심층기사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운 특집이었다”고 혹평했다. 이와 관련, 소 위원은 “이화여대 학생 소요에만 초점을 맞춰 평단사업의 본질이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초고학력사회와 평생교육’<서울신문 8월 4일자 27면>이라는 ‘씨줄날줄’ 칼럼이 평단사업의 문제점과 대학 구조조정 등을 의미 있게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관련된 연속 기획도 비판을 받았다. 유 위원은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에 관해 “키워드 하나 뽑을 수 없을 만큼 추상적이고 뻔한 얘기들을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다”면서 “독자들을 위해 신문사 내부에서라도 ‘영양가’를 만들어 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평했다. 김 위원은 ‘PB(프라이빗뱅커)의 생활 속 재테크’와 관련, “그렇게 단정적인 말들을 독자들이 믿고 따랐다가 손해를 보게 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정책 부문에서 정부의 입장보다는 국민과 국익 관점에서 보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 위원은 사드 배치 관련 보도에 관해 “대북 제재 국제 공조 라인이 깨졌다는 것을 알려 주고 이후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이 뭔지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국방부의 잇단 비리, 사고,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 오류와 관련해서도 “국가 이익에 입각한 정리가 요망된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경형 주필은 “디지털시대에서 종이신문은 심층성, 스토리텔링으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해야 생존할 수 있다”면서 “옛날 제작 방법과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공익신문으로서의 범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균미 편집국장은 “대학 교육과 구조조정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신중하고 꾸준하게 다루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커버스토리] 부정청탁 금지 사례에 일반인 기준은 없어… 공익성 여부 판단도 개개인마다 달라 혼란

    국회의원에게 제기하는 일반인의 민원이 오는 9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저촉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구 의원들은 대부분 ‘민원의 날’을 운영한다. 접수된 민원은 보통 ‘엑셀’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에 접수된 민원 리스트를 살펴보니 ▲병원비가 너무 비싸다 ▲집 천장에 물이 샌다 ▲일조권·조망권이 침해됐다 ▲보도블록을 교체해 달라는 등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민원이 기록돼 있었다. 의원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이 아니라 의원의 입김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런 민원들이 도마에 오르게 된다. 우선 민원의 ‘공익성’ 여부가 처벌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도 “의원이 사익을 위한 민원을 전달하면 처벌받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민원의 공익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이다. 또 사익을 위한 민원이라 하더라도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을 여지도 있어 제도 시행 후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원 수렴을 의원의 의정 활동 일환이라고 해석한다면 아무리 사익성 민원이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김영란법 5조에 규정된 부정청탁 금지 사례에도 일반인의 민원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다. 또 민원인은 ‘부정청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의원이 ‘부정청탁’으로 인식해 민원인을 신고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민주 한 중진 의원은 19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어떻게 민원을 처리하게 될지 아직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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