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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석부 사진이 영정사진 될 줄은…” “다 우리 손주 같은 애들인데…”

    “출석부 사진이 영정사진 될 줄은…” “다 우리 손주 같은 애들인데…”

    “5살 때부터 엄마 없이 할머니, 고모 손에 자랐어도 착하게 잘 자라준 아들인데…. 미안해서 죽겠어요.” 23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임시분향소. ‘대한민국 미워요, 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 ‘하늘에선 별과 같이 빛나길’ 등 추모글이 쓰인 조화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지난 15일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단원고 학생 43명과 이들을 살리려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썼던 강모(52) 교감 등 교사 3명의 영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문객을 맞이했다. 연고는 없지만, 숨진 학생들에게 미안해 분향소를 찾았다는 시민들이 체육관 밖 인도까지 줄지어 이어졌다. 해가 진 뒤에는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들까지 가세해 조문 행렬은 밤늦도록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이 몰려들자 밤부터는 100명씩 한꺼번에 분향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지 하루도 채 안 돼 황망하게 세상과 작별한 학생들의 넋을 기리는 조문객 숫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오전 8시 분향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부터 숨진 학생과 교사 등의 유족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황모씨는 “내가 이혼하는 바람에 우리 아들이 외롭게 컸는데 미안해 죽겠다”면서 “비통한 심정이 1주일이 지났지만,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아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주지 못한 게 모두 자신의 탓인 양 자책했다. 황군의 할머니도 눈물 젖은 국화꽃을 놓으면서 감정이 격해졌는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황군과 함께 전날 발인을 마친 김모(17)양의 어머니는 딸이 좋아하던 초콜릿 한 상자와 강아지를 데려와 들여보내 달라며 오열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우리 애가 강아지에게 ‘빛’이라는 뜻의 루시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그렇게 예뻐했다”면서 “구조만 조금 빨리 됐어도 살릴 수 있었는데…. 발견 당시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며 한없이 울었다. 직장인 김선영(31·여·시흥시 정왕동)씨는 “아이들의 출석부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안 일어나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성호(22·수원 권선구)씨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왔다”고 말했다. 안산시게이트볼연합회 회원 50명과 단체로 분향소를 찾은 김문재(79)씨는 “다 우리 손주 같은 애들인데 안타깝고 너무 비참하다”고 전했다. 분향소 곳곳에서는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자신을 숨진 학생의 이웃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우리 같은 늙은 사람들이 먼저 가야 하는데 저 어린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일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휠체어를 타고 조문을 온 한 할머니는 영정 안치를 위해 한동안 분향소 입장이 제한되자 “휠체어를 밀어주는 봉사자가 (낮) 12시에는 가야 해 조문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안산에 있는 태국 사원 스님 6명은 승려복을 입고 조문을 와 방명록에 태국어로 “이번 사고로 숨진 이들을 애도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배우 차인표·신애라 부부와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세월호 침몰-이모저모] 명단에 없는 외국인… 또 뒤바뀐 학생 시신

    [세월호 침몰-이모저모] 명단에 없는 외국인… 또 뒤바뀐 학생 시신

    빈소까지 차려졌던 안산 단원고 학생의 시신은 DNA 검사 결과 다른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침몰 이후 수차례 번복 끝에 정부가 가까스로 확정했던 세월호 승선자 명단에 없던 외국인 시신도 발견됐다.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7일째인데도 정부의 어이없는 실수가 반복되면서 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2일 경기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단원고 학생의 시신이 DNA 검사 결과, 유족과 ‘불일치’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전날 차려진 A군의 빈소에는 유족은 물론, 학교 선후배와 친구들이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지만, 하루 만에 ‘신원미상’으로 재분류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DNA검사가 어디서 이뤄져 어떻게 통보됐는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는다”면서 “시신은 목포로 운구되지 않고 그대로 안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17일에는 박모(17)양으로 알려진 시신이 이모양인 것으로 확인돼 시신이 다시 목포로 되돌아가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1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사고 해역에서 리다OO(38·76번째 발견), 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인(77번째), 리샹XX(46·83번째) 등 3구의 외국인 시신을 수습했다. 리다OO는 중국 국적의 재중동포, 학생은 러시아 국적 단원고 학생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리샹XX은 정부가 476명이라고 밝힌 승선자 명단에 없던 인물이다.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시신이 발견된 만큼 총 승선자 476명이라는 당국의 발표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단원고에 병원 학교 검토… 심리치료 중심 수업 편성

    세월호 침몰사고로 휴교 중인 경기 안산 단원고가 사고 충격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고려해 병원에서 치료와 수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1, 3학년은 24일(목요일)부터 등교하고, 세월호에서 구조된 2학년은 치료를 받으면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대책본부는 21일 “지난 16일 전남 진도 사고 발생 해역에서 구조돼 현재 안산 고려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2학년생들에게 치료와 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엿새째인 이날까지도 실종자 수가 200여명에 이르기 때문에 경기도교육청 대책본부는 사고로 충격을 받은 학생들에게 당장 교과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안산시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전문기관과 협력해 심리치료 중심의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다. 세월호에 탔던 325명의 단원고 학생 가운데 구조된 학생 수는 75명이며 이 가운데 73명이 고려대 안산병원, 1명은 한도병원에 입원 중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심한 스트레스, 우울증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40%가량은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 3학년은 휴교가 끝나는 24일 한꺼번에 등교하지 않고 3학년은 24일, 1학년은 28일 등 시차를 두고 등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학년별 등교 시기를 조정한 것은 심리치료 상황, 교실 여건, 교사 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3학년생의 경우 24일 등교하면 전문의와 상담사 50여명으로 구성된 학교위기 개입 및 심리치료팀을 통해 심리치료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단원고는 수업 재개를 앞두고 진도 사고현장에 파견된 교사 일부를 이날 학교로 복귀하도록 조치해 학교 정상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이날까지 진도에는 59명, 사망자 장례식장에는 24명의 경기도교육청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단원고는 24일부터 수업을 재개해도 교사 12명이 실종되거나 숨지고 재직 교사 상당수도 사고수습 지원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 충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단원고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18일 숨진 강모 교감의 후임을 곧 발령 낼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애초 학교 운영 정상화를 목표로 재학생 등교를 추진했으나 현실적으로 정상 수업이 어렵다고 보고 피해 학생 회복 지원에 중점을 둬 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수천만원 손실 날까봐… 무리한 출항이 화근의 시작

    수천만원 손실 날까봐… 무리한 출항이 화근의 시작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세월호 침몰 참사를 돌이켜보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안타까운 순간들이 적지 않다. 이번 참사는 짙은 안개 속에서의 무리한 출항에서부터 운항상 실수, 노후화된 선박, 과적화물, 늑장 신고, 부실한 비상 대피 매뉴얼, 선장과 승무원들의 승객 대피 외면 등이 겹쳐진 최악의 ‘인재’(人災)였다. 대형 사고에 대한 징후가 여러 곳에서 발견됐지만 누구 한 명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아쉬웠던 순간들을 정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① 짙은 안개에도 유일하게 출항 작년 영업손실만 7억여원… 해운사는 멈출 수 없었다 세월호는 지난 15일 오후 9시 짙은 안개를 뚫고 무리하게 인천항을 출항했다. 세월호는 당초 이날 오후 6시 30분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짙은 안개 때문에 2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된 상태였다. 당시 인천지역 시정은 운항관리규정상 필수 가시거리인 1㎞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출항 예정이었던 다른 여객선은 10척 모두가 안개 때문에 출항을 취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후 8시 30분 인천항만청이 시정주의보를 해제하자 다른 여객선이 출항을 취소한 상황에서 세월호만 유일하게 인천항을 출발했다. 세월호가 출항을 강행한 것은 여객 운임과 화물 운임 등 수천만원의 손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은 연평균 약 1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으며 특히 지난해 영업손실이 7억 85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 시달렸다. 세월호가 결항을 결정했다면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등 탑승객 476명의 운임과 화물 운임 등 수천만원의 손실과 다음 날 예정된 제주 출항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는 해운사가 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예정보다 출항이 늦어졌지만 근무수정표를 수정하지 않아 ‘초보 항해사’인 3등 항해사가 가장 위험구간인 맹골수도 구간의 지휘를 맡게 됐다. ② 원래 선장의 휴가 ‘대리선장’ 책임감 실종… 구호 않고 나 홀로 탈출 세월호 침몰 사고를 낸 이준석(69) 선장은 원래 세월호를 몰던 선장 신모(47)씨가 휴가 중이어서 ‘대리선장’으로 투입됐다. 세월호는 건조된 지 20년 된 낡은 선박으로 세월호 운항에 익숙한 신씨가 운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씨도 베테랑 선장으로 알려졌지만 사고 당시 탈출 명령이나 승객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나 홀로 탈출’한 행태를 볼 때 이씨가 대리 선장이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청해진해운은 평소 비상상황을 대비해 신씨와 이씨가 함께 배를 타는 데 신씨가 휴가를 갈 경우 이씨 혼자 배를 몬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신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신씨의 부인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무리한 개조로 인해 진짜 불안해서 배를 못 타겠다는 말을 남편이 했었다”고 전했다. 합수부는 신씨를 상대로 세월호 참사의 핵심 의혹을 풀 수 있는 선체 결함 여부와 맹골수도 항로 운항 과정의 급선회 이유, 승무원의 근무 시스템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그동안 세월호의 정비와 유지관리, 증축, 화물선적 등을 어떻게 실시했는지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③ 3등 항해사가 지휘 융통성 없던 교대근무… 초보가 위험지역 운항 세월호가 사고 해역인 맹골수도(孟骨水道)를 지날 때 조타실 지휘는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가 맡고 있었다. 유난히 조류가 빨라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늦은 출항을 고려치 않은 근무시간표로 인해 초보인 박씨가 운항을 하게 됐다. 세월호는 출항 당시 안개 등 기상이 악화되면서 당초 지난 15일 오후 6시 30분에 출발해야 했지만 2시간 30분 정도 늦은 9시에야 인천항을 나섰다. 일반적으로 4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출항이 이뤄졌다면 사고 해역에서 조타실 지휘는 박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게 된다. 3등 항해사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기 때문에 편한 시간대인 오전 8~12시, 오후 8~12시에 근무한다. 사고 시각은 3등 항해사가 당직 근무를 서는 시간이 맞지만, 정상적으로 출항했다면 세월호가 사고 해역을 지나는 시점은 오전 6시 전후이고, 이 시간은 1등 항해사가 근무하고 있을 시간이다. 이뿐만 아니라 박씨가 조타실 지휘를 하고 있을 동안 선장 이준석(69)씨가 침실에 있었던 것도 질타를 받고 있다. 박씨의 근무시간이라 할지라도 입·출항 및 위험 지역은 선장이 조타실에서 상황을 지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④ 비상대피 매뉴얼 몰라 승무원 사고대비 훈련 無… 제대로 된 구조 역할 無 세월호 승무원들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안전훈련조차 받지 않았고, 회사는 지난해 승무원들의 안전교육비에 단 54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항관리 규정과 선원법을 준수해 제대로 된 훈련만 받았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원법에 따르면 여객선의 선장을 비롯해 모든 승무원들은 충돌 및 좌초 등 해양 사고에 대비해 선내 비상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는 충돌·좌초 등 사고 시 행동요령에 대한 훈련은 6개월마다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세월호 승무원들은 수사본부의 조사 과정에서 “비상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세월호 승무원들은 운항관리규정에 명시된 비상상황 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충돌·좌초·퇴선 때 선내 총지휘를 맡아 인명구조에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할 선장은 가장 먼저 탈출했다. 3등 항해사는 선장을 보좌해 비상통신망을 운용하고, 1등 기관사는 퇴선 명령이 떨어지면 구명벌을 투하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진 행동은 없었다. 훈련 미비와 비상대피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선장과 승무원들이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하면서 더 큰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⑤ 규제완화… 日서 낡은 배 들여 선령 제한 20 → 30년으로… 사고방지 안전 점검 안 돼 청해진해운은 2012년 9월 일본 가고시마현에 본사를 둔 일본 선사로부터 낡은 배 한 척을 인수했다. 청해진해운이 사들인 배는 1994년 건조된 이후 18년간 운항하고 퇴역한 여객선으로, 이후 선실 증축 작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세월호’라는 이름을 붙여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됐다. 만들어진 지 20년이나 된 낡은 배가 취항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여객선 선령(船齡) 제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해운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2009년 이전에는 여객선 선령이 20년으로 제한됐지만 연간 200억원의 기업 비용이 절감된다는 이유로 해당 법이 고쳐졌다. 경제성 논리를 앞세운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이번 참사의 불씨가 됐다는 지적이다. 다른 여객선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해운조합이 발간한 2013년 연안해운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여객선 217척 가운데 선령이 20년 이상 된 것은 67척(30.9%)에 달한다. 낡은 배를 수입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점검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특별 안전점검 당시 ‘선내 비상훈련 실시 여부’ 평가 결과 ‘양호’를 받았고, 문제가 된 조타기 정상 작동 여부, 화물을 배에 고정하는 장비가 있는지 등도 모두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세월호 침몰 참사-눈물도 마른 가족들] 운구차 따라가며 “우리 대희 어떡해, 사랑해 아들아”

    “대희야, 엄마가 사랑한다. 우리가 같이 가니까 외로워하지 마.” 20일 오전 11시 경기 안산 온누리병원 장례식장. 세월호 침몰로 숨진 단원고 2학년 김대희군의 마지막 가는 길은 슬픔과 고통, 분노와 원망이 엇갈렸다. 더는 눈물 한 방울 흘릴 힘도 없어 보이는 유족들 주위로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단원고 졸업생 학부모) 20여명이 서서히 모여들었다.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목탁 소리와 함께 스님의 염불 외는 소리가 들렸다. 김군의 친구, 친척들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여기저기서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허망하게 떠난 김군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기를 빌며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모았다. 위패와 영정은 김군의 동생과 친구로 보이는 남학생 2명이 들었다. 그 뒤로 유가족과 학생 30여명이 따라나왔다. 힘없이 축 처져 있던 가족들은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서러운 통곡 소리가 안산 전체로 퍼지는 듯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우리 대희 어떡해. 사랑한다. 내 아들아”라며 비통한 울음을 토해냈다. 김군의 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느라 수건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어 “나무아미타불”만 반복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울었다. 발인은 10분 만에 끝이 났다. 김군을 실은 운구차는 수원 영통구 수원연화장으로 떠났다. 김군이 떠난 자리에는 곧바로 또 다른 사망자 김건우군의 빈소가 차려졌다. 침통한 빈소에 소동을 피우는 주민도 있었다. 집에서 TV 뉴스를 보다 화가 나 나왔다는 50대 남성은 “그런 식으로 (사고를 수습)하는 게 정부냐”고 외쳤다. 그는 빈소에 나와 있던 교육청 관계자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가족들이 더 마음 아프니까 참으세요”라는 주변의 만류와 지구대 경찰의 제지로 이 남성은 식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앞서 이날 오전 5시쯤에는 장진용군의 발인이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른 새벽 장군의 발인식에는 유족 20여명과 친구 100여명이 참석했다. 안준혁군·전영수양의 발인도 뒤를 이었다. 이날 예정됐던 임경빈·정차웅군 등 사망자 6명의 발인은 유가족 요청으로 연기됐다. 이날 경기도교육청·경기도청·안산시청 합동대책본부는 오는 23일 오전 9시부터 안산 단원구 안산올림픽기념관에 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운영방식은 학부모, 유족, 단원고 교사 등과 논의해 결정된다. 한편 제자들과 끝까지 운명을 함께한 교사들의 발인도 치러졌다. 19일 안산 제일장례식장에 안치된 단원고 최혜정(24·여) 교사에 이어 20일에는 남윤철(35), 김초원(25·여) 교사의 발인이 엄수됐다.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남 교사는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했다. 남 교사의 아버지는 “끝까지 학생들을 살리려고 노력하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오히려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을 다독였다. 남 교사의 친척은 “어려서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면서 “강직한 성격에 어린 제자들을 두고 홀로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탈출시켜라” 지시받고도 선장·승무원 ‘뺑소니’

    “탈출시켜라” 지시받고도 선장·승무원 ‘뺑소니’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사고 직후 진도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승객들을 탈출시키라는 지시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내버려 둔 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검경합동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제주VTS에 신고한 뒤 약 11분이 지난 오전 9시 6분부터 오전 9시 37분까지 진도VTS와 31분간 11차례 교신했다. 진도VTS는 오전 9시 25분 “선장 판단 아래 인명을 탈출시켜라”고 말했지만 구조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세월호의 선임급 항해사가 교신을 했으며 이준석(69) 선장이 조타실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선장은 교신이 끊어진 오전 9시 37분 배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승무원 중 이씨와 1·2·3등 항해사, 조타수, 기관장 등 선박직 15명은 모두 생존했다. 수사본부는 이씨와 3등 항해사, 조타수 등 3명을 구속한 데 이어 다른 승무원 등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고 경위와 퇴선 명령, 구호 조치를 적절하게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비상 상황과 관련해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일부 승무원의)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대 잠수 요원들은 이날 세월호 선체 내부 진입 통로 5곳을 확보하는 등 선내에서 시신 수습 작업을 벌였다. 해경에 따르면 구조대는 19일 오후 11시 35분쯤 4층 격실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남성 사망자 3명을 수습했다. 이어 내부 진입 통로 5곳을 확보했다. 해경은 함정 204척, 항공기 34대를 이용해 선체 주위 해역도 집중 수색했다. 세월호는 선체가 전복된 상태로 뱃머리 부분이 수면 밑 약 10m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정부는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시와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6명의 영결식이 이날 안산 지역 장례식장 곳곳에서 치러졌다. 안산제일장례식장 등에서는 유족과 단원고 학생들이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사고 해역에서 시신들이 잇따라 인양되면서 21일 오전 1시 현재 사망자는 58명으로 늘었다. 승선자 476명 중 174명이 구조됐으며 244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진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안산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부모님 생각해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부모님 생각해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

    “조카야, 꼭 살아 있어 줘. 기적은 있을 거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18일 중년의 사내가 실종된 조카의 마지막 흔적을 더듬으려고 텅 빈 안산 단원고를 찾았다. 실종자 명단에 오른 임모(17·단원고 2학년)군의 큰아버지인 그는 “진도로 내려간 동생네 부부에게 조카로부터 마지막 연락을 받았느냐는 말조차 건넬 수 없었다”면서 “반드시 기적이 일어날 테니 부디 살아만 있어 달라”고 간절히 말했다. 이날 오후 단원고 2학년 5반 교실 앞을 서성이던 박모(16·단원고 1학년)양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는 실종자 서동진(17)군에게 “선배가 짓궂은 장난을 치면 내가 욕을 했었는데, 내가 용서를 빌 테니까 꼭 돌아와 달라”고 전했다. “언니, 오빠들, 꼭 돌아와요!”라고 외치는 단원고 연극부 소속 1학년 학생 10여명은 단체로 2학년 교실들을 돌아다니며 교실 출입문과 창문 등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오혜원(16·단원고 1학년)양은 “(이번 사고로 실종된) 요한 선배에게 제발 살아서 돌아오라고 썼다”며 “돌아오면 매점에 같이 가서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극부 후배인 고종덕(16·단원고 1학년)군은 “아직 희망이 있는 것 같으니까 모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선배들,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안산 YMCA 활동을 하며 후배들과 친분을 쌓았다는 서정주(18·단원고 3학년)양은 “친하게 지내는 후배들 5명이 아직 연락이 없다”며 울먹였다. 그는 “불과 사고 나흘 전에 교회에서 얼굴을 봤다”면서 “후배들에게 수능이 끝나면 한턱 내겠다는 내용으로 내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후배들이) 아직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양은 마음을 가다듬고 “얘들아!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고 외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판박이 버스로 송파버스 사고 재연

    지난달 19일 추돌 사고를 일으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송파 버스 사고의 현장 재연이 이뤄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8일 “재연용 버스에 사고 당시 차량에 있던 엔진제어장치, 브레이크 페달 등 주요 부품 6종을 장착해 오후 3시부터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송파구청 사거리까지 1138m가량을 주행했다”면서 “현장 재연만으로는 차량의 결함 여부나 운전자 과실을 단정 지을 수 없고, 추가적인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연 차량은 사고 지점인 석촌호수 사거리~송파구청 사거리를 세 차례 반복해 달렸다. 마지막 세 번째에선 해당 거리를 실제 사고 시간과 같게 69초 내에 주행했고, 리타더 브레이크(대형 차량에 쓰이는 수동 제동장치), 풋브레이크 등의 차량 부품을 매뉴얼에 따라 조작했다. 경찰은 69초 동안 차량 속도가 시간당 22㎞에서 75㎞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 사고 전후와 동일한 속도 변화다. 경찰 관계자는 “제동 등 신호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 등을 재연 과정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블랙박스 영상에서 운전사 염모씨가 1차 사고 이후 리타더 브레이크 등을 제어하지 않고 운전대만 조작하는 모습이 확인돼 추가적인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참관한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구 도시교통연구소) 대표는 “이번 재연을 통해 당시 사고 상황에서의 속도 변화가 (급발진 등이 아닌) 일상적인 운전 형태에서 나올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재연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를 비롯해 도로교통공단 연구원, 1급 정비사 등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잠 못자고 말도 잃어… 친구들 실종에 상상 이상 충격”

    “잠 못자고 말도 잃어… 친구들 실종에 상상 이상 충격”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179명(17일 오후 11시 현재) 가운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부상자 대부분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 안산병원 등 8개 병원에서 분산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치명적인 외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잠을 못 자거나 식욕을 잃고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전희진(17·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양의 어머니는 17일 “애가 자면서 계속 깜짝깜짝 놀라니까 걱정이 된다”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이 일 때문에 희진이에게 후유증이 남을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잘 받고 퇴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상훈 고려대 안산병원 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대부분 큰 외상은 없지만 사고 당시 큰 충격으로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해 집중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예방 치료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TSD 진단은 사고 당사자가 불안 공포, 무력감, 환각, 악몽 등의 증상을 사건 발생 후 1개월 이상 지났을 때도 호소할 경우 내려진다. 생존한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던 친구들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는 사실에 심각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창(17·단원고 2학년)군의 어머니는 “원래 활발한 애가 어제부터 계속 말을 안 한다”며 “잠도 한숨 안 자고 뉴스만 쳐다보고 있어 심리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수희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천안함 사고 이후 PTSD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는데 이번 사고에서 생존한 학생들 역시 사고 장면이 계속 떠오르거나 스스로 분노, 짜증 등의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체계적인 정신과 상담을 받아 PTSD를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에서 엑스레이 촬영, 혈액·혈압 검사 등의 검진을 받았다. 단원고 학생들은 모두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나머지 부상자들은 사고 지역과 가까운 해남한국병원, 목포한국병원, 해남우리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뒤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정부는 피해 학생과 유가족뿐 아니라 단원고 전교생과 교직원, 안산시민 등에게 광범위한 심리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의료 지원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생존자들의 정신·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PTSD 예방을 위해 각 부처와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준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이날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함께 ‘유관기관 심리지원 회의’를 열고 “확인된 사망·실종자들의 가족만 해도 1000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 자원을 어떻게 투입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며 “현재 안산정신보건센터 직원은 20명밖에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는 이날 “천안함 사태 이후 마련한 위기가족지원 체계를 가동시킬 계획”이라며 “현재 단원고 등 현장에 상담사를 배치해 가족들을 대상으로 정신 상담 서비스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활동 보조원만 지원 했다면 막을수 있었던 장애인 죽음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장애인용 연립주택에 혼자 있다가 불이 나자 피하지 못하고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장애인 송모(53)씨가 나흘 만인 17일 숨졌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에 따르면 송씨는 전날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병원에서 폐손상이 의심되는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았다. 이날 저녁이 되면서 송씨는 42도의 고열에 시달리며 상태가 위중해졌고 17일 오전 6시 30분쯤 끝내 사망했다. 박길연 민들레학교 대표는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소변도 나오지 않았고 산소호흡기를 떼지 못해 다른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결국 패혈증이 악화됐고 다른 합병증도 의심됐다”고 말했다. 1986년 사고로 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 등 중복 장애를 갖게 된 송씨는 1990년부터 장애인생활시설에 거주하다 지난해 10월 시설을 나왔다. 송씨는 장애등급 3급으로 판정받은 탓에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화재 발생 당시 침대에서 엎드린 채로 발견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올해 2월 성동구 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도움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장애등급 재조정 심사 신청을 했으나 뇌병변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의료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등급 상향 조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20년 가까이 홀로 지냈으나 이날 경찰을 통해 가족과 연락이 닿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에 차려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세월호 침몰’ 악용한 신종 스미싱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현황 동영상’이라는 문구를 이용한 신종 ‘스미싱’(문자 결제 사기)이 등장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스미싱 문자가 발송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문자에는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이름 및 ‘여객선(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현황 동영상’이라는 문구와 함께 인터넷주소(URL)가 적혀 있다.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스마트폰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되고 이를 통해 기기 정보, 문자, 통화 기록 등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기존의 뱅킹앱(전자금융 프로그램)을 가짜 뱅킹앱으로 교체 설치하도록 유도해 사용자의 금융 정보가 빠져나갈 위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와 KISA는 “스미싱 피해를 예방하려면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의 인터넷주소를 클릭하지 말고 의심스러운 문자는 즉시 삭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법인화 서울대 비전 제시” 한목소리

    서울대 첫 간선제 총장 선거 예비후보자 5명의 첫 공개 소견 발표회가 16일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열렸다. 서울대 치대, 의대, 간호대 교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인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위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발표회는 4시간가량 진행됐다. 김명환 전 자연과학대학장, 조동성 전 경영대학장,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강태진 전 공과대학장, 성낙인 전 법대학장 등 5명이 순서대로 40분씩 연단에 섰다. 20분간의 소견 발표가 끝나면 사전에 나눠 준 질문지를 통해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예비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연건캠퍼스 과밀화 문제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신분 보장 문제 등에 대한 방안을 내놨다. 또 법인화 이후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김명환 전 학장은 ‘펀더멘털(기초) 김명환’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성과 위주가 아닌 내실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조동성 전 학장은 정원 조정, 학제 개편 등 제도와 재정에서 자율성을 확보해 ‘서울대’라는 정체성이 뚜렷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세정 전 원장은 서울대가 앞장서 교육의 공공성과 구성원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입시제도를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강태진 전 학장은 ‘세계 10위권’이라는 목표를 구심점으로 서울대 구성원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말했다. 성낙인 전 학장은 분권형 운영체계를 강조하고 자신이 공법학자로서 법인화 이후 서울대가 안고 있는 관리·소유권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발표회는 예년보다 호응도가 높고 총장 예비 후보자들이 발표 준비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추위는 오는 30일 정책평가단의 평가(40%)와 총추위의 평가(60%)를 합산해 총장 후보자 3명을 선발하고 이사회는 이 중 한 명을 최종 후보로 선임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여성안심귀가’ 돕는 女대원 안전대책은 알아서?

    ‘여성안심귀가’ 돕는 女대원 안전대책은 알아서?

    “으슥한 곳은 알아서 조심하라는 사전 교육을 받았지만 혼자 새벽 1시에 귀가할 때는 여전히 무섭죠.” 지난 1일부터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진(59·여·가명)씨와 이지영(53·여·가명)씨는 15일 오후 10시 노란 제복과 모자를 챙겨 입은 뒤 붉은색 경광봉을 들고 길을 나섰다. 혜진씨와 지영씨는 주중 매일 새벽 1시까지 3개의 지하철역 인근에서 성범죄 발생 빈도가 잦거나 유흥업소가 밀집된 취약 지역을 집중 순찰하다가 휴대전화 벨이 울리면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들을 집으로 안전하게 바래다주는 게 이들의 임무다. 하지만 정작 임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한 ‘안심 귀가 조치’는 빈약하다. 제복과 모자, 경광봉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대원 개개인이 귀가 시 지구대에 차량 요청을 할 수 있지만 눈치가 보여 실제로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원들의 전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3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5개 구에서 시범 시행해 온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제도를 지난 1일부터는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했다. 40~50대 경력단절여성(경단녀)들의 일자리 확보와 자치구 치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제도가 실시돼 스카우트 대원 중 여성의 비율은 80% 정도(494명 중 396명)로 높아졌다. 하지만 시범 기간 내내 지적돼 온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개선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형 뉴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고안된 이 제도는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들이 지하철역 도착 30분 전에 120 다산콜센터나 자치구 상황실로 전화하면 자치구별 16~27명 정도인 스카우트 대원들이 2인 1조로 마중 나가 집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만 4353명이 신청했고 7만 437건의 순찰 활동이 이뤄졌다. 지난해 호루라기와 경광봉 외에는 호신 장비나 비상 연락 체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스카우트 대원을 자처한 경단녀들이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이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스총이나 전기충격기 등의 도입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일반인이 사용하기 쉽지 않고 그런 도구를 범죄자에게 뺏길 경우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스카우트 대원은 “골목 순찰도 스카우트 대원의 임무인데 지구대에서도 위험하니 너무 으슥한 곳은 가지 말라고 했다”며 “새벽 1시에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요청하면 순찰차가 데려다 준다는 사실조차 지구대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남 원장 ‘3분 사과문’엔 국정원 세부 개혁안 빠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간첩사건 증거 조작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는 단 3분짜리 사과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남 원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국정원 본원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일부 직원이 저지른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거취와 관련한 언급도 하지 않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날 사표를 낸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지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전 10시 정각에 국정원 브리핑룸에 들어선 남 원장은 “일부 직원들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낡은 수사와 절차 혁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유와 구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 것인지 등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과 다량의 무인기 사건에 의해 우리의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상황”이라며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설명에 3분의1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남 원장은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흔들리게 돼 참으로 비통한 마음”이라며 “국정원이 환골탈태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한 뒤 사과문 발표를 마쳤다. 미리 적어온 사과문을 다 읽은 남 원장은 질의응답 시간을 따로 갖지 않은 채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국정원은 간단한 질의조차 받지 않을 것이라면 전날 밤 11시에 언론사 기자단에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통보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이 이어지자 “일문일답은 이번 자리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보도자료로 대체하려고 했으나 방송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국정원의 입장 발표는 일방적으로 성명을 읽어 내려가는 것으로 3분 만에 끝난 데다 내용이 부실해 ‘보여주기식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특검 도입 요구와 함께 남 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 44명이 소속된 서울대민주화교수협의회(서울대민교협)는 이날 “헌법과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했고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남 원장과 수사팀을 지휘한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 등 8명을 국가보안법상 특수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대, 130억 들여 ‘실험실 재건축’

    서울대가 130여억원을 들여 40년 된 자연과학대 건물(26동)을 ‘첨단실험교육동’으로 재건축한다. 전국 347개 대학 이공계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연평균 100여건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대의 재건축은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관계자는 13일 “1974년에 지어진 26동 자연과학대 건물을 허물고 6200㎡ 면적의 물리·화학·생물 등 기초과학 실험교육동을 내년에 착공, 2016년 말 완공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서울대 이공계 실험실 1181곳 중 약 47%인 554곳이 안전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실험실이 집중된 26동이 재건축되면 이공계 학생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실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새 건물에는 물리·화학·생물 등 기초과학 과목을 수강한 1~2학년생이 실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실험실과 강의실 등 30여개가 들어선다. 강의실에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가 물리학 강좌에서 실시하는 ‘TEAL’(Technology-Enabled Active Learning) 교수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설 설비가 갖춰진다. TEAL 교수법이란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컴퓨터시스템을 이용해 바로 구현해 보면서 교수, 다른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유재준 자연과학대 교무부학장은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학부생들이 실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다”면서 “실험실이 한곳에 집중되면 안전 관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바싹 마른 봄 찔끔 내릴 비

    이번 주말은 전국적으로 구름이 끼고 흐린 가운데 비교적 따뜻할 날씨를 이어 갈 전망이다. 제주도는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을 점차 받아 대체로 흐리고 밤부터 비(강수확률 60~70%)가 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2일 남쪽 해안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제주, 강원 영동, 호남 지방에 비가 내리고 중부지방은 남서풍이 불어와 따뜻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토요일인 12일 아침 최저기온은 7~12도, 낮 최고기온은 22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인 13일에도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남해안과 제주도는 비가 온 뒤 오후에 점차 그칠 전망이다. 13일 아침 최저기온은 6~13도, 낮 최고기온은 14~25도로 예상된다.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습도도 조금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건조주의보가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다음주 최저기온은 2~11도, 최고기온은 15~22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자동세차 마친 쏘나타 ‘급발진’ 휴게실 덮쳐 1명 사망·3명 부상

    현대자동차의 NF쏘나타(2006년식) 승용차가 1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LPG충전소 휴게실로 돌진해 정모(64·택시기사)씨가 숨지고 서모(48·택시기사)씨 등 3명이 다쳤다.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정모(57·자영업)씨가 운전하던 NF쏘나타가 자동 세차를 마치고 나오던 중 맞은편에 있는 4평 남짓한 고객 휴게실로 돌진했다. 차량은 휴게실 전면 유리 창문을 뚫고 안에 있던 5명 중 3명을 덮쳤다. 충전소 주인의 차고지를 개조한 휴게실에서는 숨진 정씨 등 택시기사 5명이 쉬고 있었다. 유리문 앞쪽에 서서 커피를 마시던 정씨는 돌진한 차량에 깔렸고, 인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골절 및 과다출혈로 숨졌다. 서씨는 목 아래쪽 전신이 마비되는 중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이모(57)씨는 경미한 타박상을 입었다. 김모(41)씨는 늑골 통증을 호소해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운전자 정씨는 거의 다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정씨의 형(66)은 “동생이 근무하는 날도 아닌데 가스만 넣으러 충전소에 갔다 변을 당했다”면서 “30여년 전 동생에게 차를 사 주며 택시 운전을 권했던 게 너무나 후회된다”고 말했다. 사고를 목격한 김영준(43·택시기사)씨는 “휴대전화를 만지다가 유리문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나 앞을 보니 다른 기사들이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면서 “운전자가 한참 뒤에 시동을 끈 뒤 차에서 걸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세차를 끝내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운전자 정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영상] 방배동 급발진 의심 사고 블랙박스 공개

    [영상] 방배동 급발진 의심 사고 블랙박스 공개

    현대자동차의 NF쏘나타(2006년식) 승용차가 1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LPG충전소 휴게실로 돌진해 정모(64·택시기사)씨가 숨지고 서모(48·택시기사)씨 등 3명이 다쳤다.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정모(57·자영업)씨가 운전하던 NF쏘나타가 자동 세차를 마치고 나오던 중 맞은편에 있는 4평 남짓한 고객 휴게실로 돌진했다. 차량은 그대로 휴게실 전면 유리 창문을 뚫고 안에 있던 5명 중 3명을 덮쳤다. 충전소 주인의 차고지를 개조한 휴게실에는 숨진 정씨 등 택시 기사 5명이 쉬고 있었다. 당시 유리문 앞쪽에 서서 커피를 마시던 정씨는 돌진한 NF쏘나타에 깔렸고, 사고 직후 인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골절 및 과다출혈로 숨졌다. 함께 있던 서씨는 목 아래쪽 전신이 마비되는 중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이모(57)씨는 경미한 타박상을 입어 오후 2시쯤 퇴원했다. 김모(41)씨는 늑골 통증을 호소해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운전자 정씨는 거의 다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휴게실에서 사고를 목격한 김영준(43·택시기사)씨는 “휴대전화를 만지다가 유리문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나 앞을 보니 다른 기사들이 심하게 다쳐 있었다”면서 “운전자가 한참 뒤에 시동을 끈 뒤 차에서 걸어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세차를 끝내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운전자 정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사진·영상=서울 방배경찰서 영상편집: 영상팀 seoultv@seoul.co.kr
  • [2014 공직열전] 기상청- ‘오보청’ 옛말… 예보 정확도 세계 7위

    [2014 공직열전] 기상청- ‘오보청’ 옛말… 예보 정확도 세계 7위

    ‘미세먼지·한반도 역대 네 번째 지진·벚꽃예보’ 최근 기상청을 둘러싼 세 가지 이슈만 봐도 기상 정보가 국민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때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국내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세계 7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업무속성상 기상청의 입직 경로는 특채가 주를 이룬다. 고위공무원단(고공단) 12명 중 8명이 특채 출신이다. 전공 분야가 천문기상학, 물리학, 대기과학에 집중된 점 또한 다른 정부 부처·청과 다른 점이다. 김영신(57) 기획조정관은 기상청의 ‘예산통’이다. 김 조정관은 입직 이후 실무에서부터 과·국장까지 예산 업무를 도맡았다. 기상청에서 9급 공채 출신이 국장급으로 승진한 건 그가 유일하다. 고공단에서도 행정직은 단 한 자리. 그만큼 김 조정관은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노력파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우진(54) 예보국장은 전형적인 학자형 관료다. 직원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메일로 업무 지시를 하는 등 효율성을 중시한다. 슈퍼컴퓨터 1호기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기여했으며, 예보의 정확도가 뛰어난 영국형 수치예보모델을 한국화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천문기상학, 물리학, 기상학 등을 두루 섭렵했다. 육명렬(54) 관측기반국장은 화통한 ‘행동가형’ 리더다. ‘장비’, ‘육혈포’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한번 시작한 일은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육 국장은 “강원청장으로 일한 2011년과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84㎝, 120㎝가량의 폭설이 내렸고, 예보 업무를 맡았던 2002~2003년 태풍 루사(2002)와 매미(2003)가 닥쳐 보통 태풍으로 인한 강수량의 약 2배에 이르는 870㎜의 비가 내렸다”면서 “재해를 줄이려고 유관기관과 협력하며 애썼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양진관(55) 지진관리관은 예보관으로 잔뼈가 굵었다. 결정력이 빠르고, 거침이 없다. 지진 업무를 맡게 된 지 1년째로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돼 올해 공표된 ‘지진해일화산의 관측 및 경보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관련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양 관리관은 “올해 목표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시간 단위를 2분에서 50초로 단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균(51)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은 박학다식한 ‘기획통’이다. 기상청의 캐치프레이즈인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과 기업이미지(CI) 등을 2007년 전략기획담당관 시절 고안했다. 연구사 특채로 입직했지만 행정직으로 전직한 경우다. 김 국장은 “예보의 정확도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관측자료, 슈퍼컴퓨터, 예보관은 요리에 비유하면 재료, 도구, 사람”이라며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남재철(55)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연구사 직으로는 유일하게 고공단 직급에 올랐다. 2009~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의 ‘국가기상센터’(NWC)에서 초빙연구원을 지낸 ‘국제통’이다. 남 소장은 “국제협력과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기상청이 예보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오클라호마대 석좌교수인 켄 크로퍼드 박사를 ‘기상청 선진화 추진 단장’(차장급)으로 영입했다. 당시 남 소장은 오클라호마대에서 크로퍼드 박사의 빈자리를 채우며 기상청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박관영(57) 대전지방기상청장은 논리, 이론을 중시하는 예보통으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지 않고 주변과 화합하는 리더로 알려져 있다. 박 청장은 “1990년대 초 주도적으로 시작한 해양 기상업무가 현재 궤도에 올라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엄원근(56) 강원지방기상청장은 2002년 국장급에 올라 12년째 재직 중인 ‘최장수 국장’이다. 최 국장은 1980년대 중반 국내에 ‘기상 레이더’를 도입해 기상 업무를 첨단화하는 데 일조했다. 또 2000년 원격탐사과장 시절 천리안위성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엄 국장은 기상청 내 사진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다음회는 중소기업청입니다
  • 제2롯데월드 또 사고… 배관공사 중 1명 사망

    제2롯데월드 또 사고… 배관공사 중 1명 사망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냉각수 배관이 폭발해 인부 1명이 숨졌다. 다음 달 임시 개장을 추진하면서 입점 업체 선정 등을 서둘러 온 제2롯데월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4번째이며 벌써 2명의 공사 인부가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 20분쯤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혼자 배관 작업을 하던 기계설비 협력업체 직원 황모(38)씨가 배관 폭발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황씨는 냉각수 배관 압력을 시험하던 중 이음매 부분의 공기압으로 인해 튕겨 나온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사고 발생 45분여 만에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당시 12층 옥상에는 황씨 외에도 4명의 작업자가 있었지만 추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건설 측은 이날 오후 제2롯데월드 타워동 15층에서 브리핑을 열고 “냉각수 배관 기압 테스트 중 배관캡이 압력에 의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작업장에서 ‘펑’ 소리가 나 다른 직원들이 들어가 보니 황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2롯데월드는 123층, 555m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와 백화점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으로 조성되고 있다. 롯데 측은 2016년 12월 준공될 롯데월드타워를 제외한 나머지 저층부는 완공되는 대로 서울시에 임시 사용 승인 신청을 낼 계획이지만 화재·사망 사고 등이 잇따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제2롯데월드 타워동 43층에서 거푸집이 추락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저층부 11층 캐주얼동에서 철제 파이프가 떨어져 시설이 파손되고 행인이 파이프에 맞아 다쳤다. 지난 2월에는 고층부 월드타워동 47층 철골 용접기 보관함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서울시는 각종 안전사고와 교통에 대한 대책 없이는 임시 개장이 불가하다며 롯데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달부터 고층부에 대한 안전 점검을 벌여 왔다. 이날 경찰과 함께 사고 조사에 나선 고용노동부 측은 “롯데건설 측에 구두 경고를 하고, 건설 현장 작업 중지 등의 직접적인 조치를 내릴지는 조사가 끝나 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가족 측은 “최근 황씨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3개 동의 조기 개장 계획에 따라 연일 야근을 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지만 황씨가 소속된 기계설비 협력업체 측은 이를 부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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