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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계한다고 욕한 서울대생 욕한다고 멱살 잡은 교수

    서울대 학생이 오토바이 주차 문제로 시비 끝에 60대 노교수를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A(68)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앞 이륜차 주차 금지구역에 오토바이를 주차하려던 재학생 B(24)씨와 시비가 붙었다. A 교수는 지정된 곳에 오토바이를 주차하라고 훈계했으나 B씨는 주차공간이 없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 언성이 높아지면서 A 교수는 B씨의 멱살을 잡고 손목을 할퀴고 비튼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B씨는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A 교수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지난 14일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 교수는 “정해진 규정을 지키라고 훈계한 것인데 학생이 욕설을 내뱉는 바람에 감정이 격해졌다”면서 “학교에 대한 애정과 교내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일로 때리려던 것은 아니었고 긴 손톱 탓에 상처를 입히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아이들 넋 달래는 ‘한뼘 동화·동시 39편’

    아이들 넋 달래는 ‘한뼘 동화·동시 39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33일이 흘렀지만 유족이 요구하는 수사·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40일째 유족과 시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단식 농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의 뇌리에서 세월호는 조금씩 잊혀 가고 있다. 73명의 동시·동화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북디자이너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무가지 ‘한뼘 그림책 세월호 이야기’를 펴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뼘 그림책 프로젝트를 주도한 동화작가 김하은(46·여)씨는 22일 “세월호 참사에서 멀어져 가는 국민 관심을 불러 모으고, 유언비어에 상처받은 유족에게 힘이 되고 싶어 작업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죽음이 안전한 한국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되려면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유족들에게 ‘돈을 얼마나 받으려고 아직도 농성 중이냐’는 말로 상처를 주는 시민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이해하고 힘을 보태 줘야 한다”며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논리로 진상 규명을 덮고 넘어가려는 식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뼘 그림책에는 생전에 구두 디자이너를 꿈꿨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박예슬양에 대한 단상을 적은 동시와 세월호가 침몰되기 직전 객실에 갇혀 무서움에 떨었을 단원고 학생들의 시점에서 쓴 동화와 동시 39편이 실려 있다. ‘해를 삼킨 아이들’, ‘마당이 나온 암탉’의 김환영(일러스트레이터), ‘슬픈 종소리’, ‘김배불뚝이의 모험’의 송언(동화작가) 등 유명 작가부터 문하생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번 작업은 다음 카페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서 기금을 모아 제작비를 마련했다. 지난달 2일 한뼘 그림책 현수막이 광화문광장 단식 농성장 부근에 먼저 내걸렸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배포된 8000부는 순식간에 동났다. 다음달에는 유가지 단행본 형태로 2000부를 전국 서점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씨는 “우리가 만든 그림책이 세월호 유족에게 힘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단행본으로 발간하기로 했다”면서 “판매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림책이 생존자들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평생 상처를 안게 된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선생님들, 일반인 희생자들이 끔찍한 기억을 떨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일상생활 직접 보니 폭력 근심 가셨어요”

    “일상생활 직접 보니 폭력 근심 가셨어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 이후 노심초사하셨던 부모님이 근심을 덜고 가신 것 같아 기쁩니다.” 의무경찰 이성호(22) 수경은 21일 서울 관악구 금천경찰서에서 열린 ‘의경 가족 초청 간담회’에서 “경찰관들이 의경 대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 ‘이제야 안심이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웃었다. 금천서는 이날 의경 대원들의 가족과 여자 친구 등 60여명을 초대했다. 대원들이 직접 일상생활을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고 경찰관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윤 일병 사건 이후 높아진 가족들의 불안을 불식시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금천서 측은 다음달부터 ‘밥을 사 주는 삼촌·이모 멘토 운동’이라는 이름의 멘토링 제도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달 부임한 송호림 서장이 제안한 멘토링 제도는 경찰관들이 의경 대원과 일대일 관계를 형성해 소소한 고민을 들어주고 경찰서 생활의 고충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다. 류희등 금천서 방범순찰대 경사는 “전입한 지 100일이 안 된 의경 대원들을 ‘보호대원’으로 지정해 한 달에 네 번 이상 면담을 받게 하고 있다”면서 “현재 의경 대원 114명 중 17명 정도가 보호대원인데, 심층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담 교육을 이수한 기동대 여경들이 직접 보호대원을 면담하거나 서울지방경찰청이 지정한 상담치료 전문 업체에서 5회 이상 상담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때아닌 물폭탄, 왜

    입추가 지나면서 세력이 강해진 차갑고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과 따뜻한 성질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형성된 정체전선(성질이 다른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해 오랫동안 머무는 전선)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19일 200~300㎜의 비가 내린 경남 지역에서는 주택이 침수되고 공사장 구조물이 가라앉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3일간 경남 양산에 304㎜의 폭우가 쏟아진 것을 비롯해 부산 270.5㎜, 영광 254.5㎜, 거제 236㎜, 울산 226.3㎜ 등 남부지방에 비가 집중됐다. 20일 오후부터 21일까지 충청 이남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간당 30㎜ 이상, 국지적으로는 2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돼 지반이 약해진 남부지방에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전준모 기상청 대변인은 “여름철 한반도에 큰 영향을 준 북태평양 고기압의 따뜻한 공기가 상층부에 자리 잡은 대륙성 고기압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진 탓에 남부지방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것”이라면서 “장마전선도 정체전선의 일종이기 때문에 최근 강수 현상을 ‘가을장마’로 부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는 22~23일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4~25일에는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유가족 “추천위원 거부·재추천 반복될 것”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은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유가족대책위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가이드라인을 줬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유족들은 특히 국회 몫 추천 위원 4명 중 2명을 여당이 추천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여당 추천 2인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 동의를 받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거부하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여당은 계속 재추천할 것”이라면서 “이처럼 거부와 재추천이 반복되면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7일째 단식 농성 중인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도 여야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농성을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법률지원단의 원재민 변호사는 “여야가 합의한 것이지 가족들과 여야가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김씨는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지만 농성을 풀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원 변호사는 “주변에서 건강을 고려해 농성 말고 다른 방법을 찾자고 설득도 해 봤지만 뜻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고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교황님이 다녀가신 지 하루 만에 하나 나아진 것 없는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보니 기가 막히다”며 “여당이 추천한 특검 2명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이 사전 동의를 해야 한다면 결국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의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가족대책위는 20일 오후 7시 안산에서 유가족 전체가 모이는 총회를 열어 특별법 문제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시민 3만여명 ‘세월호법 제정 촉구’ 대규모 집회

    시민 3만여명 ‘세월호법 제정 촉구’ 대규모 집회

    제69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광장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개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8·15 범국민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여명, 경찰 추산 1만 2000여명이 모여 여야 합의 번복 이후 지리멸렬한 특별법 재협상과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정부가 ‘세월호 얘기 그만하고 경제를 살리자’며 낸 법안이 크루즈산업육성법안”이라며 “세월호 참사 때 문제로 지적된 한국해운조합 같은 민간기구에 안전관리를 맡기는 것은 또 다른 참사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청계광장까지 행진했다. 앞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일제 강점기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노동·시민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민주노총은 오전 11시 조합원과 시민 등 3500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도 같은 장소에서 ‘8·15 69주년 범국민대회’를 열고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등을 요구한 뒤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방문하는) 충북 음성 ‘꽃동네’는 이사장과 친인척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이 400만평이 넘고 한 해 정부 지원 예산만 380억원에 이르는 거대 복지권력”이라며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교황을 애타게 기다린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 “세월호법 외면하는 정치인에게 일침을”

    [교황을 애타게 기다린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 “세월호법 외면하는 정치인에게 일침을”

    “교황님께 자본 논리에 희생된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에 일침을 가해 달라고 부탁할 겁니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17·세례명 임마누엘)군의 어머니 정혜숙(46·세례명 세실리아)씨는 지난해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알려졌을 때 한껏 들떴던 아들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고 했다. 정씨는 13일 “(마음이) 아파요. 너무 아파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모태 신앙으로 시작해 예비신학생 과정에 들어선 박군은 고 이태석(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신부와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사제의 길을 걷고자 했다. 정씨는 “성호가 17일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식 미사에서 교황님을 뵐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천국에 있을 성호 대신 교황님을 만나 400만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서명한 특별법 제정을 외면한 한국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해 달라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를 비롯한 세월호 희생자 유족 30여명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초대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또 다른 윤 일병 막으려 33년 만에 軍병원 돌아갑니다”

    “또 다른 윤 일병 막으려 33년 만에 軍병원 돌아갑니다”

    “제2의 윤모 일병 사건을 막으려면 군 장병에게 인성교육과 심리상담을 해야 합니다.” 31년간 국내 소아정신의학계를 이끌어 온 조수철(65) 서울대 의대 교수가 정년퇴임과 함께 다음달부터 군부대에서 폭행과 왕따 등으로 상처받은 장병의 심리치료에 나선다.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옮기는 조 교수는 11일 “장병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려면 군의 법무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등 관련된 모든 분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1년 군의관으로 전역한 지 33년 만에 군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요즘 군에서는 단순 폭력 사건뿐 아니라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 동성애 관련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며 “정신건강증진센터 기능을 폭력, 자살, 왕따, 성폭력 등 사안별로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980년 서울대병원에 소아정신분과를 만든 홍강의 서울대 명예교수에 이어 1983년 제2호 전임의로 임용돼 31년간 외길을 걸어왔다. 국내 최초 성폭력 피해 여성·아동 지원기관인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초대 소장을 맡아 현재까지 재직하면서 피해자를 위한 응급치료, 상담, 사회 복귀 등 통합치료 체계를 구축했다. 그는 “언론에 오르내린 거의 모든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센터를 거쳐 갔다”면서 “피해자들이 치료를 마치고 회복해 사회로 돌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술김인데 뭘…” 성희롱 가해자 감싸는 회사들

    “술김인데 뭘…” 성희롱 가해자 감싸는 회사들

    #1.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김수영(가명·여)씨는 회식 자리에서 고위 간부의 말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간부는 “여직원들은 옷을 섹시하게 입고 다녀야 한다. 수영씨 옷차림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음날 항의했지만 “술김에 한 농담을 왜 담아 두느냐”고 했다. 고민 끝에 투서를 했지만 사측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꼭 징계를 원한다면 검토는 하겠다”고 답했다. #2. 공공기관에 다니는 이하은(가명·여)씨는 해외 출장에서 정부 관료에게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당한 뒤 녹취록을 사내에 공개했다가 외려 손가락질을 받았다. 위로는커녕 ‘술김에 한 실수인데, 남의 공직 생활을 망칠 필요가 뭐 있냐’는 것이 사내 전반의 분위기였다. 상사들은 도리어 ‘부처에 밉보이면 우리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며 피해자 고통보다는 조직에 미칠 영향만을 걱정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다가 불이익을 받거나 ‘왕따’를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언어적 성희롱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사내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탓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성희롱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66건이던 성희롱 진정은 지난해 241건으로 45% 늘었다. 지난 5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1548건의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20대(20~29세)가 36%로 가장 많았고, 30대(30~39세)가 29%로 뒤를 이었다. 김나연 한국여성민우회 노동상담원은 “성희롱의 경우 수습·인턴 등 비정규직이나 갓 입사한 1~2년 차 신입사원의 피해가 두드러진다”며 “성별·직급·연령 면에서 약자인 이들은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잠재적 가해자들 사이에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희롱 피해자 구제는 남녀고용평등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가능하지만 실효성은 낮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가해자가 직장 동료일 경우 처벌 조항이 아예 없다. ‘사업주는 직장 성희롱과 관련, 피해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남녀고용평등법 14조 2항)’고 돼 있지만, 2007년 법 개정 이후 고용주가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인권위 조사에서 성희롱이 인정되면 고용주에게 가해자 징계 등 시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 그나마 지난해 인권위에서 처리한 성희롱 진정 가운데 피해를 인정받은 ‘인용’ 건수는 34건(14%)에 그쳤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차혜령 변호사는 “고용주가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돼 있지만 실제 처벌받는 경우는 1건 정도”라면서 “성희롱 발생 시 고용주의 1차 조치가 중요한데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왕따를 당하는 등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일부 피해자는 고용노동부 등 조사기관 관계자들이 ‘(가해자와) 술은 왜 마셨냐. 평소 행실이 잘못됐던 것 아니냐’는 식의 대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교황님이 일본 사죄하라 한마디 해주셨으면…”

    “교황님이 일본 사죄하라 한마디 해주셨으면…”

    “해방된 지 69년인데 일본은 아직 사죄도 안 했습니다. 교황님이 오시면 일본을 향해 우리에게 사죄하고 보상 문제 등을 잘 처리하라고 꼭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1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초대된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자,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과 더불어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88), 강일출(86), 이용수(87)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셋 중 유일한 가톨릭 신자인 김군자(세례명 요안나) 할머니는 8일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기구한 운명을 달래려고 여러 종교에 의지했다. 나눔의 집에 들어온 1997년 부활절 세례를 받았지만 다리가 성치 않아 미사는 못 가고 한 달에 한 번 퇴촌성당 신부님이 오실 때만 미사에 참석한다”며 교황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털어놓았다. 강원 평창 출신인 김 할머니는 열세 살에 고아가 됐다. 중국 훈춘(琿春)에 주둔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는 첫날부터 저항하다가 폭행을 당해 고막이 터졌다. 하루에도 수십명을 상대해야 하는 고통을 참지 못해 도망쳤지만 붙잡혀 폭행당하기 일쑤였다. 3년 동안 자살을 시도한 것만도 수차례였다. 해방과 함께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왔지만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악몽 같던 세월을 버티게 한 힘은 종교였다. 그는 “기도를 하거나 신부님을 뵙고 나면 평온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2010년 퇴촌성당이 들어서기 전 성전건축헌금으로 쌈짓돈 1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6월 배춘희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일본의 사죄와 보상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할머니들의 바람의 더욱 간절해졌다. 나눔의 집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이 남았을 뿐이다. 김 할머니는 “(죽음은) 누구든지 한 번은 가는 길”이라며 “남은 할머니들 모두 80세 이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데모(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를 할 적에 어떤 사람은 그냥 보고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비웃으며 지나간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 할머니는 “교황님 방문을 통해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그저 교황님의 발언으로 일본이 하루빨리 사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미사에 참석하는 할머니들은 2004년 먼저 떠난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그림 ‘못다 핀 꽃’의 액자 등을 준비해 교황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글 사진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남부 덮친 나크리 1470㎜ ‘물 폭탄’

    남부 덮친 나크리 1470㎜ ‘물 폭탄’

    태풍 ‘나크리’가 주말 남부지방을 강타한 가운데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1673m)과 지리산 중턱(865m) 부근에 이틀간 각각 최대 1470㎜, 482㎜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윗세오름에는 2일 하루에만 1182㎜의 비가 쏟아져 관측 사상 국내 일일 강수량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북 청도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차량이 휩쓸려 운전자 한모(38)씨 일가족 등 7명이 목숨을 잃는 등 나크리로 전국에서 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나크리는 이날 오후 수온이 낮은 서해로 들어오면서 군산 서남서쪽 약 180㎞ 부근 해상에서 에너지를 잃고 이동속도도 시속 5~9㎞로 느려져 소멸됐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괌 인근 해상에서 발생해 북진하고 있는 중심기압 915헥토파스칼(h㎩), 최대풍속 54㎧인 대형 태풍 ‘할롱’이 8일부터 주말까지 국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나크리의 영향으로 2~3일 전남·경남 지역에는 400㎜가 넘는 폭우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경남 산청(409㎜), 남해(314㎜)와 전남 고흥(338㎜), 보성(336㎜), 순천(319㎜) 등지에 내린 비로 계곡의 피서객들이 고립되고,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00~200㎜의 비가 내린 제주 시내는 20㎧ 안팎의 강풍으로 주택 유리창이 깨지고,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기도 했다. 특히 2일과 3일 이틀간 윗세오름에만 1470㎜의 폭우가 내렸고 진달래밭 1055㎜(2일 840.5㎜), 어리목 786㎜(2일 620㎜), 성판악 565㎜(2일 430.5㎜) 등 제주 산간 곳곳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국내 일일 최다 강수량은 2002년 태풍 ‘루사’가 내습했을 때 강릉 지역에 내린 870㎜다. 전준모 기상청 대변인은 “고도가 높은 한라산 윗세오름은 구름과 맞닿아 있어 기록적인 강우가 내렸다”며 “나크리는 소멸됐지만, 할롱은 바람 세기와 반경 등 나크리의 두 배 규모이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크리는 3일 오후 레이더 영상에서 태풍의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약화됐다. 기상청은 “나크리가 서해로 오기 전까지 2011년 큰 피해를 냈던 태풍 ‘메아리’와 이동경로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서해 수온이 섭씨 24~25도로 낮아 태풍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할롱은 8일 서귀포 남남동쪽 460㎞ 해상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할롱은 베트남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국내에 ‘하롱베이’로 알려진 베트남 관광도시의 이름을 땄다. 할롱은 최대풍속 25㎧, 강풍반경 150㎞였던 나크리보다 두 배 가까이 강한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할롱은 8일 제주를 시작으로 9~10일에는 남부 지방과 강원 영동에 비를 뿌릴 전망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피서 행렬 앞에 ‘물폭탄 태풍’

    피서 행렬 앞에 ‘물폭탄 태풍’

    북상하는 제12차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3일 밤까지 최대 300㎜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크리가 남태평양에 꽉 찬 수증기를 펌프처럼 우리나라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되고 어선 2000여척이 대피했으며 한라산과 해수욕장 등도 문을 닫았다. 주말에 예정된 18개의 축제도 연기·취소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1일 오후 11시 제주 산간에 태풍경보를, 산간 지역을 제외한 제주 전역에 태풍주의보를 발효했다. 2일에는 제주 해상 전역에 태풍경보를 내릴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중형 태풍 나크리는 중심기압 980헥토파스칼(h㎩), 최대풍속 25m/s로 시속 13~14㎞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기상청은 25m/s의 바람이 불면 수목이 뿌리째 뽑히거나 물결이 높게 일며 물거품이 날린다고 설명했다. 태풍은 2일 오전 제주 서귀포 남서쪽 210㎞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3~5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를 뿌릴 전망이다. 특히 2~3일 제주도에는 최대 300㎜가량의 폭우가 예상되며, 전남·경남·남해안은 200㎜, 서울·경기·충청·경북엔 30~8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제주도와 전남, 경남 남해안,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4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과 경기, 충청 이남지방에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 수 있어 안전사고와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선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서울의 폭염경보는 2012년 8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기상청은 경기 동두천시와 고양시 등 6개 시·군에도 폭염경보를, 서울·경기 외 다른 지역에는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역시 나크리가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몰고 온 열대 공기로 인해 습도가 높아져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진 것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점자 악보로 맹연습… 음대 진학 꿈 키워요

    점자 악보로 맹연습… 음대 진학 꿈 키워요

    점자로 된 악보를 읽고 바이올린, 대금 등 동서양 악기로 선율을 울리는 시각장애 음악 유망주들이 한데 모였다. 29일 서울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에 따르면 음대 진학을 희망하는 시내 맹학교 학생 14명이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종로구 한국학생점자도서관에서 전문 음악 교습을 받는 음악캠프인 ‘필하모니’에 참가하고 있다. 복지관은 이달 초 시내 맹학교 초·중·고 학생 22명의 지원서를 받은 뒤 오디션을 거쳐 ‘필하모니’ 참가 학생들을 선발했다. 복지관 음악재활센터 음악교육팀 교사 6명은 학생들의 전공악기에 맞춰 직접 편곡과 점역(악보를 점자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매일 오전 일대일 지도를 받는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한다. 해금 연주가 변종혁 추계예술대 겸임교수, 첼리스트 강해근 한양대 음대 명예교수 등 전·현직 대학 교수 5명과 시간 강사 10명이 일대일 지도에 나섰다. 오후에는 합창, 합주, 뮤지컬 공연 체험 등을 하고 있다. 이현례(27·여) 음악재활센터 교사는 “학생 중 일부는 점자를 잘 읽지 못하지만, 워낙 음감이 좋아서 (선생님들이 먼저) 네 마디씩 악기를 연주해주면 학생들이 따라하는 방식으로 교습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생각보다 정말 순수하고, 준비한 교습 내용도 잘 따라와 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필하모니’ 학생들은 캠프 마지막 날인 다음달 1일 서초구 서초동 ‘뮤진홀’에서 미니콘서트를 열어 그동안 닦은 솜씨를 뽐낼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원어민 강사들 “월급 달랬더니 원장이 해고 통지”

    원어민 강사들 “월급 달랬더니 원장이 해고 통지”

    #. 영어강사 수전 김(40·가명·호주)은 지난해 11월 국내 A학원과 1년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3개월도 안 돼 쫓기듯 나왔다. 그는 학원이 건강보험, 퇴직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오니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특수고용 형태인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수전은 “학원장에게 보험과 연금 얘기를 꺼내자 ‘앞으로 다시 연금, 보험을 요구하면 불복종에 관한 손해배상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계약서를 가져와 서명하라고 윽박질렀다”고 말했다. #. 영국 배스대학 경영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레이먼드(42·가명)는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던 지난해 ‘돈이 없다’고 둘러대던 학원장이 8주치 월급이 밀린 상태에서 갑자기 해고 통지를 했다”면서 “퇴직금을 받으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어야 하지만 회화강사(E2) 비자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2주 안에 출국해야 하는 탓에 돈을 받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28일 학원가와 1400여명의 원어민 강사들이 페이스북에 만든 비공개그룹 ‘로프트’(LOFT) 등에 따르면 원어민 강사 중에는 건강보험 혜택은커녕 월급과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어학원들이 E2 비자 소지자들은 계약이 중도 해지되면 2주 안에 출국해야 하는 데다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이 쉽지 않은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해마다 2만명 남짓 1년짜리 E2 비자로 입국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국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프트 등에 따르면 원어민 강사와 근로계약을 맺고서도 ‘직장가입자 자격 취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월 60시간 이상 일하면 사업자는 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는 4대 보험 및 연금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주 입장에서는 신고하지 않으면 보험료와 연금액 50%씩을 지원하는 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에 돈을 아낄 수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데도 고용주가 임의로 강사들을 개인사업자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원어민 강사들은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만든 ‘국공립 영어교육 원어민보조교사’(EPIK) 고용계약서에 준해 계약을 맺는다. 계약서상 점심시간을 포함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가 원칙이며 계약 기간은 1년이다. 국공립 교육기관은 에픽 양식에 따라 원어민 강사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민간 어학원은 원어민 강사와 에픽 양식에 따라 계약하고도 정작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김희정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에픽은 일종의 표준계약서”라며 “교육 기관별로 현실에 맞게 세부 사항을 수정, 보완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근로자 동의하에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2 비자로 입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취업교육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E2 비자로 입국하는 이들은 학사학위 이상 전문 인력이기 때문에 별도 취업교육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면서 “원어민 강사의 계약이 중도해지됐을 경우 귀책 사유를 살펴 고용주의 잘못이면 국내 체류를 6개월 연장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강사와 학원장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데 원어민 강사의 불량한 태도로 피해를 보는 학원장들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대 이사장에 박용현 前 두산그룹 회장

    서울대 이사장에 박용현 前 두산그룹 회장

    서울대 이사회는 28일 서울 관악구 캠퍼스 내 호암교수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신임 이사장에 박용현(71) 전 두산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박 신임 이사장이 학교 밖 인사인 데다 재벌가(家) 일원이라는 점에서 서울대 교수 사회의 일부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대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은 재적이사 15명 중 3분의2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 찬성으로 호선을 통해 정한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된 2011년 말 초대 이사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12월 연임됐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 임기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박 이사장은 앞으로 1년 6개월간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박 이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의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하고 대한외과학회 부회장도 지냈다. 박 이사장의 선임으로 두산가 형제가 국내 유수 대학 두 곳의 이사장을 맡게 됐다. 박 이사장의 형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중앙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일본의 헤이트스피치는 용납 못할 인권에 대한 도전”

    “일본의 헤이트스피치는 용납 못할 인권에 대한 도전”

    “자매결연을 한 서울시와 도쿄도처럼 지자체 간의 풀뿌리 외교가 과거사로 냉각된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마스조에 요이치(66) 도쿄도지사는 25일 서울대 강연에서 최근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서울대 일본연구소 초청으로 관악캠퍼스 국제대학원 소천 국제회의실에서 ‘한·일관계의 오늘과 미래 전망: 도쿄도에서 바라본 시점’을 주제로 1시간가량 강연했다. 강연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학생, 교수 등 80여명과 국내 투자 일본기업 모임인 서울재팬클럽(SJC) 소속 기업인 10여명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폭탄 하나만 있어도 건물을 파괴할 수 있지만 파괴된 건물을 재건하려면 많은 사람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한·일 젊은이들이 새로운 건물을 짓겠다는 마음으로 공동 작업하면 새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과거사 문제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두 나라 국민이 노력해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최근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헤이트스피치’(인종차별적인 거리 선전활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가 벌어지는 것은 인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도전”이라며 “인종, 언어, 국경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되는 것이 올림픽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스조에 도지사는 도쿄도민을 대표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방한 첫날 그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면담한 뒤 세월호 희생자들의 위패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태풍 마트모 영향… 중부 주말까지 많은 비

    서울·경기·인천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장맛비가 태풍 ‘마트모’의 영향까지 더해져 이번 주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타이완을 통과해 중국 내륙으로 북상하는 10호 태풍 마트모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은 24~27일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오후가 내리는 등 총 400㎜ 이상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남해상과 서해상에서는 강한 바람과 함께 물결이 매우 높게 일 전망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세월호 100일-눈물] “생존 학생 75명 중 10%는 불안 상태”

    [세월호 100일-눈물] “생존 학생 75명 중 10%는 불안 상태”

    “생존 학생 75명 중 10% 미만은 아직도 불안·우울 증세를 나타내지만 다행히 나머지 학생들의 상처는 아물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인천에서 세월호를 타고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은 325명. 이 가운데 단 75명만이 살아 돌아왔다. 학급 전체에서 혼자 살아남은 학생도 있다. 상당수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죄책감, 분노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급성 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해 많은 우려를 낳았다. 99일이 지난 지금 학생들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진 안산에서 희생자들의 친구, 유족, 이웃들을 치료해 온 고영훈(43)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안산시 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23일 “생존 학생 대다수는 회복됐지만 10% 정도는 아직까지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존에 정서적으로 취약했던 학생들의 우울, 불안 증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생존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 고대안산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다. 고 센터장은 “상담 도중 학생들은 일시적으로 친구와 관련된 물품을 보거나 상황을 떠올릴 때 힘들다고 하는데,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원고 내에는 학생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스쿨 닥터’가 배치된 상태다. 안산 주민들은 고 센터장을 비롯한 18명의 정신상담 전문가들이 일하는 안산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도움을 받는다. 4년째 센터장을 겸임해 온 그는 “안산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받은 충격 때문에 기존에 앓고 있던 우울증 등 질환이 더 심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고 센터장은 “이번 일로 중앙트라우마센터 등 별도의 국가적 심리치료기관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중요한 건 새로운 조직이 아니라 안산시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같이 각 도시에 설치돼 있는 정신건강 관련 기관들의 재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여객정책·교육 실패 세월호 참사 불러와”

    “여객정책·교육 실패 세월호 참사 불러와”

    “우리는 내릴 수 없는 대한민국호에 타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100일째가 되는 24일, ‘내릴 수 없는 배’를 펴내는 경제학자 우석훈(46) 박사는 세월호 참사를 한마디로 ‘연안 여객 정책의 실패와 중등 교육의 실패가 결합한 결과’라고 요약했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10월에 세상에 나올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한국 사회가 참사를 쉽게 잊을까 두려워 펜을 들었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생태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07년을 관통한 사회과학 서적 ‘88만원 세대’의 저자답게 참사의 배경과 대안을 경제학 관점으로 풀어냈다. ●해운업계 부패로 치부땐 재발 자명 그동안 세월호 참사 요인으로 선박의 평형수 부족, 화물 과적, 부실 고박, 불법 개조 등이 거론됐다. 우 박사는 “사고 원인을 단순히 해운업계 부패로 보면 참사는 100% 재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해진해운은 업계 1~2위였지만, 비용을 최소화하려다가 참사를 냈다”면서 “고유가 시대에 저가항공, KTX 등에 밀려 수익을 낼 수 없던 선박업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즉, 선박업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수익을 억지로 내려다 보니 ‘안전’이란 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1993년 292명이 숨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이후 연안 여객선 안전을 한국해운조합에 맡겼다. 그는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들이 재취업하는 한국해운조합에 안전 감독 권한을 내주고 당국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총리실 산하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것은 언뜻 보면 안전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급 상황 때 청와대가 질 책임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중등교육의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2011년 부산해양항만청과 제주해양관리단은 페리 산업이 어려우니 수학여행을 보내 달라고 교육당국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결국 수학여행 비용 일부가 페리 산업의 생존에 보태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동원해 업계의 이익을 보장해 줬다는 것이다. 이어 “석 달 만에 교육부가 수학여행을 재개한 것도 경제 논리에 밀린 것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1조 투입해 여객선 공영제 실시해야 ‘내릴 수 없는 배’는 세월호만 가리키는 건 아니다. 인재(人災)가 날 때마다 ‘무서워서 자식 키우겠나. 이민 가야지’라고 말하는 국민은 많지만 실제 이민자, 유학생의 수는 나날이 줄고 있다. 그는 “결국 우리 모두 내릴 수 없는 대한민국호에 살고 있다”면서 “슬픔을 이겨내고 차분하게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답게 그는 수익성이 바닥인 연안 여객선업 회사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할 방안으로 완전공영제를 주장했다. 그는 “연안여객업을 공영화하는 데 1조원이 채 안 든다”면서 “정부가 순차적으로 선박회사들을 사들여 충분히 이룰 수 있으며 구체적인 재발 방지 방안이 특별법에 포함되지 않으면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쓰레기 버린 빈터 꽃단장…건대역 주변이 밝아졌어요”

    건국대 학생들이 지난해 5월부터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주변 빈터에서 시작한 ‘게릴라 가드닝’이 입소문을 타고 지역 주민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심의 방치된 땅에 꽃과 나무를 심는 사회운동을 가리키는 ‘게릴라 가드닝’은 1970년 미국 뉴욕에서 ‘그린 게릴라’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뜻이 맞는 시민끼리 공터의 쓰레기를 치우고 버려진 땅을 가꾸는 데서 비롯됐다. 20일 건국대에 따르면 지난해 환경과학과 학생 5명은 행인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건대입구역 주변을 살리기 위해 각자 1000~5000원씩을 모아 구입한 꽃 모종을 빈터에 옮겨 심었다. 이효준(25·환경과학과)씨는 “08학번 선배가 아이디어를 내 친구끼리 시작했다”면서 “처음에는 바리케이드나 팻말이 없는 공터이다 보니 꽃들이 헤집어져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릴라 가드닝에 참여하는 학생은 올 들어 50명가량으로 불어났다. 학생들은 지난 5월에도 오전 7시에 학교 인근 주상복합인 스타시티 차도 옆에 모여 백합, 해바라기, 글라디올러스 등의 꽃을 심었다. 김도경(23·보건환경과학과)씨는 “말 그대로 ‘게릴라성’으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시간대에 나타나 공터를 가꾸고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들의 활동이 관심을 받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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