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학생 눈치를”/최치봉 전국부기자(현장)
◎전남대학생회간부들,교수회견장서 행패
4일 하오 4시30분 전남대대학본부3층 회의실에서 이대학 이홍길 학생처장,기획실장등 보직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지도대책」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대학은 정상적인 학생회의 기능을 회복하고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적극적인 학생지도 대책이 필요하다…』.이홍길처장이 회견문을 읽어나가자 국가보안법위반등의 혐의로 수배중인 총학생회회장 진재영군(23)등 학생회간부 10여명이 상기된 표정으로 회견장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이처장이 학사경고및 제적제도를 부활하고 학생지도를 위해 별도의 규정을 마련,C학점이하인 학생에 대해서는 학생회간부 피선거권을 제한키로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학생지도방안을 읽을 즈음 학생들의 항의가 거세졌다.
진군이 나서 『이같은 학칙개정 방침은 공안당국이 주사파척결을 위해 벌이고 있는 일련의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를게 없다』면서 『학생들이 설 자리를 이렇게 차단하면 우리에게 일본 적군파처럼 납치·테러범이 되란 말인가』라며 지도방안 철회를 주장했다.
일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한 학생은 『대학운영협의회의 논의와 교수대표로 구성된 대학평의회의 의결도 없이 대학 공식입장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먹으로 벽을 내리치기도 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이처장과 참석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지엽적인 문제는 다시 논의하자』며 타일렀으나 항의는 계속됐다.
또 한 학생이 『교수들이 학생들을 지도한 것이 뭐 있어』라며 회견장이 떠나도록 큰 소리로 반말을 내뱉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이처장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오늘 회견은 이것으로 마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동료들과함께 총총히 회견실을 빠져 나갔다.
『언제까지 학생들의 눈치를 살피며 학사행정을 이끌어가야 합니까』
한 교수가 토로하는 비감어린 말속에서는 우리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어두운 단면이 그대로 투영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