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진통 이모저모
여야간 정쟁(政爭)으로 임시국회가 막판 진통을 겪었다.13일 여야는 총리해임건의안 처리문제와 ‘신구범(愼久範)할복’ 등을 둘러싸고 격돌했다.특검제 법안은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처리가 무산됐다.특히 협상 당사자인 여야총무간에는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총무회담 이날 오후 2시15분쯤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회담은 험악한 분위기속에 30여분만에 끝났다.
회의가 10여분 진행된 뒤 국회의장실에서는 갑자기 “나 안해,이자식아.너혼자 국회의원,장관 다해먹어라”라는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한동안 잠잠한 뒤 다시 “뭐하는 거야,뻔뻔스럽게”라는 이총무의 목소리와 함께 묵직한 것으로 탁상을 내리치는 듯 ‘투당탕’하는 소리가 났다.이총무는 이어 “너같은 XX 때문에 앞으로 정치 안해,어디 이부영이도 잡아가봐”라고 소리쳤다.잠잠하던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 총무도 “알아서 해”라며 맞받았다.
■여당 국민회의는 당초 본회의 예정시각 30분전인 오후 1시30분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전략을 숙의했다.회의장에는 오전 총무회담이 특검제 법안 세부조정문제로 결렬된 탓인지 긴장감이 감돌았다.박상천총무는 “국민들이 농업협동조합법 등 법안 통과여부를 지켜볼텐데 여당의 성의부족으로 법안 처리가 안된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면서 의원들에게 본회의 참석을 당부했다.
이어 농림해양수산위 이길재(李吉載) 의원은 신구범 축협회장의 자해소동과 관련,“농·축협 이해당사자와 농림부,야당간 이해 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지난해 말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축협이 마지막까지 양보를 거부한 ‘농·축협간 별도의 법인 설치문제’는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자민련은 김종필(金鍾泌)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날 낮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이긍규(李肯珪)총무는 “오늘까지 특검제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야당이특검제법안을 정기국회로 넘기려는 것 같다”며 “야당은 증인신문 계획이나 국정조사 계획서를완성했으니 특검법은 안해도 목적은 달성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의총에서는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싼 공동여당의 행동통일 방침을 재확인했다.이총무는 “국민회의 박총무로부터 표결처리방식에 대해 전적으로위임받았다”며 “국민회의 의원들도 전부 따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오후 의원총회와 특검제 대책회의를 잇달아 갖고 총리불신임 건의안과 농축협 통합법안,특검제 협상등의 국회전략에 총력을 기울였다.특히농업협동조합법과 특검제합의를 놓고 ‘밀약설’이 나돌자 ‘유언비어’라고강력히 반발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야당안을 양보하지 말고 최대한 관철하라”고 이부영총무에게 지시했다.이총무는 “명칭과 수사범위,임용절차 등에 대해 이견이 있어 합의를 본게 아니다”라며 야당 원안을 거듭 주장했다.
이총무는 그러나 농업인협동조합법과 관련,여당이 국회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기권할 것”이라며 사실상 처리를 용인할 뜻을 밝혔다.
■본회의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저녁까지 계속 미뤄졌다.여야간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바람에 여야의원들은 오후 2시부터 본회의장에 입장한채 자리만 지켰다.
최광숙 김성수 이지운기자 b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