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代 기선제압’ 전열 가다듬기
여야의 당 체질개선 작업이 한창이다.민주당은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으로서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당력을 모으고 있고,한나라당은 수권정당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체제개편을 서두르고 있다.자민련과 민국당도 당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총무도 곧 선출될 예정이어서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민주당. 16대 국회를 맞아 정권 후반기의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체제를 집권여당에 걸맞도록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당의 정책기능을 강화하고,야당과의 대화창구도 조기에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체제정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아울러 당내 민주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정책기능의 강화다.민주당은 우선 정책위의장 산하 1∼3정책조정위원장에 초선급 의원 2명씩을 부위원장으로 두기로 했다.정책위의장은 전체적인 정책방향과 기조를 잡고,정조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세부 정책개발에 주력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10일 서영훈(徐英勳) 대표로부터주례보고를 받고 의원정책토론회를 매주 갖도록 지시했다.‘정책논단’이라는 계간지를 발행,여론주도층을 상대로 한 정책홍보도 할 계획이다.
원내총무 경선도 중요하다.총무 경선이 과열조짐을 보이자 경선 일정을 29일에서 23일로 앞당겼다.총무 경선에는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과 임채정(林采正) 전 정책위의장,장영달(張永達)·이상수(李相洙)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체제정비와 관련,9월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를 7월로 앞당겨 현재의 임시체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예정대로 9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정기국회 준비가 부실해지고,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할 중진들의 경쟁으로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때문인지 중진들은조용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현 체제를 강화·보완하는 방향으로 정비,전당대회를 연기해야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전당대회에 관한 한 당내의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나라당. 오는 31일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당체제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당 조직개편은 “정권창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당지도부의 설명이다.
당의 ‘골격짜기’는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총재와 부총재 7명이 선출되는 대로 본격화될 것 같다.현재까지 강삼재(姜三載)의원과 손학규(孫鶴圭)당선자가 총재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오는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총재 경선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총재 경선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무난히 당선될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새로 등극하게 될 이총재는 우선 총재 몫인 5명의부총재를 지명하고,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는 등 대대적인 당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이원창(李元昌)총재특보는 “새 지도부는 계파와 관계 없이 정권창출에 필요한 모든 인재들을 고루 등용,일사불란하게 당을 움직여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총무 경선도 다음달 2일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과 함께 실시될 예정이다.이어 사무총장이 새로 임명되면 사무처를 상대로 한 인원조정 등 ‘수술’도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11일 “이번에 새로 구성되는 당조직은 오는 2002년 대선을 향한 1단계 정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이총재 진영에서는 총재 경선보다 그 이후를 내다보는 ‘대권전략’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이총재의 비선조직으로 대선기획팀과 정보팀 등을 각각 가동하며,‘정권 탈환’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는얘기도 들린다.이를 위해 이총재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선거운동과정에서 경쟁적 관계에 있던 ‘비주류’ 껴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 당의 사활이 걸린 원내교섭단체 구성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본격적인 체제정비에 나선다는 생각이다.지금으로선 여력이 없을 뿐더러 교섭단체구성 여부에 따라 당의 운영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교섭을 위해 지난 3일 오장섭(吳長燮)의원을원내총무로 뽑아놓은 선에서 일단락지었다.선거 참패의 책임을 묻는 후속 인사 등도 역시 교섭단체 구성 여부를 봐가며 단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그러나 의석수 감소로 한해 62억원이던 국고보조금이 23억원 정도로 줄어들게돼 ‘당의 슬림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타. 총선이후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민국당은 16일 서울 근교에서 김윤환(金潤煥) 대표권한대행 주재로 당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1박2일간 합숙토론회를 갖고 당 존속 여부를 비롯한 체제정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한국신당도 김용환(金龍煥)의장이 ‘당 사수’를 고집하고 있어 개원 직후체제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황성기 최광숙 진경호기자 marry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