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비용 논란 / 2사단 후방이전 “비용 100억弗” “韓國부담 0”
한·미 양국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에서 용산기지 이전을 2006년까지 완료하고,주한미군이 맡아 오던 9개의 ‘특정임무’를 2004∼2006년에 한국군이 이양받는다는 내용의 ‘일정표’를 마련했다.하지만 미 2사단 한강이남 배치,용산기지 이전,특정임무 이양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한나라당이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미2사단 이전 비용
한나라당측은 경기 북부에 있는 미2사단을 후방으로 이전할 경우 10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며,이는 곧 우리 국방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으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국방부측은 미2사단 이전은 미국측 요구에 의한 것인 만큼 우리측은 바꿔줄 대상부지만 확보해 주면 될 뿐 우리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0’이라는 입장이다.관련 시설도 역시 미측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다만 부지를 구하는 시점과 현 부지가 팔리는 시점이 달라 발생하는 시간상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기본적으로 우리측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입장은 대체로 2사단 이전에는 우리측이 부담해야 할 예산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국방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육군 대장 출신의 군사전문가 A씨는 “한·미 양국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2사단 이전의 경우 미측의 요구에 따른 사업인 만큼 미측이 상당 부분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국방부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는 또 부지 비용에 비해 영내 시설부분은 그다지 많은 예산이 들지 않는다며 부지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군사전문가 B씨도 “부대 이전의 경우 이전을 요구한 측에서 이전 비용을 대야 한다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관련 규정에 따라 미2사단 이전의 경우 미측이 비용을 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이는 협상과는 무관한 원칙의 문제인 만큼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특정임무 이양
이양을 전제로 한·미 양국이 논의해 온 특정임무는 대부분 전시에 필요한 임무들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책임,기상예보,헌병 전장순환통제,주야탐색구조활동,공지사격장 관리,신속 지상 지뢰 설치,후방지역 제독,근접항공지원,대화력전 수행,해상 대(對) 특수작전 등이다.
국방부는 10개 임무 중 대화력전 수행을 제외하고 이양이 결정된 9개 임무의 경우 대부분 이미 우리측이 감당할수 있는 업무들인데다 예산상으로도 추가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또 현재의 국방 사업계획에 대한 우선 순위 조정만으로도 더이상의 예산 투입없이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은 한국군에 이양되는 특정임무 중 JSA 경비책임 등 일부를 제외하고 후방지역 제독,신속 지상지뢰 살포,주야 탐색구조활동 등은 추가 비용이 상당히 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 소속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도 연간 10억달러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협상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우리 군의 능력이 미군보다 낮아 임무를 인수받더라도 새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예산이 꽤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A씨는 “임무를 넘겨줄 경우 미측이 관련장비까지 우리에게 무상으로 넘길가능성은 없다.”면서 “미군측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력보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주한미군의 특정임무를 우리측이 가져올 경우 국방예산이 결국 GDP 대비 4.2%쯤까지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미군의 임무를 인계받은 뒤 한국군의 수준에 맞도록 새로운 작전내용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추가비용은 한 푼도 없다는 식의 국방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용산기지 이전 비용
용산기지 이전 비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은 편이다.이전을 요청한 측에서 이전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우리측이 대는 것으로 이미 교통정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다만,이전 비용의 규모에 대해서는 분석이 다소 엇갈린다.
지난 1990년 한·미 양국이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하고도 93년 이를 무기연기한 것은 이전비용의 급증 때문이었다.당초 미군측은 91년 이전비용을 17억 달러로 추산했으나 92년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95억 달러로 상향조정했다.하지만 미측의 당시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나라당은 용산기지 이전비용이 약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2사단 이전비용까지 감안한다면 내년 국방예산이 국방부 요청대로 GDP대비 2.7%에서 3.2%로 증액되더라도 추가 비용 때문에 지금의 군 전력 유지가 힘들 것이란 얘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같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그동안 학계에서 용산기지 이전비용으로 추산된 30억∼50억 달러를 그대로 인용한 수치인 것 같다며 현재로선 추산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다만 “내년쯤 시설종합계획이 마무리되면 추정비용이 조금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용산기지 이전비용의 경우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온 만큼 예전보다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련규정에 따라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기지를 물색해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호 조승진기자 redt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