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별 국감 포인트
다음 달 4일부터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22일까지 계속될 이번 국감은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보안법 개폐 등 굵직한 현안이 어느 때보다 많아 여야간 첨예한 격돌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정책 국감을 통해 11월 개혁입법 추진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방침인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사 정리와 국가보안법 개폐 등 이념적 사안에 집중하는 여권의 모습을 최근의 경제난과 대비시켜 집권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전략이다.여야가 맞부딪칠 국감 현안들을 주요 상임위별로 정리한다.
●운영위 공공기관의 각종 연·기금이 중점 감사대상이다.연·기금의 주식·부동산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공세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기획예산처를 상대로 연·기금의 부실 관리실태를 중점적으로 파헤쳐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을 주장하는 여당의 논리를 무력화시킨다는 방침이다.반면 열린우리당은 연·기금의 주식투자 성공사례를 집중 부각시켜 맞불을 놓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밖에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시민단체의 ‘유착관계’를,민주노동당은 ‘무풍지대’였던 국회 사무처의 예산 집행 실태에도 칼끝을 겨누고 있다.
●정무위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는 이슈와 주요 증인이 많아 이번 국감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임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카드대란,정수장학회 문제,행정수도이전 문제 등 정치권의 굵직한 현안이 모두 몰려 있다.
열린우리당은 행정수도 이전 및 ‘관제데모’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와 홍사덕 원내총무,이명박 서울시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카드대란’을 집중 추궁하기 위해 당시 책임질 위치에 있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전윤철 감사원장,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등 전직 관련 장관을 모두 부르겠다는 입장이다.
●통외통위 한나라당은 한·미 동맹 약화와 노무현 정부 대미외교노선의 함수관계를 집중 파헤친다는 방침이다.즉,‘노무현 정부의 반미친북 성향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악화됐다.’는 진단을 도출해 내겠다는 전략이다.
탈북자 대책과 북핵 6자회담 공전도 관심사다.북한의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무기화했다고 밝힌 점에 대한 진위여부와 정부의 대응책이 쟁점이다.국제간 수출입 통제 품목인 시안화나트륨 107t이 북한에 유입된 경위와 정부의 은폐 여부도 논란거리다.
●국방위 주한미군 철수,이라크 파병,국방부 문민화 등이 핵심쟁점이다.한나라당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안보 불안과 비용문제 등을 거론할 방침이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는 이라크 국민들이 한국군의 추가파병 사실을 잘 알지 못해 추가파병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한나라당은 국방부의 향후 주적개념 폐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문제점 또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행자위 서울시의 행정수도이전 반대시위 논란으로 벌써부터 뜨겁다.열린우리당은 수도이전 반대시위가 서울시에 의한 ‘관제데모’임을 밝혀내겠다며 이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시 예산이 시위에 편법 지원됐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핵심포인트.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수도이전 반대시위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여권 공세에 정면승부를 선언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증인 채택 여부로 시작부터 파행이 우려된다.
서울 강남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정책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문화관광위 여야 모두 국감 최대 이슈로 ‘신문과 방송’을 꼽고 있을 만큼 그 어느 상임위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편집권 독립 보장을 위한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을 비롯,주요 일간지의 시장점유율 제한,공동배달제 등을 골자로 하는 신문법 제정에 대한 정부 입장을 집중적으로 질의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에 전력 투구할 태세다.탄핵 관련 프로그램과 국가보안법 비판 프로그램 등을 소재로 KBS의 공영성 확보 방안을 주로 거론할 듯하다.최근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 중간과정을 공개한 방송위원회의 위상도 여야가 맞붙을 무대다.
●보건복지위 열린우리당이 가장 긴장하고 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김근태 의원이 장관으로 있는 데다 소속위원들이 주로 초선으로 구성된 반면,한나라당에는 김덕룡 원내대표,정형근 중앙위의장,이강두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대거 몰려 있어 여당으로서는 거센 정치적 공세로 수세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국민연금 문제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먹을거리,의약품 문제와 적십자사 혈액관리 문제 등이 깊이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정보위 국가정보원의 과거사 재조명 작업과 최근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인·언론인 사찰논란,감청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듯하다.최근 논란이 됐던 북한의 ‘양강도 폭발사고설’과 관련한 국정원의 정보수집능력도 추궁 대상이다.과연 한·미간에 정보교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점검 포인트.
●기타 이밖에 교육위에서는 최근 제기된 ‘고교등급제’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논란이,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불러온 핵물질 실험이,농해수위에서는 쌀 개방과 직결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정부 전략이,환경노동위에서는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가 각각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치부 종합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