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
27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회담은 한국의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한·중 관계를 모색하고 동북아 역학구도를 재정립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힌 두 나라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한·미·일 3국간 전통 우호관계 복원이라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떤 형태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느냐를 가름하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이번 정상회담은 두 나라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기준에서 종래의 한·중 관계가 ‘전면적 협력 동반자’였다면, 이번 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관계’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목되는 점은 지난해 노무현 정부가 제의했던 ‘전략적 협력관계’를 중국측이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역제의해 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기류 변화를 내보이는 대목이다. 당시만 해도 북한을 의식해 우리측 제의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중국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달라진 친미·친일 행보 앞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셈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중국 정부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종래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비전략적 개념인 반면 전략적 협력관계는 협력의 범위가 경제뿐 아니라 환경·기후변화·자원 등 거의 모든 영역의 글로벌 이슈로 넓어지고 대화 채널도 다양화·정례화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정상간 셔틀외교가 시작되는 것이 협력관계 강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올 한해에만 일본 도야코 G8(서방선진8개국) 정상회의, 베이징 아시아·유럽(ASEM) 정상회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등을 통해 7∼8차례 회담을 갖게 된다.
양국 정상은 셔틀외교 활성화와 대화채널 다각화 외에 경제·통상 분야의 실질적 협력 확대방안, 북핵 및 대북정책 공조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정보기술(IT) 및 환경·자원·에너지 협력, 과학기술·항공분야 협력, 교역규모 확대, 청소년 및 교육분야 교류 증진, 유엔,APEC·ASEM 등 다자무대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도 언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방중 일정도 이같은 의제와 연결돼 있다.
12명으로 짜여진 공식수행단에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여, 중국측과 한·중 생명기술(BT) 확대 약정서와 한·중 고등교육 학위 상호인정 양해각서, 에너지 협력 양해각서, 소프트웨어 협력 양해각서 등을 맺는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