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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벌써 1년/임병선 영상콘텐츠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벌써 1년/임병선 영상콘텐츠부 부장급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지난해 6월 4일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첫 회가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을 준비하느라 몰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케이블 방송 경력 10년차의 PD를 제외하고는 방송 경험이라곤 전무한 ‘신문쟁이’들이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처음엔 20분을 채우기 힘겨웠는데 이제 서울신문STV의 편성 방침에 맞춰 24분을 넘긴 분량을 어떻게 자를지 고민하게 됐다. 13일 저녁 7시 30분 방송될 예정인 50회차까지 대략 300개의 아이템을 소화하며 신문기자 40여명이 3~4회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경험을 했다. 신문 문장에 익숙하던 기자들이 출입처 취재에 바쁜 와중에도 제법 틀을 갖춘 방송 원고를 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영상의 흐름을 머릿속에 그리며 내레이션을 배치하는 안목을 갖춰가고 있다. 기자들이 조명이 쏟아지는 스튜디오에 나와 취재 후기를 털어놓고 진경호 국제부장은 한 주의 논란이 되는 사안을 2분여 짧은 시간에 맵게 짚어주는 코너를 9회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김상연 워싱턴 특파원이 전화로 출연, 그날 아침 ‘그라운드제로’를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헌화 소식을 전하는 순발력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 초기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영상으로 꾸려져 방영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기자들이 방송 경험을 쌓는 사이 멀티미디어국 소속이었던 영상콘텐츠부는 지난 1월부터 편집국으로 소속이 바뀌어 180여명의 취재기자들과의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독자들도 다 알 듯이 많은 부분 혼자 움직이고 혼자 책임지는 것이 신문사 문화다. 그래서 데스크도 함부로 지시하지 못하고 경영진도 섣불리 개입할 수 없는 것이 신문사 풍토다. 그런데 방송 문화는 어떤가. 기자라 한들, PD라 한들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카메라감독이나 자막감독 등 여러 스태프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어떤 일도 진행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승부하고 곧바로 결과가 나오는 신문과 달리 방송은 한 주 또는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축적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낳을 수 있다. 편집국으로 들어오며 이런 문화 충돌을 적잖이 경험하고 있다. 그 즈음에 부의 후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이제 우리는 약 400개의 눈동자 앞에 발가벗겨질 것이다. 모든 면에서 조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서울신문 지면에 PD가 쓴 기사가 시나브로 늘고 있다. 독자뿐만 아니라 편집국의 다른 부원들조차 생경한 눈으로 보는 듯하다.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가 그런 곁눈질을 키우는 듯하다. 그러잖아도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신문 시장의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에 대해 자원만 낭비하고 있다는 둥 비아냥이 터져나오는 신문 동네다. 일찌감치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채널 도전을 포기한 채 인터넷TV를 운영해 온 신문사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종합편성채널 출범 준비에 매진하는 신문사들도 이토록 복잡 다단한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을 장악할지 밑그림 짜기에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나위 있겠나. 이런저런 얘기를 굳이 이렇게 펼쳐 보이는 것은 신문 산업의 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여느 신문사나 편집국 기자들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아니면 태블릿 PC든 ‘갈아 탈’ 플랫폼을 고민해야 하는데 기자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인 것이다. 남말 할 것 없다. 서울신문의 미래를 위해 사내 구성원들이 일치된 청사진과 다부진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방송 1년을 앞둔 시점에 해본다. bsnim@seoul.co.kr
  • ‘병원 유랑’ 재활환자의 또 다른 고통

    ‘병원 유랑’ 재활환자의 또 다른 고통

    2009년 한해 동안 뇌졸중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53만명. 뇌졸중 환자의 60%는 목숨을 건진 뒤에도 크고 작은 장애로 고통을 겪는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재활 환자들은 병원이 아닌 거리에서 눈물을 삼키고 있다. 장기 입원이 불가능해 3개월만 지나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갑작스러운 뇌혈관 질환으로 입원한 70대 할머니는 2년 동안 병원 8곳을 돌아다녔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해 아들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얼마 뒤에는 또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을 옮길 때 검사비와 병실료를 내느라 많게는 200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때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마다 환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한다는 점. 화장실과 복도를 익히는 데만 최소 한달이 걸린다. 아들은 결국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모자는 몇년 동안 이런 일을 겪어 병원에서 쫓겨나는 이유를 알게 됐지만 어디에도 딱한 사연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런 이유로 재활 환자나 가족들은 종종 “항암치료보다 재활이 더 고통스럽다.”고 표현한다. 한 병원을 떠나기 전에 병원 3~4곳을 예약하고 입원 허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한달은 기본이고 6개월까지 입원 허가를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고통도 따른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환자들을 병원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입원 대기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보건당국은 장기 입원이 가능한 요양병원으로 옮기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인력과 시설이 취약한 요양병원에서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상당수 환자들이 방법을 찾다 못해 A병원에서 퇴원했다가 B병원에 입원한 뒤 다시 퇴원해 A병원으로 돌아가는 편법까지 동원하는 실정이다. 재활 환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3개월 시한부 입원 기준은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22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재활 환자의 눈에 비친 건강보험 제도의 허점을 집중 조명한다. 아울러 진경호의 시사 콕-여론조사 믿어야 하나, 뒷걸음질치는 장애인 정보화 교육, 수변지구 지정이 유력한 경기 여주 이포보 르포, 4·19 사과를 둘러싼 갈등 등이 방영된다. 글 사진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청소노동자에게 영어 가르치는 대학생들

    청소노동자에게 영어 가르치는 대학생들

    지난 11일 서울 서강대의 한 강의실. 아주머니들이 손자뻘 되는 대학생 강사를 따라 서툰 영어 발음을 해 보인다. 보조강사 역할의 대학생들은 아주머니 곁에 바짝 붙어 앉아 발음이나 철자 등을 세세히 일러 준다. 아주머니들은 이 대학의 청소를 맡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 올 1월 홍익대에서 170명이 해고됐다가 투쟁 끝에 2월에 일자리를 되찾은 이후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서 차례로 파업 투쟁을 거쳐 시급과 식사수당을 올리고 명절 상여금을 신설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학문의 전당에서 열악한 노동을 강요해 왔다는 자성과 함께 노동자들이 각성해 투쟁 끝에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15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이 찾은 이 대학 사회과학대 학생회의 영어 수업은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학생들은 1월부터 청소노동자 80명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고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 40분에 시작하는 강좌에는 평균 20명이 참석하고 있다.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만 아니라 보조강사가 함께 개인 교습까지 한다. 영어 노래도 배우고 게임도 즐기면서 재미있게 강좌를 진행한다. 아직 영어 철자를 읽는 데 미숙하고 눈이 침침한 노인들을 위해 알파벳에 한글 표기를 붙여 놓은 표도 준비했다. 학생들은 어려운 처지의 청소노동자들을 돕는 봉사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내 구성원으로서 함께 의견을 나누고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는 연대활동이란 것. 등록금 투쟁 때문에 삭발한 김윤영(22) 학생회장은 “지난해에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올해 초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소중한 학내 구성원으로 이분들을 바라보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학생들은 먼저 어머니들께 인사도 건네고 친한 척도 한다.”며 웃었다. 학생회는 지난 2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트롯트 무대를 마련하는 등 연대의 폭을 넓히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 수업을 통해 머리보다 가슴으로 더 많은 것을 담아 간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아주머니는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학생들과 함께한다는 게 더 보람된 일”이라며 “새벽부터 청소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이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구제역 종식 이후 여전히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축산 농가를 조명한 특집, 일본 MK택시를 열정으로 감동시킨 택시 기사 정태성씨, ‘진경호의 시사 콕-카이스트의 비극’, ‘이종원의 눈’ 등이 방송된다.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새 다문화가족지원법 어떤 내용 담겼나

    새 다문화가족지원법 어떤 내용 담겼나

    ”‘가나다라’도 몰랐던 제가 이만큼 한국어를 하게 된 것은….” 2008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서 중국어 강의를 하다 만난 남편과 결혼하면서 국내에 정착한 중국인 윤홍(28·여)씨. 3년이 채 안 됐지만 윤씨에게선 이제 ‘한국 아줌마’ 냄새가 물씬 난다. 시장에서 “깎아주세요.”라고 애교를 떨 정도가 됐다. 일주일에 나흘을 꼬박 한국어 공부에 투자했던 윤씨는 서울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곳에서 이틀 또 다른 지역 복지관에서 이틀 동안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어 수업에 참여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윤씨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남편과의 관계도 더욱 좋아지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윤씨와 같은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교육을 돕는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안이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미를 짚어본다. 개정안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업무에 결혼이민자 등에 대한 한국어 교육 및 다문화가족을 위한 통·번역 지원 내용이 담겼다. 김성수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월 제출한 개정안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다른 의원들의 개정안과 함께 병합 심사한 끝에 가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제결혼은 2001년 1만 4523건에서 2007년 3만 6204건으로 크게 늘었다. 결혼이민자도 지난해 18만 1671명으로 전년의 16만 7090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졌지만 자녀들에게만 한정돼 결혼이주 여성들은 소외됐다. 2009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문제(22.5%)가 꼽혔던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비롯, 여러 관련 기관에서 한국어 수업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관은 해마다 여성가족부에 사업 계획을 제출해 보조 지원을 받는 형식이고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기관 자체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교재 등 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안은 규정하고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은 진경호의 시사 콕-국회의원 뭐하자는 겁니까, 등록금 인상으로 캠퍼스 몸살, 권영걸 서울대 교수와의 공공디자인 인터뷰, 스튜디오 초대-이윤상 성폭력상담소장 등이 방송된다. 글 사진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후쿠시마 다음은 독도다/진경호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후쿠시마 다음은 독도다/진경호 국제부장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13일. 오전 편집국 회의에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이 맞이한 이 대재앙을 어떻게, 어떤 논조로 보도할 것인가를 놓고 말들이 부딪쳤다. 긍휼지심과 반일 감정이 뒤엉키면서 회의실의 열기가 살짝 올라갔다. 일본 언론과 정계에서도 회자된 3월 14일자 서울신문 1면의 ‘ソウル新聞は このたびの震災に對し, 深い哀悼の意を表します’(서울신문은 이번 재해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일본어 제목의 위로문에는 그런 망설임과 갈등이 녹아 있다. 우리 국민들이 지난달 말까지 모은 성금 391억원에도 그런 국민 각자의 크고 작은 갈등들이 담겨져 있다고 여긴다. 한 광역단체가 결식아동의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 편성하는 한해 예산과 맞먹는 돈…. 적지 않은 돈이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는 중학교 사회교과서를 대폭 늘린 일본의 행태와 이 성금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이렇게 해줬는데, 네가 이럴 수 있느냐. 이런 말, 구차하다. 남녀 간에도 금기어에 가깝다. 어차피 뭘 얹어주길 바라고 내민 손이 아니니까. 하물며 나라 간에야…. 일본이 새삼 우리를 일깨워줬다. 독도 문제는 이런 인도적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비정한 외교 문제라는 사실, 일본은 이웃의 선의에 고개 숙이다가도 제 국익 앞에서 눈 딱 감을 줄도 아는 다테마에(建前·겉마음)와 혼네(本音·속마음)를 지닌 두 얼굴의 족속이라는 사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위기 다음엔 다케시마, 즉 독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말이다. 독도는 더 이상 역사와 영토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와 자원의 문제다. 고갈돼 가는 석유를 대체할 또 다른 화석에너지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막대한 규모로 분포돼 있는 곳이 바로 독도 해역이다. 지금의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30년 동안 쓸 수 있는 6억t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다. 지난 2007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동해 앞바다의 메탄 하이드레이트에서 추출한 가스 가격이 배럴당 54~77달러 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 견주면 채굴 등 개발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메탄 하이드레이트 상용화가 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이 향후 해저 에너지 자원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말고도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맞서 해저 심층수와 코발트 등 해저자원 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이미 2016년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추기술을 개발하면서 채굴 비용도 낮춰가고 있다. 이런 일본이라면 조만간 독도 해저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공동개발하자고 나올 수도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혹여라도 2006년의 악몽에서 우리 정부가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 일본이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보내 우리의 독도 해양조사를 방해함으로써 무력 충돌의 위기로 치달았던 기억을 떨치지 못한 채 독도 해저 개발을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니길 바란다. 일본이 또 어떻게 나올지 몰라 독도 자원개발을 미뤄둔 채 접안시설 보수 같은 실효적 지배의 시늉만 하고 있는 게 아니길 바란다. 일본이 후대에게 거짓을 가르치는 터에 “천지개벽을 두번 하더라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대통령이 힘줘 말하고, 주일 한국대사가 무슨 퍼포먼스하듯 일본 외무성을 찾아가 몇 마디 항의하고, 교육부 장관이 독도로 달려가 환경방사선감시기 하나 달랑 꽂는다고 해서 독도가 지켜지지 않는다. 독도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면밀하고 단호한 대책을 세워 이미 시작된 자원전쟁에 임해야 한다. 내 자원을 내가 개발함으로써 진정한 실효적 지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후대에 짐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jade@seoul.co.kr
  • 통기타 열풍에 낙원 악기상가 매출 ‘쑥’

    통기타 열풍에 낙원 악기상가 매출 ‘쑥’

    서울 최대의 악기상가인 종로의 낙원상가. 1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이 이곳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문화 코드로 통기타가 사랑받는 이유를 찾아본다. 이곳 악기점에는 희귀 모델을 찾는 전문 연주자부터 값싼 연습용 기타를 사려는 초보자, 옛 추억에 이끌려 다시 통기타를 찾는 40~50대 등 손님들이 다양하다. 대학생 이지윤(21)씨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아이유나 장재인 같은 통기타 가수가 뜨고 있다. 그걸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타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악기점 주인 이동춘(42)씨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덩달아 매출도 지난해보다 150%나 껑충 뛰었다.”고 기뻐했다. 통기타 바람이 다시 분 것은 1970년대 통기타 음악의 산실 ‘세시봉’이 올해 초에 재발견된 덕분이다. 아이유와 장재인 같은 신세대 가수까지 가세하면서 어쿠스틱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광화문의 한 라이브카페에서도 통기타 바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님들은 잔잔한 통기타 선율에 실려 오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쪽지에 신청곡을 적어 내는 ‘아날로그식 소통’도 보였다. 대학생 박병관(21)씨는 “전에는 어머니 세대의 음악을 좀처럼 접할 수 없었다. 요즘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고 자주 듣다 보니 통기타 라이브 카페를 많이 찾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수근(45)씨는 “대학 다닐 때 통기타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이 컸다. 지금도 회사 생활 틈틈이 도심에서 이렇게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때 흘러간 ‘문화’ 취급을 받으면서 클럽과 호프에 밀리기도 했으나 최근엔 나이를 불문하고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디지털 시대에 복고적인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대세에 동참하지 못하고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뚜렷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북한군 포격 도발 직후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많은 국민이 볼 수 있게 만들었던 연평도사무소의 일체형 보안등을 개발한 최익선 인천 계양군청 공업직, 결혼이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교육의 문제점, 진경호의 시사 콕-독도 검정 통과, 스튜디오 초대-황성기 영상 에디터에게 들어보는 일본 소식, 정연호의 눈-챔피언을 향한 꿈 등도 방영된다. 글 사진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몸 바쳐 독도 사랑한 아버지 피가 내몸에 흐른다”

    “몸 바쳐 독도 사랑한 아버지 피가 내몸에 흐른다”

    세월은 떠난 많은 사람을 지운다. 하지만 독도가 시름에 잠기는 이맘때라도 꼭 흐려진 기억에서 끄집어내야 할 사람이 있다. 이덕영. 울릉도 사람. 독도를 제몸처럼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랑이 지나쳐 제명을 다 채우지 못한 사람. 푸른독도가꾸기 초대회장. 바위섬 독도에 푸른 나무로 옷을 입힌 사람이다. 1980년대, 뜯어말리는 경찰과 싸워가며 회원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흙을 퍼다 나르고, 그 위에 해송과 동백과 향나무와 야생화들을 가져다 심은, 미련하고 고집 센 사람. 그는 1998년 1월 23일 나이 마흔아홉에 죽었다. 타계도, 별세도 아니고, 죽었다. 일본 열도 남쪽 도고섬 앞바다에서. 시신은 뗏목 위에 묶어 놓은 한쪽 다리뿐. 나머지는 며칠 뒤에야 찾았다. 독립운동에 뒷돈을 댔던 선친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핏속에 반일(反日), 항일(抗日)의 유전자라도 담겼던 것일까. 이덕영은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 ‘우리땅’이, 가슴 속엔 ‘반일’이 가득했다고 한다. 음악가 한돌이 ‘홀로 아리랑’을 지을 때 영감을 받았다던, 그의 울릉도 집에 켜켜이 쌓여 있던 역사책 2만권이 그 증좌의 일부다. 석포에 살면서도 일본식 지명이 싫어 홀로 정들포마을이라고 불렀다. 우리 들꽃에 빠져 전국 방방곡곡을 돌기도 했다. 1997년 겨울 어느 날. 대구로 나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들 병호를 이덕영은 불쑥 찾아가 불러냈다. 그러곤 국밥 한 그릇을 사 주며 “아버지, 멀리 다녀와야 한다. 당분간 보기 힘들 거야.”라고 했다. 멀쩡한 농협을 다니다 때려치우고는 뭘 하는지 밖으로 돌며 걸핏하면 며칠씩 집을 비우고 가산도 거의 털어먹은 아버지를, 병호는 그날 마지막으로 봤다. 이덕영은 동료 3명과 함께 러시아로 떠났다. 그리고 12월 3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뗏목 ‘발해 1300호’에 올랐다. 발해 건국 1300주년을 맞아 옛 조상의 동해 개척사를 재연하겠다며 험한 바다에 몸을 맡겼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함흥, 강릉, 울릉도, 부산, 일본으로 바닷물길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뗏목으로 입증하고, 이를 통해 발해의 문물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흘러간 역사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거사(擧事)’였다. 동해와 독도의 주인이 정녕 누구인지, 일본은 똑똑히 지켜보라는 시위였다. 무모했다. 용기보다는 결기와 오기였다. 출항 15일째인 이듬해 1월 14일 이덕영의 동료 21세기 바다연구소 소장 장철수는 항해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왜 탐험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심신이 피곤하다. 어제 예기치 않은 해류에 밀려 자칫 울릉도와 독도마저 보지 못하는, 그래서 곧장 일본으로 빠지는 사태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했다. 그래서 행여 (일본) 경비정에 몰려 나가는 보기 싫은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해서’ 닷새 뒤인 19일에는 또 이렇게 적었다. ‘폭풍우에 계속 동쪽으로 밀린다. 이 방향이면 오키섬으로 가지 않겠나 싶다. 일본으로 간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1. 우리 어선을 나포하지 말라, 2. 바다는 넓다. 바다를 통해 더불어 사는 민족이 되길 바란다. 영원한 제국이란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다시 나흘 뒤인 23일. ‘바다가 거칠어진다. 교신이 빨리 되길 바란다. 우리 탐험대가 맞은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중략) 나라에 짐이 된다는 게 부담스럽다. 더욱이 오늘 한·일 어업협정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었다는데, 그들의 속셈이 드러났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내가 의연해지고 싶다. 미래와 현재의 공존과 조화. 바다를 통한 인류의 평화 모색. 청년에게 꿈과 지혜를 주고 싶다. 탐험정신. 발해의 정신.’ 일지는 거기서 끝났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해를 따라 내려온 이들 4명은 부산을 거쳐 제주로 향하다 폭풍우가 집어삼킨 뗏목과 함께 일본 오키 제도의 도고섬 앞에서 스러졌다. 독도 지킴이의 소임도 그렇게 끝났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이들을 일본 당국이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는 논란, 심지어 일본 해경에 구조됐다가 다시 뗏목으로 내몰린 뒤 죽음을 맞았다는 의혹이 따랐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세월은 흘렀고, 이들의 이름도 서서히 세상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갔다. 13년이 지났다. 이덕영의 아들 병호(30)씨를 지난 6일 울릉도에서 만났다. 아버지의 비보에 이어 6개월 뒤 벼랑에서 차가 구르는 사고로 어머니마저 잃은 고등학생 병호의 아픔을 그는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가리고 있었다. “다 잊고 싶었죠. 애써 그렇게 했습니다. 그땐 너무 어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어머니마저 떠나 버린 현실에서 그냥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은 한참 뒤까지 아버지가 누구였고, 무엇을 했는지 애써 되짚으려 하지 않았고,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울릉도 선착장에 있었다. ‘안용복 재단’이라고 적힌 노란 점퍼를 수십명과 함께 입고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도로 향하는 길이었다. “지난 2월 초 경북도청의 담당 국장께서 찾아와 ‘제2, 제3의 이덕영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숙고 끝에 재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용복 재단은 17세기 말 일본에 끌려가서는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주장하며 거꾸로 일본 막부의 사과를 받아내고 돌아온 어부 안용복을 기리고 독도 수호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난 2008년 경상북도 주도로 만들어진 재단이다. 민간 차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찾도록, 그래서 독도가 외롭지 않도록, 그래서 일본이 더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 못하도록 하는 일을 맡고 있다. 사회에 나와 무역회사를 다니고 운동처방사로도 일하던 이씨는 재단 측의 참여 제의를 접하고는 ‘아버지가 지니셨던 정신에 어쩔 수 없이 매력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좋아하던 일도 때려치우고 재단에 참여하게 된 걸 보면 아무래도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를 이어 독도 지킴이로 나선 소감을 물었다. “학교 행사로 독도를 찾은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갈매기똥밖에 없는 돌산인데, 왜 난리야. 그냥 일본에 줘 버리지….’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안 되겠구나, 큰일 났다 싶었죠. 후세뿐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조차 국토의 소중함, 중요함을 잘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피는 못 속이는 걸까. 독도를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물으니 말이 빨라졌다. “관심이죠. 지속적인 관심 말입니다. 사람들이 가 봐야 합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독도의 중요성, 필요성…. 심지어 지금 교과서에다가 자기들 영토라고까지 표기하며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한데 우리나라는 독도에 대해 별다른 교육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심만 갖는다고 독도 문제가 풀리겠느냐’고 물었다. 단호했다. “우리가 관심만 기울인다면 그것 말고 어떤 노력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 땅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는데,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제대로 알고만 있다면 이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뭐가 터졌을 때에만 피켓 들고 난리를 칠 게 아닙니다. 독도가 우리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후대에 얘기해 줘야 합니다. 그럼 냄비처럼 쉽게 끓다가 별안간 잠잠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를 하루 앞둔 29일 다시 그에게 전화했다. 독도 안 갑니까. “며칠 뒤에 또 갑니다. 카메라 들고….” 그새 아버지에게 한발 더 다가서 있었다. 진경호·최여경기자 jade@seoul.co.kr
  • 글로벌 ‘독도 지킴이’ 첫발 내딛다

    글로벌 ‘독도 지킴이’ 첫발 내딛다

    지난 6일 경북 포항 여객선 터미널. 어르신들과 젊은 외국인들 30여명이 한 데 모였다. 두 집단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노란색 점퍼를 입고 있다는 공통점을 뺀다면. 이들은 하나의 목표로 이 자리에 모였다. 한반도 최동단의 섬, 독도에 들어가는 것이다. 안용복 재단은 역사 교과서 검증을 앞둔 일본이 독도를 자국 땅으로 표기하는 역사 왜곡을 또다시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발빠르게 ‘독도 학교’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열었던 ‘독도 학교’의 범위를 넓혀 외국 유학생과 국가 유공자들을 초청해 독도가 한국 땅임을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이 둘을 각각 멘티와 멘토로 묶는 것이다. 이쯤에서 안용복이란 인물을 짚고 넘어가 보자.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 부산에 살던 평범한 어부였다. 울릉도 부근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일본 어민을 꾸짖다가 일본에 끌려가서도,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주장했다고 한다. 심지어 에도 막부에 이를 인정한다는 서계(書契·조선시대 외교문서)를 받고 돌아오기까지 했으니 최초의 독도 수호자라 할 만하다. 그의 넋을 기려 ‘독도 지킴이’ 정신을 여러 부문에 확산시킬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한 단체가 안용복 재단이다. 재단과 함께 독도로 향한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터미널에서 꽤 큰 여객선에 몸을 실었지만, 높은 파도에 흔들리는 배 속에서 버티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눈치 빠른 이들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잠을 청했지만, 화장실로 향하다울렁증을 견디지 못해 ‘실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3시간30분 뱃길을 달려 울릉도에 도착했는데 독도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었다. 독도의 과거와 오늘, 지정학적 의미 등을 느낄 수 있는 독도 박물관이 있다. 무엇보다도 울릉도 동북쪽 석포에서는 맑은 날이면 독도의 모습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울릉도 도착 이틀째. 국가 유공자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울릉도를 돌아보고 박물관에서 독도에 관한 것들을 배우며 어느새 어색함을 풀어냈다. 이제 두 손 맞잡고 독도에 갈 일만 남았는데 찌푸듯하던 하늘에서 금세 눈송이가 날렸다. 과연 이들은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독도 지킴이로 첫발을 내디딘 이들의 모습은 11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이 밖에도 망신살이 뻗친 한국외교의 상하이 스캔들을 꼬집는 ‘진경호의 시사 콕’을 비롯해 봄을 맞는 우리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포착한 ‘안주영의 눈’,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게 들어보는 올해의 경제 전망 등이 소개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포항 구룡포의 명물 ‘대게’ 납시오

    포항 구룡포의 명물 ‘대게’ 납시오

    “(출어해서 귀항까지) 4박 5일 정도 걸렸습니다. 게가 요즘 많이 야물고 판매도 잘 돼서 많이 잡아 왔습니다.” 지난달 26일 새벽 대게를 잡고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 들어온 신석준 대현호 선장 얼굴에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4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의 ‘TV 쏙 서울신문’을 통해 영덕 강구항이나 울진의 명성에 가렸다가 최근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구룡포항을 소개한다. 구룡포항은 전국에서 대게잡이 배가 가장 많이 나가는 곳으로 경북 지역 대게 어획량의 57%를 차지한다. 지난해 대게 위판 규모는 개인 판매를 합쳐 1279톤. 돈으로 환산하면 246억원에 이른다. 일본 오키 군도(群島) 주변 400~300m 심해에서 잡는 구룡포 대게는 속이 꽉 차고 살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 구룡포 대게의 맛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서인지 이날 대게 어판장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크고 좋은 품질의 대게를 먼저 차지하려는 상인들이 옷섶에 손가락을 감춘 채 경매가를 제시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경매사들의 손동작은 꿈틀거리는 대게의 몸짓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엄성인 경매사는 “수입 대게의 양이 줄어 영덕이나 강구 상인들이 많이 몰려온다. 지난해보다 시세가 20% 정도 올랐는데, 하루 경매량은 2만~3만 마리다. 오늘 같은 날은 4만 마리 정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찾아온 구룡포항의 명성을 잇기 위해 자망통발선주협회는 싼값에 맛 좋은 대게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주들이 직접 정찰 가격으로 판매하게 만든 것이다. 겨우내 깔깔했던 입맛을 시원하게 되찾아줄 구룡포 대게 잡이는 봄까지 계속된다.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또 ‘연세대 호킹’으로 불리는 신형진(28·공대 컴퓨터과학과 졸업)씨에게 입학 9년 만에 학사모를 씌운 위대한 모정을 다룬다. 척추성 근위축증이란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신씨의 어머니 이원옥(65)씨는 미국 여행 도중 급성 폐렴에 걸린 아들이 투병하느라 휴학한 2년을 제외하고 7년 동안 매일같이 서울 개포동 집에서 신촌 연세대까지 등하교시켰다. 학교 측은 지난달 28일 학위수여식에서 이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이씨 덕분에 학교의 장애인 편의시설도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만성적이고 격렬한 통증에 시달리던 그가 어머니와 함께 일군 오늘의 영광을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이 밖에도 ‘북녘 꽃제비 동영상’, ‘졸음과 싸우는 여의도’, ‘사법연수생 첫 양심적 병역거부자 백종건씨’, ‘진경호 국제부장의 시사 콕’, ‘법정 스님 입적 1년’ 등이 방송된다. 글 사진 박홍규피디 gophk@seoul.co.kr
  • ‘재스민 민주화 혁명’ 강풍 북한까지 갈까?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이어 이집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독재정권이 무너졌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랍권에 반정부 시위가 번지면서 이란에서도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예멘과 바레인 등에서도 유혈사태가 이어지는데요. 18일 오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은 진경호 국제부장을 초대해, 중동에서 거침없이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바람의 원인은 무엇인지, 과연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들었습니다. 더불어 식량난 등으로 중동 못지 않게 집권세력이 벼랑 끝에 매달릴 소지가 있는 북한에도 이런 민주화 흐름이 스며들지 알아봅니다.   튀니지와 이집트 정권을 무너뜨린 반정부 시위가 중동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먼저 지금의 중동 상황을 한번 짚어주시죠. -한마디로 조용한 나라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아시는대로 지난 주말에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데 이어 반정부 시위 물결이 지금 중동 전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예멘, 바레인, 알제리 등 대략 9개 나라에서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고 사상자도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했는데요. 먼저 이집트 상황부터 짚어보죠.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고 군부가 권력을 이양 받았죠. -사실 이집트에서 군부는 무바라크의 독재권력을 뒷받침해 온 집단입니다만 그러면서도 무바라크와 달리 국민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게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이런 군부가 권력을 이양받아 과도정국을 이끌고 있는데요. 일단 군부는 이집트 의회를 해산하고, 현행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켰습니다. 다음 주에 개헌위원회가 새 헌법안을 마련하면 두 달 안에 국민투표에 부치고, 새 헌법에 맞춰 오는 9월까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게 이집트 군부가 내놓은 계획입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거취도 관심인데요, 중병설에다 망명설 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한데,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퇴진 후 이집트의 유명 휴양지인 셰름 엘 셰이크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말기 암을 앓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고, 퇴진 성명을 발표한 뒤로 몇차례 혼절해서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합니다.이집트 사태가 일단락되나 싶더니 곧바로 이웃 나라로 번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란이 관심이 아닐 수 없는데,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가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날이 바로 오늘(18일)입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서울과 5시간30분 시차가 나니까, 우리 시간으로 대략 오늘 밤부터 시위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앞서 지난 14일 테헤란 등에서 수만명이 참여하는 유혈 시위가 벌어져 1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는데, 이번 시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가 향후 이란 정국의 분수령이 될 듯 합니다.   이란은 여러모로 이집트와 대비되는 나라인데요. 당장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다는 점부터 다른데,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어떤 이유로 일어나고 있는 건지요. -이란은, 미국과 관계를 놓고 보면 북한과 더불어 대표적인 반미 국가라는 점에서 이집트와 대척점에 있습니다. 철권 통치와 심각한 경제난이라는 점에서는 이집트와 유사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란은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호메이니 혁명 이후 강력한 이슬람 정권이 통치를 해오면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등 강압 통치를 해온 대표적 나라로 꼽힙니다. 때문에 2년 전 대선 직후에도 ‘그린 무브먼트’라는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억압정치에 대한 불만에다 최근 단행한 정부의 재정긴축 조치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된 것이 직접적인 시위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란 말고도 바레인이나 예멘 같은 다른 나라들의 시위 상황도 심상치 않던데요. 사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과연 북한이 이런 민주화 열기를 비켜갈 수 있느냐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반체제 시위가 가능할까요. -지난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9회 생일잔치가 평양을 중심으로 성대하게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500만명의 주민이 올해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유엔의 전망도 나옵니다. 그만큼 주민들의 불만은 증폭돼 있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앞서 언급한 중동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인 국가란 점입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여전히 철저하게 통제돼 있고, 이 때문에 설령 반체제 움직임이 일더라도 북한 전역으로 조직화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당장 중동의 민주화 열기가 아시아 대륙을 넘어 북녘으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서울신문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부고]

    ●진경호(서울신문 국제부장)안중불(안앤윤 대표)씨 장인상 황동철(전 경남기업 부사장)진철 동구 복희(전 스포츠서울 기자)정혜(청주 산남초 교사)씨 부친상 25일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정다운장례식장, 발인 27일 오전 9시 (055)252-9861 ●표수근(서울신문 제작국 윤전부 차장)씨 장모상 25일 전북 부안장례식장, 발인 27일 오전 10시 017-210-0208 ●황보균(미국 거주·전 대학교수)태중(미국 거주·전 진로건설 이사)씨 부친상 조성운(전 서울신문 관리국장)김인권(전 김앤드김 대표)이필한(인천 동암의원 원장)이영래(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보)박병균(미국 시카고 소망교회 담임목사)송재찬(경북대 교수)씨 장인상 2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2)3410-6920 ●김도진(전 KBS 보도본부장·전 방송위원회 사무총장)씨 별세 기한(서울대 교수)시연(에이본 아시아-태평양 법률고문 및 이사)씨 부친상 정윤재(미국 알라바마대 교수)씨 시부상 다니엘 캐디슨(기자)씨 장인상 24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2227-7580 ●배준원(SK네트워크 차장)씨 부친상 김부곤(금융감독원 총무국 선임조사역)씨 장인상 25일 서울 연희동성당, 발인 27일 오전 10시 (02)333-1099 ●심현주(숭실대 교수)윤주(건축사무소 심건축 소장)정주(윈인테리어 대표)씨 모친상 현영섭(영실업 대표)김석한(변호사)씨 장모상 김경화(인덕대 교수)씨 시모상 2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8일 오전 9시 (02)3410-6914 ●이인수(한국해운조합 이사장)씨 모친상 24일 영남대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30분 (053)620-4242 ●김현규(자영업)철규(영남대 건축공학과 교수)중규(부산 김중규외과 원장)씨 모친상 안동만(한서대 부총장)김윤섭(대림건설 이사)씨 장모상 25일 영남대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53)620-4245 ●조우성(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씨 장모상 25일 양산 부산대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30분 (055)389-0600 ●배성진(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과장)형진(삼성전자 DMC연구소 〃)씨 부친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2)3010-2236 ●조장현(중앙통신 대표)용현(신용보증기금 서울방배지점 차장)선미(서울 을지중 교사)선희(아이사랑약국 대표)씨 부친상 김숙희(전남 화순 한천우체국장)박미경(경기 안양 관양고 교사)씨 시부상 이기호(사업)김세용(〃)씨 장인상 24일 전남대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61)379-7434 ●오헌석(우리은행 차장)씨 모친상 최광림(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씨 장모상 24일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발인 26일 오전 10시 (031)386-2345 ●김종훈(사업)씨 부친상 이준현(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조달영(미국 거주·사업)씨 장인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10시 (02)3010-2292 ●이종익(전 경북병무청장)씨 별세 창우(자영업)은실(미국 거주)씨 부친상 2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8일 오전 8시 (02)2227-7587
  • [데스크 시각] 폭스 공화국, 보고 싶으세요/진경호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폭스 공화국, 보고 싶으세요/진경호 국제부장

    “지난번에 당신이 얘기하지 않았소. 추악한 과정이라고….” “나도 말 좀 합시다. 내 말 좀 끊지 마세요.” 흔히 듣는 대화죠.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심야 TV토론에서 종종 봅니다. 한데 앞의 대화는 우리 것이 아닙니다. 지난봄 미국 케이블TV 폭스뉴스의 대담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앞말은 대담진행자 브렛 바이어, 뒷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도 말 좀 하자.’라니…?! 바이어, 대단하죠. 오바마를 줄곧 ‘당신(You)’이라고 부르더군요. 말도 막 끊고…. 미국, 대단해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단한 건 따로 있습니다. 폭스뉴스라는, 미디어산업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이 보수상업방송입니다. ‘오바마의 적은 공화당이 아니라 폭스뉴스’라는 말은 미국에서 상식입니다. 미국의 보수를 공화당이 대변하고, 공화당은 폭스뉴스가 이끈다고 합니다. 사사건건 자신과 민주당을 물고 때리는 폭스뉴스에 오바마는 이를 갑니다. 아예 ‘반국가매체’로 봅니다. 사실 폭스의 선정보도, 왜곡보도는 미국 지식인들의 큰 걱정거리입니다. 친 공화당 유권자 모임 ‘티파티’의 득세와 이민규제 강화 움직임, 반이슬람주의 확산 같은 미국 사회의 극우화 흐름 뒤에 이 폭스가 있다고 합니다. 퓰리처상 6회 수상에 빛나는 뉴욕타임스 전 편집장 하월 레인스는 이런 폭스를 두고 ‘언론이 아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시청률 1위 방송입니다. 프라임타임 시청자가 250만명을 넘나듭니다. 같은 케이블TV인 MSNBC(80여만명), CNN(60여만명), HLN(50여만명)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abc, CBS, NBC 등 3대 지상파 방송사들도 폭스를 못 따라갑니다. 시청률뿐이 아닙니다. 신뢰도도 1위(2월 조사)입니다. 왜곡·선정·편파보도를 일삼는 매체라는데 신뢰도 1위라니, 이해가 되십니까. 하지만 현실입니다. 언론학에서는 이를 동조화 현상, 즉 자신이 많이 읽고 보는 매체를 신뢰하려 하는 정보소비자의 행태로 보기도 합니다만 사실 다른 이유 없습니다. 이 방송이 자극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선정적이고 공격적인 콘텐츠에 시선을 빼앗긴 시청자들이 결국에는 머리와 가슴까지 내어줬다는 얘기가 됩니다. 지금은 다른 방송이 폭스에 먹히고 있습니다만, 신문·방송 융합시대에 머지않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권위지들까지 먹히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미디어 빅뱅의 시대입니다. 블로그, 트위터, UCC 같은 ‘1인 미디어’의 확산과 스마트폰·태블릿PC를 앞세운 디바이스의 혁명 속에서 각 언론매체들은 초비상 체제에 들어섰습니다. 연말에 있을 종합편성채널 선정과 맞물려 앞으로 수년간 한국의 언론 시장은 미답의 혼란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신문·방송·인터넷 매체의 벽이 허물어집니다. 지금 들고 계신 이 종이신문을 몇 년 뒤엔 도서관에서나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초년병 시절 130자 원고지에 기사를 쓰고 회사에다 전화로 기사를 불렀던 23년차 선배기자는 어제 오후 방송 리포트를 찍어야 한다며 사무실을 나갔습니다. 신문기자가 마이크도 잡아야 먹고사는 세상입니다. 뉴미디어 시대 초입에 선 언론사들의 지상명제는 ‘어떻게든 살아남기’입니다. 문제는 혼란 이후입니다. 언론은 사라지고 언론산업만 남을지도 모릅니다. 자본권력이 언론을 주무르고 정치권력을 휘어잡는 상황이 닥칠지 모릅니다. 오바마가 지금 겪고 있습니다. 언론산업의 대형화를 넘어 자본권력, 정치권력에 흔들림 없이 계층과 이념의 중간추 역할을 할 강소(强小) 언론을 키워내야 합니다. 수익우선주의를 앞세운 폭스가 다문화 융합의 상징인 미국마저 쩍쩍 갈라놓는 현실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중은 제 머리 못 깎습니다. 변혁의 급류에 올라탄 언론을 대신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가 이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합니다. 언론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jade@seoul.co.kr
  • [데스크 시각] 레드오션에서 노 젓기/진경호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레드오션에서 노 젓기/진경호 국제부장

    일주일 전 얘기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은 북한이 쏜 어뢰를 맞아 침몰했다.’고 발표한, 그날 얘기다. 편집국 여기저기에 걸린 TV가 ‘천안함은…, 어뢰는…, 정부는…, 북한은’ 하며 와글거리기 시작한 지 서너 시간. 띵. 노트북에 담긴 메신저가 울렸다. 지인으로부터 날아든 쪽지였고, 이런 게 나돈다는 말과 함께 사진 하나가 딸려 왔다. 애플의 아이폰 사진. 그런데 아이폰 뒷면에 손으로 쓴 파란색 글씨가 눈에 띈다. ‘1번’. ‘북한산 아이폰’이란다. 애플 아이폰에 파란색 사인펜으로 ‘1번’ 하고 써넣으면 북한산 아이폰이 된단다.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건져 올린 북한 어뢰 ‘CHT-02D’의 잔해에 적힌 글자 ‘1번’을 들어 민·군 조사단이 북한 소행이라 결론 내린 것을 빗댄 패러디다. 기발하다. 기민하다. 어찌 이런 깜찍한(?) 발상을 떠올리고, 그 짧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 돌릴 수 있을까. ‘1번’이라 적혀 있으면 다 북한제냐? 못 믿겠다. 안 믿겠다. 이런 얘기다. 불신보다는 부정에 가깝다. “패잔병들의 발표내용을 어찌 믿나. 0.0001%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며 조사결과를 패대기친 철학자도 나온 걸 보면 이런 불신과 부정의 세포분열은 당분간 계속될 듯도 싶다. 믿든, 못 믿든, 안 믿든, 그건 개인의 영역이다. 섣불리 말을 만들거나 퍼날라 눈 부릅뜬 수사당국의 괴담 단속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탈 날 일도 없을 듯하다. 딱한 건 민주당, 대한민국 제1야당이다. 3월26일 천안함 침몰 직후 ‘정부가 북의 소행으로 몰아간다.’고 각을 세우더니 지난 20일 민·군 조사단 발표 이후엔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 뒤로 불과 일주일, 눈 깜짝할 사이 한반도가 신냉전체제의 문턱까지 내달리는 동안 민주당은 마냥 불신의 바다에서 노를 저었다. 그러고는 24일. 아차 싶었나.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입에서 ‘사태의 1차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말이 나왔다.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 처음 북한의 책임을 거론한 것이다. 정부에 끌려가고, 상황에 끌려가고, 여론에 끌려간 끝에 나온 말이다. 이런 정 대표를 향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조소(嘲笑)로 들린다. 이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느냐고 묻는…. 지난 며칠 서울신문을 비롯한 몇몇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세 후보는 앞서가는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더 벌어졌다. 언론은 이를 두고 북풍(北風)이 노풍(風)을 집어삼켰다고 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신뢰한다고 답한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틀린 분석은 아닌 듯하다. 안보 차원이 아니라 선거공학으로만 따져도 민주당은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이슈를 돌리지도, 이슈에 올라타지도 못했다. 촛불시위를 교훈 삼아 천안함 사태에 치밀하게 접근한 집권세력의 주도면밀함을 간과했다. 겉돌았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천안함 갖고 이제 그만 싸우자.’며 그제 한 발을 빼고 나니 딱히 그렇게 못하겠다 할 도리도 없다. 안보장사 그만하라는 외침조차 맥이 빠진다. 민주당은 레드오션을 택한 듯하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불신의 그물로는 국민 10명 가운데 2~3명밖에 건져 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듯하다. 정권을 집어삼킬 듯했던 촛불시위의 향수에 젖은 채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결 구도로 지방선거 판을 짰다. 국민 다수가 천안함 이후를 걱정하는 판에 돌아앉아 천안함 이전을 따지는 데에 힘을 쏟았다. 닷새 뒤 지방선거가 지금 판세대로 끝난다면, 그래서 4년 전 짜인 한나라당 압승의 불균형 지방자치 구조가 민선 5기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민주당 지도부가 져야 한다. 마땅한 일이겠으나, 선거가 끝나고도 네 탓만 할까 싶어 미리 하는 말이다. jade@seoul.co.kr
  • [인사]

    ■서울신문 <편집국>△부국장 손성진△정치부장 이도운△국제〃 진경호<논설위원실>△논설위원 곽태헌<광고마케팅국>△부국장 김문 ■노동부 ◇승진 △부이사관 박성희 ■법제처 ◇부이사관 전보 △행정법제국 법제관 한영수△운영지원과장 고낙훈 ■주택금융공사 ◇파트장 선임 △홍보실 오미영 ■도로교통공단 ◇신규 임용 <상임이사>△안전사업본부장 김길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이동웅(동국대 교수) ■전파진흥원 ◇신규 임용 △정책연구본부장 한수용<방송통신콘텐츠진흥본부>△콘텐츠기획부장 전기철△콘텐츠유통기반〃 박승대[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건립추진단]△단장 이우열△부단장 백수철△기획총괄팀장 정지환△시설구축〃 김경호<기금관리본부>△기금기획부장 김은민◇전보△기금관리본부장 윤수영△기금운용부장 이영만△기금사업〃 양병규 ■한양대 △국제협력처장 이기정△혁신관리본부장 한정화△혁신관리실장 김시정 ■현대건설 △원자력사업본부장 김두섭 ■메리츠종금증권 ◇임원 선임 △지점영업총괄 전무 김경휘△법인영업사업 본부장 윤기로 ■매일유업 ◇승진 <부사장>△재경본부장 김선희<상무이사>△SCM본부장 정진석△중앙연구소장 김완식<이사>△평택공장장 오익종△광주〃 이민수△경산〃 채태수△DS사업본부장 정선호
  • [서울광장] 천안함은 불신의 바다에 빠졌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천안함은 불신의 바다에 빠졌다/진경호 논설위원

    우리 사회가 믿음을 잃어버린 시점을 사회학자 성경륭은 6·25 전쟁으로 봤다. 한강다리를 폭파해 피란길을 끊은 위정자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언제 이웃의 거짓 밀고로 처형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우리를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홉스적 상태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비단 6·25뿐이겠는가. 우리로 하여금 불신 유전자를 키워가도록 한 현대사의 굽이는 넘쳐날 정도로 많다. 이승만 정권의 무능, 5·16 군사정권의 공포정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빈부갈등, 사회지도층의 부도덕, 정치인들이 증폭시킨 지역갈등, 외환위기…. 그런 아귀다툼 속에서 우리는 믿다가 낭패를 보느니 의심하고 배척하며 나를 지키려 했다. 살기 위해 신뢰 대신 불신을 택했다. 그리고 그렇게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규정한 ‘저신뢰사회’로 일찌감치 편입해 들어갔다. 2008년 초여름을 뜨겁게 달군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은 바닥까지 떨어진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을 올곧이 보여 줬다. 제아무리 대통령이 아무 문제 없다며 미국 쇠고기를 먹어 보여도 PD수첩의 왜곡·과장보도가 댕긴 서울광장의 촛불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그해 겨울의 미네르바 소동은 또 어떤가. 정책당국과 유수의 경제학자들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30대 평범한 청년을 한국판 루비니로 떠받들었다. 천안함이 백령도 앞바다에 잠긴 그날 밤 이 나라도 바다에 잠겼다. 불신의 바다로 또다시 순식간에 빠져 들어갔다. 천안함을 두 동강 낸 물기둥이 있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침몰 순간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적의(敵意)의 물기둥이 치솟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천안함 생존장병 57명의 증언이 군 당국의 1차 조사결과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일도, 각본대로 짜맞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침몰 직후부터 유력언론들이 패를 나눠 북한 소행입네 아닙네 줄다리기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불신은 분명 군이 자초했다. 군은 무려 2주 동안 침몰시간조차 아귀를 맞추지 못했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29분이 지나 합참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보낸 첫 보고는 ‘천안함이 침수되고 있다.’였다. 그러나 군의 모자람을 따지는 한편으로 불신을 키워 내기에 너무도 비옥한 사회적 토양도 직시해야 한다. 앞뒤 자른 채 장관 해임부터 요구하고, 군 기밀이 존재이유를 상실한 채 여기저기 나뒹굴고, 군이 하나를 설명하면 의문이 10개가 붙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당한 장병 말은 믿어도 다각도로 상황을 파악한 ‘당국’은 믿지 못하는 현실을 봐야 한다. 1987년 11월 미얀마 상공에서 벌어진 KAL858기 폭파사건은 20년이 지난 2007년 10월 국정원 과거사 진상조사위 활동이 마무리된 뒤에야 조작의 굴레를 벗었다. 북한공작원 김현희가 그토록 자신의 범행이라고 외쳤지만 ‘정권 연장을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의혹은 이후 정권교체와 맞물려 점점 더 몸피를 불려 나갔다. 전두환 정권에 대한 증오와 불신이 그 질긴 의혹의 자양분이었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끌어올릴 것이 너무도 많다. 천안함 실종자와 함체를 건져 올리고, 천안함의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아울러 불신의 바다에 던져진 우리 사회도 함께 끌어내야 한다. 불신의 질(質)을 살펴 정부를 못 믿겠다는 쪽과 안 믿겠다는 쪽을 가리고, 안 믿겠다를 못 믿겠다로, 못 믿겠다를 지켜보겠다로 바꿔나가야 한다. 불신의 뿌리를 찾아 신뢰로 치환할 처방을 구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향후 대응과 별개로 국민 불신을 달래기 위해 초계함 한 척을 끌어올리는 것조차 외세가 필요한 신뢰 부재의 사회자본으로 황차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처할 수 있겠는가. 신뢰하기 위해 불신한다고 한다. 이 불신의 역설이 담고 있는 신뢰 회복의 가능성을 정부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천안함이 우리에게 보낸 마지막 구조요청일 것이다. jade@seoul.co.kr
  • [길섶에서] 쿠데타/진경호 논설위원

    TV가 1대인 가정에서 채널 선택권은 권력이다. 보고 싶은 프로를 볼 수 있는 것만큼 분명하고 확실한 권력행사도 없다. TV 리모컨은 곧 홀(笏)이며, 케인(cane)이다. 지배권력의 상징, 왕의 지팡이다. 언제부턴가 리모컨을 빼앗기는 일이 잦아졌다. 공부하다 짬을 낸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슬금슬금 TV 앞에서 물러나는 일이 늘었다. 얼마 전부터는 TV 시청시간 제한대상에도 포함됐다. 아이 공부에 방해되니 TV 대신 책을 보라는 아내의 엄명이 떨어졌다. 자연스레 아이들이 TV를 볼 때 곁에 끼어서 보는 처지가 됐다. 여기까진 그래도 좋다. 아이들에게 얹혀서 보는 게 죄다 이름 모를 아이돌들이 신변잡담 늘어놓는 프로들이다. 하품만 나오건만 아이들은 연신 깔깔깔이다. 권력 상실을 넘어 문화적 소외, 세대 간 거리를 걱정할 판이다. 그 간극이 싫어 애써 웃어보려고도 하지만, 안 웃긴다. 한데 이건 뭔가.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웃는 게 아닌가. “저게 재밌어?” “응 재밌어.” 리모컨만 빼앗긴 게 아니다. 아내도 빼앗겼다. 쿠데타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길섶에서] 맘대로 감기? /진경호 논설위원

    그곳이 단골이 된 이유는 머리 잘 깎는 것 말고 따로 있다. 눈인사나 말 한마디에도 늘 고객을 앞에 둔다. 나설 때면 잘려나간 머리카락 이상으로 마음의 찌꺼기를 덜어 낸 느낌을 갖게 한다. 머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개운하게 만드는 것이다. 웃음기 가득하던 스태프의 낯빛이 어둡다. 감기가 들었단다. 그래? 감기 좀 들었다고 시무룩? 아니다. 감기 걸렸다고 직속상관 헤어디자이너에게 야단맞았다는 것이다. 아니, 누군 감기 걸리고 싶어 걸리나? 그게 야단칠 일? 한데 이 야멸찬 디자이너 말은 달랐다. 감기, 걸려선 안 된다. 감기 걸리면 표정이 어둡고, 그런 모습은 고객 마음까지도 어둡게 한다. 그리고 그런 걸 따지기 전에 감기가 들도록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헤어디자이너로, 만족을 파는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성공할 수 없음을 스태프가 깨달아야 한다. 하루 10시간을 서서 일하는 고단함 속에서도 미소를 내려놓지 않던 힘을, 그렇게 문득 봤다. 그 사람 인기 없겠다고? 그곳의 스태프 서른 명이 못 배워서 안달이 난, 프로페셔널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 [서울광장] 연아의 도전/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연아의 도전/진경호 논설위원

    다섯 번 실패해 본 적이 없다. 다섯 번 도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해서 무려 16년에 걸쳐 다섯 차례 올림픽에 나서고도 끝내 메달을 만져보지 못한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의 갈증을 가늠할 재간이 없다. 너의 도전은 정말 값진 것이었노라 위로할 염치도 없다. 이른 나이에 세계 정상의 꿈을 이룬 김연아의 환희 또한 가늠키 어렵다. 5000만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짓눌린 어깨와 아사다 마오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도전에 흔들렸을 두 다리, 지난 13년 선수생활의 모든 것을 4분 10초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터질 듯한 가슴을 안고 올라선 정상의 쾌감을 누군들 쉽사리 짐작이나 하겠는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왜 ‘비록 은메달’이라 부르느냐고 개탄할 일도 아니다. 오랜 생존의 진화 과정 속에서 1등을 갈구하도록 만들어진 게 인류다. 그래야 살아남았고, 그렇게 살아남은 조상들이 1등을 희구하는 생존 본능을 유전자에 담아 대물림했다. 우리 모두도 얼마 전 최소 1억개의 정자전쟁에서 승리한 주인공들 아닌가. 그런 유전자들의 전장이 사냥이었고, 전쟁이고, 스포츠다. 진화론으로 보자면 1등에 대한 환호는 우성인자를 찾아낸 기쁨이며, 더 나은 우성인자를 찾아 나서도록 만드는 자극이다. 사실 세상은 좀 더 더럽다. 1등조차도 잘 기억하지 않는다. 4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명단을 꿰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1등에 잠시 환호할지언정 좀처럼 오래 기억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승리를 찾아 헤매도록 프로그램된 유전자를 지닌 우리에게 성취는, 그래서 늘 이루는 순간 과거일 뿐이다. 끝없이 정상을 향해 올라가도록 운명 지어진 시시포스는 신화가 아니라 현실의 우리다. 바위를 밀어 올리고 또 올리듯,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해야 하는 슬픈 존재가 이규혁과 우리다. 정상에 선 김연아의 ‘내일’에 5000만개의 물음표가 붙었다. 나이 스물에 꿈을 이룬 자의 새로운 꿈은 어떤 것일지 모두가 궁금해한다. 이달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프로 피겨스케이터로 전향할 것이라느니,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느니, 아니면 아예 연예계로 진출할 것이라느니 말들이 많다. 미완의 점프 트리플 악셀을 다듬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많은 유혹이 따를 것이다. 이름 석자와 얼굴·몸짓 하나하나가 다 돈으로 치환되는, 이 걸어다니는 기업을 그대로 놔둘 세상이 아니다. TV 광고는 이미 김연아가 있는 광고, 김연아가 없는 광고로 나뉘었다. 어느 매니지먼트사가 100억원대의 전속계약을 제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들끓는 파파라치들 통에 손짓 하나도 허투루 하기 힘들 것이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제 그는 아이콘이고, 기준이다. 내려놓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짐이다. 정상을 향한 도전보다, 더 올라설 곳 없는 정상이 더 힘들 것이다. 어디로든 한 발짝을 내딛는 순간부터 내리막인 정상은 서 있는 자체로 두려움일 것이다. 아니, 남들이 쫓아오지 못할 경지에 올려놓은 자신이, 그래서 제 스스로도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은 자신이 진정한 두려움의 실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김연아가 두려워하고 이겨내야 할 존재는 그런 두려움 때문에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자신일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엉덩방아를 무서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비록 내리막길일지언정 걸음을 멈추지 말기 바란다. 밴쿠버의 김연아를 꺾는 소치의 김연아를 그리며 스케이트끈을 다시 조일 수도 있겠고, 피겨인생 1막을 접고 보다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꿈을 향해 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규혁의 등 뒤로 쏟아진 갈채는 그가 정상에 섰기 때문이 아니라 정상을 향해 달렸기 때문이며, 올림픽 메달이 아닌 다른 무엇을 향해 계속 달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무엇을 꿈꾸든 그것은 김연아, 자신만의 것이다. 정상의 김연아를 두려워하지 않는 김연아. 그를 사랑하는 우리의 꿈이다. jade@seoul.co.kr
  • [씨줄날줄] 4D영화 유감/진경호 논설위원

    ‘저 스크린 속의 존 웨인은 악당들을 잘도 보고 총을 쏜다. 하지만 객석에 앉은 너나 네 친구는 보지 못한다. 존 웨인은 2차원, 너는 3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물상 선생님이 ‘차원(dimension)’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준 설명이다. 3차원 세상의 우리 인간들로서는 3차원 입체공간에 시간이 더해진 4차원을 결코 볼 수 없는 현실의 한계를 이해하라는 설명이기도 했다. 시간이 늘거나 줄 수 있고, 빛도 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기초로 ‘4차원’의 개념을 열심히 익히던 그 시절, 현대물리학은 이미 5차원, 6차원 아니 11차원으로까지 내달리기 시작했다. 도무지 우주의 빅뱅이나 물질의 근원을 설명할 수 없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한계에 직면한 인류는 4차원을 뛰어넘는 고차원이 있을 것이라(아니 있어야 한다고) 여겼고, 마침내 1974년 미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 존 슈바르츠가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과 함께 초끈이론의 전제조건으로 10차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초끈이론은 물질이 입자가 아니라 끈(10의 -33제곱㎝)으로 이뤄져 있고, 이 끈의 진동방식에 따라 입자가 달라지는 것으로 본다. 중력과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 만물에 작용하는 네가지 힘의 원리를 하나로 묶어줄 ‘통일이론(Theory of Everything)’에 가장 근접한 이론으로 현대과학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 초끈이론을 바탕으로 1995년 미 프린스턴대 교수 에드워드 위튼은 우주가 11차원으로 이뤄졌고, 초끈이론의 끈은 1차원이 아니라 11차원의 막으로 말려있는 2차원이라는 가설(M이론)을 들고 나왔다. 3년 뒤엔 프린스턴대 리자 랜덜과 미 스탠퍼드대의 래먼 선드럼이 4차원의 시·공간이, 11차원으로 이뤄진 우주 중간에 형성된 얇은 막이고, 이 막에 우주 만물이 붙어 있다는 ‘막 우주론(membrane world)’을 제창하기에 이르렀다. 우주의 탄생이 고차원 공간에서 2장의 막(브레인)이 충돌하면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이 이론은 무(無)에서 불과 10의 몇십제곱 분의1초의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설의 허점을 대신해 줄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입체영상(3D) 영화 아바타가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장면에 맞춰 의자가 흔들리고 꽃향기와 바람, 물보라까지 안겨주는 몇몇 아이맥스 영화관이 아예 4D 상영관으로 불리는 모양이다. 어떻게 그게 4차원이냐 싶다가도, 그냥 애교스럽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이 시·공간조차 존 웨인이 총을 쏘던 막에 불과한 것 아닌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씨줄날줄] 전기 풍차/진경호 논설위원

    처음 불을 사용한 인류는 베이징 원인(原人), 즉 호모에렉투스라고 한다. 40만~50만년 전 얘기다. 앞서 네안데르탈인 등도 불의 이점을 알고는 있었으나 불을 보존할 줄은 몰랐고, 호모에렉투스에 와서야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물을 힘(力)으로 이용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중국과 인도 등에서 물레방아(수차)가 발명돼 곡식을 빻는 데 썼다고 한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서일까. 자연의 힘 가운데 인류가 풍력, 즉 바람의 힘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더 나중 일이다. 7세기 무렵 페르시아에 처음 풍차가 등장했고, 12세기 중엽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처음엔 밀가루를 빻는 데 쓰이다 물을 끌어올리는 데 쓰이면서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를 8000개의 풍차가 돌아가는 동화 속 나라로 만들었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1836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에서 보듯 바람의 힘은 엄청나다. 1㎡의 평면에 국제표준대기(1㎥당 1.225kg)의 바람이 초속 1m의 속도로 불 때 에너지는 0.6125줄(J)로, 비교적 미미하다. 그러나 풍속이 빨라질수록 에너지는 그 세 곱으로 늘어난다. 풍속이 초속 7m로 7배 빨라지면 1㎡의 평면이 받는 에너지는 210J로 무려 343배가 된다. 각국이 풍력발전에 앞을 다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정에너지라는 장점 말고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 풍속이 초속 5m에서 7.5W를 생산하는 소형발전기를 예로 들면 바람이 초속 10m로 2배 빨라질 경우 전력생산량은 62.5W로 8배 늘어난다. 최근 발전단가마저 화력발전을 밑돌기 시작하면서 세계 풍력발전 시장에 불이 붙었다. 2008년 전세계 전기 생산량의 1.5%(121GWh)를 차지한 풍력발전은 20년 뒤 10% 수준으로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덴마크는 국내 전력의 20%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도 10% 이상을 풍력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STX가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의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니 어제는 삼성물산과 한전 컨소시엄이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60억달러짜리 풍력·태양광 발전복합단지 건설권을 따냈다. 현대중공업도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파키스탄에 50MW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사업을 수주했다. 바람처럼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장대한 풍력산업 성장을 기대해 본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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