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늑장처리 후유증
새해 예산안 처리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40년 만에 정기국회에서통과되지 못한 것은 접어두고라도,각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 시한등을 감안하면 하루가 급한 상황이다.하지만 여야의 최근 기류를 보면 예산안이 언제 처리될 지조차 알 수 없다.11일부터 열릴 임시국회에서 논의한다고는 하지만,국회법 등 쟁점과 맞물려 있어 처리가 마냥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예산안 처리의 시급성은 향후 예산관련 일정을 역산(逆算)하면 바로 나온다.국회가 예산을 확정하면,정부는 예산회계법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각 부처별 예산집행계획과 배정액 등을 결정해야 한다.예산공고를 내기까지 이 과정이 30일 정도 소요된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12월2일로 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예산당국 관계자는 8일 “지난해(12월18일 처리)처럼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그만큼 예산배정이 졸속으로 이뤄져 집행과정의 부실이 초래된다”고 말했다.내년의 경우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보다면밀한 예산집행계획이 요구된다는 것이 예산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앙정부의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책정도 차질을 빚게 된다.지방재정법에 따라 광역단체는 12월16일,기초단체는12월21일까지 예산안을 확정해야 한다.그러나 중앙정부의 지방교부금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예산안을 제대로 수립할 수 없다.정부는 내년도 지방교부금을 23조5,000억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30%를 웃도는 규모다.
예산안이 자칫 올해를 넘기는 사태가 벌어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게 되지만,이는 인건비 등 일부 경상경비에 국한된다.겨울철 실업대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공공근로사업 대상자 7만5,000명(분기 기준) 등 실업자들의 취로사업이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소모적 정쟁으로 정기국회를 40일 이상 공전시킨 뒤,뒤늦게 깊이있는 심사를 주장하며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정치권의 행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진경호기자 j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