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T 걸음마 수준… 열기만 가득
북한이 IT(정보기술)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지난 2월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지역을 방문한 뒤 북한의 언론 매체들은 연일 IT산업 육성을외치고 있다.자본과 자원이 빈약한 현실에서 IT산업만이 21세기 국가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북한의 IT산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목표나 이를 위한 전략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특히 IT산업의 기본인 컴퓨터산업 역시 운용이나 기술면에 있어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북한의 컴퓨터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하드웨어 주로 16비트와 32비트급 컴퓨터 10만여대가 보급돼 있는데 불과하다.그나마 주요 국가기관과 일부 기업(공장기업소),대학,연구소 등만 보유하고 있을 뿐 일반 가정에선 찾아보기 어렵다.지난해말 현재 남한의 PC 보급대수가1,300만대를 넘어 가구당 1대 꼴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컴퓨터 생산시설은 ‘평양컴퓨터조립공장’이 대표적이다.
연간 32비트 컴퓨터 3만대를 생산할 시설을 갖추고있다.그러나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연간 2,000대 정도 생산하는데 그친다.이밖에 ‘조선과학원전자공학연구소 생산공장’,‘평양IC생산공장’,‘김책공대 반도체연구소’ 등이있지만 대부분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다.
하드웨어 부문이 취약한 이유는 경제난과 함께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COCOM)’ 및 바르세나협약에 따른 국제적제재조치로 주요 부품 반입이 여의치 않은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비해 그나마 형편이 낫다.특히 ‘음성인식’과 ‘지문감식’ 소프트웨어는 상당한 수준으로알려졌다.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때 ‘조선컴퓨터센터’측은 노동신문을 음성으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시연해 보였다.지문감식 프로그램은 94∼96년 국제발명전시회에서 잇따라 금상을 수상했다.98년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 바둑 프로그램 ‘은별바둑’이 출전,우승했다.
북한의 소프트웨어는 조선컴퓨터센터를 비롯,김책공대 컴퓨터정보센터,김일성대 정보센터 등 20여곳에서 개발한다.
남한의 ‘한글’에 해당하는 워드프로세서로는 ‘단군’‘평양’ 등이 있다.음성인식 프로그램으로는 ‘127-3’‘평양 2.0’‘칠보산’등 다양하다.일부 우수한 품목은 남한과일본 등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인터넷 ‘www.dprkorea.com’-북한의 국가사이트이다.‘범태평양조선민족 경제개발촉진협회’가 북한 당국의 지원을 받아 99년 10월 개설한 이 사이트는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베이징에서 운영된다.한국어와 영어·일어·중국어판으로 이뤄진 대외선전용 사이트로서 북한내부의 네트워크와는연결되지 않는다.
이처럼 북한은 내부 통신망과 국제 인터넷을 철저히 차단해 놓고 있다.북한은 90년 주요 기관간 근거리통신망(LAN)을 설치한데 이어 97년 평양의 LAN과 각 기업소의 컴퓨터를연결한 광역전산망을 개통했다. 그러나 국외로 연결되는 망은 막아 놓고 있다.북한의 국가코드인 ‘kp’로 등록된 IP주소도 없다.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해외에서 북한으로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에서 외국 인터넷으로 접속할 때도 국제전화선을 이용한 다이얼업 방식만으로 가능하다.그나마 일반주민은 인터넷 접근을 막고 있다.체제유지의 필요성과 컴퓨터 및 통신망 미비,관련기술 부족 등으로 북한의 인터넷은 초보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경호·박찬구 기자 jade@.
*김정남은 IT 전문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이최근 일본 불법 입국으로 국제적 관심을 끌면서 그의 신상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이중 하나가 그가 IT(정보기술)전문가이고,‘조선 컴퓨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북한의 컴퓨터 관련산업을 이끌고있다는 설이다.지난달 김 위원장을 따라 상해를 방문,중국의 IT산업을 시찰했다는 소문과 과거 일본을 두차례 방문했을 때도 컴퓨터부문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그러나 대다수 북한전문가들은 이런 소문에 고개를 갸웃거린다.스위스 제네바와 모스크바에 유학하면서 이 부문에 관심을 가졌을지는 몰라도 서방세계와 비교하면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한 북한 소식통은 9일 “김정남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조선 컴퓨터위원회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그가 북한의 IT산업을이끈다는 얘기도 추측일 뿐 이를 뒷받침할 어떤 행적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엔 휴대폰 있을까.
북한 사람들도 휴대폰을 사용할까.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사람 가운데 일부가 북한 해상에서휴대폰이 작동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때문에 북한에서도휴대폰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특히 국내 휴대폰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 비춰 북한의 일부 특권층이라도 휴대폰을 쓰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많다.
그러나 북한에는 아예 휴대폰이 없다.물론 기지국도,무선이동통신을 운영하는 기관도 없다.철저히 유선통신만 이뤄진다.한 탈북자는 “(남한)사람들이 온통 무전기(휴대폰)를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북한은 최근 IT(정보기술)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이동통신만은 예외다.철저히 휴대폰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체제유지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탈북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금도 유선통신에 대해철저한 감청이 이뤄지고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부분적인 개방에 나섰지만 일반 주민은 물론 특권층이라도 휴대폰 사용은 생각도 못할일”이라며 “개방화 작업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나 휴대폰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