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여소야대] (1) 격랑 정국 어디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3일 국회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향후 정국엔 격랑(激浪)이 몰아칠 것으로 예측된다.
실질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정치판이 재편되면서 여야관계의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며, 지금까지 여권 정국운용의 큰 틀이었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DJP 공조’에도 변화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여권이 국정운용의 원활화,그리고 대선구도의 정비를 위해 ‘보수 대 진보’로의 정계재편을 시도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여야 관계= 김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그리고 JP 등 여야 수뇌의 선택이 주요 변수지만 여야는 당분간 냉각기에 돌입,치열한 물밑 수싸움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지방선거·대통령선거라는 내년의 큰 정치일정을 앞두고 김 대통령과 JP,이회창 총재의 운신의 폭이 크지않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해임안 가결은 이 총재의 승리지만,제1당 총재로서의‘책임’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졌기 때문에 여권을 강경일변도로 밀어부치기엔 부담스러울 것 같다.한나라당에서나오는 여야영수회담 수용 건의를 이 총재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현실적인 관심사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관계는 매우 유동적일 것 같다.이 총재와 JP가 보수층과 충청지역을 놓고 경쟁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해임안 공조로 상징되는 ‘한·자동맹’ 형성은 쉽지않을 것같다.JP와 자민련은 힘은 과시했으나 통치권자의 역린(逆鱗)을 자극하는 ‘결정적 카드’를 써버려 향후 여권의 정국구상에 이끌려다닐 수도 있다.
■DJP 공조와 정계재편= DJP 공조관계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외형적으론 공조는 와해 위기다.여권 인사들은 이날 가결뒤 ‘배신’‘농락’이란 표현으로 자민련을 맹비난했다.“불편한 공조는 끝났다”는 격앙된 분위기로 돌변한 것이다.
자민련으로 이적했던 배기선(裵基善) 의원 등 4명이 가결직후 탈당을 선언한 것도 이같은 강경기류를 감지케 한다.
자민련 몫 각료들의 사의 시사 등 당장 공조가 깨질 분위기가 강한 것이다.
이로 볼 때 김 대통령의 결단 여하에 따라선 DJP 공조가급격히 붕괴된뒤 80년대말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되다,민정·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이 이뤄졌던 식의 대규모 정계개편이 뒤따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여야 모두 해임안 가결이란 ‘30년만의 사태’에 대한 입장정리가 필요하고,급격한 변화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있는 게 변수다.이 경우도 보수 대 진보로의 정국재편을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받을 것 같다.
이춘규기자 taein@.
■임동원장관은 누구.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DJP공조 붕괴를 감수하면서까지지키려고 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은 ‘국민의 정부'가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상징인물이다.
김 대통령은 94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임 장관을 삼고초려끝에 초빙,95년 아태평화재단 사무총장을 맡겨 ‘3단계 통일론’을 완성토록 했다.그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국가정보원장,두차례의 통일부 장관을 거치며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끌었다.이 과정에서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 서해교전 등 역풍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대북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특히 지난해 6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두차례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6·15공동선언 탄생 과정에 깊이 참여했다.임 장관은 물러나더라도 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 조율과정에 적극 참여할 전망이다.이에 따라 대통령의 외교안보 특보를 맡을 것이라는관측도 나돈다.
진경호기자 j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