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대통령 노벨평화상/ 전문가 특별좌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향후 남북관계와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외교 및 세계 인권·민주화 분야 등에 큰 영향을 미칠전망이다. 대한매일은 15일 특별 좌담을 마련,평화상 수상의 의의를조명하고 국내외적인 영향을 점검했다.좌담에는 유장희(柳莊熙)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유승남(柳勝男)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손봉숙(孫鳳淑)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이 참석했다.
◈ 노벨평화상 수상 의의.
■손 이사장 세계 어느 지역보다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상을 받은 것은 한반도의 앞날을 생각할 때 의미있는 일입니다.특히 한반도가 민주주의를숭상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평화를 원하는 나라로 대접 받고 책임과의무를 다하는 과제를 부여받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유 원장 그동안 노벨평화상이 주로 서방국가에 집중됐다는 부정적평가도 있었지만 이제 동양권으로 시선이 돌려졌습니다.한국이 고통의 역사를 승화시켜 세계평화와 인권증진을 위해 새롭게 등장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됩니다.
■유 교수 이번 수상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과거 한국과 아시아지역의 민주화와 인권신장에 기울인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대통령 취임후 전 세계 마지막 남은 냉전지역에서 민족 공존공영체 실현과 한민족 발전을 위한 획기적 업적을 인정하는영광스런 수상이지요.
◈ 남북관계.
■손 이사장 이번 수상은 남북관계 개선에 굉장히 기여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동북아 평화구도 정착에 탄력이 붙을 것입니다.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강 관계에서 외교 발언권을 강화하는 계기를마련했고,북한의 개방을 이끌기 위한 국제적 협조와 지원을 얻는데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국내적으로는 이번 수상이 장기적·지속적으로 국민 합의의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합니다.임기내 ‘통일 대통령’보다는 통일의 기반을 놓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길 바랍니다.
■유 교수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광범위한 국민 지지를 획득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그동안 대북정책에서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을 준 야당과 기득권층에서 ‘통일대통령’ 논의 등 정치적 화두를 꺼내는 것은 통일이 1,2년내 단시일 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에서성급합니다.아직까지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층이적지 않습니다.그러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6·15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인 인권부문 개선작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사회 저변에 큰 저항이 없을 것입니다.권력구조논의나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 등에서는 광범위한 국민 동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합니다.
■유 원장 이번 수상이 남북 관계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입니다.노벨평화상이 워낙 권위가 있어 수상 자체가 세계적으로 우리의 대북정책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대북정책의 국제적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경제 회생을 위해 세계은행(IBRD)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금융기금(IMF)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됐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 대통령이 세계의 ‘큰 어른’이 됐다고 해도과언이 아닙니다.이제 여유를 갖고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도 김 대통령의 수상에 자극을 받아 남북평화에 초석을 쌓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하는 등 남북관계에서 분발하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 국제외교.
■손 이사장 향후 다자외교 측면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특히 오는 20,21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채택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서울선언이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맞물려 우리 나라의 국제적 지위를 높일것입니다.
■유 교수 국제신인도도 증대될 것이 분명합니다.국내 해외자본 유치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이번 ASEM과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APEC) 회의에서도아시아 인권과 민주화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 원장 외교 무대에 코리아의 시대가 왔습니다.무엇보다 이번 ASEM에서는 우리가 의장국이며,김 대통령은 의장이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입니다.개회식에서 한바탕 축제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이런 여건에 힘입어 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아시아와 유럽의 정보통신 교환과 21세기 실크로드로 불리는 유라시아 철도 시스템 구축 등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관계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의제들을 우리가앞장서서 제안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11월 브루나이에서열리는 APEC 정상회담을 통해 김 대통령이 제시할 역내 선진국·개도국간 지식공유 사업 활성화 구상,여성이 참여하는 APEC 활동 방향의구체적 방안 등에도 큰 힘이 실릴 것입니다.
◈ 국내외 인권·민주화.
■손 이사장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우리나라가 인권을 중시하는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습니다.대통령은 이미 인권사각지대인 동티모르에 한국군을 파병함으로써 우리가 인권을 이슈로 외국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보여 줬습니다.여성 노동자 등의 인권문제도 대통령이 꾸준히 개선시켜 나갈 과제입니다.
■유 교수 이번 수상의 배경에는 인권신장 등 대통령의 과거 업적이크게 평가됐습니다.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위해서는 국내적으로남녀간 성차별 문제,소외계층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유 원장 김 대통령은 미얀마,동티모르 등 세계적 인권문제에 직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이제는 대북문제에서도 노벨수상자로서 인권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가 됐습니다.국내에서는 지역갈등,소외계층 인권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 정치·경제적 효과.
■손 이사장 이번 수상 발표 직후 ‘대통령이 이제 내정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습니다.‘초당적 입장이 되어 달라’며 여당총재직을 버리라는 주문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못가더라도 이제는 국제적인 지도자로서 ‘큰 정치’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입니다.남남문제도 해결이 안되는 데 어떻게 남북문제,나아가 국제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2년 남짓 임기동안 대통령이 너무 정권재창출에 매달리지 않아야 큰 정치가 가능합니다.
■유 교수 ‘이제 내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기본 전제가 잘못됐습니다.지금까지는 국내정치는 방치하고 외교만 했다는 얘기입니까.‘큰 정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으나편가르기식의 대립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정치현실이 문제입니다.야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 원칙없이 시비만 걸었습니다.국회가 정쟁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대안모색의 정책활동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정치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관용과 포용의 정치,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 등의 풍토조성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유 원장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단기적으로 국가 신인도가 올라가는데 일조할 것입니다.공장이나 주식을 팔고 우리나라를 떠나던 외국투자가들 사이에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시각이 지나친 기우’ 라는심리적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중장기적으로는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집권 후반기에 개혁정책이 느슨해 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국내 기업을 상대로 4대부문 개혁 조치를다시 한번 밀어붙일 수 있는 활력을 얻게 됐습니다.
◈ 결론.
■손 이사장 노벨평화상에는 앞으로도민주화와 인권신장 등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 있습니다.대통령은 국제적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과의무가 막중해졌습니다.국제적으로 우리보다 위상이 낮은 나라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국내 정치 측면에서는 대통령이 권력을 분산하면서 큰 틀에서 정국을 풀어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 교수 정부 차원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에 걸맞게 인권과 민주주의신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국정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앙 정부나 정당에서 권력 집중화 현상을 줄여 탈권위주의 정치를지향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남북간 공존공영 체제나 화해 움직임은긍정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국민화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남남갈등,동서갈등 등 특정정당 지지가 지역별 분할체제로 짜여져 있는 것은 국가발전에 저해됩니다.이는 균형적 인사정책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엘리트 층의 광범위한 동의로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대협약을 이루는 노력이필요합니다.정당이 정책으로 대결하는 체제로 재편되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무엇보다 각종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고양되어야 합니다.
■유 원장 지난 100년간 노벨평화상 수상자 83명 가운데 47명은 미국,영국,프랑스,스웨덴,독일 출신이었습니다.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한세계적 인물이 이들 나라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나머지 수상자는 비극과 고통의 현장에서 나타난 투사입니다.
김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기여한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투사이기도한 점이 특이합니다.우리나라는 전 세계 인권국가 틈에 끼면서도 그렇지 못한 나라에도 끼여 있는,즉 세계 평화를 위한 징검다리 구실을할 수 있습니다.국정지표를 좀더 착실히 이행해 나가기 위한 국내외적인 분위기도 성숙됐습니다.따라서 앞으로는 4대개혁이 더욱 힘을얻을 전망입니다.
정리 박찬구 주현진기자 c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