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인사이드] 경영철학 책 내는 CEO들
평소 다독다작(多讀多作)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말을 맞아 잇따라 단행본을 쏟아내고 있다. 사뭇 CEO의 ‘출판의 계절’로 불릴 정도다.
이들 책은 경영 철학이나 직원에게 보냈던 격려편지 내용 등을 간추린 것으로, 회사경영의 전반은 물론 CEO 개인의 인생관도 엿볼 수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독서광들이어서 관심을 더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가인 안철수 사장은 최근 단행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김영사)을 출간했다.9번째 단행본으로,CEO로선 가장 많은 도서를 발간한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홈페이지에 실었던 10여개 칼럼은 물론 직원들과 주고받은 편지, 틈틈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54개 칼럼을 엮어 냈다.
책 갈피에는 건전한 기업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태도, 전문가와 리더,IT 강국, 글로벌 시대의 성공,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CEO다 등 사회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들을 다뤘다.
또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빌 게이츠도 성공할 수 없다.’는 내용의 비판적 글도 담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01년 ‘영혼이 있는 승부’를 낸 뒤 3년 만에 선보인 것이다.
이에 앞서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으로 유명한 웅진식품 조운호 사장은 제품개발 노하우와 경험담을 담은 경영에세이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책바치)를 최근 펴냈다.
책은 ‘그래, 어디 보자’로 시작하라,‘정말 그럴까’를 끊임없이 반복하라,‘그러니까 된다’로 밀어붙여라, 명예로운 성공이 아니면 탐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아이디어를 묻지 말라 등을 위기돌파 기법으로 내세웠다. 그는 “충분한 시장 조사와 끊임없는 자문 끝에 얻은 결론이라면 관행이나 주위 반대 때문에 확신을 꺾지 말라.”고 조언했다.
삼성SDS 김인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월요일마다 경영 소회를 적어 전 직원에게 발송한 ‘CEO의 월요편지’를 묶어 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96주 연속 전 직원에 보내진 편지는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책 한권 분량인 2000장에 달한다. 편지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비전은 물론 인생철학 및 경험담, 좋은 책 소개 등을 담고 있다.
NHN 김범수 대표도 올해 초부터 2개월에 한번 전 직원에게 CEO 편지를 쓰고 있다. 아름다운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 글로벌을 위한 도약 등 앞서가는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언젠가 단행본으로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CEO 중에는 바쁜 일정 속에도 다독다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읽고 쓰는 것은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로서 직원들과도 가까워지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올바른 길을 제시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