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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개 경찰서 공공의 적 사기꾼 ‘진 닥터’ 잡았다

    “드디어 진 닥터를 잡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1팀의 무전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에 있는 31개 경찰서 중 29개 경찰서에서 지난 2년 넘게 쫓고 있던 사기꾼 진모(45)씨가 마침내 검거된 것이다. 전문대 중퇴 학력이지만 의사와 변호사, 은행원 등 여러 신분으로 포장해 온 진씨의 사기 수법은 대단히 지능적이었다.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호프집. 말쑥한 정장 차림에 자신을 은행원이라 소개한 진씨는 주인의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을 했다. 진씨는 “오늘 저녁 우리 은행에서 단체 회식을 하는데 메뉴에 없는 양주와 와인을 준비하면 법인카드로 술값의 두 배를 쳐서 계산하겠다”고 말했다. 진씨는 호프집 종업원이 주인으로부터 받은 신용카드로 양주와 와인을 사러 나가자 뒤따라가 “양주와 포도주는 내가 아는 곳에서 살 테니 제과점에 맡겨놓은 케이크를 찾아 달라”고 말했다. 종업원이 진씨를 믿고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자 그는 인근 은행에서 660만원을 인출해 줄행랑을 쳤다. 진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2년 11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서울과 경기 의정부 일대를 돌며 총 130건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 피해액이 3억여원에 이른다. 진씨는 장사가 잘 안 되는 영세한 식당을 표적으로 삼았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동생 이름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여자 친구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가 늘면서 그를 뒤쫓는 서울의 경찰서가 어느덧 29개로 증가했고, 경찰은 그에게 ‘진 닥터’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진씨는 지난달 30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그의 동선을 역추적해 온 광진서 형사들에 의해 은신처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진씨가 상습 사기 및 절도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고 7일 밝혔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메르스 공포-병원 공개 이후] 입원환자 “병원 옮기고 싶어도 못 가” 격앙… 시민들 “국민 생명 우선… 늦었지만 잘한 일”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및 경유 병원 24곳의 실명을 공개한 7일 해당 병원 환자와 가족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번째, 14번째, 60번째, 62번째 환자에게 노출돼 격리 조치된 의료진만 703명(전체 의료진의 18%)에 달해 병원 분위기가 극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남편의 식도암 수술이 예정돼 있는 이모(53·여)씨는 “남편이 메르스 의심환자라서 관찰실로 보내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면서 “식도암을 신경 쓰고 치료하기도 벅찬데 메르스까지 걸리면 대체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남편이 격리돼 있는 곳은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주지 않아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전했다. 입원 중인 아들을 간호하고 있는 천모(60·여)씨는 “다른 병원으로 함부로 옮기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아들도 지난 5일부터 고열로 메르스 검사를 해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딴 병원으로 옮기지도 못해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삼성서울병원 본관 접수창구 10곳이 대부분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업무를 보는 환자 가족은 단 1명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내원객이 8500명가량인데 이달 1∼3일 통계를 내 보니 30%가 줄었다”며 “건강검진센터의 경우 검진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업무가 줄어 아예 직원 일부를 휴가 보냈다”고 말했다. 1주일째 삼성서울병원에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라는 김모(59)씨는 “정부 공식 발표로 앞으로는 외래환자들도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진원지로 파악된 응급실은 정상 운영 중이었지만 출입구 두 곳은 폐쇄됐다.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응급환자가 메르스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몰라 본관과 통하는 쪽문만 개방했다. 처음 내원하는 환자나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온 환자는 받지 않았다. 메르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탓이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해 간 병원들도 사람들이 꺼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과 지난달 26일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다녀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도 내원객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부가 병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손모(46)씨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어디인지 알고 그 병원을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했어야 했다”면서 “민간병원의 피해를 우려할 게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우선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김모(31)씨는 “애초부터 국공립 병원과 같이 국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병원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영업이익에 영향받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았으면 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어디서 옮았는지 추적 끊기면 ‘팬데믹’… 과하다 싶게 격리하라

    어디서 옮았는지 추적 끊기면 ‘팬데믹’… 과하다 싶게 격리하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자들이 잠복기(2~14일) 중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규모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메르스의 지역사회 침투 우려가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과 만성질환 환자부터 지역사회 감염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학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5일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는 41명, 사망자는 4명으로 치사율은 9.8%로 높아졌다. 격리자는 1800여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사태 초기에 격리되지 않았던 3차 감염자들이 이달 들어 확진 판정을 받고 있어 4차 혹은 5차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전병률(전 질병관리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날 “누가 누구로부터 옮았는지 연결고리만 분명하면 몇 차 감염자인지가 중요하지 않지만 추적이 끊기면 격리 대상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는다”며 “그때부터는 한국판 ‘팬데믹’(대유행병)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감염자가 누구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면 사실상 격리를 통한 전염병 예방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당초 메르스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플루와 달리 전염력이 낮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초기 감염자 격리 조치가 허술해 예외적인 상황이 초래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준성 경희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논하긴 아직 이르다”면서도 “병원 내 감염자 관리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교수는 “메르스가 전염력이 낮아 지역사회에 침투하더라도 한두 케이스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 교수는 “현재 양적으로 감염자 밀착 접촉자가 굉장히 늘어난 상태”라며 “보건 당국이 하루빨리 접촉 경위, 동선 등을 파악해 적극 관리하면 지역사회 확산은 국소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국내로 오면서 변이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3차 감염자를 양성한 14번, 16번 환자처럼 ‘슈퍼 보균자’가 격리 조치되지 않았거나 실제 바이러스가 변이됐다면 무차별 확산 가능성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이 굉장히 이례적인데 국내에서는 벌써 10명 가까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보건 당국이 지금이라도 감염 의심 환자를 모두 찾아내 격리하는 등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지역사회 확산을 철저하게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면역력도 약하다. 밀착된 공간에서는 바이러스가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병원 내 4, 5차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며 “공기 중 감염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격리 조치되지 않은 4, 5차 감염자 한두 명 때문에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단독] 복잡한 확진 절차가 메르스 키웠다

    [단독] 복잡한 확진 절차가 메르스 키웠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직접 관리하는 일선 보건소와 이를 총괄 지휘, 감독하는 질병관리본부 간 손발이 맞지 않아 곳곳에서 방역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국 시·도 일선 보건소마다 업무 과부하가 걸렸지만 중앙정부가 정확한 지침은커녕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아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4일 일선 보건소와 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메르스 의심 환자의 확진 판정은 질병관리본부에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선 보건소 근무자들은 의심 환자의 타액 등 가검물을 갖고 직접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로 배달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메르스 양성 여부를 검사할 수 있지만 양성반응이 나오더라도 이 가검물을 질병관리본부에 보내야만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시약이 다르지 않다면 똑같은 일을 두 번 하는 셈이다. 서울 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나 “의심 환자가 하루에 10여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구급차 한 대로 4시간 넘게 걸리는 오송을 매일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이 확진 판정을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체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질병관리본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됐다”고 털어놨다. 메르스 환자 정보를 질병관리본부가 독점하면서 지휘 체계의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를 격리 대상자로 지정했어도 이를 보건소에 신속하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는 자택 격리를 늦추게 해 3차 감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 지역 보건소 관계자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중앙정부에서 충분한 지원과 지휘 체계 없이 보건소를 접수 기관으로 지정해 보건소 자체적으로도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의심 환자를 수용할 격리 시설이 없어 직원 휴식 공간을 사용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의심 환자들의 신속한 확진과 관리를 위한 기관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메르스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질병임에도 메르스 감염자 확진 판정을 질병관리본부만 하도록 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각 시·도의 보건환경연구원에 확진 판정 업무를 맡기지 않는 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중앙정부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보건소가 감염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질병관리본부와 소통이 안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전염병 방역은 어느 날 갑자기 보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보건소 등에도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려 대비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메르스 병원’ 쉬쉬… 커지는 괴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따른 국민들의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발병 지역과 환자 접촉 병원 등의 공개를 놓고 논란과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므로 공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3일까지 총 30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환자들이 다녀갔다는 병원의 이름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공연히 떠다니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코레일의 병원 명단 공개 파문에 이어 특정 병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주의를 요구하는 일부 병원의 안내문도 사진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실제 이날 경기 광주경찰서는 “광주 A병원 등 4곳에 메르스 발생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린 이모(49·자영업)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거론된 병원 측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가 폭주하자 경찰에 사실을 알리고 이씨를 고소했다. 해당 리스트는 사실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당국인 보건복지부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비밀주의로 일관해서 생기고 있는 혼란이 공개한 뒤 나타날 수 있는 파장보다 오히려 큰 것 같다”면서 “국민 스스로 본인이 처한 위험을 정확히 알고 판단한 뒤 행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의견도 만만치 않다. 병원 명단을 공개하면 해당 병원뿐 아니라 국민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다. 이일학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일반 환자들도 해당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순히 알권리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서울 특급호텔서 ‘칼부림’ 무슨 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중국·대만 폭력배들의 ‘칼부림’이 벌어졌다. 보이스피싱으로 10억원을 국내에서 챙긴 사기단이 이를 중국 위안화로 바꾸려다 환전상이 고용한 조직 폭력배에게 되레 돈을 빼앗기고 중상을 입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일 중국인 이모(28)씨와 이씨에게 1억원을 받기로 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장모(21)씨 등 대만 국적의 폭력배 5명을 포함한 총 6명을 강도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장씨 일당이 지난달 24일 오후 6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 객실에서 김모(35)씨 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일당이 휘두른 흉기에 김씨는 머리를 다쳤고 또 다른 이모씨는 가슴을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호텔 객실에 2명이 흉기를 맞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이 사건을 수사하다 피해자 김씨 등이 보이스피싱 범죄로 가로챈 돈을 장씨 일당에게 빼앗긴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역시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 등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검찰청 검사를 사칭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환전상은 보이스피싱 불법 자금을 빼앗아도 이를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과 인출책 등 공범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생각나눔] 태극기 태운 20대男 ‘국기모독’ 영장

    지난 4월 18일 세월호 희생자 1주기 추모대회 당시 태극기를 불태운 김모(24)씨에 대해 경찰이 국기모독죄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하려는 가운데 처벌의 적절성을 놓고 1일 논란이 일고 있다. 형법 5조의 ‘국기모독죄’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에 대해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기를 태운 행위뿐 아니라 국가를 모욕하려 한 의도가 입증돼야만 비로소 ‘범죄’가 성립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유신체제인 1975년 국가 모독 행위의 처벌을 위해 제정된 ‘국가모독죄’가 1988년 12월 폐지된 현실에 비춰 볼 때 국기 모독의 전제 조건이 될 국가 모독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을 겸하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지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학계 일각에서는 김씨에 대한 국기모독죄 적용에 대해 ‘법 해석의 과잉’ ‘위헌 소지’ 등의 판단을 내놓고 있다.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씨의 경우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아니라 경찰의 집회 진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태운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기모독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서 배재대 공무원법학과 교수는 국기모독죄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국가모독죄’가 폐지된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를 침범할 수 없는 성역으로 여기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정부에 대한 항의 수단으로 선택한 태극기 소각 행위를 처벌하면 결국 표현의 수단을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위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도 베트남전쟁 반대 집회 당시 국기를 태우는 행위가 논란이 됐지만 정치적 표현 행위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본인의 의도뿐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 의미도 봐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이 태극기가 태워지는 장면을 보고 모욕감을 느낀 만큼 위법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국기모독죄와 관련된 판례가 없다는 점에서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뿐 아니라 향후 법적 공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상대적 빈곤·사회적 고립·우울감 공유… ‘희망 사다리’ 끊다

    상대적 빈곤·사회적 고립·우울감 공유… ‘희망 사다리’ 끊다

    지난 26일 경기 부천 원미구 성모병원 장례식장. 세 자매의 영정이 나란히 놓인 빈소에는 적막감만이 맴돌았다. 그들의 쓸쓸한 죽음을 지키는 사람들은 친지 5~6명뿐. 서울신문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세 자매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지만 또래 조문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27일 오전에 있었던 이들의 영결식 때도 비슷했다. 세 자매의 외삼촌은 전날 밤 다녀간 조카 친구들의 말을 덤덤하게 전했다. “자기들도 당황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일을 저지를 애들이 아니라고요.” 부천 세 자매 사망 사건이 자살로 결론지어진 가운데 그들의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실직 상태이기는 했지만, 기초생활보장대상자가 아니었고 살고 있던 곳도 어머니 소유의 시가 2억원대 아파트로, ‘절대 빈곤’ 상태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느꼈을 ‘상대적 빈곤감’, 무직에서 오는 ‘사회적 고립’, 세 자매 간의 친밀성에서 비롯된 ‘우울감 증폭’이 동반 자살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둡게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넷째 딸(31)과 다섯째 딸(29)은 지난 10년간 이렇다 할 직장이 없었다. 여기에 셋째 딸(33)이 지난 2월 10년간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두면서 불안감이 한층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 자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있었다면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오랜 기간 실업 상태를 통해 연애, 결혼을 꿈꿀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과 정체성, 존재감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 빈곤이 희망 사다리를 끊어 자신들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은 사회적 단절 상태까지 겪었을 확률이 높다. 세 자매는 그럴수록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친밀한 가족끼리 절망감을 공유하면서 자살까지 한 발 한 발 나아갔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투신하지 않고 목 졸려 사망한 막내는 자살이 두렵거나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았을 수 있다”면서 “언니들은 동생을 먼저 보내고 돌이킬 수 없는 마음에 투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세 자매의 특수한 상황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 아니라 우리나라 청년들이 겪는 취업의 문제, 비정규직의 문제로 시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들은 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일해도 저축을 할 수 없는 만큼 희망을 상실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면서 “더군다나 노력해도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는 절망적 계층구조가 세 자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다른 친구들이나 정부기관 등 외부적 도움과 교류가 있었다면 이들이 동반 자살에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열악한 사회 환경에서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모방 자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절망’이라는 이름의 청춘

    ‘절망’이라는 이름의 청춘

    경기 부천 세 자매 사망 사건이 결국 상대적 박탈감과 세상으로부터의 고립감 등이 우울증으로 발전해 빚어진 ‘동반 자살’로 결론 났다. 경찰은 27일 세 자매에 대한 부검 결과와 주변 인물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마무리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신문은 함께 살던 30세 안팎의 세 자매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는지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관)와 심리학·사회학·정신과 전문가들을 통해 분석했다. 많은 전문가는 세 자매 동반 자살의 원인을 ‘우울감의 공유’에서 찾았다.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감정 공유 능력이 남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세 자매가 각자의 절망을 공유하면서 우울감을 증폭시켜 결국 동반 자살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두 명이 힘든 처지에 놓여 우울감을 느끼더라도 외부와 관계를 맺은 나머지 한 사람이 희망을 얘기했다면 동반 자살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관계가 끊겨 외로움을 느끼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과정에서 친밀한 사람들끼리 감정이 공유됐을 때 ‘혼자 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동반 자살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세 자매 모두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점이 결정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세 자매 중 셋째 딸(33)만 최근 취업 경험이 있었고 넷째(31)와 다섯째(29) 딸의 직장 생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나마 셋째도 최근 직장을 잃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셋째 딸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월급 160만원을 받고 10여년간 재직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 자살이 사전에 계획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서를 작성했다는 것은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세 자매는 각자 한 장씩 “사는 게 힘들다. 화장해 뿌려달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유서를 남겼다. 다만 홍 교수는 “투신은 충동적인 자살을 의미하는 만큼 오랫동안 자살을 그려왔더라도 실제로 자살에 이르기까지 마음먹은 건 짧은 시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빈손으로 내려온 탈북민들 “더 어려운 남한 사람 돕겠다”

    빈손으로 내려온 탈북민들 “더 어려운 남한 사람 돕겠다”

    “알몸뚱이로 남쪽에 왔어요. 다들 잘살고 풍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사는 분도 많더군요.” 탈북민 10명이 어려운 처지의 남한 사람들을 돕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탈북민 김향순(70·여·가명)씨는 지난달 16일 ‘되돌이사랑 봉사단’을 발족했다. 탈북민 3명으로 출발한 봉사단은 탈북 사회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 새 10명으로 늘었다. 봉사단은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매월 무료급식 활동을 하고,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 7일에는 저소득층 노인 6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앞으로 지역 내 복지관과 연계해 노인들에 대한 청소와 목욕 봉사도 할 예정이다. 봉사단장인 김씨는 북한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다 2010년 남편과 함께 탈북했다. 그는 북에 남은 가족들의 탈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사 도우미부터 간병인까지 다양한 일을 해 왔다. 그런 노력 덕분에 2011년에는 딸과 손자를, 지난해에는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우리 탈북자들은 (정부 지원 덕분에) 집도 있고 병원비도 지원받고 여러 도움을 받았는데 힘든 분들을 보면 죄송스러웠다”며 “물질적으로 돕지는 못해도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의 생각이 강동경찰서의 도움을 통해 지역 탈북민들에게 전해지면서 봉사단이 꾸려졌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전단 살포, 풍자 예술인가 SNS 이슈용 ‘이벤트’인가

    전단 살포, 풍자 예술인가 SNS 이슈용 ‘이벤트’인가

    지난해 10월 20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옥상에서 전단 4500장이 뿌려졌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등장인물처럼 머리에 꽃을 꽂은 박근혜 대통령의 풍자 그림이 담겨 있는 전단이었다. 이 전단을 살포한 팝아트 작가 이하(47·본명 이병하)씨는 “부정선거 의혹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세상을 풍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기점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전단 살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16~17일에도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전단 수천장이 서울 홍익대 등 전국 7곳에서 뿌려졌다. 군사정부 시절인 1970~80년대 등사기 롤러로 종이에 찍어 배포했던 조악한 품질의 전단이 ‘복고 열풍’을 타고 디지털 시대의 저항 수단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중화로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창’(窓)은 다양해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아날로그 방식의 전단이 등장한 데 대해 사회학자 등 전문가들은 현 정부와 관련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임 이명박(MB) 정부 때도 정부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고 SNS를 통해 확산됐지만 전단은 등장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단의 비판 대상이 박근혜 정부라는 점에 주목한다. 군사독재 시절 주요 비판 수단이었던 전단을 사용함으로써 과거 독재정권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연상 작용을 유도한다는 얘기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부독재 시절의 주요 선동 방법인 전단을 이용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를 떠올리게 하는 수단이 된다”며 “이씨가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을 합성한 것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날로그적 행위 자체의 희귀성도 거론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날로그는 이제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 된 만큼 전단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전단이라는 방식이 과거를 회상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전단 살포가 일종의 ‘이벤트’라는 시각도 있다. 전단을 뿌리는 행위 자체는 SNS를 이용하는 것보다 확산 효과나 메시지 도달률이 낮지만, 이를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더욱 널리 퍼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벤트를 통해 SNS에 이야깃거리를 던져 줌으로써 SNS 안에서 재생산될 수 있다”며 “홍익대 앞 등 주로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전단을 뿌리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단의 등장 시점도 묘하다. 지난해 10월 정부 비판 전단이 뿌려지기 직전엔 ‘대북 전단’이 논란이 됐다. ‘대북 삐라’는 허용하면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억압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던 시기다. 노 교수는 “단순히 SNS 검열을 피하고자 전단을 이용했다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전단 배포에 나선 이하씨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예술은 갤러리에 전시하는 게 아니라 거리로 나가 대중과 만나는 것이며, 가장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전단과 포스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단은 하늘에서 떨어져 극적인 효과가 있고 오프라인 행위이지만 온라인과 결합한 예술 행위”라며 대정부 비판 전단을 고도의 정치 풍자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홍문종·서병수·유정복 ‘친박 핵심’ 만지작… 특사 수사는 기록 검토만

    홍준표(61) 경남도지사와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에 대한 직접 조사를 마무리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다음 대상자 선별에 들어갔다. 수사팀 관계자는 15일 “수사팀이 그동안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만 해 온 것은 아니다”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있는 다른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수집·분석 중이며 효율적인 수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1억원 수수 의혹의 홍 지사와 3000만원 수수 의혹의 이 전 총리 다음 순서로 홍문종(60) 새누리당 의원과 서병수(63) 부산시장, 유정복(58) 인천시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 홍 의원은 2억원, 유 시장은 3억원을 받은 것으로 적혀 있다. 서 시장의 경우 실명 없이 ‘부산시장 2억’으로만 표기돼 있다. 이들이 모두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 전 회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최소 7억원이 당시 선거 캠프 실세들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이 2012년 10월 여야 유력 정치인 3명에게 주기 위해 현금 6억원을 가방 3개에 나눠 담았다는 증언이 나오며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 전 회장과 사업 관계로 만났다는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 회장이 5만원권이 가득 들어 있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여의도 사무실로 찾아와 3개의 서류 가방에 옮겨 담는 것을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방 2개는 여당 의원 2명, 1개는 야당 의원 1명을 위해 준비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고, 전달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여당 의원 2명은 메모지에 포함된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조만간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특별사면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전담 검사 1명을 지정, 특별사면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사로 확대할 수 있는 단서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보수단체들은 지난달 말 검찰에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을 수사하라는 진정서와 고발장을 잇따라 제출해 놓은 상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쓰러진 동료들 참혹”… 전날 밤 최씨 유서 작성 목격도

    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 52사단 예비군 훈련장 사격장. 가해자 최모(23)씨가 총기 난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사로(射路) 주변과 총상을 입은 예비군들이 몰려 있던 2∼5사로 주변에는 혈흔과 함께 주인 잃은 전투모와 전투화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엎드려쏴’ 자세로 사격할 때는 통상 바닥에 매트를 깔지만, 1∼5사로 대부분은 혈흔을 가리기 위해 군용 비옷으로 덮여 있었고, 군데군데 흰색 분필로 타원 표시가 돼 있었다. 군 관계자는 “혈흔이 있었던 자리”라고 설명했다. 육군은 이날 오후 500여명의 예비군을 퇴소시켰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2박 3일 훈련을 끝낸 예비군들 표정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일부는 여전히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였다. 총기 난사 당시 13사로에서 있었다는 박모(27)씨는 “당시 2사로의 부사수가 최씨 범행을 최초로 목격했다고 들었다. 최씨의 K2 총구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뛰어내려 갔다고 들었다”며 “나는 귀마개를 한 채 엎드려 있던 상태여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사격중지’를 연달아 외치는 소리를 듣고 뒤늦게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고 말했다. 최씨의 바로 앞 조에서 사격을 했다는 이모(25)씨는 사격 전 최씨와 나눈 대화를 기억했다. 이씨는 “(최씨가) 혼잣말을 유독 많이 했고 조용한 편이었지만, 본인이 1사로에 서야 한다고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씨가 유서를 쓰는 모습을 목격한 예비군도 있었다. 정모(26)씨는 “사건 전날 오후 9시 점호가 끝나고 누가 계단에 걸터 앉아서 뭘 쓰고 있길래 ‘뭐 쓰느냐’고 물었더니 최씨가 ‘편지 쓴다’고 대답했다”고 털어놓았다. 육군은 총기 난사 당시 사로에 있던 예비군 등 40여명을 상대로 심리상담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격 차례를 기다리다가 참상을 목격한 예비군 등 당시 사격장에 있었던 나머지 160여명에 대해서는 퇴소 직전 트라우마와 관련된 교육을 1시간가량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사격 훈련에서 배제된 채 앰뷸런스에 타고 있던 박모(25)씨는 당시 상황을 “끔찍했다”고 표현했다. 박씨는 총기 난사 직후 바닥에 2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모습과 얼굴 전체에 피범벅이 돼 앰뷸런스에 타는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박씨는 “퇴소 직전 트라우마 교육을 했고 군에서 (총격 사고가 벌어진 것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모두 형식에 불과했다”면서 “아직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렵고, 사망자 중에 친구 동생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더 참담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이완구 돈 받았다’ 결론… 이번주 소환

    ‘이완구 돈 받았다’ 결론… 이번주 소환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013년 4월 4일 오후 4~5시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만나 돈을 받은 것으로 사실상 결론 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로 이 전 총리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조사실로 부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2013년 재·보궐 선거 당시 이 전 총리 캠프의 사무장, 수행비서, 운전기사, 자원봉사자 등에 대한 잇단 조사를 통해 4월 4일 이 전 총리가 홍성에서 열린 충남도청 개청식 뒤 청양 선거연락사무소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부여 선거사무소로 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양 방문설(說)’은 성 전 회장과의 접촉을 반박할 수 있는 알리바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전 총리 측 선거 사무장이었던 신모씨가 수사팀에 제출한 일정표에는 청양 방문이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의 시간’에 이 전 총리가 부여 사무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3000만원을 전달한 방법과 관련해서도 지난 주말 성 전 회장의 비서실장 이용기(구속)씨와 수행비서 금모씨, 운전기사 여모씨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총리 측의 회유 의혹에 대한 보강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수사팀은 부여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였던 한모씨와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였던 윤모씨 등을 조사하며 휴대전화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이 전 총리 측에서 전화가 걸려온 시간 등을 확인하고 통화 내용에 대한 진술도 확보했다. 윤씨와 한씨는 금품 전달 시점으로 지목된 4월 4일에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만났다고 언론 등을 통해 증언한 인물이다. 이 전 총리 측 김모 비서관의 부탁을 받은 김모 전 부여군 의원이 한씨에게 전화를 걸어 다그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만간 김 비서관 등을 추가 소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 비서관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확인하려 했을 뿐 회유한 적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떨고 있니…‘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피의자 신분 檢 출석

    떨고 있니…‘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피의자 신분 檢 출석

    홍준표(61) 경남지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8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유력 정치인 8명 중 첫 번째로 검찰에 불려 나왔다. 2013년 4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뒤 수뢰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최초의 거물급 정치인이기도 하다.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수사를 통해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은 뒤 1995년 검찰을 떠났던 그다. 이후 20년간 4선 국회의원과 여당 대표를 거쳐 광역단체장까지 섭렵하며 대권 주자를 넘보는 거물급 정치인이 됐지만 이날 아침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고검 1층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홍 지사는 조사 직전 기자들에게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날 홍 지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수사팀은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홍 지사가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현금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지사는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6월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물론이고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증거인멸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는 해명을 위해 상당히 많은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수사팀 관계자가 밝혔다. 수사팀은 홍 지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홍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수사팀은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에 대한 회유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에 직접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홍준표 1억’ 마지막 퍼즐 ‘몸통’ 확인만 남았다

    ‘홍준표 1억’ 마지막 퍼즐 ‘몸통’ 확인만 남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61) 경남지사의 소환 조사가 8일로 확정됨에 따라 적어도 홍 지사 개인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 및 향배가 조만간 가려지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 의혹을 가장 먼저 정리한 뒤 3000만원 수수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홍 지사의 지위를 고려해 단 한 차례 소환 조사를 통해 혐의를 확정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비서 윤모(여)씨 소환을 시작으로 홍 지사 수사를 본격 착수한 뒤 9일 만에 홍 지사를 부른다는 점에서 수사팀은 이미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사팀 관계자가 “모든 수사의 목표는 기소”라고 말한 대목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출범 초기 수사팀은 “칠흑같이 어두운 망망대해의 돛단배”라고 스스로의 처지를 비유했지만 현재는 홍 지사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숨졌지만 ‘전달자’로 알려진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앞서 네 차례에 걸친 윤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현금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홍 지사에게 줬다”는 취지의 일관된 진술을 확보했고, 또 돈을 건넬 당시 홍 지사의 보좌관이던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이 배석했다는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검찰에 나온 나 본부장은 처음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다가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홍 지사와 함께 윤 전 부사장을 따로 만난 부분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윤 전 부사장과 나 본부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물도 일부 확보해 복원했다. 바닥은 이미 모두 다졌고 ‘기둥’인 홍 지사 조사만 남은 것이다. 연일 ‘장외 방어’에 몰두하고 있는 홍 지사가 검찰 조사에서도 모든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사팀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종합해 홍 지사의 방어 논리를 깨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날 수사팀은 이 전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만남을 목격했다고 언론을 통해 증언한 관계자 2명을 조사해 이 전 총리 소환도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의 옛 운전기사인 윤모씨와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였던 한모씨를 불러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윤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이 전 총리의 비서관인 김모씨로부터 회유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평소 성 전 회장을 좋아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어떤 여성이 제지했다”며 “이 일 때문에 성 전 회장의 사무소 방문 사실을 확실히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단독] [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 회장, 검찰 내사때인 2월 중순부터 폭로 준비했다”

    [단독] [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 회장, 검찰 내사때인 2월 중순부터 폭로 준비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거의 2개월 전인 2월 중순부터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한 내용에 대한 폭로를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이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남기업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한 시점이 3월 18일인 점으로 미뤄 볼 때 검찰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인지한 성 전 회장이 일찌감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였던 금모(34)씨는 23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성 전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행 기사를 스크랩해 달라고 해 지면에 나온 관련 기사, 특히 사진이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일자별로 뽑아 줬다”면서 “그게 2월 중순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10건 정도의 관련 기사를 찾아 프린트해 준 뒤 성 전 회장이 나중에 해당 기사를 다시 찾을 가능성도 있어 기사를 파일로 만들어 자신의 이메일로 보냈다는 것이다. 금씨는 “최근 메일함을 확인해 보니 메일 발송 및 수신 시점이 ‘2월 14일 오후 7시’였다”고 말했다. 최소한 이날보다는 이전이라는 얘기다. 금씨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성 전 회장은 이미 2월 중순 이전부터 자신의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찾아올 것을 감지, 과거 자신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내용을 복기, 정리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는 이미 참여연대와 정의당 등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실패와 관련해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감사원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자원외교 참여 기업에 대한 수사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성 전 회장과 긴밀한 사이였음이 드러나고 있는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로 지명되고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검찰 관계자는 “경남기업 내사는 3월 이전부터 시작됐지만 보안 유지는 잘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자살 당일인 지난 9일 오전 6시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박 대통령과 독일 방문을 앞두고 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씨는 “기사를 스크랩해 줄 당시에는 그게 김 전 실장과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성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전화 통화를 하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자살 전날 눈물의 기자회견을 가진 뒤에는 어느 곳에서 어떤 내용으로 기사가 나왔는지 인터넷 매체까지 일일이 챙겨 보며 보도 방향에 촉각을 세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금씨는 “어디에는 (기사가) 안 나왔다고 보고하자 ‘청와대에서 막았을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자살 직전 폭로 인터뷰를 한 동기가 거기에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이완구 총리 사의 이후] “성 前회장·이총리 차 함께 타고 행사장 가고 의원 땐 사무실 4층 거리에도 서로 자주 방문”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밀접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성 전 회장의 일정을 관리하며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전직 보좌관 금모(34)씨는 21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회장님과 이 총리가 같이 국회의원 생활을 할 때는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자주 만났다”면서 “회장님 차에 이 총리가 함께 타고 행사에 간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금씨는 이어 “우리 의원실은 420호이고 이 총리의 의원실은 829호였는데 회장님이 그 방에 굉장히 자주 찾아갔고, 또 이 총리가 우리 방에 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씨는 2012년 말 의원실 공채를 통해 성 전 회장의 보좌관이 된 인물로, 성 전 회장이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한 데 대해 “안 친하다고 할 때부터 어이가 없었다”면서 “본인이 계속 수렁에 빠지는 얘기를 하니까 금방 들통날 이야기라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고도 했다. 금씨는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전화 통화를 자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주 한 것은 맞다”면서 “회장님이 걸기도 하고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이 총리가) 총리가 되고 난 뒤에는 만난 적이 없고 통화도 뜸해졌지만 꾸준히 이어지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금씨는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총리 이야기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만나 차를 마셨다”고 했다. 음료수 박스를 이용해 금품을 전달한 시기로 지목된 2013년 4월 4일에 대해서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재보궐 선거 때 회장님을 모시고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 간 것은 확실하다”면서 “당시 사무소에는 여직원이 두 명 정도 있었고 충분히 독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씨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출마한 분들을 (성 전 회장이) 다른 수행비서들과 방문한 사실이 있다”면서 “부산·인천에 가셨다는 얘기는 확실히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모두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 등장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세월호 참사 1년] 벚꽃길 말없이 걷던 아이들… 친구 영정 보자 울음바다

    [세월호 참사 1년] 벚꽃길 말없이 걷던 아이들… 친구 영정 보자 울음바다

    “못다 핀 꽃을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16일 오후 7시 경기 안산 단원고 정문 앞. 각양각색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150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교 담장 옆으로 입장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100m정도 늘어섰다. 단원고 총동문회 선후배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곧이어 단원고 운동장에서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준비한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제 ‘다시 돌아온 봄’이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원곡고 1학년 학생은 “친구 오빠가 희생돼 왔다”며 “선생님들이 흔쾌히 야간 자율학습을 빼줬다”고 했다. 운동장에 마련된 1000여석은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500~600여명의 학생들은 아예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오후부터 거센 비가 쏟아진 터라 급격히 기온이 떨어졌지만 학생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2시간가량 추위를 견뎌냈다. 생존 학생들이 가수 이선희의 ‘인연’, 인순이의 ‘아버지’ 등 노래를 합창하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야광봉이 파도 치듯 일렁거렸다. “따뜻한 봄이 돌아오니 너희 모습이 더욱 보고 싶다. 단원고를 보면 가슴이 저려온다. 조금만 참고 곧 다시 만나자.” 지난해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난 후배 250명, 선생님 11명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단원고 8기 졸업생 허다솔(19)양이 눈물을 닦으며 편지를 낭독하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추교영 교장의 추모사 낭독에 이어 사회를 본 2학년 학생이 마지막 인사말을 남기고 단상에서 내려와 친구들에게 안겨 펑펑 울자 행사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앞서 오전 7시 7분 24초. 유가족 대기실로 사용되는 안산 합동분향소 컨테이너에서 TV뉴스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세월호 침몰 장면이 나오자 애써 고개를 돌렸다. 수백, 수천 번을 본 장면일 텐데도 이날은 유독 가슴이 아팠다. 단원고 고 이석준군의 아버지(47)는 “방금 이 시간이었어요.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시각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단원고 학생, 교직원, 학부모 일동’이라고 적힌 노란 플래카드가 걸린 단원고 정문 앞. 갈색 교복 재킷 위에 노란 리본을 단 학생들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등교했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유독 눈두덩이 벌겋게 부어오른 여학생이 터벅터벅 정문을 향했다. 침몰 당시 마지막으로 구출된 장모(18)양이다. 장양은 이날 합동분향소에 가져갈 꽃을 손수 준비했다. 힘없이 걷는 딸의 뒷모습을 안쓰러운 눈길로 지켜보던 장동원(45·생존학생 학부모 대표)씨는 “어젯밤에 배에서 함께 잤던 친구 3명과 있겠다며 집에 안 들어왔다”면서 “학교도 빠지겠다는 걸 설득해 겨우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자 중 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받은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죽은 친구들이 떠올라서인지. 다른 친구를 만날 때도 안산이 아닌 서울, 안양 등 밖으로 나간다”며 고개를 떨궜다. 장씨는 전날 전화를 받지 않는 딸 걱정에 밤을 꼬박 지새워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 전화도 안 받고 피한다. 1주기 증후군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9시 20분,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고3 74명(총 75명 중 1명 전학)을 포함한 단원고 전교생 829명이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가슴엔 노란 리본을 달고 양손에 꽃다발과 편지를 들었다. 학생들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20분 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다. 합동분향소라고 적힌 하얀 천막에 다다르자, 아이들의 눈시울은 금세 불거졌다. 후배와 친구 250명을 잃은 학생들의 슬픔이 공기를 무겁게 했다. 묵념이 끝난 뒤 합동분향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생존학생 74명 중 일부는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 학생들이 돌아간 뒤 천둥을 동반한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희생된 학생, 교사 87명의 유해가 안장된 경기 평택 서호 추모공원에도 유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들을 만나려고 립스틱을 곱게 바른 단원고 고 선우진 군의 어머니는 도착하자마자 영정에 입을 맞췄다. “내 새끼야. 새 봄도 왔는데, 꽃들도 살겠다고 다시 피었는데 우진이도 다시 피어나면 엄마가 더 잘 키워줄 텐데. 예전처럼 아옹다옹 싸우면서도 잘살 수 있을 텐데….” 방명록에 글씨를 꾹꾹 눌러쓰던 어머니는 결국 어깨를 들썩이며 주저앉았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형·누나가 떠난 이유… 세월호 진실 원해요”

    “형·누나가 떠난 이유… 세월호 진실 원해요”

    “동생과 부모님이 안 계신 집을 홀로 지키며 힘들었는데 시민들께 위로를 받고 갑니다.” 12일 오후 3시 1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흰 마스크를 쓴 청소년 10명이 섰다. 이들은 “현우 오빠에게. 오빠 안녕! 며칠 전에 생일이 지났는데 생일 많이 축하해. 잘 지내고 있지? 너무 보고 싶어. 2학년 8반 전현우 동생”, “저희가 원하는 건 특혜도, 동정도 아닙니다. 단지 잘못 없는 형, 누나들이 왜 세상을 떠났는지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2학년 4반 정휘범 동생”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들로, 지난 1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피켓에 담았다. 주말을 맞아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은 편지를 읽어 내려가거나 이들을 안아 줬다. 또 일부는 직접 피켓을 들고 그들 곁에 섰다. 10개로 시작한 피켓은 30여분이 지나자 50여개로 늘었고 1시간쯤 흐르자 70여개로 늘어 갔다. 피켓을 든 이들 중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부터 어린 딸을 데리고 나온 40대 남성,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도 있었다. 이날 ‘너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행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를 위한 것으로 플래시몹 형식으로 진행됐다. 단원고 2학년 고 최윤민양의 언니 최윤아씨가 기획한 이 행사는 세월호 문화예술인 대책모임 ‘연장전’ 등의 도움으로 성사됐다. 피켓을 든 사람들 사이로 페인트, 스프레이를 든 사람들과 사물놀이패가 등장해 투명 비닐에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피켓 행사를 총괄한 김민호(22)씨는 “‘세월호 유가족=부모’라는 인식이 강해 관심도 부모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이 겪는 고통도 상당하다”며 퍼포먼스의 의도를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 남지현양의 언니 남서현(24)씨는 “세월호 참사 뒤 형제자매들은 집안에서 암묵적인 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슬픔을 표출하지도, 제대로 된 위로를 받지도 못했다”면서 “이번 행사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져 줘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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