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조용철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 오사카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52
  •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안이 14일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집행부의 승인으로 추인된 가운데 이번 합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 지침이 사용자에 의한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전 연령대에서 고용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반대로 일반해고 활성화가 고용 유연성 강화로 이어져 청년 실업난 해소 등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대기업 정규직인 이모(31)씨는 이날 “고용주와 노동조합의 입장이 공평하게 반영된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기업의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일방(一方) 해고’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회사 직원 박모(42)씨는 “저성과자들의 연봉(임금)을 삭감하고 퇴출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 금융업계”라며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되면 중견급 직장인들의 해고가 상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대타협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형마트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전모(53)씨는 “인사평가를 하는 주체는 회사이기 때문에 만일 노조 활동 등에 불이익을 주게 되면 장시간 노동과 같은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비정규직인 하모(29)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은 합의안에 하나도 없다”면서 “정부와 경영계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을 ‘고용 안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오래 쓰고 버린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 대표 이모(52)씨는 “직원 숫자가 많지 않은 만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회사 성과가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일방적 해고보다는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에게 지침에 나와 있는 해고 요건을 상기시켜 열심히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년 단체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12개 청년단체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모님 월급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임금피크제는 취업 안 되는 책임까지 엄마, 아빠가 지게 하는 반인륜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청년 단체 ‘청년이 여는 미래’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금피크제 도입 단초를 마련한 타협안을 환영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직적인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구조는 정규직 중심의 일부 세대와 계층에만 유리해 청년들은 일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며 “합의문에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 고용에 활용할 것을 명시해 기업들의 청년 채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청년층은 노사정이 약속한 청년 고용 확대에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자리의 양적 확대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보였다. 취업 준비생 박모(26·여)씨는 “비정규직으로 취직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의 노후를 챙기기에는 너무 빡빡하다”며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되면 청년 고용 문제는 그저 도돌이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용어 클릭] ■정리해고 경영이 악화된 기업이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 등 긴박한 이유가 있을 때 해고할 수 있는 제도다. 대법원 판례로 규정된 정리해고 요건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노조 또는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 등 4가지다. ■일반해고 성과가 낮거나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하는 것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상에는 없는 제도다. 기업 질서 유지를 위한 ‘징계해고’나 인원 정리를 위한 경영상의 해고인 ‘정리해고’를 제외한 모든 형태가 포함된다.
  • [노사정 대타협 이후]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노사정 대타협 이후]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안이 14일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집행부의 승인으로 추인된 가운데 이번 합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 지침이 사용자에 의한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전 연령대에서 고용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반대로 일반해고 활성화가 고용 유연성 강화로 이어져 청년 실업난 해소 등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대기업 정규직인 이모(31)씨는 이날 “고용주와 노동조합의 입장이 공평하게 반영된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기업의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일방(一方) 해고’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회사 직원 박모(42)씨는 “저성과자들의 연봉(임금)을 삭감하고 퇴출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 금융업계”라며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되면 중견급 직장인들의 해고가 상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대타협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형마트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전모(53)씨는 “인사평가를 하는 주체는 회사이기 때문에 만일 노조 활동 등에 불이익을 주게 되면 장시간 노동과 같은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비정규직인 하모(29)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은 합의안에 하나도 없다”면서 “정부와 경영계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을 ‘고용 안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오래 쓰고 버린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 대표 이모(52)씨는 “직원 숫자가 많지 않은 만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회사 성과가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일방적 해고보다는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에게 지침에 나와 있는 해고 요건을 상기시켜 열심히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년 단체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12개 청년단체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모님 월급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임금피크제는 취업 안 되는 책임까지 엄마, 아빠가 지게 하는 반인륜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 ‘청년이 여는 미래’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금피크제 도입 단초를 마련한 타협안을 환영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직적인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구조는 정규직 중심의 일부 세대와 계층에만 유리해 청년들은 일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며 “합의문에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 고용에 활용할 것을 명시해 기업들의 청년 채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청년층은 노사정이 약속한 청년 고용 확대에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자리의 양적 확대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보였다. 취업 준비생 박모(26·여)씨는 “비정규직으로 취직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의 노후를 챙기기에는 너무 빡빡하다”며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되면 청년 고용 문제는 그저 도돌이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일부 산별노조 “지도부 사퇴하라”… 심상찮은 노동계 반발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일부 산별노조 “지도부 사퇴하라”… 심상찮은 노동계 반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14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노사정 합의문을 추인했지만 이 과정에서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위원장이 분신을 시도하는 등 합의문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그대로 표출됐다. 이번 합의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노동계가 거부하던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에 동의한 데다 특별연장근로 8시간 시행 등 역시 노동계가 반대 입장을 밝혀 왔던 다른 과제도 합의문에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비정규직 사용 기한 연장 및 일반해고 등에 대한 노사정의 후속 논의와 내부 구성원 설득 과정에서 금속노련,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화학노련)과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 등 일부 산별노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날 중집은 김동만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가 전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발표한 합의문 내용과 경과를 보고하고 내부 승인을 받는 자리였다. 회의가 시작되자 한국노총 지도부는 노사정이 합의한 조정안 내용을 중집위원들에게 설명했다. 금속·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일부 산별노조는 초반부터 노사정 합의문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최종 입장을 정하기 위한 의결이 임박하자 이에 반대한 김만재 위원장이 분신을 시도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중집위원에 따르면 김만재 위원장은 회의 도중 단상으로 뛰어나가 네모난 통에 든 시너를 몸에 뿌리면서 회의장 앞쪽에 앉아 있던 김동만 위원장 쪽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김만재 위원장은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 있던 중집위원들은 소화기 분말에 뒤덮인 채 하나둘씩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김동만 위원장도 중집위원 및 조합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중집위원은 “회의 내내 노사정 합의문에 반대하는 김만재 위원장을 공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김만재 위원장의 발언에 반대하는 의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시너가 뿌려졌다”고 전했다. 회의장은 시너 냄새와 소화기 분말로 가득 찼고 중집은 오후 3시 10분쯤 중단됐다. 오후 4시 30분쯤 김동만 위원장과 분신을 시도했던 김만재 위원장 등 중집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집이 재개됐고 두 시간이 넘는 격론이 이어졌다. 결국 한국노총은 중집위원 48명 가운데 62.5%에 이르는 찬성률로 노사정 합의문을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집을 열어 노사정 합의를 “노동 개악을 위한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반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은 굴하지 않고 총파업과 범국민 총궐기대회로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트렁크 시신’ 용의자는 전과 22범 강도

    ‘트렁크 시신’ 용의자는 전과 22범 강도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트렁크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은 치정 관계가 아니라 전과 22범의 강도 용의자에게 납치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4일 주모(35)씨를 납치 살해한 김일곤(48)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공개 수배하고 현상금 1000만원을 내걸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2시 10분쯤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에 타려던 주씨를 납치해 주씨의 차를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경기 일산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도 3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려다 여성이 저항하자 자동차만 빼앗아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씨 시신의 특정 부위들이 훼손된 점 등으로 미뤄 치정 관계 등 면식범의 소행으로 봤다가 강도 살인 사건으로 급선회했다. 김씨는 강도 및 특수절도 등의 전과가 22범으로, 선불폰을 갖고 다니며 경찰 추적을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주씨의 차량으로 이동하다 어딘가에서 살해한 후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닌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11일 오후 2시 40분쯤 성동구 홍익동에 있는 한 빌라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시신에 불을 지른 후 달아났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김무성 사위 집에서 나온 ‘17개 마약 주사기’ 미스터리

    2년여에 걸쳐 15차례 마약을 투약하고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봐주기’ 의혹이 일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모(38)씨 사건에 대해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발단은 서울동부지검이 지난해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주사기 17개를 누가 사용했느냐는 부분이다. 검찰은 이씨와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던 공범 5명을 주사기에서 채취한 DNA와 대조했지만, 일부 주사기의 경우 일치하는 인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주사기 사용자의 신원을 모두 밝히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13일 “주사기 17개 전부를 감정했지만 용의점을 둘 만한 사람들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사기의 사용 장소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씨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마약 투약 장소는 강남의 클럽과 지방 리조트, 본인 자동차 등 모두 집 밖이다. 판결문을 본 변호사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한 이씨가 자기 집에서는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럼 집에서 나온 17개의 주사기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주사기 사용자들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는 건 이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양형 기준의 하한(징역 4년)을 이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국회 법무부 국감장에서는 법무부가 이씨 사건 공범들의 마약 전과를 누락한 자료를 제출해 논란이 됐다. 법무부가 임내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씨와 함께 기소돼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배모씨와 노모씨가 마약 전과가 없다고 기재됐다. 그러나 노씨는 2013년 8월 29일 대마 흡연으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지난해에는 코카인, 엑스터시 등을 투약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배씨 역시 2014년 마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이번 재판에서 문제가 된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확정된 전과가 없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생각나눔] 외국 대학들도 탐내는 윤지학군, 1차전형 불합격?

    각국 영재들과 겨뤄 당당히 ‘세계 1위’를 거머쥔 한국의 컴퓨터 천재가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서울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 서울대 교수의 글이 최근 논란이 됐다. 이 교수는 수학이나 과학에 특출한 능력을 가진 지원자를 서울대가 ‘외부 스펙’ 반영 금지 규정 때문에 놓치고 있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칫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반박이 만만찮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최근 한 언론에 경기과학고 3학년 윤지학군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 윤군은 올 7월 24일~8월 2일 카자흐스탄에서 세계 83개국 322명의 고교 영재들이 참가한 ‘세계정보올림피아드’(IOI)에서 6개 과제 모두 만점을 받아 세계 1위에 올랐다. 외국 대학에서는 윤군을 탐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윤군은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서울대 입시에서 합격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군이 올해 서울대에 응시한다면 수시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전형은 1단계 서류전형과 2단계 면접과 구술고사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윤군이 대회 준비 등으로 내신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기 때문에 학생부 평가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올림피아드 등 외부 경시대회 입상 기록은 지원서에 일절 쓸 수 없다. 윤군이 세계에서 탐낼 정도의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1차 전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문 교수는 “서울대는 지금 전 과목 내신이 골고루 높은 학생들만 서류전형에 통과하는 대학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가 2014년 대입부터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등 외부 수상 실적, 이른바 ‘외부 스펙’의 전형요소 반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는 외부 스펙을 앞세운 특기자 전형이 이뤄지면 각종 경시대회가 남발되고 사교육이 늘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립대인 서울대로선 교육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문 교수와 같은 과의 염헌영 교수는 13일 “공대 내부에서 ‘재능이 있는 특기자를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의 지침 때문에 한 분야에서만 빼어난 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외부 수상경력 등을 대입 전형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이 규정을 공공연히 어기고 있는 여러 대학들에 우수 인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염 교수는 “대학이 경시대회의 공신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며 “알아서 놔두면 인정받는 경시대회만 살아남고 다른 대회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예체능 특기자 선발은 용인하면서 굳이 수학과 과학 등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막고 있어 인재 양성의 불균형 현상을 부르고 있다”며 “교육부가 공신력이 높은 국내외 외부경시 대회에 대해서는 입시에 반영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스펙 게재를 금지한 이유가 사교육을 막기 위해서였던 만큼, 이를 되돌리면 결국 예전처럼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반론이 상당하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정보 올림피아드를 비롯해 난립하는 사설 기관들의 올림피아드와 각종 경시대회는 지금의 공교육만으로는 대비가 불가능하다”며 “교육부가 특정 경시대회를 인정한다면 사교육이 불처럼 번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군이 굳이 서울대를 가지 않더라도 카이스트나 포스텍은 갈 수 있으며, 이 대학들도 윤군을 인재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며 “서울대에서 윤군과 같은 학생을 뽑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러한 ‘서울대 일류주의’야말로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대학에서 이를 충분히 선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해영 부산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종합전형과 관련해 대교협에서 전국 고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해당 고교가 어느 부분에서 특성화됐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군 정도의 특출한 학생이라면 대학이 그런 부분을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제대로 살피고 평가하면 된다”며 “굳이 외부 스펙이 아니더라도 해당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만큼의 자료는 현재 사실상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조용철 기사 cyc0305@seoul.co.kr
  • 2년여간 15차례 마약… 김무성 사위 봐주기 논란

    2년여간 15차례 마약… 김무성 사위 봐주기 논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인 이모(38)씨가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이례적으로 양형 기준을 벗어난 집행유예를 선고해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도 항소하지 않아 1심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동부지검은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코카인과 필로폰, 엑스터시 등 5종의 마약을 15차례에 걸쳐 투약한 이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강남의 유명 클럽과 주차장, 지방의 리조트 등에서 지폐를 말아 흡입하거나 물로 희석해 혈관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마약을 투약했다. 검찰은 올 2월 열린 1심에서 이씨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하현국)는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인 ‘징역 4년~9년 6월’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판사 스스로 판결문에 “이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 기준의 하한을 이탈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봐주기 논란이 제기되자 법원은 10일 “형량 범위는 권고 기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1심 형량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동종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당시에는 이씨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의 가족인지도 몰랐고, 수사 협조 과정 등을 봤을 때 반드시 항소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충북의 재력가 이준용 신라개발 회장의 아들인 이씨는 지난달 김 대표의 차녀 현경(32)씨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결혼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혼인 날짜까지 정해진 상황에 우리는 전혀 몰랐고 재판 끝나고 출소한 지 한 달 정도 지나 이 내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부모로서 이 결혼 절대 안 된다, 파혼한다고 이야기하고 설득했는데 딸이 ‘이 일에 대한 판단을 나에게 맡겨 달라’하고 결혼을 꼭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 보도와 관련해 “마치 (제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양형이 약하게 되도록 영향받았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기사”라며 “요즘 세상에 정치인 가족이라면 더 중형을 때리지 봐주는 판사는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아이 죽었지만…새 생명 살리는 숭고한 일”

    “아이 죽었지만…새 생명 살리는 숭고한 일”

    “누구도 우리보고 장기 기증을 하라고 말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건강하고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아들을 그냥 보내면 아깝다고 생각해 결심했습니다.”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뇌사 장기기증인 초상화 전시회에 참여한 김매순(62)씨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서 장기 기증 전도사가 돼 있었다. 아들 박진성씨는 27살이었던 2007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후 7명에게 각막과 심장 등의 장기를 기증했다. 대학 교수를 꿈꾸며 학업에 열중했고, 연세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맡아 리더십을 보였던 박씨의 짧은 삶은 새로운 생명을 안기고 끝났다. 김씨는 아들의 장기 이식을 결심하던 순간을 눈시울을 붉히며 회상했다. “그렇게 허망하게 아들을 잃기 싫었어요. 그래도 남편한테 차마 말을 못 꺼냈는데 먼저 기증 얘기를 하더라고요.” 남편 박상규(65)씨는 “망설여지고 두렵기도 했지만 아내와 생각이 같다는 걸 확인하고는 함께 기증센터를 찾아갔다”고 담담히 말했다. “내 아들은 살 수 없지만 다른 누군가는 살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는 하나를 잃었지만 7명과 그 가족들이 행복을 찾은 거니까 저는 제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김씨는 가끔씩 아들의 각막을 이식받은 사람을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아이의 눈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 마주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아들을 조금이라도 느껴 볼 수 있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 기증인과 이식인 간의 만남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장기 기증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장기 기증단체들도 한때 기증인과 이식인 간 편지를 교환하는 등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했다가 이런 우려가 불거지면서 포기했다. “저는 순수한 마음으로 보고 싶은 건데 어쩔 수 없죠. 그래서 내 아들의 심장이 어디에선가 뛰고 있구나, 7명의 새로운 아들딸이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김씨의 바람은 뇌사 장기 기증인을 위한 추모공원 조성이다. 아들에 대한 예우뿐만 아니라 장기 기증에 대한 홍보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들의 장기를 이식하고도 주변의 편견에 시달렸다는 박씨 부부는 장기 기증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쏟아냈다. “부모가 돈 받고 했을 거라는 얘기도, 얼마나 독하면 자식을 그렇게 했겠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증한 겁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처럼 숭고한 일이 또 있을까요.” 이날 열린 장기 기증인 139명의 초상화 139점을 전시한 ‘별 그리다’ 행사에는 유족과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이 참석해 자신들을 구한 ‘영웅’들을 추모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결혼 거품 사라진다] (중) 웨딩의 경제학

    [결혼 거품 사라진다] (중) 웨딩의 경제학

    #1. “1인 기준 12만원인 양식 코스에 1인당 와인 한 잔을 더하면, 모두 합해 1억 3100만원입니다.” 2010년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결혼해 화제가 된 서울 중구의 S호텔. 6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D홀에서 결혼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호텔 결혼식을 여러 번 진행한 5년 경력의 웨딩플래너 김모(32·여)씨는 “재계 인물이나 고위층 인사들은 하객들이 곧 자산인 만큼 결혼식을 겸해 손님들을 모시는 자리로 호텔 결혼식을 선호한다”며 “국내 최고 수준의 만족도를 보장하기 때문에 신랑·신부 입장에서는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2. 지난달 24일 이미 내년 6월까지 예약 신청이 마감된 서울시민청의 ‘작은 결혼식’은 70명 기준 320만원의 비용이 든다. 홀 대관료 6만 6000원에 1인당 식사는 9400원으로 저렴하다. 2013년 시작된 서울시 주관의 작은 결혼식이 갈수록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1년 전에 이미 예약이 꽉 차는 히트 웨딩 상품으로 떠올랐다. 국내 결혼 시장은 수백만원대의 저가 결혼식부터 억 단위의 결혼식까지 예비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식장 비용과 별개로 이른바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 촬영, 웨딩 드레스, 웨딩 메이크업 패키지도 수백만원대에서 억대까지 세분화돼 있다. 청담동 유명 스튜디오 프로작가의 사진, 연예인들이 다니는 ‘청담동 숍’ 원장의 메이크업, 하이엔드 브랜드의 명품 웨딩드레스로 구성된 초호화 ‘스드메’는 8000만~1억원 선이다. 반면 웨딩박람회 등에 미끼 상품으로 이용되는 ‘99만원 스드메’ 등 초저가 상품은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내용물이 너무 부실해 100만원 중후반대의 상품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웨딩플래너 A씨)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웨딩 업계에서는 경사를 앞둔 예비 부부와 부모의 마음을 볼모로 삼는 악덕 상술이 적지 않다. 특히 예식장 계약에 ‘꽃 장식’ 등을 필수 옵션으로 넣는 고질적인 ‘끼워 팔기’나 ‘스드메’ 패키지 내 각 품목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것, 같은 예식장인데도 플래너와 업체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인 점이 결혼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는 부분이다. 올 11월 결혼을 앞두고 330만원에 예식장과 스드메 패키지를 계약한 예비 신부 김효인(27)씨는 “스드메까지 합쳐 이 정도면 저렴하다는 얘기만 계속 했을 뿐 각 품목의 가격을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는다”며 “이곳의 필수옵션인 드레스가 맘에 들지 않아 돈을 추가로 들여 다른 곳에서 드레스를 하는 방식도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거품 낀 결혼식’ 문화가 철옹성이 되는 건 결혼 자체를 당사자인 예비 부부만의 일이 아닌 가족과 가문의 의례로 중시하는 풍토 탓이다.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관혼상제(冠婚喪祭) 중에서도 ‘혼’을 가장 중요한 의례로 여기는데, 이는 본인이 체감하고 경험하는 의례가 ‘혼’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현숙(상명대 교수) 한국가족관계학회장은 “한국 부모들은 자식 결혼까지 본인들의 역할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이렇게 값비싼 결혼식이 가능한 것도 결국 부모들이 결혼 비용 중 일정 부분을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준비 과정에서 불공정한 관행과 맞닥뜨려도 ‘좋은 일에 얼굴 붉히지 말자’며 그냥 넘어가는 관행 또한 웨딩 시장을 왜곡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웨딩 업체는 이러한 예비 부부와 부모들의 심리를 파고든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혼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행정 당국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투명한 가격 공개와 ‘끼워 팔기’ 행태를 근절시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웨딩 업체들이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세부 품목들의 원가를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재 미용실·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옥외가격표시제’처럼 품목별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례허식을 지양하는 ‘작은 결혼식’도 상품화된 결혼식 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유 교수는 “여전히 결혼식이 우리 사회의 품앗이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단은 내가 장(場)을 벌여야 그동안 지불했던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며 “이른바 ‘부조 문화’의 관행을 깨고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는 본인의 개성에 맞는 결혼식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왜 배우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문제풀이…흥미 잃는 ‘고차원 수학’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와 전문가들은 수학의 난도와 출제문제가 지나치게 어렵고 고차원적이어서 ‘수포자’(수학 포기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기교육 필요없는 수학교과 과정 필요” 박영갑 서울 경복고 수학교사는 수학을 쉽게 만들고 학습량을 줄이는 것이 ‘수포자’를 줄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내가 공부하는게 어떤 의미인지도 왜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풀이부터 시작하면 누구나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조기교육을 안 해도 되는 정도의 수학교과 과정을 만들고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교수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 판곡고 수학교사도 “수학은 연계성이 강한 과목인데 1학년 때 함수나 방정식 같은 기본 개념을 안 갖고 있는 상태에서 2학년 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 수학 과목은 양이 많고 내용이 어려워 저학년 때 포기하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학이 어렵다 보니 노력 대비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포기자가 나온다는 의견도 있다. 손대원 경남 진주외고 수학교사는 “국어나 영어 같은 경우는 교과서에 충실하면 수능에서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지만 수학은 과목 특성상 교과서만으로는 좋은 점수가 나오기 어렵다”며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성적도 안 오르고 공부하기도 어렵다 보니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생기는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성적 위한 기계적 문제풀이가 수포자 양산” 수학이 어렵다 보니 좋은 성적을 위해 문제풀이 방법만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현재의 교수방법이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는 “학습량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좋은 성적을 위해 기계적으로 문제 푸는 것만 가르치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수학을 좋아하던 사람도 싫어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도 “수학을 왜 배우는지 가르쳐 주지 않고 ‘수학의 정석’으로 대표되는 문제풀이 기술만 가르치는데 어떻게 재미를 느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수학문제를 쉽게 내고 교과 분량을 줄인다고 해서 수학 포기자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하고 있다. 박성은 경기 고양외고 수학교사는 “실제 수포자는 수학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대학만 가면 수학은 끝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일지도 모른다”며 “수능을 쉽게 내고 교과목 양을 줄이면 된다는 단편적 정책이 나오는 것은 수포자를 단순히 수학수업 진도를 못 따라가는 학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과거사 생각 차이 있지만… 질문 나누며 벽 허물어”

    “과거사 생각 차이 있지만… 질문 나누며 벽 허물어”

    “한국에서는 반일(反日)교육을 많이 하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제 친구들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보고는 잘못된 편견이란 걸 알았죠.” 일본 교토대에 다니는 오토나시 도모히로(23)는 한국 방문을 통해 두 나라 청년들이 쌓아뒀던 오해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과거사 문제에 가슴 아파하는 일본인들도 많습니다.”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의 초청으로 일본청년유권자단체 ‘아이보트’(ivote)의 회원 16명이 한국을 찾았다. 한·일 청년 유권자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양국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 일본 오사카 행사에 이어 2번째 만남인 터라 소통의 폭은 한층 클 수밖에 없었다. 한·일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위안부 문제도 이번 만남의 주요 이슈였다. 히라노 미유(22·여·오사카대)는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지 않는 아베 총리가 왜 지지율이 높느냐는 한국 친구들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며 “서로 민감한 질문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벽이 허물어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반대하는 청년들도 있다는 것을 한국 친구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히라노의 옆에 있던 김태영(24·충남대)씨는 “몇몇 일본 대학생들이 아시아여성기금이나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이 이미 충분한 사죄를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안타까웠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그들과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청년유권자들의 모임답게 취업과 결혼 등 청년세대의 문제도 관심사였다. 복금희(24·여·한국외대)씨는 “취업난 속에 무력해진 한국의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한국 젊은이들)와 장기불황이 낳은 일본의 ‘사토리세대’(돈벌이와 출세에 관심 없는 일본 젊은이들) 간에는 공통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비슷했어요. 청년층의 소외가 결국 양국에서 모두 정치적 무관심을 낳는 것 아닐까요.” 히라노도 “사토리세대와 한국의 삼포세대는 사회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만 냉소적으로 세상을 보는 점이 유사했다”며 복씨의 말에 공감했다. 덧붙여 “일본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움츠러드는 청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향후 한·일 관계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오토나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로 경제 성장을 든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일본 청년들은 성장 일변도의 경제 팽창이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아이보트 회원들은 한·일 관계 개선과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세미나에 참가한 데 이어 8일에는 한국 청년들과의 교류 성과를 주제로 한 ‘거리극 프로젝트’를 신촌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만남에는 한국청년유권자연맹과 아이보트에서 선발한 한·일 대학생 32명이 참여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강정호, 서울대에 야구용품 지원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28)가 서울대 야구부에 야구용품을 기증했다. 서울대는 강 선수가 야구부에 배트 20자루와 포수 장비 1세트 등을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강정호는 서울대 야구부 이광환 감독과 같은 팀에 소속됐던 인연으로 기증을 하게 됐다. 이 감독은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맡으면서 당시 신인인 강정호를 주전 유격수로 길러냈다. 이 감독은 “제자가 미국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누구보다도 마음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렇게 요긴한 선물을 해주니 제자가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친구들 찌르고 싶다” 고백에도 미온 대응… 시한폭탄 키웠다

    “친구들 찌르고 싶다” 고백에도 미온 대응… 시한폭탄 키웠다

    서울 양천구 A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터뜨렸던 이모(15)군이 지난 6월 자신이 다니던 서초구 B중학교 화장실에서도 방화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은 부탄가스 폭발 범행 후 B중학교에 대한 추가 범행도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은 학교 친구들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갈등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폭력적 성향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이군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 및 절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군은 전날 오후 1시 50분쯤 양천구 목동의 A중학교 3학년 빈 교실에 들어가 부탄가스통 2개를 폭발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군은 교실 안에서 다른 학생들의 현금과 신용카드를 훔치기도 했다. 이군은 “지난해 초 전학 간 B중학교 학생들이 나에게 다가오거나 잘해주지 않아 혼을 내주고 싶었지만, B중학교는 경비가 너무 엄해 A중학교에 와서 일을 벌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범행 후 B중학교에서도 일을 저지르기로 마음먹고 인근 마트에서 휘발유 500㎖를 훔쳐 생수통에 옮겨 담았고, 폭죽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은 경찰에서 “검거되지 않았으면 당일 밤이나 이튿날 오전에 학교에 불을 질렀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군은 지난 6월에도 B중학교 화장실 쓰레기통에 불을 내는 등 학교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물총 안에 휘발유를 넣어 불이 붙은 쓰레기통에 분무하는 화염방사기 방식의 방화를 시도했지만, 현장에서 교사에게 발각돼 실패했다. 이군은 경찰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폭탄 제조법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했다. 이군은 2007년 한국인 조승희가 저지른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과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 동영상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군은 범행 후 동영상을 찍은 이유에 대해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군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소심한 나를 받아주지 않는 학교 친구들이 미워서 그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군이 주변 테러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밝히고, 방화 시도까지 한 사실이 있는데도 학교에서 적절한 대응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군은 올 들어 학교에 여러 차례 상담 신청을 했고, ‘누군가를 찔러 죽이는 테러에 대한 환상에 시달리면서도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함께 들어 고민’이라고 고백했다. 이에 따라 이중인격을 의미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 진단을 받고, 방화 시도 당일인 6월 26일부터 7월 18일까지 병원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서나 행동에 이상이 있는 학생이 발견될 경우 다른 학생들 보호를 위해 해당 학부모에게 자녀 치료 요청과 직권 휴학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는 현장 권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나경 전국전문상담교육자협회 대표는 “이군이 범행 장면을 촬영한 장면을 보면 훈육이 제대로 안 된 학생으로 보인다”며 “학습권이 강조되다 보니 교육 현장에선 생활지도와 훈육은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데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군과 같은 학생들을 전담교사가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하위그룹 학생들 “부실대학 피해는 결국 우리” 강력 반발

    지난달 31일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하위 D, E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물론이고 A등급에서 제외된 학교들도 상당수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등급을 받은 수원대 이종현 총학생회장은 1일 “학교 운영의 책임은 본부 측에 있지만 결국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학생들”이라며 “학교 측과 논의 후 교육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D등급인 한성대 재학생은 “안 그래도 취업이 어려운데 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취업준비생들의 어려움이 더 크게 생겼다”고 한숨지었다. A등급을 받은 본교와 달리 낙제점을 받은 고려대, 건국대, 홍익대 등의 지방캠퍼스도 패닉에 빠졌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영문학과 학생(24)은 “우리 학교가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힐 줄 상상도 못했다”며 “학생들에게도 구체적인 안내는 물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본교와 분교를 나눠 평가하면 재정적으로 양호한 본교에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부 하위그룹 대학에서는 “교육부가 2단계 평가 대상 중 10%는 구제해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대전대 관계자는 “1차 때 점수가 좋지 않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2차 평가 때 점수가 높게 나와 승급을 기대했지만 2차 평가에서 등급이 올라간 대학은 한 곳도 없다”고 했다. 강원대는 3일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긴급 학생총회를 열어 실추된 학교 명예를 되찾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전대 총학생회도 학교 측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실 판정은 면했지만 A등급 명단에서 제외된 대학들도 울상을 지었다. 부산대 총학생회 김성갑(24) 집행위원장은 “많은 대학이 평가를 잘 받으려고 학문 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통폐합하는 모습을 보면 교육부가 과연 구조개혁 전반에 관한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서울의 주요 여대 중 A등급을 받지 못한 숙명여대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인문학부 박명은(26)씨는 “구조개혁평가를 위해 학교 측이 공대를 신설하면서 다른 여러 학과가 통폐합되고 많은 학생이 피해를 봤는데,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또다시 멍에를 짊어지는 게 모순적”이라고 했다. 서울시립대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날 “강원대 총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했는데 원윤희 총장도 입장 표명을 하라”는 항의글이 올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하위그룹 학생들 “부실대학 피해는 결국 우리” 강력 반발

    지난달 31일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하위 D, E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물론이고 A등급에서 제외된 학교들도 상당수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등급을 받은 수원대 이종현 총학생회장은 1일 “학교 운영의 책임은 본부 측에 있지만 결국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학생들”이라며 “학교 측과 논의 후 교육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D등급인 한성대 재학생은 “안 그래도 취업이 어려운데 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취업준비생들의 어려움이 더 크게 생겼다”고 한숨지었다. A등급을 받은 본교와 달리 낙제점을 받은 고려대, 건국대, 홍익대 등의 지방캠퍼스도 패닉에 빠졌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영문학과 학생(24)은 “우리 학교가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힐 줄 상상도 못했다”며 “학생들에게도 구체적인 안내는 물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본교와 분교를 나눠 평가하면 재정적으로 양호한 본교에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부 하위그룹 대학에서는 “교육부가 2단계 평가 대상 중 10%는 구제해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대전대 관계자는 “1차 때 점수가 좋지 않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2차 평가 때 점수가 높게 나와 승급을 기대했지만 2차 평가에서 등급이 올라간 대학은 한 곳도 없다”고 했다. 강원대는 3일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긴급 학생총회를 열어 실추된 학교 명예를 되찾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전대 총학생회도 학교 측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실 판정은 면했지만 A등급 명단에서 제외된 대학들도 울상을 지었다. 부산대 총학생회 김성갑(24) 집행위원장은 “많은 대학이 평가를 잘 받으려고 학문 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통폐합하는 모습을 보면 교육부가 과연 구조개혁 전반에 관한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서울의 주요 여대 중 A등급을 받지 못한 숙명여대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인문학부 박명은(26)씨는 “구조개혁평가를 위해 학교 측이 공대를 신설하면서 다른 여러 학과가 통폐합되고 많은 학생이 피해를 봤는데,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또다시 멍에를 짊어지는 게 모순적”이라고 했다. 서울시립대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날 “강원대 총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했는데 원윤희 총장도 입장 표명을 하라”는 항의글이 올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시민 휴식공간?… 짜증 부르는 공개공지

    시민 휴식공간?… 짜증 부르는 공개공지

    누구나 서울 봉천동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를 지날 때면 발걸음을 늦춰야 한다. 이곳에 위치한 대형쇼핑몰 ‘에그옐로우’ 입점 상인들이 내놓은 의류 판매대가 항상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옷을 구경하는 사람들과 행인들로 길이 뒤엉키기 십상이다. ●쇼핑객·행인들 뒤엉켜 ‘시민 불편 공간’ 지난 30일 주말을 맞아 외출에 나선 박모(29)씨는 “상인들이 자기 구역에서 장사하는 걸 뭐라 할 수 있겠냐”고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상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다름 아닌 공개공지(公開空地)이기 때문이다. 공개공지는 대형 건물에서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을 말한다. 건축법은 연면적의 합이 5000㎡ 이상인 문화 및 쇼핑, 숙박시설 등에 대해 대지면적의 10% 이내를 공개공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물주는 용적률이나 건물 높이 등에 인센티브를 받는 대가로 시민의 보행과 휴식을 위한 공간을 내놓는 셈이다. 공개공지의 시설물들도 벤치나 시계탑, 분수 등 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들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공개공지에서 상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공개공지는 일반적으로 건물에 접한 가장 넓은 도로변에 위치하기 마련이다. 이곳에서 상행위가 이뤄지면 거리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병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택개발관리학과 교수는 “공개공지는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 곳”이라면서 “보행로와 직접 연계가 되기 때문에 물건을 팔거나 보관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공개공지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전국의 상당수 대형 쇼핑몰들이 공개공지 내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신림동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 자리한 ‘포도몰’도 그중 하나다. 쇼핑몰 입구부터 어김없이 놓인 대형 천막과 옷가지들로 시민이 앉아야 할 벤치는 가려졌고 길거리는 아예 상인들의 차지가 됐다. 앉을 공간을 찾는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카페를 찾아야 한다. 공개공지가 ‘시민 불편 공간’으로 변질된 셈이다. 단속도 미비하다. 건축법상 위반 건축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공개공지 내에서 상행위를 했더라도 두 차례 자진시정 조치에 이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건축주에 대한 고발이 이뤄지기까지 대략 3개월이나 소요된다. 그나마 시정기간 내 잠시 판매 행위를 중단할 경우에는 시정이 이뤄진 것으로 여겨져 행정조치가 중단된다. 서울시가 올해 자체적으로 공개공지 위반건축물에 대한 조치 기준을 마련했지만 1차 시정기간은 30일, 2차 시정기간도 20일에 이른다. 서울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건축법보다 서울시의 조치가 구체적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쇼핑몰들의 꼼수 영업을 막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인력 부족으로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있을 때만 단속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계 “영업 제재 등 강력 조치를” 실제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개공지에서의 불법행위로 건축주 고발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한 서울시내 구청은 거의 없다. 두 차례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종로구의 경우에도 총액은 340만원에 불과하다. 김종보 서울대 법대 교수는 “공개공지가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데에는 지자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업주들이 이행강제금을 겁내지 않기 때문에 아예 영업 면허를 제재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겉도는 서울대 외국인 교수… 30%는 지도 학생 ‘0’

    2010년 이후 채용된 서울대의 외국인 전임교원 중 30%는 대학원에서 지도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국제화를 명목으로 외국인 교수를 영입해 놓고 실질적으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서울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임용된 외국인 교원 80명이 지도하고 있는 대학원생 수는 평균 4.3명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교수들이 7~8명의 대학원생을 지도한다고 했을 때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교수의 30%에 해당하는 24명은 석·박사과정을 통틀어 지도학생이 1명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으로 분석됐다.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박모(29)씨는 “지도교수와는 일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우리 말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교수와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대학원 졸업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모(27·여)씨는 “대학원은 졸업 후 진로까지 예상하고 가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한국인 교수가 더 믿음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원생끼리 만나면 이름 다음으로 묻는 게 지도교수인데 아무도 모르는 외국인 교수 이름을 대고 싶어 하겠느냐”고 말했다. 외국인 교수의 경우 연구비가 부족해 대학원생을 받기도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연구재단이 연구비 지원 과제를 정할 때 한국어로만 연구계획서를 받다 보니 외국인 교수가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서울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보여주기식 외국인 교수 초빙에만 집중해 왔다”며 “대학이 연구 역량을 강화하려면 외국인 교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현장 블로그] 일류 서울대 노동 인권은 삼류

    “계란으로 바위치기하면 다치는 건 본인이에요. 여기(서울대)는 안 다쳐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2년째 기간제 직원으로 일해 온 정모(29·여)씨. 8월 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무기계약직 전환만을 기다리고 있던 정씨는 지난 6월 느닷없는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유를 따져 묻자 학교 측 인사는 조금이라도 미안해하기는커녕 정씨를 ‘계란’에, 학교를 ‘바위’에 비유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유급 휴가를 줄 테니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에도 불구하고 정씨가 계속 자리를 지키자 학교 측은 지난 7월 말 정씨 책상의 컴퓨터를 치워버렸습니다. 서울대 최초로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비정규직 차별 인정’을 받아 낸 서울대 미술관 기간제 비서 박수정(26·여)씨. 박씨는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박봉에 시달린 것은 물론이고 복지 혜택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교내 인권센터를 방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왜 그런 데를 찾아갔느냐”는 비아냥이었습니다. 박씨와 정씨가 한결같이 하는 말은 “다른 데라면 혹시 몰라도 서울대가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 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 ‘서울대’라는 타이틀 하나로 주변의 부러움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출근했다고 합니다. ‘국내 최고 상아탑’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는 서울대가 비정규직의 노동인권에는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여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국립대 31곳 중 무기 계약직 전환율이 최하위 수준인 28위(21.3%)에 그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줍니다. 서울대 비정규직들은 지난해 말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총학생회와 함께하는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발족했습니다. 서로의 사정을 몰랐던 비정규직들이 모여 아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중입니다. 수많은 계란들이 모인 앞에서도 바위는 마냥 굳건하기만 할까요. 서울대 비정규직 ‘계란’들의 ‘바위’ 깨기는 이제 막 시작입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부고] 천마총 잠 깨운 고고학 거목 김정기 박사

    [부고] 천마총 잠 깨운 고고학 거목 김정기 박사

    한국 고고학과 고건축 분야의 산증인 창산(昌山) 김정기 박사가 26일 오후 7시 3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85세. 고인은 경주고분발굴조사단장을 맡은 뒤 1975년부터 1987년까지는 초대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지내며 대규모 발굴을 이끌었다. 특히 경주관광개발 계획의 하나로 1973년 경주 천마총 발굴, 이어 경주 황남대총 발굴을 주도하면서 한국 고고학과 고건축을 개척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현장 블로그] 무너진 경찰 기강 청춘의 삶 빼앗다

    ‘장난’ 때문에 젊은 청년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감독관인 박모(54) 경위가 자신이 휴대하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장난을 치다가 박모(21) 상경의 왼쪽 가슴을 쏜 겁니다. 박 경위는 의경들이 자신을 빼놓고 간식을 먹는 것을 보고 섭섭한 마음을 나타낸다며 실제 권총으로 박 상경의 가슴을 겨누고 방아쇠까지 당겼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총체적 기강 해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선 총기 관리 부분입니다. 검문소 경찰관에게 지급되는 38구경 권총은 6연발 탄창 회전식 권총입니다. 첫 번째 약실(12시 방향)은 비워두고 두 번째엔 공포탄, 세 번째부터는 실탄 4발을 넣습니다. 규정대로라면 박 경위가 방아쇠를 당겼을 때 공포탄이 격발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실탄이 나갔다는 건 장전이 잘못됐다는 의미입니다. 더구나 박 경위는 “두 번째 약실까지 비워 두고 세 번째에 공포탄, 네 번째부터 실탄을 장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합니다. 30년 가까이 경찰 조직에 몸담은 경찰 간부가 장전 순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은폐 의혹도 일었습니다. 사태 초기엔 언론에 ‘박 경위가 조끼에서 권총을 꺼내는 과정에서 격발이 일어났다’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오발 사고가 났다는 데 초점을 맞춰 상부에 보고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소 수사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오발 사고를 주장하는 박 경위의 말만 받아들이고 사건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보고 있다”며 “박 경위가 박 상경의 급소를 향해 총을 겨누고 오발을 방지하는 고무를 의도적으로 제거한 점에 비춰볼 때 당연히 미필적 고의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당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감춰진 ‘의경 탈영’ 사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구파발 검문소에 배치돼 근무 중이던 최모(30) 일경이 지난달 31일 3박 4일 정기외박을 나가고서 복귀 시한인 이달 3일 오후 6시를 지나 현재까지 부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 일경을 고발 조치하고 전국에 수배를 내린 상태입니다. 개성~경기 북부~서울을 잇는 통일로의 관문으로 다른 검문소들보다 한층 높은 내부 기강이 요구되는 구파발 검문소가 이 모양이니 다른 곳들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