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조용철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52
  • [34회 교정대상 수상자] ‘대상’ 이윤휘 서울구치소 교위

    “현장에서 일하는 1만 6000여명의 교정공무원을 대표해 큰 상을 받은 만큼 더욱 섬기는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제34회 교정대상’에서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이윤휘(50) 서울구치소 교위는 “구속으로 곤경에 빠진 수용자들과 아픔을 나눠 온 지난 26년 동안 함께해 준 선후배에게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89년 교정직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 교위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 교위가 찾은 해답은 ‘봉사’였다. 이 교위는 1991년 의사소통이 불편한 농아 수용자를 위해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농아 수용자들은 수화를 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찾아오면 짧은 면회 시간 동안 제대로 뜻을 전달하지 못했다. 이 교위는 직접 수화를 배우면 농아 수용자들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교위는 6개월간 저녁에 시간을 내 수화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후에도 틈틈이 서울 농아복지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 교위는 “절도범으로 교도소에 온 농아들이 많았는데 수감 생활의 사소한 부분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 교위는 그해 가을 서울시 대표로 참여한 전국 수화 경연대회의 수화 노래 부문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그는 경연대회에서 인생의 동반자도 찾았다. 함께 공연한 파트너와 결혼한 것이다. 이 교위의 봉사활동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아내와 함께 양로원, 보육시설 등에서 목욕 봉사를 했다. 2003년부터는 지인들과 색소폰 동아리를 꾸려 1년에 80곳이 넘는 시설을 찾아 공연을 했다. 틈틈이 공부해 얻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으로 이 교위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용자를 도울 수 있었다. 그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마약범 수용자를 상담해 삶의 의지를 북돋아 준 적이 있다”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교도소에 보낸 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는데 어머니를 직접 찾아가 기초생활수급을 받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수용자 대부분이 불우한 가정환경의 영향으로 나쁜 길로 빠진 사람들”이라며 “심리상담을 배운 경험을 살려 수용자들에게 더욱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답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불법 선거운동’ 現 농협회장 곧 소환

    금품 수수·대가성 여부 등 조사 농협중앙회장 불법 선거운동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덕규(66) 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병원(63) 현 농협중앙회 회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최씨에 대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일 밝혔다. 최씨의 측근 오모(54)씨와 선거 당시 최씨 캠프에서 활동한 최모(55)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초 농협 회장 후보였던 최씨는 선거가 치러진 지난 1월 12일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하자 ‘김병원 후보를 지지한다, 김 후보를 찍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대의원들에게 대량 발송하도록 측근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 회장은 1차 투표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결선투표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1위로 올라섰다. 김 회장은 민선제로 농협 회장 선거 방식이 바뀐 1988년 이후 선출된 최초의 호남 출신 회장이다. 농협 회장 등의 선거 절차를 규정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선거일 당일의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김 회장을 도와주는 대가로 이득을 챙기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금품이 오간 정황이나 직위 등에 대한 사전 약속이 있었다면 김 회장도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의 연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 회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김 회장의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은 취소된다. 현재 김 회장 측은 최 조합장과의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선거 당일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김 회장의 당선에 개입한 혐의로 최씨의 측근인 김모씨를 지난 4월 25일 구속 기소했다. 또 전 부산경남유통 대표 이모(62)씨도 같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체포해 구속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7월 12일에 끝나는 점을 고려해 수사에 최대한 속도를 낼 계획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정운호 게이트’ 열쇠 쥔 롯데家 맏딸

    ‘정운호 게이트’ 열쇠 쥔 롯데家 맏딸

    정 대표, 브로커 통해 금품 건네신영자 장남 회사 ‘우회 지원’도 검찰의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 수사가 롯데그룹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해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롯데면세점 입점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검찰의 소환 조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2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 등 10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협력사 입점 리스트,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위해 브로커 한모(58·구속)씨를 동원, 신 이사장 등 롯데 측 관계자들에게 10억~20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내사를 진행하던 중 롯데면세점 측이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2011년 9월 “국군복지단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해 군대 PX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화장품을 팔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정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한씨는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며 정 대표로부터 로비 자금 수십억원을 받았다. 또 2012년 11월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운영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월 점포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받았다. 한 달에 3000만~5000만원씩, 총 10억원 규모다. 그러나 정 대표는 2014년 7월 돌연 한씨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수수료를 B사에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 정 대표와 한씨의 ‘검은 공생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B사는 신 이사장의 장남인 장모(49)씨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씨는 2014년 10월 네이처리퍼블릭을 상대로 “일방적 계약 해지로 입은 피해 6억 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이 B사와 계약을 체결한 게 신 이사장 측에 대한 ‘우회 로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신 이사장 등을 소환해 정 대표 측으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롯데 측이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최근 신 이사장과 장남 장씨 등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조직적으로 로비에 연루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의 구속을 계기로 정 대표의 서울메트로 매장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홍 변호사는 퇴직 직후인 2011년 9월 서울메트로에 대한 청탁 대가로 정 대표 측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이자 홍 변호사와 대학 동문인 김모(66)씨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은 홍 변호사의 검찰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뇌부로 수사를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누구와 잘 안다고 사칭해 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그 ‘누구’에 대한 조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접촉했다는 증거가 확보돼야 조사한다는 것이 수사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前·現 KT&G 사장 모두 재판에

    협력·광고업체 등 유착 드러나… JWT 간부 7명 등 42명 기소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시작된 KT&G 수사가 11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전·현직 KT&G 사장은 납품·광고계약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매출 4조원이 넘는 KT&G에서 저질러졌던 각종 불법 관행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석우)는 배임수재와 뇌물공여 등 혐의로 민영진(58) 전 KT&G 사장 등 15명을 구속기소하고 백복인(50) 현 KT&G 사장 등 2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백 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12월까지 외국계 광고대행사인 JWT의 협력업체 A사로부터 광고계약 청탁을 받고 5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3년 5월 경찰이 민 전 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핵심 참고인을 태국으로 도피시킨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 4월 백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민 전 사장은 부사장을 지낸 이모(61)씨에게서 승진 청탁 대가로 4000만원, 두 곳의 협력업체에서 자녀 축의금 명목으로 6000만원 등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민 전 사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JWT 등 광고업체들은 광고주들에게 로비를 하는 동시에 영업 대행사들에서 리베이트를 상납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JWT는 2009년부터 지난 2월까지 대부업체 리드코프의 서홍민(51) 회장에게 4억 6500만원을 건네는 등 광고주 6명에게 총 20억여원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JWT는 또 온라인 광고영업 대행 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2억 1000만원을 받는 등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JWT 대표 김모씨(47) 등 업체 전·현직 간부 7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KT&G가 2002년 민영화된 뒤 국회, 감사원 등의 감시가 사라지면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태가 드러나도 시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KT&G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경영 합리화 노력에도 소홀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홍만표·정운호 구속… 내부자까지 겨눈 檢

    홍만표·정운호 구속… 내부자까지 겨눈 檢

    ‘정운호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가 2라운드에 접어든 모양새다. 2일 새벽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 등 ‘로비 발주자 및 행위자’를 구속하면서 검찰은 검찰 내부는 물론 법원·경찰·서울메트로 관계자 등 ‘로비 대상자’로 급속하게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 대표 관련 수사·재판에 홍 변호사 등이 일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금품수수나 향응 제공과 같은 정황까지 드러난다면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정 대표와 홍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검사·수사관 등 검찰 내부자들 관련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정 대표 원정도박 사건 수사팀과 공판 담당 검사·수사관들에 대해 최근 참고인 소환조사를 했고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기 시작한 상태다. 또 지난 2014년 무혐의 처리됐던 정 대표의 또 다른 원정도박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에 대한 서면조사도 실시했다. 정 대표의 두 차례 원정도박 사건의 수사팀 관계자들이 홍 변호사나 최유정(46·여) 변호사 등 정 대표 측과 접촉했는지, 그 과정에서 청탁이 있었는지, 당시 검사장·차장 등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설득력 있는 수사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향후 수사 방향과 동력을 좌우할 1차 과제로 꼽힌다. 2014년 원정도박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이나, 지난해 원정도박 사건의 항소심 과정에서 구형량을 줄여주고 보석 신청에 대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의견을 제출한 것 등에 대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 내부 수사가 일단락되면 법원·경찰 관련 의혹으로도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브로커 이씨가 지난해 12월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 임모 부장판사와 식사하며 사건 관련 얘기를 하는 등 ‘선처 로비’를 시도했던 일 등이 대표적이다. 임 부장은 이튿날 자신에게 정 대표의 재판이 배당된 사실을 알고 법원에 회피 신청을 했지만, 부적절한 만남이 아니냐는 의혹이 잦아들지 않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또 송창수(40) 이숨투자 전 대표의 ‘인베스트 사기 사건’에 대한 지난해 10월 항소심 선고과정도 살펴볼 예정이다. 지난 2013년 발생한 인베스트 사건은 피해규모 100억원대의 유사수신 사기 사건이다.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지만, 최 변호사가 변호를 맡은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담당 판사는 최 변호사와 동향이자 대학 동문 관계라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최 변호사는 1300억원대 유사수신 사기 사건인 이숨투자 사건과 인베스트 사건과 관련해 법원 교제비 명목으로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챙겼다. 올 2월 선고된 정 대표 도박 사건도 마찬가지다. 1심에선 징역 1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4개월 깎인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선고 직전까지 재판을 맡았던 판사가 브로커 이씨와 한 언론사 포럼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 점도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나 최 변호사 등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기 전 경찰에서도 여러 번 도박 관련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 경찰 또한 자유롭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대표의 사업 확장 관련 로비에서는 홍 변호사까지 관여한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홍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로비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의회 고위급 관계자도 로비 대상자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수사 향배는 결코 낙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홍·최 변호사 등 관련 인물들이 청탁 명목 수임료 거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최 변호사의 사무장으로 ‘키맨’인 브로커 이모(44)씨 검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검찰 고위직이 연루됐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증거 확보를 넘어 검찰의 수사의지까지도 변수로 남아 있는 셈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삼성물산 주식 매수가 낮다”

    확정 땐 총 347억 추가 지급 삼성 “사실과 달라… 재항고”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 거부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 매수 청구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삼성물산과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의도적으로 주가 하락을 유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에 이득을 줬다는 판단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35부(부장 윤종구)는 옛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삼성물산 측이 합병 때 제시한 주식 매수가가 너무 낮다”며 낸 가격 변경 신청 사건의 2심에서 1심을 깨고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 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5만 7234원이던 기존 보통주 매수가를 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 18일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6만 6602원으로 새로 정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일성신약 등은 합병에 반대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사 달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회사 주가 등을 바탕으로 1주당 5만 7234원을 제시했다. 일성신약 등은 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며 법원에 가격 조정을 신청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는 높게 형성돼야 이 회장 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사정을 고려할 때 당시 주가를 매수가 결정의 기초로 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1심을 파기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재판부는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이 주택 공급에 소극적으로 나선 데 대해서도 “실적 부진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매도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지금까지의 판결들과는 다른 성격의 판단이어서 납득하기 어렵고, 실적 부진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일성신약 등 신청인들에게 총 347억원을 추가로 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삼성물산 합병 때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보통주는 1171만 6000주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1심 패소 후 삼성과 합의하고 보유 물량을 모두 넘겨 이번 결정에 따른 이익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2년전 정운호 도박 무혐의’ 수사만 제외 … 檢, 윗선 감싸기?

    ‘2년전 정운호 도박 무혐의’ 수사만 제외 … 檢, 윗선 감싸기?

    법조계 “작년 도박건만 청탁했겠나” “당시 중앙지검장인 검찰총장에 불똥 튈까 우려… 소극적 수사한 듯” 정운호 게이트 관련 핵심 인물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원정 도박 수사팀에 대한 의혹 수사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 변호사가 맡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사건 중 유독 2014년 무혐의 처리된 원정 도박 사건만 수사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김수남 현 검찰총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건들과 달리 해당 건에만 로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2014년 7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정 대표의 원정 도박 혐의 사건을 송치받아 4개월가량 수사를 진행했다. 2012년 6월에 닷새 동안 정 대표가 약 300억원 규모의 도박을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카지노 마일리지 적립 내용 등 증거도 제출됐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정 대표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사업차 마카오를 자주 왕래했고, 정 대표 이름으로 마일리지가 적립된 것일 뿐”이라는 정 대표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수사로 정 대표가 2012년 3월~2014년 10월 마카오 등 해외에서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2014년 수사에서는 결과적으로 정 대표가 상습 도박자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檢 “경찰도 무혐의 송치… 청탁 없었다” 이 두 사건 모두 홍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2억~3억원씩 받고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지난 30일 홍 변호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지난해 사건 수임료는 중앙지검 관계자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봤지만 2014년 사건 수임료는 청탁 명목이 없었다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형사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2011년 9월에도 홍 변호사가 서울시 고위 관계자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받는 등 청탁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2014년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을 이끌었던 김수남 총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판단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무혐의 결론을 내린 2014년 수사팀은 놔두고 재판부의 판단에 맡기는 ‘적의처리’ 결론을 낸 지난해 수사팀만 문제 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검찰이 수장을 보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014년 사건은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넘겨 (정 대표 측이) 검찰에 청탁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정 대표 역시 ‘2014년에는 홍 변호사를 통한 청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홍만표·정운호 오늘 영장심사 불출석 한편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정 대표의 상습 도박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와 수사관들의 통화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필요한 통화나 접촉 단서가 나오면 해당 수사진의 금융계좌 등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실제로 홍 변호사 등과 통화 기록이 있는 검사 등이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관련 사건을 맡은 경찰과 판사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홍 변호사와 정 대표는 1일로 예정된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한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찰의 수사 기록만을 검토해 결정하게 된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세금 103억 포탈한 ´유흥대부´ 구속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신자용)은 서울에서 D유흥업소를 운영하며 100억원이 넘는 조세를 포탈한 백모(50)씨에 대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매출장부를 고의로 파기하는 등 수입을 누락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을 합쳐 103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씨는 지난해 3월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웨이터 A씨 차용금 명목으로 1억원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D업소에서 경리부장으로 일하던 B씨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중이던 백씨는 지난 25일 검찰에 자수해 체포됐다.  검찰 관계자는 “백씨가 범죄 혐의에 대해 대부분 인정을 하고 있다”며 “포탈한 돈의 사용처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검사 일 홍만표만큼만 해라” 말 돌 정도로 인기…변호사 되자 돈만 되면 ‘지저분한’ 사건도 척척

    “검사 일 홍만표만큼만 해라” 말 돌 정도로 인기…변호사 되자 돈만 되면 ‘지저분한’ 사건도 척척

    “홍 선배(홍만표 변호사)는 함께 근무했을 때 누구나 본받고 싶어 했던 검사였습니다. ‘홍만표만큼만 일을 하라’는 말까지 돌 정도였으니까요. 업무 능력이 탁월한 건 둘째 치고 인간성도 좋으니 위아래 할 것 없이 인기가 높았죠. 그러나 지금의 ‘변호사 홍만표’는 ‘내가 알던 홍 선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서울지역 모 부장검사) 30일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홍만표(57) 변호사는 현직 당시 역대 대통령의 최측근은 물론 전임 대통령들에게도 수사의 ‘칼날’을 들이밀며 베테랑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검찰을 떠난 뒤에는 원정도박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전방위 구명 로비를 벌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의 ‘칼날’로 전락했고, 결국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홍 변호사는 학맥(서울 대일고-성균관대)이나 지연(강원 삼척) 등만 따지면 검찰 내에서 ‘육두품’에 가깝다. 하지만 경력만 놓고 보면 어느 ‘성골’ 못지않다.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91년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핵심 요직만 거쳤다. 1993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특수부 검사 등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줄곧 경력을 쌓았다. 이후 특수통의 ‘사관학교’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기획과장과 중수2과장 등을 거쳐 중수부의 ‘입’인 수사기획관까지 거쳤다. 그가 맡은 주요 사건은 ▲김영삼 정부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 비리’ ▲김대중 정부 ‘진승현 게이트’ ▲노무현 정부 ‘유전 게이트’,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조작’ ▲이명박 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뢰 의혹’ 등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검찰 특수부가 맡았던 주요 사건에 거의 다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직 시절 김경수(56) 전 대구고검장, 최재경(54) 전 인천지검장과 함께 ‘사법연수원 17기 특수통 트로이카’로 불린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탁월한 ‘정무적 감각’도 큰 힘이 됐다. 전직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감각도 날카로웠지만 ‘선’을 절묘하게 지키면서도 윗선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그 역시 수사 과정에서의 역풍이라는 특수부 검사의 ‘숙명’을 피하지 못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뇌물 의혹 수사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언론 브리핑을 맡았던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린 당사자로 지목됐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한데 받았던 그는 결국 대검 기획조정실장(검사장) 시절인 2011년 7월 검·경 수사권 조정 여파로 옷을 벗었다. ‘변호사 홍만표’는 이전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개업 이후 4년여 동안 해마다 100억원 가까운 수임료 수입을 거뒀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굵직한 형사 사건은 거의 싹쓸이했다. 수임료만 높으면 사기 횡령 등 ‘지저분한’ 사건도 가리지 않고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전직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개업 초반에는 ‘검찰 수사권 사수’라는 명분으로 검찰을 떠난 모양새였기 때문에 검찰 후배들이 알아서 배려해 준다는 말이 돌았다”면서 “그러나 보통 전관을 활용하는 기간인 2년을 넘겨 4년 넘게 사건을 싹쓸이하고 검찰 후배들에게 (사건과 관련해) 무리한 부탁을 하면서 주변의 원성이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그의 ‘변신’은 그를 엘리트 검사로 이끈 ‘성실함’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 현직 부장검사는 “뇌 수술 등을 두 차례 받을 정도로 몸이 안 좋은 홍 변호사가 검사로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건 수임에 과도하게 매달린 것 같다”면서 “(검찰이라는) 권력을 입은 변호사 입장에서는 돈을 좇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주변에서 우려의 말들도 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와 가까운 한 법조인은 “개업한 지 2년 정도 지나 만나서 ‘수입을 그 정도 올리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 차라리 고향에 (국회의원) 출마를 하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자 ‘난 정치인 스타일이 아니다’라면서 허허 웃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 검사는 “조사를 받고 돌아가는 피의자들에게 ‘불편한 점은 없었냐’고 묻는 따뜻한 선배였는데 소환되는 걸 보니 참담하다”면서 “각종 의혹이 양파 껍질처럼 나오는 상황은 홍 변호사 개인뿐 아니라 검찰에게도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10억대 탈세 혐의’ 홍만표 이르면 오늘 영장

    검찰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57) 변호사에 대해 이르면 30일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출소를 앞두고 있는 정 대표에 대한 신병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 27일 홍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한 내용 등을 토대로 홍 변호사가 10억원이 넘는 조세를 포탈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홍 변호사는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고도 여러 차례 소득신고를 누락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세금을 내지 않고 벌어들인 소득으로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지목된 부동산 관리업체 A사 등에 투자하는 등 개인 재산증식 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받으면서 일부 금액을 청탁 용도로 챙기는 등 부당수임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한 정 대표의 신병을 확보할 방안도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개월형을 확정받은 정 대표는 다음달 5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 경영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이번 주에 횡령 혐의 등으로 정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A급 전관 변호사, 재판부와 통화 모습만 보여도 수임료 ‘폭등’

    A급 전관 변호사, 재판부와 통화 모습만 보여도 수임료 ‘폭등’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1도 2부 3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사사건에 휘말렸을 때는 ‘먼저 도망가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빽(전관)을 쓰라’는 뜻이죠. 그만큼 전관의 위력이 막강하다는 얘깁니다.”(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 최근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 사건을 계기로 새삼 법조 비리의 온상이 고질적 전관예우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현직 판·검사가 퇴직한 뒤 변호사 개업을 할 때 최소한 1년간은 퇴임 전 소속 법원이나 검찰청의 형사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전관예우 금지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은 이런 허울뿐인 제도 개혁을 철저하게 비웃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전체가 전관들에 의해 다시 한번 농락당한 셈이다. 29일 서울신문이 만난 전관 등 법조인 10여명 역시 전관예우에 대해 “개인의 일탈이 아닌 법조계 전반에 만연한 현재진행형 구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역 부장판사 출신 B변호사는 “재판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사건을 맡는 변호사들이 수두룩하다”면서 “실제로는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더라도 의뢰인 앞에서 아는 담당 판사와 통화만 해도 의뢰인의 신뢰는 커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C변호사는 “‘판사가 피고인을 합법적으로 봐 주는 방법은 108가지’라는 말까지 있다”면서 “재판부와 인연이 있는 전관 변호사가 선임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선고 등의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임계 미제출도 드러나지 않은 일종의 ‘관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판사 출신 D변호사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무실도 필요 없고 전화기만 하나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면서 “홍만표(56) 변호사처럼 선임계를 안 내고 몰래 활동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전관이 힘을 발휘하는 가장 큰 무기는 현직에 대한 인사권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검사 출신 E변호사는 “홍 변호사처럼 법원장·검사장 출신 A급 변호사들은 주변에 인사권을 가진 이들이 수두룩해 직간접적으로 현직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직들이 전관들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관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도 무리한 수임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F검사는 “학교 때부터 평생 1등만 했던 판·검사들이라 개업 이후에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직급으로 퇴직한 어떤 변호사가 자신보다 많은 수임료를 버는 걸 못 참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G변호사는 “보통 옷을 벗은 지 1~2년이면 전관들의 영향력이 약해진다”면서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은 ‘내가 현직 동기들보다 못한 게 없다’는 생각에 경제적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단기간에 무리하게 돈(수임료)을 끌어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9월 퇴직한 홍 변호사도 개업 첫해에 가장 많은 100억여원의 수임료 소득을 신고했다. 브로커들이 개입하면서 전관예우의 폐해가 극대화된다는 분석도 많다. 비(非)전관 H변호사는 “홍만표, 최유정 외에도 ‘부장판사 출신 모 변호사가 서초동 A급 브로커 3명을 한꺼번에 고용해 한 해 10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면서 “똑같은 일을 해서 똑같은 결과를 내도 일반 변호사는 전관 출신에 비해 10분의1의 수임료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I변호사도 “브로커들이 의뢰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마치 이 변호사를 선임하면 풀려날 수 있을 것처럼 속여 수임료를 뻥튀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J변호사는 “아무리 전관이라도 50억원을 한꺼번에 요구할 순 없다. 최 변호사도 브로커가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규모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이면 다 통한다’는 의뢰인들의 그릇된 인식이 법조계 문화를 흐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 K변호사는 “전관 변호사를 찾아와서 ‘불구속 기소나 불기소가 가능하느냐’며 거액의 수임료를 제안하는데 ‘죄진 만큼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변호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재력가들의 행태도 문제”라고 말했다. L변호사 역시 “원래 송사라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니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정작 일이 벌어지면 변호사의 승소율이나 변론 능력 대신 전관 여부를 먼저 따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제인 前 옥시 대표 소환 불응…싱가포르에 범죄인 인도 추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거라브 제인(47·인도) 전 옥시 대표가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의 범죄인 인도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증거를 은폐한 책임자로 지목된 제인 전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가 변호인을 통해 이를 거부했다고 27일 밝혔다. 제인 전 대표는 현재 옥시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으로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제인 전 대표의 변호인이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면서 “언론을 통해 존 리 전 대표 등이 피해자 가족에게 봉변당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인 전 대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옥시 한국지사 마케팅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 23일 소환된 존 리(48·미국)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에는 2년 동안 대표를 지낸 핵심 인사다. 검찰은 서울대 조모(57) 교수에게 옥시에 유리한 실험 결과를 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개인 계좌로 1200만원을 건넨 결정을 제인 전 대표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인 전 대표가 검찰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이메일을 통한 서면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가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싱가포르와의 형사사법 공조를 통한 범죄인 인도 청구도 추진키로 했다. 한편 검찰은 호서대 유모(61) 교수가 10여건의 가습기 살균제 민사 소송 과정에서 옥시에 유리한 진술서를 써 주는 대가 등으로 모두 44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파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근무하던 곳서 조사받은 홍만표… 탈세 일부 시인

    근무하던 곳서 조사받은 홍만표… 탈세 일부 시인

    “참담…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 檢 몰래 변론·정운호 감형 로비 집중 추궁 탈세 의혹에 “제 불찰”… 수싸움 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7일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 핵심 인물인 홍만표(57)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여) 변호사와 정 대표 간 수임료 분쟁으로 법조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약 한 달 만이다. 날 선 신문으로 법정에 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코너에 몰아붙이며 1995년 일약 ‘스타검사’로 떠올랐던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도 여느 피의자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난 홍 변호사는 한숨을 내쉬며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면서 “저를 둘러싼 의혹에 제가 감당할 부분은 제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내 대표 특수통으로 꼽힌 홍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현 지휘라인과도 인연이 깊다. 이영렬 지검장과는 1995년 전직 대통령 비리 수사 때, 이동열 3차장과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때, 이 사건 주임 검사인 이원석 특수1부장과는 2000년 서산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홍 변호사에 대한 조사는 고형곤 특수1부 부부장이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10층 영상조사실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검찰은 홍 변호사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탈세 의혹은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는 검찰 출석에 앞서 “퇴임 이후에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변호사가 순순히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성립되려면 미납 세금이 ‘5억원 이상’일 뿐 아니라 ‘사기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을 때’라는 조건이 따른다. 홍 변호사가 ‘불찰’이라고 언급한 것이 드러난 탈세 행위가 실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선수’(先手)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미납 세금을 내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이른바 ‘몰래 변론’한 의혹에 대해선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몰래 변론(의혹)은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를 상대로 정 대표의 감형 로비에 관여했는지도 추궁했다. 정 대표와 홍 변호사의 고교 후배인 브로커 이민희(56)씨와 대질신문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사안에 따라 시인하는 부분도 있고 부인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물증과 진술을 바탕으로 혐의 입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 관련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최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6~9월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 대표인 송모씨에게서 보석 집행유예를 위한 재판부와의 교제나 청탁 등을 명목으로 50억원씩 모두 100억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檢, 옥시 의혹 호서대 前연구원 조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와 호서대 연구팀 사이의 유착의혹을 밝히기 위해 호서대 전 연구원 문모씨를 26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문씨를 상대로 실험을 의뢰한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쓰기 위해 실험환경을 조작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마치는대로 옥시로부터 1억원을 받고 실험을 한 호서대 유모(61)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가습기 살균제 자체브랜드(PB)상품을 판매한 홈플러스의 생활용품팀 직원 김모씨도 불러 조사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를 비롯한 환경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을 방문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영국 정부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檢, 홍만표 오늘 소환… 현직 판·검사 수사로 확대되나

    브로커 이민희와 대질 가능성… 소환 후 전관 로비 수사로 전환 지난해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홍만표(57) 변호사 소환 조사를 계기로 수사를 현직 판·검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홍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정 대표의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사건 검찰 수사단계 변호를 맡아 검찰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홍 변호사에 대해 일단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2011년 9월 개업 이후 수임한 400여건의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 및 신고한 소득내역, 150억여원대 부동산 자산 등의 취득 과정 등을 분석해 일부 사건의 수임료가 신고되지 않았거나 축소 신고된 정황 등 홍 변호사의 자금 흐름과 관련된 내용을 상당 부분 파악했다. 또 지난 2014년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의 1조 3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 등에 대해 홍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다수의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홍 변호사에 대해 조사 내용이 방대하다. 소환 조사해 보고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필요에 따라 정 대표 및 브로커 이민희(56·구속)씨와의 대질 신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 대표에게 홍 변호사를 소개한 인물로 홍 변호사의 고교 1년 후배다. 홍 변호사 소환 이후 검찰 수사는 탈세 등 홍 변호사의 개인 비위에서 실제로 경찰·검찰·법원에 대해 전관 변호사들의 로비 및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로 전환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정 대표의 항소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이례적으로 구형량을 1심 때의 3년보다 낮은 2년 6개월로 낮추고, 보석허가에 대해 “적의 처리”(법원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또 2014년 정 대표의 또 다른 원정도박 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리하는 등 정 대표에 대해 각종 ‘호의’를 베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사건 검사·수사관과 접촉해 사건 왜곡을 시도했는지 캐물을 방침”이라면서 “보석 로비 부분도 다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대법 “재건축 비용변경 3분의2 동의 없으면 무효”

    재건축 공사 계약에 앞서 실시한 조합원 총회의 결의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됐다면 공사계약 자체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합 총회 결의의 유·무효를 따져본 후에 계약을 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서울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이 GS건설을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반포재건축조합은 2001년 11월 GS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원에게 우선 분양하고 남은 가구를 일반 분양할 때 일반분양금 총액이 예상 가격을 10% 이상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조합원의 수익으로 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조합은 곧바로 조합원 86%의 동의를 받아 재건축 결의를 마쳤다. 이듬해 조합은 GS건설과 재건축공사 가계약을 했다. 다만, 가계약에는 정부의 정책 변경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공사 변경을 협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후 GS건설은 정부 정책 변경으로 인해 추가 공사비용 2000억원이 발생했다며 변경 협의를 요청했고, 양측은 조합원이 일반분양가 10% 초과분의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추가 공사비를 GS건설이 부담하기로 했다. 양측은 2005년 조합원 55%의 결의를 통해 이 내용으로 재건축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이 2005년 본계약의 총회 결의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2002년 결의로 정한 비용 분담 조건을 바꾸려면 조합원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도 55%의 동의만으로 기존 결의와 다른 본계약을 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2010년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2005년 본계약에 앞선 총회 결의는 무효가 됐다. 조합은 이 판결을 근거로 또 다른 소송을 냈다. “재건축 본계약이 무효이므로 당초 GS건설이 내건 조건에 따라 일반분양가가 예상 가격을 10% 이상 초과한 부분의 수익 36억원을 조합원에게 달라”고 했다. 1·2심은 앞선 판결의 결론과 상관없이 조합과 시공사의 계약은 유효하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무효인 총회 결의에 의한 본계약은 법률에 규정된 요건인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무효”라고 뒤집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공무원 실수로 투표 못한 지방선거 1표 값 30만원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공무원 실수로 투표를 하지 못한 대구 시민 김모씨에게 국가가 30만원을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선거 당일 투표 종료 10분 전인 오후 5시 50분 투표소에서 대구시장이 발급한 ‘시정 모니터 신분증’을 제시했다. 적법한 신분증이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확인해 보겠다”며 시간을 끌었고, 그사이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났다. 규정상 마감시간 전에 투표소에 들어왔다면 유권자는 오후 6시가 지나도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김씨를 돌려보냈다. 이에 김씨는 “공무원의 잘못으로 선거권이 침해당했다”며 3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공무원이 오인해 투표를 막은 것으로 보이는 점, 선관위가 해명과 사과를 한 점 등을 들어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금액은 요구액의 10분의1인 30만원으로 제한했다. 법원은 그동안 선거권 침해로 인한 배상액을 200만원 이하로 산정했다. 대전지법은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정부의 전산 기록 실수로 투표하지 못했다며 1500만원을 요구한 부녀에게 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대선에서 공무원 잘못으로 선거인 명부에 빠져 투표를 하지 못한 수형자도 1200만원을 청구했으나 100만원만 배상받았다. 법원 관계자는 “법이 정한 배상액은 선거권의 가치를 기본적으로 반영한 것이지만 사안별로 배상액 판결이 달라지는 만큼 ‘한 표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이민희, 체포 전 洪과 수차례 통화… 사전조율 했나

    이민희, 체포 전 洪과 수차례 통화… 사전조율 했나

    李 “고교 선배에 조언 구했을 뿐 정운호 돈 9억 받아 생활비 사용” 洪과 말 맞추기·증거인멸 의심 법조계 전방위 의혹 열쇠 ‘촉각’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브로커 이민희(56)씨가 지난 21일 검거되면서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계를 비롯한 전방위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2일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지하철 입점을 도와주겠다며 정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사기, 변호사법 위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2009~2011년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메트로 관계자와 접촉해 지하철 역사 내에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정 대표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유명 가수의 동생 조모씨로부터 3억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 홍만표(57) 변호사에게 형사사건을 소개해 주고 1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에서 자수 의사를 밝힌 뒤 체포됐으며 언론에서 제기한 일부 범죄 사실에 대해 시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는 정 대표로부터 받은 9억원을 로비에 사용하지 않고 본인의 생활비와 유흥비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도피 기간 중 정 대표 도박사건 검찰 수사 단계 변호를 맡았던 고교 선배 홍 변호사와 법적 자문을 위해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정 대표의 로비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이씨와 홍 변호사 사이에 통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양측이 조사를 앞두고 말 맞추기를 했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체포 당시 이씨는 휴대전화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이씨를 상대로 실제로 법조계 로비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인 임모 부장판사를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성형외과 의사 L씨를 통해 수도권 K부장판사에게 항소심 선처 로비를 하는 데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씨의 고교 선배로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의 검찰 수사 당시 변호를 맡았던 홍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수임료(1억 5000만원)보다 더 많은 수임료를 받았는지 등 ‘부당 수임’ 의혹도 살펴볼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씨가 전직 청와대 수석과 부처 차관, 현직 차장검사, 간부급 경찰 간부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맥을 과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살균제 최다판매 때 옥시 대표 부작용 알고도 판 혐의 추궁

    살균제 최다판매 때 옥시 대표 부작용 알고도 판 혐의 추궁

    과실치사상 혐의 사법처리 가능성 피해자들, 당시 환경장관 檢 고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존 리(48) 전 대표를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리 전 대표를 상대로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판매를 강행한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험을 하지 않고 유통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리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구글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국내에 머물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던 2005~10년 옥시의 최고경영자(CEO)로 있었다. 이 기간은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많이 팔린 시기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문제점을 알고도 판매 중단이나 제품 회수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게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리 전 대표의 소환 조사가 이번 가습기 살균제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가 2001년 옥시를 인수한 뒤 처음 영입한 외국인 CEO인 만큼 가습기 살균제 판매 과정에 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옥시가 제출한 의견서 중 국내외 전문가가 작성한 ‘공동 전문가 보고서’가 한국법인 자체 판단으로 기획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는 영국 간질성 폐 질환 전문의인 T 박사, 영국 폐병리학자 A 박사, 미국 폐병리학자 T 박사, 싱가포르 폐 질환 전문의 P 박사 등이 참여했다. 검찰은 리 전 대표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사법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미국 국적이지만 사법 처리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신현우(68)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14일 구속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10∼12년 옥시 CEO를 지낸 뒤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거라브 제인(47·인도) 전 대표 역시 소환을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의 보상 활동을 체계화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피해자 모임 법인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들은 또 23일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강현욱, 김명자 당시 환경부 장관과 실무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커버 스토리] 편의점 51곳·노인시설 0곳… 한 동네 두 얼굴

    [커버 스토리] 편의점 51곳·노인시설 0곳… 한 동네 두 얼굴

    1인 가구의 77.2%는 2030… 신림역 하루 승하차 16만명 달해 “10분만 늦어도 지하철 2대는 그냥 보내야 됩니다. 혼자 사는 직장인들이 워낙 많은 동네라 출근시간이 가장 괴롭지요.” 지난 19일 오전 7시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근처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0)씨는 빠르게 말하며 역 방향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김씨를 포함해 원룸촌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은 신림역 5번 출입구로 몰려들었다. 신림역은 지하철 개표구가 47개나 되는데도, 각각의 칸마다 10여명은 기다려야 개표구 통과가 가능했다. 승강장에 미끄러져 들어온 강남역 방향 전동차는 이미 사람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곳곳에서 피곤과 짜증 섞인 한숨이 터져 나왔다. 평일의 신림역은 최악의 출근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이 15만 9421명으로 이른바 ‘지옥역’으로 통하는 신도림역(14만 1188명)보다도 2만명 가까이 많다. 특히 출근시간대(오전 6~9시)의 승차 인원은 3만 286명으로 신도림역(1만 7944명)의 1.7배에 이른다. 오전 9시 출근 인파가 휩쓸고 간 신림동의 원룸촌은 고요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나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만 4555가구 중에 1만 1265가구(77.4%)가 혼자 사는 집들이다. 10가구 중 8가구꼴이다. 이런 1인 가구의 77.2%는 20·30대들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으로 출근하면 적막한 동네로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림동의 남동쪽에 접해 있는 청룡동도 1만 6775가구 중 1만 826가구(64.5%)가 1인 가구다. 통상 서울에 취업한 지방 출신들 사이에서 이 2개 동을 ‘1인 가구가 서울에 안착하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관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지하철 역세권인데도 월세가 40만~50만원으로 저렴한 데다 상권도 1인 가구에 맞도록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나 아이가 없으니 노인요양시설, 입시학원, 보육시설 등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이에 비해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신림동길 350m 구간에만 4개가 있었고 봉천로6길에서 신림동7길로 이어지는 550m 골목길에는 6개가 늘어서 있었다. 한 편의점 주인은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트보다는 편의점에서 소규모로 장을 본다”며 “다른 지역보다 도시락과 생수가 특히 잘 팔린다”고 전했다. 신림동(51개)과 청룡동(50개)을 합치면 편의점이 101개에 이른다. 월세 거주자가 많다 보니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192개에 이르고 세탁소는 56개가 영업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직장인 한모(28·여)씨는 “기초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점들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며 “부모님과 함께 살던 예전 동네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효율성 위주의 동선이 이제는 외려 편하다”고 했다. 골목 곳곳에는 다세대주택을 허물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동네가 조용하다 보니 공사장 소음이 더 크게 울려 퍼진다. 청룡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52)씨는 “지금도 원룸이 많지만 수요가 계속해서 늘면서 신림동과 청룡동에 5곳 정도가 새 건물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신림역 대로변의 음식점과 술집들이 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1인 가구의 특성상 저녁을 사먹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 주인 배모(48·여)씨는 “점심시간에 문을 여는 식당도 몇 군데 있는데 장사가 거의 안 된다”며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동네에 도착하는 오후 7시는 돼야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오후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퇴근 행렬이 이어졌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인근에 사는 이모(26)씨는 “밤 10시가 지나면 신림동 유흥가에는 직장인보다 대학생 손님이 훨씬 많고 가출한 중고생들도 몰린다”며 “혼자 사는 직장인들은 늦어도 밤 10시면 거의 집에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밤 11시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직장인 김모(34)씨는 “새벽 1시까지 TV를 보는 게 거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라며 “불을 끄고 혼자 방에 누우면 가뜩이나 외로운데 ‘돈을 벌어야 결혼을 하지’라는 상념까지 더해져 어떤 때는 잠도 잘 안 온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