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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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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언론인 대상 박제균·방문신

    서울대 언론인 대상 박제균·방문신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관악언론인회는 제21회 서울대 언론인 대상 수상자로 박제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 상무와 방문신 SBS 사장을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전 상무는 파리특파원, 정치부장, 채널A 보도본부장 등을 지냈다. 방 사장은 도쿄특파원, 정치부장, 보도국장, 부사장을 거쳤다. 시상식은 다음달 5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 “글로벌 창업 생태계 조성… 국내 스타트업 세계적 성장 돕겠다”[전경하의 집중]

    “글로벌 창업 생태계 조성… 국내 스타트업 세계적 성장 돕겠다”[전경하의 집중]

    세계 기술 경쟁은 탄소중립, 전기차, 인공지능(AI) 등으로 옮겨 갔다. 미중 패권경쟁이 계속되면서 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문국현(75)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는 “미중이 디커플링하는 지금이 한국에 거대한 기회”라며 스타트업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존폐 위기에 놓인 유한킴벌리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스타 경영인, 올해 40주년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한 시민운동가, 2007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 그동안의 성과를 위안 삼아 관조하거나 소일거리를 할 나이에 문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네트워크 구축과 자금 모집 등으로 바쁘다. 문 대표를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사무실에서 만나 현재 활동과 그 이유에 대해 들었다. 2026년 스타트업 올림피아드 제안‘실리콘밸리 경진대회’ 수상팀 대상UC버클리 창업 연수 과정 통과 땐‘집중 육성 글로벌 스타트업’에 등록광양에 첨단소재 스마트 공장 건설의료용 부직포와 방호복 생산 계획피터 드러커 박사는 나의 모태신앙사회에 책임 경영·전사적 혁신 추구개선할 점은 먼저 본 사람이 고쳐야기업·국가·환경 사랑… 재창조 노력 -2026년 글로벌 스타트업 올림피아드를 제안했다. “한국에서 글로벌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미국의 기업 생태계는 청년들이 대학을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대기업과 대학도 자유롭게 교류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의 1.7%인지라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크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세계적 기업과 교류해야 한다. 경영 컨설팅, 네트워크 등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비즈니스포럼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는 경진대회 수상팀은 국내 스타트업 캠프 과정에 들어가고, 그중 선발된 이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UC버클리 AMENA센터에서 창업 연수 과정을 밟게 하려 한다. UC버클리 기준까지 통과하면 집중육성대상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등록된다. 미국 대기업, 대학, 투자자, 세계적 인재들과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는 장치다.” -광양경제특구에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 “아얀테첨단소재의 부직포 기반 방호용품 스마트 공장이다. 부직포는 코로나19 유행 때 봤듯이 의료진 방호복, 마스크 등에 쓰인다. 유한킴벌리(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가 1970년 공동출자해 설립)에 있을 때 병원용품과 산업용품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직포를 개발했는데 본사인 킴벌리클라크가 이 사업을 분사해서 요즘은 중국에서 주로 생산한다. 공급 불안정에 제품값 등락이 심하고 성능 및 품질 혁신도 시급하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의료용 부직포와 방호복을 생산하는 스마트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땅은 확보됐고 여러 기업 및 기관 공동투자로 빠르면 내년 7월 착공, 2027년 1차 준공 계획이다. 총 10년 프로젝트인데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공장을 지어 본 경험이 있나. “유한킴벌리 부사장이던 1993년 생산라인이 모두 자동화된 대전공장을 지었다. 이후 미국 킴벌리클라크의 중국 베이징·난징 공장도 건설했다. 대전공장을 통해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평생학습을 하면서 혁신하면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대전공장에 4조 3교대 근무, 자발적 학습 및 지속적 혁신 체제를 처음 적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근무 형태 개편은 쉽지 않다. “기존 공장 노조들은 근무시간이 줄면 월급이 준다고 반대했다. 그래서 신규 공장에만 적용해 크게 성공했는데 외환위기가 닥쳤다. 경쟁력 없는 기존 공장들에서 1500명을 해고해야 했지만 1명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품 수와 재고를 줄여 창고를 최소화하면 3년을 버틸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해 4조 2교대를 기존 모든 공장에 도입했다. 그리고 학습시간을 이용해 전체 직원 3000명을 2주씩 분산해 중국 견학에 나섰다. 중국이 부상하는 때이니까 연구해야 한다고. 2주를 제대로 보내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 공부하면서 학습분위기가 회사 전체에 자리잡았다. 수천 명이 동시에 보는 지도나 비전이 있으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없어도 자율적으로 움직여 목적지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1982년 말 호주에 1년 정도 파견됐을 때 한국에 산림 복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984년부터 회사와 정부를 설득해 1985년부터 국유지에 나무를 심었다. 회사가 나무를 심으면서 44% 세금도 내야 했다. 다행히 10년 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공익 환경운동으로 인정해 면세 처리를 해 줬다. 나라까지 적극 나선 덕분에 1997년 6월 유엔환경계획(UNEP)의 글로벌500상(지구환경 보전에 공로가 큰 개인 또는 단체에 주는 상)도 받았다. 그해 겨울 외환위기가 터졌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생명의숲’ 국민운동을 시작해 숲가꾸기 공공근로 등 산림 생태 일자리를 대거 만들 수 있었다. 산림은 환경적·경제적 기능도 크지만 사회통합 기능이 매우 크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민간자원보존단(CCC)을 만들어 산림·하천 공원 등을 대규모 복원했던 것을 벤치마킹했다(당시 미국은 9년간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와 생명의숲 국민운동은 평생의 보람이지만 회사 골프대회를 없애 임직원들까지 골프를 못 치게 돼 미안함이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시민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세상이 변하면서 고객과 환경은 지속적으로 바뀌는데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고객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나 상품이 나온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지속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제도나 기존 관례에 묶이지 않기 때문에 유연하고 창조적이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1909 ~2005년) 박사가 평생을 나치, 공산주의 등 전체주의와 씨우기도 했지만 시민사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끊임없이 강조한 이유다. 드러커 박사는 벤처에도 관심이 많다. 정부가 바뀌기 힘든 거 못지않게 대기업도 바뀌기 힘들다. 대기업도 자칫하면 독점적이고 경직될 수 있기 때문에 벤처의 시대가 열려 끊임없이 혁신하고 고객을 위해 효력이 끝난 과거의 것을 폐기할 줄 아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러커 박사가 대표님에게 갖는 의미는. “마치 모태신앙 같다. 외대에서 경영학을 부전공하면서 저서 ‘단절의 시대’를 처음 접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논문도 그 영향을 받아 사회책임 경영 및 가치변동 회계에 대해 썼다. 1976년 유한킴벌리 초대 전산실장하면서 전산 데이터 기반 모든 정보를 경영진, 영업사원들뿐만 아니라 노조, 대리점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해 파격적이면서도 전사적 혁신을 추구한 것도 그 영향이다.” -사람입국신경쟁력특별위원장 시절인 2004년 드러커 박사를 만났다.(서울신문은 이 일정에 동행, 드러커 박사 인터뷰를 시작으로 사람입국신경쟁력특위와 함께 2005년 1월부터 3개월에 걸쳐 국내외의 인재경영 혁신 사례 등을 담은 ‘이젠 사람입국이다’ 기획 기사를 실었다.) “국내에 드러커북클럽이 있었는데 이를 좀더 발전시켜 드러커소사이어티와 드러커혁신상을 만드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 갔다. 드러커 박사가 한국이 고속인터넷망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 세계는 영어 데이터가 주류가 되는데 한국에는 우수한 한글과 한국어 데이터가 많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 인터넷이 더해져 전 세계와 상관없는 트렌드가 형성될 것을 우려했다. 20년 전의 그 예측이 불행하게도 맞는 것 같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와도 보다 창조적인 네트워킹과 학습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013년부터 9년간 한솔섬유 최고경영자(CEO)로 한 일은. “한솔섬유, 한세실업, 세아상역 등 섬유업계의 국내 글로벌 벤더(공급업체)를 다 합쳐도 2조 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섬유패션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10%가 안 된다. 회사를 학습혁신 조직화하고 고객 중심으로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했다. 초기 디자인 협상을 할 때 미국이나 유럽 바이어들이 디지털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힘들었다. 코로나가 터지자 직접 샘플을 주고받으며 협상하기 어려워지면서 디지털화가 성공을 거뒀다. 이제 한국이 디지털 디자인·패션, 스마트팩토리를 선도할 때가 됐다. 기업공개를 준비하면서 2022년 3월 물러났다. 기업공개 시점에는 앞으로 10년 디지털 혁신과 세계적 도약을 이끌어 갈 사람이 CEO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 이룬 것도 많은데 왜 계속 뭔가를 새로 하나. “개선할 점이 보이면 먼저 본 사람이 고치는 게 도리 같다. 정치할 때 지지해 준 유권자들의 성원도 잊을 수 없다. 사람 중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진짜 경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많은 분들이 지지해 줬다. 평생 갚아야 할 빚이다. 꾸준히 기업, 국가, 사회, 환경을 사랑하고 재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문국현 대표는 유한양행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는 소식에 감명받아 유한킴벌리에 1974년 입사했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사장으로 13년간 일하면서 일자리 나누기, 평생학습, 임직원 경영참여, 투명 윤리경영 등 ‘뉴패러다임’을 주창했다. 그 결과 1994년 2680억원이었던 매출이 2007년 9050억원으로 3.4배 늘었다. 2003년부터 킴벌리클라크의 북아시아 총괄사장 겸 이사회 의장을 겸하며 신뢰 기반 혁신경영을 아시아에 확장시켰다. 2007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로 출마, 5.8% 득표로 낙마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을 꺾고 서울 은평을에 당선됐으나 당이 발행한 당채 이자율 특혜 시비에 휘말려 2009년 말 의원직을 잃었다. 2010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를 세워 중국에서 컨설팅 등의 사업을 하다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한국에 배치된 2017년 철수했다. 현재 실리콘밸리비즈니스포럼 한국 의장과 아얀테첨단소재 대표를 맡고 있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1조원의 가치

    [길섶에서] 1조원의 가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총괄하던 금융감독위원회를 출입할 때였다.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이 구조조정에 투입될 자금 규모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금액이 적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왔다. 투입 예정 금액은 수십조원. 이 전 위원장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여러분들이 조원을 거리낌없이 말하는데 조는 아주 큰 돈이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돈의 단위는 몇억원은커녕 몇만원인지라 조에 대한 감각이 없다. 1조원을 10년 안에 다 쓰려면 매일 2억 7400만원을 써야 한다. 하루에 2억~3억원이라…. 내년 예산이 곧 발표된다. 올해 예산이 656조 6000억원이니 이보다는 큰 금액일 거다. 각종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담당 부처의 장차관은 물론 예산당국까지 설득한 금액이다. 공무원들이 사업을 기획하면서 시작하는 금액 단위가 커졌다는 하소연을 들은 지 제법 됐다. 경제 규모가 커진 탓도 있지만 큰 금액을 자주 접하다 보니 감각이 무뎌진 탓도 있을 터. “조”를 쉽게 입에 올리더라도 씀씀이만은 억 단위까지 깐깐하게 따졌으면 싶다.
  • [씨줄날줄] 히트플레이션

    [씨줄날줄] 히트플레이션

    ‘금(金)사과’, ‘금대파’에 이어 이제 ‘금배추’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한 포기가 어제 6900원(소매가)에 거래됐다. 열흘 사이 1000원이나 올랐다. 개학으로 인한 급식 수요가 더해지면 더 오를 수 있다. 배추는 날이 더우면 속이 차오르지 않아 수확이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의 물가상승분 중 10% 정도는 고온 등 이상기후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이 나빠져 물가가 오르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 비중이 10%에 이른다는 얘기다. 폭염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전 세계적 현상이라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더욱 힘겨울 수 있다. 폭염은 물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멀쩡했던 수확물이 이송 중 폭염 때문에 시들고 부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노동시간도 줄어든다. 국제노동기구는 폭염으로 2030년까지 매년 전 세계 총노동시간의 2% 이상이 손실될 것으로 봤다. 특히 농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 등 이상기후는 이제 상수다. 지난해 여름은 1880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더웠는데 올여름은 더 덥다. 결국 적응해야만 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식료품을 적정온도와 습도에 맞춰 보관·배송하는 콜드(냉장·냉동)체인산업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거라 본다. 아예 더위에 강한 품종도 개발되고 있다. 종자기업 농우바이오가 개발한 수호배추가 대표적이다. 국내 사과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망고·바나나 등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도 있다. 폭염시간대 업무를 중지하는 방안도 등장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오후 2시~5시까지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면 집배 업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중지권을 올해 도입했다. 이상기후는 식량 위기를 넘어 생존의 문제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환경보호.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난할 일도 해야 하지만 눈앞에 닥친 시급한 문제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전기차 공포

    [길섶에서] 전기차 공포

    몇 달 전 차를 샀다. 전기차를 사려고 했다. 내연차는 주유소 찾아서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전기차는 거주지 근처에서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취득세는 물론 주차료, 통행요금 등 이런저런 할인에 구미가 당겼다.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 보호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람도 있을 거 같고. 20년 된 ‘장롱면허’ 탈출을 도와준 연수 강사가 말렸다. 연수 경력 25년인 강사는 아직 전기차는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고장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고 고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가족들도 같은 이유로 말렸다. 지난겨울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주차된 전기차가 방전돼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고 운전할 때까지 떨었다는 지인의 경험담까지 더해 전기차를 포기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은 지 5년 정도 됐다. 지상에는 보행로, 정원, 놀이터 등만 있고 주차장은 없다. 지하 3개층 주차장 곳곳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다. 지난 주말 주차 공간을 찾는데 충전시설 주변만 비어 있었다. 망설이다가 다른 곳에 주차했다. 전기차를 사겠다던 나를 말린 사람들이 고마웠다. 전경하 논설위원
  • [씨줄날줄] 손타쿠(忖度)

    [씨줄날줄] 손타쿠(忖度)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을 내가 손타쿠했다.” ‘손타쿠’는 중국 고전 시경에 나오는 촌탁(忖度)의 일본어 발음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서 안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알아서 일을 처리한다는 뜻으로 변질됐다. 우리말로 풀어 쓰면 ‘알아서 기기’쯤이다. 2019년 4월 ‘아베 손타쿠’ 발언을 한 국토교통성 부대신(한국의 차관급)은 며칠 버티다가 결국 사퇴했다. 잘 쓰이지 않았던 손타쿠는 2017년 일본의 유행어가 됐다. 재무성이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있던 사립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손타쿠가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일본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썼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을 손타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30년 지기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다. 지난해 11월에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4년에 걸쳐 부당 대출을 해준 사건이 적발됐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인 법인들이 서류를 누락해도, 담보가 부족해도 대출을 받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어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부당 대출을 초기에 적발하지 못해 일이 커졌을 것이다. 손타쿠는 조직을 부패시킨다. 맹목적 충성심과 강력한 아첨이 아니라 원리원칙에 따른 실행을 높이 평가하면 손타쿠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우리 사회와는 거리가 먼 듯하니 걱정이다.
  • [서울광장] 신용카드 의무수납 소액은 풀자

    [서울광장] 신용카드 의무수납 소액은 풀자

    지난달 말 디지털 방수시계를 온라인에서 샀다. 지불 방법은 신용카드, ‘페이’로 끝나는 간편결제, 계좌이체,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 등이 있었다. 돈을 가상계좌로 보낸 뒤 제품을 받고 구매를 확정하면 판매자에게 돈이 지불되는 에스크로를 택했다. 신용카드로 샀다면 최대 한 달 뒤에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지불금액은 같다. 신용카드를 썼다면 포인트가 쌓였을 거다. 판매자 입장이 돼 보자. 제품은 같은데 구매자가 어떻게 지불했느냐에 따라 이익이 달라진다. 돈이 바로 들어오고 수수료도 없는 계좌이체가 제일 좋지만 이걸 택하는 구매자는 많지 않을 거다. 구매자가 간편결제·에스크로·신용카드를 썼다면 며칠 안에 수수료 빼고 돈이 들어온다. 구매자가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이용했다면 돈이 들어오는 시기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서 봤듯이 오픈마켓에 달렸다. 백화점 등에 입점할 경우 백화점 정산주기에 따라 돈이 들어오는 것과 같다. 판매망 사용에 대한 수수료도 내야 한다. 대금 받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앞질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13개사와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12개사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매장에 가지 않아도 무거운 물건까지 집으로 배달되는 편리함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지급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각종 간편결제는 물론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앱을 개발해 다양한 마케팅을 했기 때문이다. 계좌이체는 현찰 지불과 같다. 현금 보유의 번거로움이 사라지니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더 좋을 수 있다. 그렇다고 판매자가 계좌이체를 하는 구매자에게 상대적으로 잘해 주면 위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제19조 1항)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1998년 도입된 이 조항은 정부의 세원 파악 필요성, 결제대금 납입 지연에 따른 소비자의 편의성, 카드사의 마케팅 등과 맞물려 신용카드업 급성장의 배경이 됐다.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소비자의 편익은 판매자에게 비용 부담이 됐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1만원 또는 5000원 이하 소액결제에 한해 카드의무수납제를 완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 불편을 주장하는 여론에 막혀 무산됐다. 대신 가맹점별 적격비용을 산정해 3년마다 수수료율을 재산정하거나 영세업체에게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강제됐다. 미국은 2010년 10달러 이하 소액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권리를 가맹점에 부여했다. 그 이후 대다수 중소가맹점들은 현금도 받고 소비자가 원할 경우 카드결제도 수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도 소액에 한해 신용카드 의무에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정부는 플랫폼사업자의 정산기간을 40일 미만으로 줄이고, 판매대금 외부 유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차제에 지급결제 방식 전반도 정비하기 바란다. 우선 소상공인 소액결제에 한해 신용카드 의무수납을 완화하자. 현재도 일부 소상공인은 현금 가격을 따로 붙여 둔다. 계좌번호를 알려 주니 은행 앱이 스마트폰에 깔려 있다면 계좌이체는 그리 불편하지 않다. 정부도 연말정산 때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을 차별하고 있지 않나. 신용카드 사용을 통한 세원 확보는 더이상 유의미하지 않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또는 폐지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둘째, 관련 법률을 통합적으로 정비하자.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있는데도 2021년 머지 포인트 사태에 이어 최근의 티몬·위메프 사태도 막지 못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 간편결제 등 핀테크가 빠르게 발전하고 온라인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 차원으로 접근하더라도 규제·감독만은 행위 기준으로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공정 온라인 결제’

    [길섶에서] ‘공정 온라인 결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SSG페이, 서울페이…. 휴대전화에 담은 결제 관련 앱들이다. 할인이나 상품권 구매 때문에 설치한 뒤 가끔 쓴다. 신용카드도 여러 개다. 온라인 쇼핑은 상품 비교가 편한 플랫폼을 자주 쓴다. 결제 이후 과정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도착하지 않은 물건, 앞으로 쓸 서비스 등에 돈을 내는 까닭은 해당 물건과 서비스가 제때 주어질 것이라 믿어서다. 결제 수단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이 많아지면서 신뢰에 기반한 경제활동이 많아졌다. 믿어도 될까. 의구심이 생기면 직접 눈으로 보고 현찰로 사는 수밖에. 여행상품 등 서비스 예약은? 플랫폼이 아닌 원래 회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상품 비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워진다. 플랫폼들은 이걸 대신 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 왔다. 수수료와 판매대금 정산. 내가 지금 이용하려는 플랫폼이 이 과정을 제대로 하는지 1초라도 생각하는 ‘공정결제’가 필요한 시대가 된 걸까. 플랫폼, 지급결제대행사, 판매자 간 거래에 소비자가 끌려드는 순간 쇼핑이 불편해진다.
  • [씨줄날줄] 청탁금지법 현실화

    [씨줄날줄] 청탁금지법 현실화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공공기관 근무자 등 공직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민간인끼리의 업무는 해당되지 않지만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농축수산물 15만원) 한도를 일반 국민도 인식했다. 여러 사람이 어울릴 경우 만일을 위한 대비이기도 했다. 식사비 3만원은 2003년 공무원행동강령 제정 당시 정해진 금액이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현재 5만원 정도다. 청탁금지법은 고급 음식점에 직격탄이 됐다. 코스 음식에 술을 곁들이면 3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메뉴 구성을 바꾸거나 술 반입을 허용했다. ‘2만 9900원 세트’ 메뉴도 속속 개발됐다. 그래도 버티기가 어려워지면서 유명 한정식집은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꿨다. 식사비 기준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니 인원수를 늘려 ‘쪼개기 결제’를 하는 꼼수도 발생했다. 농축수산물에 한해서만 선물 기준이 상향된 건 2018년이다. 그해 1월 10만원, 2023년 8월 15만원이 됐고 설·추석 기간에는 2배까지 가능하다. 축의·조의금 10만원 기준은 ‘받을 수 있는’ 하한선으로 인식되는 역효과가 커져 2018년 1월 5만원으로 하향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제 식사비 기준을 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추석 전에는 시행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농축수산업계가 요청했던 농축수산물 선물 기준 30만원 상향은 좀더 논의하기로 했다. 권익위의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직자의 93.5%, 일반국민의 87.1%가 청탁금지법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접대나 선물 제공 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액이 낮다고 더 청렴해지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할 위험이 줄지 않을까. 더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의 주도권이다. 공무원 중심에서 벗어나 민간이 주도권을 쥐면 청탁금지법 기준금액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 거다. 부정청탁의 효용성도 함께. 전경하 논설위원
  • [씨줄날줄] 인도계 파워

    [씨줄날줄] 인도계 파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하면서 자신을 대신할 사람으로 지목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났다. 아프리카계이자 인도계 미국인인 셈으로, 미국 사회 각 영역에서 인도계의 약진이 눈부시다. 정계에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의 아내 우샤 밴스 등이 인도계다. 경제계, 특히 빅테크도 인도계가 막강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등이 인도계다. 미국의 주가지수를 대표하는 S&P500에 편입된 기업 중 25곳의 CEO가 인도계다. 미국 인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출신 미국인은 2020년 기준 440만명. 1965년 아시아·아프리카인 등에 대한 이민 제한을 없애면서 늘었다.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15만 달러(약 2억원)로 미국 내 모든 민족 가운데 1위다. 미국민 연평균 소득의 2배이며 중국계 미국인(9만 5000달러) 소득을 앞지른다. 교육이 경제적 성공을 낳았다. 25~55세 인도계 미국인 중 82%가 학사 이상 교육을 받았다. 미국 국민 평균은 30%다.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 취득자 중 73%가 인도계다. MIT, UC버클리에 이어 세계 3위라는 인도공대(IIT) 출신이 인기가 높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2010년 IIT 졸업생 중 성적 상위 100명을 조사해 보니 62%가 해외로 진출했고 대부분 미국에 정착했다. 경제적 성공은 인도의 국력 신장을 돕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6월 미국을 국빈방문하면서 ‘윈스턴 처칠(전 영국 총리)급’ 대우를 받았다. 중국 견제 심리도 있지만 인도계 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열도 어느 나라 못지않다. 한국을 떠나는 부자도 늘고 있다. 고국을 떠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데, 그걸 결집시키는 힘은 고국이다. ‘고국’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길섶에서] 상속될 집

    [길섶에서] 상속될 집

    올봄 보험설계사한테 연락이 왔다. 두 아들이 낼 상속세를 준비해 주는 보험을 들라고.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갖고 있는데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나 싶었지만 궁금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죽는 경우 배우자 공제금액이 커 상속세가 적지만 두 번째 상속에서는 금액이 커질 수 있단다. 아파트 크기를 줄여 주택연금 받을 생각이라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른 보험 문제로 동석했던 아들에게 설계사가 말했다. “들으셨지요, 집이 없어요.” 십몇 년치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만 살 수 있을 정도로 집값이 오르고, 자식이 한두 명에 그치면서 부모의 집이 자식의 집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얼마 전 지인에게 집은 한 채이고 자식은 둘인데 둘째가 “내 집은 어디 있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열심히 살아야 자리잡을 수 있다”는 아버지에게 외둥이가 “어차피 이 집 내 건데 왜 열심히 살아야 해”라고 되묻다가 부자간 말다툼을 한 경우도 들었다. 집이 주거 공간을 넘어 주요 재산이 되면서 이제 상속의 중심이 됐다. 부모와 부모의 집, 자식에게 어떤 의미일까. 전경하 논설위원
  • [서울광장] 법률 기준금액, 물가상승률 연동돼야

    [서울광장] 법률 기준금액, 물가상승률 연동돼야

    부동산값 상승으로 중산층도 상속세를 내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상속세 개편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상속세 개편을 담겠다지만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않은지라 최고 세율(50%) 인하는 물건너가는 모양새다. 1997년에 정해진 뒤 그대로인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공제(5억~30억원) 한도 상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1997년 5억원은 현재 9억원 정도다. 공제한도는 법률(상속세 및 증여법)에 규정돼 있다. 공제한도 상향에 그쳐도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법률은 과거 사건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후행적이다. 법률 개정 논의가 나와도 여야의 시각차 때문에, 때로는 정쟁에 밀려 합의 내용도 종종 반영되지 못한다. 경제규모 증대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니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우회하려는 각종 시도가 쏟아진다. 법률을 고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 연동이라는 장치를 넣자. 미국은 상속세 면세한도를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한다. 지난해 면세한도는 1292만 달러(약 178억원), 올해는 1361만 달러(188억원)다. 독일, 영국 등은 주기적으로 면세한도를 검토하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 벌금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있다. 국민연금법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국민연금 지급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에 규정돼 있지 않지만 공무원 보수 인상률의 주요 기준은 물가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 연동은 정부의 정책적 수단을 줄이는 일이지만 진영이 팽팽히 맞서는 현실에서는 중립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진영 논리에 갇혀 할 일을 못 하는 것보다 저절로 될 수 있는 상황이 더 낫지 않나. 매년 반영이 어렵다면 3년 또는 5년 간격으로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돼 있다. 노사 간 인상폭에 대한 차이가 크면 중립적 위치인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산출 근거는 조금씩 달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익위원이 밝힌 결정산식에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고려 요소로 들어가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2016년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4%, 2017년 10.9% 오르면서 커졌다. 당시 물가상승률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이 경제상황과는 상관없이 정책 수단으로 쓰여서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노사가 대립하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결정 방식이 필요하다. 그 기초가 물가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더라도 사회 변화도 따져 봐야 한다. 1990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개정하면서 사기의 가중처벌 기준금액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아졌다. 그 결과 취약계층 대상 범죄는 가중처벌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세사기에서 나타났듯이 개인별 피해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도 마찬가지다. 범죄 수법은 20년 동안 진화했지만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세사기, 금융피라미드, 보이스피싱 등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 수법이 같거나 비슷하고 범죄이익을 합쳐 5억원 이상일 때는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물가상승이나 경제규모를 반영할 때 범죄이익 처벌 기준만은 그대로 둬야 한다.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은 피해 금액이 적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같은 피해 금액이라도 취약계층일수록 고통이 크다. 취약계층 대상 범죄일수록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법은 국민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가상승을 법에 반영하는 일은 당연하다. 이를 법으로 정해 두면 법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으니 법을 지키기가 쉬워진다. 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해당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다른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공직 인기가 떨어져 인재들이 갈수록 민간 분야로 쏠리고 있다. 직권 남용, 적폐 청산 등으로 공무원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법조인 출신이 61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과잉대표된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해 주기 바란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공정한 관심

    [길섶에서] 공정한 관심

    부산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지난달 5박 6일 첫 휴가를 나왔다. 서울역에서 만나 먹고 싶은 음식과 필요한 것들을 사기로 했다. 서울역에 도착해 아들을 찾으면서 처음 알았다. 기차로 서울역에 도착해서 다른 곳으로 가는 군인들이 제법 있고 역사 한쪽에 그들을 위한 휴식공간도 있다는 것을. 서울역에서 기차를 종종 타니 전에도 봤을 텐데…. 관심이 없으면 눈에 보여도 스쳐 가는 풍경이 된다. 당사자에서 벗어나면 관심의 강도는 약해진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입장에 놓이지만 과거 경험이 나쁜 기억이면 감정적이 되기도 쉽다. 군대가 많이 나아졌다지만 한창 배우거나 일할 시기에 1년 6개월을 복무해야 하는 건 당사자들에게 힘든 일이다. 예전보다 세상이 훨씬 빨리 변하니 당사자들이 느끼는 시간의 무게가 비슷할 수도. 공정이 화두인 시대, 남성들은 군대 문제로 또래 여성들보다 사회 진출이 늦어지니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독박육아’가 불공정한 것처럼. 군대 복무는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그래서 더욱 공정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그러면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해도 지금보다는 나은 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오래 ‘품격 주식 투자’ 하려면 과한 두려움·탐욕 벗어나야… 새 목표, 글로벌 투자자 연결” [전경하의 집중]

    “오래 ‘품격 주식 투자’ 하려면 과한 두려움·탐욕 벗어나야… 새 목표, 글로벌 투자자 연결” [전경하의 집중]

    컨디션 좋은 날 투자 비중 높여야특정 종목 추천 안 하는 게 불문율2005년 美 건너가 신발 장사 3년고통스러웠지만 보석 같은 기간조만간 ‘미국판 삼프로TV’ 시작일본·인도네시아 등으로 넓힐 것유튜브 활용 글로벌 플랫폼 계획 일반인의 경제 지식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받는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는 스스로를 유튜브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은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삼프로TV 창업자인 김동환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사업 계획과 투자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이브로드캐스팅 사무실에서 진행됐다.-삼프로TV의 성공 요인은.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대한 기존 언론사 인터뷰는 길어야 10분이다. 내공이 깊고 콘텐츠가 많아도 그렇다. 40개 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 가운데 언론에 1~2명 정도 나간다. 삼프로TV는 전문가들을 1시간씩 인터뷰하고 그들과 구독자 간의 동질성을 추구했다. ‘여의도’라는 콘텐츠 ‘우물’을 파서 다양한 시각에서 공급하니 투자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닥치고 ‘동학개미운동’(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대량 매수)을 만나면서 터졌다.” -본인은 어디에 투자하나. “경제적 주체로서 활동하는 사람은 예금 등에도 자산 배분을 한다. 투자를 안 하는 사람은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뿐이다. 통상 ‘어디에 투자하느냐’는 질문은 자산 배분의 하위 단계로 좁은 의미의 투자다. 국내 주식에 많이 투자한다.” -코인 투자는. “잘 몰라서 하지 않는다.” -특정 종목 추천을 안 하는데. “일가친척들한테도 그것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다. 인색해서가 아니라 좋은 일이 아니고 방송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방송하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대개가 그런 이유다. 궁극적으로 그 사람 추천이 맞을 때가 있다. 그때까지 못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명이 같은 시점에 추천 종목을 사도 수익률은 제각각이다. 파는 시점이 달라서다. 주가가 스트레이트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그럼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딸이나 직원들에게 컨디션이 좋은 날의 비중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의 비중보다 높이라고 늘 조언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인생에서 무척 중요하다. 주식을 하면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다. 다른 일들은 다 잘됐는데 오늘 주식은 왜 이렇게 빠졌나 그러면서 우울해지고 불안해진다. 과장된 두려움이나 과장된 박탈감의 실체를 잘 알아야 한다.” -‘과장’이라니. “아침 생방송할 때 찾아와 기다리는 분들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50대 여자분이 찾아왔는데 5000만원 주식 투자가 반토막 났다면서 미치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100억원대 자산가였다. 총자산은 생각하지 않고 주식 투자 성과만 본 거다. 자산을 배분하고 포트폴리오 투자하고 주식을 분할 매수·매도하고 있다면 불운하거나 뭐든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국내 투자자는 분할 매수·매도보다 ‘몰빵’에 익숙하다. “좋은 방법을 쓰면 되는데 엉뚱하게 투자하고 ‘나는 주식이랑 안 맞는다’고 한다. 과한 두려움과 과한 탐욕에서 조금 비켜나는 게 주식 투자를 오래 품격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잘한 투자라든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32년 동안 금융 현업 내지 금융시장 주변에 있으면서 큰 실수를 하지 않았던 것이 잘한 투자 같다. 외환위기 직전 영국으로 유학 갈 때 주식 다 팔고 떠난 것도 그렇고. 그리고 2005년 미국에서 신발 장사한 거.” -증권사 다니다가 갑자기 미국은 왜. “당시 이사였다. 채권, 기업금융, 파생상품 등 3개 조직을 통합한 자리였는데 내 역량보다 더 무거운 짐을 졌는지 굉장히 힘들었다. 충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놀러갔는데 살아 볼까라는 생각에 자영업을 했다. 이후 진짜 고통스러운 3년이었는데 보석 같은 기간이었다. 인생에 의미 없는 기간은 없다.” -미국 생활이 어땠기에. “철저히 외로웠고 철저히 한계상황을 경험했다. 뉴욕의 겨울은 길고 춥다. 길가에 있는 가게라 눈보라 치거나 겨울비 오면 완전 망치는 거다. 임대료 내고 직원 월급 주고 나면 손해다. 손님 없는 가게에 앉아 생각하다가 증권사 다니면서 밤늦게 고객 만나 설득하고 좋은 실적 내고 그런 것들이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고 날 위해서였다는 걸 알았다. 경쟁 심리에 인정받고 싶어서. 2006년 1월 가게를 열고 나서 그해 6월쯤 생각이 정리됐다. 가족을 위해 일하자 마음먹은 뒤 열정적으로 일했고 철저하게 현실적이 됐다. 그 뒤로 2년 정도 장사가 잘됐고 영주권도 받았다. 그러면서 근력이 강해졌달까. 지금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긍정적 경험이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 확장하려고 새 가게를 계약하려 했는데 고용한 신참 변호사가 실수를 해서 미뤄지고 있었다. 가정사로 보름 정도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때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상상을 넘어선 조건인 데다 두 달 뒤 출근이었다. 2008년 7월 30일 귀국해 8월 1일 출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 달 전이다. “오너가 농담 삼아 한 달만 늦게 만났으면 채용 안 했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당시 미국계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갖고 있는 한국 회사들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싸게 내놨다. 같은 기업인데도 원화 표시 채권과 달러 표시 채권의 가격 차이가 컸다. 이중 가격이 형성된 엄청 좋은 투자 기회이지만 우리나라도 달러 유동성이 안 좋던 때라 달러 채권을 사면 정부에 밉보일 수도 있다고 오너한테 보고했다. 오너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알토란 같은 기업을 패대기치는데 그걸 사는 게 애국이다’라고 해서 적극 사들였다.” -공격적 투자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국내 채권 거래 단위는 100억원이다. 해서 1000만 달러를 생각하고 주문을 냈는데 브로커가 100만 달러어치만 가져왔다. 물어봤더니 달러 채권은 100만 달러가 거래 단위, ‘1개’였다. 그래서 ‘10개 주세요’ 하면서 ‘스케일 큰’ 사람이 됐다. 회사가 성장하던 시기였고 저축은행 부도 사태(2011년)가 터지기 몇 년 전이었다. 전에 알던 은행 임원들 중 저축은행장들도 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말고 달러 채권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여기에 투자한 저축은행들은 수익을 많이 거둬 저축은행 사태 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이 점을 무척 보람차게 느낀다.”-요즘 미국에 자주 출장 간다. “조만간 미국인 진행자가 미국인을 초청해 미국인 대상으로 방송하는 ‘미국판 삼프로TV’를 시작할 계획이다. 삼프로TV는 하루에 10시간 정도 생방송을 한다. 금융시장 이야기가 상당한데 그 원천이 대부분 미국이다. 깊이 있게 다루려면 분석 시간이 필요한데 디지털 콘텐츠 특성상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다. 특파원을 고민해 봤지만 기존 언론사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다. 미국에서 4만~5만명 구독자가 생기면 일본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도 시작할 거다.” -다른 지역은 어디인가. “한국을 뺀 콘텐츠 허브로 8개 지역을 생각 중이다. 우선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 8000만명인데 80% 이상이 유튜브를 한다. 나머지 5개는 인도네시아를 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인도, 메나(중동·북아프리카), 유럽·영국, 남미의 멕시코부터 브라질까지다. 한류 바람이 거센 곳이다.” -뭘 하려는 건가. “투자자들은 분절돼 있었다. 한국인은 한국 주식만, 미국인은 미국 주식만 투자해 왔다. 지금 한국인이 제일 열망하는 주식은 미국 기업 엔비디아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서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그 수단이 유튜브다.” -지금 구독자 수는. “삼프로TV가 242만명, 언더스탠딩 등 다른 계열 채널을 합치면 400만명이 조금 넘는다. 앞으로 5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5000만명의 투자자를 구독자로 모을 계획이다. 독자 플랫폼을 만들고 그걸 통해 서비스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한번에 200만명을 만나기도,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 유튜브를 6년 정도 해 보니 이렇게 좋은 시스템을 앞으로 또 누가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는 수익은 물론 제한적이지만 구독자들에 대한 정보도 준다. 어떤 결정이나 실행을 할 때 일방적 유불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60대40이어도 ‘40’의 의미가 있다. 유튜브에 예속당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계속 뭘 해야 된다는 생각보다 그 결과물이 더 부가가치 있는 일을 위한 준비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한국에서의 계획은. “영역별로 특화된 다채널 전략이다. 국내 시장은 큰 편이 아니고 한 채널이 너무 비대해지면 회사 운영 측면에서 리스크다. 콘텐츠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인데 선호도가 빨리 바뀌고 뜻하지 않은 이벤트를 당할 수 있다.” ●김동환 대표는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일하다 1997년 영국으로 떠나 버밍엄대에서 자산 배분 관련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증권업계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투자자문사 최고경영자를 그만두고 경제뉴스 해설자, 방송 앵커로 활동하면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팟캐스트 ‘경제의 신과 함께’(삼프로TV 전신)를 만들었다. 이브로드캐스팅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지방과 ‘뚜벅이’

    [길섶에서] 지방과 ‘뚜벅이’

    고향 친구들과 버스로 주왕산을 다녀왔다. 동서울터미널과 경북 주왕산터미널을 오가는 고속버스는 하루 세 편. 오전에 출발해 정오 지나 도착, 등산하고는 숙소로 가는 길에 소형 버스를 탔다. “교통카드 어디다 찍어요”라고 묻자 운전기사가 당황했다. 짧은 침묵 뒤에 나온 답은 “무료인데요.”(청송군 군내버스는 2023년 1월부터 무료였다.) 목적지 인근 정류장을 묻는 우리들 질문에 기사뿐만 아니라 승객들은 다양한 대안을 줬다. 그 덕에 주왕산터미널과 숙소 사잇길이 친숙해졌다. 자가용으로 여행 갔다면 주차장에 차 세우고, 등산하고, 밥 먹고 서울로 돌아왔을 거다. 숙박을 했더라도 주민들과의 대화는 식당에서 주문할 때뿐이었겠지. 편했겠지만 추억은 단순했을 거다. ‘뚜벅이 여행’이 자가용 여행보다 재미가 더 쏠쏠하다. 사람이 줄어들어 ‘생활인구’까지 거론되는 시대에 뚜벅이 여행이 지방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울 촌놈 촌녀’들의 뚜벅이 여행이 많아지면 좋겠다. 전경하 논설위원
  • [씨줄날줄] 수포자 국포자

    [씨줄날줄] 수포자 국포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무운을 빈다”고 했다. ‘무운’(武運)이란 전쟁 등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를 뜻한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던 한 방송사 기자가 “운이 없음(無)을 빈 것”이라고 해석하는 오류까지 더해져 “무운을 빈다”는 ‘과연 그렇게 될까’라는 비아냥이 더해진 말로 여겨지고 있다. 한자의 의미를 놓쳐 종종 오해가 발생한다. ‘심심(甚深)한 사과’는 ‘지루한 사과’가 되고, ‘금일’(今日)은 ‘금요일’이 되기도 한다. ‘중식’(中食)은 쓰이는 상황에 따라 점심일 수도, 중국 요리일 수도 있다. 순우리말이어도 그렇다. ‘사흘’이 3일이냐 4일이냐를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한 적도 있다. 국어 능력은 다른 학습 능력의 기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유튜브, 쇼츠(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국어 능력에서 한문이 중요하지만 한문은 ‘제2외국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5교시는 제2외국어·한문 중 한 과목 선택이다. 교육부가 그제 발표한 2023년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중학교 3학년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9.1%였다. 고교 2학년의 미달 비중(8.6%)보다 높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매년 중3과 고2 3%의 국어·영어·수학 학업 성취도를 발표한다. ‘국어 포기 학생’(국포자)을 막아야 ‘수학 포기 학생’(수포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고2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중은 16.6%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다. 고2 6명 중 1명꼴로 수학 실력이 기초학력에 못 미치는 수포자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고2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중2였다. 당시 휴교, 단축 수업 등의 학습 결손이 기초학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이 60점 만점에 38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64개 평가국 중에서 2~4위 수준이다. 창의적인 학생들이 문해력 장벽에 막혀 있는 상황인 것이다. 어른들도 빠져드는 스마트폰에 학생들이 빠져 있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다. 영상세대에 맞는 교육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 [씨줄날줄] 배임죄 역사

    [씨줄날줄] 배임죄 역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재판에서 자주 등장하는 죄목 중 하나가 ‘배임’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이재용 회장에게 싸게 넘겨 에버랜드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09년 대법원은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 선대회장은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사건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배임 혐의에 대해 올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형법 제355조)로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임원 등이면 상법상 특별배임이,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각각 적용돼 가중처벌된다. 경영상 판단으로 발생한 회사의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처벌하려 든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4일 “삼라만상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배임죄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종종 등장한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다른 회사 주식을 비싸게 샀다고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됐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도 자원개발업체 인수 과정에서 배임으로 기소됐으나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배임죄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건 문제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오너 일가는 분명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게 몰아줘 롯데쇼핑에 손해를 입힌 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부동산회사를 취득하면서 계열사에 연대보증을 시켜 배임 판결을 받았다.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 반발이 심하다.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고 배임죄 소송이 남발될 거라 주장한다. 법에 안 담겨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따라 이사는 주주 이익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활자화되면 더 그래야 하는 모양이다.
  • [서울광장] 현장에서 상상하는 공무원이 절실하다

    [서울광장] 현장에서 상상하는 공무원이 절실하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는 해외 일부 제품 직접구매 금지, 고령 운전자 조건부 운전면허 등 정부 정책이 시작도 하기 전에 비판받고 며칠 만에 철회됐다. 해당 분야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책이 필요한 분야다. 정책 결정 과정 어딘가에 잘못이 있었다는 의미다. 사회가 변한 만큼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이지만 생각의 범위는 국경을 넘어야 한다. 인터넷 발달로 일부 영역에서 국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KC 인증은 국내 유통을 위한 장치다. 해외여행 가서 사 온 물건은 KC 인증이 없다. 이 물건에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은 사 온 사람 몫이다. 해외직구의 안전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싼값의 물건을 선택한 소비자의 책임, 다른 나라의 인증 인정 여부 등도 언급됐어야 했다. 특정 부처의 칸막이도 넘어야 한다. 올 하반기 구축 작업이 시작되는 ‘청년 고용 올케어 플랫폼’이 좋은 예다. 정부는 지난달 플랫폼 구축을 발표하면서 교육부의 학생 정보와 고용노동부의 구직·취업 정보가 단절돼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빅데이터 활용이 쉬워지면서 부처 간 정보 공유는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부처에 정보가 쌓여 있기만 하는 ‘전산화 정부’가 아니라 진정한 ‘전자정부’가 돼야 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수도권 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교통안전을 위해 운전 자격 제한 대상을 ‘고령자’로 규정하는 순간 연령 차별이 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곳에서는 이동권 제약이 발생한다. 어떤 경우에 운전 제한이 필요한지를 담은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이동권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한 뒤 운전 제한이 언급됐어야 했다.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는 과정이 몸에 배어야 한다. 서울 명동의 광역버스 정류장 혼잡 민원에 서울시가 택한 정책은 표지판 13개였다. 서울역환승센터부터 을지로입구역까지 ‘버스열차’가 만들어졌고 그 구간을 지나는 데 1시간 이상 걸렸다. 광역버스가 정해진 곳에서만 승객을 태워야 하는 건 맞지만 정차하는 버스 대수와 버스 길이, 승객 탑승시간 등을 고려하면 정차 간격이 보다 넓었어야 했다. ‘퇴근길 지옥’이란 비판에 광역버스 정류장은 분산됐다. 표지판을 세우기 전에 현장에 몇 번, 그리고 다른 시간대에 가서 얼마 동안 지켜봤을까 궁금하다. 현장이 없다면 다양한 상상과 실험이 가능하도록 장려돼야 한다. 독일 심리학자 카를 덩커는 1945년 유명한 촛불 실험을 통해 사물의 기능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문제 해결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 실험물은 압정 한 상자, 성냥 한 갑, 양초였다. 참가자들은 촛농을 책상에 떨어뜨리지 않고 양초를 벽에 붙여야 했다. 압정을 비워 내고 그 상자를 촛대로 쓰는 해결책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빈 상자와 압정을 따로 준 경우는 해결책이 빨랐다. 정한 것만 할 수 있도록 규정된(포지티브 방식) 우리나라 법령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 기술 발달이 빨라지면서 어떤 제품과 기술이 나올지 예단하기 힘들기에 더욱 그렇다. 규정에 없는 일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상식적으로 맞는 방향이었는데도 여론이나 결과가 안 좋다며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시작하면 어떤 일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복지부동 공무원이 넘쳐나 사회 전체가 제자리에 머물거나, 때로는 뒤처질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새로 와서 할 일은 처벌이 아니라 보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장악으로 법률안 제·개정은 기대할 수 없는 ‘입법 파업’ 상황이다. 법률안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규칙, 고시 등을 개정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닥칠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다양한 결과를 상상할 수 있는 공무원이 절실하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할인 행사의 그늘

    [길섶에서] 할인 행사의 그늘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을 돕는다며 ‘1+1’, ‘창고 대방출’ 등 할인 행사가 잦아졌다. 온라인으로 필요한 물건을 한꺼번에 사 두는 편이라 생활필수품이나 오래 보관이 가능한 음식물은 행사가 있을 때만 사서 쟁여 둔다. 쟁여 둘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행여 급하게 필요하면 딱 하나만 오프라인으로 산다. 이런 경험이 쌓여 물건을 여러 개 사야 할 때 ‘정상가’를 보면 망설여진다. 며칠 기다리면 행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 한켠에서는 ‘할인가가 제대로 된 가격’이라는 묘한 반감도 생긴다. 미끼 상품이라도 유통업체가 가격을 그렇게 정한 데는 까닭이 있을 테니. 농민단체들이 지난달 정부의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유통 비용의 절반인 소매 비용에 대한 개선책도, 산지 여건에 대한 고민도 없다는 단체 성명을 냈다. 이 주장이 농수산물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비축물량 방출, 할당관세 적용 등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체감이 낮은 이유일 게다.
  • [씨줄날줄] ‘남매의 난’과 사모펀드

    [씨줄날줄] ‘남매의 난’과 사모펀드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2020년 사망하면서 유가족은 5407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대립이 시작됐다. 배우자와 딸은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화학그룹 OCI의 공동 경영을 택했고 두 아들은 반대했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형제가 이겼다. 이 과정에서 모녀를 도운 곳은 사모펀드(PEF) 라데팡스파트너스(라데팡스)다. 라데팡스는 ‘강성부펀드’라 불린 KCGI에서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하던 김남규 대표가 2021년 세운 회사다. KCGI는 2019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 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주도하며 행동주의 펀드로 이름을 알렸다. 3자 연합은 실패했지만 KCGI는 한진칼 지분을 팔아 큰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라데팡스는 한미약품에서는 실패했지만 식품기업 아워홈의 분쟁에서는 성공했다. 아워홈은 LG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70세가 되던 2000년에 세운 회사다. 구 회장의 부인은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은 지분을 장남 본성(38.56%), 장녀 미현(19.28%), 차녀 명진(19.60%), 삼녀 지은(20.67%)씨 등이 갖고 있다. 4남매 지분이 98.11%다. 3년 전 장녀의 도움으로 오빠를 물리치고 대표이사에 올랐던 구지은 부회장은 장녀의 ‘협약 위반’으로 어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3년 전 세 자매는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주주간계약을 맺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구 회장의 1주기를 맞아 구 회장의 일생을 기록한 ‘최초는 두렵지 않다’는 책을 냈다. 본인도 LG가의 승계 과정에서 장남이 아니면서 경영 능력으로 대표이사가 된 ‘최초’지만 사모펀드의 지원을 받은 오빠에게 졌다. 창업주의 사망 등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고 자문업도 활발해지면서 사모펀드의 행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오너 일가 등의 지분 매각을 도우면서 자문 수수료, 성공보수 등을 받는 방식이다. 사모펀드로서는 이익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기업 지배구조, 지속가능성 등도 고려했으면 싶다. 궁극적 책임은 사모펀드의 조언을 따를지 여부를 결정하는 오너 가족에게 있겠지만. 전경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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