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시 2기경제팀 과제/단기효과 노린 경기부양책 펼듯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경제팀을 바꿨지만 정책의 ‘내용(message)’보다 정책의 ‘전달자(messenger)’를 바꾸는 데 비중을 두었다고 미 언론들은 10일 전했다.경제정책 기조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기보다 2004년 대선을 겨냥해 경제팀의 ‘정치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실업률 6%가 발표된 지난 6일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을 전격 사퇴시킨 것은 걸프전에 이기고도 경기후퇴로 1992년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백악관의 의지로 해석된다.부시 행정부내 불협화음을 없애고 단기적인 효과를극대화할 수 있는 성장위주의 정책이 입안될 것으로 보인다.
◆재선 겨냥 경기부양책 예고
존 스노 신임 재무장관은 10일 장관직 수락 연설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채용될 때까지 결코 경제상황에 만족할 수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견해에 공감한다고 밝혔다.성장을 중시할 것이며 중소업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산층 이하의유권자들을 겨냥하는 동시에 자금줄인 모든 기업들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시사했다.경기부양책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민주당이 대기업 위주의 정책만 편다고 비난해 온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의도도 엿보인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실업률이 7.8%까지 올라가 유권자들의 불만이 높았음에도 걸프전에 고갈된 재정을 보완하려고 뒤늦게 세금을 올려 원성을 샀다.이라크 전쟁과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로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승리했지만 대선선거활동이 본격화하는 내년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선거에 이기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세안 통과가 첫 목표
내년 1월 감세정책을 골자로 한 3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통과가 관건이다.오닐 장관은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해 감세정책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다.한때 단기 부양책이 경제에 부작용을 줄 것이라고 말했던 스노 장관은이날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감세정책에 대한 강력한지지를 표명했다.
백악관이 마련한 감세정책은 주식 배당금에대한 세금을 줄이고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인하,설비투자 금액에 대한 세제혜택,기업의 법인세 인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약세 전망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율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가치가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스노 장관의 입장은 달러화 ‘강세’보다 ‘약세’쪽에 기울 가능성이 크다.부시 대통령 역시 2기 경제팀에게 더욱 확대된 국제무역을 원한다고 밝혔다.환율 전망에 대해 재무장관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관례지만 미국내 수출업계의 지원을 위해 내부적으론 달러화 약세 기조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시장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 관세등을 통한 간접적 보조행태를 취하고 있다.미 철강업체에 대한 직접적 지원대신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우회적으로 회생 방안을 마련해 준것과세계 각국에 관세의 철폐를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수출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달러화 약세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 진다.올해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6.8%,12%씩 떨어졌다.
◆친기업 정책 부작용 우려도
세금인하가 소비자 심리를 부추길지 몰라도 기업투자나 실질적 소비지출의증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가계소득이 늘어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저축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 세금감면은 재정고갈이라는 부정적 효과만 낳을수 있다.이라크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한 기업투자는 당분간 살아나기가 어렵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자칫 섣부른 경기부양책이정책운영의 수단만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스노 장관은 딕 체니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알래스카 유전개발 등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에너지 개발정책이 강행될 경우 부시 행정부는 기업 스캔들 이후 기업 편만 든다는 유권자들의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mip@
◆스노 신임재무장관
미 신임 재무장관에 9일 임명된 존 스노(63)CSX회장은 최고경영자(CEO)와행정조정관의 능력을 겸비한 실용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에 대한 과다한 징계에 반대하며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친기업가적 성향이지만 엄격한 기업윤리와 경영기준의 설립을 강조해왔다.
오랫동안 균형재정을 강조했던 그가 적자재정이 될 수도 있는 조지 W 부시대통령의 감세정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홍보할지가 미 언론의 관심사다.
스노 회장은 오하이오주 톨레도 출신이며 버지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공직 경험으로 70년대 제럴드 포드 행정부 시절.교통부 차관보(1975∼1976년)를 지내면서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이끌었고 이때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딕 체니 부통령을 만났다.체니 부통령이 스노 회장을 재무장관에 추천했다.기업가로의 변신은 77년 CSX의 전신인 체시 시스템에 입사하면서부터다.
그는 이곳에서 고속승진을 거듭,91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이후 다양한외부활동을 했다.94∼96년에는 250여개 주요 기업들의 CEO로 구성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장을 맡았다.균형재정 강조는 이때 입장이다.
또 지난 6월부터는 엔론 사태로 불거진 미국의 기업윤리 개선을 위해 민간주도로 이뤄진 ‘블루 리본 위원회’ 공동회장이다.
공화당파지만민주당 중도세력,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의 친분 등은 이 과정에서 쌓아졌다.
스노 회장이 재무장관에 임명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친화력에 기반,조지 W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경하기자 lark3@
◆프리드먼 신인 경제수석
스티븐 프리드먼(64) 신임 백악관 경제수석은 월가에서 30년간 잔뼈가 굵은금융통이다.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나 ‘공화당의 루빈’으로 불릴정도로 부시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당내에서 비교적 좌파성향의 경제인으로 분류되는 그는 경제 전반에 대한 거시·미시적 분석이 탁월하고 금융시장의 생리에 대해서도 정통해 경제인들과 미 행정부간의 조율사 역할을 무리없이 해낼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공동 회장으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함께 세계적인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를 이끌었다.골드만삭스 시절 투자금융,인수합병(M&A) 분야에서 명성을 날린 프리드먼은 루빈 전 장관과 20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막역한 사이다.
때문에 ‘루빈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무장관 중 한명으로 칭송받는 루빈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폭넓은 경제식견,시장과 미래를 내다보는 냉철한 분석력으로 주가 고공행진을 이룬 공신.프리드먼이 루빈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만큼 주가를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코넬대학과 컬럼비아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젊은 시절 레슬링 챔피언 타이틀을 따낼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1994년 골드만삭스를 그만둔 뒤 현재 마시&맥레넌 회장으로 근무중이며,미국의 대표적 보수 두뇌집단인 브루킹스 재단의 명예이사도 맡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