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전경하
    2025-10-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951
  • 퇴직연금 20년… 장기 투자·복리 효과 외면 땐 노후 소득 불안 [전경하의 집중]

    퇴직연금 20년… 장기 투자·복리 효과 외면 땐 노후 소득 불안 [전경하의 집중]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은 올해로 20년이 됐다. 적립금이 2023년 말 382조원이었고 지난해 말 40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외부 금융사에 맡겨 회사 파산 등의 경우에도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퇴직연금 세 종류 중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가입자가 운용한다. 2022년 4월부터는 대부분의 경우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을 IRP로 받아야 한다. 그런데 DC와 IRP 가입자는 퇴직연금을 관심에서 ‘퇴직’시켜 버린다. 장기 투자와 복리 효과의 ‘마법’을 외면하면 노후 소득이 불안해진다. 원리금 보장 고집 땐 자산 줄 수도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35%(2023년 기준)다.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10년간 연평균 수익률(2.07%)보다는 높아졌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여전히 제자리 또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넣어서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87.2%를 차지한다. 저금리 시대, 원리금 보장만 고집하면 은퇴 시점에 자산이 줄어들 수도 있다. 2023년 7월 DC에 동시 가입한 세 사람의 누적수익률을 보자. 저축은행 예금에 절반, 상장지수펀드(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절반 투자한 A는 15%, 투자형 디폴트옵션에 절반가량 투자하고 만기가 지난 상품을 그냥 둔 B는 9%, 예금 등 원금보장형에만 투자한 C는 2%다. 선택이 수익률을 좌우했다. 디폴트옵션 가입자 85% ‘안정형’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따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방치하는데, 그런 비합리적 대처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에 2023년 7월 도입돼 현재 300개가 넘는 상품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안정적 수익을 내면서도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상품 구조를 들여다보고 승인한다. 그래서 위험자산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간판 상품’인지라 수익률에 신경을 쓴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해 달라고 금융사의 알림이 오면 무시하지 말고 들여다봐야 한다.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되면 수익률이 낮아진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다. ‘위험’이라는 단어는 올 4월부터 투자로 바뀌었다. 원금 손실을 원하지 않는다면 안정형(초저위험),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안정투자형(저위험),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중립투자형(중위험),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적극투자형(고위험)을 고르면 된다. 고위험 고수익(표 2 참조)인데 디폴트옵션을 운영하는 300만명 가운데 안정형으로 운용 중인 가입자가 256만명(85.3%)이나 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디폴트옵션은 바꿀 수 있다. TDF는 주식·채권 비중 자동 조정 투자형 디폴트옵션에서 많이 들어간 상품이 TDF다.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의 줄임말이다. 국내에 2016년 첫 출시됐다.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을 자동 조정한다. 은퇴가 예상되는 시점이 2035년이라면 숫자 ‘2035’가 들어간 상품을 고르면 된다. 보통 5년 단위로 설정되니 예상 은퇴 시점과 가장 가까운 숫자를 고르면 된다.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성장성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한다. 증권사나 은행의 DC나 IRP 가입자는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은행은 실시간 매매는 되지 않는다.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과 기초 지수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위험성이 높은 ETF, 해외에 상장된 ETF 등은 투자할 수 없다. 대신 S&P500, 나스닥 등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최근 TDF ETF도 나왔다. TDF 매매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보완했다. IRP, 로보어드바이저로 수익 제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IRP에 한해 로보 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알고리즘에 따라 투자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그에 따라 운용을 지시하는 서비스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집단이 가입자를 대신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을 국민연금공단이 알아서 투자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2022년 4월 출시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이 좋은 예다.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한다. 지난해 수익률은 6.52%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2004년부터 운용 중인 과학기술인연금도 있다. 연간 수익률 5.29%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운용하는 전문가집단이 중요하다. 퇴직금, IRP에 두면 과세이연 효과 퇴직연금은 인출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100세 시대 장수의 위험과 세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인출은 숫자와의 싸움이다.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IRP에 넣어 두면 세금 납부가 미뤄진다(과세이연). 미뤄진 세금이 원금과 함께 투자된다. 만 55세 이후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연금 수령 10년 이하는 30%, 10년 이상은 40% 덜 낸다. 정부는 올 1월 20년 이상 받으면 50%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5세 이전에도 받을 수는 있다. 다만 퇴직소득세를 내야 한다. 만 55세는 연금수령 첫 연차다. 연금을 받지 않아도 해가 바뀌면 수령연차가 하나씩 늘어난다. 수령연차는 한 해에 받을 수 있는 연금수령한도를 결정하는 기준이다(표 3 참조). 연금으로 받기로 하고 세금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10년까지 수령한도가 적용된다. 수령한도를 넘으면 퇴직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받지 않았으면 연금수령기간으로는 간주되지 않는다. 연금수령기간이 길수록 세금 혜택이 있기 때문에 만 55세가 넘으면 조금이라도 받아 두라고 하는 이유다. 연금 年 1500만원 안 넘는 게 중요 퇴직금을 투자해 얻은 수익이나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으로 연금을 받을 때는 연 15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연 1200만원이던 한도가 지난해 1500만원으로 높아졌다. 1500만원까지는 연령대에 따라 3.3~5.5%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된다(표 4 참조). 1500만원을 넘으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500만원 초과액이 아닌 수령액 전액이 다른 소득과 더해져 종합과세(6.6~49.5%)되거나, 16.5% 세율로 분리과세된다(표 5 참조). 1500만원 계산에서 빠졌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대출 성격의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회사에서 준 퇴직금으로 받은 연금 등이 더해져 세율이 훌쩍 뛴다. 그러면 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로소득이 없는 노후에는 큰 부담이다. 통합연금포털 ‘내 연금 조회’ 도움 100세 시대에 안정적 노후 소득은 필수다. 우선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내 연금조회’를 통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가입한 연금상품의 적립액 등을 확인하자. 처음 조회할 때 시간이 걸리는데 나중에는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된다. 퇴직연금 관련 뉴스가 나오거나 가입 금융사의 알림이 오면 잠깐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입한 금융사에 가끔은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물어보자. 대답의 수준은 질문이 결정한다. 인공지능(AI)에게 제대로 질문해야 좋은 답이 나오는 것처럼. 질문들이 모아지면 금융사들이 ‘자주 묻는 질문’으로 알려 줄 수 있다. 듣지만 말고 물어보는 ‘집단의 힘’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경하 논설위원
  • [서울광장] ‘중립’이 중요한 금감원

    [서울광장] ‘중립’이 중요한 금감원

    검사스럽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평검사 10명의 대화가 2003년 생중계된 이후 나온 신조어다. 버릇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당시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검사들은 세계적으로 사례는 없지만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기라는 이야기만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이 단어가 떠올랐다. 이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힌 상법 개정안에 찬성한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이 원장은 “직을 걸고” 거부권에 반대한다고 했다. 상법 개정은 금감원이 아닌 법무부 소관이다. 금감원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에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보내고 출입기자단에도 배포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 원장이 어떤 입장을 밝히면 그것이 무엇이든 금감원은 관련 자료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조직의 생리다. 이 원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이후 사의를 밝혔으나 ‘F4’(한국은행 총재, 기재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다른 멤버들이 만류했다며 남아 있다. 최근 홍콩·베이징 출장을 갔다 왔고 다음달 스위스 바젤 출장길에 오른다. 오는 6월 6일까지 3년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높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위원장은 “열심히 해 달라”고 했고 이 원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회계, 공시, 주가조작 등과 관련해 모든 기업을 들여다볼 수 있다. 2019년 금감원 내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수사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만들어지면서 활동 반경이 더 넓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으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2023년 10월 23일 포토라인에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도 금융사가 아니다. 검찰이나 경찰에서 볼 수 있던 포토라인이 금감원 개원(1999년) 이후 처음 등장했다. 이 원장은 다음날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처벌받으면 그 법인도 처벌할 수 있는 양벌규정을 뜻한다. 상장사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금감원장이 뱉었다.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관행적으로 하는 피의사실 공표에 가깝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에는 절대 갑이다. 금감원 예산 대부분은 금융사들이 갹출하는 감독분담금으로 충당된다. 금감원은 3~5년 주기로 금융사들을 정기검사한다. 신상품 출시, 새 금융정책 도입 등이 있으면 금감원과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금융사의 일부 임직원조차도 금감원은 알아도 금융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상위 기관으로 관련 법률을 만들고 금감원을 지도·감독한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이고 금융위는 정부조직이다. 금감원의 제재 중 중대한 사안은 금융위의 심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금감원은 최근 들어 검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중간발표를 했다. 이 또한 이례적이다. IBK기업은행 부당대출 검사가 지난달, 우리은행의 전 회장 부당대출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정기검사가 지난 2월 각각 중간발표됐다. 감사원은 중간발표의 법적 근거, 3년치 중간발표 목록 등을 요청했단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야기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의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로 넘기고, 금감원의 소비자보호를 분리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비자보호를 강화시켰고 금감원장으로 윤석헌 당시 서울대 객원교수를 임명했다.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는 윤 전 원장은 임기 3년 내내 금융위와 다퉜다. 감독체계에 정답은 없다. 단, 금감원장만큼은 중립적이고 현장 경험이 많은 인물로 지명하자. 경제의 혈관이라는 금융이 금융사를 넘어 모든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국민의 일상생활에 어떻게 관여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나. 지난해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판을 깔아 준 이 원장 덕에 금융지주들은 올해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금감원은 사정기관이지만 혈관처럼 예민한 금융을 다룬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동네형 소비

    [길섶에서] 동네형 소비

    서울시가 만든 애플리케이션 손목닥터9988은 하루에 8000보 이상 걸으면 포인트 200점을 준다. 한 달에 20일 이상 출석 달성 등 다양한 이유로 포인트를 줬었다. 가입자가 늘어서인지 올 4월부터는 걷기 달성 포인트만 준다. 지난해 6월 앱을 깔았는데 지금까지 쌓인 포인트가 7만점이 넘었다. 서울페이로 바꿔 7만원을 쓸 수 있다. 서울페이로 바꾸고 어디서 쓸 수 있는지 찾아봤다. 소규모 상점, 편의점 등 그동안 거의 가지 않던 곳들이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달시키고, 고기나 야채 등 신선식품은 퇴근길에 가끔 대형마트에 들러 해결했으니. 올 초 온누리상품권을 신용카드와 연계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지인을 따라 온누리상품권을 사 뒀다.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소비 습관을 바꿔야겠다. 대형마트보다는 동네 상점, 프랜차이즈보다는 동네 식당이나 카페로.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을 선호했던 이유는 대화가 필요하지 않아서였던 듯하다. 다양한 품목을 한 번에 살 수 있고. 짧은 대화라도 하면서 조금씩 자주 사면 동네 상권에 익숙해지겠지.
  • [길섶에서] 헌법재판소 위치

    [길섶에서] 헌법재판소 위치

    국회는 여의도에 외딴 섬처럼 있다. 주변 주거지역이나 학교와의 사이에 여의도공원이나 왕복 10차선 대로가 있다. 근처에서 집회가 열리면 주변이 시끄럽고 차가 막히지만 인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도 비슷하다. 입법·행정부와 달리 사법부는 주거 지역에 가깝게 있다. 서울 중구 서소문 일대에 있던 대법원, 대검찰청 등 법조 관련 기관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서초구로 이전했다. 1995년 12월 대법원 이전으로 서초법조단지가 완성됐다.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지금의 종로구 재동 자리로 옮겼다. 같은 사법부인데 왜 혼자만 떨어졌을까. 대법원과 최고 사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다투느라 근처로 이사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도 가끔 다툰다. 사법부는 세종시 이전에서도 비켜나 있다. 지금 헌재 주변은 아수라장이다. 서초법조단지 인근 서초대로는 늘 막힌다. 일상생활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법부가 그만큼 국민의 일상에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전경하 논설위원
  • [씨줄날줄] 공매도의 귀환

    [씨줄날줄] 공매도의 귀환

    기록된 최초의 공매도는 1609년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대상이었다. 주요 주주였던 한 상인이 횡령이 드러나 회사에서 쫓겨나자 복수로 공매도를 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이다. 빌렸을 때 주가가 되돌려 주려고 살 때 주가보다 높으면 이익이 된다. 버블을 막아 적정 가격을 찾게 해 주고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조건으로 종종 거론된다. 2017년 세워진 미국의 힌덴버그리서치는 공매도 전문이다. 2020년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전기·수소 트럭제조업체 니콜라의 사기 사실을 폭로해 유명해졌다. 창업자는 사기죄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파산도 회계자료를 의심한 공매도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기관투자자에 한해 공매도가 처음 도입됐다. 기관투자자는 정보와 자금 모두 개인투자자보다 우위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지만 투자은행(IB)들은 관행적으로 해 왔다. 금융당국이 2023년 11월부터 공매도 상위 IB 14개사를 조사한 결과 13개사가 관련 규정을 위반해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2008~2009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네 번째 금지다. 어제 공매도가 17개월 만에 재개됐다.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풀리기는 5년 만이다. 주식 상환기간과 담보율에 있어 개인·기관투자자의 구분이 없어졌다. 그래도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부정적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해서다. 공매도가 금지됐던 지난해 한 해 코스피는 10.1%, 코스닥은 22.8% 떨어졌다. 어제도 3%가량 떨어졌다. 외국인은 1조원 넘게 주식을 팔았다. 탄핵정국과 관세전쟁에 공매도가 더해진 결과겠지만 우리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 양육비 먹튀·헌재 평의 기획 눈길… 현안, 배경까지 함께 전해야 [독자권익위]

    양육비 먹튀·헌재 평의 기획 눈길… 현안, 배경까지 함께 전해야 [독자권익위]

    양육비 이행률 낮은 이유 잘 보여줘헌재 평의 일목요연한 그래픽 도움‘비하人드 AI’ 기획 정책 변화 이끌고‘87 체제’ 기획 각 통계 분석 돋보여홈플러스 등 쟁점·배경 더 짚어줘야AI 생성물·머그샷 게재 기준 필요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84차 회의를 열고 3월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양육비 먹튀 부모들, 눈물로 크는 아이들’, ‘도청 방지·비밀 서약하고… 재판관 8명, 매일 철통 보안 원탁회의’ 등 시의성 있는 기획 보도에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달부터 연재한 ‘비하人드 AI’는 인공지능(AI) 산업계의 허점을 짚어 보고 정책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에 대해선 여러 통계를 꼼꼼히 분석한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다만 홈플러스 사태 등 현안을 보도할 때 문제의 배경을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긱워커’ 등 기사와 관련한 용어 설명이 아쉬웠다는 의견도 나왔다. 머그샷 등을 지면에 넣을 때는 명확한 게재 기준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 12일자 ‘도청 방지·비밀 서약하고… 재판관 8명, 매일 철통 보안 원탁회의’는 국민의 관심이 헌법재판소 평의에 쏠려 있던 시점에 의견을 나누는 방식, 결정문 작성 방법을 굉장히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헌재 평의 과정과 탄핵심판 5대 쟁점 등을 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전달해 눈에 띄었다. 독자 입장에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다. 18일자 ‘이대남 이대녀는 없다?… 20대 56% “지지하는 정치인 없다”’는 8년 전인 2017년 대통령선거 이전 조사와 현재의 조사를 비교 분석했다. 이미 공개된 데이터들을 통해 20~30대의 변화를 전달한 기사라 더욱 눈에 띄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경하 논설위원의 ‘나는 2025년 2030이다’도 인상 깊었다. 20~30대 성별 성향에 대한 언급뿐 아니라 고용률, 자살률 등 다양한 사회 요인을 설명하면서 20~30대 내에서 성별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분석했다. 2월 26일자 글로벌 인사이트 ‘중국 해양 굴기·보호주의에 무너진 미 해군력… 피난처는 K조선’도 심층적인 분석이 돋보였다. 소재가 시의적절했고, 내용도 깊이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는데, 이 기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13일자 김하늘양 살해 교사 관련 기사에는 머그샷이 3장 모두 실렸는데,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굳이 정면과 좌우측 사진을 모두 실어야 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7일자 ‘주말엔 책’ 섹션과 20일자 ‘尹 지지자 방탄복 중무장’ 기사에는 AI 생성 사진이 사용됐는데, 어떤 식으로 생성한 것인지 설명하는 등 게재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윤광일 숙명여대 교수 4일자 ‘비하人드 AI’ 기획의 하나인 ‘AI 만능주의의 함정’은 AI에게 좋은 질문을 해야만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한 질문으로 굉장히 실감 나게 표현했다. 6일자 같은 시리즈에 실린 ‘서울신문 보도 그 후’에선 AI·노동권 공존 입법 추진과 ‘AI 가면’ 쓴 광고 실태조사를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서울신문이 이번 기획을 통해 정책적인 변화를 끌어냈다는 것을 알렸는데, 보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경제 분야는 여러 통계를 꼼꼼히 분석해 엮어 기사의 수준과 질을 높였다. 11일자 ‘임금은 계급… 연봉 3000만원 아싸는 결코 못넘볼 1억 인싸’는 한 면엔 현황을 열거하고 또 다른 한 면에는 대안을 제시했다. 각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의 인터뷰까지 제한된 지면에서 다양한 시각을 담으면서도 한 편의 논문을 읽은 것 같은 꼼꼼함이 돋보였다.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21일자 ‘떠날 준비 끝냈지만… 장차관들, 탄핵 정국에 뜻밖의 임기 연장’과 같은 기사는 서울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좋은 기사다. 이 기사를 포함해 퍼블릭 인사이드 같은 기획은 서울신문의 강점이다. 최근 부상하는 홈플러스 사태, 의대생 제적 등도 이런 관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단순 전달에 그치지 않고 현안에 대한 배경과 핵심 쟁점, 거기서 쓰이는 용어 설명 등을 조목조목 짚어 줬으면 한다. 탄핵심판 등 한국 사회의 현안이 많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변화 등 대외적인 현안도 더 신경 써서 보도했으면 한다. 특히 ‘민감국가’ 지정에 관해 핵무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단 우리나라가 이로 인해 어떤 위치에 처할 수 있고 어떤 해결책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 또한 환율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을 조망하고 4월에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미리 짚었으면 한다. 김재희 변호사 오는 7월 양육비 선지급 제도 시행에 발맞춰 보도된 2월 28일자 ‘양육비 먹튀 부모들, 눈물로 크는 아이들’은 양육비 이행률이 낮은 이유 등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심도 있게 보여 줬다. 특히 양육비 이행 절차를 직접 거치고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를 실감 나는 인터뷰로 풀어내고 현행 양육 비용 제도의 문제점도 짚었다. 다만 실제 집행이 되지 않는 이유를 교수가 아닌 변호사나 실무 전문가들에게 물어 본질적인 이유까지 접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7일자 ‘신고 1시간 만에 삭제… 딥페이크戰 최전선서 싸우는 디성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해당 기관의 역할과 인력난 등을 소개했다.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보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퍼블릭 인사이드’라는 코너에 실린 만큼 어느 기관 소속이고 어떻게 이런 업무를 하게 됐는지 등이 좀더 상세하게 포함됐으면 더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12일자 ‘도청 방지·비밀 서약하고… 재판관 8명, 매일 철통 보안 원탁회의’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평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줬다. 특히 시각화를 통해 이해도를 높인 점이 좋았다. 이재현 이화여대 석사과정 6일자 ‘악! 이불킥… 망한 생기부 대회, 지친 어른이의 유쾌한 자아찾기’는 젊은층 사이에서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소환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유행을 소개했다. 이런 행위가 단순 놀이를 넘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정체성을 확인하고 위로받으려는 심리와 연결된다고 해석한 점이 인상 깊었다. 요즘 서울신문이 젊은층의 트렌드를 많이 보여 주고 있다. 이번 보도도 흥미롭게 읽었다. 3일자 ‘전국 탄핵 찬반 집회에 정치권도 가세…3.1절 두 쪽 난 대한민국’은 제목이 눈에 띄었으나 함께 실린 찬반 집회 사진은 각각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으로만 보여 어디가 찬성이고 어디가 반대인지를 알 수 없어 아쉬웠다. 17일자 ‘그냥 쉬는 30대 6개월째 최대… 취업 청년 4명 중 1명 긱워커’는 청년 고용의 양적, 질적 위기를 다룬 중요한 보도다. 다만 용어 사용과 설명이 조금 아쉬웠다. 긱워커를 일하는 시간이 짧고 일시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했지만 정규직 고용과 관계없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일하는 노동자라는 뜻도 있다. 최승필 한국외대 교수 ‘비하人드 AI’ 4일자 ‘AI 만능주의의 함정’은 생성형 AI 모델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비교한 그래픽을 넣어 AI 답변의 불안정성과 편파성을 적절하게 지적했다. 6일자 ‘미래 그릴 주체는 AI 아닌 인간… 도구로서 협업하고 공생해야’는 AI 앱을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 줬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경제 기획에선 경제 양극화를 사례와 통계 수치로 풀어냈다. 경제 민주화에 대한 헌법 조항으로 시작한 기사인 만큼 이를 위한 입법 작용과 제도적 노력으로 무엇이 있었는지를 다루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계에 도달한 경제 민주화를 논할 때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여러 번 개헌 논의가 있었던 만큼 어떻게 변화하려 했는지를 담고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짚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서울광장] 과잉 처벌·보호가 비관세장벽 돼서야

    [서울광장] 과잉 처벌·보호가 비관세장벽 돼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2일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장벽 등을 고려해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이에 앞서 자국 업계 등 이해당사자로부터 부당하다고 느끼는 무역 상대국의 제도와 관행 등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모인 의견 중에는 과한 요청도 있지만 국내에서 개정 요구가 나왔던 내용도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형사처벌을 문제 삼았다. “CEO들이 세관 신고 오류,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사유로 종종 형사 기소를 받았고 출국금지나 징역형 또는 추방 등을 당해 왔다”고 밝혔다. “다른 선진국에서 이런 위반은 오직 민사의 문제이고 개인보다 법인을 겨냥하지만 한국에서는 법적 조치가 자주 정치적 동기에 의해 추진된다”고도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한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가 2023년 조사한 결과 414개 경제 관련 법률에서 형벌 규정은 5886개였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52시간을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를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해자에 대한 형벌 규정은 없다. 국내 기업 경영진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토로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 주한 외국기업단체들은 이런 까닭에 한국 지사장을 꺼린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안은 배임죄 논란을 더욱 키웠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법)의 가중처벌 기준은 1990년에 정해진 5억원 이상이며 최소 3년 이상 징역형만 있다. 미국·영국은 배임죄가 아닌 민사소송이나 사기죄로 처벌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경영판단원칙을 인정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이에 소극적이다. 우리나라의 농산물 위생 검역 제도도 주요 비관세 장벽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1992년 자국 사과에 대한 수입위험분석을 신청했는데 현재까지도 여전히 8단계 중 2단계(수입위험분석 착수)에 머물러 있다. 지난 1월 충북 충주시는 2024년산 사과 5t을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선적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2011년부터 13번째라고 한다. 수출물량은 교육받은 농가와 100% 계약재배로 확보한다. 지난해 ‘금사과’ 파동 당시 사과 수입 요구가 불거졌다. 수출은 하지만 수입은 할 수 없다는 논리가 미국에 먹힐지 의문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승인 절차도 까다롭다고 지적된다. 이 중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생물체(GEO)가 문제다. 유전자가위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정교하게 잘라낼 수 있는 수준(크리스퍼캐스9)까지 발달했다. GEO 농작물은 전통 육종 방식과 비슷하고 자연적 돌연변이 수준의 안전성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코스닥 상장사 툴젠이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2년 유전자가위 등 신기술을 이용해 자연적 돌연변이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경우 위해성 심사 등을 면제하는 법을 발의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 등은 지난해 9월 GEO 규제를 완화하는 법을 발의했다. 미국의 감자기업 심플로트는 2018년 유전공학기술로 갈변 현상을 줄인 감자의 수입허가를 신청했다. LMO 수입은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관련 기관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환경부, 해양수산부에 이어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이 감자에 대해 수입적합 판정을 내렸다. 7년 만이다. 이제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만 남았다. 세계적 기준에 맞춰 국내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재해는 빈발하고 각종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보호와 별개로 기후 영향을 적게 받는 신품종 개발과 스마트팜 육성에 주력해야 할 때다. 농촌의 고령화로 개인 중심의 소규모 농업이 아닌 기업형 농업으로도 변해야 한다.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에서 내려와 서류 작업이 아닌 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하게 해야 한다. 고의에 따른 피해는 엄벌하되 실수에 따른 피해는 피해자의 경제적 이익 배상에 주력하도록 하자. 그래야 0%대로 떨어지고 있는 잠재성장률 추락을 늦출 수 있다. 전경하 논설위원
  • [씨줄날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씨줄날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복지는 물론 일자리 창출·유지, 재해 복구, 도로·항만 건설 등에도 국고보조금이 쓰인다. 해당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집행하는데 특정 사업에만 써야 한다. 올해 정부 예산(673조 3000억원)의 16.7%(112조 3000억원)가 국고보조금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021년 전체 예산의 17.5%까지 차지했고 2022년 100조원을 넘었다. 국고보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 받는 사람은 이를 기득권으로 여긴다. 그러다 보니 축소·폐지가 어렵다. 횡령과 목적 외 사용 등 부정수급도 꾸준히 발생해 ‘눈먼 돈’이라고도 불린다.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경찰 수사, 보조금 환수, 제재부가금 징수 등의 제재를 받는다.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17년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e나라도움)을 개통했다. 부처별로 운영되는 사업을 통합하고, 관련 정보를 전산화했다. 이듬해에는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도 가동했다. 다양한 정보를 모아 가족 간 거래, 출국·사망자 수령, 세금계산서 취소 등 특정 패턴에 해당하는 부정 징후를 찾아내 관련 기관에 통보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부정수급 630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는 점검 대상 대비 적발 건수가 현저히 낮은 60개 사업을 현장점검한 사례도 포함됐다. 친인척이 대주주인 업체에 매년 8억원을 5년간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업체, 원래 있던 장비에 라벨을 덧붙여 새로 산 것처럼 속인 ‘라벨갈이’, 근무하지 않는 자녀에게 인건비 지급 등이 적발됐다. 부정 징후를 통보받은 기관들은 적발을 못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문제는 심각하다. 기재부는 부정 징후 추출 건수와 현장점검을 늘리고 직원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란다. 부정수급은 세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켜 정부 불신과 조세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 부정수급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해당 부처·기관 내 교차 점검, 부정수급 신고포상제도 홍보 등도 강화해야겠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1+1’과 반값

    [길섶에서] ‘1+1’과 반값

    두루마리 휴지, 세탁 세제 등 부피가 큰 생활용품은 온라인으로 산다. 문 앞까지 배달해 주니 편해서다. ‘1+1 행사’를 보면 유혹에 빠진다. 하나 더 사서 쟁여 두고 싶어서다. 의심도 생긴다. 진짜 하나가 덤일까.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2016년 1+1 행사가격을 낱개로 2개 샀을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게 책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3사 모두 ‘가격 책정 자율권’을 주장하며 대법원 판단까지 받았는데 판결이 엇갈렸다. 상품의 기준가격을 정하는 부분이 달랐다. 상품 종류가 워낙 다양하니 소비자가 가격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다 사는 물건은 전에 얼마에 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유통업체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양한 행사를 한다. 1+1 행사가 꼼수가 아니라면 하나가 반값으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1+1보다 반값 행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기준가격을 속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하나만 사거나 세 개를 사도 되니까. 소비자로서 구매 수량 책정의 자율권을 갖고 싶다.
  • [씨줄날줄] 치매환자 100만명과 독거노인

    [씨줄날줄] 치매환자 100만명과 독거노인

    지난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미국 영화배우 진 해크먼. 아내가 일주일 전에 죽은 사실조차 알지 못한 치매 상태에서 사망했다. 그는 일주일간 치매 독거노인이었다. 기억이나 판단력이 점차 흐려지는 ‘머릿속의 지우개’인 치매는 늙을수록 발병률이 높다.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 70%를 차지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94년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 영화배우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 윤정희씨도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엄스는 루이소체 치매로 고생하다 자살했다. 그의 아내는 ‘내 남편 뇌 속의 테러리스트’라는 간병 에세이를 출간했다. ‘다이하드’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는 전두측두엽 치매를 앓고 있다. 이 치매는 발병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고 진행 속도는 빠른 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환자를 올해 97만명, 내년 101만명으로 추정했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 80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4명 중 1명이다. 치매 환자의 절반(52.6%)이 1인 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독거노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치매도 예방 가능하거나 적어도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명인과 가족들이 투병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도 일반인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숨겨진 환자’에 해당해 이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단체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면 가족들에게는 휴식을, 환자에게는 사회적 활동 기회를 줄 수 있다. 어르신 지문을 미리 등록하고, 안심귀가 팔찌나 배회 감지기를 착용하는 것도 적극 추진할 방안이다.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돼 있다.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치매안심센터를 더이상 낯설어하지 않아야 할 때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비행기 좌석

    [길섶에서] 비행기 좌석

    패키지 여행을 다니면 비행기표를 예약할 일이 없다. 알아서 해주니까. 오랜만에 제주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좌석을 미리 고를 수 있다길래 들어가 봤다. 비상구 옆이나 특정 구간의 첫 번째 좌석 등은 일반석 중에서도 넓다며 얼마를 또 내란다. 저가항공사라서 그런가 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2월 국내선에 이런 요금 체계를 적용하려다 ‘꼼수 요금 인상’이라는 비판으로 철회했다는 기억이 났다. 국제선은 2021년부터 적용 중이다. 외국 항공사도 그렇단다. 비행기만큼 자본주의를 잘 보여 주는 공간은 없다. 1등석이면 비행기 탈 때도 내릴 때도 먼저다. 좌석 넓이는 물론 기내식 등 서비스는 일반석과 차원이 다르다. 가격은 일반석의 몇 배니 그저 그림의 떡. 돈을 더 내지 않고 좌석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항공사도 있단다. 물론 선호 자리는 빼고. 항공사별 예약 시스템을 모르면 일행도 따로 앉아 갈 수 있겠다. 저가항공사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때론 고민이 필요한 일. 비행기 좌석 결정은 돈과 부지런함, 그리고 정보력의 집합체 같다.
  • [씨줄날줄] 젤렌스키와 드레스코드

    [씨줄날줄] 젤렌스키와 드레스코드

    서울 은평구에 있는 충암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 6일 ‘등교 복장 임시 자율화’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12·3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이 충암고 졸업생으로 알려지면서 재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해서다. 학교는 ‘학생 본분에 어긋나는 형태와 문양을 한 복장 착용은 계속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교복 대신 ‘학생 본분에 맞는 복장’이라는 드레스코드를 적용한 것이다. 드레스코드는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입어야 하는 복장을 말한다. 학생은 학교에서 교복을, 의사는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는다. 특정 행사가 열리면 참석자들에게 드레스코드가 안내되기도 한다. 드레스코드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 2020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은 분홍 원피스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공적 인물에게 복장은 그 자체로 자신을 알리는 도구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드레스코드가 논란이 됐다. 한 기자가 젤렌스키에게 “왜 정장(suit)을 입지 않았느냐? 정장이 있기는 하냐”고 물었다. 젤렌스키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군인들과의 연대감을 표시하기 위해 공식석상에서 어두운 카키색 군복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측은 군복을 입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입구에서 젤렌스키를 맞이한 트럼프는 “오늘 완전히 차려입었네”라고 했다. 젤렌스키는 검정 긴팔 셔츠에 작업복 스타일의 검정 카고바지를 입었다. 다소 격식은 차렸지만 결국 정장은 아니었다. 젤렌스키가 정장을 입었더라면 정상회담의 결과가 달랐을까. 회담은 러시아에 대한 의견 차이로 설전으로 끝났고 젤렌스키는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났다. 미국의 생각과 다르면 어떤 것도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이런 미국을 우리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 [씨줄날줄] 상속세 과표

    [씨줄날줄] 상속세 과표

    모녀와 형제의 대립으로 화제가 됐던 한미약품. 지난달 13일 모친(송영숙 회장)이 지주사 단독대표로 복귀하면서 1년 만에 끝난 분쟁의 씨앗은 상속세였다.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2020년 사망한 뒤 유족들은 상속세 5400억원을 내야 한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5년간 6차례 나눠 내기로 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모녀가 석유화학기업인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상속세 부과 방식은 유산총액 기준인 유산세와 상속인이 각자 받는 금액 기준인 유산취득세가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이 유산세 방식이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더 많은 국가들이 유산취득세를 적용한다. 여기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세율이 높아지는 계단식 누진세율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산총액 기준이며 연대납부 의무도 있다. 상속인이 자신 몫의 상속세를 내지 않으면 다른 상속인에게 징수한다. 상속인들끼리, 상속인과 국세청 사이에 종종 분쟁이 발생하는 까닭이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받는 재산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니 억울한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과세 대상 상속재산이 10억원이라면 세율이 30%다. 유족이 배우자와 자녀 1명이고 법정상속분에 따라 1.5(6억원)대1(4억원) 비율로 상속받았다면 자녀는 상속재산이 5억원이 안 돼 세율이 20%로 낮아진다. 과세표준(과표) 구간의 ‘마법’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저세율(10%)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높이는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에게 물었더니 상속 최고세율 40% 인하에 69%가 찬성했다. 부과 방식은 유산취득세 선호가 53%로 현행 유산세(27%)보다 높았다. 행정편의보다는 공정이 중요한 시대. 세정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전경하 논설위원
  • 숫자로 보는 2025년 청년들[전경하의 집중]

    숫자로 보는 2025년 청년들[전경하의 집중]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2030 청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탄핵 찬성 집회에는 젊은 여성이, 반대 집회에는 젊은 남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화성 남자 금성 여자’만큼 완전히 다른 걸까. 이들은 부모 세대인 4050 세대와도 다르다. 어떻게 왜 얼마나 다른지를 통계청 발표, 여론조사, 사건 등으로 확인해 봤다. 20대男 ‘국힘 ’ 지지… 탄핵은 찬성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매월 말 월간 통합자료를 발표한다. 매주가 아니라 한달치 조사를 통합하기에 샘플 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성·연령 교차 분석도 가능하다. 20대 남성과 여성, 30대 남성과 여성의 여론을 따져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올 1월 통계를 보면 20대(18~29세) 남성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18%, 국민의힘 37%다. 20대 여성은 민주당 48%, 국민의힘 12%다. 정반대다. 30대에서도 20대보다 차이는 작지만 반대다. 30대 남성은 민주당 28%, 국민의힘 35%인 반면 30대 여성은 민주당이 46%, 국민의힘 21%다. 청년 남성들이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0대 남성(53%)과 30대 남성(62%) 모두 찬성이 반대보다 높다. 물론 20대(81%)와 30대(77%) 여성보다는 확연히 낮다. 연령과 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체 표본의 탄핵 찬성률은 60%다. 청년 남성은 중도다. 2030 남녀의 공통점도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비중에 큰 차이가 없다. 20대는 남성 33%와 여성 34%, 30대는 남성 29%와 여성 28%가 각각 무당층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서 민주당 지지도가 줄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올랐다. 무당층 비중은 줄었다. 이런 추세가 다른 여론조사에도 나타난다. 지난 17~19일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20대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1%, 민주당 19%였다. 30대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27%다. 그 일주일 전 조사에서 20대는 국민의힘 26%·민주당 30%, 30대는 국민의힘 24%·민주당 40%였다. 국민의힘 지지는 높아지고 민주당 지지는 낮아졌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민주주의 인식 조사를 했다.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낫다’는 인식이 20대 남성(62.6%)과 30대 남성(64.3%)들에서 가장 낮다. 반면 30대 여성(86.5%)과 50대 남성(82.6%)들에서 가장 높다. 2030 남성은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50대 남성과도 다르다. 오른 女고용률… 가사노동 여전 만 15세 이상 인구 중 군인·학생 등을 제외한 생산 가능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20대와 30대에서 성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20대는 여성이, 30대는 남성이 더 높다. 결혼·출산·양육이 성별로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산 후 여성의 취업 가능성이 그 이전보다 37% 포인트 감소하고 출산 후 12년까지도 출산 전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월간 노동리뷰 2025년 2월호). 최근 5년간 청년 여성들의 고용률은 올라가는데 청년 남성의 고용률은 변화가 적다. 같은 기간 혼인 건수와 합계출산율은 줄었다. 육아휴직에 남성 참여가 늘었다지만 남성 비율은 지난해에야 처음 30%를 넘었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아기와 거시경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의 한 칼럼에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골딘 교수는 “한국 여성들이 직장에 가게 됐지만 집안일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남성들과 생각이 불일치해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5년마다 전 국민의 생활시간조사를 한다. 맞벌이 상태별 가사노동시간 조사도 있다. 2014년 맞벌이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은 41분. 외벌이 남편의 가사노동시간(46분)보다도 적다. 2019년에 맞벌이 남편(54분)과 외벌이 남편(53분)의 가사노동시간은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아내가 3배 이상의 시간을 가사노동에 쓴다. 골딘 교수는 “한국은 부부 평등 측면에서 과거에 갇혀 있다”며 “남성은 다른 아빠들도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7월 5년 만의 생활시간조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성비 역전과 자살 여성 100명당 남성이 몇 명인지를 보여 주는 성비는 지난해 99.1명이다. 2015년 100 아래로 내려온 뒤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출생 성비는 105다. 출생 성비는 103~107명을 정상 범위로 친다. 우리나라의 출생 성비는 2000년대 후반에야 정상 범위로 들어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2월 태아 성감별 금지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셋째아 이상의 성비였다. 당시 헌재는 1993년 209.7까지 도달했던 셋째아 이상의 성비도 꾸준히 감소해 2014년부터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뚜렷한 지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남성이 여성의 두 배 이상이다. 실제 사망 원인을 따져 봐도 그렇다. 2023년 사망 원인이 자살인 남성(9747명)의 수가 여성(4231명)의 두 배이다. 자살 사망자는 20대부터 남녀 격차가 커져 50~60대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3배다. 자살 시도는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자살 실태조사를 한다. ‘2023 자살실태조사’에서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여성이 16.3%로 남성(13.1%)보다 높았다. 복지부의 관리사업에 참여하는 85개 병원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의 성비도 여성이 64.8%로 남성(35.2%)보다 1.8배 많다. 대입과 군복무의 불공정 논란 전문대 이상 진학률은 남녀 모두 꾸준히 오르고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진학률이 높다. 대학 입시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서울’에 여대가 더해지면 논란이 커진다. 2024학년도 약학대학 입학정원은 37개 대학 1743명이다. 이 중 서울 9개 대학이 638명인데 이화여대, 덕성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등 4개 여대가 320명으로 절반가량이다. 2018년 여대 약대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청구가 제기됐다. 헌재는 다른 약대에 입학해 학업을 마친 뒤 국가시험을 통해 약사가 될 수 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남성은 대학 재학 중 군대를 가는 경우가 많다. ‘독박 방역’이라고도 한다. ‘남성은 병역 의무를 지고 여성은 지원해서 복무할 수 있다’는 병역법 3조1항이 위헌이라는 소송이 세 차례(2010년, 2014년, 2023년) 제기됐으나 합헌으로 선고됐다. 가장 최근의 판결에서는 “출산율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을 고려해 양성징병제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 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앞서 헌재는 1999년 군복무를 공무원 채용시험에 가산점 조항으로 사용하는 것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여성과 제대군인 아닌 남성을 차별했기 때문이다. 의무 복무 이후의 혜택에 대한 논란은 진행 중이다. 모두 걱정하는 젠더 갈등 한국리서치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젠더 갈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심각하다’는 인식은 지난해 64%로 전년(68%)보다는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절반을 웃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에서는 그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 ‘남녀 갈등으로 누가 더 피해를 보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둘 다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남녀 비슷하게 피해를 본다’(54%)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다. 20대 여성에서만 ‘여성이 더 피해를 본다’(54%)가 ‘비슷하게 피해를 본다’(41%)보다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22년 10월 장애인·여성 등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성인 남녀 1821명에게 물었다. 20대 남성은 필요성에 대해 5점 만점에 2점 초반대 응답을, 50대 남성은 3점대 응답을 했다. 당시 연구진은 ‘청년 남성에게 여성은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며 오히려 남성에게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2030 세대는 부모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경제 상황을 보면 기우만은 아니다. 지금의 청년은 사회적 약자다. 청년 남녀의 갈등은 이와 무관한 기성세대가 만들어 낸 ‘을과 을의 싸움’이다. 정치가, 사회가, 어른이 먼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24절기와 이상기후

    [길섶에서] 24절기와 이상기후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계절을 세분한 것이다. 일년은 열두 달이니 대략 보름 간격이다. 첫 시작이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이다. 이날이면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면서 ‘입춘대길’ 문구를 붙이는 풍속이 있다. 날짜는 하루 정도 차이가 있는데 올해는 2월 3일이 입춘이었다. 지난 18일은 눈이 녹아서 비가 내린다는 우수. 두 날 모두 봄과 관련 있지만 체감온도가 영하일 정도로 추웠다. 24절기는 농사와도 연관이 깊다.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 전에 따는 녹차는 우전차라고 불린다. 차 중에서도 귀한 차로 대접받는다. 특정 절기에 맞춰 씨를 뿌리고 작물을 수확하곤 한다. 이상기후에도 이런 분류가 의미가 있을까. 날씨 변화와 상관없이 낮이 가장 긴 하지, 밤이 가장 긴 동지, 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과 추분만 의미가 맞을 듯하다.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건물이나 비닐하우스 안에서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해서 키우는 스마트팜이 이상기후 시대에 대세가 되겠다. 햇볕과 바람을 듬뿍 품어 맛이 더욱 좋다는 노지 채소들은 귀하게 될 것 같다.
  • [서울광장] 불완전한 헌재를 방관한 정치

    [서울광장] 불완전한 헌재를 방관한 정치

    ‘지금과 같은 헌법재판관 임명제도는 정말 위험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1년 쓴 책 ‘운명’에 나오는 구절이다. ‘운명’은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에 맞춰 나온 수필 겸 자서전이다. 문 전 대통령은 국민이 뽑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고, 재판관 9명 중 적어도 6명이 정치적으로 임명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관은 대통령이 3인, 국회가 3인, 대법관이 3인을 각각 지명한다.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재판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됐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년 12월 헌법재판관 자격요건이 추가됐다. 정당에 가입했거나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과 대선캠프에 들어갔던 사람은 3~5년이 지나야 재판관에 임명될 수 있다. 그해 3월 법원조직법에도 같은 내용의 법관 자격 요건이 추가됐다. 헌재는 지난해 7월 법원조직법 중 과거 3년 이내 당원 경력을 법관 임용 결격사유로 정한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재판관 9인 중 7명은 모든 재판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탄핵, 제척·기피·회피, 심급제 등을 통한 정치적 중립과 재판 독립,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관 2명(이은애·이영진)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관한 부분은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 과정에는 정치적 관여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종석 당시 헌재 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지난해 9~10월 임기(6년)가 끝나 물러났다. 세 사람 모두 국회 몫이다. 당시 국회,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추천 작업을 하지 않아 헌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민주당이 남발한 탄핵이 쌓이면서 판결은 한없이 늦어졌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면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돼 정부는 ‘대행 정부’가 됐다. 후임자 3인의 추천과 인사청문회는 12·3 비상계엄 이후에야 이뤄졌다. 헌법재판관 9인 체제는 전에도 무너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재판 당시 8인 체제였다. 오는 4월이면 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 헌재 소장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물러난다. 대통령 부재 상태니 후임자 인선 작업은 상당 기간 멈추게 된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임기 만료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만 규정한다. 그동안 재판관 임기가 끝나거나 정년(70세)이 될 때까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반복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스페인은 임기 만료 4개월 전 후임자 임명절차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웨덴과 독일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임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선출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드러났듯이 종종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정치 재판소다. 끝모를 정치적 갈등이 헌재의 정상적 작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방어 장치 마련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여야 모두에게 필요하다. 독일은 16명의 재판관을 연방 상·하원에서 8명씩 뽑는다. 재판관 선출에는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극단적 성향의 후보자가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야의 합의점을 넓히고 편향을 줄일 수 있는 장치 마련을 고민해 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의 입법 독재에 비상계엄이라는 너무 큰 칼을 휘둘렀다. 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결과가 무엇이든 정치가 배제된 절차적 정당성으로 정교하게 벼린 칼이어야 한다. 그래야 헌법과 헌재의 권위가 지켜진다.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헌재는 동성동본금혼·호주제 폐지, 친일파 재산 환수 합헌 등 기본권 보장과 국가 통합에 중요한 판결을 해 왔다. 헌재가 헌법 최고 해석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헌재 구성과 재판과정을 정쟁의 땔감으로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것이 정치 실패로 비상계엄·탄핵 정국을 만든 정치권이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전경하 논설위원
  • [씨줄날줄] ‘LTV’와 담합 사이

    [씨줄날줄] ‘LTV’와 담합 사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행정지도가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심사 지침’을 만들었다. 담합(부당한 공동행위)으로 적발된 업체들이 종종 행정기관의 지도에 따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담합이어도 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면 처벌받지 않는다. 행정지도를 넘어 따로 합의하면 담합이다. 입증은 공정위 몫이다. 손해보험사들은 2007년 보험료율을 담합한 것이 드러나 과징금 508억원을 부과받았다.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라고 항변했으나 대법원은 별도 합의가 있었다는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2001년 자동차보험료 담합 건에 대해서는 별도 합의가 없었다며 사업자 편을 들었다. 2010년 소주 가격 담합에서도 공정위가 졌다. 오리고기 가격과 해운사 운임 담합은 2심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상태다. 과징금 부과 등을 결정하는 공정위 전원회의가 1심에 해당한다. 아예 전원회의에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위는 2012년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며 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아니라고 했지만 2016년에야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됐다. 주무 부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는 지금도 여전하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번호 이동 현황을 공유하며 판매장려금 등을 담합했다고 보고 있다. 담당 부처와 통신사들은 단말기유통법의 특수 상황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달 중 전원회의가 열린다. 공정위가 어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재조사를 시작했다. 은행들이 자료를 공유하며 LTV를 낮게 설정해 소비자들이 다른 대출을 더 비싼 이자로 받게 했다는 혐의다. 우리 국민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높고, 다른 선진국 대비 가계빚도 많다. 금융당국이 대출의 상한선을 정한 LTV를 가계대출 규제 수단으로 써 왔던 까닭이다. 급증하는 가계빚 관리의 필요성,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을 감안해 공정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하다. 전경하 논설위원
  • [길섶에서] 빈 상가와 로또

    [길섶에서] 빈 상가와 로또

    경의중앙선 서강대역 2번 출구 건너편에 청년층을 겨냥한 공유 주거 건물이 두 개 있다. 기본적인 가구와 가전이 갖춰진 개인 공간에 테라스, 독서실, 주방 등을 공유하는 시설이다. 각각 지상 20층과 지상 16층의 제법 큰 건물인데 1층 상가 일부가 꽤 오래 비어 있다. 식당들이 버티지 못해서다. 커피와 김밥 전문점만 그대로다. 긴 설 연휴에 오랜만에 홍대 근처로 산책을 갔다. 홍대 정문에서 왼쪽 대로변에 나란히 있는 5층 미만 ‘꼬마빌딩’ 7개의 1, 2층이 비어 있다. 일부는 ‘통임대’ 표시가 붙었다. 대형 브랜드들이 건물을 통째로 빌려 쓰다가 나간 뒤 다른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두 개가 비었던 기억은 있지만 7개가 나란히 비어 있으니 을씨년스럽다. 개점한 곳은 있다. 서강대역 2번 출구에서 신촌역으로 가는 길에 지난달 로또 판매점이 생겼다. 한 평 남짓한 규모인데 이사왔던 3년 전부터 비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홍대 근처에도 지난해 가을 로또 판매점이 생겼다. 로또 판매액은 매년 역대 최대다. 모두가 옷이나 음식에서 줄인 돈으로 로또를 사고 있는 걸까. 전경하 논설위원
  • [씨줄날줄] 트럼프와 노벨평화상

    [씨줄날줄] 트럼프와 노벨평화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였던 2019년 2월 15일 자신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고 밝혔다. 그달 25일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자리였다. 그는 ‘아름다운 서한의 사본’이라며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추천했다고 공개했다. 미국 언론들은 아베 총리를 트럼프의 ‘영혼의 친구’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요청을 받았다는 아베 총리의 추천 이유는 한반도 긴장 완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노벨평화상 후보 신청은 매년 1월 말 마감된다. 후보 추천은 정부 관료, 국회의원, 대학교수, 노벨평화상 수상자, 전·현 노벨위원회 위원 등이면 가능하다. 단 한 명이 추천해도 된다. 평화상은 보통 300여건의 추천이 들어온다고 한다. 노벨위원회는 두 달 동안 최종 후보자 명단을 추리고 검증에 들어간다. 위원회는 추천자와 후보자 모두 50년간 비밀에 부치지만 종종 외부에 공개되기도 한다. 노르웨이의 한 언론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에 추천됐다고 보도했다. 추천인은 미국인이며 ‘힘의 이데올로기로 세계 평화를 유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상을 원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평화상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4명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상이 트럼프의 평화상 ‘집착’을 가져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2009년에 받았다. 미국 언론조차 ‘세계 평화에 기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해 달라는 뜻으로 주는 상’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후보로 추천했다고 그제 밝혔다. 한반도 평화 정책에 노력해 달라는 취지란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1월 “후보 추천에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한 발언의 후속 조치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우클릭’이 트럼프의 행보만큼 예측불허 수준이다. 추천이 한미 동맹에 도움 되길 바랄 뿐이다.
  • [길섶에서] 명함

    [길섶에서] 명함

    지난 연말 은퇴한 지인을 며칠 전에 만났다. ‘임시계약사원’의 줄임말이라는 임원까지 지냈다. 당분간 누군가를 새로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30년가량 명함 내밀며 자신을 소개해 왔는데 명함 없이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더란다. 사회생활하면서 수많은 명함을 받았다. 만나는 순간 아주 짧은 어색함을 녹여 줬다. 회사의 가치를 표현하는 색깔과 문구가 담겨 있거나, 점자가 병기된 명함들은 받는 순간 이목을 끌었다. 명함에 담긴 직책과 업무는 상대방에 대해 알려 줬다. 명함에 담긴 휴대전화 번호는 요긴했다. 해외에서 찍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외국인들은 날씨, 여행 등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잘 이어 간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 회사를 평생 다닐 수도, 퇴사하고 새로운 사람을 아예 안 만날 수도 없다. 명함 없이 오롯이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은퇴 준비의 하나겠다. 회사 이름 없이 나만의 명함을 가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