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공룡’ 미래에셋 적수가 없다
‘미래에셋’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요즘 주식시장에서 사람이 모이면 꼭 미래에셋 이야기를 한다. 상승기세가 대단하고, 펀드의 대중화를 이뤄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쏠림현상이 심하고, 견제나 방어장치가 없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2일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주 중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2.12%(43.80포인트) 빠진 2019.34를 기록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7.61% 오른 19만 1000원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20만 1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로써 시가총액 7조 877억원으로 삼성증권(7조 176억원)을 앞섰다. 삼성증권은 이날 2.33% 내린 10만 5000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9월말 종가는 8만 7500원이었다.
●미래에셋이 사고판 종목은
1∼2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식보유 공시를 통해 그동안의 매매현황을 보고했다. 대한전선, 두산중공업,LG를 새로 사들였음이 나타났다. 이들 주가는 대한전선이 연초 대비 3.5배, 두산중공업과 LG가 4배 뛴 상태다. 세 종목을 포함,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종목이 26개다. 이중에는 연초 대비 9배나 상승한 동양제철화학,3배가량 뛴 삼성물산,2배 정도 오른 삼성증권 등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펀드 매니저들은 고민중이다. 미래에셋이 사들인 종목을 따라 갈까 아니면 자신이 고수해 온 전략을 유지할까를 선택해야 한다. 따라가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다소 불안하다. 무시하자니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 미래에셋이 사들였다는 소문이 나는 종목에 개인들도 가세, 주가가 더 오르고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이에 따라 최근 2∼3개월 사이에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 시장 변동성도 함께 커졌다.
●다른 펀드 팔아 미래에셋으로
지난달 30일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혼합형 펀드’에는 1조 6000억원의 돈이 몰렸다. 이 펀드는 수익이 날 것 같은 해외 지역에 투자대상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펀드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모델이지만 신규 공모펀드에 청약기간에만 1조원이 몰리기는 처음이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 연속 수탁고가 줄어들었다. 수익을 달성한 일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인사이트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국내 펀드를 환매하고 미래에셋의 중국 펀드에 가입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연초 이후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상위 10위권 안에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중국 펀드가 7∼8개나 들어가 있다. 미래에셋의 ‘차이나솔로몬주식1호’가 투자원금과 수익률을 합해 규모가 6조원이 넘자 미래에셋이 운용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당 펀드의 판매는 이달부터 중단했을 정도다.
●브레이크 없는, 두려운 질주
미래에셋증권 창구에서는 오는 손님을 받기가 바쁘다. 최근 시황을 보려면 미래에셋증권 창구에서 대기표를 든 사람수가 얼마인지 알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손님 처리하기에 바빠 아무 생각도 못한다는 것이 일견 반가울 수 있지만 직원들은 단지 소모품으로 전락, 직원들의 자기 발전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수익률이 뛰어나다 보니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운용도 하지 않은 인사이트 혼합형 펀드에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것도 미래에셋이 그동안 보여준 수익률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끼리 모여 대항마라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모 증권사 임원은 “전체 산업의 발전에는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특성인 쏠림현상이 가속화돼 충격이 발생할 경우 흡수할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