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하지 않고 정확히 의사 표현”
“여러 달 동안 소란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이런 일이 없어야 되고, 있다면 없어야 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4일 삼성 특검에 출석한 이건희 회장은 당당하고, 차분한 표정이었다.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간혹 고개를 가로저으며 강한 부정의 뜻을 나타냈다.
●자장면과 물만두로 저녁식사
특검팀은 당초 기자들에게 “수사가 자정을 넘기지는 않을 것”,“오후 11시 전후부터는 (이 회장 귀가 취재를 위해)대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조사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 오전 1시쯤까지 진행됐다. 이 회장의 조사 시간이 길어지자 진술을 마친 이 회장이 조준웅 특검과 단독 면담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수사가 끝난 뒤 7층 특검 사무실에서 내려온 이 회장은 피곤한 표정으로 승용차에 올랐다.
앞서 특검팀이 통보한 이날 오후 2시 정각 검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1분 남짓 포토라인에 선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7층 특검 사무실로 올라갔다. 이 회장은 먼저 조준웅 특검을 만난 뒤 윤정석, 조대환 특검보와 강찬우 검사 등 3명으로부터 경영권 불법승계와 비자금 불법 조성·관리, 정·관계 불법로비 등 3대 의혹을 조사받았다.
이 회장은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했으며, 저녁식사로 자장면과 물만두를 배달시켜 수사팀과 함께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이 동문서답하지 않고 질문 취지를 알아 듣고 본인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 회장의 출석은 특검 발족 86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수사 초기 모르쇠와 비협조로 일관했던 삼성이 이렇듯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이 회장 등의 사법처리를 두고 특검과 물밑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특검, 피의자에 “회장님” 존칭 빈축
실제로 특검팀은 조사할 분량이 굉장히 많다고 걱정하면서도 이 회장을 ‘오후 2시’라는 늦은 시각에 불렀고,“가능한 한 한 차례로 조사를 끝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학수 부회장 등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다른 인물과 달리 이 회장에 대해서는 유독 ‘회장님’,‘이 분’,‘오시면’ 등의 존칭을 쓰며 예의를 차린 것도 빈축을 샀다.
정은주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