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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형우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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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서적 지정 국방부가 더 불온”

    “불온서적 지정한 국방부가 더 ‘불온’하지 않나요?” 국방부의 ‘불온서적’ 소지·반입 금지 지시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낸 군 법무관 A씨를 최근 만났다. A씨는 “헌법소원으로 인해 닥쳐올 인사이동 등의 불이익은 이미 각오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A씨는 “지난 7월 국방부가 ‘불온서적’을 지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을 때 섬뜩했다.”면서 “우리 헌법과 법원이 절대 침해해선 안 된다고 선언한 ‘양심 형성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인이면서 동시에 법률가로서 이같은 헌법정신의 훼손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7월23일 국방부 지시가 떨어지고, 같은 달 28일부터 일주일간 각급 부대 장교의 독신자 숙소와 병사의 생활관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A씨는 당시 이 과정을 지켜보던 군 법무관들이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특히 사회에서는 역사·문학·시사 등 각 분야에서 이른바 ‘필독서’로 추천받는 도서들에 ‘북한찬양·반미·반정부·반자본주의’라는 무시무시한 딱지를 붙여 읽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웠다고 했다.A씨는 “군인 개개인의 생각이 넓고, 깊어질수록 군이 발전한다.”면서 “‘이 책은 읽지마라.’ 혹은 ‘이 책은 괜찮다.’라며 군인 개개인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국군의 발전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군이 정치와 야합해 국군에 대한 신뢰와 그 존립목적을 흔들어 버렸던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면서 “또 북한·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군비증강에 대해 우리 군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갈지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잘못된 군의 행태를 지적하고, 기존 관행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책들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방부는 군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읽어볼 만한 책들에 ‘불온’의 낙인을 찍었다.”면서 “참여정부 시절 권장도서로 군내 보급까지 됐던 책을 정권이 바뀌자 불온도서로 둔갑시킨 국방부가 더 ‘불온’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진실위 “신군부가 동명목재 강탈”

    1980년 신군부가 세계적인 목재회사였던 동명목재의 전 재산을 강탈하고서도 ‘재산헌납’으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28년 만에 사실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2일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의한 ‘동명목재 재산헌납’ 사건을 조사한 결과 국보위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가 동명목재 재산을 강제로 헌납받은 사실을 밝혀 냈다고 발표했다. 진실위에 따르면 1980년 8월쯤 국보위와 합수부는 동명목재 재산을 빼앗으려고 강석진씨 등 사주들을 부정축재를 일삼는 악덕기업인으로 몰아 합수부 부산지부(501보안부대)에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수사관들은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강석진씨 일가와 회사 임원들을 영장없이 연행한 뒤 15일∼2개월 간 불법 구금하고 폭언, 폭행, 전기고문 위협 등의 가혹행위를 가했다. 또 강씨에게 전 재산을 헌납할 것을 집요하게 강요하는 한편 아들 정남씨를 “재산 포기각서에 날인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위험할 수 있다.”고 협박, 끝내 위임각서와 승낙서를 받아 냈다. 당시 빼앗긴 재산은 토지 317만 3045㎡를 비롯해 부산투자금융㈜과 부산은행의 주식 약 700만주, 사주 일가의 은행 예금액 16억여 원 등으로 피해자들은 “당시 시가로 4000억∼5000억원, 현재 가치로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은 모두 헌납 형태로 부산시와 한국토지개발공사에 매각·증여됐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군법무관들 “軍 불온도서 금지 위헌” 헌소

    군 법무관들이 국방부가 지정한 23권의 ‘불온 도서’를 소지하거나 군내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한 군인복무규율이 위헌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육군군사법원 등에 근무하는 군법무관 7명은 ▲군인사법 제47조의2 ▲군인의 불온유인물·도서·도화 등의 제작·복사·소지·운반·전파·취득을 금지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국방부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 등이 군 장병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22일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법률로써만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을 대통령령에 불과한 군인복무규율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면서 “그 근거법인 군인사법 역시 군인복무규율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아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또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에서 규정한 ‘불온’의 의미 역시 명확지 않아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방부가 불온도서를 지정하고 소지·취득·반출입을 금지한 것은 지식에 대한 갈구를 막는 것으로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밝혔다. 소송에 참가한 박지웅(27·군법무관) 대위는 “국방부가 자의적으로 불온서적을 정해 금지하는 것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심야 대책회의를 개최한 국방부는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 권리인 점 등을 감안해 헌법소원을 낸 해당자들의 행위가 적법한지 등의 여부를 포함,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석우 유지혜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시각장애인용 책 녹음 저작권 정부가 해결을”

    사법시험 사상 최초로 시각장애를 딛고 2차시험에 합격한 최영(27)씨의 뒤에는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복지재단과 시각장애인이 개발한 문서 음성화 프로그램이 있었다. ‘리더를 키운다.’는 비전으로 공부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정인욱 복지재단은 1993년 국민들에게 장작 대신 연탄을 연료로 공급해 삼림의 황폐화를 막은 고(故) 정인욱(1999년 별세) 강원산업 회장이 설립했다. 지금은 고인의 맏딸인 정영자(68)씨가 이사장을 맡아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맹학교 앞에 살았던 고 정 회장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20여년간 책 녹음봉사를 했고,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그 뜻을 이어받아 2004년부터 법전 및 관련 서적을 텍스트 파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저작권 문제로 출판사에서 파일을 넘겨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각종 서적의 글씨 하나하나를 모두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재단은 엘리트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맹학교 지원과 점자번역사업, 문화예술, 복지 등 시각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전반의 사업을 펼쳐 가고 있다. 또 매년 시각장애 고등학생 10명, 대학생 3명을 선발해 해외로 어학연수를 보내기도 한다. 재단의 지원을 받는 김정호(37·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씨는 동료 3명과 함께 텍스트 파일 음성화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더’를 개발했고, 이 프로그램은 최영씨가 합격의 영광을 안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김씨는 22일 최씨의 합격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면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장애인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 상징적인 계기”라면서 “정부가 나서 저작권 문제만 해결해 준다면 제2, 제3의 최씨가 줄이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영화 ‘달콤한 인생’ 보고 범행도구 준비

    묻지 마 살인이 벌어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서 정모씨가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두른 35분은 고시원 거주자들에게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공포의 순간이었다. 고시원 총무 A씨는 21일 “검은 연기 속에서 검은 물체가 불쑥 나타나 고시원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흉기로 찔렀다.”며 “공포에 오금이 저려 발도 못 뗀 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을 숨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대학을 휴학한 뒤 지난 6월부터 총무를 맡아온 그는 20일 야간 근무를 마치고 방안에서 쉬다가 오전 8시46분쯤 밖에서 ‘불이야’라는 소리를 들었다. 방문을 열고 소화기를 집으려고 하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연기 속에서 검은옷을 입은 사람이 보였다. 밖으로 나왔던 고시원 투숙자 서진(20·여·사망)씨가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자 정씨가 흉기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A씨는 “겁이나 방문을 잠갔다. 여기저기서 ‘악’ ‘악’ 하는 절규가 들렸다. 내 방문을 여는 기척이 보이면 창문을 부수고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정씨의 방을 본 적이 있는데, 책상 위아래로 인형뽑기에서 뽑은 인형, 소형자동차 등이 첩첩이 쌓여 있었다.”며 “정씨는 뽑기에 광적으로 집착했는데, 어떤 날에는 비가 오는데도 밖에서 3시간 동안 인형을 뽑기도 했고, 헬리콥터 하나를 뽑기 위해 20만원을 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씨가 편집광적인 뽑기와 수집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편 정씨는 “평소 공포나 액션 영화를 좋아했다.‘달콤한 인생’이라는 한국 영화를 보고 주인공이 멋있다고 생각해 범행 도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달콤한 인생은 특급호텔을 운영하는 조직폭력배 보스와 그의 오른팔, 그리고 이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 이야기를 담은 폭력영화로 2004년 4월1일 개봉됐다. 강남경찰서는 이날 살인 및 현주건조물 방화 등의 혐의로 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김승훈 장형우기자 hunnam@seoul.co.kr
  • [20 & 30] 당신의 ‘오피스 스파우즈’는 누구?

    [20 & 30] 당신의 ‘오피스 스파우즈’는 누구?

    직장인들에게는 과중된 업무 스트레스,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토로하며 고민을 나눌 그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직장에선 이성 동료간 ‘이성적 감정’ 없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만큼은 실제 배우자보다 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혹은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라고 불린다. 실제로 마음의 벗이 되는 사무실 배우자(오피스 스파우즈)가 있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2030 직장인들에게 그들의 사무실 배우자에 대해 들어봤다. ●사무실 내 나만의 구원투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양모(27·여)씨는 소설가 양귀자와 같은 훌륭한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2년간 계속된 백수생활은 그녀의 꿈을 앗아가버렸다. 취업으로 눈을 돌린 양씨. 기왕이면 글을 쓸 수 있는 홍보실이나 문화재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그 희망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양씨는 2년 전 가까스로 IT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문외한인 양씨의 회사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매일 컴퓨터 언어, 코딩, 알고리즘 등 생소한 용어와 지식을 익혀야만 했다. 그런 그가 3년째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선배이자 ‘오피스 허즈번드’인 김모(32)씨의 배려 덕분이다. 김씨는 다른 회사에 다니다 양씨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경력사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양씨가 계속 한직으로만 떠도는 것이 안타까워 그녀의 특별과외 교사를 자청하고 나섰다.6개월간의 과외로 양씨는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IT업무 전반을 이해하게 됐다.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도 혼자 짤 수 있고, 일에 흥미도 갖게 됐다. 양씨는 “김씨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회사를 그만뒀을 것”이라면서 “사무실에서 만큼은 김씨가 남자친구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마케팅 회사에서 2년 4개월째 근무 중인 최모(31)씨는 세상 그 누구보다 훌륭한 ‘오피스 와이프’를 뒀다고 자부한다. 그의 오피스 와이프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 김모(24·여)씨. 최씨는 가끔 자신의 실제 부인보다 김씨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두 사람은 입사 초기 대졸 신입사원과 상고를 졸업한 계약직 경리사원으로 만났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같은 부서에 배치받은 뒤 서로 허물없이 고민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익숙지 않은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두 사람은 어려운 부분들을 조금씩 도와주면서 우정을 키워 나갔다. 컴맹이었던 최씨는 외국 바이어 앞에서 진행할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책을 구입해 열심히 공부했다. 아무리 책을 봐도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최씨를 도와주지 않을 때 선뜻 구원의 손을 내밀어 준 게 김씨였다. 상고 출신의 김씨는 ‘컴퓨터 도사‘로 불릴 만큼 능숙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최씨는 김씨의 도움을 받아 만든 프레젠테이션으로 무사히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김씨 또한 ‘오피스 허즈번드’인 최씨의 도움으로 매번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영어와는 담을 쌓고 지낸 김씨에게 부장이 외국 거래업체와 주고받는 서류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겼다. 영어사전과 한참을 씨름해도 짧은 영어 문장을 해석하기 힘든 김씨의 구원투수는 최씨였다. 영문과 출신의 그는 김씨가 하루종일 시간을 투자해도 불가능했던 영어 업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해줬다. 김씨는 “오피스 허즈번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업무뿐 아니라 일상적인 고민, 갈등도 해결해주는 만능 카운슬러죠. 그가 없는 직장생활은 상상할 수 없어요.” ●꼴불견 상사 때문에 맺어진 오피스 스파우즈 부산의 한 은행에 근무 중인 성모(26·여)씨와 박모(27)씨는 둘 도 없는 직장 동료이자 ‘오피스 스파우즈’다. 올해 초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뒤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둘은 직장 선배들로부터 “서로 사귀는 사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친하다. 이들은 메신저와 전화로 하루에도 스무 번 이상 대화를 나눈다. 성씨는 “박씨와 이렇게 자주 연락한다는 것을 상사들이 알면 둘 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일에 대한 불만과 상사들의 뒷담화가 둘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직장 상사 때문에 속상해하던 성씨에게 박씨가 “선배가 나무랄 땐 그냥 아무 대꾸하지 말고 ‘정말 내가 잘못했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는 표정만 지어주고 속으로는 ‘오늘 뭐 먹지?’ 이런 생각을 하라.”고 조언해줬다. 성씨는 이 방법을 터득한 후 신기하게도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이상 받지 않게 됐다.“직장생활을 하면서 답답하고 속상한 일을 누군가에게 믿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오피스 스파우즈는 그런 의미에서 2030 직장인들에겐 필수적인 존재랍니다.” 9급 공무원인 박모(27·여)씨의 오피스 와이프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 정모(29)씨다. 그들이 오피스 스파우즈의 인연을 맺은 데는 같은 부서의 괴팍한 성격의 50대 노총각 과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상사는 후배들의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어왔고, 후배들에게 결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때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도 시시각각 급변해 최악의 직장 상사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사 밑에서 잦은 업무보고와 야근 등의 스트레스를 받던 박씨와 정씨는 동기라는 이유만으로도 뭉칠 수 있었다. 한 번은 과장이 별다른 이유없이 시비를 걸며 박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부렸다. 이날 박씨는 정씨의 제안으로 단 둘이 술을 마시며 속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씨는 자신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동기가 한 없이 고마웠다. 정씨도 가끔 과장의 부당한 행동에 화가날 때마다 오피스 와이프인 박씨와 술잔을 기울인다. 자신의 여자친구보다 과장의 부당함을 잘 아는 박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박씨가 없었다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지 막막해요. 가끔은 여자친구보다 더 저를 잘 이해해준다니까요. 이러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연인으로 발전할까봐 걱정이에요.” ●내 배우자와 더 친밀한 오피스 스파우즈 회계사인 정모(35)씨는 자신의 오피스 와이프 때문에 아내로부터 바람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정씨의 부인은 남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직장 여성동료와 장시간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부인은 남편이 다른 직장 동료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유독 그 여성동료만 칭찬하는 걸 의심했다. 정씨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내의 의심은 드라마 ‘사랑과 전쟁’ 수준으로 극에 달했다. 의부증에 시달리던 정씨는 특단의 조치로 부인에게 오피스 와이프인 유모(32·여)씨를 소개시켜줬다. 몇번의 만남 이후에야 부인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성적 관계가 아닌 그야말로 업무적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오피스 스파우즈 관계란 걸 이해했다. 이후 몇번의 만남을 가진 부인과 유씨는 서로 취미와 관심사가 같다는 이유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때론 정씨의 회사 생활을 오피스와이프인 유씨가 부인에게 일일이 보고하기도 해 정씨가 곤란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정씨는 아내와 오피스와이프의 절친한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다.“아내가 오피스 와이프와의 관계를 이해해줘서 다행이에요. 직장내에선 오피스와 이프가 제겐 둘도 없는 벗이고 인생에 있어선 아내만큼 훌륭한 친구가 없답니다.” 인천의 무역회사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정모(35)씨는 요즘 회사 생활이 ‘옥살이’ 같다. 오피스 와이프인 직장 후배 이모(32·여)씨가 회사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내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기 때문이다. 정씨와 이씨는 대학 시절 둘도 없는 같은 과 선후배였다. 졸업 후 1년간 백수생활을 한 이씨는 정씨의 제안으로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게 됐다. 그 이후로 정씨와 이씨는 학교뿐 아니라 직장 선후배 사이로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다. 특히 정씨는 아내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아내와 동갑인 이씨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씨는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정씨의 도움을 받으며 의지하게 됐다. 서로 잘 챙겨주다보니 정씨는 아내로부터 “유부남이 너무 여자 후배와 가깝게 지내는 거 아니냐.”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 이에 정씨는 이씨를 아내에게 소개시켜준 뒤 오해를 풀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서로 동갑이라 편하게 지내더니 요즘은 나보다 더 가깝게 지내며 내 험담도 함께 늘어놓아요.”집에서는 아내 눈치, 회사에서는 오피스 와이프 눈치 보느라 행동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오피스 와이프가 아니라 정말 회사내에 와이프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가끔 갑갑하긴 하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아내와 후배가 있다는 게 행복하기도 하지요.” 황비웅 장형우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용어클릭 - 사무실 배우자(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 직장내에서 이성적으로 사랑하진 않지만 마치 아내와 남편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직장 동료를 일컫는 신조어다. 미국에서 생겨난 용어로 하위개념으로 오피스 와이프(사무실 부인·Office wife)와 오피스 허즈번드(사무실 남편·Office husband)가 있다. 미국의 한 온라인 백과사전(www.urbandictionary.com )에선 오피스 와이프에 대해 ‘직장에서 자주 접하는 이성 동료이며, 당신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그 어떤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강남경찰서, 기업형 룸살롱에도 ‘性戰’ 칼날 주택금융公, 직원엔 펑펑 서민엔 찔끔  [뉴스in뉴스] 촛불 농성 100일,조계사에서는 지금…  [캐릭터뷰] 박철민이 말하는 ‘불광동 배용기’ 그리고 ‘배우 박철민’   기획재정부의 아고라 활동에 네티즌 ‘냉소’  
  • 흉포해진 ‘묻지마 살인’ 왜

    전문가들은 정모씨의 고시원 방화 및 살인이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이라고 진단하고, 최근 심해진 경제위기, 양극화 현상 등으로 증오범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묻지마 살인’은 개인적 좌절과 절망을 사회의 탓으로 돌려 이유 없이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에 대해 무차별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씨의 묻지마 살인이 일어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며, 향후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일본과 같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증) 범죄가 급증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씨는 직장이 없었고, 고시원비와 휴대전화 요금 등 생활비 때문에 금전적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경기침체로 특히 못 사는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들의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우한 가정환경 등으로 학교나 사회로부터 좌절을 겪는 과정에서 정상적 사회생활에 대한 애착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과거에는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려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책임을 사회로 돌리고 그것을 잔혹한 범죄로 표출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씨와 같이 한 장소에서 여러 명을 잔인하게 죽이는 ‘다중살인’은 ‘연쇄살인’이나 장소를 옮기며 살인하는 ‘연속살인’에 비해 더 큰 반사회적 분노를 표출하는 범죄양식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살해를 당한 사람은 2005년 303명에서 2007년 364명으로 증가했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단독]이재현 CJ회장 사법처리될 듯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경이 그룹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상속재산 등 개인재산을 관리해온 이재현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던 전 자금관리팀장의 살해 청부 사건을 계기로 CJ그룹이 자진신고한 차명계좌는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와 똑같은 방식으로 관리됐다.경찰 관계자는 “계좌추적 결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특검팀이 규정한 이 전 회장 소유 차명계좌의 특징을 대부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 회장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주로 CJ계열사의 주식만 거래하고, 명의자인 임직원이 퇴임하는 경우 명의자 변경을 위해 계좌에 들어 있던 돈을 1원 단위까지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이 전 회장의 차명계좌와 운용방식이 같았다. CJ쪽이 밝힌 차명계좌의 수는 90여개로, 경찰은 현재 연결계좌 등 수백개의 계좌에 대해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전 자금관리팀장이 진술한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는 300억~400억원이며, 이 회장이 차명주식 거래를 통해 얻은 차익은 수십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세법은 대주주의 주식거래 차익에 대해 보유 기간에 따라 10∼30%의 양도소득세를 물게 하고 있다.CJ쪽은 이번에 차명계좌를 자진신고하면서 차명계좌 명의 이전에 대한 증여세와 차명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세금을 낸 것은 양형 참작 사유일 뿐이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사실과 범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조세 포탈 부분은 이 전 회장 사건에서도 1,2심 재판부가 유일하게 유죄로 인정한 부분이라 검·경의 사법처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대로 양도차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차명계좌 이용과 계좌 사이의 연결을 차단하려는 현금입출금 거래 등을 종합하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 전 자금관리팀장이 조직폭력배 등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뜯긴 170억원의 출처 등도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경은 앞으로 계좌 추적 작업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등에 대해 40% 정도 규명된 상태”라면서 “이르면 이번 주 중 계좌 추적 결과를 일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유지혜 장형우기자 wisepen@seoul.co.kr
  • ‘조작간첩’ 이장형 사건 재심 첫 공판

    5공화국 시절 ‘강희철 사건’과 함께 대표적인 조총련 관련 조작간첩사건으로 꼽히는 고(故) 이장형씨 사건의 재심 첫 공판이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씨는 1972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조총련 간부로 활동하던 숙부를 만나 북한의 우월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 또 다른 조총련 간부에게 포섭돼 ‘제주도 일원 해안경비상황을 탐지하라’는 지령을 받아 실행에 옮긴 혐의로 1984년 당시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이어진 항소심은 모두 기각됐고, 이씨는 15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1998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시, 풀뽑기 개선 권고 거부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서울시가 현장시정추진단 대상자 선정 및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개선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수용’ 입장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일 서울시가 현장시정추진단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부서별로 부적격자를 3%씩 할당해 제출하도록 해 대상자들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했고, 재교육도 교육취지와 거리가 먼 풀뽑기 등 현장노동 중심인 징벌적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 인권침해 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정추진단 대상자 선정은 합리적 선정절차와 기준에 따라 이뤄졌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태도개선을 위한 정신자세 확립차원이었다.”며 권고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인권위에 전해 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性향응 구의원 6명 무더기 입건

    현직 서울시 중구의회 의장 등 6명의 구의원들이 의장직 선출을 대가로 성접대를 주고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7일 구의회 의장직 선출을 부탁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성매매 등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중구의회 김모 의원과 이를 제공받은 현 중구의회 의장 심모씨 등 현직 구의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중순 전남 목포의 한 성매매업소에서 심 의장 등 2명에게 “의장에 선출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며 두차례에 걸쳐 54만원 상당의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바람 잘날 없는 문방위

    ‘파행 없는 문방위 국감은 없다?’ 18대 국정감사에서 가장 치열한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이 매번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추가 증인 채택, 의원들의 발언 시간 등 회의 일정과 진행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시간을 끄는 것은 물론 국감장에 전경 배치, 시위대 국감장 폭언 등 돌발 상황으로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국감’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등 5개 기관에 대한 국감도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면서 국감장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했고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국회에 대한 무시 행위”라며 반발했다. 신 전 위원장은 진 의원이 “언론 노조는 친노 단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근거를 대라.”고 따졌고 결국 국정감사장 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성으로 질문을 하고 진로 방해를 한 혐의”라면서 “욕설을 하거나 술을 먹고 왔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 사건을 문제 삼으면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자 민주당은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동시에 증인 추가 채택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어청수 경찰청장이 불교계에 대해 전반적인 내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민영 미디어렙과 관련, 경찰이 정치 사찰을 한다는 문제제기가 국감에서 있었다.”면서 어 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증인을 추가 채택할 만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진 의원 사건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오후 회의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이날 국감은 당초 시작 시간보다 1시간 20분 늦어진 11시20분에야 진행됐다. 이에 각 기관장의 업무보고는 서면으로 대체,‘대충 국감’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나길회 장형우기자 kkirina@seoul.co.kr
  • “외국인환자 알선 허용 말라” 인권위, 현행규정 유지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의료법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환자에 대한 소개·유인·알선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현행 규정 유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비록 개정안에 있는 유인·알선 행위가 외국인에 국한된다고 해도 환자의 구매력에 따라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국내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기륭전자 농성천막 강제 철거

    사측의 비정규직 근로자 해고에 반발해 투쟁을 시작한 지 1149일, 거리 천막농성 1095일째인 15일 오전 6시50분쯤 서울 가산동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서울지부 기륭전자분회의 농성장이 철거됐다. 노조원 6명이 기륭전자의 최대 납품업체인 시리우스사에 비정규직 해고 실태를 알리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이날 오전 60여명의 용역 및 회사직원이 지게차를 동원해 분회원들이 농성하고 있던 천막 2개와 컨테이너 1개를 철거했다.철거 과정에서 농성을 벌이던 10여명의 노조원들과 용역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김소연 분회장이 실신, 구로 고대병원으로 후송됐다. 또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던 인터넷언론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폭행당했고, 카메라 및 중계차량이 파손됐다. 이날 농성장 철거소식을 듣고 모여든 금속노조 노조원 및 시민들과 회사 및 용역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하루종일 충돌이 이어졌다.지난 13일 사측과 노조측의 교섭이 결렬됐고, 기륭전자는 구로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본사를 25일까지 신대방으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노조측은 본사 이전을 하려는 생산설비와 집기류를 옮기는 것을 막으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충돌이 예상돼 왔다. 기륭전자 배영훈 사장은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원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태와 핵심주동자를 알아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협상을 해 왔지만, 더 이상 그럴 뜻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소연 분회장은 “22명의 노조원을 자회사로 입사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사측이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여성&남성] 노처녀·노총각은 왜 결혼을 못할까

    [여성&남성] 노처녀·노총각은 왜 결혼을 못할까

    명문대 출신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업과 억대연봉, 훤칠한 키와 아름다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따지다 결혼적령기를 놓쳐 노총각·노처녀로 살아가는 그들. 결혼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은 너무 까다롭다 못해 독특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조건만 따지다 세월가는 줄 모르고 있는 노총각·노처녀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커플매니저들에게 들어봤다. ■ 男 ●“노처녀·노총각임을 인정 안 하는 게 문제죠”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커플매니저 오지윤(46)씨는 “노총각·노처녀들은 자신들이 노총각·노처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제일 큰 문제예요.”라며 말을 꺼냈다. 결혼적령기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그게 심할 정도로 관대한 사람은 문제라는 것이다. 오 매니저가 실례로 소개한 변호사 고모(38)씨는 명문대 졸업에 미국유학까지 다녀왔고 유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A클래스 회원´이다. 하지만 고씨는 나이 마흔에 가깝도록 여전히 느긋한 태도를 취하며 자신이 세워놓은 까다로운 조건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집안, 직업, 외모 외에도 ‘천주교도, 수도권 출신´ 등 요구하는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해외에서의 방탕한 경험을 우려해 ‘해외 유학 경험이 없을 것´ 같은 특수한 조항도 요구하고 있어 중매 성사가 더욱 어렵다. “이런 분들은 스스로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결혼이 조금 늦어진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위기감이 없다보니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느긋한 게 문제죠.” ●여자는 땅, 남자는 하늘이라는 노총각들은 무조건 퇴짜 명문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정부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모(39)씨. 완벽한 조건을 갖춘 강씨지만 아직까지 짝을 만나지 못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커플매니저 고재수(46·여)씨는 강씨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정의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여동생 세 명이 늘 떠받들어주는 것에 익숙해진 게 강씨의 문제였다. 신경이 예민한 강씨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은 항상 조용했고, 강씨가 먹고 싶다고 말한 반찬은 반드시 그날 저녁상에 올라왔다. 강씨는 고 매니저에게 “여성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5년전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한 강씨는 고 매니저에게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을 당당히 요구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살림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을 잘 내조할 수 있는 팔방미인을 원했다.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여성을 만났지만, 어떤 여성도 강씨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부터 “나는 집안의 기둥이다. 결혼 후에도 아내가 기둥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남성에게 끌릴 여성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가지 조건만 고집하다보면 좋은 사람도 놓칠 수밖에 결혼정보업체 웨디안의 커플매니저 부유경(33·여)씨는 이름난 ‘커플 제조기´다. 내세우는 조건이 까다롭던 고객들도 부씨의 코칭을 받고 난 뒤에는 결혼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씨에게도 좀처럼 조언이 통하지 않던 회원이 회사원 최모(41)씨였다. 유명제약회사에 다니는 최씨는 수십억원대의 자산가이자 177㎝의 키에 서글서글한 외모까지 갖춘 ‘훈남´이다.“마음만 통하면 어떤 여성이라도 좋다.”던 최씨였지만, 유독 ‘170㎝´가 넘는 키를 고집했다. 부 매니저는 우여곡절 끝에 프로필에 키가 172㎝라고 밝힌 이모(32·여)씨를 찾아 만남을 주선했다. 그런데 최씨는 첫 만남에서 이씨가 자신의 키를 “168㎝”라고 했다며 거절했다. 알고보니 큰 키가 콤플렉스였던 이씨가 키를 4㎝ 낮춰 말했던 것. 부 매니저는 최씨의 고집을 꺾어보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키가 170㎝가 넘어야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낀다는데 어쩌겠어요. 알고 보니 다른 업체 커플매니저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조건을 내세우기로 유명한 분이시더라고요.” ■ 女 ●성공한 여성의 고정관념과 결벽증이 장애물 결혼정보업체 비애나래의 커플매니저 이경(44·여)씨는 가끔 답답한 고객들 때문에 한숨 지을 때가 많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수많은 엘리트 여성들의 결혼을 성사시켰으나 가끔 난감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씨의 고객 중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모(39·여)씨는 국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뛰어난 영어실력과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외국계 회사에서 빠른 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김씨는 남자를 경쟁대상으로 보는 고정관념과 결벽증을 갖고 있었다. 직장에서 수많은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만큼 결혼할 남성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직장에서 ‘남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성공하리라.´는 목표에만 매달렸던 김씨는 나이 마흔을 코앞에 두고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자 초초해졌다. 그러나 김씨는 40∼44세의 남성에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지위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조건만은 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불혹이 넘도록 여자 경험이 없는 ‘숫총각´만 소개해달라며, 결혼정보회사가 이를 검증해서 엄선해 달라고 ‘특별주문´까지 하는 등 난감한 요구사항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른 조건은 그렇다쳐도 ‘숫총각´ 부분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사실 여자가 35세 이상 나이를 먹으면 결혼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 경우 가장 적합한 상대는 나이든 재혼 남성인데 현실적으로 혼기를 놓친 많은 성공한 직장여성이나 전문직 여성들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느낌·조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 결혼정보업체 큐피앙의 커플매니저 이연정(40·여)씨는 노처녀가 결혼 못하는 이유는 느낌과 조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씨의 고객 중 국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다니는 유모(30·여)씨는 인형같이 생긴 얼굴과 168㎝의 늘씬한 키로 주변에 항상 남자가 많았다. 같은 직장 연하의 미국인과 사랑에 빠졌지만 어머니의 극렬한 반대로 국제결혼에 실패했다. 유씨는 변호사, 의사, 검사등 ‘사´자 라인은 일단 만나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미 결혼시기를 놓친 유씨는 “상대가 감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니 마음이 닫혀 결혼생각까지는 안 든다.”며 상대 남성과의 지속적인 만남에 모두 실패했다. 조건은 조건대로, 느낌은 느낌대로 따지는 유씨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성은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자들은 조건에 굉장히 민감하죠. 그렇다고 느낌을 배제하지도 않아요. 연애할 땐 나쁜 남자를 선호해도 결혼할 땐 자상한 남자를 원하거든요. 특히나 ‘골드 미스´들은 명예와 부를 갖추고 있으니 더 그렇죠.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가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면 그냥 혼자 살고 만다는 경우가 적지 않죠.” ●“옛사랑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여성분들은 정말 안타까워요”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커플매니저 전선애(37·여)씨는 옛사랑의 상처가 때로는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며 한모(34·여)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중학교 영어 교사인 한씨는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만난 남자친구와 7년 동안 연애를 해왔지만 결국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말았다. 그녀가 차인 이유는 단지 남자친구에게 너무 잘해줬다는 것 때문이었다. 또 차일까 두려워 남자를 쉽게 못 만나는 우유부단한 여성이 되고 만 한씨는 어쩌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남성이 있으면 “이 남자 플레이보이 아닐까요? 나를 쉽게 버릴 것 같아서 불안해요.”라고 호소하면서도 하루라도 전화가 안 오면 “벌써 사랑이 식은 것 아닐까요?”라면서 상담을 요청한다. “자신의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 상대의 감정에 너무 좌지우지되다 보니 짝을 여태 못 만난 거죠. 안 됐지만 한씨는 앞으로도 결혼하기는 힘들어보여요.” 김정은 장형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인권위 ‘촛불침해’ 심리 무산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오후 위원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한 인권침해 진정사건들을 심리할 예정이었으나 시민단체의 회의실 점거로 회의를 열지 못했다. 인권위는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김양원 인권위 비상임위원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회의실을 점거해 안건 심의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점거농성을 벌인 단체들은 “김 위원이 정치적으로 편향됐을 뿐 아니라 과거 장애인시설에서 정부보조금을 횡령하고 장애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오는 27일 오후 2시 다시 전원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들을 심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과잉·폭력 진압으로 시민의 집회자유와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130여건의 진정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7월11일부터 2개월 넘게 직권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달 22일 전원위에 안건을 상정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불법체류자 단속 中企에 불똥

    #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 박모(46) 대표는 최근 생산라인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6년 전부터 함께 일해 왔던 네팔 출신 근로자 7명이 지난달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강제송환됐기 때문이다. 한 달간 채용공고도 내고 노동부 고용센터에 신청도 했지만 일손 구하기는 쉽지 않다.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더라도 언제 단속을 당해 쫓겨날지 모르는 판이다. # 경기도 마석의 가구공장에서 일했던 불법체류자 A(32·방글라데시)씨는 최근 2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해 노동부에 신고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해야 한다.”는 출석 요구를 노동부로부터 받았다. A씨는 강제출국이 두려워 구제신청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현재 22만여명인 불법체류자를 올해 말까지 20만명까지 줄이겠다며 강력한 단속에 나서자 경기 안산과 마석 등의 중소제조업체들에서는 일손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법체류자들도 언제 단속을 당해 강제송환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선뜻 일자리 찾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임금체불 등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체불임금을 완전히 청산해 권리구제가 이뤄진 후 출입국사무소에 통보하도록 한 ‘외국인 근로자 민원처리 지침’을 지난 6월 폐지했다. 이와 동시에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자 중소기업들은 저렴한 임금의 이주노동자 구인난을 겪고 있다. 법무부는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부처 합동단속을 벌여 불법체류 외국인 1만 8412명을 적발해 이중 체류허가를 다시 받지 못한 1만 4368명을 강제출국했다. 지난해 1년간 단속된 외국인은 2만 2546명이었다. 최근의 단속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말까지 최소 3만 2000명에서 최대 4만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단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추방되는 현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합법적 외국인 근로자 채용 창구인 노동부 고용센터를 통해 고용된 인력은 지난 3월 3335명에서 8월 6575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구인난에 비하면 공급은 역부족이다. 안산에서 5년 넘게 플라스틱 사출제품 생산업체를 운영했던 이모(52)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속의 칼바람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비교적 단속이 뜸하다는 강원도 원주에 기숙사를 마련하고 공장까지 옮겼다. 경기 마석가구공단의 L가구 김우성(40) 대표는 “이 지역 노동력의 60~70%가 외국인 근로자”라면서 “환율 때문에 원목가격이 올라가고 경기침체에 물건은 안 팔리는데, 노동력마저 제대로 수급이 안 되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환율 공포’에 떠는 수입상가·수출공단 르포

    ‘환율 공포’에 떠는 수입상가·수출공단 르포

    원화가 미국 달러뿐 아니라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유럽 유로화에 대해서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중소기업·자영업자와 일반 서민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서울신문이 10일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 용산전자상가, 구로 중국동포 마을, 충무로 인쇄골목 등 4곳을 현장 취재한 결과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환율이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엔화 환율 등으로 용산전자상가에서는 한국인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외국인 고객들만 북적였다. 구로 디지털단지에서는 임금을 체불하는 업체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충무로인쇄골목은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했다. 구로구 중국동포들은 국내에서 같은 월급을 받아 중국에 보내면 절반수준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환차익을 보기 위해 중국에서 국내로 역송금하는 사례도 빚어지고 있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추락하는 세계금융] 자금조달 스톱 상태… 임금체불 업체 속출

    원·달러 환율 상승의 여파로 중소기업이 밀집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에는 임금체불 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업체 A사는 지난 2개월 동안 근로자 110명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환율 상승으로 중국 현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생산단가가 올랐고, 로열티도 올랐는데 국내의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가 좋지 않아 물건값을 못 올렸다.”면서 회사 경영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운 사정을 밝혔다.5년째 근무한다는 김모(33)씨는 “어디다 말도 못 하고, 속만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회사 노조지부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상반기 선물시장에서 원자재값이 올랐고, 요즘에는 환율 때문에 원자재가격이 올라 회사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지 내 근로자들은 회사사정을 알기 때문에 체불임금을 받기 위한 단체행동을 펼치기도 주저하는 눈치다. 전선을 제작판매해 지난해 매출 450억원을 달성했던 중견기업 B사의 전선사업부에 6년째 다니고 있는 서모(36)씨는 “월급날인 지난달 25일을 열흘 넘긴 지난 5일 노조원 61명은 월급을 100% 받았지만 비노조원 60명은 50%밖에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회사 노조 지부 부회장이기도 한 서씨는 “다음달도 걱정되는 판에 단체행동은 엄두도 못낸다.”고 털어놨다. 회사측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한 차례의 체불 뒤에 처음 맞는 사태”라면서 “환율폭등까지 이어져 자금 조달이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추락하는 세계금융] 종이대금 지불 ‘막막’… 제품 만들수록 손해

    유럽에서 제지를 수입해 책 등을 만드는 충무로 인쇄골목에는 원·유로 환율 폭등으로 지불해야 할 제지 대금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었다. 경기가 얼어붙어 광고제작 주문까지 급감하면서 인쇄업 종사자들은 “제품을 만들수록 빚이 쌓인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 8월 단위가격 5만 4620원이던 3.3㎡당 80g인 스노지(달력제작용지)는 2개월 동안 원·유로 환율이 14.8%나 뛰면서 현재 6만 1890원을 내야 한다.3.3㎡당 80g 백상지(모조지)는 4만 2130원에서 4만 7750원으로,3.3㎡당 54g 신문용지는 1만 6970원에서 1만 9230원으로 올랐다. 종이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계약 당시의 종이값이 제품을 제작할 때와 달라 납품을 해도 손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충무로 선우출력 조창석 대리는 “대량 주문의 경우 차액이 상당히 커서 회사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환율이 올라 수출이 조금 유리해졌지만 종이값도 환율에 따라 춤추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납품을 마치기 위해 피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D인쇄사 류모 대표는 “종이값은 오르지만 주변 업체와의 경쟁을 생각하면 납품가격을 올리기는 힘들다.”면서 “만들수록 손해나는 상황이라 자금 유동성이 좋은 업체가 마지막에 살아남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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