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⑥ 공직사회 의견 대립
◆공무원노조 입장
‘기대반,우려반’-노무현 당선자와 차기 정부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반응이다.
지난 11월 4,5일 ‘연가투쟁’이후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샤미나드 피정의집’(일명 산곡성당)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명우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는 ‘노조’인정을 요구하면서도 표정이 밝지 않다.
‘노조 명칭 인정’ 등을 대선공약으로 내건 노 당선자의 진일보한 조치가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연가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가 계속되는 데다 노조문제에 대해 노 당선자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연일 성명을 발표,노 당선자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는데서도 이들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공무원노조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노조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확실한 답변을 얻어내야 한다.”는 일선 공무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공무원노조는 24일 ‘노무현 당선자에게 바란다.’는 성명에서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과 징계철회 등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공무원 노조는 성명서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에 대한 가혹한 행정적 징계와 무차별적인 사법처리가 이미 광범위하고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고,사법당국에 의해강제체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당선자는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과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또 노 당선자의 노조명칭 인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노동 3권보장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재론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노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인권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진 노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자칫 보수정치에 휩쓸려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책이 또다시 좌초될 우려도 적지 않다.”면서 “인수위 내에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특별협의기구를 구성해 공무원노조 합법화 문제를 재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정부의 입장
지난 10월 ‘공무원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무원조합법)을 국회에 제출한 행정자치부는 ‘노조 명칭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당선자가 ‘노조’ 명칭 인정을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에 따라 공무원조합법에 대한 수정이 어느정도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않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초 ‘연가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 587명의 징계와 관련,이미 징계를 내린 104명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연말까지 징계를 마무리하겠다며 강공책을 펴고 있다.
쟁점은 크게 조합의 명칭,노동권 인정범위,노조 가입범위,허용시기 등으로요약할 수 있다.행자부는 이 가운데 ‘명칭’과 관련,‘노조’를 인정하면민간 노조와 같이 협약체결권,단체행동권을 갖고 연대파업을 해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여전히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공무원은 일반 노동자와는 달리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이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등특수한 법적지위를 보유하기 때문에 ‘노조’보다는 ‘조합’이 합리적이다는 설명이다.특히 ‘노조’ 명칭을 사용할 경우 노조활동이 과격해질 수도있고,공무원이 노조활동 중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국가배상 책임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여기에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도 ‘노조’뿐 아니라‘직원단체’,‘협회’,‘연맹’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논리를펴고 있다.
노동권 인정범위에 대해서도 보수 등 근무조건이 국회의 권한인 법령과 예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들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되,단체협약권과 단체행동권은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장세훈기자 shjang@
◆국회제출 3개법안 비교
공직사회가 ‘공무원노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초기 해결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공직사회를 통합과 화합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정부와 노조간 의견이엇갈려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노동조합’ 명칭 사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공무원조합법’을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했고,공무원노조는 ‘노동조합’의 합법성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특히 정부안에 반발,전교조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1월초 대규모 공무원들이 참여한 ‘연가투쟁’을 강행했다.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노조원 587명의 징계 방침을 결정,26일 현재 104명의 징계가 이뤄졌다.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노 당선자에게 노조원 징계에 대한 중앙정부 간섭을 배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그러나 노 당선자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엄격한 법적용을 천명,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공무원노조 설립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모두 3개.정부가 지난 10월18일 ‘공무원조합법’을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해 전체회의에서 1차 심리를 했지만 노조의 반발을 감안,여야가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민주당 신계륜(申溪輪)의원 등 여야의원 43명은 10월24일 환경·노동위에 노조의 의견이 반영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이호웅(李浩雄)의원 등 의원 22명도 12월4일 환경·노동위에 ‘공무원노조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3개의 법안 가운데 의원들이 제출한 노동조합법과 공무원노조법은 ‘노조’ 명칭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은 노동3권을 모두 보장하고,‘공무원노조법’은 단결권과단체교섭권만 인정하면서도 예산·법령·조례에 관해서는 협약의 효력을 제한했다.정부안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하고 협약체결은 인정하지 않는다.
노조 가입범위에 대해 노동조합법은 전 직급,공무원노조법과 정부안은 6급이하 일반직 가운데 공안직 등을 제외하거나 제한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시행시기는 노동조합법은 즉시,공무원노조법은 내년 7월,정부안은 2006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노동조합법은 인정하고 있으나,공무원노조법은 명문규정이 없고,정부안은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노 당선자측은 이호웅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입법 발의 때 노 당선자측과 조율을 거쳐 노 당선자의 뜻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종락기자 jrlee@
★전문가 의견
◆서원석-행정硏 연구위원
공무원 단결체의 명칭은 정부와 공무원노조 모두 명칭과 권한을 연결하려하기 때문에 의견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공무원의 단체활동이 법체계와 활동 양상을 고려해 민간의 노조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면,명칭은 큰 문제가아니라고 본다.오히려 노동 3권의 허용범위가 핵심적인 쟁점이다.
단결권과 단체협의권은 정부와 합의된 사항만이라도 잘 운영하면 공무원의권익을 상당부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단체의 역량을 발전시키고,장기적인 권리 확대를 위한 여론을 조성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의 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협약체결권의 배제는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다만 행정부의 결정이 가능한 사항의 협약체결권 인정은 사안별로 검토해 나가야 한다.단체행동권은 국민생활의 불편을 감안해금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시행시기에 대해 정부는 3년 유예,노동단체는 내년 시행을 원하고 있다.정부는 관계법령의 정비와 다양한 공무원 직무에 대한 업무분석 등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그러나 노사간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한술 밥에 배부르지 않듯이 처음부터 완전한 것을 요구하기보다,점진적으로 권리를 확보해 나가면서 근로조건의 개선이란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이광택-국민대교수
헌법은 근로자의 ‘자주적’인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근로자를 일정한그룹으로 나누어 각각에 적용되는 법을 제정토록 요구하고 있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어떠한 차별도 없이,그리고 국내법의 특수한 지위와 관계없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옹호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단체를 결성하고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 노조법 제5조 단서를 개정해 ‘공무원의 노동3권’을 현실화해야 한다.
단결권의 제한이 있어서도 안 되며,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공무원법에비추어 신중한 절충이 필요하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노동2권’ ‘1.5권’만 인정하자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협약체결권을 부인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의 본질을 형해화(形骸化)하는 것과 같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93년 헌법재판소의 견해에 따르면 위헌소지가 있다.
그리고 현행 노조법의 명칭도 ‘단결법’,‘노동단체법’ 등으로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명칭은 ‘노동조합’으로 하고 조직형태는 자율적으로 하되,협약체결권을 제한하고 단체행동권은 금지한다는 공약을 제시해 노조측의 요구에는 미흡하나 정부안보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어 새로운 논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