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돋보기] ‘근속승진제’ 6급확대 논란
하위직 공무원 일정기간 한직급 근무때 자동승진
하위직 공무원들이 일정기간 한 직급에서 근무하면 자동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근속승진제도’를 확대 실시해 달라는 청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중앙공무원보다 지방공무원 사이에서 뜨겁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인사적체 해소와 사기진작을 위해 근속승진제를 6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정부는 공무원조직의 안전적 운영과 초급관리자 양산을 우려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사적체 해소 vs 조직안정성 저해
지방직 공무원의 직급별 인원은 9급 1만여명과 8급 3만 8000여명,7급 5만 7000여명,6급 3만 6000여명,5급 1만 2500여명,4급 2100여명,3급 250여명 등이다.이들의 평균승진기간은 9→8급 3.7년,8→7급 5.3년,7→6급 8.7년,6→5급 9.8년,5→4급 9.3년,4→3급 8.0년 씩이다.
지방의 7급 일반직 공무원 가운데는 10년 이상 승진하지 못한 공무원이 4000여명(7%)이나 된다.이에 따라 하위직 공무원들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근속승진제도를 6급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경기도 한 공무원은 “지방행정 7급으로 24년째 근무하고 있다.”면서 “하위직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10년 이상 재직하면 근속승진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조직의 안정적인 구조는 ‘피라미드형’ 구조이지만,현 공무원조직은 ‘항아리형’ 구조에 가까워 근속승진제를 확대할 경우 공직사회의 안정성이 깨질 위험이 있다며 부정적이다.행자부 관계자는 “승진적체현상은 하위직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근속승진제의 6급 확대는 5급 승진적체라는 또다른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기진작 vs 초급관리자 양산
국민의 정부에서는 자치단체의 6급 ‘계장제’에서 ‘담당제’로 바뀌었다.하위직 공무원들은 계장제였을 때는 한 부서에 2명의 계장을 둘 수 없었지만,담당제에서는 결제권이 없기 때문에 6급이 더이상 관리직 공무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근속승진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충남도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은 보수와 승진”이라면서 “보수는 국가예산에서 책정되는 만큼,하위직 공무원들의 승진대책을 마련해 사기와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계장제가 폐지됐지만 지방에서는 6급공무원이 실질적인 초급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근속승진제를 확대하면 초급관리자를 양산하고,실무인력은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직사회 구조조정으로 하위직 인력부족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근속승진제 확대는 일시적 처방은 될지 모르지만 실무인력을 오히려 더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은 없나
지난 95년부터 9급공무원은 7년,8급은 8년 이상 근무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승진할 수 있는 근속승진제를 실시하고 있다.행자부는 6급 근속승진제의 전면적인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인사적체에 따른 하위직의 불만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대안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예컨대 5급 사무관 승진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근속승진을 실시하는 ‘선택적 근속승진제’,일정기간 한 직급에서 근무를 한공무원에게 근속승진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다.
장세훈기자 sh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