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대란] 피해·복구상황
‘3월폭설’로 인한 피해액이 4000억원대에 육박한 가운데 이틀간 마비됐던 고속도로가 정상을 되찾는 등 제설 및 복구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그러나 장비·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 때문에 복구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액 3500억원 넘어
7일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5일 서울·경기지역과 충청·경북지역에 내린 폭설로 이날 오후 6시 현재 건물 60채를 비롯해 비닐하우스 1965㏊,축사 3395동,수산증·양식시설 55개소,인삼재배 등 시설 6216개소 등에서 모두 3787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대전·충남지역에서 축사와 잠사 지붕이 무너져 216억원의 재산피해가 나는 등 모두 2173억원의 피해를 입었다.충북은 주택 12채가 반파되고,9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총 피해액은 1009억원에 달했다.경북지역 피해액은 문경 104억원 등 605억원으로 집계됐다.그러나 상당수 지역에서 피해액을 조사 중이어서 피해규모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도·여객선 부분통제
경부·중부·호남고속도로는 제설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교통통제가 모두 해제되는 등 정상을 되찾았다.
지난 5일 오전부터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에 갇혀 있었던 차량 1만여대는 6일 오전 제설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고립에서 풀려,7일에는 모든 고속도로가 정상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 지방도로 등 일부구간은 여전히 차량운행이 통제되거나,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차량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의 경우 문경·상주·예천 등지의 지방도로가 결빙돼 통제되고 있다.충북은 청주 명암약수터∼산성고개와 단양군 대강면∼예천방면 등 2곳에서 차량들이 통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연안여객선 91개 항로 114척 가운데 14개 항로 20척의 운항이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아울러 철도청은 폭설에 따른 일반열차 수송 확대에 따라 5∼7일 기존선에서 이뤄지던 고속철도 시운전을 축소 또는 중단했다.도로 등이 정상화될 때까지 고속철도 시운전 단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청주국제공항 등의 항공기 운항은 재개됐으며,폐쇄조치됐던 계룡산·속리산·주왕산 등 국립공원 5곳의 등산로 37개 구간도 정상을 되찾았다.
●이어지는 복구의 손길
충청·경북지역에서는 민·관·군 합동으로 제설 및 피해복구를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6일 13만 6378명의 인력과 제설차 2066대 등 장비 2만 5341대가 동원됐다.이어 이날 인력 2만 9449명과 제설차 187대 등 장비 2115대,염화칼슘 1만 9525포 등이 추가 투입됐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응급복구가 필요한 사유시설 가운데 비닐하우스 387㏊(45.3%)와 인삼재배시설 271㏊(40.2%),축사시설 280개동(16.7%)에 대한 복구가 완료됐다.
그러나 장비와 인력이 크게 부족한데다 피해 지역이 워낙 넓어 주요도로를 중심으로 한 제설작업에 집중하고 있을 뿐,붕괴된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의 철거 및 복구작업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특히 이날 오전 중부권이 영하 6∼7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를 보이면서 도로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제설작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이날 오전부터 공무원 3000여명을 동원해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도로 6곳에 대한 제설 및 응급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충북지방경찰청도 전·의경 10개 중대 1200여명을 동원해 청원·괴산·진천군에서 붕괴된 축사 등을 복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으며,육군 37사단 장병 360여명은 증평·청원군 등에서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경북에서는 민·관·군 5800여명이 제설작업과 파손된 축사,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있다.육군 50사단과 경북지방경찰청도 문경시와 예천군 등에서 농업시설의 철거 및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충남도는 1만여명을 동원해 파손된 비닐하우스와 동사한 농작물을 걷어내고,결빙된 지방도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대전시도 공무원 등 3200여명과 제설차 25대,덤프트럭 22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의왕 컨테이너기지 이틀간 마비
기습폭설과 당국의 ‘늑장대응’으로 고속도로가 30여시간 동안 차단되면서 자동차·철강재 등 수출입 물류와 택배업계 등 산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산업자원부는 중부권 폭설로 100여 중소기업이 189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7일 잠정 집계했다.하지만 이는 충남 보령의 송학장갑 공장 1동 붕괴,충남 계룡시 계룡산업 창고 붕괴 등 직접적인 피해만 집계한 것이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물류비용’을 감안하면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도권과 중부권 대부분의 컨테이너 화물이 집합돼 화물수송의 거점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는 고속도로가 마비되면서 지난 5∼6일 정상적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부산항에서 수입화물을 싣고 지난 5일 출발한 화물차가 고속도로에 갇혀 이틀 만에 의왕ICD에 복귀하는 등 수출입 화물수송이 잇따라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국도로 우회한 화물차도 극심한 체증으로 운송 시간이 2배 가까이 걸렸다.
육상수송에 비상이 걸리자 철도청은 7일 14개 열차를 추가 투입,수출입 컨테이너 수송 차질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예상치 못한 폭설로 제설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택배배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서울·경기지역의 경우 주말을 거치면서 배송차질이 대부분 해소됐다.
CJ GLS의 경우 전국에서 보내지는 물량이 모여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대전터미널이 이번 폭설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대전지역 도로가 상당수 통제 또는 마비돼 충청권 일대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배송도 한때 큰 차질을 빚었다.대전,충청남·북도,경북 안동,포천,의정부 지역 배송이 지난 5일 이후 한때 중단됐다.
대한통운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대전,충남북,경북 북부,강원 강릉·평창,동해·태백 등지에서 배송이 지연되거나 차질이 발생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전국 박승기 장세훈기자 sh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