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의지 꺾는 ‘30%법’
각종 고지서 배달 업무를 맡겨 경제적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도입한 저소득층 지원대책이 현실성이 떨어져 겉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지방세 고지서 배달수수료 지급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방세 고지서는 통·반장이 직접 전달하거나 우편으로 대량 발송했으나, 올해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대학생 자녀 등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대상은 면허세(1월), 자동차세(6·12월), 재산세(7·9월), 주민세(8월) 등 연간 6차례인 정기분 지방세 고지서이다.
지난해 기준 고지서 송달 건수는 1억 1239만 6000건이다. 때문에 각 지자체가 확보한 올해분 고시서 송달예산만 337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고지서 배달에 실제 참여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은 미미한 실정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정부 지원금 외에 소득이 발생할 경우 추가 소득의 30%를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발목을 잡은 것. 때문에 1월분 면허세 고지서 배달을 위해 각 지자체는 하루 8시간 기준 3만~4만원을 수수료로 책정했으나, 실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2만~3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시간당 최저임금 4000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지서 배달이 부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수수료도 사실상 아르바이트 급여보다도 적은 실정”이라면서 “현실을 감안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문제가 불거진 데는 제도 시행을 담당하는 행안부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간 사전 협의가 부족한 것도 한몫했다. 때문에 지방세 고지서는 물론, 상·하수도 등 생활요금 고지서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행안부 관계자는 “복지부와 실무협의를 했으나, 30%를 공제하는 현행 규정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면서 “조만간 지자체별 운영 현황을 파악한 뒤 저소득층은 물론, 실직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