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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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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화, 평창 출전? 지금의 기쁨 더 누릴래요

    “밴쿠버 때는 친구들과 같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자회견장에 혼자 와 많이 아쉬워요. 태범이 경기는 경기장에서 직접 봤는데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하지만 제 친구들은 이미 메달리스트예요. 4년 뒤 우리나라 평창에서 열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더 큰 환영을 받을 겁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25·서울시청)는 14일 러시아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금메달의 기쁨에 들뜬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승훈(26)과 모태범(25·이상 대한항공)을 걱정했다. 지난해에만 세계신기록을 네 차례나 새로 쓴 ‘빙속 여제’ 이상화는 “이번에 꼭 금메달을 따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등이나 3등은 주변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 이는 곧 큰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는 “올 시즌은 초반부터 세계신기록을 세웠지만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많은 걱정이 들었어요. ‘막상 올림픽에서 못하면 어떡하나.’ (동메달에 그친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때는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거든요.” 이상화에게는 ‘여제’라는 별명이 수식어처럼 따라다닌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24·올댓스포츠)의 ‘여왕’보다 한 단계 높은 칭호다. 이상화는 “저는 기록으로 승부하는 경기를 하는 만큼 ‘여왕’보다는 ‘여제’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었지만 계속 불러주니 좋네요”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근 국내 한 언론은 해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상화가 장교인 남자친구 이상엽씨와 오는 5월 결혼한다고 보도했다. 이상화는 “1000m를 타기 전 그 기사를 봤는데 나한테는 이 경기도 매우 중요했고 집중해야 했다. 말도 안 되는 추측성 기사가 나와 당황스러웠다.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있어 결혼은 전혀 생각한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상화는 현재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금메달을 목에 건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스타트 자세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상화는 “심하게 운동하면 무릎이 구부러지지도 않는다. 올 시즌은 훈련을 하더라도 무리를 하지 않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상화는 “재능과 노력이 50대50으로 더해져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해도 순발력이 굉장히 좋은데 기술까지 겸비하도록 노력해 정상의 자리에 섰다”면서 그동안의 시간들을 짚어냈다. 그러나 평창 대회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엊그제 경기가 끝났어요. 다음 계획을 생각하기보다는 2연패의 기쁨을 좀 더 누리고 싶어요. 일단은 쉬고 싶습니다. 집에서 날마다 어머니 아버지 얼굴 보고 텔레비전도 보고….”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쏘쿨 상화, 임무완수

    쏘쿨 상화, 임무완수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못 이룬 대회 2관왕을 뒤로 한 채 소치동계올림픽을 마감했다. 13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벌어진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결선. 이상화는 1분15초94에 결승선을 끊어 3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2위에 그쳤다. 이날 기록은 자신이 지난해 9월 캐나다 캘러리에서 열린 폴 클래식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1분13초66)에 훨씬 못 미치는 것. 또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긴 장훙(1분14초02)에도 2초 가까이 뒤진 기록이다. 폭발적인 파워가 강점인 이상화(25·서울시청)에게 1000m는 주종목이 아니다. 순발력은 물론 지구력까지 필요해 두 종목을 다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상화의 올 시즌 월드컵 1000m 최고 성적은 1차 대회 4위. 세계랭킹도 5위에 머물렀다. 선수 생활 전체를 통틀어도 2010~11시즌 한 차례 딴 동메달이 지금까지의 이 종목 유일한 메달이다. 개인 최고 기록은 세계기록인 1분12초58과 1초 넘게 차이가 나는 1분13초66다. 이상화는 이날 하를로터 판베이크(네덜란드)와 함께 가장 마지막 순서인 18조에서 스타트 라인에 섰다. 경기 전 트위터에 “마지막 조만 아니길 바랐는데…. 하지만 메달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 파이팅”이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원하던 조 편성은 아니었다. 게다가 출발 때에는 바깥 코스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이상화는 500m 챔피언답게 초반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첫 200m를 17초63만에 주파해 1위 장훙보다 0.3초 가량 빨랐다. 600m 구간도 45초02에 통과해 여전히 장훙보다 간발의 차로 빨랐다. 그러나 마지막 400m에서 스트로크가 흐트러지면 기록이 떨어졌다. 2006년 토리노대회 1분17초78로 19위, 2010년 밴쿠버대회 1분18초24로 23위에 머물렀던 이상화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최고 성적을 낸 데 만족해야 했다. 이상화는 레이스를 마치고 한국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대회 마감을 알렸다. 메달은 더 따지 못했지만 지난 4년 동안의 결실을 다시 만끽했다. 이상화에게 소치는 생애 최고의 무대였다. 이상화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500m 때보다는 긴장이 덜됐다. 마지막 조라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500m과 1000m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500m가 끝나고 많이 지쳤다. (물이 찬)무릎을 비롯해 몸 상태가 500을 타기 전과 같은 상태는 아니었다.수술 하지 않고 재활로 극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두 번 넘어진 박승희… 불운은 있어도 포기는 없었다

    두 번 넘어진 박승희… 불운은 있어도 포기는 없었다

    박승희(22·화성시청)가 불운 속에 여자 500m에서 16년 만에 동메달을 일궜다. 박승희는 13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는 혼전 속에 54초 207로 동메달을 땄다. 혼자 넘어지지 않은 리젠러우(중국·45초263)가 금,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51초250)가 은메달을 가져갔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박승희는 이로써 자신의 세 번째 메달도 동메달로 장식했다. 한국의 여자 500m 동메달은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전이경이 딴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이 이 종목 결승에 나간 것도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의 원혜경 이후 20년 만이다. 전이경이 동메달을 일궜지만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시 결승 출전 선수 4명 중 2명이 실격 등을 당한 덕에 결승 탈락자들의 순위 결정전에서 전이경이 시상대에 섰다. 이날 또 다른 기대주 김아랑(19·전주제일고)과 심석희(17·세화여고)는 아쉽게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김아랑은 3조 3위, 심석희는 4조 4위에 그쳤다. 아쉬운 한판이었다. 박승희는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조 1위로 무난히 결승에 올랐다. 게다가 라이벌들의 불운도 잇따라 금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 2위 판커신(중국)은 준결승에서 넘어져 탈락했고 밴쿠버 은메달리스트 마리안 상젤라(캐나다)는 준준결승에서 3위에 그쳤다. 유리한 1번 레인을 배정받은 박승희는 한 차례 부정 출발 뒤 힘찬 스타트로 선두로 치고 나갔다. 금빛 기대감이 피어나는 순간 두 번째 코너에서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던 엘리제 크리스티(영국)에게 걸려 넘어졌다. 4명 중 넘어진 세 선수 가운데 가장 앞선 박승희는 서둘러 몸을 일으키다 다시 넘어지면서 추월을 허용했다. 크리스티가 실격당하면서 동메달이 주어졌지만 박승희는 아쉬움에 한동안 눈물을 글썽였다. 박승희는 무릎 부상으로 15일 주종목인 1500m에 출전하지 않는다. 한편 남자 대표팀의 신다운(21·서울시청)과 이한빈(26·성남시청)은 1000m 첫 관문을 뚫었다. 1000m 예선 7조의 신다운은 빅토르 안(러시아)에 이어 2위로 준준결승에 나갔다. 8조 이한빈도 1위에 올랐다. 텃밭 1500m에서 우리 선수끼리 충돌하며 3년 연속 금메달을 놓친 한국의 신다운과 이한빈은 15일 1000m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그러나 이한빈-박세영(21·단국대)-신다운-이호석(28·고양시청)의 남자 계주 대표팀은 5000m 준결승에서 네 바퀴를 남겨 두고 이호석이 넘어지는 바람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남자 계주가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모기 날고 반팔 입고… 소치 ‘하계’올림픽?

    [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모기 날고 반팔 입고… 소치 ‘하계’올림픽?

    ‘핫, 쿨, 유어스(Hot. Cool. Yours)’ 소치동계올림픽 슬로건이다. ‘핫’은 관중들의 열정을, ‘쿨’은 추운 러시아 날씨를, ‘유어스’는 승리의 기쁨과 자긍심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다. 그런데 요즘 소치는 정말 ‘핫’ 하다. 한낮에는 17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도 6~8도의 기온을 보인다. 한국의 4월 중하순 날씨다. 추위에 익숙한 러시아인들은 더 더운 모양이다.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차가운 냉장고에 담긴 코카콜라가 불티나게 팔리고, 숙소에는 ‘불청객’ 모기까지 등장했다. 난방을 하지 않아도 잠을 자는 데 문제가 없다. 야자수가 펼쳐진 길을 걷고 있으면 동계인지 하계 대회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대회 조직위는 50만t 이상의 인공 눈을 저장해 놨다며 경기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또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날씨 때문에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눈이 녹아 생긴 물웅덩이에 착지해 어려움을 겪었다. 더위를 쫓기 위해 스키복 안에 눈을 집어넣는다. 일부 스키 종목은 훈련 일정이 연기됐고, 기온과 습도에 따라 블레이드를 바꿔 쓰는 썰매 종목 선수들은 전략을 새로 짜야만 했다. 동계올림픽이 더위로 경기 운영에 애를 먹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28년 생모리츠 대회는 기온이 25도까지 올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얼음이 녹았다.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도 따뜻한 날씨 때문에 4인승 봅슬레이 경기가 대회 폐막 후 치러졌다. 요즘은 제설기와 제빙기 덕에 경기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은 없지만 눈과 얼음의 축제가 인공적으로 치러진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만난 미국 시카고 트리뷴의 한 기자가 외투를 벗으며 “안 더워요? 이건 마치 여름이야”라고 말을 걸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부터 열 번째 동계올림픽을 취재한다는 이 기자는 손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더운 동계올림픽은 처음이야.” 글 사진 hermes@seoul.co.kr
  • 아쉽지만 4년 후 기약하는 모태범, 실패한 올림픽 반성…평창서 해답 찾겠다

    아쉽지만 4년 후 기약하는 모태범, 실패한 올림픽 반성…평창서 해답 찾겠다

    모태범(25·대한항공)이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약했다. 소치에서 실패한 교훈을 곱씹으며 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모태범은 13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를 12위로 마친 뒤 “이게 오늘의 최선이었다. 생각보다 기록이 나오지 않아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남자 500m에서 네덜란드 삼총사에게 밀려 아쉽게 4위에 그친 모태범은 이날 1000m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레이스 중·후반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심리적 요인이 컸다. 모태범은 “500m 경기의 결과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었다”면서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진운도 좋지 않았다. 초반 스피드로 승부를 보는 모태범은 인코스에 배정돼야 유리하다. 인코스는 아웃코스보다 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앞에서 달리는 상대 선수를 보면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아웃코스를 배정받았고 눈앞에 경쟁자 없이 초반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게다가 함께 경기를 펼쳤던 브라이언 핸슨(미국)은 초반보다 후반이 강한 중거리 선수다. 600m까지 최대한 속도를 끌어올리고 후반에 버텨야 하는 모태범으로선 상대 선수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셈이다. 그는 “초반 200m에서 너무 전력을 다해 이후에 힘이 빠졌다”면서 “상대가 내 호흡을 맞춰 줄 선수였다면 기록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또 “1000m를 잘 타려고 힘들게 훈련했지만 그런다고 다 되는 일은 아니었나 보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태범은 기죽지 않았다. “멈추지 않고 4년 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번엔 실패했지만 4년 더 준비할 노하우가 생겼다. 한국 최초로 남자 1000m에서 꼭 금메달 따고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면서 “주변에서 아무리 500m를 더 잘한다고 말씀해 주셔도 이게 저의 목표다. 은퇴하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돼서 화가 난다”며 속상한 표정을 짓기도 한 그는 “시간이 지나면 정답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족한 것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체력. 모태범은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이 필수인 것 같다”면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몸을 잘 만들어 평창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지존 연아, 개봉박두

    지존 연아, 개봉박두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러시아 소치. ‘피겨 여왕’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하늘에서 소치를 내려다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13일 결전지 소치의 아들레르 공항에 도착한 김연아의 표정은 밝고 차분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100여명의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입성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언제 이날이 올까 기다렸습니다. (경기까지 남은) 일주일이 길 것 같은 느낌이 벌써 들어요. 남은 시간 컨디션을 잘 조절해 베스트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김연아는 이어 “밴쿠버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열심히 한 만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회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운동이라는 게 늘 잘할 수 없지만 준비한 것을 잘 발휘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연아의 실력은 전 세계가 인정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심판 판정이다.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의 기량이 최근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9~10일 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받은 214.41점(쇼트 72.90점·프리 141.51점)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누린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기록한 228.56점과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작성한 218.31점에 이은 역대 여자 피겨 세 번째 고득점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피겨는 기록 경기가 아니다. 심판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러시아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 리프니츠카야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김연아는 “이런저런 관중 앞에서 연기를 해 봤다. 밴쿠버 때에도 나의 팬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보는 올림픽이니 응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김연아는 도착 첫날인 이날은 오전에 휴식을 취하며 여독을 풀었고, 오후에는 연습링크에서 한 차례 공식 훈련을 소화했다. 15일까지 이곳에서 훈련한 뒤 16일부터는 대회 장소인 바로 옆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본격적인 실전 훈련에 들어간다. 한편 리프니츠카야는 이미 모스크바로 떠나 개인 훈련을 시작했으며,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일본)도 아르메니아 예레반의 전용링크에 훈련 캠프를 차렸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준비된 영웅

    준비된 영웅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안긴 벅찬 감동을 이제 17세 소녀 심석희(세화여고)가 이어 간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차세대 여제’ 등극을 꿈꾸는 심석희는 13일 오후 7시 여자 500m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선다. 1000m와 1500m, 여자 3000m 계주에서 3관왕이 기대되는 그는 사실 500m는 세계랭킹이 5위로 처질 만큼 주종목이 아니다. 174㎝의 큰 키로 인해 스타트와 동시에 전력 질주를 하는 500m는 적합한 종목이 아니다. 그러나 ‘천재’ 소리를 듣는 심석희의 레이스를 보면 기대감이 생긴다. 세계랭킹 1위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빠진 것도 호재 중의 호재다. 1994년 릴레함메르와 1998년 나가노의 전이경,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고기현, 2006년 토리노 진선유 등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는 항상 ‘영웅’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에서는 중국에 4개의 금메달을 모두 내주며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여자 3000m의 경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돼 금메달을 빼앗겼다. 지난 4년간 절치부심한 한국이 소치에서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바로 심석희다. 중학교 시절부터 주목받았다. 오륜중 3학년이던 2012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올라 국내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고교생이 된 지난해에도 1등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는 4관왕에 올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 시즌 시니어 무대에 오른 뒤에도 심석희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국제무대 데뷔전이었던 201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출전한 1000m와 1500m, 3000m 계주 세 종목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시즌 6차례 대회, 올 시즌 4차례 대회 등 총 10차례 월드컵에서 최소 1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다. 500m 세계랭킹 4위 박승희(23·화성시청)도 소치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목한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밴쿠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4년 전 이 종목에서 15위에 그쳤던 박승희는 “소치에서 한국의 첫 여자 500m 금메달을 내 손으로 따고 싶다”며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서 19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37개의 메달을 수확했지만, 아직 여자 500m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지 못했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반짝 금메달이라는 말 정말 듣기 싫었다… 4년의 훈련 생각하니 눈물 나와”

    “밴쿠버 금메달이 ‘반짝’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어요.”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연패에 성공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12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믹스트존과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외신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았다. “지난 4년간 어떤 마음가짐으로 훈련했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이상화는 눈을 빛내며 이렇게 말했다.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이상화에게는 항상 “운이 좋았다”는 말이 따라다녔다. 당시 세계 랭킹 3위였던 이상화는 생애 최고의 역주를 펼쳐 1위 예니 볼프(독일), 2위 왕베이싱(중국)을 모두 제치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러나 ‘빙속 여제’는 당시 상황이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이상화는 “경기 전 ‘내가 2연패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컨디션도 지난해 11월 세계신기록을 작성했을 때만큼 좋지는 않았다고 했다. 유일한 적수 ‘이상화’와의 싸움에서 잠시 밀릴 뻔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 자신을 믿자”며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했다. 1차 레이스를 마친 뒤 자전거를 타며 몸을 예열할 때는 잠깐 눈시울이 붉어졌단다. “제가 그동안 한 것을 생각하면 뭔가 짠해지면서 자연스레 눈물이 나와요.” 우리는 금메달의 순간만 봤지만 지난 4년은 그에게 눈물의 기간이었던 것이다. 금메달을 딴 직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가족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오빠랑 함께 스케이트를 신었는데 제가 좀 더 잘 타서 부모님이 저를 선수로 키웠어요.” 밴쿠버 대회 전만 해도 부모님이 빚을 져 가며 전지훈련을 보내야 했다. 소치에서의 남은 기간 계획을 묻자 이상화는 “1000m는 축제 분위기에서 타 보고 싶다. 숙소 앞에 바다(흑해)가 있어 한번 가 보고 싶은데 철통(보안)강화라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년 뒤 평창에서 한번 더 뛰어 줄까. 이상화는 “저에게는 아직 먼 시간이에요”라며 말을 아꼈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5위에도 울던 소녀… 이제 그녀 앞에 아무도 없다

    5위에도 울던 소녀… 이제 그녀 앞에 아무도 없다

    ‘한 치의 실수라도 냉정하게 반영되는 것, 그것이 시합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또다시 나에게 찾아온 결전의 날. 반갑다 또 도전할게. 잘해 보자!’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25·서울시청)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출사표다. 17살이던 2006년 태극마크를 달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5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지만 이상화는 분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제패하며 세계 빙속 역사에 남을 전설이 됐다. 11일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30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을 차지한 이상화는 그제야 만족한 듯 활짝 웃음을 지으며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었다. “슬럼프는 자기 내면에 있는 꾀병인 것 같아요. 마음속 어디엔가 하기 싫은 구석이 있는데 슬럼프를 핑계로 안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반대로 끊임없이 도전했어요.” 이상화는 밴쿠버 이후 잠시 주춤했다. 2011년 발목 부상 후유증이 괴롭혔다. 그러나 ‘꾀병’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 이상화에게 당시는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일시적인 정체기였다. 이듬해 3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 기분 좋게 시즌을 마친 이상화는 2012~13시즌부터 ‘무적’이 됐다. 같은 해 열린 월드컵에서 8차례 레이스 연속 금메달을 따 예니 볼프(독일)가 갖고 있던 5회 연속 기록을 무너뜨렸다.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 6차 대회에서는 36초8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유징(중국)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36초94)을 새로 썼다. 올 시즌은 더욱 완벽한 진화였다. 월드컵 1차 대회부터 내리 7차례 금빛 레이스를 그렸고, 세 차례나 더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작성한 36초36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로 밑 왕베이싱(중국)의 기록도 36초85로 0.49초나 차이가 난다. 이날도 이상화의 적수는 ‘이상화’뿐이었다. 1차 레이스에서 37초4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2위 올가 팟쿨리나(러시아·37초57)보다 0.15초 여유 있게 앞서더니 2차 레이스에서도 올림픽 신기록인 37초2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림픽 여자 500m 연패에 성공한 세 번째 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이상화는 하늘도 외면할 수 없었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여제의 재림… 금맥 뚫었다

    여제의 재림… 금맥 뚫었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마침내 올림픽 2연패와 애타던 첫 금 소식을 함께 전했다. 이상화는 11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선 1, 2차 레이스에서 합계 74초70의 올림픽 기록으로 정상에 섰다. 랭킹 9위 브리트니 보(미국)와 1차 레이스 마지막 18조(아웃코스)로 나선 이상화는 37초42로 결승선을 통과, 2위 올가 팟쿨리나(러시아·37초57)를 0.15초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어 왕베이싱(중국)과 17번째 조로 나선 2차 레이스에서는 37초28의 올림픽 기록으로 또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이 종목 2연패를 일궈냈다. 올림픽 빙속 500m 2연패는 한국선수로는 처음이며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1992년), 캐나다의 카트리오나 르메이돈(1998·199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또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의 2연패도 쇼트트랙의 김기훈(1992 알베르빌·1994 릴레함메르)과 전이경(1994 릴레함메르·1998 나가노)에 이어 세 번째다. 이상화가 대회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노메달에 허덕이던 한국선수단의 메달 레이스에도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이상화는 지난해 11월 솔트레이크 월드컵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36초36) 경신은 다음으로 미뤘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파워+기술’ 오렌지 군단 넘어라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남자 500m 랭킹 1위 모태범(25·대한항공)은 소치동계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모태범의 금메달 가능성을 점쳤다. 11일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500m 2차 레이스 20개 조 가운데 19번째 조로 나선 모태범은 지난 밴쿠버 대회 당시 기록보다 0.13초 줄인 69초69의 성적을 거두며 메달을 확보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뛴 얀 스메이컨스(네덜란드)가 69초324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그만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12일 1000m에서는 메달을 품을 수 있을까. 네덜란드는 전통의 빙상 강국이다. 이전까지 네덜란드는 동계올림픽에서 총 86개의 메달을 수확했는데 95.3%인 82개(금 27·은 29·동 26)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금메달 수는 미국(29개) 다음으로 많다. 전 세계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네덜란드(남성 183㎝·1980년 기준)는 신체 조건부터 스피드스케이팅에 유리하다. 큰 키와 긴 다리 덕에 한 번의 스트로크로 갈 수 있는 거리가 길다. 또 전 국토에는 인공 제방과 수로가 발달해 겨울이면 곳곳이 빙판으로 변하는 등 천혜의 자연 조건도 한몫한다. 소치 대회 사흘 동안 네덜란드는 장거리와 단거리를 가리지 않고 메달을 쓸어담았다. 남자 5000m에서 스벤 크라머르·얀 블록하위선·요릿 베르흐스마, 500m에서는 미헐 뮐더르·스메이컨스·로날트 뮐더르가 각각 1~3위를 휩쓸었다. 여자 3000m에서도 이레인 뷔스트가 금메달을 목에 걸어 지난 10일까지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세 종목 금메달을 모두 네덜란드가 가져갔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 국가가 두 종목의 메달을 싹쓸이한 것은 처음이며 500m 1~3위를 석권한 것도 네덜란드가 최초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가 더 무서워진 것이다. 네덜란드는 최근 힘과 신체 조건을 앞세운 방식에서 벗어나 세밀한 기술까지 접목시키면서 단거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0일 소치올림픽 남자 500m에서 금·은·동을 딴 세 명의 선수는 총 6차례 레이스에서 4차례나 34초60대 이상의 기록을 냈는데 초반 스타트가 좋았고 코너링 등도 탁월했다. 모태범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1000m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 200m와 600m를 빠르게 통과하고 마지막 구간을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전날 4위에 그친 게 못내 아쉬운 듯 “크게 긴장하지 않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4년 전보다 기록을 단축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1000m를 먼저 타고 500m를 나중에 치렀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어젯밤 4시간밖에 못 잤다고 털어놨다. 1000m에는 올 시즌 네 차례 월드컵에서 3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있다. 그러나 모태범은 “데이비스가 강하지만 우승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네덜란드도 매우 잘한다. 그들의 경기 장면을 봤는데 큰 키에도 힘있게 레이스를 펼쳤다. 나도 한번에 힘을 모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이번에는 정말 부담 없이 한번 타 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그냥 있어도 희망인 그대

    “4년 전에는 느끼지 못한 것을 이제야 배운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꼭 웃고 싶었어요.” 11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를 12위로 마친 이규혁(36·서울시청)은 얼굴에 가득 미소를 담고 있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게 슬펐다”며 펑펑 눈물을 흘렸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 이규혁은 “지난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하지만 내가 한쪽만 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섯 번째 올림픽에서 ‘즐기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그동안은 맨날 죄인처럼 고개 숙였잖아요. 아는 분들이 제발 인상 좀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 번 웃자고 다짐했어요.” 12일 오후 1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남자 1000m는 이규혁에게 선수 인생 피날레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초반부터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 체력 소모가 많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결승선까지 체력이 버텨 준다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규혁은 메달 획득에 실패한 후배들에게도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4위도 대단하잖아요. 1000분의1초를 다투는 기록경기인 만큼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1주일 전에 경기를 했으면 태범이가 이겼을 수도 있습니다. 태범이는 분명히 세계 정상에 있는 선수예요.” 이규혁은 경기가 끝난 뒤 네덜란드 선수들과 잠시 인사를 나눴다. 그는 “특별한 말을 한 건 아니다. 과거 내가 (세계선수권 등에서) 우승해 그들이 나를 좀 대접해 준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이날 금메달을 딴 미헐 뮐더르(28·네덜란드)는 자신의 올림픽 공식 페이지에 ‘영웅: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터 이규혁’(Hero: South Korean speed skater Kyou-Hyuk Lee)이라고 썼다.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 제라드 반 벨데와 영국의 스누커(당구) 선수 로니 오설리번, 그리고 이규혁을 자신의 우상으로 꼽은 것이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35위였지만 최고의 레이스 김동현은 ‘승자’

    53초780. 김동현(23·용인대)은 10일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루지 남자 1인승 경기 마지막 4차 시기 레이스를 마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본 스승 임순길(대한루지경기연맹 전무이사) 교수는 그를 얼싸안았고 조정명(21) 등 동료들도 뛰쳐나가 “최고의 레이스였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태권도에서 전향해 2011년 루지에 입문한 김동현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받은 성적표는 39명 중 35위. 4차례 레이스 합계 3분36초385의 기록으로 밴쿠버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펠릭스 로흐(3분27초526)에 8초859나 뒤졌다. 그러나 김동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자’였고, 관중들도 루지 변방인 한국에서 온 선수에게 뜨거운 걀채를 보냈다. 김동현은 지난해 2월 19~24일 이곳에서 열린 국제루지연맹(ILF) 월드컵에 출전했다. 당시 성적은 잘해야 56초대 중반, 못하면 57초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3초 이상 기록을 단축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 슈테펜 자르토르 코치가 온 뒤 실력이 쑥쑥 늘고 있어요. 우리 코치는 세계 최강이에요. 영입 제의조차 힘든 거물인데 흔쾌히 가르치겠다고 했어요. 조언대로 썰매를 개량하고 기본기를 익히자 외국 선수들 보는 눈빛이 달라지더라구요.” 독일은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에서 루지가 첫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후 41개의 금메달 중 28개를 휩쓴 강국이다. 최근 3000억원을 들여 최첨단 훈련장을 새로 지었고, 실내 연습장에서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자세를 개발하고 있다. 바퀴 달린 썰매로 아스팔트 위에서 훈련하는 한국에 비하면 그야말로 꿈의 시설이다. 평창 썰매 경기장은 2017년이나 돼야 완공된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2년 동안은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전지훈련장에서 2000번 이상 트랙을 타도록 훈련시킬 것”이라면서 “평창대회만큼은 남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임 교수의 눈은 벌써 4년 뒤를 바라보는 듯했다. hermes@seoul.co.kr
  • ‘우승 꽃’ 이상화 75초면 활짝 핀다

    ‘우승 꽃’ 이상화 75초면 활짝 핀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도박사들로부터 인기가 없는 존재다.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워낙 높아 돈을 걸어 봤자 배당률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베팅업체 ‘보바다’는 최근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의 우승 배당률(1.30)을 김연아(24·올댓스포츠·1.83)보다 낮게 잡았다. 이상화의 소치 동계올림픽 첫 경기는 11일 오후 9시 45분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화는 1, 2차 레이스 합계 76초090의 기록으로 2위 예니 볼프(독일·76초140)에 0.05초 앞서 아슬아슬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74초대 후반이나 75초대 초반의 기록으로 여유 있게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1개월 전 같은 곳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견줘 빙질이 좋아져 우승 당시의 기록(75초34)을 단축할 것이라는 것. 다른 남녀 선수들의 기록이 증명해 준다.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3초 이상 줄어든 6분10초76의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3000m 금메달리스트 이레너 뷔스트(네덜란드·4분00초34)도 세계선수권(4분02초43) 기록을 2초 이상 줄였다. 이상화는 지난 8일 공식훈련 뒤 “전지훈련지였던 네덜란드 혜렌벤보다 빙질이 좋다”고 말했다. 2차 레이스가 도입된 1998년 나가노대회 이후 여자 500m의 최단 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작성한 합계 74초750. 당시 그는 1차에서 37초30의 올림픽 기록을 세웠는데, 솔트레이크시티는 빙질이 좋고 공기 저항이 적어 ‘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곳이다. 이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대회 우승자는 모두 76초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상화는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 2차레이스에서 세계기록(36초36)까지 세운 만큼 최소한 올림픽 기록 작성을 기대할 만 하다. 밴쿠버 대회 당시만 해도 ‘다크호스’로 분류됐던 이상화의 위상은 4년이 지난 현재 ‘여제’로 올라섰다. 사실상 적수는 없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면 보니 블레어(미국 1988·92·94년)와 르메이돈(1998·200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네덜란드 그녀가 “Go, Korea” 외친 이유

    [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네덜란드 그녀가 “Go, Korea” 외친 이유

    지난 8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는 오렌지 물결로 출렁였다.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가 열린 이곳은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홈팀 러시아 못지않게 네덜란드 팬들이 대거 관중석을 차지했다. 축구 다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을 좋아하는 네덜란드인들이 소치까지 날아와 열렬한 응원을 펼친 것. 그런데 오렌지 물결 속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금발 여성이 눈에 띄었다. 빌리 하그스마(41)라는 이 여성은 네덜란드인이면서도 이승훈(26·대한항공)과 김철민(22·한국체대) 등 한국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는 왜 자국 선수들, 특히 크라머르라는 세계적 스타를 두고 “고, 코리아”(Go, Korea)를 외쳤을까. “한국 선수들은 매우 빠르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쳐요. 그래서 팬이 됐습니다. 크라머르는 분명히 최고의 선수지만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절대로 팬들에게 ‘헬로’ 같은 인사를 건네지 않아요.” 더 특이한 것은 주변에 가득한 네덜란드인 누구도 그가 태극기를 흔드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야구장에서 원정팀을 응원하는 게 쉽지 않았던 기자로서는 낯선 광경이었다. 그는 한국을 가본 적이 없지만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한국 빙속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마침 올림픽이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자 경기장까지 찾아와 마음껏 응원을 펼쳤다. 좋아하는 선수를 묻자 이상화, 모태범, 이강석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한 그는 진정한 한국 빙속 팬이었다. 올림픽은 지역과 국경, 이념, 인종을 초월하는 건 물론 1등과 꼴찌까지도 한품에 안는 지구촌 축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메달 색깔과 성적에만 관심을 쏟지 않았을까. 이날 12위에 머문 이승훈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합니다” 한마디만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이 네덜란드 여인이 자신을 응원했고, 앞으로도 여전히 한국 빙속에 갈채를 보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hermes@seoul.co.kr
  • 괜찮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괜찮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난 8일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가 열린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마지막 13조에서 이승훈(26·대한항공)이 레이스를 마치자 한국 응원석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이승훈이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6분25초61의 저조한 기록으로 12위에 머문 것을 의아해했다. 이승훈은 9일 취재진과 만나 “지난달 전지훈련 때부터 몸이 무거웠다. 러시아에 온 이후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적응에 실패했다. 링크에 서자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졌다”며 아쉬움을 지었다. 조 편성도 이승훈에게 ‘독’으로 작용했다. 5000m 경기는 두 선수가 인코스와 아웃코스로 나눠 레이스를 펼치는데, 13조 파트너는 파트리크 베커트(독일)였다. 그러나 그는 월드컵대회 9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페이스 메이커’로는 적합지 못했다. 결국 이승훈은 경기 중반 베커트에게 뒤지는 바람에 레이스가 흔들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가 앞선 10조에서 올림픽 기록(6분10초76·금메달)을 작성하며 뛰어난 레이스를 펼치자 이승훈의 부담은 커졌고, 11조와 12조에서 경쟁자 요릿 베르흐스마(6분16초66·동메달)와 얀 블록하위선(6분15초71·은메달·이상 네덜란드)도 좋은 성적을 내자 압박에 시달렸다. 김관규(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 SBS 해설위원은 “이승훈은 3000m 이후 스퍼트를 내는 스타일인데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심리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상승세가 뚜렷했던 터라 6분15~16초대를 찍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을 획득할 당시 6분16초95를 기록했다. 마지막 세 바퀴에서 각각 29초51과 29초54, 29초26의 랩타임을 찍었다. 하지만 이날은 31초49, 31초73, 32초63으로 점점 늘었다. 자신의 강점인 지구력을 살리지 못한 것. 지난달 해발 1800m 고지대인 프랑스 퐁로뮤에서 쇼트트랙 대표팀과 펼친 전지훈련도 효과를 보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이승훈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18일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1만m에 출전하고 21일에는 김철민(22), 주형준(23·이상 한국체대)과 팀추월에 나선다. 김 해설위원은 “5000m와 1만m는 주법이 다르다. 이승훈이 5000m에서 부진했지만 한 번 경기장을 경험한 만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21·한국체대)은 이날 3000m 경기에서 후반 무서운 질주로 13위(4분12초08)에 올랐다. 당초 7위였던 카타지나 바흘레다추루시(폴란드)가 레인 침범으로 실격처리되면서 14위에서 한 계단 뛰었다. 여자 3000m에서 한국 선수가 작성한 역대 최고 순위다. 노선영(25·강원도청)은 25위, 양신영(24·전북도청)은 27위에 머물렀다. 크로스컨트리의 이채원(33·경기도체육회)은 여자 7.5㎞+7.5㎞ 스키애슬론(추적) 경기에서 44분17초2의 기록으로 61명 중 54위에 그쳤고 바이애슬론 이인복(30·전남체육회)은 10㎞ 스프린트에서 28분35초9로 87명 중 82위를 차지했다.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의 서정화(24)와 서지원(20·이상 GKL)도 2차 예선에서 각 14위와 13위에 그쳐 결선행이 좌절됐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주목! 이 경기] 첫 기대주 이승훈, ‘장거리 황제’ 크라머르 넘어라

    [주목! 이 경기] 첫 기대주 이승훈, ‘장거리 황제’ 크라머르 넘어라

    대한민국의 첫 메달 레이스는 이승훈(26·대한항공)과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28·네덜란드)의 빙속 대결이다. 8일 오후 8시 30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스피드 남자 5000m 경기가 열린다. 대표팀의 첫 경기이자 메달 가능성이 있는 경기다. 크라머르는 이승훈이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남자 5000m, 1만m 세계 기록을 보유한 그는 현역 최고의 선수다. 2007년 3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 남자 1만m에서 12분41초69, 그리고 같은 해 11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 남자 5000m에서 6분03초32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세계기록은 6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그의 기량은 여전히 출중하다. 크라머르는 올 시즌 월드컵 1~3차 대회 5000m에서 모두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크라머르는 5000m, 1만m, 1500m 그리고 팀추월까지 4관왕을 노린다. 최강의 적을 꺾기 위해 이승훈은 쇼트트랙과 역도로 칼을 갈았다. 본래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해발 1800m의 고지대 프랑스 퐁로뮤에서 쇼트트랙 훈련을 병행했다. 심폐지구력과 매끄러운 코너 공략,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루 4시간의 역도 훈련으로 순발력도 키웠다. 효과가 있었다. 이승훈은 지난해 11월 캘거리 월드컵 남자 50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승훈은 “5000m는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종목이다.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서 “크라머르를 의식하지 않겠다.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김관규(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 SBS 해설위원은 “마지막 두 바퀴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랩타임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소치동계올림픽 개막] 러시아의 부활, 빅토르 안에 달렸다

    러시아가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통해 동계올림픽 강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대회 종합 1위는 옛 소련인 소비에트연방이었다. 소련은 7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시간이 흘러 소련의 국가명은 독립국가연합으로, 다시 러시아로 바뀌어도 동계 스포츠 강국의 위상은 바뀌지 않았다. 러시아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까지 종합 2위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1998년 일본 나가노대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가노에서 러시아는 3위에 그쳤다. 42년 만에 2위 자리를 놓쳤다. 이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에서는 5위,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는 4위에 그쳤다. 급기야 2010년 캐나다 밴쿠버대회에서는 종합 11위, 10위권 밖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꿈꾸지만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와 미국이 금메달 13개 안팎에서 1, 2위를 다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독일이 10개 내외로 3위, 캐나다와 러시아가 4위를 다툴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안현수의 활약에 따라 러시아의 순위는 요동칠 수 있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m, 1000m, 1500m, 5000m계주 등 4종목에 출전한다. 그는 500m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러시아는 안현수가 주종목 외에서도 메달을 수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안현수는 지난달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500m뿐 아니라 1000m, 3000m, 5000m계주를 석권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안현수가 주종목 금메달을 따낸다면 러시아는 순위 싸움에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은 10일 남자 1500m 경기를 시작으로 러시아의 영광을 위해 얼음을 탄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소치올림픽]스피드스케이트 여제 이상화 “볼프가 존경한대요”

    “평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에 온 것 같아요”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이상화는 8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소치에 처음 왔을 때는 빙질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괜찮다. 몸 상태만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또 “밴쿠버 대회만큼 긴장하지는 않고 있다. 당시는 정말 (금메달이) 간절했다.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데 너무 잘하려고 하면 실수가 나오니 늘 하던 대로 하겠다”며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상화는 라이벌 예니 볼프(35·독일)가 자신을 인정한 사실도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이틀 연속 세계신기록을 세우자 볼프가 다가와 “(너를) 인정한다. 존경한다”라고 말했다는 것. 이상화는 “그동안 볼프는 내게 지면 분해했는데 뜻밖의 말을 해 나도 깜짝 놀랐다. 나도 그를 존중한다. 그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볼프는 2009년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37초00에 도달하는 등 이 종목 최강자로 군림했으나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상화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상화는 오는 11일 여자 500m에 출전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임주형 기자의 소치 프리즈마] 또 다른 올림픽 주인공 자원봉사자

    소치 동계올림픽을 알리는 여러 홍보물 중에 ‘숫자로 보는 소치’도 있다. ‘1’은 러시아에서 개최하는 첫 동계올림픽, ‘15’는 세부 종목 수, ‘98’은 금메달 수…. ‘2만 5000’이라는 숫자도 있는데 이것은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 수다. 출전 선수가 2800여명이니 9배에 이르는 자원봉사자가 소치는 물론 환승하는 모스크바공항 등 주요 길목에서 활동하고 있다. 테러 위협, 허술한 숙박시설 등 때문에 개막 전부터 삐거덕거렸지만 그나마 대회를 빛내고 있는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외모가 선발 기준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같이 선남선녀인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소치를 찾는 이들을 안내하고 있다. 모스크바공항에서 올림픽 피켓을 들고 환승을 돕는 젊은이는 소치행 여객기의 탑승구까지 안내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곳이 있으면 영어로 “팔로 미”(따라오세요)라고 말하며 직접 데려다 준다. 영어가 유창한 건 아니지만 끊임없이 가벼운 말을 건네며 외국인들의 긴장감을 풀어 주려고 한다. 소치 공항에서 셔틀버스 정류소 안내를 맡은 여성 자원봉사자는 승객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버스가 도착하자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승객을 찾으러 나섰다. 호텔에서 외국인을 맞는 남성은 식사도 거른 채 쏟아지는 투숙객을 상대하는데, 결코 얼굴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트윈룸인데 침대가 하나밖에 없다” 등등 불평은 한도 끝도 없는데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 화를 낼 수가 없다. 그들은 왜 자원봉사에 나섰을까.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부터 30년째 자비를 들여 자원봉사를 자청한 패트릭 해셋(56·미국)과 얘기를 나누다 어렴풋이 이유를 알게 됐다. “올림픽을 통해 인류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은 기적이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한국 선수단의 자원봉사를 전담한 그는 “한국은 미국의 한 개 주 면적에 불과하지만 영토의 크기가 곧 국력이 아니란 걸 보여 준 위대한 나라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에 반했다”며 소치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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