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전주원 “농구 2막 이제 시작”
석달 전 그가 코트에 돌아온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른셋이란 적지 않은 나이, 출산과 1년 6개월여의 공백을 딛고 예전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7일 2005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신한은행-우리은행의 개막전이 열린 장충체육관은 ‘돌아온 천재가드’ 전주원(24점·3점슛 3개,9어시스트)이 각본과 주연, 연출을 도맡은 대반전의 드라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드라마의 결말은 해피엔딩.‘겨울리그 꼴찌’ 신한은행은 전주원의 환상적인 활약에 힘입어 ‘디펜딩 챔프’ 우리은행에 68-65,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2003년 7월31일 전신인 현대 시절 우리은행을 꺾은 이후 2년여 만의 승리였다.
2쿼터 막판 11점까지 뒤지면서 신한은행은 지난 겨울리그 4전 전패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했다. 전주원도 ‘마크맨’ 이종애에게 블록슛을 당하고,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밀려 코트에 나동그라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쿼터 종료버저와 함께 전주원의 3점포가 림을 갈랐고, 그것은 후반 역전 드라마를 위한 신호탄이 됐다. 신한은행은 3쿼터부터 전주원의 골밑 돌파와 패턴플레이가 먹혀들어가면서 점수차를 조금씩 좁혀 갔다.
47-50으로 3점을 뒤진 채 시작된 4쿼터는 ‘전주원에 의한, 전주원을 위한’ 무대였다. 시작과 동시에 강지숙에게 완벽한 어시스트를 한 전주원은 이어 우리은행의 장신숲을 헤집고 드라이브인을 성공시켰다.4분여를 남기고 58-58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던진 통렬한 3점포는 림으로 빨려 들어갔고, 승부의 추는 신한은행으로 기울었다.
전주원은 4쿼터에서만 10점 5어시스트를 기록, 신한은행이 거둔 21점 가운데 20점이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전주원은 “코트에서 땀 흘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면서 “주연보다는 후배들을 받쳐 주는 조연이고 싶었고, 마음을 비워 슛이 잘 터진 것 같다.”고 담담하게 컴백 소감을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