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30] “경험·투지 조화시켜 또 다른 역사 쓰겠다”
독일월드컵을 30일 앞둔 태극전사 10명의 출사표는 비장하다. 온 국민의 시선이 쏟아질 월드컵 출전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그라운드에 뼈를 묻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2002한·일월드컵의 신화를 재현하려는 태극전사들의 각오를 들어봤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태극전사 10인 출사표
●박지성(25·MF·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최소한 16강 진출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물론 상대가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이제는 많은 경험을 쌓았고, 실력있는 후배들도 더 많아졌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지 않겠다는 정신은 우리 민족의 특징이고 장점이다.
●이영표(30·DF·토트넘 홋스퍼) 프리미어리그가 끝났지만 부상은 없다. 매 경기가 빅매치였고, 그만큼 큰 경기에 대한 경험과 자신감이 현재의 큰 무기다. 티에리 앙리(프랑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토고) 등과도 붙어봤다. 훌륭한 공격수들이다.1대1 상황을 주지 않는 철저한 협력수비의 중심에 서겠다.
●이운재(33·GK·수원) 대표팀 주장이 된 다음에 맞는 첫 월드컵인 만큼 히딩크 감독 시절에 못지않게 단합과 투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 대표팀은 젊고 투지 넘치는 선수들과 경험이 풍부한 고참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극한의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도 있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김동진(24·DF·FC서울) 축구 인생에 있어 꿈이었던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된다면 무한한 영광이다. 강한 체력과 스피드를 활용한 프레싱으로 16강 이상의 성적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포지션이 겹치는 이영표 선배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팀 승리에 기여하겠다.
●조원희(23·DF·수원) 우리 대표팀은 나이 먹은 선배들과 젊은 선수들 간의 조화가 좋다. 또 뛰어난 체력도 우리가 지닌 무기다. 남은 기간 조직력만 좀 더 보완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남일(29·MF·수원) 대표팀의 강점은 무엇보다 경험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의 수가 2002년보다 훨씬 많다. 빅리그에서 뛰는 박지성, 이영표 같은 선수들은 든든하고 무게감이 느껴진다.2002년 대표팀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팀 분위기도 훨씬 활기차고, 도전적인 부분도 긍정적이다. 선배로서 걸맞은 모습을 보이겠다.
●김두현(24·MF·성남) 월드컵 첫 출전을 앞두고 무척 설렌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선수 입장 터널을 빠져나올 때면 방금 90분을 뛰고 나서 또 뛰라고 해도 의욕이 생길 것 같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꼭 이겨보고 싶다. 지성이 형과 포지션이 겹치지만 단 10분을 뛴다 해도 골을 넣고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이호(22·MF·울산) 축구 팬에 불과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 경기를 요즘 다시 보면 ‘선배들이 정말 사력을 다해 뛰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동력이나 조직력도 뛰어났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팀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선배들을 잘 따르고 한 발짝 더 뛴다면 다시한번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최진철(35·DF·전북) 2002년 4강신화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젊은 후배들이 이번에도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16강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다. 내 자신도 90분간 우리와 상대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도록 열심히 뛰겠다. 내 뒤엔 아무도 없다는 각오로 중앙수비수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건 물론, 공격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천수(25·FW·울산) 대학생이었던 한·일월드컵 때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패기만 갖고 밀고 나갔다. 그러나 이젠 월드컵에서 어떻게 경기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생각이 뚜렷하다. 공격수인 내게는 골을 넣어야 할 책임이 있다. 프리킥, 슈팅 등 모든 걸 준비하고 있다.4년 전처럼 의욕을 끌어올리면 올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 아드보카트호 본격 항해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는 6월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달성 이후 4년을 기다려온 한국축구대표팀이 신화 재현을 위해 다시 출발한다. 오는 6월10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치러질 개최국 독일과 코스타리카전을 시작으로 개막할 독일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꼭 30일. 우여곡절 끝에 딕 아드보카트(59) 감독 체제로 다듬어진 한국대표팀도 이제부터 월드컵 본선 무대를 향해 본격 항해에 들어간다.
16강을 넘어 8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월드컵 항해에 나설 ‘아드보카트호’의 첫 현안은 11일 23명의 최종 엔트리 발표. 지난해 9월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후 8개월 만에 찍는 화룡점정인 셈이다. 이어 14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집결,27일 베이스캠프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향해 장도에 오르기 전까지 마무리 담금질을 펼친다.23일과 26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네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 감독직은 커다란 도전이다. 내가 한국팀을 맡은 이유는 도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고 취임 일성을 내뱉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어수선했던 대표팀을 빠르게 안정 궤도에 올려놓으며 강한 신뢰를 얻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이후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며 최적의 전술과 시스템을 완성해 왔다. 줄곧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변화를 꾀한 그는 히딩크 감독조차 해답을 찾지 못한 포백 수비의 접목을 꾸준히 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또 “월드컵 4강 멤버라도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면 집에서 쉬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하고,“한국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등 변화무쌍한 언변도 화제를 낳았다.
이제 ‘아드보카트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신화를 재현할지, 전 국민적인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G조는 지금
독일월드컵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G조의 한국과 프랑스, 토고·스위스 등 4개국의 전력 분석팀은 ‘안테나’를 더욱 바짝 세웠다. 각국 주력선수들의 부상과 회복, 대체선수들의 윤곽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앙리·트레제게 무서운 기세 G조 최강 프랑스는 ‘투톱’ 티에리 앙리(아스널)와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가 절정의 골감각을 뽐내고 있다. 앙리는 8일 프리미어리그 위건 어슬레틱과의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시즌 27골로 3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 앙리는 ‘뢰블레군단 부활’의 열쇠를 쥐고 있다. 트레제게도 시즌 22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 2위에 올라 투톱의 위력을 과시할 태세다.
아데바요르만 잡아라. 한국이 16강행 제물로 염두에 둔 토고는 본선을 4개월 남기고 감독을 경질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주전 대부분이 유럽에서 뛰어 신임 오터 피스터 감독과 상견례조차 못해 조직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널)가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뒤 예전의 골감각을 회복, 경계대상 1호다.
센데로스의 부상, 프라이 복귀는 미지수 ‘숨은 강호’ 스위스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울상이다. 유럽 예선에서 7골을 몰아친 간판골잡이 알렉산더 프라이(스타드 렌)가 지난 2월 대퇴부 수술 이후 복귀 소문이 돌았지만 석 달이 넘도록 결장해 제 실력을 뽐낼지 의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비수이면서도 프리미어리그에서 2골을 터뜨릴 만큼 공격가담 능력을 갖춘 필립 센데로스(아스널)마저 지난달 22일 무릎을 다쳐 3경기째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각조는 지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열리는 각국의 평가전은 본선 판세의 잣대가 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폄하하지만 ‘예비고사’가 ‘본고사’의 성적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가장 최근 평가전인 3월1일 본선 32개국의 경기는 어느 정도 판세를 점칠 수 있는 기회였음이 분명하다.
A조의 개최국 독일은 지난 3월1일 ‘A매치데이’에서 이탈리아에 1-4로 대패했지만 20일 뒤 미국엔 4-1 대승을 거뒀다. 유럽세 자존심 대결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대목. 코스타리카와 폴란드가 각각 이란과 미국에 물려 관건은 2위 싸움이다.B조의 화두는 평가전 결과보다는 ‘종가’ 잉글랜드와 ‘바이킹군단’ 스웨덴의 본선 대결 전망. 잉글랜드는 이날 우루과이를 2-1로 꺾은 반면 스웨덴은 아일랜드에 0-3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지난 38년간 스웨덴을 이겨보지 못했다.
‘저주받은 C조’와 혼전이 뻔한 D조에선 각각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의 우세쪽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는 크로아티아에 2-3으로 덜미를 잡혔지만 라인업의 중량감을 따지면 여전히 우승 후보다. 포르투갈 역시 박지성의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비롯, 호화멤버로 꽉 차 있다.
E조의 이탈리아-체코는 역대 전적에서 2승1무2패로 팽팽하다.6월22일 만날 두팀의 대결은 ‘빅카드’ 가운데 하나. 이탈리아는 3월1일 독일을 4-1로 대파했지만 주전 프란체스코 토티의 부상 회복 여부가 관건.1996년 이후 1승2패의 열세도 부담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를 2연패한 호나우디뉴가 버틴 F조의 브라질은 러시아에 힘겨운 1-0 승을 거두긴 했지만 호나우두, 아드리아누, 카카 등 선발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호화군단. 아르헨티나를 3-2로 제압한 크로아티아가 강력한 조2위 후보다. 아직 한 차례의 평가전도 안 치른 ‘새내기’ 호주는 ‘히딩크의 마법’을 믿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