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공은 둥글다…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독일월드컵에 명함을 내민 32개국이 최소 ‘일합’ 이상을 겨뤘다. 저마다 필살기를 뽐냈지만 상대를 압도한 것은 체코와 스페인, 아르헨티나였다.
●체코·스페인·아르헨티나 ‘탄탄대로’
체코와 스페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각각 2·5위. 유럽의 강호지만 월드컵에서 실속은 없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드러난 두 나라의 전력은 눈부셨다.
1934·1962년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체코는 90이탈리아대회 이후 16년 만에 출전한 본선에서 ‘현대축구의 전형’을 선보였다. 공격과 미드필드는 촘촘한 간격을 유지한 채 톱니바퀴처럼 물려돌았고, 포백과 골키퍼의 유기적 호흡을 앞세워 미국을 일축했다.‘서른넷 동갑내기’ 네드베트-포보르스키-갈라섹에 로시츠키가 가세한 허리는 단연 최강.
스페인의 환골탈태는 더욱 극적이다. 스페인의 최고성적은 1950년 4강에 오른 게 전부로 ‘무적함대’란 별명이 민망했다.
유로2004 조별예선 탈락에 이어 독일월드컵 예선에서도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등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아라고네스 감독의 세대교체는 빛을 발했다.‘투톱’ 비야-토레스의 화력과 영리한 미드필더진, 푸욜이 조율하는 수비를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4-0으로 대파했다.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도 복병 코트디부아르를 2-1로 꺾고 첫 단추를 제대로 뀄다.2002년에 이어 네덜란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과 함께 ‘죽음의 C조’에 묶여 우려를 자아냈지만 리켈메의 공·수 조율과 크레스포-사비올라의 파괴력은 놀라웠다.
●독일은 ‘허허실실’ 브라질·프랑스는 ‘기대이하’
개최국 프리미엄을 업은 독일은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코스타리카, 폴란드를 연파,16강에 올랐다.
클로제-발라크-람이 제 몫을 해낸 독일의 순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 다만 중앙수비는 스피드가 떨어지는 허점을 노출했다.
‘우승 0순위’ 브라질이 18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크로아티아에 1-0으로 이긴 것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호나우두는 “뒤뚱거렸다.”는 혹평을 들을 만큼 실망스러웠다.98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떠올리는 팬들에게 프랑스의 첫 경기는 절망적. 스위스와 0-0 무승부를 기록,“늙은 수탉”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대회 때마다 지진을 일으켰던 아프리카 팀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눈길을 끈다.‘검은 돌풍’의 선봉 코트디부아르를 비롯, 앙골라와 가나, 토고가 거푸 무너졌다. 그나마 튀니지가 사우디아라비이와 2-2로 비기며 체면치레를 했다.
아시아도 힘을 잃었다. 일본과 이란이 각각 호주와 멕시코에 1-3으로 쓰러졌고 사우디아라비아만 튀니지와 비기는 데 그쳤다. 한국만 첫 승을 거두며 명맥을 유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