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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통권 환수] 유사시 ‘군사협조본부’서 공동방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에 따라 60년 넘게 이어져온 한·미 양국의 군사동맹구조도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 특히 1978년 창설 이후 한반도의 실질적인 군사지휘부 역할을 해온 한미연합군사령부는 이번 합의로 34년 만에 사라진다. 연합사의 해체는 양국의 군사동맹구조가 지금의 ‘연합방위체제’에서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합동군사령부와 주한미합동군사령부가 유사시 공동으로 작전을 벌이는 ‘수평적’ 구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 2사단을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한 뒤 한·미 양국은 작전지휘체계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한국의 방위력을 증진하려는 목적에서 연합사 창설을 본격 논의하게 된다. 이후 1978년 11월7일 용산기지 안에 연합사가 창설됐다. 이에 따라 유엔사령부가 맡아온 한국방위 임무를 연합사가 담당하고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 책임만 맡게 됐다. 연합사 창설로 유엔사령관에게 위임됐던 작전통제권이 연합사령관에게 전환됨에 따라 양국은 ‘국가통수 및 지휘기구’(NCMA)로부터 작전지침 및 전략지시를 받아 한미군사위원회(MC)를 통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연합사는 육·해·공군을 포함한 60만명 이상의 양국 현역 정규군을 통제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350만 규모의 한국 예비군 병력과 미군 병력의 증편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따라 연합사는 2012년 4월17일 양국 군 장성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작전협의기구인 ‘한미 군사협조본부’(MCC)에 임무를 넘기게 됐다. 사실상 연합사를 대신해 구성되는 MCC는 앞으로 창설될 한국군 합동군사령부와 주한 미 통합군사령부(USJTF-K)간의 작전 및 업무협조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MCC 아래 10여 개의 기능별 상설·비상설 기구를 설치하는 한편 양측 육·해·공군 작전사급 부대 사이에도 작전협조반을 둘 계획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전·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일지 ▲1950.7.14 이승만 대통령,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 이양 ▲1954.11.17 한·미합의의사록, 국군을 유엔군사령관 작전통제하에 둠 ▲1968.4.17 한·미 정상 공동성명, 대침투작전 한국군 단독 수행 ▲1978.11.7 한미 연합군사령부 창설 ▲1994.12.1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2003.7 한·미 미래동맹정책구상(FOTA) 3차회의, 지휘관계 연구 의제화 합의 ▲2005.9.28∼30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서 전작권 환수 협의 공식 제안 ▲2005.10.1 노무현 대통령 “전작권 행사를 통해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국군의 날) ▲2006.1.25 노무현 대통령 “올해 안에 전작권 환수 문제를 매듭짓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연두기자회견) ▲2006.10.20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2009년 10월15일 이후,2012년 3월15일 사이 이전”으로 전작권 전환시기 합의 ▲2007.2.7∼8 제11차 SPI회의서 미국 36개월(3년) 뒤, 한국 2012년 3월15일 전작권 전환 시기 제시 ▲2007.2.24 한·미 국방장관, 전작권 2012년 4월17일 이양과 동시에 한미연합사 해체 합의 ■ 中 ‘원칙적 환영’ 입장 전략적 유연성엔 민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 언론들은 25일 한국과 미국이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보도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해서였는지 논평이나 해석 없이 사실 관계만 소개했다. 중국 당국이나 관계자들도 한·미간 전작권 이양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이날 베이징의 한 군사 소식통은 “전시작전권 환수에는 중국은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선 엄청나게 민감하다.”고 말했다.“만약의 사태를 놓고 상대할 때 중국으로서 미국은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인사는 “중국에는 전선 개념으로 볼 때 미군이 동북아에서 일본쪽으로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연계될 때 중국은 이해관계가 대단히 복잡해진다. 이미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가 이례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적도 있다. jj@seoul.co.kr ■ 정치권·대선후보 엇갈린 반응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오는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키로 합의한 것과 관련,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은 엇갈린 평가를 했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은 25일 “작통권 이양 시기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다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도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여하에 따라서 차기 정부는 필요시 이 문제를 미국측과 재협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은 “한·미 동맹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로드맵과 연계해 환수 시기를 정하는 식으로 큰 틀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통합신당추진모임이 일제히 환영한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북핵문제 해결이 먼저”라며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전시 작통권 환수는 한·미동맹을 전제로 한 환수여서 더 안정적이고 진일보한 안보시스템이 확립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는 ‘자주국방’이라는 정치적 슬로건 때문에 역사상 가장 완벽한 동맹체제를 깨게 됐다.”고 비판했다. 나길회 김기용기자 kkirina@seoul.co.kr ■ 시민단체·네티즌 찬반 팽팽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은 각각 다른 시각에서 의구심과 불만을 내비쳤다. 정용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실장은 “전작권 이양은 원칙적으로 옳다.”면서도 “다만 기존의 한미연합사를 대신해 새로운 상설 협의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다시 종속적인 군사관계를 만들어 낸다면 문제가 된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반면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자주를 위해서 작전권을 환수한다는 논리인데 연합사라는 대단히 유리한 체계를 무너뜨려 자동적으로 제공되던 정보와 물적지원을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북핵반대 및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반대 1000만명 서명추진본부’의 송진섭 집행위원도 “대선 이후 차기 정권이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유보하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gospels1004’라는 누리꾼은 “작전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는 한반도 주변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아직도 과거 체제 유지를 주장하고 안주하려는 자들의 주장은 순억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parks113’라는 누리꾼은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다고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느냐.”면서 “반드시 정권을 바꾸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난을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멀쩡히 산 사람을 日전범과 합사하다니…”

    “멀쩡히 산 사람을 日전범과 합사하다니…”

    “(야스쿠니 신사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합사시켰지. 빼달라고 했더니 유패에 ‘생존자’라고 붙여 놨더라고. 이번에 가면 차라리 ‘강제징용자’로 고쳐 달라고 할 거야.” 김희종(82) 할아버지는 최근 하루도 편안하게 잠을 못 이뤘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를 공동 피고로 한 ‘야스쿠니신사 합사철폐 재판’ 원고인단 가운데 생존자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25일 일본땅을 밟기 때문이다.23일 서울 신림2동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귀가 조금 어두웠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꼭꼭 눌러왔던 한(恨)을 풀어냈다.50년 넘게 함께 산 유희훈(74) 할머니에게도 3년 전에야 징용 사실을 털어놓았을 만큼 일부러 잊고 지낸 그의 과거사는 불행했던 우리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었다. ●일본에서 미국, 다시 한국으로, 힘 없는 민족의 설움 황해도 황주 출신인 그가 제국주의의 망령이 드리워진 야스쿠니 신사에 ‘긴 기시오(金喜種)’란 이름으로 전범들과 함께 합사된 것은 지난 1944년 일본 군속으로 징용당한 뒤 전사한 것으로 잘못 기록된 탓. 그는 “개 끌고 다니듯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끌려갔어. 배를 탔을 때에야 남양군도로 간다는 것을 알았지.”라고 그때를 떠올렸다. 요코하마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사이판으로 옮겨갔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일본군 기지를 구축하던 그는 44년 6월 미군의 포로가 됐고, 이후 캘리포니아 목화 농장에서 노예처럼 노역을 했다. 광복을 맞았지만 돌아올 길이 마땅치 않아 1년을 더 기다린 끝에 46년 고국 땅을 밟았다. 48년 순경 시험에 합격해 73년 정년 퇴직한 그는 퇴직금으로 조그마한 문방구를 열었지만 신통치 않았고 구슬 꿰기를 하는 등 힘겹게 2남1녀를 키웠다. 지금은 자식들이 마련해준 35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지난 세월 일본의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가슴을 후벼내듯 아팠지만 일부러 잊고 지낸 악몽들이 새삼 떠오른 것은 지난해 2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부 조사가 이뤄지면서였다. 등록을 하라는 연락을 받고 여러 가지 서류를 떼서 해당 관청을 찾아간 할아버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일본에서 사이판, 다시 미국까지 짐승처럼 끌려다녔어. 한 달에 50만원도 아닌 1년에 50만원이라니. 기도 안차. 죽은 사람에겐 2000만원이래. 쓴웃음만 나오더라고.” 지난해 5월에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다는 것. 관련 단체의 도움으로 일본을 찾아간 할아버지는 자신을 합사자에서 빼달라고 말했지만 야스쿠니 신사 측에선 묵묵부답이었다. “잘못을 감춰 보려는 것 아니겠어. 당시에 조선 사람들이 일본에 충성했다고 선전하기 위해서겠지. 정신대 문제의 방패막이로도 이용할 수 있을 테고”라며 애써 분을 감췄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고작 1년에 50만원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그나마 정치인들끼리 치고받느라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대. 내가 100살까지 살 것도 아닌데 이젠 줘도 안 받을 거야. 언제 힘없는 백성들을 생각한 적이 있나.”라고 힐책했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철폐 재판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14명의 A급 전범을 포함해 240여만명의 일본인 이외에도 약 2만 1000여명의 한국인이 강제 합사돼 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야스쿠니 신사 합사자 가운데 13명은 현재까지 살아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국내 생존자와 유족들은 당사자나 유족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민족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즉각 철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사 측은 ‘한번 합사된 이상 취하할 수 없고 당시 일본인으로 희생됐고, 죽으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진다는 것을 알고 참전했기 때문에 합사는 유족들의 의사와 관계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인 합사자만을 원고로 해 제기되는 소송이다. 오는 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 정식으로 제소된다. 글 사진 임일영 김동현기자 argus@seoul.co.kr
  • ‘만취구토 세차비’ 내야하나

    `택시에 구토를 했을 때 청소비를 내야 할까?’ 서울 중부경찰서는 22일 ‘택시 안에 구토를 했으니 청소비를 내라.’고 요구하는 택시 기사를 폭행한 모 방송국 성우 임모(36)씨를 상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술에 만취해 귀가하던 임씨는 지난 21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 안에서 구토를 했다.이에 택시기사 김모(47)씨가 “차 안에 구토를 했으니 청소비를 내라.”고 요구하자 중구 신당6동 길거리에 차를 세우게 한 뒤 실랑이를 벌이다 김씨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구토를 했다고 무슨 청소비를 내느냐. 택시비 외에는 못주겠다.”고 버텼고, 김씨는 “차 안에 구토를 해 운행을 중단한 뒤 청소를 해야 한다.”며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트랜스젠더 “성기 성형해야만 성별 바꿔주나요”

    트랜스젠더 “성기 성형해야만 성별 바꿔주나요”

    “여러분, 제 모습이 분명히 보이죠. 실체가 있죠. 그러나 저는 법률적으로는 투명 인간입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성전환자 성별 변경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생물학적 성과 법률적 성이 달라 고통받고 있는 성전환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증언에 나선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법원의 성별정정 예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 전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38)씨는 자살을 시도했던 고통을 털어놨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했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은 그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자동차로 다리 난간을 들이받았는데 원하지 않게 목숨을 건졌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수술을 결심한 뒤 6개월 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2년 전 여성생식기 제거와 남성형 가슴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비용이 수천만∼1억원에 이르는 데다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성별정정의 요건으로 성기 성형을 강요하는 것은 야만적”이라고 말했다. 여성으로 성별정정을 원하는 B(45)씨는 1991년 결혼해 아이까지 얻었지만 결국 이혼을 해야 했다. 그는 “아이를 생각했다면 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난받을 때도 있지만 정체성을 알고도 전과 같이 살라는 것은 죽음과 같은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20대 중반의 성전환자인 C씨는 “초등학교 때 첫 생리를 하던 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가슴 나온 것이 부끄러워 붕대를 감고 다녔다.”면서 “내 몸을 보는 것이 너무 흉측하고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20세 미만 성별 정정을 무슨 근거로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열여섯에 성 정체성을 깨달았고 10년째 남자로 살고 있다.”면서 “미성년자에게 진정한 성을 찾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그들의 인생을 망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을 받아들인 뒤 같은 해 9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제정했다. 지침은 ▲만 20세 이상, 혼인 사실이나 자녀가 없을 것 ▲정신과 또는 호르몬 요법에 의한 치료를 받은 뒤 수술을 통해 신체 외관이 반대 성으로 바뀌었을 것 ▲병역을 이행했거나 면제받을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기 성형수술까지 마쳤을 때에야 성별 변경을 허가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일부 조항은 성전환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에 대해 임종헌 대법원 등기호적국장은 “지침은 업무처리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일선 법관이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전·의경 대체 경관 2815명 내년 충원

    이택순 경찰청장은 전·의경 감축이 시작되는 내년에 경찰관 2815명을 충원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체복무제 폐지 방침으로 내년부터 전·의경 정원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경찰관이 단계적으로 충원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볼 때 전·의경에게 언제까지나 시위 대응과 방범순찰을 맡길 수는 없으며 장기적으로 (정규 경찰관으로 대체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치안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규 경찰관 인력을 충원하고 고성능 장비를 적절히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당 경찰관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적으며 전·의경과 경찰관을 합쳐야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장기적으로 적정 규모의 인력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전·의경 제도를 없애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전·의경 수는 매년 20%씩 줄어들 예정이다. 현재 전·의경 정원은 4만 7000명으로 잡혀 있고 실제 근무 인원은 3만 8000명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억울한 사람 없게 하겠다는 다짐 지켰을 뿐”

    “적어도 제가 담당한 사건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처음의 다짐을 지킨 것뿐인데 아프다고 유명세를 타는 것 같네요.” 뇌종양이 생긴 것도 모른 채 조선족 동포를 돕기 위해 항소심까지 가는 법정싸움 끝에 진실을 밝힌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진혜원(32·여·사시44회) 검사는 20일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잇단 부정과 비리로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법조계의 현주소에 견줘 뒤늦게 밝혀진 그의 사연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항소심까지 끌고 가 진실 밝혀 지난해 공판부에서 일하던 진 검사는 조선족 허모(49)씨가 김모(33)씨를 상대로 낸 형사소송을 맡았다. 중국 선양에 살던 허씨는 김씨에게 목도리 5400개(시가 3500만원어치)를 수출한 뒤 대금을 요구했지만 김씨가 ‘돈 받아놓고 딴 소리냐.’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는 허씨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확신했고, 재판에 최선을 다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이후 수사 부서로 발령났지만 항소심까지 공판검사를 맡겠다고 고집했고, 검찰 수뇌부는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는 방대한 양의 통관서류를 뒤져 추가 증거를 찾는 한편 허씨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국인을 증인으로 세워 김씨 주장이 거짓말임을 입증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병로)는 지난달 26일 김씨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국서 정의 입증” 중국동포 감사편지허씨는 이달 초 판결 소식을 전해듣고 북부지검 강충식 검사장과 하윤홍 형사2부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허씨는 편지에서 “진 검사는 제 사건을 마치 자신이 피해를 본 것처럼 열정을 갖고 파헤쳤다. 정의는 살아 있다는 신념과 강한 의지는 저뿐 아니라 사건 내막을 아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고 밝혔다. 또 “‘진실만이 세상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작은 신념이 제 핏줄의 근원인 한국에서 입증됐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검사는 최근에서야 하 부장검사가 복사해 건네준 편지를 받았다. 선고공판 직후인 지난달 31일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요양과 치료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단순한 빈혈인 줄 알고 참고 지낸 그는 공판을 앞둔 지난달 16일에야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오른쪽 귀 윗부분에 4∼7㎝ 크기의 혹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종양의 90%를 떼내는 수술을 받았다.1주일 뒤 퇴원을 했고, 현재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친정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아직 일선 복귀의 기약은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일단 새달 15일까지 병가를 다 쓴 뒤 휴직계를 낼 계획이다. 병마와의 싸움으로 몸은 지쳤지만 변함없는 열정은 씩씩한 목소리에 묻어났다. 그는 “잠시 재충전하라는 뜻으로 알고 마음을 비웠어요. 열심히 치료받고 빨리 복직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갓길운행·중앙선 침범 설연휴 얌체운전 급증

    올 설 연휴는 지난해에 비해 교통사고는 크게 줄었지만 갓길운전 등 ‘얌체 운전족’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설연휴 기간(16∼19일) 귀성차량은 121만 3546대, 귀경차량은 117만 9490대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1.6%,1.9% 증가했다. 이 기간 교통사고는 1329건으로 지난해 설 연휴기간보다 24%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도 40명으로 23% 감소했다. 교통법규 위반 사례도 4만 9705건으로 작년에 비해 48%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갓길운행(482건)은 95.1%, 버스전용차로 위반(5950건)은 55.1%, 중앙선 침범(239건)은 4.4% 증가하는 등 얌체 운전족들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북한지폐 세뱃돈으로 확산

    `북한 돈이 설날 복돈?’100원짜리 북한 지폐 등 북한 돈이 설을 전후해 세뱃돈과 복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수집가들 사이에서 팔리던 북한 돈이 최근 중국 등을 통해 ‘기념품(?)’으로 국내에 들어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화폐 가치가 거의 없는 북한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약 150∼200원이 1달러 정도(암시장 거래환율)로 평가된다. 북한 돈을 소지하는 것이 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김일성 초상화와 주체사상탑 등 혁명사상을 담은 지폐들이 호기심 차원을 넘어 널리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설인 지난 18일 대학생 박모(24)씨는 중국 여행 중에 구입한 북한돈을 조카들에게 세뱃돈으로 나눠줬다. 그는 “지난달 중국 패키지 여행 중 기념품점에서 북한 지폐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샀다.”면서 “함께 여행을 간 10여명도 ‘세뱃돈으로 주겠다.’며 북한 돈을 3∼4장씩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카들이 안보기념관 등에서만 보던 북한 돈을 받아들고 무척 신기해했고,‘북한에서 한달 월급이 100원’이라고 전하자 마치 큰 돈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고 말했다. 설을 이틀 앞둔 지난 16일 회사원 안모(36)씨는 거래처에서 온 연하장을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연하장에 새해 인사와 함께 100원권 북한 지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하장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만큼 지갑 속에 ‘복돈’으로 간직하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안씨는 “처음 보는 북한 돈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북한 돈이 기념품으로 전락해 남한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게 씁쓸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오모(47)씨는 지난해 10월 중국 출장을 갔다가 베이징 공항 택시 정류장에서 조선족으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서 북한돈 3세트를 1만원에 구입, 최근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그는 “북한 돈 100원이면 북한 근로자 한달 월급과 맞먹는 돈이라고 하는데 의심스러웠지만 재미삼아 바꿨다.”면서 “아직도 진폐인지 위폐인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여대생 소모(25)씨도 백두산 여행을 갔다가 국경도시 투먼의 기념품 가게에서 북한 돈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선물했다.고 전했다. 경찰 보안과 관계자는 “중국 공항 매점과 기념품 판매점 등지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것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국가보안법상 찬양 및 고무의 목적이 없다면 북한 화폐를 소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 돈에는 김일성 초상화와 만경대 김일성 생가, 주체사상탑, 천리마 동상 등 이념적인 것이 새겨져 있어 수집 차원을 넘어 확산될 경우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폭력시위 증거수집 무인정찰기 띄운다

    경찰청은 해외에서 군사용이나 도심 치안 유지용으로 쓰이는 소형 무인정찰기를 개조해 폭력시위 채증에 사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다음달 중 기종 선정을 위한 성능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날개 너비가 1m가량 되는 소형 무인정찰기에는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사진 채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강한 조명으로 피사체를 비추는 장비나 적외선 촬영 장치가 탑재된다.경찰 관계자는 “최근 법원이 폭력시위자에 대한 영장심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 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고성능 채증 장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지난해 6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시속 48㎞ 속도로 70분간 비행할 수 있는 무게 2.3㎏짜리 무인정찰기 ‘스카이시어’를 도심 치안 유지용으로 배치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귀성 교통대란 없었다

    설 연휴가 짧아 극심한 교통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귀성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 신설·확장과 짧은 연휴로 귀성 포기자가 늘었지만 무엇보다 운전자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노선·시간대별 교통흐름을 파악, 적절하게 분산 귀성을 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19일 평소 휴일(30만대)보다 7만대가량 많은 37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일부 구간에서 지체와 정체가 반복됐을 뿐 큰 혼잡은 없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귀경길 소요시간은 이날 밤 부산∼서울 5시간40분, 광주∼서울 4시간5분, 목포∼서울 4시간20분, 강릉∼서울 3시간20분으로 집계됐다. 평소 주말 같은 시간대보다 20분∼1시간이 더 걸렸지만, 지난해 설 연휴와 비교하면 30분∼1시간가량 단축됐다. 하지만 수도권 상습 정체구간은 여전히 정체를 빚어 대전∼서울은 2시간55분이 소요됐다. 귀성전쟁의 강도가 약해진 것은 노선별·시간대별 분산이 적절하게 이뤄진 덕분이다. 설 연휴 동안 도로공사에서 실시간으로 고속도로 등의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로드플러스’의 접속 건수는 79만건으로 지난해 설 연휴기간 29만건보다 두배 이상 급증하는 등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운전자들이 정체를 피했다. 이 때문에 매년 동맥경화에 시달리던 경부고속도로 이용차량(분담률 40.2%→39.9%)이 줄어든 대신 중앙고속도로 이용(18.5%→21.0%)이 늘어났다. 또 도로 신설·확장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고향땅 뺏긴 죄인” ‘고향의 봄’ 哭소리

    “고향땅 뺏긴 죄인” ‘고향의 봄’ 哭소리

    “이번 설이 마지막이네요. 고향을 빼앗긴 죄인들이 무슨 낯으로 조상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설을 나흘 앞둔 지난 14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으로 다음달 말 4∼5대째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은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마지막까지 고향을 지키다 쫓겨나는 46가구 주민 130여명의 표정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죽어서도 조상님 뵐 낯이 없어요…” 전경들이 겹겹이 둘러싼 대추리 삼거리를 통과해 마을에 들어서자 무거운 적막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불도저와 굴착기로 갈아엎은 농토는 흉하게 속살을 드러냈다. 유리창이 깨진 폐가에는 주인 잃은 개들만 을씨년스럽게 짖어댔다. 이곳이 220여가구 600여명이 오순도순 살았던 마을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아온 조윤호(70) 할아버지는 “1952년에는 평택기지를 만든다고 미군에 쫓겨났는데 이번에는 우리 정부에 쫓겨난다. 평생 사람 취급 못 받고 쫓기는 신세가 서글프다.”며 가슴을 두드렸다. 이어 “서울에 살고 있는 세 자녀와 손주들이 설에 내려 오는데 마지막으로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회관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엄팔복(71) 할아버지는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들 중에서 우리를 위해 진정 싸워준 이들이 얼마나 있었냐.”고 넋두리를 쏟아냈다. 5대째 이 곳에 터전을 일군 최중교(49)씨는 더욱 답답해 했다. 마침 이 날은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는 날. 장손인 그는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사실 정부가 우리를 포위해 협박하면서 단념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일부러 자식들도 부르지 않고 아내와 단 둘이 마지막 제사를 올리기로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은 46가구 3월말까지 이주 이웃들이 하나 둘 떠난 뒤 마지막까지 대추리를 지켰던 46가구도 다음달 말까지 인근 노와리와 남산리로 이주하기로 지난 13일 정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에 대한 불만과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는 무력감,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은 마을의 공기를 더욱 냉랭하게 만들었다. 충남 예산에서 여섯 살때 이사를 왔다는 박갑순(53·팽성주민대책위원회 기획부장)씨는 어렸을 때 비가 조금만 와도 논이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고 말했다. 행여 둑이 넘칠까봐 주민들이 온 몸으로 막으며 지켜낸 땅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정부와 합의는 했지만 3년 6개월이나 되는 길고 긴 싸움 속에서 힘의 논리와 시간적 압박에 못 이겨 이뤄진 것이어서 억울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최모(71) 할머니는 “지금까지 남은 이들은 이주하면 당장 소작지을 땅조차 없어 공공근로라도 나서야 할 이들이 태반인데 ‘보상금으로 억만장자가 됐다.’고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밤 주민들이 그동안 모임장소로 이용했던 농협창고에 모여 2년전 대추리로 이사와 주민과 함께 이전 반대 투쟁을 벌여온 문정현 신부의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고향의 봄’을 부르며 마지막 정리 모임을 끝냈다. 처량한 아코디언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간간이 고향을 잃는다는 설움이 흐느낌으로 울려 퍼졌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글 평택 임일영 류지영 손형준기자 argus@seoul.co.kr
  • 혼돈의 고려대 어디로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15일 전격 사퇴한 것은 다른 대학과 달리 학내 문제에 강력한 영향을 지닌 교우회의 압박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총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재단 반응과 규정에도 없는 ‘신임 투표’라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지만 40%에도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교우회와 재단, 교수사회 3중 압박으로 사퇴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교우회는 이날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태에 대해’라는 회보 기사를 통해 “이 총장은 물론 전체 고대 사회가 입은 상처가 만신창이라고 할 만큼 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장이 대내외적으로 총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박종구(삼구그룹 대표이사) 교우회장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 멤버 가운데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우회의 한 관계자는 “교우회장을 비롯,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이 총장이 무리하게 버티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한 빨리 파문이 수습되기를 기대했던 재단도 이 총장이 상의 없이 신임투표를 제안한 데 대해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현승종 이사장이 지난 12일 “학술적인 문제를 인기투표로 해결해야 했나.”라면서 불쾌감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이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이는 등 내분이 있었던 것도 사퇴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한 교수는 “며칠 전부터 일부 처장들이 용퇴를 직언했다. 외부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던 이 총장으로선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었다.”고 설명했다.●총장 지명제 도입 논란 일 듯 이 총장의 전격 사임으로 102년 역사의 고려대는 한동안 표류하게 됐다. 대내외적인 이미지 손상도 치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승종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더 이상 혼란과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김호영 교무부총장과 처장단 13명의 사표는 반려할 것”이라고 밝혀 최악의 행정공백은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선 김 부총장에게 직무대행을 맡긴 뒤 별도의 총장 서리를 임명, 새 총장 선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 이사장은 “현재의 간선제나 직선제 총장 선출제 모두 문제가 많다.”면서 “재단이 총장을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갈등도 예상된다. 고려대가 총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현재의 간선제로 변경했던 2002년 12월 당시 교수 사회의 강한 반발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재단의 개선방안은 교수들과 재단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아 보인다. 한편 이 총장의 사표를 공식 수리하고 새로운 총장 선출제도를 논의할 재단 이사회는 오는 23일 열린다.●교수사회 자성의 목소리 이중호(전북대 윤리교육과)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논문표절 진위를 떠나 학교 갈등의 시비거리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로나 개인으로나 사퇴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교수사회도 자성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전국교수노조 학문정책위원장은 “당초 학문적 차원이 아닌 권력게임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결국 논문의 진위 규명이 아닌 총장 자리를 둔 정치싸움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과학기술대 H교수는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총장도 깨달은 것 같다. 고려대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대 N교수는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놓고 파문의 본질인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임일영 이문영기자 argus@seoul.co.kr
  • 상처만 남긴 ‘56일’

    상처만 남긴 ‘56일’

    취임 직후부터 제자의 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던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15일 전격 사임했다. 지난해 12월21일 16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 56일, 표절 의혹이 불거진 지 51일 만이다.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 현승종 이사장은 이날 교내 인촌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장의 자진사퇴 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현 이사장은 “다음주 중 이사회를 개최해 그에 따른 조치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겠다.”면서 “고려대에 관계된 모든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그간의 물의에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승환 대외협력처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 총장이 현 사태가 원활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후 1시 재단에 사표를 제출했다. 교무부총장과 처장단 13명도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재단에서 사표가 수리된 뒤 담화문을 내고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임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당초 “신임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으면 총장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이 총장이 입장을 바꾼 것은 신임투표 투표율이 39.2%로 기대에 못 미쳐 교수들은 물론, 재단과 교우회로부터 쏟아지는 거센 압력을 견뎌내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장은 지난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으로 구축한 깨끗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교수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등에 업고 서울대 출신으로는 처음 고려대 총장에 올랐다. 하지만 표절 논란으로 교수사회의 신망을 잃었고 ‘신임투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총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필상 총장 압도적 신임 받았지만

    이필상 총장 압도적 신임 받았지만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14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신임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투표율이 극히 저조해 학내 구성원들의 확실한 지지를 입증하지 못해 이 총장의 거취는 총장 임면권의 ‘칼자루’를 쥔 재단 이사회로 넘어갔다. 이 총장 신임투표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창헌(정보통신대학장) 교수는 투표 대상 전임교원 1219명 중 478명(투표율 39.2%)이 투표에 참여해 88.7%인 424명이 신임에,54명이 불신임에 각각 투표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정경대와 언론학부, 문과대, 이과대 등에서 투표 거부를 하는 등 일부 교수들의 ‘보이콧’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동원 총무처장은 “투표율이 낮은 것은 방학 중인 데다 일부 단과대의 투표 거부 탓”이라면서 “대통령 선거도 투표율 규정은 없다. 투표율이 낮았지만 과반수가 불신임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장의 측근인 경영대 L 교수도 “200여명의 교수들이 외국에 나가 있거나 ‘연구년’ 중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절반 가까운 지지를 얻은 셈”이라면서 “총장께서 15일 향후 4년간 학교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는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표 거부 흐름을 이끌었던 박성수 교수의회 부의장 겸 진상조사위원장은 “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과에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의장단 차원에서 추가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단과대 별로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현승종 이사장은 투표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 이사장은 지난 12일 고려대 법대 교우회 정기총회에서는 “학술적인 문제를 투표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꼭 인기 투표식으로 신임 여부를 물어야 했나.”라면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학내외의 여론을 청취하고 재단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종합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순박한 네팔 아이들 꿈 키워주고 싶어요”

    “순박한 네팔 아이들 꿈 키워주고 싶어요”

    “쓸모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네팔에서 1년 동안 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때묻지 않은 사람들과 보낸 1년이 ‘비행 청소년(?)’의 삶을 바꿔놓았다. 지난달 31일 국제청소년연합(IYF) 해외봉사단 일원으로 네팔에서 1년 동안 머물다 귀국한 최상훈(25)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학 1학년 때까지 울산 모 폭력조직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경찰에 적발된 적은 없지만 “싸움이 벌어졌다는 전화만 오면 뛰어나갈 정도였어요.”라고 할 만큼 밤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2001년말 군입대를 하면서 가까스로 손을 씻었지만 여전히 인생의 나침반은 흔들렸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했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졸업 후 파트타임으로 소일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제청소년연합 해외봉사단의 팸플릿을 본 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막연한 호기심과 기대로 설명회장을 찾았던 그는 꽉 막힌 인생의 탈출구로 네팔행을 선택했다. 다른 두 명의 봉사단원과 함께 네팔의 소도시 틸슐리를 처음 찾았을 땐 어떻게 1년을 머물지 막막했다. 전기가 안 들어올 뿐더러 군불을 때 난방을 하는 등 60∼70년대 한국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나마스테(안녕하세요).”란 한마디밖에 할 줄 모르던 그였지만 순박한 네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시나브로 말이 늘었고, 웃음을 되찾았다. 폭력조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던 그가 비로소 안식을 발견한 셈. 틸슐리에서 지역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네팔 국가대표 태권도팀 훈련을 돕게 됐다. 대표팀을 맡고 있던 한국인 권혁중 감독의 통역을 겸해 품세나 겨루기 자세를 취하는 도우미로 나선 것. 네팔은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63㎏급에서 마니타 사이 선수가 동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이달 말 예정된 귀국발표회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봉사단으로 활동했던 사람들과 함께 1년간 느꼈던 그 나라의 문화를 알리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댄스 공연 등으로 풀어내는 형식이다. 그는 “(경찰행정학과를 나오긴 했지만)경찰이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난 공부랑 담을 쌓고 살았기 때문에 못 할 것 같다.”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네팔에 다시 한 번 가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그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고 소박한 희망을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국제추세 어긋나” “인권위 권고 문제”

    법무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법무부가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국보법 폐지는 인권국가로 태어나기 위해 필수적이다. 보수세력이 기득권을 상실할까봐 반대하는 것인데 정권 말기 참여정부가 흔들리는 것을 기회로 법무부에서 포기하려는 것 같다. 책임 방기이자 기회주의적인 행태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도 “추진 과정에 문제가 많고,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주요 의제가 모두 빠졌다. 유엔이 권고한 것과 달리 NAP 추진 과정에 인권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겸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인권위가 권고한 내용을 현실과 타협해서 통상적 법체계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초안을 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 자체가 문제가 있었고 법무부 초안이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조남현 자유시민연대 대변인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권위의 권고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일부에선 불만을 표시하지만, 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다수의 국민이 부정적이고,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법무부의 태도는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임일영 강아연기자 argus@seoul.co.kr
  • [여성&남성] 오늘 밸런타인데이 ‘청춘은 즐거워’

    많은 여성들이 밸런타인데이만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온다.‘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초호화 초콜릿 선물세트는 남자 친구에게 떠안기기 민망할뿐더러 가격도 부담스럽다. 직접 만든 수제품(DIY) 초콜릿이 대안으로 떠올랐을 정도다. 초콜릿이 마땅치 않은 것은 선물을 받는 남성들도 마찬가지다.‘초콜릿 광’이 아닌 다음에야 조금 먹다 버리기 일쑤고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바구니 처리도 골치 아프다. 특별한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꿈꾸는 남과 여의 속내를 살짝 들여다봤다. ●내 마음을 콕 헤아려 사줬으면 결혼 6년차에 접어든 직장인 안두현(33)씨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결혼 직전인 2001년 지금의 아내에게 초콜릿 선물을 받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빡빡한 형편에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 그동안 별다른 선물을 바라지도 않았다.”는 안씨는 “어린 애도 아니고 초콜릿 선물은 싫다. 나한테 정말 필요한 물건을 아내가 알아서 사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안씨가 바라는 선물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울트라모바일 개인용 컴퓨터(UMPC)나 일본 N사의 두뇌개발을 위한 휴대용 게임기다. 집에서 TV를 볼 때 관련 제품 광고가 나오면 “야∼ 저게 가격이 엄청 내렸대. 박 대리도 샀더라고…”라며 ‘오버’를 해보지만 아내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대학원생 강민성(23)씨도 초콜릿보다는 당장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선물을 선호하는 ‘실속파’다. 강씨는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받고 나면 시큰둥한 것처럼 초콜릿은 별로”라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주는 거니까 의미도 있어야 하지만 품 안에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고 손때가 탈 수 있는 물건이라면 더욱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무원 석정민(25)씨 역시 “여자 친구가 주는 선물이라면 아무거나 좋다.”면서도 “얼마 전 마음에 쏙 드는 클래식한 시계를 봐뒀는데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선물은 뭐니뭐니 해도 정성 값비싼 물건보다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면 무엇이라도 상관없다는 남성들도 여전히 많다. 공무원 김영민(25·가명)씨는 “특별한 날인데 돈으로 손쉽게 살 수 있는 선물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서 “몇 년 전 종이로 접은 장미꽃 다발을 받았는데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데다 그걸 만들려고 며칠 밤을 새웠을 여자 친구를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흐뭇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원 이원철(27)씨도 “지난해인가 여자 친구에게 종이로 만든 공작 인형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고 보아도 실증이 나지 않았다.”면서 올해도 특별한 선물을 기대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돈을 주고 산 물건이라도 조금만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면 효과는 두 배 이상이라는 게 남자들의 공통된 속마음이다. 펜이나 지포라이터 등에 특별한 사랑의 메시지를 새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학원생 이동훈(28)씨는 지난해 맥가이버 칼에 이니셜과 함께 ‘영원히 사랑해.’란 문구가 새겨진 선물을 받고 감동받았다.“경제적으로 부담은 안 되면서도 조금이라도 신경을 쓴 흔적이 있는 선물에 감동받게 되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밸런타인데이에는 그래도 초콜릿 밸런타인데이에는 무조건 초콜릿이 최고라는 원칙주의자 남성들도 있다. 특히 연애 경험이 별로 없거나 현재의 여자 친구와 사귄 기간이 짧을수록 초콜릿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회사원 김상욱(26)씨는 “밸런타인데이에는 무조건 초콜릿을 받고 싶다. 일년에 많은 것도 아니고 딱 한번인데 그 정도는 기분내 주는 차원에서 좋은 것 아닌가.”라면서 “‘나이 먹어서까지 장삿속에 휘둘리는 짓’ 혹은 ‘화이트데이 선물도 고민되는데 서로 안 주고 안 받자.’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건 너무 삭막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애 경험도 몇 번 없는 데다 무슨 기념일만 가까워지면 여자 친구와 헤어지는 징크스에 시달린다는 은행원 윤태영(31)씨는 “초콜릿 지겹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면서 “제대로 초콜릿 한번 받아본 적이 없어 올해만큼은 꼭 여자 친구가 사준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신세대 여성,‘다이(DIY·수공예) 초콜릿’이 대세 정작 선물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초콜릿이 1등 메뉴였다. 다만 실속없이 포장만 거창한 ‘공장 초콜릿’은 주고 싶지 않다는 게 알뜰한 신세대 여성들의 생각. 남자 친구와 사귄 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이수민(25·대학생)씨는 평소 안 하던 요리 장갑을 끼고 초코쿠키를 만드느라 지난주 말을 다 보냈다. 그는 “일단 정성이 많이 들어가니 감동할 것 같고, 요새 말이 많은 트랜스지방도 없으니 남친 뱃살 빼는 데도 일조할 것 같다.”면서 “요즘엔 그냥 포장돼 있는 초콜릿을 주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민망해진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와 사귄 지 4년째인 주영진(27·교사)씨도 “초콜릿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친구들 사이에 ‘DIY 초콜릿’이 인기가 많다.”면서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정성이 담긴 초콜릿만큼 애정을 표현하는 데 제격인 게 없는 것 같다.”고 확신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에 일가견이 있는 주씨는 “좀더 특별한 선물을 찾는다면 초콜릿 가루를 이용한 비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살짝 귀띔했다. ●실속파 vs 정성파 초콜릿 외의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는 여성들은 정성이 담긴 선물로 사랑을 확인시켜 주고 싶다는 쪽과 실용적인 선물로 승부를 걸겠다는 편으로 갈렸다. 대학시절 미팅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 올해로 9년째인 직장인 정미연(29)씨. 그가 준비하고 있는 선물은 손수 접은 종이 장미꽃 29송이다. 딱 8년 전 100송이를 접어서 줬던 때를 떠올리고 있다. “장미꽃을 100송이 접어서 들고 학교 앞 정문에서 기다렸어요. 이젠 그때처럼 밤새 100송이를 접고 있을 수는 없지만 작게나마 만들면 변하지 않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밸런타인데이가 별 것은 아니지만 1년 전,2년 전을 떠올리며 너무 소홀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섭섭하지 않겠냐.”면서 “나이가 들수록 선물 값만 비싸지고 정성은 점점 사라지는 게 가장 섭섭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장모(25·대학원생)씨의 생각은 정반대다.“상술에 놀아나느니 차라리 실용적으로 남자 친구가 나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고르는 게 낫죠. 평소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는데, 남자 친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스노클을 사줘서 같이 스노클링을 배우러 가는 게 선물이라면 선물이에요.” ●기억에 남기는 게 최고 톡톡 튀는 선물로 남자 친구가 절대 잊지 못하게 만든 여성도 있다. 대학생 안모(26)씨는 “남자 친구가 곧 외국으로 떠나기 때문에 잘 때 나를 생각하라고 미리 팬티를 선물했다.”면서 “해골이 그려져 있는 팬티를 선물했는데 남자 친구가 받고 나서 어이없어하면서도 재미있어 하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웃었다. 그는 “밸런타인데이를 꼭 상술이니 뭐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느냐.”면서 “어떤 선물을 주건 자기들끼리 즐기면서 행복할 수 있으면 좋은 것 같다.”며 밸런타인데이 선물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임일영 서재희기자 argus@seoul.co.kr
  • 고대총장 신임투표 반발 확산

    논문 표절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이필상 총장에 대한 고려대 전체 교수의 신임투표가 13일 시작됐다.하지만 일부 단과 대학에선 투표 자체를 ‘보이콧(거부)’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투표 결과가 신임으로 결정나더라도 총장의 거취는 유동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표를 하루 앞둔 12일 안암캠퍼스의 정경대와 언론학부, 문과대, 이과대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해 이 총장이 제안한 신임투표 철회와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13일에도 법대 일부와 서창캠퍼스 교수들 사이에 투표 거부 움직임이 불거졌다. 그러나 1270명의 전체교수 가운데 462명에 달하는 의대(332명)와 공대(130명) 교수들 사이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투표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교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표절의 족쇄에서 벗어나 총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이 총장의 정치적 승부수에 흠집을 내기에는 충분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참 나쁜 언니들’ 10대포주 급증

    ‘참 나쁜 언니들’ 10대포주 급증

    후배 여중생들을 협박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속칭 10대 ‘포주(성매매 알선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30명에 불과하던 10대 청소년에 의한 성매매 알선이 올들어 8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성매매 피해를 당한 10대들이 ‘포주’인 가해자로 바뀌는 예가 적지 않은데다 이들이 점차 조직화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악순환 가출한 여중생을 유인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화대를 빼앗아 오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A(17)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쫓아다니던 ‘언니’들의 협박에 못이겨 4년 전 성매매를 강요받았던 피해자였다. 그러나 A양은 청소년보호소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고, 어느새 다른 10대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이는 포주로 변했다. 올초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12살짜리 가출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시킨 뒤 돈을 가로챈 B(17)양 역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락한 예다. ●점차 조직화되는 10대 성매매 또래 남자친구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적발된 뒤 서울의 한 쉼터에 머물고 있는 C(18)양은 “구타를 밥먹듯 하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했지만 미용실 보조로 일해 번 돈은 한 달에 40만∼50만원에 불과해 성매매를 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죄의식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시절 ‘일진회’ 멤버였던 D(18)양은 가출을 한 뒤 돈이 궁해지자 성매매 알선 조직을 만들었다.D양은 성매매에 나설 청소년을 조직 내에서 혹은 가출 청소년들 가운데 고른 뒤 매수자를 접촉하고 돈을 가로채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해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지난 1일에는 중학교 후배에게 70여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뒤 2000만원을 가로챈 E(17)양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성매매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 관계자는 “흔히들 말하는 ‘일진회’ 우두머리가 자신이 거느린 그룹에 있는 얘들 가운데 한 명을 성매매로 내모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 여성청소년계 담당자는 “가출 청소년들이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쉽게 성매매에 빠져든다.”면서 “아이들에게 성매매가 아니라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다그칠 것이 아니라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발달의 어두운 측면이 음성적인 성매매의 토양을 제공했고, 영화 등에서 성매매를 너무 안이하게 다루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무감각증이 청소년에까지 확산된 결과”라면서 “입시교육만 할 것이 아니라 범죄에 의해 유린당하는 인권 문제를 초등생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필상총장 “교수들 불신임땐 사퇴”

    이필상총장 “교수들 불신임땐 사퇴”

    논문 표절 의혹으로 진퇴의 기로에 선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신임투표’라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이 총장의 거취는 오는 13∼14일 1300여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전자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이 총장의 표절과 거취를 결정하겠다던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총장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이 총장이 낙마해 직무대행 체제로 갈 경우 고려대가 1년 가까이 표류하게 돼 부담이 컸던 것 같다. 투표 결과를 지켜 보고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가 공정하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학내 불안만 키웠다.”면서 “교수 전체를 상대로 투표를 해 과반수 이상이 불신임하면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총장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내 구성원 총의로 선출된 만큼 진퇴도 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재단과의 조율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논문을 결코 표절하지 않았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신임 여부를 묻는 전체투표는 학칙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윤리기준을 어겼는지, 총장으로서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론조사 성격이라고 이 총장 측은 밝혔다. 이 총장이 신임 투표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학교 안팎에 떠도는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의 승부수에 대해 교수들은 대체로 수긍했지만, 일부는 반발했다. 교수의회 의원인 K교수는 “표절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재단이 유임 결정을 내리더라도 ‘서둘러 봉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면서 “전체 교수들에게 신임을 받는다면 이 총장과 고대의 상처가 그나마 치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단과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 또다른 K교수는 “재단하고 얘기가 됐다면 이사회가 유임을 결정하고 총장이 ‘그래도 신임을 묻겠다.’라고 나서는 게 그림이 맞지 않겠나.”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총장의 제안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문과대의 H교수는 “신임 투표는 고려대를 두 번 죽이는 셈이며 전자투표 방식은 사실상의 실명제 아니냐.”고 반발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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