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어디로 숨었나…잠적 3인 신병확보 어려움
술집 종업원 보복 폭행 의혹과 관련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이 검찰과의 조율 단계에서 두 차례나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6일 한화그룹 협력업체인 D토건과 김모 사장 집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한편, 잠적한 핵심 관련자 3명의 신병 확보 등 보강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영장신청 검·경 조율단계에서 두 차례 늦춰져
6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부장 서범정)에 영장 신청을 구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담당 검사가 “이 상태로는 물건이 안 된다(증거가 부족하다).
왜 수사 지휘를 따르지 않느냐.”며 보강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에서 검토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돼 있다.
구속영장 신청이 검찰에 의해 늦춰진 시점은 2일 정상명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를 철저히 하라.’고 한 데 이어 3일 서범정 부장검사가 장희곤 남대문서장에게 구두 지휘를 한 직후여서 주목된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떠안을 부담을 덜기 위해 검찰이 적극적인 지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도 증거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경찰은 폭행 당일 현장에 있었던 협력업체 D토건의 김모 사장, 김 사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한화그룹 김모 부속실장, 김 회장 차남의 초등학교 동창 이모씨 등 3명에 대한 신병 확보에 가동 인원을 쏟아붓고 있다.
휴대전화 발신 내역 추적을 통해 사건 당일 ‘청담동∼청계산∼북창동’의 동선으로 움직인 사실이 확인된 김 사장은 3일 이후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6일 오후 광진구 광장동의 D토건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김 사장 집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10년 이상 김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김 실장도 언론에 신원이 노출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김 실장은 지난 3월8일 밤 D토건 김 사장을 불러낸 휴대전화의 주인이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는 김 회장도 종종 김 실장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김 사장을 직접 불러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부터 김 회장 차남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씨 역시 2주째 은신 중이다. 경찰은 5명의 전담반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행적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5일에 이어 6일에도 피해자들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계속했다.S클럽 종업원들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이들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장신청 시점은
경찰은 보강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 늑장 수사와 어설픈 압수수색, 때늦은 증거 확보 등으로 안팎의 비난을 받은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다면 경찰 수사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의 핵심 관계자는 “7일도 (영장 신청은) 힘들다.
하루, 이틀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영장을 기각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정밀하게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가뜩이나 비난이 거센데 영장 발부가 안 되면 우리는 ‘공공의 적’이 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구속영장 신청이 계속 늦춰지면 검찰이 송치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보강수사 지휘에 중점을 두지만 그래도 진척이 없을 때는 극약처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대문서, 내부 통신망에 해명
최근 경찰 수사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남대문서 언론담당 이지은(29·경찰대 17기) 경위는 “조직 내부에서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다.”며 ‘남대문서, 우리가 바라본 진실’이라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이 경위는 “사건 발생 전에도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고문으로 있는 한화와는 ‘냉랭’할 정도로 깨끗한 관계”라며 봐주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찰은 강자에게 약하고, 수사능력이 부족하고, 검찰로부터 공개적으로 훈수나 들어야 하는 나약한 집단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화 경호팀장, 경찰관계자 고소
한편 한화 경호팀장 진모씨는 이날 이번 사건을 처음 수사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오모 경위를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누설,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