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 2008] “꿈을 현실로”… 세계 수영역사 ‘神바람’
모두가 설마했다.‘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가 대선배 마크 스피츠(58·미국)의 뮌헨올림픽 7관왕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선뜻 수긍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혹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도 했다.9일 동안 17번의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감안하면, 자칫 체력소모 탓에 쉽게 딸 금메달도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 하지만 펠프스는 자신만만했고,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펠프스가 17일 베이징 내셔널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혼계영 400m에서 세 번째(접영) 영자로 출전, 미국의 금메달을 이끌어 낸 것. 애런 페어솔(배영)과 브랜든 핸슨(평영), 펠프스, 제이슨 레작(자유형)이 차례로 나선 미국은 3분29초34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기존 세계기록(3분30초68)을 1초34 앞당겼다. 호주가 3분30초04로 은메달을 차지했고,‘평영황제’ 기타지마 고스케를 앞세운 일본이 3분31초18로 3위.
펠프스는 지난 10일 개인혼영 400m에서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계영 400m(11일), 자유형 200m(12일), 접영 200m, 계영 800m(13일), 개인혼영 200m(15일), 접영 100m(16일) 등 7관왕을 이룬 데 이어 이날 ‘8관왕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스피츠의 7관왕을 넘어서 단일 대회 최다관왕으로 우뚝 섰고, 올림픽 통산 금메달 숫자도 14개까지 늘렸다. 개인 통산 메달은 금메달 14개, 동메달 2개.
특히 그의 메달 순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8관왕의 위업은 더욱 빛난다.16일 접영 100m(올림픽기록)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종목 결승에선 모두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것. 계영 400m와 접영 100m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접전조차 없을 만큼 그의 기량은 독보적이었다.
이날 혼계영 400m에서도 ‘펠프스 효과’는 놀라웠다. 배영에서 첫 주자 페어솔이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평영에서 핸슨이 올림픽 2관왕·2연패를 이룬 기타지마에게 선두를 내주며 3위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수영황제’가 접영 주자로 나서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선두에 0.49초 뒤져 있던 미국은 펠프스의 거침없는 스트로크로 선두를 되찾았다.
펠프스와 함께 수영계를 양분했던 그랜트 해켓(28·호주)은 “현재 수영계는 어느때보다 경쟁적이다. 여기에서 다관왕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약간 운도 있었지만 펠프스는 믿기 힘든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펠프스의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셋.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은퇴한 이언 소프(26·호주)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4년 뒤 런던올림픽 역시 그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펠프스와 함께 당분간 세계 수영 역사가 새롭게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