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선수권] 금빛 임수정 “런던까지 가겠다”
│코펜하겐 임일영특파원│서울체고 1학년(16세) 때인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플라이급에서 소녀는 덜컥 금메달을 땄다. 소녀에서 여인이 될 무렵 그녀는 또 큰 일을 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57㎏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상을 놀래킨 것. 여자 태권도의 간판 임수정(23·수원시청)이 주인공이다.
임수정은 19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벨라호프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라이트급(62㎏) 결승에서 중국의 장훠에게 0-4로 뒤지다가 ‘발차기의 미학’을 뽐내며 10-8, 역전승을 거뒀다.
임수정은 “어제 3시간밖에 못 잤지만 올림픽 이후 자신감이 있었다. 체격조건은 월등하고 스타일은 비슷한 중국이 앞으로도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 같다. 런던까지 달려가겠다.”며 활짝 웃었다.
남자 라이트급(71㎏)에서도 깜짝 금메달이 터졌다. 김준태(성남시청)가 준결승에서 ‘로페즈 가문’의 셋째 아들 마크(미국)에게 7-5, 역전승을 거두더니 결승에서 포트빈 맥심(캐나다)을 5-2로 누르고 금메달을 거머쥔 것. 남자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1973년 1회 대회 이후 19연패.
임수정의 금메달과 헤비급(73㎏ 이상) 조설(우석대)의 동메달로 여자팀도 금 2, 은 1, 동 2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금 2, 은 2, 동 1을 휩쓴 중국 바람에 밀려 1987년 이후 11연패 행진이 멈춰섰고 처음으로 종합 2위에 머물렀다.
경기감독위원을 맡은 정국현 한국체대 교수는 “체격과 체력은 외국 선수들이 좋았다. 경험과 운영능력에서 우리가 우위를 보였지만 이젠 나을 게 없다. 경기 외적인 매너에 신경쓸 때다. 역차별로 인한 손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회는 처음 도입된 세 가지 제도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관심을 끌었다. 고질적인 판정 시비를 없애기 위한 전자호구와 비디오리플레이 제도는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다. 다만 이인규와 레자 나데리안(이란)의 남자 밴텀급(-63㎏) 결승전 등 몇몇 경기에서 비디오리플레이는 문제를 노출했다. 1회전부터 준결승까지 1대의 카메라로, 결승은 2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심판부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사각지대’가 생긴 것.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카메라의 대수를 늘려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얼굴 공격에 3점을 주는 차등점수제는 태권도를 볼 만한, 짜릿한 역전승이 있는 스포츠로 만들었다. 하지만 ‘스치기만’ 해도 3점을 주는 등 보완의 여지를 남겼다. 정 교수는 “얼굴 공격 비중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몸통공격에 대한 전자호구의 반응이 아직 정교하지 못하다. 또 얼굴 공격도 점수를 차별화해야 한다. 스칠 때와 정타일 때는 다른 점수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