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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잠자기 글렀다… 주말 빅매치 놓칠수 없지

    아~ 잠자기 글렀다… 주말 빅매치 놓칠수 없지

    ■어게인 1990 vs 1966 독일·잉글랜드 ‘또 하나의 결승전’ 20세기 초 두 차례나 세계대전의 중심에 선 잉글랜드와 독일. 축구전쟁에서도 양보가 없었다. 역대 A매치 전적 12승5무10패. 잉글랜드가 조금 앞선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4차례 만났다. 그 중 3차례가 연장혈투. 1승2무1패로 팽팽했다. 물론 월드컵 성적표는 3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독일이 1차례 우승에 그친 잉글랜드를 압도한다. 27일 오후 11시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경기장. 8강이나 4강쯤에서 만나야 할 두 팀이 조금 일찍 만난다. 두 나라 국민은 가슴을 졸이겠지만 제3자로선 흥미 만점의 빅매치가 16강에서 성사됐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어쩔 도리가 없다. 두 나라를 1그룹에 배치해 16강 대결을 피하도록 ‘설계(?)’했지만 잉글랜드가 슬로베니아, 알제리와 비긴 탓이다.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전력만 놓고 보면 독일이 좀 낫다. 3경기에서 5득점 1실점. 세르비아전(0-1 패)을 빼면 탄탄한 공수 밸런스를 뽐냈다. 특히 호주와의 1차전(4-0 승)은 진화한 독일축구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경고누적으로 가나전을 뛰지 못한 월드컵 통산 득점 2위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가 출격 채비를 마친 것도 든든하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기사회생한 잉글랜드가 8강에 합류하려면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활이 급선무다. 2006년 독일대회부터 7경기 연속 무득점. 조별리그 2득점으로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는 잉글랜드로선 루니-저메인 디포(토트넘) 투톱의 화력이 살아나지 않는 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잉글랜드 팬은 1966년 6월30일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의 기억을 떠올릴 터. 대회 결승에서 서독과 만난 잉글랜드는 연장에만 두 골을 몰아친 조프 허스트의 활약으로 4-2로 승리, 첫 월드컵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잉글랜드 올드팬에게는 아름다운 기억이다. 반면 독일 팬은 두 나라가 마지막으로 본선에서 만났던 1990년 이탈리아대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 당시 잉글랜드에는 폴 개스코인과 게리 리네커, 서독에는 로타르 마테우스, 위르겐 클린스만 등 슈퍼스타들이 뛰었다. 4강전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4-3으로 서독이 웃었다. 서독은 내친김에 아르헨티나를 꺾고 통산 3회 우승의 대업을 이뤘다. 월드컵 역사에 오롯이 남은 1966년과 1990년의 두 명장면 중 어느 나라가 데자뷔를 만들어낼지 세계 축구팬의 심장은 벌써 뛰고 있다. 임일영기자 agus@seoul.co.kr ■아르헨 “영광 재현” vs 멕시코 “복수 혈전” ●28일 오전 3시30분 이런! 공교롭다. 또 만났다.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전에서도 만났던 두 팀이다. 1930년 첫 대회에서 승부를 겨룬 뒤 다시 만나기까지 76년이 걸렸는데, 두 번째에서 세 번째 만남까지는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8일 격돌하는 아르헨티나(FIFA 랭킹 7위)와 멕시코(17위)의 이야기다. 4년 전 8강 티켓은 아르헨티나가 챙겼다. 당시 라파엘 마르케스(FC바르셀로나)가 전반 초반 선제골을 터뜨리며 멕시코가 기세를 올렸으나, 곧 아르헨티나의 에르난 크레스포(파르마)가 균형을 맞췄다. 피 말리던 경기는 연장전에 가서야 막시 로드리게스(리버풀)의 결승골에 힘입은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났다. 역대 전적이 11승10무4패로 아르헨티나가 앞서지만 일방적인 경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두 팀 모두 2006년의 ‘그 팀’은 아니다. 독일 대회 엔트리 23명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6명, 멕시코는 8명만 남아공 땅을 밟았다. 아르헨티나가 크게 변했다. 전방에서는 4년 전 백업 멤버였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시티)가 주전이 된다. 수비 라인에는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가 남아 있지만 대부분 물갈이됐다. 특히 후안 리켈메(보카 유니오르스)를 대신해 ‘올드 보이’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이 플레이메이커로 나서기 때문에 경기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다. 멕시코는 아르헨티나에 견줘 공격진의 화려함이 떨어진다. 히오바니 도스 산토스(갈라타사라이), 카를로스 벨라(아스널)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전방을 책임진다. 노련미를 보태기 위해서 백전 노장 콰우테모크 블랑코(베라 크루스)가 8년 만에 월드컵에 등장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적끈적한 수비 라인이 2006년 멤버 그대로 건재한 게 장점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미국 “뒷심 폭발” vs 가나 “철벽 수비” ●27일 오전 3시30분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북중미의 강자’ 미국(FIFA랭킹 14위)과 ‘아프리카의 희망’ 가나(FIFA 32위)가 8강 티켓을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매치업만 보면 밍밍하다. 딱히 국내 팬에게 인기 있는 스타 선수도 없다. 그럼에도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딱 한 가지. 한국이 우루과이를 16강에서 잡는다면 미국-가나전의 승자와 8강에서 다투게 되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A매치에서 한 번 만났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가나가 2-1로 이겼다. 2승1패가 된 가나는 조 2위로 16강에 올랐지만 미국은 1무2패,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4년 전 맞대결에서 득점을 올렸던 스티븐 아피아(가나·볼로냐), 클린트 뎀프시(미국·풀럼)를 포함해 가나는 9명, 미국은 8명이 이번 대회 엔트리에 포함돼 흥미를 더한다.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전력이나 분위기를 보면 미국이 좀 낫다. 미국은 슬로베니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뒤지다가 후반에만 2골을 몰아쳤다. 알제리와 경기에서도 후반 인저리 타임에 결승골을 만들었다. 2차전 추격골과 3차전 결승골의 주인공 랜던 도노번(LA 갤럭시)의 결정력이 무섭다. 조별리그 4득점 가운데 3골이 후반, 또 그중 두 골은 후반 35분 이후에 나올 만큼 뒷심도 돋보인다. 가나는 간판 마이클 에시엔(첼시)의 공백이 커 보인다. 1승1무1패로 힘겹게 16강에 올랐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가 세르비아를 잡아준 덕에 16강에 턱걸이한 것. 아사모아 기안(렌)이 넣은 페널티킥 2골이 전부다. 필드골은 없다. 외려 수비는 쓸 만하다. 3경기를 2실점으로 버텨냈다. 존 멘사(선덜랜드), 존 판칠(풀럼) 등 유럽파가 버틴 두꺼운 수비벽에 독일도 1골에 그쳤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魔의 15분을 조심하라

    魔의 15분을 조심하라

    후반 30분을 넘어서면 선수들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집중력도 무뎌지는 시간이다. 감독들이 3장의 교체카드를 이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소모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역으로 골을 터뜨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대다. 다듬어진 강팀일수록 막판 승부에 강한 까닭이다. 26일 오후 11시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우리나라와 일전을 앞둔 우루과이(국제축구연맹 랭킹 16위)도 마찬가지. 우루과이는 개인기만을 앞세우는 여느 남미 팀들과는 다르다. ‘남미의 아르센 웽거(아스널 감독)’로 불리는 오스카르 타바레스(63) 감독의 조련 아래 탄탄한 조직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우루과이는 남미예선(플레이오프 2경기 포함) 20경기와 본선 조별리그 3경기 등 총 23경기에서 34골을 터뜨렸다. 이 가운데 후반 30~45분(인저리타임 포함) 사이에 9골을 몰아쳤다. 전체 득점 가운데 26.5%가 마지막 15분에 집중된 것. 그만큼 뒷심과 집중력이 좋다. 특히 본선에서는 4골 가운데 2골이 마지막 15분에 터졌다. 홈팀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후반 35분 페널티킥을 넣었고, 인저리타임에는 알베로 페레이라(포르투)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는 후반 마지막 15분에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본선 조별리그에서 내준 6골 가운데 2골을 마지막 15분에 허용했다. 20일 아르헨티나전에서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에게 내준 3골 중 2골이 후반 31분과 35분에 들어갔다. 당시 한국 선수들이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수비라인의 밸런스가 허물어진 상태였다고는 해도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루과이 수비의 취약시간대는 언제일까. 본선 3경기에서 무실점을 뽐낸 우루과이는 남미예선에서 21골을 내줬다. 이 가운데 킥오프 이후 전반 15분까지 6골(28.6%)을 내줬다. 우루과이의 수비진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 이전인 경기 초반에 거세게 몰아붙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박주영 자책골 맘고생 날린 프리킥

    박주영 자책골 맘고생 날린 프리킥

    2004년 10월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 결승 한국-중국전.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등번호 ‘10번’이 전반 37분 문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며 수비수 4명을 차례로 제치고 골을 터뜨렸다. 이제껏 한국 선수가 보여 주지 못했던 아름다운 몸놀림에 팬들은 물론 동료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국은 우승컵을 차지했고, ‘10번’은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었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최우수 신인상도 받았다. 한국 공격수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한 박주영(25·AS모나코)이 주인공이다. 5년여가 흘렀다. 23일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한국-나이지리아전. 박주영은 1-1로 맞선 후반 4분 대니 시투(볼턴)의 파울로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 냈고 직접 키커로 나섰다. 한 번 숨을 고른 그는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다. 예리하게 휘어진 공은 오른쪽 네트를 출렁였다. 그동안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월드컵 불운을 말끔히 털어버리는 순간. ‘축구천재’ 박주영의 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5년 K-리그 FC서울에서 데뷔한 박주영은 18골을 몰아치면서 득점 2위에 올랐다. 그를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몰렸다. 한 박자 빠른 슈팅과 폭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패스 능력, 유연한 드리블은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한 골 결정력까지. 스트라이커의 모든 덕목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은 ‘박주영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2005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박주영은 또 한 번 진가를 드러냈다. 왼쪽 팔꿈치 탈골 부상을 안고 출전한 나이지리아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3분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실축했다. 하지만 후반 44분 프리킥 동점골을 터뜨렸다. 인저리 타임에는 강력한 슈팅으로 백지훈의 역전골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2006독일월드컵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러나 막상 본선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외려 스위스와의 3차전에서 선제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허용했다. K-리그에서도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는 등 시련이 찾아왔다. 의욕을 잃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천재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2008~09시즌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1의 AS모나코에 입단했다. 첫 시즌 31경기에서 5골 6도움, 2009~10시즌 26경기에서 8골 3도움. 완전히 다른 레벨의 선수로 올라섰다.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의 투톱 한 자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 내고도 정작 마무리를 못 지었다. 2차전에서는 세트피스에서 수비에 가담했다가 공이 그의 무릎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들어 갔다. 웬만한 선수라면 주저앉을 상황. 하지만 박주영은 눈물을 닦고 일어서 첫 원정 16강의 일등공신이 됐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축구의 메시아’라고 부르듯 이젠 박주영을 한국 축구의 메시아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축구 종가’ 잉글랜드 16강 기사회생

    ‘축구 종가’ 잉글랜드 16강 기사회생

    벼랑끝에 몰렸던 ‘축구종가’ 잉글랜드(FIFA랭킹 8위)가 기사회생했다. 잉글랜드는 23일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C조 최종전에서 슬로베니아(FIFA 25위)를 1-0으로 꺾었다. 1승2무가 된 잉글랜드는 C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잉글랜드는 4회연속 16강에 진출해 자존심을 회복했다. 몰락 직전의 종가를 구한 ‘효자’는 저메인 디포(토트넘)였다. 디포는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8골(6위)을 몰아치면서 토트넘을 4위로 끌어올린 골사냥꾼.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은 1·2차전 모두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투톱 파트너로 에밀 헤스키(아스톤 빌라)를 중용했다. 하지만 얕잡아 보던 미국과 알제리를 상대로 ‘승점 2’를 챙기는데 그쳤다. 44년만에 우승컵 탈환을 목표로 내걸었던 카펠로 감독으로선 당황스러운 상황. 설상가상 불화설까지 불거졌다. 1·2차전 졸전 이후 존 테리(첼시)가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갈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잉글랜드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 ‘자중지란’을 가라앉히는데 필요한 것은 골이었고, 카펠로 감독의 승부수는 초반부터 빛을 발휘했다. 전반 23분 오른쪽을 파고든 제임스 밀너(애스턴 빌라)가 크로스를 띄웠다. 페널티박스에 슬로베니아 수비 세 명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쇄도한 디포가 몸을 날려 오른쪽 정강이를 갖다 댔다. 골키퍼가 손 쓸 틈 없이 공은 빨려들어갔다. 미국(FIFA 14위)은 같은 시간 프리토리아의 로프투스 페르스펠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C조 알제리(FIFA 30위)와의 최종전에서 후반전 인저리타임에 터진 랜던 도노번(LA 갤럭시)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미국은 1승2무로 잉글랜드와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2골 앞서 조 1위가 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잘나가는 아르헨출신 감독들

    잘나가는 아르헨출신 감독들

    한동안 국내파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기적을 일으킨 뒤로는 ‘도그마’ 수준까지 이르렀었다. ‘축구전쟁’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 감독을 축구 선진국에서 ‘모셔 오는 일’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 못 시킨다면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구종가’라는 잉글랜드는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내리 3개 대회 연속 스웨덴(스벤 예란 에릭손)과 이탈리아(파비오 카펠로) 출신에게 지휘봉을 넘겨줬다. 남아공월드컵에는 아르헨티나와 독일이 나란히 3명씩 ‘국대’ 감독을 배출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딴판이다. 22일 현재 아르헨티나 출신들의 성적표는 ‘A+’.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과 마르셀로 비엘사 칠레 감독이 나란히 2승을 챙겼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파라과이 감독도 1승1무로 16강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세 명의 성적을 합치면 5승1무. 이번 대회에서 남미 팀들이 초강세를 보이는 데는 아르헨티나 지도자들이 단단히 한몫을 한 셈이다. 아르헨티나야 워낙 선수들의 역량이 빼어나다고 하지만 칠레와 파라과이의 상승세는 조금 의외다. 치밀한 전략과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재주를 인정받은 비엘사 감독과 마르티노 감독의 공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 비엘사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지만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광주 출신 선동열 감독이 고향 팬의 성원이 부담스러워 프로야구 KIA 감독을 맡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마르티노 감독은 A매치에 딱 두 번 출전한 무명 선수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2부리그 감독에서 시작해 2007년 남미 ‘올해의 감독’으로 뽑힌 입지전적 인물이다. 반면 ‘전차군단’ 독일 출신들은 신통치 못하다. 요하힘 뢰프 독일 감독과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 오토마어 히츠펠트 스위스 감독 모두 1승1패씩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독일은 16강을 걱정할 처지다. 출전국 가운데 가장 재미 없는 축구를 하는 스위스도 1차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켰지만, 2차전에서 칠레에 0-1로 당했다. 역대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인 559분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16강 티켓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유능한 참모 장수로선 영~ 베어벡·뢰브 감독 조별리그 부진

    유능한 참모 장수로선 영~ 베어벡·뢰브 감독 조별리그 부진

    유능한 참모가 꼭 빼어난 장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판도 마찬가지. 남아공월드컵에도 세대를 풍미한 ‘명장’의 수석코치 출신들이 월드컵 본선에 데뷔했지만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오른팔로 익숙한 핌 베어벡(54) 호주 감독이 대표적이다. ‘짧고 가늘게’ 현역 선수생활을 끝낸 베어벡 감독은 2000년 12월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일구는 데 한몫을 했다. 감독은 딕 아드보카트로 바뀌었지만 베어벡은 수석코치로 남아 2006년 독일대회를 치렀다. 2008년 히딩크에게 호주 대표팀 감독을 물려받은 베어벡은 아시아예선을 가볍게 통과해 ‘사커루’ 호주를 2회 연속 본선무대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에 0-4 대패를 당하면서 호주 언론과 팬에게 뭇매를 맞았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완벽한 재앙”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탄탄한 수비와 측면을 활용한 역습’ 전술을 히딩크로부터 물려받았지만, 세대교체 실패와 잘못된 용병술로 1차전을 그르쳤다는 것. 하지만 베어벡은 2차전에서 1명이 퇴장당한 가운데 가나와 1-1로 비겨 ‘급한 불’을 껐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해 조국 독일을 4강에 올려놓았던 요하킴 뢰브(50) 감독도 비슷한 처지다. ‘꽃중년’의 외모에 ‘패셔니스타’로 불릴 만큼 세련된 패션 감각으로도 인기가 많은 뢰브 감독은 독일월드컵 직후 지휘봉을 물려받아 2008년 유로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일궈내며 일찌감치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유럽예선 4조 1위로 본선에 오른 데 이어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호주를 4-0으로 격파하면서 한껏 고무됐다. “전차군단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았다.”는 평가와 함께 단박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18일 세르비아와의 2차전에서 0-1로 패하면서 16강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뢰브 감독은 “무척 실망스러운 결과인 것은 틀림없지만 극복하고 16강에 올라갈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공교롭게도 D조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명 수석코치 출신 두 감독의 운명이 어떻게 갈릴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경기 망치는 오심에 옐로카드를

    경기 망치는 오심에 옐로카드를

    축구팬들은 4년에 한 번, 6월을 벼른다. 지구촌 축구전쟁 월드컵을 기다리면서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에서 수준 이하의 판정이 잇따르면서 대회의 품격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21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코트디부아르전. 조별리그 최대 빅매치로 꼽힌 이 경기는 프랑스 출신 주심 스테판 라노이(41)의 휘슬에 망가졌다. 라노이 심판은 2006년 유로파리그부터 주심으로 활동했고 월드컵은 처음이다. 후반 6분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가 골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팔로 공을 건드렸지만 라노이 주심은 ‘눈 뜬 장님’이었다. 파비아누는 수비수와 공중볼을 경합하면서 왼팔을 활용(?)한데 이어 수비수를 따돌리면서 또 한번 오른팔로 공을 따냈다. 당당하게 골 세리머니를 끝낸 파비아누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등 월드컵 주심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할리우드 액션에 카카도 희생양 실수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종료 1분 전 코트디부아르의 카데르 케이타(갈라타사라이)가 브라질 카카(레알 마드리드)와 몸을 부딪히고 나서 경기장에 나뒹굴었다. 라노이 주심은 카카에게 두번째 옐로카드를 줬다. 앞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카카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하지만 라노이 주심이 케이타의 ‘할리우드 액션’에 속아 넘어가 벌어진 일이었다. 양팀 감독은 경기 후 작심한 듯 심판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패장 스벤 예란 에릭손 코트디부아르 감독은 “파비아누 같은 선수를 그냥 막는 것도 힘든데 손까지 쓰는 걸 봐준다면 말할 것도 없다. (축구가 아니라) 핸드볼이었다. 두 번씩이나 그랬는데….”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둥가 브라질 감독도 카카의 어이없는 퇴장에 할 말을 잃은 듯 “저런 할리우드 액션을 하고도 파울을 받지 않는다면 나 같은 사람이 수비하기에는 참 좋았을 것”이라며 주심을 비웃었다. 오심은 이뿐이 아니다. 18일 독일-세르비아전에서 알베르토 운디아노(37·스페인) 주심은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가 세르비아 공격수와 살짝 몸만 부딪힌 장면에 과감하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클로제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운디아노 주심 역시 본선은 처음이다. ●명백한 결승골도 파울로 무효처리 코먼 쿨리벌리(40·말리) 주심은 18일 미국-슬로베니아전에서 2-2로 맞선 후반 41분 미국의 모리스 에두(레인저스)가 넣은 명백한 결승골을 별다른 설명 없이 파울이라고 선언, 무효로 처리했다. 0-2로 뒤지다가 세 골을 몰아쳐 이번 대회 최대 명승부를 연출할 뻔 했던 미국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 쿨리벌리 주심 역시 2002·06년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에만 나섰을 뿐 본선은 처음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MB정부 파워엘리트] 기획재정부 (하)

    [MB정부 파워엘리트] 기획재정부 (하)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프라이드는 남다르다. 1986년까지 재경직은 20명(행정고시 100명)밖에 뽑지 않았다. 행시 합격자 가운데 최고 수재들이 모여들었다는 데 토를 달기 힘들다. 본부 국장(2급) 가운데 막내에 해당하는 28회가 1985년 입사했다. 자부심을 짐작할 만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만 8명이나 본부 국장(급)은 총 28명(조세기획관·성장기반정책관은 공석). 육사를 나온 김종운 비상계획관을 뺀 25명 중 재무부 출신이 12명, 경제기획원(EPB) 출신이 13명으로 팽팽하다. 고위공무원단(고공단)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서울대 출신이 16명(61.5%), 특히 서울대 경제학과만 30.8%(8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출신지역은 서울 10명, 충청 6명, PK(부산·경남) 5명, 전북 4명 등이다. 1급에서 두드러졌던 TK(대구·경북) 출신은 1명도 없다. 주력은 행시 27회로 내려갔다.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을 비롯해 홍동호 재정정책국장, 김규옥 예산심의관 등 8명으로 가장 많다. ●‘승부사’ 윤종원 국장 윤 국장은 취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EPB 몫으로 여겨졌던 핵심보직인 경제정책국장을 재무부 출신 27회가 꿰찼기 때문. 일이든 스포츠든 지고는 못 산다. 리더십도 강해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 주형환 대외경제국장은 경제·금융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한 덕수상고 출신이다. 과장 때부터 ‘스파르타식(?)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일부 직원들은 힘겨워하지만 능력에 대해 토를 다는 이는 없다. 환율이 급변동할 때 시장은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의 말에 숨을 죽인다. 외환당국의 공식 개입이 그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언제나 차 안에 운동용품을 가득 싣고 다니는 스포츠 마니아다. 유재훈 국고국장은 옛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위원회로 간 지 10년만인 지난해 다시 돌아왔다. 민간 학술단체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을 맡은 중국통. 관료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ENA)에서 수학한 점도 이채롭다. ●‘예산실 카리스마’ 김용환 국장 김용환 예산총괄심의관은 주형환 국장과 더불어 후배들을 무섭게(?) 다루기로 유명하다. 아이디어가 넘치고 업무에 충실하다 보니 후배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인기는 없을지 몰라도 ‘회사’를 위해 없어서 안 될 존재인 셈. 김규옥 사회예산심의관은 현 정부 1기 경제팀 대변인을 역임했다. 소신발언을 불사하는 강만수 전 장관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세계은행(IBRD) 등에서 재정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석준 경제예산심의관은 재무부 출신으로는 드물게 예산실에 안착한 사례다. 금융을 아는 터라 전통적인 시각을 벗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잘 내놓는다. 김낙회 조세정책관은 자상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신망이 두텁다. 세제실의 대표적인 조세협상 전문가다. 조세심판원 행정실장을 거쳐 지난달 복귀한 김형돈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조세정책과 납세자 구제 등 조세 전반에 대한 경험이 강점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북한 강호 포르투갈에 0 - 7 참패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16강 도전이 마침표를 찍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5위인 북한은 21일 케이프타운의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포르투갈(3위)에 0-7, 참패를 당했다. 2패째를 떠안은 북한은 25일 코트디부아르(27위)와의 경기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디펜딩 챔프’ 이탈리아 16강 탈락 위기

    ‘디펜딩 챔프’ 이탈리아 16강 탈락 위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28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다시 밟은 FIFA랭킹 78위 뉴질랜드와 20일 넬스프뢰이트의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로써 2무(승점 2)가 된 이탈리아와 뉴질랜드는 각각 슬로바키아, 파라과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경기는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뉴질랜드는 경기 시작과 함께 각각 188㎝, 185㎝, 183㎝의 장신 공격수 로리 팰런(플리머스), 셰인 스멜츠(골드코스트), 크리스 킬런(미들즈브러)을 앞세워 압도적인 높이와 스피드로 이탈리아의 ‘낡은 빗장수비’를 흔들었다. 뉴질랜드는 전반 7분 이탈리아 진영 전방 40m 부근에서 얻어낸 세트피스 상황에서 사이먼 엘리엇이 전방 깊숙히 찔러 넣은 크로스를 최종 수비수 뒷선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간 스멜츠가 오른발로 골을 성공시켰다. 선제골을 내 준 이탈리아는 공세적으로 나왔다. 이탈리아는 전반 29분 공격수 다니엘레 데로시(AS로마)가 뉴질랜드 골문 앞에서 수비수 토미 스미스(입스위치)에게 페널티킥 파울을 얻어냈고, 빈센초 이아퀸타(유벤투스)가 차분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이후 이탈리아는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뉴질랜드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뉴질랜드는 골키퍼 마크 패스턴(웰링턴)의 신들린듯한 선방과 주장 라이언 넬슨(블랙번)의 몸을 던지는 수비에 힘입어 이탈리아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앞서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라과이-슬로바키아전에서는 파라과이가 2-0으로 승리, 1승1무(승점 4)로 F조 선두에 올라서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전반 27분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중앙으로 드리블해 들어가던 루카스 바리오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송곳 같은 침투패스를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찔러넣었고, 엔리케 베라(LDU 키토)는 오른발 아웃 프런트로 절묘하게 방향을 틀어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초반 슬로바키아의 블라디미르 베이스(맨체스터시티)가 오른쪽 측면을 부지런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뿐. 남미예선 18경기 동안 16점밖에 내주지 않은 파라과이의 촘촘한 수비 그물을 뚫기에는 무디고 느렸다. 외려 후반 41분 페널티박스 안 혼전 중에 흘러나온 공을 파라과이의 크리스티안 리베로스(크루스 아술)가 왼발 쐐기골을 터뜨렸다. 승부는 이 순간 끝났다. 임일영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희비갈린 인테르 밀란 두 영웅

    희비갈린 인테르 밀란 두 영웅

    지난 5월23일 인테르 밀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무너뜨리고 새 역사를 썼다. 이탈리아 팀으로는 처음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것. 그 중심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베슬레이 스네이더르(오른쪽·26·네덜란드)와 최전방 공격수 사뮈엘 에토오(왼쪽·29·카메룬)가 있었다. 2008~09시즌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앙숙’ FC바르셀로나(에토오)와 레알 마드리드(스네이더르)에서 뛰었던 이들은 2009~10시즌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테르 밀란으로 옮겨 한솥밥을 먹었다. 불과 한 달 뒤 두 스타의 운명은 엇갈렸다. 19일 남아공월드컵 E조 경기에서 네덜란드는 후반 8분 스네이더르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일본에 1-0 승리를 거뒀다. 스네이더르는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또 한 번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다. 덕분에 네덜란드는 32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을 확정지었다. 1970년대 ‘토털사커’ 브랜드로 축구판을 뒤흔들었지만 정작 우승은 못했던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한다. 네덜란드는 덴마크·일본을 상대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인 왼쪽 날개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합류해 스네이더르와 호흡을 맞출 때 ‘창끝’이 더 날카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흑표범’ 에토오는 눈물을 흘렸다. 카메룬이 20일 E조 2차전에서 덴마크에 1-2 역전패,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것. 전반 10분 선제골(월드컵 본선 통산 2호골)을 넣고도 패배를 막지 못한 에토오는 경기 뒤 “지난 시즌 내내 월드컵에만 집중해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에토오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바르셀로나와 인테르 밀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세 차례나 ‘올해의 아프리카 선수’로 뽑힌 이 시대 최고의 골 사냥꾼이다. 골 냄새를 맡는 능력과 경이로운 순간 스피드, 탁월한 골 결정력은 누구도 범접하기 힘들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명성에 못 미쳤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야쿠부 막고 에니에아마 뚫어라

    야쿠부 막고 에니에아마 뚫어라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이젠 ‘승부수’를 걸어야 할 시간이다. 나이지리아를 눕힌다면,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꿈이 이뤄진다. 나이지리아와의 역대전적은 2승1무. 마지막 대결이 2001년인 만큼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FIFA랭킹 21위)의 강점과 약점, 대처법을 짚어 봤다. ●치명적 병기-야쿠부 ‘전략가’ 라르스 라예르베크 나이지리아 감독은 1·2차전 모두 4-4-2 카드를 들고 나왔다. 투톱 파트너는 바뀌었지만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는 ‘고정’이다. 그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덩치를 키워 놓은 버전 같다. 루니보다 결정력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플레이는 흡사하다. 스피드를 통한 1대1 돌파가 탁월하고 탱크처럼 몸싸움을 즐긴다. 활동 반경도 넓다. 수비 때는 포백라인까지 내려오는 적극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나이지리아의 공격 패턴은 너무 단조로웠다. 아프리카 특유의 운동능력과 유연성을 앞세운 창조적인 플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정직한 침투패스와 세트피스가 전부였다. 또한 허리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움직임은 괜찮았지만,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박스 안으로 투입되는 과정과 이후의 골 결정력은 부족했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장점은 공격수들이 갖고 있는 체력적인 부분으로 스피드나 몸싸움은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보다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중심으로 했다가 당한 것”이라면서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맞불을 놓으면서 상대 장점을 최소화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신의 재림-에니에아마 나이지리아의 최종병기는 역설적으로 수문장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일지도 모른다. 나이지리아 수비진이 아르헨티나·그리스를 상대로 1~2차전을 통틀어 3실점으로 막아낸 것은 전적으로 에니에아마의 공이다. 2경기에서 유효슈팅 18개가 나이지리아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번번이 에니에아마의 동물적인 반사동작에 걸렸다.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마저 그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프리카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에니에아마의 최대 강점은 경이로운 순발력이다. 수치상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180㎝, 80㎏의 하드웨어. 하지만 막아내기 불가능할 것 같은 슈팅도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슈퍼세이브’를 쏟아낸다. 좌우 코너로 날아오는 슛에 대한 방어와 역습 때 롱패스 역시 흠잡을 데가 없다. ●상처입은 독수리-카이타·타이워 나이지리아는 그리스전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오른쪽 날개 사니 카이타(알라니야 블라디캅카스)는 레드카드를 받아 한국전에 나서지 못한다. 더 뼈아픈 점은 왼발 스페셜리스트인 왼쪽 풀백 타예 타이워(마르세유)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 타이워는 1차전에서 이상을 보였던 무릎 통증이 그리스전에서 재발된 탓에 후반 10분만에 교체됐다. 타이워는 수비수이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킥력이 빼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왼발 전문 키커로도 활용됐다. 설상가상 타이워의 대체제인 우와 에치에질레(렌) 역시 햄스트링 이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제3의 옵션인 라비우 아폴라비(레드불 잘츠부르크)가 나올 경우 한국팀으로선 또 다른 기회인 셈이다. 본질적으로 나이지리아의 포백의 약점은 좌우 풀백이 지나치게 오버래핑을 많이 하는데서 비롯된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뒷공간을 쉽사리 허용하는 한편, 센터백 대니 시투(볼턴)와 조지프 요보(에버턴)에게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요인이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측면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면서 뒷공간을 노려야 한다.”면서 “박지성은 1차전처럼 공격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임일영·조은지기자 argus@seoul.co.kr
  • 조별리그 1라운드 성적표

    조별리그 1라운드 성적표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라운드의 가장 큰 특징은 톱시드의 부진이다. 4년을 기다렸고, 밤잠을 설쳤건만 실망을 안긴 나라들이 많았다. 톱시드일수록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고, 조별리그 이후를 염두에 둔 장기레이스 전략으로 나서는 터라 ‘슬로스타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톱시드를 배정받은 8개국 중 승리를 맛본 나라는 브라질(FIFA랭킹 1위), 독일(6위), 네덜란드(4위), 아르헨티나(7위) 등 4개국뿐. 심지어 ‘무적함대’ 스페인(2위)은 역대 전적 15승3무로 압도했던 스위스(24위)의 뒷걸음질에 밟혀 1라운드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월드컵 성적과 FIFA랭킹, 지역예선 성적, 대륙별 가산점 등을 합산해 상위 7개국과 개최국에 1번시드를 부여한다. 조별리그에서 강팀을 피하도록 특혜를 받은 개최국을 제외하면 대체로 톱시드 국가를 우승후보라고 봐도 무리는 없는 셈.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1번시드 중 ‘명불허전(名不虛傳)’은 독일뿐. 평균연령 24.9세로 역대 독일의 월드컵 스쿼드 가운데 가장 어렸지만 호주(20위)를 여유있게 요리할 만큼 능숙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독일 특유의 조직력과 파괴력에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평정했던 프랑스의 세련미를 더했다. 1라운드 결과만 놓고 보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5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세계최강 브라질과 첫 우승을 노리는 네덜란드는 대놓고 대문을 걸어잠근 상대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브라질은 ‘사즉필생’의 각오로 나선 북한(105위)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다가 간신히 이겼다. 네덜란드 역시 최전방 공격수 니콜라스 벤트네르를 제외한 10명이 수비에 치중한 덴마크(36위)에 힘겨운 승리를 챙겼다.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21위)에 신승을 거뒀다. ‘디펜딩챔피언’ 이탈리아(5위)와 ‘축구종가’ 잉글랜드(8위)는 각각 한 수 아래로 얕봤던 파라과이(31위), 미국(14위)과 승점을 나눴다. 개최국 남아공(83위)은 1무1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자칫 ‘개최국은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월드컵 징크스마저 깨질지도 모른다. 톱시드 국가의 부진과 달리 아시아의 약진은 돋보였다. 한국(47위)은 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13위)를 상대로 한 단계 높은 축구를 가르쳤다. 일본(45위)도 한 수 위의 상대 카메룬(19위)을 꺾는 작은 이변을 일으켰다.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서 둥지를 옮겨온 호주를 빼면 준수한 성적이다. 반면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뛰고 있는 아프리카 6개국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검은 별’ 가나(32위)가 동구의 강호 세르비아를 1-0으로 꺾은 게 유일한 승리다. 믿었던 코트디부아르(27위)는 포르투갈(3위)과 비기는데 그쳤다. 알제리(30위)와 카메룬, 나이지리아는 각각 슬로베니아(25위)와 일본, 아르헨티나에 무릎을 꿇었다. 익숙한 기후와 잔디, 홈팬들의 성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태극전사들 세금 얼마 내나

    월드컵 열기가 더해 가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월드컵 전사들이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 블로그에 따르면 박지성(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60만파운드(약28억 7000만원), 이동국(전북 현대)은 2억 30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영표(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와 박주영(프랑스 AS모나코) 등은 ‘특수상황’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의 연봉은 320만파운드(57억 3000만원) 정도다. 영국은 1988년에 최고 소득세율을 40%까지 낮췄다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4월부터 연봉 15만파운드(2억 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5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지성은 160만파운드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영표는 세금이 없기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활동하는 덕분에 연봉 18억원을 그대로 받는다. 박주영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2008년 모나코에 입단한 박주영은 지난해 말 연봉 인상을 통해 80만(11억 9000만원)~90만유로(13억 400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최고 소득세율이 40%이고 부유세까지 존재하지만, 박주영의 경우 세금을 받지 않는 모나코 공국에 급여 계좌를 개설했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국내 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동국은 7억원 정도의 연봉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득세율 35%를 적용하면 2억 30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MB정부 파워엘리트] (21) 기획재정부(상)

    [MB정부 파워엘리트] (21) 기획재정부(상)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 기획재정부 인맥을 들여다보는 키워드는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MAFIA)와 경제기획원(EPB)이다. 뿌리는 총리실 산하 기획처가 1954년 재무부로 흡수·통합되면서 금융·세제·예산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가 탄생한 데서 비롯됐다. 1961년 예산·기획 부문을 떼어 모피아의 맞수 격인 EPB가 탄생했다. 두 조직은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될 때까지 33년 동안 각자의 조직문화를 일궈나갔다. ●모피아와 EPB, 부침의 역사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재경원은 재정경제부로 축소되고 기획예산처와 금융감독위원회로 권한을 나누었다. 모피아들이 장악한 재경원 주도의 관치금융 폐해에 대한 지적이 고조된 탓. 그럼에도 국민의 정부 때까지 모피아가 득세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은 참여정부 들어서다. 정권 핵심부에서 재무부 출신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EPB 특유의 거시경제적인 안목을 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또 한번 소용돌이가 쳤다. 재경부와 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재정부가 탄생했지만 핵심조직인 ‘금융정책국’을 금융위로 넘기면서 조금 힘이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모피아는 부활했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윤증현 재정부 장관,진동수 금융위원장,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포진하고 있다. 모피아와 EPB의 ‘DNA(유전형질)’는 과천청사 1동에 여전하다. 재경원 통합 이전인 93년 ‘입사’한 행정고시 36회까지는 재무부 혹은 EPB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갈수록 희석되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나는 아무개에게 모든 걸 배웠다.”고 말하는 과장들도 상당수다. 재정부에도 기수파괴의 조짐이 있다. 4월에 임명된 임종룡(행시 24회) 1차관이 대표적이다. 임 차관은 현 정권에서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쳤다. ‘페이퍼워크’ 실력은 단연 첫손에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으로 직원들에게 부담을 안 준다.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와는 거리가 있다. 세제실과 경제정책·정책조정·국제금융·대외경제국 등을 총괄한다. 이용걸(행시 23회) 2차관은 MB정부 첫 예산실장을 거쳐 지난해 2월 현직을 맡았다. 명민한 두뇌회전과 설득력을 갖췄다. 후배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상사로 꼽힌다. 2007년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에 관여했고, 28년 만에 이뤄진 2008년 수정예산안도 그의 작품이다. 예산실과 재정정책·국고·공공정책국, 기조실 등 ‘안살림’을 책임진다. ●1급은 ‘TK’ 초강세 본부 1급(차관보) 7명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이 4명이다. 대학도 서울대(3명)와 영남대(2명)·경북대(1명)가 팽팽하다. 출신성분은 EPB가 5명으로 더 많다. 재무부는 2명(신제윤·주영섭)이다. 강호인 차관보는 과장 시절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다. 미시·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내공이 깊다. 스펙트럼을 가늠하기 힘든 독서광,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국장 시절 공공기관 민영화, 보수체계 개편 등을 주도했다.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은 조정 능력과 친화력이 강점이다. 2008년 경제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정책조정국장을 맡아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현안들을 효과적으로 조율했다. 윤증현 장관의 서울대 법대 후배.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은 재무부 이재국 출신으로 국내외 금융을 섭렵한 금융통이다. 차관보 진급까지 24회 중 선두였다. 2008년 3월 현직을 맡아 롱런 중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회의의 중책도 맡고 있다. 류성걸 예산실장은 예산업무에 있어서 정무적인 면을 비교적 이해하는 편이란 평가와 원칙주의자라는 코멘트를 동시에 받는 특이한 경우다.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해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이란 평가도 있다. 주영섭 세제실장은 23회로는 꽤나 늦은 4월에야 1급에 올랐다. 이리세무서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세금’ 한우물만 천착했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업무에 관한 한 ‘FM’이다. 1급 중 유일한 호남. 영남대 법학과 76학번인 박철규 기조실장과 김화동 FTA 국내대책본부장은 행시 24회로 나란히 공직에 입문해 1급 승진도 같은 날 했다. 박 실장은 외향적이면서도 입이 무거운 관료로, 김 본부장은 ‘조용한 보스’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차전이 낳은 샛별들을 기억하라

    1차전이 낳은 샛별들을 기억하라

    난세(難世)일수록 영웅의 가치는 돋보인다. 지구촌 축구전쟁인 월드컵이야말로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리기에 최적의 무대다. H조를 제외한 28개국이 1라운드를 마친 16일 현재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새 얼굴은 ‘전차군단’ 독일의 메주트 외칠(22·베르더 브레멘)과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의 엘례로 엘리아(23·함부르크SV)다. 부상으로 빠진 미하엘 발라크(첼시)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신세대 에이스 외칠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은 90년대 후반 프랑스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패싱게임을 뽐냈다. 강력하지만 투박한 느낌은 더이상 없었다. 외칠의 발끝에서 시작된 포돌스키의 선제골 장면은 달라진 독일 축구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호주 골키퍼 마크 슈왈처를 살짝 넘기던 센스있는 슛은 남미의 테크니션을 떠올리게 했다. 후반 25분 카카우(슈투트가르트)의 쐐기골 역시 외칠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다. 후반 29분 교체될 때까지 독일의 공격을 완벽하게 조율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좌우 날개를 오가는 외칠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을 지녔다. 창조적인 플레이는 덤이다. 터키계인 그를 잡으려고 독일과 터키가 갈등을 빚은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지난해 11월 노르웨이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를 데뷔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느새 전차군단의 심장이 됐다. A매치 9경기에 나서 1골.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과 라이언 바벌(리버풀) 등 ‘특급 윙어’들의 산실인 네덜란드에도 따끈따끈한 샛별 엘리아가 등장했다.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후반 22분 라파얼 판데르바르트(레알 마드리드)와 교체 투입된 엘리아는 경이적인 스피드와 수비 1~2명이 들러붙어도 가랑이 사이로 교묘하게 공을 빼내는 발재간, 정교한 크로스, 침착한 마무리까지 윙어의 모든 것을 보여 줬다. 상대의 자살골로 힘겹게 앞서가던 네덜란드는 엘리아가 투입된 이후 비로소 ‘오렌지군단’의 면모를 드러냈다. 후반 40분 디르크 카위트(리버풀)의 쐐기골은 엘리아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것을 ‘주워 먹은’ 것에 불과했다. 부상 회복이 더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로번의 표정이 불안해 보일 만큼 완벽한 월드컵 데뷔전. 처음 성인 대표에 발탁된 지난해 9월5일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로번과 교체 투입된 엘리아는 2개의 어시스트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두 번째 A매치인 9월9일 스코틀랜드전에서는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A매치 통산 7경기 1골. 아직 로번의 레벨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미 바벌은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최고의 신인에게 주어지는 ‘요한 크루이프상’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르헨 허술한 포백… 옆구리 노려라

    17일 허정무호가 상대할 아르헨티나의 최대 불안요인은 ‘포백라인’이다. 남미예선 18경기에서 23골을 넣는 동안 20골이나 내주는 등 제구실을 못한 것. 2009~10시즌 세리에A와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통곡의 벽’ 왈테르 사무엘(인테르 밀란)이 대표팀을 떠났던 게 결정적이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여러 조합을 테스트했지만, 답이 안 나왔다. 결국 지난 3월3일 독일과의 평가전 때 사무엘이 복귀하면서 아르헨티나의 포백라인은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지난 12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사무엘과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를 중앙에 세우고 왼쪽에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 오른쪽에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를 세웠다. 센터백은 문제가 없었다. 불안요인은 양쪽 윙백에 있다. 에인세와 구티에레스 모두 혈관 속에 ‘공격 DNA’가 끓어 넘친다. 에인세는 나이지리아전에서 헤딩 결승골을 낚기도 했다. 구티에레스 역시 경이적인 순간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을 활용해 폭발적인 드리블을 구사한다. 마라도나 감독도 이 점을 고려해 윙백들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시켰다. 하지만 수비 전환이나 커버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문제점을 몇 차례 드러냈다. 나이지리아와의 후반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상대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호흡을 맞춘 시간이 짧았던 탓에 종종 엇박자를 보였다. 특히 오른쪽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전환한 구티에레스는 나이지리아의 피터 오뎀윙기에에 뚫리는 등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는 공격을 지휘하는 후안 베론(에스투디안데스)의 몫까지 해내느라 활동공간이 중앙에 제한된다. 측면은 상대적으로 공간이 많이 남는 셈이다. 결국 한국은 상대 측면의 뒷공간을 노리는 정확한 패스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 역습 때 측면으로 침투하는 이청용(볼턴)이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한 박자 빠른 패스가 연결된다면 상대 수비의 밸런스를 흔들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 수도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박지성만 골맛-루니는 침묵 등 돌린 에인세·테베스 펄펄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 국가대표로 차출된 맨유 선수는 모두 5명. ‘캡틴’ 박지성을 비롯해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와 마이클 캐릭, 세르비아의 네마냐 비디치와 조란 토시치(퀼른 임대) 등이다. 하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를 맛보거나 득점을 올린 선수는 박지성이 유일하다. 맨유의 에이스 루니는 잉글랜드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4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설상가상 한 수 아래인 미국과 1-1로 비겼다. 맨유의 허리를 책임지는 캐릭은 벤치만 달구다 끝났다.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프랭크 램파드(첼시)에 밀려 선발출전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게 ‘조커’로도 간택 받지 못한 것. 세계 최고의 센터백 비디치는 가나를 상대로 철벽 수비를 뽐냈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위력적인 헤딩슛을 날렸다. 고군분투였다. 하지만 0-1로 패했다. ‘세르비아의 미래’로 불리는 토시치는 월드컵 데뷔 기회조차 못 잡았다. 토시치는 왼쪽 날개 밀란 요바노비치(스탕다르)의 대체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후반 30분 알렉산더 루코비치(우디네세)가 퇴장당하자 라도미르 안티치 감독은 요바노비치를 빼고 수비수인 네벤 수보티치(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투입했다. 오히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갈등 끝에 맨유를 떠난 선수들의 활약은 쏠쏠한 편이다. “퍼거슨 감독의 멍청한 발언으로 내가 다 부끄럽다.”며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던 아르헨티나의 윙백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가 대표적. 나이지리아전에서 헤딩 결승골을 낚았다. “2년간 클럽에 헌신한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 퍼거슨의 방식이 싫다.”며 맨유와 등을 진 박지성의 ‘절친’ 카를로스 테베스도 마찬가지. 나이지리아전에서 끊임없이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첫 승을 일구는 데 한몫을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포워드들 실종?

    포워드들 실종?

    ‘밥상을 차려주면 부지런히 숟가락을 들어야 할’ 포워드들이 좀처럼 눈에 안 띈다. 총체적인 골가뭄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호주전, 한국-그리스전을 빼면 대부분 답답한 흐름이다. 새벽잠을 설친 축구팬들로선 “괜히 그랬어~”를 연발할 법하다. 14일(현지시간 13일 경기 기준) 현재 월드컵에서 터진 13골 가운데 포워드가 책임진 것은 불과 4골뿐이다. 30.8%에 불과하다. 그나마 독일-호주전에서 골폭풍이 일어난 덕에 수치가 치솟았다. 독일의 4골 가운데 3골을 포워드인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 루카스 포돌스키(FC쾰른), 카카우(슈투트가르트)가 넣은 것. 독일-호주전 이전에 나온 공격수 득점은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렌)의 페널티킥이 유일했다. 외려 미드필더들이 더 많은 골을 터뜨렸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잉글랜드의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미국의 클린트 뎀프시(풀럼), 독일의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등 6명이나 된다. 한술 더 떠 뒷마당을 지켜야 할 수비수 중에도 골맛을 본 선수가 3명이나 있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에게 첫승을 안긴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 그리스전 첫골의 영웅 이정수(가시마)는 세트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해 비수를 꽂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3대회 연속골 박지성

    그가 있어 행복하다. 12일 남아공월드컵 B조 그리스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7분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터뜨린 쐐기골은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이다. 아름다웠다. A매치에서 한국 선수가 올린 득점 가운데 첫손에 꼽을 만큼. 후반 7분 상대 진영에서 루카스 빈트라의 어설픈 볼터치를 파고들어 공을 낚아챘다. 20여m를 내달렸다. 페널티 지역에서 수비수 아브람 파파도풀로스가 태클로 덮쳤지만 못 미쳤다. 찰라의 순간. 박지성은 뒤따라온 빈트라의 태클과 각을 좁혀 나온 골키퍼 알렉산드로스 조르바스의 틈을 엿봤다. 왼발로 방향을 완전히 꺾어 골대 반대쪽 모서리에 박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 2006년 독일대회 프랑스전 동점골에 이어 3회 연속 본선 득점이다. 아시아 선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3개 대회 연속 골 맛을 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역시 그는 큰 경기에 강했다. 사실 컨디션이 썩 좋지는 못했다.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90여분 내내 공간을 만들고, 패스를 찔러 주며 상대를 압박했다. 슈팅 2개(유효 슈팅 2개)를 시도했고 10.8㎞(1만 844m)를 뛰었다. 39차례의 패스를 시도해 24회 성공(성공률 61.5%)했다. FIFA는 그를 ‘맨 오브 더매치’(경기 MVP)에 선정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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