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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민가서 꽃핀 ‘기적의 선율’ 첫 인사

    빈민가서 꽃핀 ‘기적의 선율’ 첫 인사

    “우리는 이곳에서 음악을 통한 성공의 길을 배우지 않았다. 우리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줬다.”(미국 LA 필하모닉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시작은 미약했다. 1975년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빈민가 차고에 11명의 어린이들을 모았다. 훗날 베네수엘라 문화부 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운데) 박사는 마약과 폭력에 찌든 빈민가 아이들을 음악 교육을 통해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삶의 의지와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믿었다. 믿음은 현실이 됐다. 박사의 뜻에 공감한 정부와 민간기업 지원금이 잇따랐다. 1만 5000여명의 강사들이 빈민층 프로그램에 투신했다. 오늘날 35만명의 베네수엘라 어린이들이 180개의 음악학교(누클레오)에 다니고 있다.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의 얘기다. ‘시스템’을 뜻하는 스페인어 ‘엘 시스테마’는 이제 빈민층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LA 필하모닉 최연소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더블베이스 주자 에딕슨 루이스가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동북아 투어를 취소했던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가 오는 26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공연한다.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는 2008년 내한공연을 했던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가장 실력 있는 공연단체로 꼽힌다. 지휘는 신예 안드레스 리바스(21)가 맡는다. 세 살 때부터 엘 시스테마의 몬탈반 교육센터에서 음악을 배웠고, 7세에 베네수엘라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됐다. 13세부터 악장으로 활동하면서 두다멜은 물론,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같은 대가들과 함께 연주했다. 이번에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과 마르케즈의 단손 2번, 히나스테라 에스탄시아의 발레 4악장 모음곡 등 ‘필살기’를 선보인다. 4만원(학생 2만원). 1577-52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골라보는 재미 극장가 삼국지

    골라보는 재미 극장가 삼국지

    10~11월이면 극장가에 찬바람이 분다.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에서 힘을 뺀 배급사들이 겨울방학 대목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돌입하기 때문.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요리만큼이나 영화에서도 또렷한 색깔을 지닌 프랑스와 일본, 태국 영화를 모은 기획전이 열린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새달 13일까지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 1930-1960’ 기획전을 개최한다.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장 르누아르와 장 비고, 로베르 브레송, 자크 타티 등 친숙한 감독부터 국내에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장 그레미용과 사샤 기트리, 아벨 강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단 4편의 작품을 남기고 스물아홉 살에 요절한 장 비고의 ‘품행제로’(1933)와 ‘라탈랑트’(1934)가 우선 눈에 띈다. 권위적인 기숙사 사감과 교활한 교장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는 학생들의 모습을 다룬 ‘품행제로’는 교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던 영화다. 깃털이 날리는 베개싸움 장면과 지붕 전투 장면 등은 초현실주의와 사실주의가 결합된 매혹적인 명장면이다. ‘라탈랑트’는 젊은 선원 부부의 사랑과 이별, 재회를 다룬 영화다. 촬영 때부터 이미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던 비고는 개봉 한 달 후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상주의 화가 오거스트 르누아르의 아들 장 르누아르의 작품은 ‘익사에서 구조된 부뒤’(1932) ‘토니’(1934) ‘인간야수’(1938) ‘프렌치 캉캉’(1954)이 낙점됐다. 수많은 감독들이 좋아하는 영화로 첫손에 꼽는 로베르 브레송의 ‘무셰트’(위·1967)를 비롯해 르네 클레망의 ‘목로주점’(1956), 자크 타티의 ‘축제일’도 빠트리면 서운할 법하다. 개봉 당시 묵직한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들을 엄선한 ‘2011 일본 멜로영화 기획전’도 11월까지 이어진다.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어 2001년 일본 개봉 당시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냉정과 열정 사이’(가운데)가 지난 13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쓰마부키 사토시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7일 개봉)과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의 ‘쉘 위 댄스’(11월 10일), ‘지금, 만나러 갑니다’(11월 24일)가 차례로 개봉한다. 서울 CGV압구정과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광주극장, 대전아트시네마, 부산국도예술관에서 열린다. 세계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태국 영화를 집중 조명한 특별전도 열린다. 20~26일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리는 ‘태국영화의 오래된 미래전’에서는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아래)와 시바로지 콩사쿤의 ‘영원’(2011년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아노차 수위차콘풍의 ‘우주의 역사’(2010년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영화제 대상), 아딧야 아사랏의 ‘원더풀 타운’(2008년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이 소개된다. 새달 2~5일에는 같은 프로그램이 경기 부천 산울림청소년수련관에서 계속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팔만대장경 속 부처의 가르침 재조명

    팔만대장경 속 부처의 가르침 재조명

    꼭 1000년 전인 고려 현종 2년, 거란의 침략으로 수도 개경이 함락당하는 위기 속에 불력을 빌려 나라를 지키고자 대장경을 새기는 최초의 작업이 시작된다. 76년 만에 완성된 초조대장경은 당대 불교경전 일체를 한자로 새긴 기록문화의 결정체다. 1232년 몽골 침입으로 초조대장경은 불타 없어졌다. 하지만 고려왕조는 몽골에 대한 항전의지를 담아 두 번째 대장경인 재조대장경을 새기기 시작한다. 1251년 완성된 결실이 현재 합천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이다. KBS가 15일 첫선을 보이는 4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다르마’(Dharma·진리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는 팔만대장경에 담긴 부처의 가르침을 재조명해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과 해탈이라는 인류 공통의 난제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윤찬규 PD는 1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자의적 해석을 배제하려고 내레이션을 없앴다. 대장경의 역사를 개괄하는 1편을 제외하고 2~4편은 지구 반대편 두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15일 밤 8시에 방송되는 1편 ‘붓다의 유언’에서는 미국 버클리대 루이스 랭커스터 교수의 3차원(3D) 입체 대장경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세계인들이 붓다의 최후를 기록한 고려대장경을 릴레이로 읽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세계 최초로 팔만대장경의 영문목록을 작성한 랭커스터 교수는 고려대장경 목판 전체를 가상공간에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2편 ‘치유’(16일)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의 유매스 메모리얼 병원과 영국 런던 외곽의 아마라바티 불교사원을 넘나들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알아본다. 특히 약물을 쓰지 않고 불교의 수행법을 통해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MBSR(정신에 기초한 스트레스 감소법)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뇌졸중 등으로 고통을 겪는 30명의 환자가 8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3편 ‘환생과 빅뱅’(22일)에서는 빅뱅 실험이 벌어지는 유럽핵물리학 연구소와 4100m 고원에 있는 티베트 불교수행처가 교차되며 ‘우리는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4편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23일)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성 베네딕트 수도원과 지리산 쌍계사의 절경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고민한다. 다큐멘터리는 해설 없이 출연자의 육성과 음악으로만 구성된다. 베르나르도 베스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로 1988년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받은 일본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콘서트·오페라·프로야구… 영화관에서 즐긴다

    콘서트·오페라·프로야구… 영화관에서 즐긴다

    #장면1 11일 서울의 복합상영관 CGV 영등포. 스크린에는 영화 대신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KIA-SK 3차전이 한창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숨죽여 영화를 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일 터. 하지만 6회 초 SK가 선취점을 올릴 때쯤 박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관중’들은 소리를 지르고, 종이컵이지만 맥주잔도 부딪쳤다. CGV는 서울 3개관을 비롯해 KIA·SK의 연고도시인 광주·인천 등 5개 관에서도 이날 경기를 생중계했다. #장면2 지난달 20일 CGV영등포. 일본의 소녀시대라는 AKB48의 ‘가위바위보 토너먼트’ 생중계를 보려는 팬들로 500석(2개관)이 거의 찼다. AKB48의 멤버 가운데 58명, 자매그룹 SKE48의 5명 등 68명이 참여한 토너먼트에서 16강에 든 멤버들에게 12월에 나올 ‘AKB48’의 24번째 앨범 타이틀곡을 부를 자격을 주는 이벤트를 팬과 함께한 것. 극성스럽게 야광봉을 흔들며 울먹거리는 팬들로 극장은 콘서트 현장이 됐다. 극장이 진화하고 있다. 영화만 보던 것은 옛날 얘기다. CGV는 올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요금은 성인 1만 5000원(청소년·어린이 1만 2000원). 스페인 프로축구 최대 라이벌전인 ‘엘클라시코’(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나 영국 프로축구의 코리안더비도 생중계를 추진하고 있다. 메가박스와 씨너스는 지난 5월 일본 록밴드 라르크 앙 시엘의 데뷔 20주년 공연을 생중계했다. CGV와 씨너스는 올 6월 AKB48의 공연을 한글 자막이 없이 생중계했는 데도 90%에 육박하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클래식도 새로운 콘텐츠로 가능성을 드러냈다. CGV압구정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10~11시즌 작품을 매주 수·토·일요일 상영한다. 초기에는 객석점유율이 16%에 머물렀다.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객석점유율이 30%를 웃돌았다. 특히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35.8%를 찍어 극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구스타프 두다멜, 다니엘 바렌보임,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등 지휘자 6명의 공연실황을 담은 ‘마에스트로 6’는 올 6~8월 씨너스와 CGV 상영 당시 6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뮤지컬도 가세한다. 프랑스에서 150만 관객을 동원한 ‘모차르트 록 오페라’는 다음달 극장에 걸린다. 3차원(3D)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업계가 새 콘텐츠 발굴에 팔소매를 걷어붙인 까닭은 성숙을 넘어 정체단계에 이른 영화산업 현실 때문이다. 2006년 이후 관객수는 수년째 1억 5000만명 선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2% 줄어들어 1억 4680만명을 기록했다. 연평균 객석 점유율도 25%를 밑돈다. 당장에는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극장’을 소비하는 세대·계층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박혜영 CGV 프로그램팀 과장은 “‘도가니’ ‘써니’처럼 전 연령대를 쓸어모으는 대박 영화가 나오지 않는 한 극장은 주말·방학 장사밖에 안 된다.”면서 “스크린 수는 포화에 이르렀고, 1인당 관람횟수를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안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니아에 국한된 대중음악 공연보다는 전 연령층이 좋아하고 비수기에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스포츠 콘텐츠의 가능성을 좀 더 크게 본다.”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록밴드 ‘고고보이스’의 펑크록 유혹

    록밴드 ‘고고보이스’의 펑크록 유혹

    EBS가 11일 밤 12시 5분 ‘스페이스 공감’에서 ‘어쩌고 저쩌고 디스코 록 파티 고 고 스타스, 보이스(GO! GO! Stars, Boys!)’ 편을 방송한다.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 거대한 ‘댄스홀’로 만들 주인공은 5인조 신예 록밴드 고고보이스다.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이 대표를 맡은 인디레이블 사운드홀릭 소속인 만큼 믿고 들어볼 만하다. 자우림은 물론, 몽니, 슈퍼키드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사운드홀릭 소속이다. 2006년 동두천 록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강호’에 이름을 알린 고고보이스는 2007년 미니앨범 ‘레디 투 점프 어라운드’(Ready To Jump Around)로 데뷔했다.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이 선정하는 ‘8월의 헬로루키’로 뽑히면서 홍대 록신의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유쾌한 사운드와 폭발하는 에너지에 직설적인 가사를 담았다. 3장의 미니앨범(EP)과 2곡의 싱글을 선보이는 동안 팬들의 머릿속에 고고보이스를 떠올리는 순간 화려한 댄스 무대가 겹쳐지게 하였다. 그들의 음악을 관통하는 매력은 이른바 ‘뿅뿅스러움’이다. 최근 ‘따분해? **를 즐겨봐~’라는 카피를 내세운 모 탄산음료의 애니메이션을 응용한 TV광고에 삽입된 ‘아이 라이크 유’(I Like You)가 대표적이다. 산울림, 김완선, 소방차, 삐삐밴드 등 1980~90년대 선배 음악가들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그들만의 디스코 사운드를 배합한 펑크록을 들려준다. 여기에 고고보이스만의 유쾌함으로 세상을 풍자하며, 예측불허의 퍼포먼스를 펼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3주째 정상 ‘도가니’ 44만명 불러모아

    광주 인화학교 재조사와 장애인 대상 성폭력 방지 대책 등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낸 ‘도가니’가 3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객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도가니’는 7~9일 전국 658개 상영관에서 44만 7049명을 불러모았다. 누적 관객은 374만 3065명. 하지만 개봉 2주 차까지 50%에 육박하던 점유율은 34.7%까지 떨어졌다. 장혁·하정우·박휘순 등 남자 배우 3명을 내세운 법정 드라마 ‘의뢰인’은 39만 5973명을 동원했다. 점유율 30.8%로 ‘도가니’를 넘볼 태세다. 김주혁·김선아의 ‘투혼’이 9만 941명, 휴 잭맨의 로봇액션 ‘리얼스틸’이 7만 3738명으로 각각 3·4위에 올랐다. 전도연의 팜므파탈 연기가 돋보인 ‘카운트다운’은 6만 1010명을 모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뉴에이지 베토벤’ 야니 16년 만에 내한 공연

    ‘뉴에이지 베토벤’ 야니 16년 만에 내한 공연

    야니스 크리소말리스(57). 사내는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일이 없다. 독학으로 피아노와 키보드를 익혔다. 14세 때 자유형 50m 그리스 신기록을 세울 만큼 유망한 수영선수였다. 18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네소타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음악과 무관한 행보였다. 하지만 카멜레온이란 록밴드에 가담하면서 항로가 수정됐다. 팬들이 ‘뉴에이지계의 베토벤’으로 아는 그 사내, 야니의 얘기다. 1993년 9월 23일. 2000여년 역사를 지닌 아테네의 헤로드 아티쿠스 극장에서 열린 야니의 콘서트는 공연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실황앨범 ‘라이브 앳 아크로폴리스’는 전 세계 65개국에서 5억명이 시청했다. 75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역대 공연실황 영상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1997년에는 공연 허가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공연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여태껏 20여개 국가에서 공연했고, 200만여명의 관객이 공연을 직접 봤다. 앨범판매량은 무려 3500만장에 이른다. 야니가 오는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 선다. 1995년 이후 16년 만이다. 야니는 “카멜레온 시절 동료인 찰스 애덤스를 비롯해 파라과이 하프 연주자, 중국 키보디스트, 러시아 첼리스트 등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한 15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면서 “16년 만에 재회하는 한국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타지마할과 자금성 공연처럼) 한국의 특별한 장소에서 의미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연에서 야니는 대표곡 ‘아리아’(Aria)와 ‘산토리니’(Santorini)는 물론 새 앨범에 수록된 ‘트루스 오브 터치’(Truth of Touch) ‘에코 오브 어 드림’(Eco of a Dream) 등을 들려줄 계획이다. 가장 비싼 좌석(27만원)과 가장 싼 좌석(9만 9000원)은 이미 다 팔렸다. 1544-1555.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박스오피스]‘도가니’ 3주연속 흥행의 도가니

     광주 인화학교 재조사와 장애인 대상 성폭력 방지 대책 등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낸 ‘도가니’가 3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객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도가니’는 7~9일 전국 658개 상영관에서 44만 7049명을 불러모았다. 누적 관객은 374만 3065명. 하지만 개봉 2주 차까지 50%에 육박하던 점유율은 34.7%까지 떨어졌다. 장혁·하정우·박휘순 등 남자 배우 3명을 내세운 법정 드라마 ‘의뢰인’은 39만 5973명을 동원했다. 점유율 30.8%로 ‘도가니’를 넘볼 태세다. 김주혁·김선아의 ‘투혼’이 9만 941명, 휴 잭맨의 로봇액션 ‘리얼스틸’이 7만 3738명으로 각각 3·4위에 올랐다. 전도연의 팜므파탈 연기가 돋보인 ‘카운트다운’은 6만 1010명을 모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6집 발매 재즈보컬 웅산 “죽비로 맞는 순간 깨달았다 노래할 운명이라고”

    6집 발매 재즈보컬 웅산 “죽비로 맞는 순간 깨달았다 노래할 운명이라고”

    그의 목소리에선 켜켜이 쌓인 내공이 느껴진다. 남달랐던 삶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고 2학년 때 훌쩍 산으로 들어갔다.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1년 반쯤 절밥을 먹었다. 그때 받은 법명이 웅산(雄山). 어느 날 선방에서 기도하다가 깜빡 잠에 들었다. 스님이 죽비를 내리치는 순간, 입에서 흘러나온 건 염불이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불렀다. 딱히 한영애의 팬도 아니었는데. 언젠가 들었던 노랫말과 가락이 뇌의 한편에 담겨 있다가 나온 모양. “아, 내가 원하는 건 노래였구나 싶었죠. 마음 속에 음악에 대한 미련이 있으면 제대로 수행을 못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하산했죠.” 대학 시절 록밴드 보컬로 제법 이름을 날렸다. 강변가요제 강원도 예선에서 가창·인기상도 받았다. 하지만 늘 아슬아슬하게 탈락했다.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그 무렵 친구가 녹음해 준 빌리 홀리데이(1915~1959)의 ‘아임 어 풀 투 원트 유’(I’m a fool to want you)를 들었다. “홀리데이의 나직한 음성을 듣는 순간 가슴에 무언가가 쿡 꽂히는 것 같았죠. 수십, 수백번을 들었어요. 저런 노래를 불러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지난 4일 정규 6집 앨범 ‘투머로우’(Tomorrow)와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은 선물앨범 ‘원스 아이 러브드’(Once I Loved)를 동시에 내놓은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38)이 주인공이다. 프랭크 시내트라 밴드 수석 연주자로 활약할 만큼 본고장 미국에서 인정받는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투머로우’에는 자작곡(‘투머로우’ ‘라이크 어 리버’)과 리메이크곡(신중현의 ‘꽃잎’, 산울림의 ‘찻잔’) 등 12곡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2집 ‘블루스’보다 한층 진화된 블루스 앨범이란 평가가 나온다. ‘원스 아이 러브드’는 지난해 일본에서 먼저 발매됐는데, 일본 재즈잡지 ‘재즈비평’이 주최하는 재즈 오디오디스크대상 보컬부문 금상을 받았다. ‘유 돈 노 왓 러브 이스’(You don´t know what love is) 등 귀에 익은 명곡을 담았다. 두 앨범 모두 1000장 한정으로 음질·가격 모두 일반 CD를 뛰어넘는 HQ(고품격) CD로도 판다. 두 장의 앨범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나 HQCD 모두 이례적인 일. 지금껏 모든 앨범을 1만장 이상 팔아치운 그였기에 가능한 시도다. 웅산은 “최근 2년간 단 한 곡도 쓸 수 없었다.”면서 “영감이 메말랐고 슬럼프가 왔다. 음악적 갈등과 고민이 심했는데 ‘투머로우’를 쓰면서 모든 게 풀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콘셉트를 놓고 작년부터 고민했는데,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었다.”면서 “지금껏 낸 앨범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간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일본 진출이 부쩍 늘었지만, 웅산은 이미 일본에서 500회가 넘는 공연과 전국 투어까지 할 만큼 일본 재즈팬에게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그의 일본 진출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12월 매일같이 재즈 1세대 신관웅(피아노), 류복성(드럼)의 공연을 보러 다녔다. 클럽 사장의 소개로 두 거물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잡았다. “그때 부른 노래가 또 ‘누구 없소’ 였어요. 특별한 인연이죠. 선생님들 소개로 1996년 1월부터 홍대 앞과 경기 성남의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1998년 한국 공연을 왔던 일본 오모리 밴드를 신관웅 선생이 소개했다. 그들의 일본 공연에 초대손님으로 간 게 일본 진출의 첫걸음. 2003년 데뷔앨범 ‘러브레터’는 일본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져 한·일 두 나라에서 동시 발매됐다. 재즈 토양이 비옥한 일본에서 먼저 진가를 알아본 셈이다. TBS TV 음악 프로그램 ‘웅산의 온 스테이지’를 진행 중인 그는 경희대와 상명대 대학원에서 후진도 양성하고 있다. 뮤지컬 ‘하드록카페’ 주연으로 무대에 올랐고, 드라마 ‘추노’와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등 주제음악(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웅산은 “재즈의 기본은 자유와 도전이다. (재즈 외의 분야에서) 제안이 왔을때 ‘노!’라고 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을 한 뒤로는 무대에서 편해졌고, (음악 프로) 진행을 하면서부터는 관객들과 편안하게 얘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언젠가는 심야시간대 라디오 재즈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데뷔 16년차 재즈보컬리스트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다. 웅산은 “기본은 재즈지만 블루스를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 블루스의 계보를 잇는 작업을 하고 싶다. 김추자 선배가 신중현 선생의 곡을 다시 부른 걸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순수한 열정으로 산 오르는 사람들 그렸죠”

    “순수한 열정으로 산 오르는 사람들 그렸죠”

    관객의 가슴을 움직일 ‘이야기’에 목마른 충무로에 단비가 내렸다.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가 주최하고 서울신문사가 후원하는 ‘2011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에 ‘산의 기도’를 낸 양경모(33)씨가 4일 선정됐다. 협회는 ‘산의 기도’를 비롯해 총 8편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단편영화를 만든 감독이기도 한 양씨는 “너무 큰 공모전이라 기대는 안 했다.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나 같은 신인 감독에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이런 작품을 누가 맡겨 줄까 생각했다. 최우수상을 받게 돼서 꿈만 같고, (누구의 손에 의해서든)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산의 기도’는 칸첸중가봉 등정을 둘러싼 산사람의 도전과 우정, 경쟁과 갈등, 분노와 좌절을 다뤘다. 탄탄한 구성력은 물론 작가가 직접 칸첸중가에 오른 것처럼 묘사가 살아 꿈틀댄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의 화려한 주목을 받는 여성 산악인과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본 적이 없는 남성 산악대장의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둘은 한때 연인이었지만, 이제는 깊은 우정을 간직한 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남성 산악대장의 후원사가 산악팀 존속을 무기로 무리한 등정을 압박하면서 사단이 난다. ‘인재’(人災)가 예고된 상황에서 여성 산악인은 옛 사랑의 목숨을 구하려고 지옥 같은 등반길에 오른다. 양 감독은 “2004년 칸첸중가에서 사고를 당한 계명대 산악부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면서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많은 봉우리에 오르는가를 놓고 경쟁하는 산악계의 풍토가 대세처럼 비춰지지만, 여전히 순수한 열정만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의대 졸업후 영화로 인생 항로 수정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양 감독은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인생 항로를 수정했다.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를 하면서 주말에 한겨레영화제작학교를 다녔다. 2005년 27세의 늦깎이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입학했다. 의사 면허를 가진 그는 이따금 선배들이 경영하는 병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한편 틈틈이 단편 작업을 했다. 단편 ‘시베리안 캥거루’(2009)는 포르투갈과 영국, 루마니아의 국제영화제에 초대를 받는 등 호평을 얻었다. 양 감독은 “의대에서 생사의 경계에서 느껴지는 감정들과 생명의 소중함 등을 배웠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예종에 다니면서 이쪽이 얼마나 춥고 배고픈 바닥인지 충분히 봤지만 후회는 없다. 앞으로 스릴러·호러 같은 장르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우수상에는 ‘경부고속도로’(서선덕), ‘공항에 부는 바람’(손학렬·김율), ‘자전거 왕-민족의 영웅 엄복동’(최슬기), ‘헤어월드’(손정섭), ‘공무원블루스’(김선자), ‘위 아 더 원’(최종현·임진평), ‘뛰니까 청춘’(한유림) 등 7편이 뽑혔다. 상금은 최우수상 3000만원, 우수상 각각 1000만원이다. 대상 수상작은 내지 못했다. 기성과 신인, 국적·연령 제한 없이 대문을 활짝 연 공모전에는 8월 22~29일 137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됐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김지헌 원로작가,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 최용배 청어람(영화 ‘괴물’ 제작사) 대표, ‘박봉곤 가출사건’의 김태균 영화감독, 오희성 롯데시네마 영화마케팅팀장 등 5명의 심사위원이 본심에 오른 15편을 심사했다. 시상식은 오는 14일 오후 5시 서울 인현동 PJ호텔에서 열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0월 한달간 ‘라디오데이즈’ 기획전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기였던 1960년대에는 라디오 연속극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 ‘로맨스 빠빠’(1960)도 동명의 라디오 연속극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0월 한 달 동안 온라인 VOD사이트(www.kmdb.or.kr/vod)를 통해 ‘라디오데이즈’ 기획전을 연다. 방송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10편을 무료로 상영하는 자리다. 사극 멜로물 ‘강화도령’(1963)을 비롯해 김기덕 감독의 역사 드라마 ‘현해탄은 알고 있다’(1961), 시시콜콜한 가족 이야기로 안방 청취자를 사로잡았던 이봉래 감독의 ‘새댁’(1962), 밤마다 걸려 오는 괴전화를 모티프로 한 고영남 감독의 범죄 스릴러 ‘백장미’(1969) 등을 볼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스톤’

    [영화프리뷰] ‘스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가석방 심사관 잭 매버리(로버트 드니로·왼쪽)는 퇴직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스톤(에드워드 노턴·오른쪽)의 가석방 여부를 다룬다. 15년형을 선고받고 8년을 복역했음에도 초점 없는 눈빛과 ‘F 워드’를 쏘아대는 스톤의 언행에 매버리는 불쾌함을 드러낸다. 이쯤 되면 가석방은 물 건너간 상황. 불안함을 느낀 스톤은 아내 루세타(밀라 요보비치)에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매버리를 구워삶도록 요구한다. 독실한 성공회교 신자인 매버리는 루세타의 접근을 단호하게 뿌리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허물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존 커랜 감독의 ‘스톤’은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한 것인지,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를 애써 설득하려 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데다 평생 사법기관에 근무한 매버리는 선한 쪽에 발을 딛고 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붙잡으려고 잠든 어린 딸을 2층 창밖으로 내던지겠다고 위협했을 만큼 충동적인 인물이다. 매버리가 도덕적으로 파멸하는 과정이 조금은 설득력 있는 까닭은 그의 폭력적인 본성을 영화 초반부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매버리와 심리전을 펼치는 스톤은 더 복잡한 인물이다. 스톤이 교도소에 들어간 건 친구가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죽이는 걸 방조했기 때문이다. 불을 질러 증거 인멸을 꾀했고, 타오르는 화염을 보면서 황홀함을 느꼈을 만큼 사이코패스다. 그랬던 스톤이 가석방 심사를 받으면서 갑자기 종교에 심취한다. 정말 믿음을 갖게 된 것인지, 매버리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불분명하다. 캐릭터에 격하게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노턴은 눈빛만으로 많은 걸 얘기한다. 독보적인 연기력의 두 배우가 펼치는 심리전으로 흥미를 자아내던 영화는 중반 이후 길을 잃고 헤맨다. 엉성하게 구축된 캐릭터 탓이 크다. 타락하는 매버리와 갱생하는 스톤의 캐릭터를 대조적으로 드러내는데, 작위적인 데다 변화의 진폭도 급격하다. 그나마 영화 초반 단서를 흘렸던 매버리에 비하면 스톤의 변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요보비치가 연기한 루세타란 캐릭터는 영화 중반까지 팜므파탈적 매력을 드러낼 듯하더니 어느 순간 아예 사라져 버린다. 물이 끓기도 전에 급하게 면을 넣어 억지로 불린 면 요리처럼 영화는 대책 없이 끝난다. 배우들의 중량감을 감안하면 인건비도 안 나올 법한 2200만 달러의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북미 개봉에서 벌어들인 흥행 수익은 181만 달러. 전 세계 수익을 합쳐도 947만 달러에 불과했다. 6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도가니’ 영화·서점가 2주째 석권

    [주말 박스 오피스] ‘도가니’ 영화·서점가 2주째 석권

    ‘도가니’ 열풍이 꺾이지 않고 있다. 2주째 영화가와 서점가를 동시 석권했다. 원작자 공지영이 인터넷 논객 김어준과 벌인 ‘트위터 농담 공방’도 화제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도가니’는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 798개 상영관에서 91만 1179명을 모아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2일 개봉 이래 누적관객 수는 250만 1300명이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소설 ‘도가니’도 2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9곳의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23~29일) 1위는 ‘도가니’였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연거푸 밀어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영화 개봉 이후 소설 ‘도가니’ 하루 판매량이 출간 첫 해인 2009년 7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출판사 창비 측은 “영화 개봉 이후 10만부가량 책 주문이 늘어 누적 판매량이 50만부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러자 요즘 장안의 화제인 ‘나는 꼼수다’(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풍자한 인터넷 프로그램)를 진행하는 김어준이 한마디하고 나섰다. 자신의 신작인 ‘닥치고 정치’(예약 발매 중)가 ‘도가니’를 누르고 1위를 해야 한다고 한 것. 이 얘기를 들은 공지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부양가족이 많아서 (1위 양보는) 안 되겠다.”고 응수했다. 공지영은 아이가 셋이다. 네티즌들은 “모처럼 웃었다.”며 두 사람의 농담 공방을 트위터 등으로 퍼 나르며 즐거워했다. 한편 영화 ‘도가니’ 제작진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속 인물 및 명칭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은 “영화에 등장하는 ‘무진’이라는 지명이나 극 중 인물, 교회, 상호 등은 모두 실제 사건과 다른 가상의 명칭”이라면서 “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실화를 소재로 한 ‘도가니’는 영화 개봉 뒤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면서 사건 재조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착수 등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윤창수·임일영기자 geo@seoul.co.kr
  • 늦깎이 테너, 호세 카레라스 사로잡다

    늦깎이 테너, 호세 카레라스 사로잡다

    출발은 늦었다. 인천 부평고 2학년 때 중창단에 들어간 게 처음이다. 노래가 좋았는데 부모님을 설득하기 힘들었다. 고3 때 비로소 음대 진학을 결심했다. 한눈 팔 시간도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유학도 늦었다. 음대생은 군악대에서 군 복무를 하는 게 보통. 그는 논산훈련소 조교를 했다. 대학 졸업 뒤 인천 시립합창단에서 2년. 또래들이 취업할 무렵인 스물일곱에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으로 떠났다. 국내 데뷔도 늦었다. 그런데 단박에 주역이다. 오는 13~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지는 국립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가 그 무대다.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중 테너 비중이 가장 높은 탓에 대가들도 나이가 들면 꺼린다는 리카르도왕 역할이다. 내년 6월에는 세계 최고의 무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 주역으로 데뷔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루이자 밀러’에서 주인공 루돌프 역을 맡았다. 이쯤 되면 역전 홈런. 출발은 늦었지만, 진득하게 한발씩 내딛는 ‘대기만성’의 테너 김중일(36)을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중일은 유럽 콩쿠르라면 질리도록 다녔다. 생활고를 겪는 유학생들이 관광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는 생계를 콩쿠르 상금에 의존했다. “가이드 수입이 짭짤한 건 유학생들이 다 안다. 하지만 돈 버는 재미에 빠지면 음악은 끝이다. 고기 안 먹고 파스타 먹으면 견딜 만하다. 재료를 사서 해먹는 데 1유로(약 1600원)면 충분하다.”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올 초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콩쿠르. 만 35세의 나이 제한에 걸릴 뻔했지만, 불과 석 달 차이로 피했다. 베르디 작품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를 발굴하는 콩쿠르의 올해 심사위원장은 세계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통 리릭 테너(밝고 따뜻하고 윤기 있는 음색)에 가까운 김중일을 눈여겨 봤다. 올해가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이라 자국 출신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김중일이 2위로 입상한 데는 카레라스의 지원도 한몫했다. 카레라스는 시상식 뒤 김중일에게 “더는 콩쿠르에 나가지 말고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에이전트들에게 소개도 해줬다. 덕분에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이탈리아에 처음 도착하던 날부터 꿈꿨던 일이 현실이 된 셈. ‘루이자 밀러’의 반응에 따라 2012~2013시즌 베르디의 대작 ‘돈 카를로’까지 출연키로 구두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다. 당장은 ‘가면무도회’ 생각뿐. 그는 “테너가 가장 힘들어하는 음정이 ‘파’와 ‘솔’ 사이인데 ‘가면무도회’의 아리아 중 아름다운 라인이 파와 솔 사이에 몰려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이탈리아어의 뉘앙스와 악센트는 편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을 빼면 한국 무대에 처음 서는 터라 설렘과 기대가 교차한다. 게다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연인 정시영(소프라노) 역시 리카르도 왕의 시종인 오스카 역으로 캐스팅됐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동문인 둘은 내년 ‘루이자 밀러’ 공연 이후 결혼할 예정이다. 오후 연습을 위해 예술의전당으로 향하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고. “노래를 쉽게 하는 게 목표다. 지금은 굉장히 집중해야 노래가 나온다. 다 털어버리고 누구나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아름다운 노래가 술술 나오는 단계에 이르고 싶다.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 메이저급에 올라서느냐 아니냐는 그 시간에 달렸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가면무도회 1792년 스웨덴 구스타프 3세 암살사건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국왕 리카르도(정의근·김중일)는 충신 레나토(고성현·석상근)의 아내 아멜리아(임세경·이정아)를 사랑한다. 레나토는, 아내와 국왕의 마음을 알고 국왕 암살을 꾀한다. 1만~15만원. (02)586-5282.
  • ‘樂’…클럽보다 화끈하게, 록페보다 화려하게

    ‘樂’…클럽보다 화끈하게, 록페보다 화려하게

    지산밸리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록페)이 열린 지난 8월은 음악팬들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동안 ‘록페 후유증’을 앓던 마니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일렉트로닉, 모던록, 월드뮤직 등 다른 색깔의 선물 보따리로 꽉꽉 채워진 음악 페스티벌이 10월 주말 밤마다 열리기 때문. 마음이 있다면 재빨리 클릭을 할 일이다. 현장 판매 티켓 가격은 예매보다 대부분 10% 이상 비싸다. GGK-한강에 ‘19禁 클럽’을 許하라 오는 8일 한강공원 난지지구는 2만여명의 클러버(클럽음악 마니아)들이 일렉트로닉 음악에 몸을 맡기는 거대한 ‘19금(禁) 클럽’으로 변신한다. 2001년 영국에서 시작한 댄스뮤직 페스티벌 ‘글로벌 개더링’의 한국판(글로벌개더링코리아·GGK)이 열리는 것. 주류 판매 등이 허용돼 19세 이하 출입은 통제된다. 2009년 국내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로 3회째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제곡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그루브 아마다, 글라스톤베리·서머소닉 등 해외 유명 록페가 사랑하는 독일의 펑크 듀오 디지탈리즘이 올해 무대를 장식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위 노 스피크 아메리카노’가 삽입되면서 유명해진 2인조 욜란다 비 쿨도 가세한다. 배우 겸 DJ 류승범 등 잘 ‘노는’ 국내 뮤지션들도 대거 나선다. 한때 ‘그루브의 마왕’ 자미로콰이가 온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없던 일이 됐다. 때문에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출연진의 중량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가수를 보는 재미보다 흔들고 즐기는 맛이 큰 페스티벌인지라 티켓 판매는 외려 증가세다. 11만원. (02)323-2838. GMF-달달하거나… 뜨겁거나… 민트페이퍼가 주관하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은 가을 음악축제의 또 다른 강자다. 모던록 음악을 추구하는 민트페이퍼의 이종현 대표가 이승환, 이한철, 김민규(델리스파이스) 등과 의기투합해 2007년 첫선을 보인 축제다. 22~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등에서 열린다. 최종 명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확정된 면면만 봐도 충분히 ‘성찬’이다. 22일에는 ‘노래 못 하는 가수’ 캐릭터로 굳어지기에는 아까운 윤종신이 GMF에 첫선을 보인다. 윤종신과 함께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로 대중과 접점을 넓혀 가고 있는 자우림도 눈에 띈다. ‘아메리카노’의 남성 듀오 10㎝와 검정치마(조휴일), 여성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페퍼톤스와 노리플라이, 토마스쿡도 무대를 달군다. 23일에는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편’에 출연해 예능감을 발휘한 이적과 스윗소로우를 비롯해 뜨거운 감자, 이한철과 엑기스, 언니네이발관, 정준일(메이트), 델리스파이스, 더 문샤이너스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1일권 7만 7000원. 2일권 12만 1000원. 1544-6399. 울산월드뮤직-공짜라서 더 즐겁다 6~9일 울산문화예술회관과 달동문화공원에서는 2011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 어느새 12회째를 맞은 지방의 대표적 음악축제다.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마법사의 눈’이란 뜻을 지닌 9인조 카탈루니아(스페인) 밴드 오호스 데 부르호(8일).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월드뮤직계에서는 슈퍼밴드다. 일본 최고의 보사노바 뮤지션 나오미 앤 고로(8~9일)도 궁금하다. 여성보컬 나오미 후세와 브라질 출신 기타 고수 이토 고로가 10년째 빚어내는 울림은 국내에서도 8장의 앨범이 발매될 만큼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가 이끄는 5인조 밴드 팔마 하바네라(6~7일), 한국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이 결성한 25인조 빅밴드 SMFM(7일), 보사노바 가수 효기와 연주자들이 뭉친 효기&슈퍼 보사노바 밴드(8일), 배우 최민수가 이끄는 10인조 밴드 36.5(8일), 모로코 남성 보컬 오마르와 김미나·백정현으로 구성된 3인조 수리수리마하수리(9일) 등도 기대된다. 모든 공연이 무료다. 단, 선착순 입장.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 난지도에 2만명 ‘19금 클럽’ 생긴다

    서울 난지도에 2만명 ‘19금 클럽’ 생긴다

     지산밸리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록페)이 열린 지난 8월은 음악팬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동안 ‘록페 후유증’을 앓던 마니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일렉트로닉, 모던록, 월드뮤직 등 다른 색깔의 선물보따리로 꽉꽉 채워진 음악페스티벌이 10월 주말 밤마다 열리기 때문. 마음이 있다면 재빨리 클릭을 할 일이다. 현장판매 티켓 가격은 예매보다 대부분 10% 이상 비싸다.   한강에 ‘19금 클럽’을 許하라…GGK  오는 8일 한강공원 난지지구는 2만여명의 클러버(클럽음악 마니아)들이 일렉트로닉 음악에 몸을 맡기는 거대한 ‘19금(禁) 클럽’으로 변신한다. 2001년 영국에서 시작한 댄스뮤직 페스티벌 ‘글로벌 개더링’의 한국판(글로벌개더링코리아·GGK)이 열리는 것. 주류 판매 등이 허용돼 19세 이하 출입은 통제된다.  2009년 국내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로 3회째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제곡 등으로 잘 알려진 , 글라스톤베리·섬머소닉 등 해외 유명 록페가 사랑하는 독일의 펑크 듀오 디지탈리즘이 올해 무대를 장식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위 노 스피크 아메리카노’가 삽입되면서 유명해진 2인조 욜란다 비 쿨도 가세한다. 배우 겸 DJ 류승범 등 잘 ‘노는’ 국내 뮤지션들도 대거 나선다. 한때 ‘그루브의 마왕’ 자미로콰이가 온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없던 일이 됐다. 때문에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출연진의 중량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가수를 보는 재미보다 흔들고 즐기는 맛이 큰 페스티벌인지라 티켓 판매는 외려 증가세다. 11만원. (02)323-2838.   달달하거나 뜨겁거나…GMF  민트페이퍼가 주관하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은 가을 음악축제의 또 다른 강자다. 모던록 음악을 추구하는 민트페이퍼의 이종현 대표가 이승환, 이한철, 김민규(델리스파이스) 등과 의기투합해 2007년 첫 선을 보인 축제다. 22~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등에서 열린다. 최종 명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확정된 면면만 봐도 충분히 ‘성찬’이다.  22일에는 ‘노래 못 하는 가수’ 캐릭터로 굳어지기에는 아까운 윤종신이 GMF에 첫선을 보인다. 윤종신과 함께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로 대중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는 자우림도 눈에 띈다. ‘아메리카노’의 남성 듀오 10㎝와 검정치마(조휴일), 여성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페퍼톤스와 노리플라이, 토마스쿡도 무대를 달군다.  23일에는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편’에 출연해 예능감을 발휘한 이적과 스윗소로우를 비롯해 뜨거운 감자, 이한철과 엑기스, 언니네이발관, 정준일(메이트), 델리스파이스, 더 문샤이너스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1일권 7만 7000원. 2일권 12만 1000원. 1544-6399.   모든 공연이 공짜…월드뮤직 메카 울산  6~9일 울산문화예술회관과 달동문화공원에서는 2011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 어느새 12회째를 맞은 지방의 대표적 음악축제다.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마법사의 눈’이란 뜻을 지닌 9인조 카탈루니아(스페인) 밴드 오호스 데 부르호(8일).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월드뮤직계에서는 슈퍼밴드다.  일본 최고의 보사노바 뮤지션 나오미 앤 고로(8~9일)도 궁금하다. 여성보컬 나오미 후세와 브라질 출신 기타 고수 이토 고로가 10년째 빚어내는 울림은 국내에서도 8장의 앨범이 발매될 만큼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가 이끄는 5인조 밴드 팔마 하바네라(6~7일), 한국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이 결성한 25인조 빅밴드 SMFM(7일), 보사노바 가수 효기와 연주자들이 뭉친 효기&슈퍼 보사노바 밴드(8일), 배우 최민수가 이끄는 10인조 밴드 36.5(8일), 모로코 남성 보컬 오마르와 김미나·백정현으로 구성된 3인조 수리수리마하수리(9일) 등도 기대된다. 모든 공연이 무료다. 단, 선착순 입장.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칸의 여왕’ 팜므파탈을 부탁해

    ‘칸의 여왕’ 팜므파탈을 부탁해

    독특한 영화다. 전반부는 추격전과 액션을 버무린 누아르. 후반부에선 드라마에 몰두한다. 29일 개봉한 허종호 감독의 ‘카운트다운’ 얘기다. ‘칸의 여왕’ 전도연(38)이 돌아왔다고 해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그 작품이다. 전도연은 숨 쉬는 것만 빼고는 모두 거짓인 팜므파탈 차하연 역을 맡았다. ●신예 감독과 호흡… 남주인공보다 비중 적어 전도연은 “(전작) ‘하녀’ 찍을 때보다 몸무게가 2㎏가량 빠졌다.”고 했다. 일부러 뺀 건 아니고 힘들어서 절로 빠졌단다. “따로 체력관리를 하는 건 없어요. 깡다구가 있다고 해야 하나요. 깡으로 버티는 것 같아요.” 영화는 최고의 채권추심원 태건호(정재영)가 간암 선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어진 시간은 10일.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 태건호는 몇 년 전 숨진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기전과범 차하연이 출소를 앞두고 있단 걸 알아낸다. 문제는 차하연을 노리는 게 그뿐 아니라는 사실. “동포들의 눈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낸” 5억원을 차하연에게 사기당한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도 그녀를 쫓는다. 게다가 차하연은 간을 줄 테니 자신을 ‘빵집’에 보낸 원조 사기꾼 조명석(이경영)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태건호와 숨진 아들의 절절한 사연, 차하연과 그녀가 17세에 낳고서 버린 딸(‘미쓰에이’의 민)의 관계가 점점 드러나면서 영화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찍으면서 되게 걱정했다.”는 전도연은 “아쉬움은 조금 있지만 초반의 누아르와 후반의 드라마를 감독이 조화롭게 만든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허 감독은 ‘카운트다운’으로 데뷔한 신예다. 대사·노출 모두 파격적이었던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 후속작을 신인 감독과 했다는 점에서 다소 뜻밖이다. 전도연은 “(‘밀양’의) 이창동 감독님과 임상수 감독님을 빼면 다 신인감독과 작업했다.”면서 “‘밀양’과 ‘하녀’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다들 이례적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극 중에서 드라마를 끌어가는 엔진은 태건호이다. 굳이 비중을 따진다면 차하연은 두 번째다. 여왕이 ‘넘버 2’라는 건 의외다. 전도연은 “비중만으로 작품을 따지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면서 “요즘 여성 캐릭터가 강조되는 영화가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많지는 않다.”고 아쉬워했다. 어떤 역할이든 의미 있고 참여할 수 있다면 좋은 거지 비중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한 번 의외였다. 전도연 정도면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오는 게 아닐까. “드문드문 들어와요. 매니저한테 혹시 못 보고 지나친 게 아니냐고 확인한 적도 있다니까요. 칸 여우주연상으로 손해를 본 측면도 있어요. 사람들이 ‘설마 전도연이 이런 작품을 하겠어?’라며 지레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대박 흥행 없었지만 이번엔 300만명은 넘기겠죠”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부담될 법도 하다. 전도연은 “감독·스태프 모두 더 많은 기대를 하는데 나까지 그걸 의식하면 숨통이 조여 즐길 수 없다.”며 웃었다. “내가 연기를 못하더라도 ‘설마 전도연이 연기 못한다고 생각하겠어? 설정이라고 생각하겠지’란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느끼는 만큼만 하려고요. 그게 전도연다워요.” 이름 석 자에 실린 무게감과 달리 출연작품 가운데 ‘대박’은 없었다. 흥행 부담이 없느냐고 물었다. 잠시 멈칫했다. “고민 많이 하죠. 대박은 없었지만, 실패도 없었어요. 손익분기점은 넘겼거든요. 시나리오 고를 때 이게 작품성만 좋은 건지 흥행도 잘될 것인지를 모르겠어요. 내가 재밌으니까 사람들도 좋아하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는데 틈이 있나 봐요. ‘밀양’도 전 재밌었거든요(웃음).” 그러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카운트다운’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니까 최소 300만명은 넘기지 않을까요?”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우리 사이에 끼어든 그, 사랑해도 될까

    우리 사이에 끼어든 그, 사랑해도 될까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규정하는 관계의 규범은 시효를 다했다. 인간의 감정이 가진 스펙트럼은 하나의 관계로 국한하기엔 너무 다양하고 풍부하기 때문이다.”(톰 티크베어) 독일 베를린의 한나(소피 로이스)와 시몬(세바스티안 시퍼)은 결혼만 안 했을 뿐 첫 키스를 한 지 20년이 지난 커플이다. 한나는 유명 TV 앵커, 시몬은 조각품을 제작하는 엔지니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누군가 불임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딱히 아쉬움은 못 느낀다. 다만, 조금씩 권태가 찾아올 뿐. 어느 날, 한나는 세미나에서 만난 줄기세포 연구자 아담(데비드 스트리에소브)에게 묘하게 끌리는 것을 느낀다.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면서 둘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그 무렵, 시몬도 인생의 고비에 부딪힌다. 어머니의 죽음과 고환암 진단은 그에게 무력함을 남긴다. 늦은 밤 수영장에서 한 사내를 본 순간, 심장이 무섭게 펌프질해 댄다. 평생 이성애자로 살았던 그가 자석처럼 사내를 품는다. 그런데 한나의 그와, 시몬의 그가 같은 사람이라면? 얼개만 듣고 나면 영락없는 치정극이다. 그런데 29일 개봉한 ‘쓰리’의 감독은 톰 티크베어다. ‘롤라 런’(1998), ‘향수’(2006), ‘인터내셔널’(2008)의 연출자. 요리에 빗대자면 한국·일본·이탈리아 요리까지, 궁극의 맛은 내지 못할지라도 맛깔스러울 정도는 만들어 내는 능력 있는 주방장이다. 티크베어가 할리우드 진출 이후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독일어권 배우와 독일어로 찍은 작품이 ‘쓰리’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남녀’란 주제를 전혀 뻔하지 않게 주무른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40대 후반 전문직 남녀들의 욕망과 갈등, 두려움 등 복잡한 심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담아낸다. 티크베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 맺기에 대해 얘기한다. 서로 다른 상황과 시간에 만났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관계인데, 하필 그 타이밍에 만나면서 불꽃이 튄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유분방한 주인공들 역시 가족, 부부에 대한 사회 규범 때문에 고민한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은 끝내 통념을 뛰어넘는 대승적(?) 결론에 도달한다. 프랑스·영국도 아닌 독일영화라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티크베어 특유의 경쾌한 이야기 전개와 감각적 편집, 위트 있는 대사,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제프 쿤스, 데이비드 보위, 비토리오 데시카, 로버트 윌슨 등 영화 곳곳에 숨겨진 유럽 문화·예술의 코드들을 알아채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 “한 사람과의 관계에 모든 감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은 폭력적”이라는 티크베어의 시각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들을 준비는 돼 있어야 영화가 불편하지 않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자라섬, 그곳엔 재즈가…

    자라섬, 그곳엔 재즈가…

    경기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번지. 비만 오면 북한강에 잠겨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섬이 알려진 것은 오롯이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JIJF)의 힘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관객 75만여명. 지난해에만 16만 8000명이 찾았다. 올해도 21개국 36개팀이 풀어놓는 재즈선율을 오는 1~3일 들을 수 있다. 첫날은 1968년 결성된 미국의 10인조 밴드 ‘타워 오브 파워’가 불을 지핀다. 리더 에밀리오 캐스틸로(테너 색소폰)를 비롯한 5명의 창단 멤버가 활약하고 있다. 43년 동안 다진 팀워크는 설명이 필요 없을 터. 색소폰과 트럼펫, 트롬본 등 관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밴드 특유의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매력적인 그루브를 기대해도 좋다. 2일에는 프로젝트밴드 ‘쿠바노 비, 쿠바노 밥’을 주목해야 한다.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동명(同名) 주제곡으로 친숙한 트럼펫 연주자 테렌스 블렌차드와 라틴 재즈 중흥을 이끈 콩가 연주자 폰초 산체스의 밴드가 뭉쳤다. ‘쿠바노 비, 쿠바노 밥’이란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1917~1993)와 타악기 연주자 차노 포조가 1947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면서 아프로-쿠반 재즈에 한 획을 그은 명곡에서 따온 이름이다. 프랑스 출신 기타리스트 마크 듀크레의 트리오 공연도 두고 볼 만하다. 2000년대 들어 3년마다 발표한 석 장의 앨범이 모두 최고 평점을 받았다. 3일에는 냇 킹 콜(1917~1965)의 동생이자, 내털리 콜의 삼촌이란 이유로 평가절하됐던 프레디 콜이 이끄는 퀄텟(4인조) 공연에 눈길이 간다. 형의 아류 취급을 받았지만, 프레디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형이 숨진 지 35년 만인 1990년 발표한 앨범 ‘아임 낫 마이 브러더, 아임 미’는 그의 역량을 집대성한 노작으로 꼽힌다. 1일권 3만 5000원(이하 예매 기준). 2일권 5만원. 3일권 7만원. (031)581-2813~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제2의 장근석 찾기’ 공개 오디션

    ‘제2의 장근석 찾기’ 공개 오디션

    리얼리티와 드라마를 버무린 독특한 프로그램이 안방을 찾는다. tvN은 내년 상반기 꽃미남 고교생 밴드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밴드 드라마’(가제)를 방송할 예정이다. 장근석과 박신혜가 나왔던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떠올리면 될 터다. tvN은 드라마의 주·조연급 캐스팅을 놓고 스타를 꿈꾸는 신예 연기자·모델들이 대결을 벌이는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이하 ‘오! 보이’)를 새달 3일부터 매주 월요일 밤 12시에 방송한다. ‘오! 보이’의 제작진은 전문가들과 함께 현재 모델·연기자로 활동 중인 ‘난다 긴다하는’ 200여명의 신진급을 직접 인터뷰해 25명을 추렸다. 이들과 함께 프로필 사진 촬영을 진행한 뒤 다시 옥석을 골라낸 게 방송에 등장하는 8명이다. 훤칠한 키와 근육질 몸매, 조각 같은 얼굴, 부드러운 미소,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미 등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을 계획이다. 이들은 CF, 잡지화보, 드라마 조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 최종 목표인 ‘밴드 드라마’에 캐스팅 되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친다. 7주간의 대결을 끝내고 나면 최종심사를 통해 ‘밴드 드라마’의 주·조연급으로 출연할 주인공을 가려낸다. ‘오! 보이’는 리얼리티와 드라마가 결합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다. 일반인 대상이 아니라 이미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신예를 스타로 키워내는 컨셉트라는 점도 다르다.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지면서도, 캐릭터와 이야기를 강조해 드라마의 재미를 더했다. 캐스팅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볼 수 있는 셈. ‘오! 보이’에는 연예계와 방송계의 거물들이 함께한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이사직을 맡은 박성혜 대표, 모델 매니지먼트 에스팀 김소연 대표,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 니키 리, 강윤주 스타일리스트, 장명진 광고제작사 대표, 사진작가 보리 등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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