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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프리뷰] ‘래빗홀’

    [영화프리뷰] ‘래빗홀’

    2007년 미국 퓰리처상과 토니상의 최대 화제작은 데이비드 린제이의 연극 ‘래빗 홀’.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후 상실감에 시달리는 젊은 중산층 부부의 이야기를 관객들은 한발짝 떨어져 지켜보게 된다. 작가는 관객들의 지나친 감정 이입을 막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해 눈물샘을 막는다. 아들을 잃은 뒤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평정심을 되찾지 못하는 베카의 신경질적인 모습에 때론 ‘저럴 것까진 없는데, 왜 그럴까’란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관망만 하게 놔두지도 않는다. 밤마다 아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부정(父情)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베카와 호위 부부가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서서히 마음속 한편에 묻어두고 서로 이해하며,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렸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래빗 홀’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6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연극 ‘래빗 홀’에 대한 리뷰를 읽은 니콜 키드먼(왼쪽)은 제작을 결심했다. 그뿐만 아니라 베카 역을 맡겠다고 나섰다. 순풍에 돛단 듯 영화화가 이뤄졌다. 2002년 ‘물랭루즈’로 미국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이듬해 ‘디 아워스’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독일 베를린영화제를 휩쓸었던 키드먼에게도 베카 역은 새로운 도전이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성과 차오르는 슬픔을 가슴에 묻고 의연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다층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올초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블랙스완’의 내털리 포트먼에게 밀렸다. 호위 역의 아론 애크하트(오른쪽)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에서 반은 선하고, 반은 악한 존재인 허비 덴트 검사를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 아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극복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싸워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보스턴 글로브)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영화 ‘헤드윅’에서 주연과 각본, 연출을 도맡았고, 2006년 ‘숏버스’로 제한 상영등급 논란을 일으켰던 재주꾼 존 캐머런 미첼이 두 배우의 조화를 이끌어 냈다. 슬픔과 절망 속에도 큭큭거리며 웃게 만드는 유머 코드를 집어넣는 그의 특기가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무게는 다를지라도 누구에게나 상실과 그리움은 있다. 관건은 주저앉는 대신 극복하고, 일어서느냐에 달려 있다. ‘래빗 홀’의 위로와 메시지가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아픔을 잊어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자신의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때론 상대에게 보폭을 맞춰 가는 것도 필요하다. ‘래빗 홀’이란 극 중 베카가 읽는 만화책 제목이다. 우주에는 래빗 홀을 통해 연결되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하고, 이 구멍을 지나면 사람들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12월 소규모(최대 131개관) 개봉했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전 세계 흥행수익은 340만 달러(제작비 500만 달러). 그렇게 묻히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박스 오피스] ‘로코’ 여왕 손예진 이름값

    [주말박스 오피스] ‘로코’ 여왕 손예진 이름값

    손예진·이민기의 로맨틱·호러 코미디 ‘오싹한 연애’가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싹한 연애’는 지난 9~11일 전국 676개 상영관에서 59만 232명(34.6%)을 동원했다. 개봉 첫주에는 2위로 출발했지만, 이례적으로 2주 차에 1위로 뛰어올랐다. 누적관객은 139만 1938명.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40만 7330명을 모아 2위로 데뷔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4편 ‘브레이킹 던 1부’는 24만 9656명(누적관객 122만 7325명)으로 두 계단 떨어진 3위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아더 크리스마스’가 12만 4832명(누적관객 52만 821명)으로 4위, 엄태웅의 ‘특수본’이 11만 119명(누적관객 104만 1647명)으로 5위에 올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뎁·트램폴린… 그녀들만의 色다른 음악

    뎁·트램폴린… 그녀들만의 色다른 음악

    12일 밤 12시 05분. 남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여성 음악가 뎁과 트램폴린이 EBS ‘스페이스 공감’에 등장한다. ‘거리를 배회하는 사춘기 불량 소녀’란 의미의 뎁을 모른다면, 먼저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려보자. 2004년 2인조 일렉트릭 듀오 페퍼톤스의 노래 ‘레디, 겟 셋, 고!’와 ‘세계정복’을 맑고 청량한 목소리로 노래한 객원 가수가 바로 뎁(김민경)이다. 2008년 1집 앨범 ‘패럴렐 문스’(Parallel Moons)를 내놓으면서 무명의 객원 보컬은 비로소 자신의 이름 ‘뎁’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거리를 배회하는 불량 소녀라는 이름처럼 자유로운 음악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 지난 7월에 나온 2집 앨범 ‘백만불짜리 여자’에서 뎁은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키웠다. 현실에서 취한 소재를 발전시킨 상상의 이야기와 재즈적인 접근, 신선한 화성 등 그녀의 독특한 시각이 무대를 채운다. 예쁘지만 난폭한 뎁만의 노래를 만나보자. 또 한명의 주인공은 차효선과 김나은으로 구성된 여성 신스팝 듀오 ‘트램폴린’이다. 1980~90년대 동네마다 봉봉, 방방, 팡팡, 퐁퐁 등으로 다르게 불리던 ‘트램펄린’(Trampoline)에서 스펠링을 살짝 바꾼 트램폴린은 한때 작사·작곡·편곡·연주·프로듀싱·레코딩까지 도맡았던 차효선의 또 다른 이름. 2008년 이색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던 1집 ‘트램폴린’을 발표한 지 3년. 차효선은 역동적인 리듬감과 아름다운 멜로디 감각을 지닌 기타리스트 김나은을 만나 듀오 형태로 팀을 새롭게 꾸렸다. 최근 발표한 2집 ‘디스 이스 와이 위 아 폴링 포 이치 아더’(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는 시작부터 통통 튀는 비트가 흐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춤을 이끌어낸다. 세련되고 이국적인 정서를 고스란히 음악에 담아낸 뒤 전자 사운드와 어쿠스틱 악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이들은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번 공연에서도 말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차효선의 춤사위와 김나은의 화려한 기타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지금&여기] 종편 출범뒤 혼란/임일영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종편 출범뒤 혼란/임일영 문화부 기자

    지난 1일 이후 심기가 불편하다. 현 정권의 각별한 배려(?)로 출범한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가 본격 영업을 시작한 탓이다. 우선 시청자의 한 명으로 짜증이 났다. 새로 출범하는 방송사라면 채널의 정체성, 다른 채널과의 차별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게 급선무일 텐데 4개 채널을 돌려봐도 엇비슷했다. 저녁 메인뉴스는 ‘새 소식’은 없고 ‘자사 홍보’로 채워졌다. 약속이라도 한 걸까. 어느 채널을 틀어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나왔다(‘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깐 TV조선의 편집은 압권이다). 사내방송에 적합한 아이템을 반복적으로 틀어대는 것도 고문 수준이다. JTBC와 채널A는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각각 동양방송(TBC)과 동아방송을 빼앗겼다며 뜬금없이 독재정권의 피해자인 양했다. 막강한 종이신문의 뒷받침을 받는 종편 4사에 대해 ‘을’의 입장인 연예인이나 미디어에 민감한 정치인은 그렇다 치자. 경제부처의 장관까지 특정 종편에 출연해 생긋 웃으면서 ‘파이팅~’을 외쳐댄다. ‘MB노믹스 전도사’다운 행동이지만, 찜찜한 뒷맛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중문화 담당 기자에게 종편 출범은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다. 마음 같아서는 종편 4사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을 싹 무시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프로그램, 혹은 ‘폐인’을 양산하는 인기 프로그램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오롯이 텍스트만을 두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조·중·동이 대주주인 방송사란 이유로 작품을 외면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다. 졸속 출범한 종편의 사정을 볼 때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중파의 스타 PD와 톱스타들을 대거 끌어들인 만큼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고민은 깊은데 딱히 답은 없다. argus@seoul.co.kr
  • 15일 개봉 ‘악인은 너무 많다’서 첫 주연 맡은 배우 김준배

    15일 개봉 ‘악인은 너무 많다’서 첫 주연 맡은 배우 김준배

    충무로 밥을 먹은 지 13년. 연극판에서 머문 세월까지 합치면 17~18년쯤 된다. 아직 이름 석 자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영화 ‘이끼’(2010)를 봤다면 그 눈빛과 인상을 잊을 수 없을 것. 정재영, 박해일, 유해진, 김상호 등에 뒤지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던 배우 김준배(42) 얘기다. 그의 첫 주연작 ‘악인은 너무 많다’가 오는 15일 개봉한다. 정통 누아르를 표방한 이 작품에서 잭나이프 하나로 뒷골목을 평정했던 건달 출신 심부름센터 사장 강필 역을 맡았다. 영화는 누아르의 공식에 충실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강필이지만, 양육권 소송을 위해 뒷골목 생활을 접고 4대 보험 적용을 받는 직장인을 꿈꾼다. 늘 그렇듯, 마지막으로 맡은 한 건이 사달이 난다. 기업인의 뒷조사를 의뢰받고 계약금 조로 받은 돈이 부도수표. 뒷조사한 인물은 증발하고, 눈앞에 팜므파탈(요부)이 나타나면서 강필은 걷잡을 수 없는 늪에 빠진다. 지난 6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얼굴부터 ‘누아르’인 김준배를 만났다. 그런데 정작 입을 여니 동네 큰 형님처럼 살갑다. 한옥 카페의 기왓장을 들썩거리게 하는 웃음소리에 또 한 번 놀랐다. “(첫 주연이라) 부담 백배입니다. 저는 계산하기보다는 느끼는 대로 하는 쪽인데 80분 상영시간 동안 에너지를 배분해 본 경험이 없었어요. 한순간 폭발시키고 빠지는 조연과는 전혀 달랐죠.” 제작비 5000만원이 투입된 저예산 장르영화. 20여일 만에 촬영을 끝내야 했다. 김준배는 “시사회 때 보니 민망해서 봐줄 수가 없더라.”면서 “내 얼굴을 어떻게 80분이나 보느냐.”며 껄껄 웃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부두 격투 장면만큼은 공들여 찍으려 노력했다.”는 그는 쇠파이프를 든 조폭 십여명과 싸우는 장면이었는데 합(동선에 따라 짜놓은 액션)을 충분히 못 맞춘 데다 한번 엉키면 개싸움처럼 붙다 보니 앞니가 부러졌다.”고 촬영 뒷얘기를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영종도 바닷가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찍었다. 악전고투의 연속. 큰 마음 먹고 조명 크레인 두 대를 불렀는데 중무장 군인들이 나타나더니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북한군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평도 포격사건 여파였다. 맹견에 물리는 장면도 아찔했다. 스턴트맨을 불렀는데 체구가 너무 작아 그가 보호대를 착용하고 직접 했다. 좀 더 리얼한 장면을 원한 감독(김회근)은 “다시”를 거듭 외쳤다. 문제는 개. “촬영이 거듭되니 개가 점점 팔 위쪽을 물기 시작했고, 동공이 풀리면서 회색빛으로 변하더라고요.” 주인공과 요부의 농밀한 애정 장면도 누아르의 필수. 미녀 배우 송지은이 그의 상대역이었지만 베드신은 다른 이들의 몫이었다. 아쉽지 않았느냐고 슬쩍 농을 건넸더니, “그러게 말입니다. 제작비만 더 있었으면 (주인공과의) 진한 베드신도 찍었을 텐데….”라며 입담 좋게 받아쳤다. ‘악인’ 전에도 그가 맡은 역은 조폭이나 형사가 대부분이었다. ‘열혈남아’ ‘강적’(이상 2006) ‘수’ ‘무방비도시’(2007) ‘트럭’(2008) 등이 그랬다. 그는 장르적으로 누아르에 끌린다고 했다. “남자의 로망은 누아르 아닙니까. 악을 쓰지만 결국 비장하게 좌절하는 거요. 물론 조폭이 앞뒤 없이 튀어나와서 칼 휘두르고, 죽는 식은 싫습니다. 그 캐릭터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고, 행동의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악인’을 선택한 이유도 같은 겁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때 대구로 이사갔다. 시골이나 다름없는 달서구 죽전동 옻밭골에 살았다. 병든 노모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드리려고 잠시 대학에 다녔지만, 술만 신나게 먹었다. “소도 50마리쯤 키우고, 뒷동산에 가서 무술연습이나 하던 시골 촌놈이었는데 사회화가 좀 안 됐어요. 사람들과 어울리고, 관계를 맺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여동생의 권유로 대구에서 직장인들이 참여하는 연극 워크숍에 참여했다. “워크숍이 끝날 무렵 공연을 했습니다. 사시나무처럼 떨었는데 막상 대사를 하니까 긴장이 풀리는 겁니다. 커튼콜 때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태어나서 그런 기분 처음이었습니다.” 이래 굶나 저래 굶나 마찬가지 대구에서 2년쯤 연극을 하다가 무작정 상경했다. 이윤택 감독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에 들어가 연기를 익혔다. 당시 한솥밥을 먹은 동료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윤제문(41)이다. 세상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 게다가 남다른 덩치이다 보니 ‘얼굴값’도 했다. 하지만 8년 전 아내를 만나면서 마음을 잡았다. 단역마저도 드문드문 들어오던 탓에 딴생각도 많이 했다. 영농 후계자부터 공무원까지 기웃거렸다. 하지만 아내가 “오빠는 그냥 연기나 하라.”며 미술학원 ‘알바’를 했다. ‘이끼’는 오늘날 김준배를 만든 전환점이 됐다. 당시 조감독에게 프로필을 건네받은 강우석 감독은 1초도 지나지 않아 그를 낙점했다. “엄청 긴장했죠. 생각해봐요. 김상호, 유해진은 야구로 치면 4할 타자들이에요. 전 대타로 나왔다가 안타 못 치면 바로 빠지는 사람이고…. 9회까지 안 잘리고 버틸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했습니다.” 롤모델은 명배우 앤서니 퀸(1915~2001)이란다. “강한 인상인데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하면서 밑바닥 감성을 전달하는 배우예요. 자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캐릭터에 몸을 맞추는 그처럼 되고 싶습니다.” 후속작은 김익로 감독의 ‘500만불의 사나이’. 배우 조성하, 가수 박진영 등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형사반장인데 전작들과 달리 경쾌한 캐릭터”라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 끝에 이 말을 덧붙인다. “악당이라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바보 같은 사랑을 그린 멜로도 좋고요. 보시다시피 순박한 면모가 있으니까. 개인기는 없지만 코믹한 성격도 있으니 코미디도 가능합니다. 하하.”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연말 송년회 국립·도립·시립 예술단체 공연 한편 어떠세요

    연말 송년회 국립·도립·시립 예술단체 공연 한편 어떠세요

    세밑이다. 이맘때면 ‘국·도·시’ 문화예술단체는 팬 서비스 차원의 특별한 무대를 꾸민다. 술자리에 지친 당신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풍성하고 다채로운 공연이 마련돼 있다. 국립, 도립, 시립인 덕에 일정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대중 스타나 해외단체 공연보다는 저렴하다. 대신 서둘러야 한다. ●국립오페라단 ‘갈라콘서트’-오페라, 합창·발레를 만나다 국립오페라단은 29일과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011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연다. 가수들이 아리아만 부르는 보통의 갈라와 달리 합창과 발레를 곁들였다. 1부는 ‘파우스트’ 등 올해 공연작 중 하이라이트를 모았다. 2부는 내년 프로그램의 맛보기다. 히든카드는 오페라와 발레가 만나는 2부 마지막 순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에 안무를 넣었다. 지난해 러시아 페름 아라베스크 콩쿠르에서 베스트 파트너상을 받은 정영재와 김리회 등 국립발레단 남녀 무용수 20명이 폴카와 왈츠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다. 이미 VIP석(10만원)과 R석(5만원)은 동났다. 1만~10만원. (02)586-5284. ●정명훈의 서울시향-히트 상품 ‘말러’ 만날 올 마지막 기회 클래식계의 최고 히트 상품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시리즈가 막을 내린다. 정명훈 예술감독 겸 지휘자와 서울시향이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 ‘천인 교향곡’으로 불리는 8번은 8명의 독창자(소프라노 트와일라 로빈슨·이명주·캐슬린 킴, 메조소프라노 백재은·양송미, 테너 강요셉, 바리톤 김주택, 베이스 전승현)와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합창단(국립·서울시·수원시립·안양시립서울모테트·나라오페라합장단 등) 등 5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무대에 올라 장관을 연출한다. 일부 남은 물량과 반환 표를 놓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2만~12만원. 1588-1210. 임헌정 지휘자가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의 31일 제야 음악회(부천시민회관, 1만~3만원, 1544-1555)와 김대진 지휘자가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9일 공연(경기도문화의전당, 5000~2만원, 031-228-2813)도 있다. ●국립국악원 ‘왕조의 꿈’-정조의 잔치풍경 현대적 재탄생 국악 공연도 있다. 국립국악원은 10~18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왕조의 꿈, 태평서곡’을 공연한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을 때 아들 정조는 11살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정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한 지극한 효성으로 대신했다. 혜경궁의 60번째 생일에 정조는 7박 8일 동안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정조 때 편찬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는 이 잔치의 진행 과정, 참석자, 춤과 음악, 심지어 쌓아 놓은 음식 높이까지 상세히 묘사돼 있다. ‘왕조의 꿈’은 이 잔치 풍경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 1만~3만원. (02)580-3300. 28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공연되는 경기도립국악단의 드라마 콘서트(‘송년 가족음악회-내 생애 가장 소중한 선물’)도 눈에 띈다. 이순재, 이주실, 송옥숙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2만~7만원. 1544-2344. ●서울시무용단 ‘나우, 무브먼트’-중견안무가 3인의 노련한 몸짓 서울시무용단은 15~16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나우, 무브먼트’(Now, Movement)를 올린다. 정혜진, 장해숙, 양대승 3명의 중견 안무가 작품으로 꾸몄다. 정혜진은 시할머니, 시어머니, 며느리 3대의 관계를 다룬 ‘가문Ⅱ’를, 장해숙은 오수환 화백의 연작 ‘곡신’(谷神·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텅 비어 있기에 물이나 바람이 모여들 수 있는 계속 상태)에서 모티프를 따온 ‘화첩기행Ⅱ-곡신에서 몸을 풀다’를 선보인다. 양대승은 600년 전 선조들이 타임캡슐을 남겨 놨다면 어떤 내용을 적었을까 하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올드 & 뉴’를 내놓았다. 2만~3만원. (02)399-1766. 조태성·임일영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의 파브르’ 조복성 박사의 삶 조명

    ‘한국의 파브르’ 조복성 박사의 삶 조명

    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곤충 연구에 생애를 바친 장 앙리 파브르(1823~1915).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필독서 ‘곤충기’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파브르’ 같은 인물이 없는 걸까. 1939년 나라 없이는 학문도 없던 그때에 과학운동 등을 펼치며 곤충 연구에 매진했던 조선인 조복성(1905~1971) 박사가 있었다. 광복 이후 초대 국립과학박물관장을 지냈고, 고려대 동물학 교수이자 한국곤충연구소 설립자로 평생을 연구에 매진했다. 한국 곤충학의 뿌리를 만들고 자연과학의 틀을 세운 ‘한국의 파브르’ 조복성 박사의 ‘곤충기’를 전격 복간한 창작공방 몽비행의 대표이자 곤충 애호가인 황의웅씨를 9일 낮 12시 10분 ‘EBS 초대석’에서 만나본다. 우연히 조 박사의 ‘곤충기’ 존재를 알게 된 청년 황의웅은 원본을 찾으려고 한국과 일본의 고서점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7년 만에 인터넷 고서적상에서 원본을 찾았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조 박사의 책이 재출판되기를 원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지만 출간된 지 63년 만인 올해 마침내 ‘조복성 곤충기’는 빛을 보게 된다. ‘EBS 초대석’에서는 조 박사가 10대 시절인 1920년대 직접 채집한 곤충표본을 들여다보는 모습과 1920년대 백두산과 울릉도 탐사 모습, 직접 그려낸 국내 최초의 나비도감 등 생생한 사진들을 통해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 한국 곤충학의 뿌리를 세웠는지 잊힌 이야기들을 만나본다. 또 지난 10월 28일 고려대에서 열린 조 박사의 40주기 기념사업 심포지엄과 ‘조복성 곤충기’ 출판기념회 현장을 찾는다. 황 대표의 꿈은 조 박사의 연구 업적에 관한 자료를 더 수집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디지털 곤충도감과 새로운 개념의 곤충과학관을 만드는 것. 60여 년 전 조 박사는 청소년들이 곤충을 생물세계의 엄연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조 박사의 꿈은 60여 년이 흐른 오늘 황 대표의 꿈으로 이어진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5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UP & DOWN

    15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UP & DOWN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물론 제작과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에게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편 ‘미션 임파서블’(1996)로 전 세계에서 4억 5769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 이어 2편(2000)으로 5억 4638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1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3편(2006)은 3억 9785만 달러에 그쳤다. 때문에 오는 15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MI 4)에 일찍부터 관심이 쏠렸다. 4편 성적에 따라 시리즈의 수명이 정해질 터. 1~3편이 이단 헌트(톰 크루즈)의 위기를 다뤘다면, 4편은 소속기관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운명을 건 ‘미션’이 얼개를 이룬다. 헌트는 제인 카터(폴라 패튼), 벤지 던(사이먼 페그),브랜트(제레미 러너)와 팀을 이뤄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코발트’를 쫓는다. 이들은 정보를 얻고자 크렘린 궁에 잠입하는데, 폭파사고가 나면서 외려 테러조직으로 몰린다. 러시아와의 분쟁을 우려한 정부는 IMF의 모든 것을 삭제하는 명령인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한다. IMF의 운명은 물론, 핵전쟁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한 헌트와 동료들의 불가능한 모험이 시작된다. ‘MI 4’의 장단점을 분석해 봤다. ■ 이래서 볼만해요 - 무대역 액션신 ‘압권’ 명불허전(名不虛傳). 톰 크루즈(49)는 죽지 않았다. 5년 만에 돌아온 ‘MI 4’는 통상 시리즈물이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늘 새로움을 요구하는 관객들의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화면을 압도하는 스케일, 긴장감 넘치는 액션, 탄탄한 스토리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하마터면 ‘첩보물의 고전’으로 잊혀질 뻔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우선 훨씬 정교해진 특수장비와 발달된 기술로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 뭄바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등 세계 곳곳에서 촬영된 숨막히는 첩보전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러한 미션 수행의 한 가운데에 톰 크루즈가 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를 무색케하는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직접 액션신을 소화했다. 특히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CG)을 쓰지 않고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 외벽에서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쳐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전편까지 헌트의 단독 미션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팀플레이가 강조된 것도 이번 시리즈의 차별점이다.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여성 요원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과시한 ‘미션 걸’ 폴라 패튼, 긴장을 이완시키는 웃음과 위트를 담당하는 사이몬 페그는 각자 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냉철한 모습 이면에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는 IMF의 전략 분석가 브란트 역의 제레미 레너도 연기 내공을 발휘한다. 이야기를 복잡하거나 어렵게 꼬지 않고 관객보다 반발짝 앞서 가는 구성과 시의 적절하게 흘러나오는 웅장한 음악도 매력적이다. 이처럼 132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는 것은 아케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브래드 버드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덕택이다.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을 연출했던 감독의 첫 번째 실사 영화로 주목 받은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인 재기 발랄한 순발력이 그대로 살아난다. 여기에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다섯 차례나 방한한 ‘친절한 톰아저씨’의 각별한 한국 사랑에 국내 관객들이 어느 정도로 화답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래서 아쉬워요 - ‘2% 부족’ 악당캐릭터 ‘MI 4’는 오락영화로선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뽐낸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1999)나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2001~2003),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008) 같은 블록버스터 걸작에 비하면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결정적인 요인을 꼽자면 허술한 악역 캐릭터에 기인한다. 헌트의 원맨쇼가 빛을 발하려면 그만큼 악당도 강해야 한다. 그래서 시리즈의 전작에는 묵직한 악역들이 배치됐다. 1편의 악당은 헌트의 IMF 직속상관이었지만, 사리사욕을 위해 조직과 조국을 배신한 짐 펠프스(존 보이트). 헌트를 감쪽같이 속여 넘긴 것은 물론, 아내(엠마누엘 베아르)마저 필요에 따라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등 악역 전문 대배우다운 면모를 뽐냈다. 3편에서 악명 높은 무기 암거래상 오웬 데이비언으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나온다. 할리우드가 가장 아끼는 조연배우이던 호프먼은 2005년 ‘카포티’로 아카데미와 전미비평가협회 등 웬만한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면서 주연급으로 부상했다. 헌트의 아내를 인질로 잡고, 헌트를 죽음 직전까지 내모는 호프먼의 카리스마는 시리즈의 악당 중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MI 4’의 악당인 암호명 코발트(미카엘 니크비스트)의 캐릭터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의 핵무기와 발사코드, 전술위성을 입수한 뒤 미국으로 핵폭탄을 발사해 미·러 두 나라의 핵전쟁을 불러오는 게 코발트의 지상과제.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 그만큼 절실한지 납득이 안 된다. 스웨덴 특수부대 출신의 천재 대학교수라는 게 그에 대한 설명의 전부. 조직(부하 한 명이 전부다)도 자금력도 없는 그가 어떻게 최고 정보기관인 IMF를 우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코발트 역을 맡은 니크비스트가 스웨덴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란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요절한 스웨덴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3부작의 6부작 드라마 버전에서 주인공 마이클 블롬크비스트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그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8일 개봉 ‘블리츠’

    [영화프리뷰] 8일 개봉 ‘블리츠’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열혈형사 브랜트. 그는 타블로이드 언론의 표적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어느 날, 순찰을 하던 여경관이 총에 맞아 숨진다. 또 다른 경찰은 순찰차에서 총을 맞는다. 연쇄살인범은 브랜트와 앙숙인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을 ‘블리츠’(기습공격)라고 소개한 뒤, 경찰 8명을 죽이겠다고 공언한다. 세 번째 희생자는 브랜트의 절친한 선배 로버츠. 브랜트와 동료들은 용의자 배리 와이즈를 검거한다. 그런데 증거 불충분으로 48시간 만에 풀려난다. 오히려 그는 비뚤어진 추종자들을 양산하면서 유명해 진다. 올해만 벌써 네 편째다. 이쯤 되면 ‘다작 종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영화 아이콘으로 불리는 제이슨 스타뎀(가운데·44) 얘기다. 하지만 8일 개봉하는 ‘블리츠’는 스타뎀의 기존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현란한 맨몸 액션은 거의 없다. 육중한 근육에서 나오는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액션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개봉한 그의 영화 중 완성도는 가장 낫다. 스타뎀이 액션뿐 아니라 표정과 심리묘사도 가능한 배우란 걸 새삼 깨닫게 한다. 스타뎀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연쇄살인범 와이즈 역을 맡은 에이단 질렌이다. ‘영드’(영국 드라마) 마니아라면 낯익은 얼굴이다. 화제작 ‘퀴어 애즈 포크’의 주인공 스튜어트를 맡아 영국의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배우다. 초점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살인범의 광기를 드러낸다. 조지 R R 마틴의 판타지 대작 ‘왕좌의 게임’을 드라마로 만든 미국 HBO의 화제작에 출연하는 등 대서양을 오가면서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킬링타임(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 기본 얼개는 많이 본 듯한 얘기들이다. 경찰에 앙심을 품은 연쇄살인범은 말할 것도 없고,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을 농락한 범죄자가 증거가 없어 풀려난다거나 범죄자가 비뚤어진 대중들의 우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 역시 충분히 우려먹은 얘기다. 하지만 뻔한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진부하지 않다. 특히 결말은 꽤나 신선하다. 수많은 범죄영화에서 악한들은 경찰에게 ‘너는 나를 결코 쏠 수 없어. 나를 체포해봤자 나는 더 유명해질거야.’라며 이죽댄다. 이에 대한 브랜트의 대답은 극장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겠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원작에 빚지고 있다. 하드보일드 범죄스릴러의 거장 켄 브루엔의 ‘톰 브랜트’ 시리즈 중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또 다른 인기작인 ‘잭 테일러’ 시리즈 중 ‘런던 불러바드’ 역시 인기각본가 윌리엄 모나한의 감독 데뷔작으로 낙점됐다. 제시카 심슨과 힐러리 더프의 뮤직비디오로 알려진 엘리어트 레스터 감독은 광고·뮤직비디오 감독들이 빠지기 쉬운 ‘서사의 빈곤’ 함정을 비교적 영리하게 피해갔다. 차기작을 기대해 볼 만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생명 구하려 촌각 다투는 응급구조사

    생명 구하려 촌각 다투는 응급구조사

    #장면 1 어스름한 새벽의 경기 안산. 선부 119안전센터에 출동 명령이 떨어진다. 신고에 따르면 심폐 기능 정지로 말미암은 호흡장애 환자다. 급작스러운 호출이지만 대원들은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한다. 수화기 너머에는 울부짖는 목소리뿐. 심폐 기능 장애는 구급대원들이 꼽는 가장 위험한 상태다. 환자를 만나는 데 성공했지만, 결정적인 싸움은 지금부터. 병원으로 이송되는 5분의 응급처치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장면 2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가정집.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달려온 북가좌 119안전센터의 대원들. 2년 전 뇌수술 병력이 있다고 하니 심상치 않다. 서둘러 응급실로 향하는 구급차 안, 머릿속이 하얘졌는지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보호자와 미친 듯이 요동치는 환자. 아수라장이 따로 없지만, 응급구조사는 냉정해야 한다. 이들이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장면 3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대로변에서 난 교통사고. 현장에는 휴짓조각처럼 구겨진 트럭이 눈에 띈다. 소방 구조대원의 도움으로 환자를 차 밖으로 꺼낸 상태. 곧바로 응급이송을 하며 환자의 부상 정도를 점검한다. 응급구조사는 이송 중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전송한다. 직접 처치할 수 없는 부상이라 해도 응급실의 신속한 조치를 위해 1초도 헛되이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눈썰미가 있다면 구급차 전면에 빨간 영문단어(앰뷸런스)의 좌우가 거꾸로 돼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터. 앞서 가던 차량의 운전자가 거울에 비친 단어를 곧바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1분 1초와 싸우는 구급차에는 항상 응급구조사(EMT: Emergency Medical Technician)가 탑승하고 있다. 오는 7~8일 밤 10시 40분 방송되는 EBS ‘극한직업-응급구조사 1·2부’는 119 안전센터 응급구조사들의 세계를 밀착 취재했다. 국내에서는 1995년부터 대학에 응급구조과가 설치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응급구조 인력은 약 1만 5000명. 이들은 응급환자들은 물론 자살 신고와 상습적으로 출동을 요구하는 알코올 중독자까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24시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 3] (1) 영화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 3] (1) 영화

    대중문화든 순수 예술이든 들어간 품이 많다고 해서, 작품성이 빼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뜨는 건 아니다. 배급·유통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유행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2011년도 거의 저물고 있다. 올해 나온 작품 가운데 ‘좋았으나 뜨지 못한 베스트 3’를 여섯 차례에 걸쳐 장르별로 짚어본다. 지난 6월 23일 개봉한 안재훈·한혜진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은 올해 가장 불운한 영화로 꼽힌다. 기획 기간을 포함해 극장에 걸리기까지 무려 11년. “엉덩이로 그린다.”고 할 만큼 품이 많이 드는 셀(2D) 애니메이션인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시간 투자다. “7년간은 스튜디오에 매일같이 출근해 하루 16시간씩 작업했다.”는 게 안 감독의 설명이다. 세밀한 그림체와 서정적 이야기의 힘이 어우러진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전산망에 집계된 관객은 5만 678명에 그쳤다. ●절망에서 희망 찾은 ‘소중한 날의 꿈’ 개봉 첫 주에 109개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딱 일주일 만에 14개로 급감했다. 불과 1주일 간격으로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3’가 극장가를 침공한 것이 뼈아팠다. ‘트랜스포머 3’는 개봉 첫 주에 국내 전체 상영관(2200여개)의 절반을 훌쩍 넘는 1400개 안팎의 스크린을 독식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올해 최고 흥행작(779만명)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은 유탄을 피하기 어려웠다. 안 감독은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희망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고 자책도 많이 했다. 참담한 심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끝은 아니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도서관과 여성단체, 지역의 작은 영화제 등에서 공동체 상영 요청이 잇따랐다. 안 감독은 “평생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라 공동체 상영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공동체 상영 현장에 찾아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뒤늦게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앞으로 3년간 한국단편문학 걸작 10편을 3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황순원의 ‘소나기’, 김유정의 ‘봄봄’ 3편을 1월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할리우드 대작에 밀린 ‘모비딕’ ‘당신이 믿는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홍보 문구를 앞세운 영화 ‘모비딕’ 역시 ‘트랜스포머 3’의 또 다른 피해자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의문의 교각 폭발 사고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파헤치려는 사회부 기자와 내부 고발자, 사건을 조작하려는 거대 조직의 진실게임을 다룬 이 영화는 연출과 각본을 맡은 박인제 감독의 신인답지 않은 내공은 물론, 황정민을 중심으로 진구, 김상호, 김민희 등 조연진의 탄탄한 뒷받침까지 어우러져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트랜스포머 3’를 피하려는 할리우드의 쟁쟁한 대작들(‘엑스맨: 퍼스트클래스’ ‘프리스트’ ‘슈퍼8’)의 개봉 시기가 6월 초로 몰린 탓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국내 ‘빅 3’ 배급사인 쇼박스가 투자한 작품이지만 최종 관객은 43만 1978명에 머물렀다. 손익분기점인 170만명(총제작비 60억원)에 턱없이 못 미쳤다. 평단과 관객의 반응을 고려한다면 억울한 숫자임에 틀림없다. 쇼박스 관계자는 “황정민씨가 흥행 배우인 데다 작품성도 좋아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비밀조직이 건재한 채 끝나는 모호한) 결말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지만 흥행 성적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거장의 안타까운 실패 ‘달빛 길어올리기’ 지난 3월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또 다른 의미의 아쉬움을 남긴다. 다큐와 극영화가 혼재된 듯한 영화의 구성은 다소 낯설었지만 ‘한지’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의 복원과 계승에 평생을 바친 장인들의 인생은 임 감독의 삶과 겹쳐지면서 감동을 안겼다. 임 감독과 배우 강수연의 20년 만의 재회, 임 감독과 배우 박중훈의 첫 만남, 평단과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는 물론 ‘빅 3’ 배급사가 공동 배급을 하면서 물리적으로도 뒷받침받았다. 임 감독도 몸이 불편한 가운데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는 등 애를 썼다. 그럼에도 성적은 5만 7309명에 그쳤다. 임 감독 작품이기에 누구도 감히 토를 달지 못했던 분위기가 외려 흥행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관객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달빛’의 실패가 거장의 102번째 영화가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영화계의 바람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시합창단 ‘한강 칸타타’ 초연

    칸타타라고 하면 커피 이름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터.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노래하다)에서 파생된 칸타타는 17~18세기 성행했던 성악곡의 한 형식을 뜻한다. 200여곡의 칸타타를 남긴 바흐의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렇다고 칸타타를 구닥다리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울시합창단이 오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는 ‘한강 칸타타’ 초연 무대는 칸타타와 친해지기 위한 좋은 기회다. 서울시합창단의 위촉으로 음악평론가 탁계석이 대본(가사)을 쓰고, 올해 대한민국 작곡상 최우수상을 받은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곡을 붙였다. 소프라노 정꽃님,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이승묵, 바리톤 공병우 등 성악가와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박민희, 부산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대상 수상자 정준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등 200여명이 무대에 올라 동서양이 어우러진 특별한 무대를 꾸민다. 전체 5악장으로, 각 장이 독자적인 다양성을 보여준다. 관현악 서곡, 독창, 여창(전통 가곡), 중창, 합창(혼성 합창, 여성 합창, 남성 합창, 어린이 합창)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강강술래’ 등 민속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한편 서양 관현악 반주에 대금, 피리, 태평소, 생황, 장구, 꽹과리 등 국악기를 써서 한국적 색채를 표현했다. 수익금은 한국심장재단에 기탁한다. 1만~5만원. (02)399-1777.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종편 주말시청률도 0.4~0.5% ‘굴욕’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등 조·중·동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시청률은 주말에도 지지부진했다. ‘예능·드라마 왕국’을 내건 JTBC는 3일 간판 드라마 ‘인수대비’를 처음 선보였지만 1.073(TNms)~1.183(AGB닐슨)%에 그쳤다. 4일 시청률 조사전문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일 종편 4개사의 일일평균 시청률은 JTBC 0.595%(이하 전국단위 가구시청률), MBN(매일경제)이 0.486%, 채널A 0.416%, TV조선 0.407% 순으로 나타났다. 개국 첫날인 1일 부진했던 MBN과 채널A는 조금 올라간 반면 JTBC와 TV조선은 하락했다. 1일 일일평균시청률은 JTBC가 0.662%로 가장 높았고 TV조선이 0.493%, 채널A 0.378%, MBN 0.318% 순이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3일 TV조선의 일일평균 시청률이 0.503%로 가장 높은 가운데 JTBC 0.468%, 채널A 0.426%, MBN이 0.407% 순으로 나타났다. 1일에는 TV조선 0.549%, JTBC 0.475%, 채널A 0.425%, MBN 0.281% 순이었다. TV조선은 한 개의 프로그램도 시청률 1%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0.961%·TNms)과 ‘TV조선 9시뉴스 날’(0.781%·AGB닐슨)이 가장 높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수능점수 공개·인간 광우병 후끈, 채널A ‘강호동 선정 보도’ 시끌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수능점수 공개·인간 광우병 후끈, 채널A ‘강호동 선정 보도’ 시끌

    일주일 동안 누리꾼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끈 검색어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결과 발표’였다. 지난달 2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언어, 수리(가·나), 외국어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수험생이 지난해 11명에서 올해 171명으로 늘어났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분석과 함께 ‘물수능’이라는 말이 나왔다. 2위는 인간 광우병.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월 감각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생체 조직을 분석한 결과 광우병처럼 뇌에 구멍이 뚫리는 전염병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환자는 23년 전 소의 뇌조직을 이용한 인조경막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통해 감염된 ‘의인성 CJD’로 확인돼 역학 조사가 시급하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뉴스가 3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9만 7000여명 정도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분산서비스공격(DDoS) 예언이 4위에 올랐다. 재·보궐 선거 당일 공격과 관련, 나꼼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10월 29일 방송에서 “내부 소행인지 해킹인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심의팀 신설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일 SNS와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팀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직제규칙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문제의 글이나 사진이 올라오면 자진 삭제를 권고한 뒤 삭제되지 않으면 계정을 차단할 방침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6위는 지난 1일 개그맨 강호동이 23년 전 야쿠자 모임에 참석했었다고 동영상을 공개한 채널A의 선정 보도 논란이다. 강호동 측은 “고교 씨름부 시절 일본 대회에 출전했다가 감독이 초청한 식사 자리에 따라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7위는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의 열애 소식이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약 4개월간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과 강남 출마설을 부인한 소식이 8위에 올랐다.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넥슨의 해킹은 9위.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프로야구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10위에 턱걸이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역사 에세이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 펴낸 파페라 테너 임형주

    역사 에세이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 펴낸 파페라 테너 임형주

    파페라 테너가 책을 썼다. 서점가에 넘쳐나는 자전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 에세이란다. 예약주문이 몰려 지난달 15일 초판으로 1만 5000부를 찍었다. 그런데 다 팔려 나갔다. 1만부를 더 찍었다. 궁금해서 책을 잡았다. ‘요부’ ‘팜므파탈’의 화신으로 각인된 장희빈이 주인공이다.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다르다. 첩의 딸로 태어났지만, 계급사회의 장벽을 넘어 국모(國母)까지 오른 신여성, 남인과 서인이 벌이는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 아들(경종)의 안위를 위해 목숨마저 내놓은 모성애를 가진 여인으로 재해석한 것. 30일 서울 태평로의 한 식당에서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를 펴낸 작가 임형주(25)를 만났다. ●계급사회 넘은 신여성으로 재해석 책이 잘 팔린다고 운을 띄웠다. 쑥스러운지 배시시 웃었다. “처음에는 상업적으로나 작품성 모두 불안했다. 관둘까 수십 번 고민했다. 하지만 장희빈이란 인물에 매료된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른, 마흔이 되면 내 틀에 갇혀 모험하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무가내처럼 지른 거다.” 왜 장희빈이었을까. 어릴 적 자주 놀러 가던 외할아버지댁 서가에는 역사책이 빽빽했다. 수많은 위인을 제쳐두고 소년 임형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장희빈이었다. 당시 드라마 ‘장희빈’(1995)에서 정선경이 연기한 표독스러운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단다. “할아버지는 장희빈과 인현왕후, 숙종 사이에 얽힌 정치적 관계를 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줬다. 역사란 후대의 평가와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됐다.” 책의 에필로그에는 꿈에서 장희빈과 조우한 대목이 나온다. 진짜냐고 물었다. 그는 “많은 분이 책 팔려고 꾸며낸 얘기 아니냐고 하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사람이 어떤 일에 몰두하면 꿈에도 나오지 않나. 에필로그에 쓴 것처럼 긴 대화가 오간 건 물론 아니지만, 꿈에서 만난 건 분명하다.”면서 “어쩌면 서오릉에 있는 그녀의 묘지에 갔다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꿈에서까지 장희빈 만났죠” 지난 2년 장희빈과 동거한 느낌이라고도 했다. “외국공연을 가는 비행기에서, 공연장과 방송국 대기실, 동네 카페에서 틈틈이 자료를 읽고 메모를 했다. 어른들 말씀으로는 너무 혼령을 오래 갖고 있으면 안 좋다고 하더라. 이젠 그 분을 떠나보내야겠다.”(웃음) 방송기자가 꿈이었다는 그는 앞으로도 글쓰기를 놓을 생각이 없다. 차기작 구상도 끝냈다. 이번에는 역사소설이다. 그는 “신라 진성여왕에 꽂혀 있다. 나쁜 여자한테 이상하게 끌린다.”며 웃었다. 이어 “사료가 정말 없어서 역사 에세이보다는 소설로 접근한다. 신라 왕족들의 근친상간은 일반적이었는데 유독 그에게만 음탕하다는 주홍글씨를 씌웠다. 그가 정치를 잘못한 것도 있지만, 그 때문에 신라가 망했다는 건 비약”이라고 강조했다. 작가 이전에 그는 가수다. 지난달부터 6년 만에 전국 투어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선 발매됐고, 국내에서도 곧 나올 아시아 통합앨범 ‘오리엔탈 러브’를 기념한 공연이다. 그는 “4집 누적 판매량이 10만장인데 요즘 음반시장에서 그 기록을 깨는 건 불가능하다. 판매량이 전부는 아니지만 스스로를 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과 부담이 너무 크다.”고 털어놓았다. 내년이면 데뷔 10년째다. 그는 “내년부터 보폭을 넓힌다. 미국에서 정규 1집을 낸다.”면서 “현지 크로스오버 전문 레이블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름 앞에는 수많은 ‘역대 최연소’ ‘한국인 최초’ 타이틀이 붙는다. 일부에선 삐딱하게 보기도 한다. ‘최연소’ ‘최초’를 수집하는 건 아니냐는 것. 그는 “어릴 땐 우쭐했다. ‘혹시 최연소인가요’라고 주위에 묻기도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요즘은 짐이 된다는 걸 느낀다. ‘최초, 최연소라더니 이것밖에 못 해?’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종편 개국… 열고보니 ‘졸속 편성’

    종편 개국… 열고보니 ‘졸속 편성’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가 1일 일제히 개국했다. 4개 방송사 합동으로 오후 5시부터 인기가수들을 불러모아 3시간 동안 화려한 개국축하쇼를 선보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방송은 첫날부터 사고와 졸속 편성으로 얼룩졌다. 종편들은 그동안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 등을 상대로 지상파 채널과 인접한 전국 단일 번호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13~20번을 꿰찼지만, 개국 이틀 전 채널이 확정된 탓에 시험방송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예고된 ‘인재(人災)’다. TV조선은 이날 오후 3시 40분 방송을 내보낸 뒤 10여분 만에 8분여 동안 화면이 분할되는 ‘사고’를 냈다. 김연아 과대광고 논란도 불거졌다. TV조선은 조선일보 1면을 통해 ‘9시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라고 광고를 펼쳤지만, 개국 축하인터뷰를 겸해 잠깐 앵커 흉내를 낸 수준이었다. JTBC는 이날 낮 12시쯤 프로그램 순서를 긴급하게 바꾸는 소동을 벌였다. 이날 밤 11시 20분 예정된 ‘특집 TBC, JTBC로 부활하다-언론통폐합의 진실’을 갑자기 오후 4시 40분으로 앞당겼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45개 언론사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반대집회를 갖고 “새로운 권(權)·경(經)·언(言) 유착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집회 뒤 종편 출범 축하행사가 열리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환자=돈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

    “환자=돈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

    ‘돈이 있어야 환자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 병원은 어느새 정글이 되어 버렸다.’ 카메라는 한 대학병원 외래진료실 앞에서 오랫동안 숨을 죽인다. 환자 다섯 명이 그 교수를 만나는 시간은 평균 31초. 이어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간호사, 원무과 직원들이 차례로 증언한다. 양전자 컴퓨터단층 촬영(PET-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조직검사 주문을 내거나 값비싼 로봇수술이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지 모른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대한민국 일부 병원에서 벌어지는 행태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의 송윤희(32) 감독은 “돈에 눈먼 의사나 병원의 잘못, 무지한 환자들의 욕심 탓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의료복지 정책을 내팽개친 정부 탓”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결국 중산층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82분짜리 다큐멘터리의 영화적 완성도만을 따진다면 허점도 많다. 하지만 메시지의 울림은 극장을 떠나고서도 한동안 남는다. 의료 관계자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과 단돈 몇 만원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소외계층의 아픔이 녹아 있다. 리얼리티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데는 송 감독의 또 다른 직업( 산업의학과 전문의) 덕이 크다. 약 900만원의 순제작비를 책임진 것은 물론, 자문, 기획, 섭외, 포스터 모델까지 도맡은 남편 이선웅씨 역시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새안산의원 원장이다. ‘의사가 웬 영화냐.’고 생뚱맞게 볼 일은 아니다. 2001년 아주대 의대를 휴학하고 독립영화워크숍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영화가 너무 가슴 떨리는 일이란 걸 그때 깨달았다. 하지만 의사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는 게 송 감독의 설명. 전공 선택도 남달랐다. “내과나 정신과도 흥미로웠지만, 4년 동안 사회와 동떨어지는 게 싫었다. 사회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시야가 편협되지 않을 분야를 찾다 보니 산업의학을 택하게 됐다.” 쪽잠 잘 시간도 부족한 전공의 시절에는 영화와 ‘별거’했다. 하지만 2009년 전문의 자격을 따고 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시나리오 집필이라니 영화는 운명인 모양이다. 의사로, 또한 보건의료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연구원으로 지내던 그가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든 건 지난해 여름. “가정방문 의료봉사를 다니던 남편에게 돈이 없어서 당뇨 치료를 내버려두는 어르신 얘기를 들었다. 막상 얘기를 듣고보니 현실로 다가왔다. 소외계층에만 집중하면 너무 감성적인 접근이 될 테고 시스템의 모순을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이 의사에게 환자 수를 실적으로 여겨 수익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적나라하게 나온다. 의사들에게 실시간 문자메시지로 외래환자 현황을 알리는 한편, 회의시간에 파워포인트로 과(課)별 진료 실적을 공개하는 등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외래진료 횟수와 진료수익 등에 따라 등급을 매겨 성과보수를 지급한다’거나 ‘MRI 오더를 내면 건당 만원씩 받았다’는 의사들의 증언을 듣노라면 뒷목이 뻐근해진다. 영화를 접한 동료 의사 중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이도 있었단다. 침소봉대했다는 불만이다. 송 감독은 “전수조사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목소리가 있는 곳, 문제가 있는 곳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닌 르포다. 상업화, 산업화의 논리 속에 다수 병원이 비슷한 현실에 놓였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3월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실험상을 받은 ‘하얀 정글’은 공동체 상영(영화를 보고 싶은 단체의 신청을 받아 상영)에서 ‘한국판 식코’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 민간의료보험 체계를 신랄하게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2007)를 본 뒤 많은 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얀전쟁’을 보고 나면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송 감독은 “‘식코’처럼 쉬운 언어로 쿨하게 찍고 싶었는데 내 유머감각이 낙후된 것 같다.”며 웃었다.이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의료만큼은 복지의 시각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김훈과 만나는 남양주·양평 이야기

    김훈과 만나는 남양주·양평 이야기

    이 시대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역사 소설가로 숱한 팬들을 거느린 작가 김훈. 그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한대수 같은 가객이 되고 싶단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즐겨 듣고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이면 망원경을 배낭에 넣고 물가에 나와 논다는 김훈의 모습 속에는 글로만 만났던 모습과는 또 다른 편안함과 따뜻함이 전해진다.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에 역사소설 ‘흑산’으로 돌아온 그가 늦가을 풍경이 펼쳐진 경기 남양주와 양평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길은 2일 오후 6시 30분 SBS ‘감성여행-떠난다면 그들처럼’의 첫 회로 방송된다. 여행정보는 쏟아지고, 여행상품은 차고도 넘친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맛집 순례하듯 들르는 ‘나 여기 왔다 간다’ 식의 여행은 아닐 것.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이 노곤하게 풀어질 수 있는 쉼표같은 여행을 원할지도 모른다. 인기 작가들의 감성 가득한 여행을 담백하면서도 아름답게 담아냈던 ‘감성여행-내 안의 쉼표’의 후속 프로그램인 4부작 감성 다큐멘터리 ‘감성여행-떠난다면 그들처럼’의 기획 의도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감각적인 음악은 물론, 출연자 면면도 한층 깊어졌다. 평소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인들이 총출동한다. 김훈을 시작으로 만화가 이현세, 사진작가 조선희,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대가들의 겨울 여행기가 뒤를 잇는다. 첫 회 주인공 김훈은 글이 아닌 말을 통해, 책이 아닌 방송을 통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와 일상을 담아낸다. 산문집 ‘자전거여행’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그답게 명품 자전거 코스로 꼽히는 남양주~양평 구간의 자전거 길과 수종사, 두물머리, 세미원을 거쳐 숨겨진 명소인 천진암까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낯가림이 심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도 컸다. 대중 앞에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배우란 직업을 하기에 적합한 천성은 아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였나. 말로는 표현 못 할 기운을 느꼈다. 어린 나이였지만 평범한 직장생활 하면서 살 팔자는 아니란 걸 직감했다. 소녀는 배우를 꿈꿨다. 열일곱 살에 화장품 모델로 데뷔했다. 열아홉 살에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002년 영화 ‘취화선’ 조연으로 충무로로 영역을 넓혔다. 두 번째 영화 ‘연애소설’부터는 줄곧 주연만 했다. 배우라면 한 보따리씩 가진 무명 시절 고생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운이 좋았을지도 몰라요. 다들 니가 무슨 슬럼프가 있었느냐고 해요. 그런데 십몇 년 동안 끊임없이 복기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항상 도돌이표 같은 고민을 해요.” # 상대역 캐스팅 안 됐지만 시나리오만 믿고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손예진(29)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란 ‘도’에 호러란 ‘토핑’을 얹은 독특한 영화다. 기를 쓰고 쫓아다니는 귀신 때문에 연애는커녕 가족·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여리(손예진)가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벌이는 달콤살벌 연애담을 다뤘다. 영화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이후 2년 만이다. 데뷔 이후 한해도 영화를 거르지 않은 점에 비춰 의외의 행보. 손예진은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하고 나서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시나리오가 바뀌면서 아예 빠졌다. 그 무렵 ‘오싹한 연애’를 받았는데 묘하게 새롭고 재밌었다.”면서 “내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좋은 작품들을 했다고 자부하는데 좀 더 업그레이드된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인감독, 게다가 상대배우 캐스팅도 안 된 상태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했다. 전작 ‘개인의 취향’에서 5세 연하인 이민호에 이어 3세 연하인 이민기와 커플연기를 했다. 영화를 끌고나가는 건 오롯이 그녀의 몫. 손예진은 “그동안 (최민식·배용준·김주혁·김명민·한석규·정우성 등)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다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찍었다. 관객 입장에선 검증이 안 된 신인감독이니까 책임감이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호흡 맞춰가며 그래서일까. 언론 시사 전날 1시간밖에 잠을 못 이뤘다. “하하하,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시사회에 가요. 발가벗겨진 채로 도마 위에 놓인 느낌 같다고나 할까요. 기자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옷이 입혀질 수도 있고, 계속 발가벗겨진 채로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다행히 웃을 대목과 무서워할 대목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아요.” 손예진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청순미와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기 때문. 물론 그녀가 과감한 연기변신을 시도했던 ‘외출’ ‘무방비도시’ ‘백야행’ 같은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두세 작품밖에 안 했는데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았나 봐요(웃음). ‘외출’은 치정극도 아니고, 허진호 감독님 특유의 미묘한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잖아요. ‘무방비도시’는 손익분기점은 넘었고. ‘백야행’은 워낙 특별하고, 뒤틀린 사랑 얘기여서…. 처음부터 대박과는 거리가 먼 걸 알았지만 선택한 거죠.” 곧 말을 이었다. “내가 새롭고 즐겁지 않으면 관객들이 재밌을 수 없잖아요. 변신을 위해 억지로 꿰맞춘 옷을 입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를 감싼 껍질을 끊임없이 깨뜨리고 싶어요. 장르적으로는 똑같은 멜로, 똑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야죠.” 손예진은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다.”고도 했다.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를 끝낸 직후와 2008년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찍을 때였다. 두 번 모두 쉬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작품 욕심에 일을 강행했던 게 패착. 정신적·육체적으로 패닉상태에 이르렀지만, 이겨냈다. # 나를 감싼 껍질을 깨뜨리고 싶었답니다 “결국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힘들긴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몫인 거죠.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여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만큼 ‘연기관’도 달라졌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평생 연기만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란 회의가 문득 들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 음악을 좀 배워 볼까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이걸 배워서 음악영화에 출연할 때 써먹으면 좋겠구나란 생각으로 연결돼요(웃음). 이 세상에 사는 이상 연기를 하지 않는 나는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또한 “연기를 할 때 철저하게 외롭지만 그 외로움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자연인 손예진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허탈함은 컨트롤이 안 된다.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고통, 욕망, 그 모든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혼녀(‘연애시대’), 소매치기(‘무방비도시’), 기자(‘스포트라이트’), 팜므파탈(‘백야행’)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역할을 소화한 그녀가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그녀는 “30대에는 진한 여자들의 우정, 여성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델마와 루이스’나 ‘밴디트’ ‘몬스터’ 같은 영화에 끌린다.”고 털어놓았다. # 변신하려고 억지로 꿰맞춘 옷은 싫으니까요 조만간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날 모습이 기대된다. 물론 피 흘리고, 재투성이가 된 손예진을 먼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요즘 생애 첫 번째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타워’현장에서 설경구, 김상경 등과 함께 재투성이에 피범벅으로 촬영 중이다. 배우 손예진의 껍질깨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엄본좌, 완득이 제쳤다

    [주말 박스 오피스] 엄본좌, 완득이 제쳤다

    엄태웅·주원을 내세운 영화 ‘특.수.본’(이하 특수본)이 5주 연속 흥행수익 정상을 달리던 ‘완득이’를 제쳤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개봉한 ‘특수본’은 25~27일 34만 6875명(24.3%)을 동원해 흥행 1위에 올랐다. 아드만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아더 크리스마스’가 18만 315명(12.6%)을 기록, 3위로 데뷔했다. ‘리얼 스틸’은 11만 9490명(8.4%)으로 4위.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은 11만 7661명(8.2%)에 그쳐 두 계단 떨어진 5위를 기록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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