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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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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과 하룻밤’ 남이섬의 초대

    ‘음악과 하룻밤’ 남이섬의 초대

    MP3 파일로만 음악을 듣거나 실내 공연장의 라이브만 경험했던 이들은 결코 그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 야외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티벌은 다른 세계다. 무대 앞 자리를 차지하고 껑충껑충 뛰는 재미도 있겠지만, 멀찍이 떨어진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널브러져 음악을 듣는다면 신선놀음이 부럽지 않을 터. ●9일 美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 음악과 캠핑을 전면에 내세운 신개념 뮤직페스티벌 ‘레인보 아일랜드 2012’가 9~10일 강원 춘천 남이섬에서 열린다. 1980년대 신인가수 등용문이던 강변가요제가 열렸던 그 무대다. 섬 전체가 사유지인 남이섬에서 1년 중 캠핑이 가능한 단 하루이기도 하다. 전 세계 20~30대 여성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가 첫날인 9일 헤드라이너(페스티벌의 하루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수)로 나선다. 절친인 지난해 헤드라이너 케이티 턴스털을 통해 남이섬의 아름다움과 레인보 아일랜드의 특별한 분위기에 매료됐다고 한다. 므라즈는 현재 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 가수다. 2002년 데뷔한 그는 2008년 3집 ‘위 싱 위 댄스 위 스틸 싱스’(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빌보드 차트 3위)로 스타덤에 올랐다. 대표곡 ‘아임 유어스’는 빌보드 싱글 차트 100위에 최장기 연속 등재 기록(76주)을 세웠다. 1만장을 넘으면 대박으로 간주되는 국내 음반시장에서 3집 앨범은 10만장 이상 팔릴 만큼 대박이 났다. 최근 발매된 새 앨범 ‘러브 이즈 어 포 레터 워드’(Love Is A Four Letter Word)는 국내 사전예약만으로 1만 5000장이 나갔다. ●10일 이승환·크리스티나 페리 여성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티나 페리는 10일 무대에 오른다. 이별의 아픔을 특유의 저음으로 소화한 ‘자 오브 하트’(Jar of Heart)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700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라인업도 눈에 띈다.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은 팝스타 페리를 밀어내고 10일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가 배출한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뮤직페스티벌 첫 출연도 남이섬에서 이뤄진다. 이 밖에 015B, 뜨거운 감자, 옐로우몬스터스, 더 칵스, 킹스턴루디스카,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소란 등도 출연한다. 1일권 9만 9000~11만원. 2일권 16만 7000원. 1544-1555.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맨 인 블랙 3’ 2주째 1위 ‘차형사’ 개봉 첫 주 3위로

    [주말 박스 오피스] ‘맨 인 블랙 3’ 2주째 1위 ‘차형사’ 개봉 첫 주 3위로

    10년 만에 시리즈를 재개한 윌 스미스·토미 리 존스 주연의 ‘맨 인 블랙 3’가 2주째 흥행 수익 정상을 내달렸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개봉한 ‘맨 인 블랙 3’는 지난 1~3일 전국 540개관에서 53만 3568명(매출액 점유율 26.2%)을 불러모았다. 누적 관객 245만 5334명. 임수정과 류승룡·이선균을 앞세운 ‘내 아내의 모든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 속에서도 47만 4500명(점유율 22.3%)의 관객을 동원했다. ‘7급 공무원’의 흥행콤비 신태라 감독과 강지환이 다시 만난 ‘차형사’는 33만 2861명을 불러모아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했다. 올해 가장 먼저 개봉한 호러영화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금지’에는 29만 5036명의 관객이 찾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샬리즈 시어런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신·구 여배우의 연기 대결이 흥미로운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18만 9726명으로 5위를 기록했다. 한편 마블코믹스의 종합선물세트인 ‘어벤져스’는 개봉 6주째임에도 9만 6756명을 불러모으는 저력을 뽐냈다. 누적 관객 699만명을 기록, 7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낯선사람, 고찬용 첫 번째 프로포즈

    낯선사람, 고찬용 첫 번째 프로포즈

    조규찬과 강현민(일기예보), 유희열, 이한철, 방시혁, 나원주, 정지찬의 공통점은. 가수와 작곡가, 프로듀서 등 걷는 길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다. 노래는 물론 작사·작곡, 편곡, 연주를 할 수 있는 재주꾼을 뽑다 보니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조동익, 조동희, 장필순, 한동준, 윤영배, 오소영, 더 버드의 공통점은 뭘까.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을 대표하던 포크 가수들로 음반기획사 ‘하나음악’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03년 하나음악이 문을 닫으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2010년 옛 친구들은 푸른곰팡이란 이름으로 다시 뭉쳤다. 그리고 둘의 교집합이 있다. 고찬용(41)이다. 그는 1990년 제2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을 받았다. 그래도 낯설다면 보컬그룹 ‘낯선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한국의 맨하튼 트랜스퍼’란 별칭으로 90년대 초 가요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낯선사람들은 인천대 음악동아리 포크라인 회원들이 만든 보컬그룹이다. 대중은 이소라를 더 기억할 테지만, 작사·작곡은 물론 음악 설계를 도맡은 건 리더 고찬용이다. 고찬용이 새 앨범 ‘룩 백’을 내놓았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화려한 코드 전개, 웬만한 연주자는 흉내 내기도 힘들 만큼 ‘변박’(불규칙한 박자)이 쏟아진다. 스캣(즉흥 보컬)도 자유자재다. ‘음악가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뮤지션’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정원영, 김동률, 이적 등 동료들은 앨범 발매와 동시에 트위터에 상찬을 쏟아냈다. 녹음에 꼬박 9개월이 걸렸으니 들인 품을 짐작할 만하다. 허성혁 푸른곰팡이 대표가 “다른 소속가수 앨범보다 마스터링은 스무 배쯤 시간이 더 걸렸다. 심지어 공장에 음원을 보내기 하루 전날까지 밤을 새워가며 수정 작업을 했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 1집 ‘애프터 텐 이어스 애브슨스’(2006) 이후 6년 만이니 욕심을 낼 법도 했다. 2003년 하나음악이 망하고서 시간과 돈에 쫓기면서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만든 1집은 외면받았다. 고찬용은 “하나음악 식구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 외의 사람들과 아예 교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회사가 해체됐을 때 직장을 잃은 기분이었다. 쫓기는 마음이었고, 세션을 쓸 형편이 안 돼 미디(MIDI)로 모든 악기를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세션 연주자들과 녹음하고, 제대로 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마친 건 1996년 낯선사람들 2집 이후 16년 만인 셈. ‘룩 백’에는 유독 격려와 위로의 노랫말이 눈에 띈다. 고찬용은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사는 게 쉽지 않았다. 나에 대한 위로를, 다른 분들도 이 노래들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곡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전에는 곡 쓰는 스타일 자체가 틀에 박혔다. (학전의 김민기 대표와) 창작뮤지컬 음악감독을 하면서 자유로운 발상을 배운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멜로디를 먼저 쓰고 나중에 화성이나 코드를 붙이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6년부터 공황장애를 앓았다. 그는 “심장발작이 와서 병원에 갔는데 1주일을 검사하더니 정신과로 가보라더라. 이범룡(‘꿈의 대화’로 제4회 대학가요제 대상)씨가 그 방면의 전문이라서 찾아갔다. 처음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대인기피와 광장공포증이 함께 왔다. 쇼핑몰 같은데는 엄두도 못 냈다. 사는 게 무서웠다. 점점 술에 의존했고,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공황장애를 털어내는 데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푸른곰팡이 식구들과 음악이 고통을 이겨낼 힘을 줬다. “요즘 우리 사회에 정신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 정말 많지 않은가. 이런 분들에게도 내 노래가 힘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중과 스킨십도 늘릴 계획이다. 새달 1일 홍대 KT&G상상마당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그는 “데뷔를 20년 전에 했는데 솔로 무대는 처음이다. 엄청 떨린다.”고 말했다. 홀로 무대에 서는 경험을 쌓고서는 TV 출연도 해 볼 생각이다.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이소라가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제안이 온다면 나갈 거냐고(이소라는 95년 ‘낯선사람들’을 탈퇴해 솔로로 나섰다). 그는 “내가 오래 아프다 보니 연락이 끊어졌을 뿐이지 사람들이 말하듯 사이가 틀어진 건 아니다.”며 웃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새 음반] ‘솔’ 충만 존 메이어 3년만에 귀환

    ●본 앤드 레이즈드(Born And Raised) 2000만장의 앨범 판매고, 그래미상 후보에 11번 올라 7번이나 상을 받았다면 수십 년 관록의 노장 가수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35)라면 얘기가 다르다. 2001년 데뷔 앨범 ‘룸 포 스퀘어스’(Room for squares) 이후 그는 한 번도 평단과 팬들의 지지를 잃지 않았다. 솔(soul)이 듬뿍 담긴 목소리에 웬만한 기타리스트 뺨치는 기타 실력은 물론, 191㎝의 훤칠한 키에 얼굴은 배우 조니 뎁을 닮았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한국의 존 메이어를 꿈꾼다.”는 지망생이 넘쳐났다. 메이어가 3년 만에 정규 5집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해 가을 발매 예정이었지만 성대 육아종 제거 수술 탓에 연기됐다. 앨범을 빼곡하게 채운 12개의 트랙에는 블루스와 포크, 컨트리음악에 대한 존경심이 짙게 배어 있다. 1960~70년대 전설적인 포크록 밴드 ‘크로스비 스틸스 앤드 내시’의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그레이엄 내시가 코러스로 나선 동명 타이틀곡 ‘본 앤드 레이즈드’를 들으면 이 앨범에 임하는 메이어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터. 미국적 색깔이 진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귀에 척척 감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묘하게 반복재생하게 만드는 진중함과 편안함이 있다. 소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심사위원상 ‘앤젤스 셰어’

    심사위원상 ‘앤젤스 셰어’

    영국 글래스고 하층민 가정의 로비는 이른바 비행청소년이다. 약에 취한 어느 날 밤, 보도에 바짝 붙어 운전했다는 이유로 젊은 남자를 흠씬 두들겨 패 죽일 뻔했다. 그런데 법원은 징역형 대신, 사회봉사명령을 내린다. 로비의 여자친구 레오니가 출산을 눈앞에 뒀고, 로비도 갱생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 사회봉사명령을 감독하는 해리는 로비가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한다. 노동자와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천착해 온 영국의 좌파 감독 켄 로치(76)는 ‘앤젤스 셰어’로 복귀했다.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그는 무거운 주제를 묵직한 잽으로 두들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달콤하고 쌉싸래한 코미디를 들고 나왔다. 사회안전망의 엉성한 틈에 빠진, 그럼에도 가난과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하층민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로치의 작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그의 작품들과 달리 주인공과 루저 친구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앤젤스 셰어’란 위스키나 와인 양조과정에서 오크 통속의 내용물이 날아가 해마다 2~3%씩 줄어드는데 천사가 그만큼을 마신다고 여겨 생겨난 말이다. ‘앤젤스 셰어’가 심사위원상을 받은 건 거장에 대한 예우만은 아닐 듯싶다. 1967년에 데뷔했으니 연출경력 40년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주제의식을 간직한 채 표현방식을 미세조정할 수 있다는 건 로치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불리지 않은 그 이름, 상수

    폐막일 오전 칸 영화제 측에서 일부 경쟁부문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돌린다. “폐막식에 꼭 참석해야 한다.”며 수상 여부 정도는 귀띔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27일 홍상수 감독도, 임상수 감독도 전화를 받지 못했다. 칸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두 감독이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라 기대를 모았기에, 어느 때보다 관계자들의 낙담이 큰 게 사실이다. ‘다른 나라에서’(홍상수)와 ‘돈의 맛’(임상수)은 국내 시사를 거치면서 황금종려상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수그러들었다. 그럼에도 ‘펄프픽션’(1994)이나 ‘화씨 911’(2004) 등 깜짝 수상작의 뒤를 이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여전했다. 게다가 ‘칸 특수’를 기대한 투자배급사의 속내와 맞물리면서 기대치는 확대 재생산됐다. 결과론이지만, 둘은 황금종려상 수상패턴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칸 경쟁부문은 황금종려상-심사위원대상-감독상-남·여주연상-각본상-심사위원상 순으로 위계가 분명하다. 경쟁부문 수상 경험이 ‘마일리지’처럼 쌓일수록 유리하다. 심사위원대상과 감독상 등 단계를 밟아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모범사례다. 스티븐 소더버그(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나 크리스티안 문주(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처럼 수상경력이 전무한데도 황금종려상을 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특정 국가의 영화를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면 예외가 적용되기도 한다. 2010년 ‘엉클분미’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태국)이 대표적이다. 전찬일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나 이창동 감독의 ‘시’는 그해 경쟁부문에서 단연 돋보였는데도 작품 외적 요인들이 고려되면서 수상에 실패했다.”면서 “한두 명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나라와 달리 한국영화는 한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대표선수가 많다. 단박에 황금종려상을 노리기보다는 수상 실적이 쌓여야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금종려상에 목을 매는 영화계나 일부 언론도 바뀌어야 한다.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임 감독은 27일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 정도로 황금종려상을 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으면 탈 수 있었겠지만 안 좋았던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돈의 맛’은 한국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뉘앙스와 긴장감이 있다. 외국인은 아무래도 느끼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만점과 0점 사이 ‘홀리 모터스’

    만점과 0점 사이 ‘홀리 모터스’

    수수께끼의 사나이 오스카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하나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옮겨다닌다. 대기업의 CEO에서 암살자, 거지, 광인, 가정적인 남자까지. 작품 속 배역을 연기하듯 하루 동안에도 전혀 다른 인생들을 살아낸다. 파리 곳곳을 훑고 다니는 오스카의 유일한 동반자는 셀린뿐. 셀린은 오스카가 각각의 배역(혹은 인생)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뀌는 분장실이 달린 거대한 리무진을 몰고 다닌다. 동시에 하루에 9개의 인생을 살아내는 오스카의 비서 역할까지 한다. 프랑스 영화계의 총아였던 레오 카락스가 칸에 돌아온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흥분시켰다. ‘홀리 모터스’는 ‘폴라X’ 이후 무려 1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 ‘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등 문제작들을 쏟아내며 천재감독으로 불렸던 카락스도 어느새 52세가 됐다. 절망적인 사랑의 상처와 고통을 그려냈던 초기 작품과 달리 카락스는 삶에 대한 거대한 은유를 담아냈다. 삶이란(혹은 영화 창작이란) 끊임없이 가면이나 분장을 바꿔 가며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라는 게 카락스의 생각인 듯하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22편 중 호불호가 이만큼 극명하게 엇갈린 작품도 없다.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 평점 2점(4점 만점)을 받았다. 4점 만점을 준 평론가가 둘이지만, 0점을 준 매체도 있었다. 프랑스 내부의 평점을 취합하는 르 필름 프랑세에서는 15명 중 5명이 4점 만점을, 1명은 0점을 매겼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칠순 감독의 사랑, 칸 적시다

    칠순 감독의 사랑, 칸 적시다

    한국과 팔메도르(황금종려상)는 아직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제65회 칸 영화제의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은 독일 출신 미하엘 하네케(70) 감독에게 돌아갔다. 하네케는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3년 만에 팔메도르를 품에 안는 진기록을 세웠다.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74년 ‘도청’, 79년 ‘지옥의 묵시록’)와 다르덴 형제(1999년 ‘로제타’, 2005년 ‘더 차일드’), 에밀 쿠스트리차(1985년 ‘아빠는 출장 중’, 95년 ‘언더그라운드’) 등에 이어 7번째다. 물론, 3년 만에 두 번째 수상은 역대 최단기간이다. 심사위원장 난니 모레티가 27일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경쟁부문 7개 상 중 마지막으로 하네케의 이름을 호명했을 때 진심 어린 박수가 쏟아졌다. 70세 노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은 아니었다.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올 경쟁부문 22편 중 가장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 주요 매체의 비평을 취합하는 르 필름 프랑세에서는 15명 중 8명이 만점을 줬다. 전 세계 주요 매체의 평점을 모으는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도 크리스티안 문주의 ‘비욘드 더 힐스’와 더불어 가장 높은 3.3점(4점 만점)을 얻었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수상소감의 말문을 연 하네케 감독은 객석의 아내를 가리키며 “영화 속 노부부처럼 우리도 결코 헤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영화감독과 오스트리아 여배우를 부모로 둔 하네케는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지만, 오스트리아의 비너노이슈타트에서 자랐고, 빈대학을 졸업했다. 영화평론가, TV 편집자 등으로 활약하던 하네케가 늦깎이 입봉을 한 건 1987년작 ‘일곱 번째 대륙’을 통해서다. 정작 그의 이름을 알린 건 미디어의 폭력성을 꼬집은 1997년 작 ‘퍼니게임’이다. 이후 칸 영화제의 주요 부문 트로피를 차곡차곡 수집했다. 2002년 ‘피아니스트’로 심사위원대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더니 2005년 ‘히든’으로 감독상을, 2009년에는 ‘하얀리본’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아무르’는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은퇴한 음악교사 부부 조지와 앤은 80대에 들어섰지만, 신혼 못지않은 잉꼬부부다. 하지만 불행은 감기처럼 찾아온다. 부엌에서 밥을 먹던 앤의 동공이 풀리면서 어떤 외부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잠시 뒤 정신을 되찾지만 앤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내 앤의 다리가 마비되고 치매까지 온다.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조지에게 이런 아내를 지켜보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노년의 사랑과 치매 문제를 건드려 반향을 일으킨 추창민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여러모로(?) 떠오르게 한다. 논쟁적인 결말을 관객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건 장 루이 트린티냥(82·조지 역)과 에마뉘엘 리바(85·앤 역)의 절제된 연기에서 비롯된다. 심사위원 장 폴 고티에는 “믿을 수 없는 궁합”이라고 극찬했다. 특히 1960~70년대 유럽영화 팬이라면 ‘남과 여’(1966), ‘제트’(1969·제22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 트린티냥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상당할 법하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가로네 감독(‘리얼리티’), 감독상은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디가스 감독(‘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이 차지했다. 영화제 내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작은 이변이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리얼리티’에 1.9점(4점 만점), ‘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에는 2점을 줬을 뿐.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는 2.1이었다. 칸이 발굴하고 키운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는 또 다른 승자다. 여우주연상(크리스티나 플러터·코스미나 스트라탄)과 각본상 모두 그의 ‘비욘드 더 힐스’에서 나왔다. 몰아주기를 꺼리는 칸의 속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영국의 노장 켄 로치 감독은 ‘앤젤스 셰어’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토마스 빈테르베르 감독의 ‘헌트’에서 열연한 덴마크 배우 마스 미켈센의 몫이다. 한편, 단편 ‘써클라인’으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신수원 감독은 카날플러스상을 받았다. 유럽 최대규모 케이블 방송 카날플러스가 선정하는 이 상은 6000유로(약 890만원) 상당의 차기작 장비 지원과 더불어 카날플러스 배급망을 통해 유럽에 공개된다. ‘써클라인’은 중년 가장이 실직한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하루를 소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신 감독은 “수상 덕분에 조만간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영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격려를 얻고 차기작 ‘명왕성’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윤진 “미드 출연 8년 만에 ‘넘버2’ 됐어요”

    김윤진 “미드 출연 8년 만에 ‘넘버2’ 됐어요”

    불혹을 눈앞에 뒀다. 웬만한 여배우들은 내리막길을 걸을 나이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상승곡선이다. 배우 김윤진(39) 얘기다. 2004년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의 선(SUN) 역할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최근 ABC의 13부작 드라마 ‘미스트리스’에 주연으로 전격 발탁됐다. 한국에서는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김휘 감독의 스릴러 영화 ‘이웃 사람’도 촬영 중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파리 모델 자격으로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김윤진을 26일(현지시간) 칸 마르티네즈 호텔에서 만났다. 김윤진은 “늘 칸에 오기를 꿈꿨지만 로레알파리 모델로 레드카펫을 밟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레드카펫을 지나면서 인터뷰도 하고 굉장히 길었는데 칸은 시작하자마자 끝나더라. 좀 놀랐다.”며 웃었다. 이어 “다음에는 꼭 주연배우로 오고 싶지만 배우는 캐스팅이 돼야 연기할 수 있는 직업 아닌가. (로레알파리의 모델인 명배우) 제인 폰다는 일흔 살이 넘었는데도 레드카펫에서 20대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라. 차라리 모델을 70살까지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윤진은 25일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코스모폴리스’, 26일 제프 니컬스 감독의 ‘머드’ 공식 상영에 초대받아 로레알 모델 아이시와라 레이, 궁리, 앤디 맥도월 등과 함께 레드카펫에 섰다. 2004년 ‘로스트’ 첫 시즌에 돌입할 때만 해도 김윤진은 미국에서는 완벽한 신인이었다. 당연히 그의 이름을 아는 스태프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1회 촬영을 마친 ‘미스트리스’에서는 모든 스태프들이 ‘윤.진’을 또박또박 발음할 만큼 위상이 달라졌다. 김윤진은 “미국에서는 대본에 배우 이름을 숫자로 표시한다. 매번 반복할 수 없으니 비중순으로 1부터 숫자를 매기는 방식인데 ‘로스트’ 때는 6번이었다. 하지만 ‘미스트리스’에서는 (알리사 밀라노에 이어) 2번이 됐다.”고 밝혔다. ‘미스트리스’는 2008년 영국 BBC에서 방송된 작품의 리메이크로 30대에 접어든 대학 시절 친구들이 남편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나 겪는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김윤진은 올여름 개봉 예정인 ‘이웃 사람’에서 천호진, 마동석, 김성균 등 알짜배기 조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한국 배우로서의 가치를 유지해야 미국에서 더 빛이 날 수 있다.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한국 영화에도 계속 출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사진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장동건이 옴므파탈役 원해…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장동건이 옴므파탈役 원해…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의 첫 공식상영에서 고무적인 반응을 얻은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는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1782년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은 ‘위험한 관계’(1988), ‘발몽’(1989),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 등 전 세계에서 숱하게 리메이크될 만큼 매력적이다. 게다가 3500만달러(약 413억원)가 투입된 이 영화의 제작은 중국 존보미디어가, 연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 감독이 맡아 더 관심이 쏠렸다. 영화에서 장동건은 모든 사랑을 게임으로 여기는 작업의 고수로, 장쯔이는 남편을 잃었지만 정절을 지키는 여성으로, 장바이즈는 농염한 팜므파탈로 나온다. ●상하이가 무대… 제작비 3500만달러 투입 허 감독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혀 모르는 언어로 영화를 찍는 게 가장 힘들었다. 처음에는 무성영화를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대사를 끝냈는데 컷을 외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봤다.”고 말했다. 이어 “장동건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옴므파탈(나쁜 남자)이 하고 싶다더라. 변화를 주고 싶었던 모양인데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18세기 프랑스 귀족사회를 배경으로 한 원작을 허 감독은 1931년 상하이로 옮겨 놓았다. “원작소설은 심리묘사가 탁월했다. 동건이랑 농담을 한 게 우리가 일찍 이 소설을 읽었다면 연애를 훨씬 잘했을 거라고 할 정도로 사랑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또한 “원작은 프랑스 혁명 이전의 화려하고 물질적이지만, 진정한 사랑은 없던 시절이 배경이다. 1930년대 상하이 상류층도 못지않게 쾌락 지향적이었다. 제작자가 오늘날 중국 또한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모르는 언어로 영화 찍기 힘들어” 장바이즈는 장동건과 ‘무극’(첸 카이거, 2005)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동안 장동건은 결혼했고, 장바이즈도 5살, 2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가 됐다. 그는 “‘무극’ 때는 조용하고 편안한, 성격 좋은 오빠였는데 7년 만에 만나니 성숙한 남자의 향기가 났다. 동시에 너무 완벽한 남자라 무섭기도 했다. 여자라면 빠질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누구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극 중 대립각을 세우는 장쯔이와는 ‘촉산전’(서극, 2001) 이후 11년 만이다. “그땐 둘 다 어렸는데 이젠 30대가 됐다. 장쯔이는 국제적인 성공을 했고, 난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면서 “막상 영화에 함께 나오는 장면이 별로 없어 아쉬웠지만, 장쯔이는 1988년판 ‘위험한 관계’의 미셸 파이퍼 못지않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글 사진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베토벤·브람스의 ‘낭만’을 연주하다

    베토벤·브람스의 ‘낭만’을 연주하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1732~1809)부터 쇼스타코비치(1906~1919)까지. 200여년의 교향곡 역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작곡가 14명을 7년 동안 쫓아가는 고양문화재단의 야심 찬 기획 ‘아람누리 심포닉 시리즈’가 두 해째를 맞았다. 지난해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이어 올해에는 베토벤(1770~1827)과 브람스(1883~1897)를 세 차례에 걸쳐 공연한다. 25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마두동 고양아람누리 하이든홀에서 지휘자 최희준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올해의 첫 막을 연다. ‘애피타이저’로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이 준비됐다. 입맛을 돋구기 위한 전채라고는 하지만, 검증된 ‘스타 셰프’인 송영훈(첼로·왼쪽)과 백주영(바이올린·오른쪽)의 솜씨인 만큼 기대해도 무방할 듯하다. ‘메인 디시’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이 준비된다.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7번, 9번 ‘합창’ 등 관현악연주회의 단골손님 격인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과 달리 8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음악애호가는 그리 많지 않을 터. 지휘자들이 청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압도적인 연주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레퍼토리를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옛 양식으로 되돌아간 듯한 8번 교향곡을 굳이 연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8번을 놓고 고전적인 음악 전통을 반추한 가벼운 곡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베를리오즈는 “다른 곳에서 예를 찾아볼 수도 없고 비교될 만한 작품도 없는 가장 예술적인 작품이다. 하늘에서 이미 완성된 형태로 바로 예술가의 마음속에 떨어져 내려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만~4만원. 1577-77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후궁:제왕의 첩’

    [영화프리뷰] ‘후궁:제왕의 첩’

    신 참판의 딸 화연(조여정)은 어린 시절 한집에서 자란 권유(김민준)와 사랑하는 사이다. 이복형이 집권하는 궁을 떠나 바깥으로 돌던 성원대군(김동욱)은 우연히 화연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성원대군의 생모인 대비(박지영)는 공석인 중전에 화연을 천거한다. 며느리로 삼기엔 집안이 탐탁지 않았던 탓. 화연은 권유와 야반도주를 하지만 하루 만에 붙잡힌다. 결국 화연은 궁으로 들어가고 권유는 거세를 당한다. 5년 뒤 병약한 임금이 세상을 등지고 성원대군이 보위를 이어받는다. 다섯 살짜리 어린 왕자를 지켜내기 위한 화연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김대승 감독의 4번째 장편영화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은 구중궁궐에서 펼쳐지는 여인의 욕망에 관한 영화다. 등장인물 사이에 권력과 사랑, 복수, 섹스, 질투, 음모가 얽히고설켜 있지만 이는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 일이다. 원치 않게 궁에 들어온 화연은 본래 ‘사랑밖엔 난 몰라’형의 인물. 하지만 궁중 안에 피바람이 불고 아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지자 생존을 위해 ‘정치적 근육’을 키워간다. 육감적인 육체를 슬픈 눈빛으로 봉인해 놓은 화연이 흘리는 거짓 눈물, 그리고 슬쩍 흘리는 웃음에 사내들은 모든 것을 내던진다. 어느 순간, 화연의 행보가 아들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호해진다. 화연의 정적(政敵)인 대비는 엇나간 욕망의 화신처럼 비친다. 하지만 그 또한 화연과 다를 것 없다. 어린 시절 정적의 음모로 아들과 함께 불에 타 죽을 뻔했지만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하고 권력을 쟁취했다. 닮은 꼴이기에 더욱 화연을 짓밟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화연의 몸종으로 입궐해 우연히 승은을 입은 금옥(조은지)마저도 감춰진 본능에 눈을 뜨면서 음모를 꾸민다. ‘후궁’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욕망에 충실하다.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2000)와 ‘혈의 누’(2005)에서 김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 출신답게 긴 호흡의 드라마를 능숙하게 엮어내는 능력을 뽐냈다. 뻔하지 않은 멜로(‘번지점프를 하다’), 진부하지 않은 사극 스릴러(‘혈의 누’)를 통해 관객의 호응은 물론 평단의 지지도 얻었다. 2~3명의 관계에 집중했던 전작과 달리 김 감독은 ‘후궁’에 사연 있는 조연을 곳곳에 배치했다. 발현된 혹은 거세당한 욕망의 집합인 궁궐의 공간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무게감이 덜한 주연배우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조연의 대거 등장은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왕의 사랑 혹은 권력을 쟁취하려고 여인들이 암투를 벌이는 천편일률적인 TV 사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반 이후 극의 긴장감과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방자전’(2010)의 파격 노출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조여정은 ‘후궁’에서도 전작 못지않은 노출을 감행한다. 가혹한 운명에 휩쓸린 화연의 심리 묘사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결말에서 조여정의 눈빛은 오래 여운이 남는다. 6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재벌 비꼬았더니 투자 끊겨…돈의 맛도 못 찍을 뻔했다”

    “재벌 비꼬았더니 투자 끊겨…돈의 맛도 못 찍을 뻔했다”

    영화 ‘돈의 맛’으로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상수(50) 감독이 재벌과 언론·평단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임상수 감독은 24일(현지시간) 칸 영화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0년 ‘하녀’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230만 관객을 동원한 가장 핫한 감독이었는데도 (재벌의 행태를 꼬집은 탓에) ‘돈의 맛’의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서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돈들이 대부분 재벌에게서 나오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 영화를 찍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같이 작업을 했던 한 배우에게 (‘돈의 맛’) 시나리오를 먼저 보여줬는데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CJ 부회장이 ‘하녀’를 보고 많이 불쾌해했다면서 그 회사에는 (투자받으려) 시나리오를 넣지 말라고 하더라. 또 쇼박스에서도 처음에는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면서 영화화하자더니 1주일 만에 중단시켰다. 모(母)기업 비서실에서 영화 속 설정이 그룹과 비슷한 점을 부담스러워한다더라.”고 주장했다. 순제작비 40억원이 투입된 ‘돈의 맛’은 중소제작사 시너지가 메인 투자자로 나서 완성됐다. 영화에 대한 일부 평단과 언론 반응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왜 내 영화에 대한 악평이 많은지 모르겠다.”면서 “재미없든 싫어하든 그럴 수 있지만, 일부 평에서는 나에 대한 증오나 분노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별점을 2개반을 주든 몇 개를 주든 상관없다. 하지만 ‘비틀어 만든 교훈극, 결말이 산으로 간다’는 식의 20자평은 이해하기 어렵다. 내 영화에 대해 ‘이죽거림’이란 표현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데 이런 비평이야말로 이죽거림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도 팔모도르(황금종려상) 하나 탈 때가 됐다. 똘망하다는 중견감독 두 명(자신과 홍상수 감독)이 경쟁부문에 왔는데 뭐라도 타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난 비록 세계영화계에선 언더독(비주류 약자)이지만,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스티븐 소더버그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도 당시에는 신인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영화 결말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뤼미에르 극장에서의 공식상영 때 이곳 관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 내 의도가 통한다면 두 상수 중에 내가 (상을) 하나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칸 글 사진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칸이 여덟 번 부른 남자 그래도 별 느낌없다는 남자… 그는, 홍상수다

    칸이 여덟 번 부른 남자 그래도 별 느낌없다는 남자… 그는, 홍상수다

    우연적 만남이 빚어내는 관계의 변주. 반복되는 듯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의 디테일. 명징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보다는 툭툭 일상의 단편을 던진다.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홍상수 영화다.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된 ‘다른 나라에서´(31일 개봉) 역시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홍상수 식 화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증을 잘못 선 어머니와 함께 모항이란 해변마을로 잠적한 영화과 학생(정유미)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는 안느(이사벨 위페르)란 이름을 가진 3명의 여인이 나오는 시나리오를 쓴다. 첫 번째 안느(사진 위)는 잘나가는 영화감독인데 한국인 부부(권해효·문소리)와 함께 여행을 온다. 두 번째 안느(아래)는 남편이 해외출장을 간 틈을 타 연인관계인 영화감독(문성근)과 모항에서 접선한다. 세 번째 안느는 한국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고서 지인인 민속학 교수(윤여정)와 모항에 온 이혼녀다. 각각 에피소드는 별개로 존재한다. 그런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인물과 소품들은 다른 에피소드 속 상황과 묘하게 얽혀 들어간다. 칸 출국을 이틀 앞둔 홍 감독을 지난 11일 만났다. →칸영화제 경쟁부문만 해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이후 벌써 세번째인데. -고생한 배우들한테는 좋은 자리가 될 거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칸 영화제 측에서 경쟁부문이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지 내가 영화를 만들 때 다른 작품들과 경쟁하려고 만든 건 아니니까(특별한 소감이나 기대는 없다)…. 다만 내 영화를 보고, 느끼는 부분이 사람마다 다를 텐데 그 반응을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란 점은 좋다. #글쎄 왜 칸이 날 좋아하는지 안 궁금해 →13편의 연출작 중 8편이 칸에 초대받았다. 왜 칸은 홍상수를 선호할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알 길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장소(전북 부안군 모항)를 먼저 정했다. 영화를 찍을 만한 곳인지 여행 겸해서 2011년 초 1박 2일로 갔다. 아담하고 좋더라. 어떤 영화를 찍을지는 모르지만 그해 7월쯤 찍기로 했다. 그러다 그해 5월쯤 이사벨 위페르가 사진전을 위해 서울에 왔다. 인터뷰를 보니 한국 감독 중 나와 다른 누군가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더라. 전에 파리에서 두번쯤 만나 안면은 있었다. 그래서 점심을 같이했다. ‘7월에 뭔가 찍을 건데, 뭔지는 모르는데 혹시 관심있느냐.’고 물었다. 더 묻지도 않고 하겠다더라. 그 친구를 주인공으로 정해놓고, 할 수 있는 얘기가 뭘까 생각했다. (한국 사람이) 외국인과 만날 때 수줍음과 과잉 친절을 떠올렸다. →촬영 당일 아침에 쓴 ‘쪽대본’을 주는 걸로 유명한데. -‘하하하’(2009)까지는 그래도 트리트먼트(시놉시스를 발전시킨 형태. 그림 없는 콘티의 개념)가 있었다. 전체의 30~40% 정도의 디테일은 있었다. 그런데 ‘옥희의 영화’(2010)부터 미리 알고 시작하는 부분이 확 줄어들고 있다. #아침마다 쪽대본 쓰는 게 적성 맞아 →점점 즉흥 작업을 선호한다는 얘기인데. -주어진 시간이나 준비가 없으니까 다른 머리를 쓰게 되고 현장에 더 집중한다. 그러면 튀어나오는 게 달라진다. 이번에도 촬영 2~3주 전 이사벨에게 1인 3역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스쳐가는 생각들을 메모해 놓고, 하루 분량을 찍고, 촬영한 분량을 생각하며 잠든다. 아침에 집중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식이다. →당일 시나리오를 써서 완성한 영화가 처음 구상과 얼마나 비슷한가. -처음 구상이란 게 별 게 없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만날 때 표피적이고 상투적으로 반복되는 양상들이 있다. 직감적으로 이걸 하면 되겠다 싶은 거다. 내가 조각가라고 치자. 어딜 갔다가 큰 돌을 봤다. 그 안에서 언뜻 형상이 보여 스튜디오로 갖고 온다. 깎아 들어가다 보면 돌 안에도 숨겨진 색도 있고 엉뚱한 결도 드러난다. 그러면 얼굴을 조각하려던 부분에 다른 형상을 새길 수도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날의 날씨, 촬영하는 동네 상황. 배우의 인품 같은 게 모두 결이 된다. 새로운 결이 튀어나올 때 판단하고 반응을 한 게 모여 영화가 된다. 뚜렷한 메시지나 주제의식이 있는 영화는 10명이 보면 다 비슷비슷한 반응이다. 하지만 (내 영화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경우에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게 그런 거다. →충무로에선 보기 드문 방식인데. -특별할 건 없다. 작곡가, 화가, 소설가들이 다 이런 방식이다. 전체를 다 구상해 놓고 소설을 쓰거나 작곡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드물다. 매번 일어나는 반응과 결정들이 반복되는 건데 기질에 맞는다면 좋은 방법이다. 나에게는 잘 맞는다. →당신의 영화 속 남성 캐릭터는 주로 교수나 시인, 영화감독들인데 십중팔구 위선적이고 찌질하다. 왜 그런가. -그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인간형, 타입이란 게 정해져 있다. 그걸 평생 반복하는 거다. 평생 소시민들만 다루는 감독들도 있지 않나. 내가 뜬금없이 장르영화 감독처럼 대통령이나 공군조종사를 캐릭터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나야 찌질한 캐릭터 평생 다룰 수밖에 →초기 작품과 비교하면 갈수록 경쾌해진다. -첫 작품을 35살에 찍었고, 지금 52살이다. 사람이 겪는 게 있으니까 영화적 표현도 계속 옮겨가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고 내 변화에 대해 정리하고,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해봐야 소용도 없다. 말이란 게 구속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경계하는 편이다. →왜 좀 더 명료하고 익숙한 영화를 찍지 않나. -나에게 영화란 귀한 기회이고 발견의 장이다. 하루, 하루의 삶이 단순하지가 않다. 복잡하다. 모순되고. 설명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결 안 되는 일들도 많다. 그런 느낌들은 영화를 지금처럼 만들 때 더 근사치로 표현된다. 영화로 삶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삶의 복잡함을 비슷하게 구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런 영화를 스크린 앞에서 공유하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어벤져스’ 물 먹인 ‘내 아내의 모든 것’

    ‘어벤져스’ 물 먹인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류승룡·이선균을 앞세운 로맨틱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3주 연속 정상을 달리던 ‘어벤져스’를 끌어내렸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은 18~20일 561개관에서 59만 4193명(매출액점유율 28.7%)을 불러모았다. 누적관객은 77만 9282명. 전 세계 11억 달러의 흥행 대박을 터뜨린 ‘어벤져스’는 56만 5629명을 동원, 2위로 내려앉았다. 누적관객은 634만명에 이르렀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44만 5545명으로 개봉 첫주 3위에 올랐다. 하지원·배두나의 ‘코리아’가 20만 304명으로 4위, 팀 버튼 감독의 ‘다크섀도우’가 6만 6816명으로 5위를 기록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음악 저작권 ‘錢爭’

    영화음악 저작권 ‘錢爭’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전람회의 명곡 ‘기억의 습작’이 중요 모티브로 쓰인다. 영화 앞뒤 부분에 한 차례씩 7분 남짓 쓰인 ‘기억의 습작’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물론 잊혀진 노래였던 ‘기억의 습작’도 음원차트에 다시 오르는 등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앞으로 ‘건축학개론’과 ‘기억의 습작’ 같은 상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음악에 대해 한 곡당 극장 매출액의 0.06~0.2%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공연사용료로 지급하도록 한 징수규정 개정안이 지난 3월 15일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얻었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에 새 개정안을 적용하면 영화제작자는 ‘기억의 습작’ 사용 대가로 음저협에 복제사용료 300만원과 공연사용료 명목으로 5843만원(관람객 수 407만명×평균관람료 7400원×0.97×음악사용료율 0.2%)을 더 내야 한다. ‘건축학개론’은 지난해 제작된 것이어서 소급적용을 받지 않는다. 당시 제작사 명필름은 1750만원에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 ●CGV 29억·메가박스 16억원 소송 당해 제작사·투자배급사·극장 등 영화계와 음저협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음저협은 최근 복합상영관 CJ CGV와 메가박스씨너스를 상대로 각각 29억원과 1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10년 10월부터 징수규정개정안이 발표된 지난 3월까지 영화 음악에 대한 공연사용료를 받겠다는 게 음저협의 입장이다. 2010년 10월은 영화에서 음악을 쓸 때 복제와 공연사용료를 뭉뚱그려 내던 관행에서 벗어나 공연사용료를 별도 징수하겠다고 음저협이 공표한 시점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협회 징수규정에 따라 곡당 1%의 음악사용료율을 적용해 CGV와 메가박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면서 “복제사용료만 받다가 공연사용료도 받게 된 노래방의 경우(노래방 기계 공급 업체가 복제사용료를 내고, 노래방 업주가 공연사용료를 낸다)처럼 민형사상 판례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수대상도 제작사가 아닌 대기업이 운영하는 극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협상 거부 소송 남발 이해 안 가” 반면 멀티플렉스 측에서는 소송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오희성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장은 “징수규정 개정안은 음저협도 불만이겠지만 영화업계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공동협상을 하기로 한 것인데 소송을 남발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영화제작자들이 음악 사용 대가로 쓴 돈이 20억원가량이다. 그런데 음저협이 받은 돈은 2억여원 안팎이다. 결국 저작권을 해결하려고 신탁단체인 음저협 외에 저작권자와 또 협상을 해야만 했다는 얘기”라면서 “징수규정 개정안대로면 애꿎은 영화업계만 음저협과 저작권자에게 이중부담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제작자들은 공연사용료 발생을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시스템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현재 징수규정안은 수익이 아닌 매출액 베이스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못 넘거나 제작사가 망하더라도 공연사용료를 추후에 내라는 얘기다. 줄소송을 낳을 수도 있고, 이러면 음저협도 손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복제권과 공연권을 합쳐 포괄 협상을 하면 제작사도 투자를 받을 때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작비 규모는 늘더라도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존중하며 경쟁했던 갈릴레이·케플러

    존중하며 경쟁했던 갈릴레이·케플러

    400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망원경을 가지고 하늘을 향한 창을 열었다. 1609년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9)는 ‘신(新)천문학’을 발간하고 태양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했다. 그렇다면 동시대를 살았던 두 인물의 관계는 어땠을까. EBS가 23일 밤 11시 10분에 방송하는 ‘다큐10+: 천문학계의 두 전설, 케플러와 갈릴레이’는 지금껏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둘의 관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과학과 철학, 종교의 구분이 모호했던 시대에 서로 존중하면서도 경쟁 관계에 있었던 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신교도 케플러와 가톨릭교도 갈릴레이의 서신 왕래는 1590년대에 시작돼 1610년에 이르러 끝이 난다.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근거로 한 다큐멘터리는 두 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케플러는 저서 ‘우주 구조의 신비’를 출판한 후 많은 천문학자에게 책을 보낸다. 파도바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갈릴레이가 책을 보고 케플러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신봉한다는 이유로 뜻이 맞은 두 사람은 서로 과학적 발견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사회적 신분 상승과 명성에 대한 욕망이 컸던 갈릴레이는 자신이 제작한 망원경을 베네치아 정부에 헌정해 파도바대학의 종신교수가 됐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마리나 감바라는 여성과 만나 세 아이를 낳고는 책임지지 않은 비정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반면 케플러는 어릴 때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이후 가난에 시달리며 자란 탓에 평생 가난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했다. 목사가 되려고 튀빙겐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나 뜻하지 않게 수학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삶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사회적 신분 상승이나 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가 이룬 과학적 성과는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새음반] 킨, 다시 피아노로…4집 스트레인지랜드(Strangeland)

    [새음반] 킨, 다시 피아노로…4집 스트레인지랜드(Strangeland)

    미국 밴드들보다 멜로디를 강조하는 영국 록밴드 중에서도 킨(Keane)은 유별나다. 록밴드인데 사운드의 중심은 기타가 아닌 피아노(혹은 건반)이다. 브릿어워드 최우수앨범과 최우수 신인상을 휩쓸고 전 세계에서 9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2004년 데뷔앨범 ‘호프스 앤드 피어스’(Hopes And Fears)의 수록곡 ‘에브리바디스 체인징’(Everybody´s Changing)을 떠올리면 될 터. 이후 이들은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했다. 2집에서는 노이즈가 가득한 록을 불렀고, 3집에서는 1980년대 뉴웨이브를 시도했다. 하지만 4년 만에 내놓은 ‘스트레인지랜드’에선 피아노 중심의 서정적인 록으로 회귀했다. 2·3집에서의 급격한 변화로 밴드 내부에서조차 팬과 괴리되는 느낌을 갖게 된 게 ‘회귀’의 이유다. 수록곡 ‘디스커넥티드’(Disconnected)의 ‘마치 너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느껴져. 난 엉뚱한 곳에 있어. 그리고 거기에 너무 오래 있었어. 우린 서로 겉돌고 있었어.’란 가사에는 이 같은 멤버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물론 단순한 회귀는 아니다. 2·3집의 성과를 주춧돌 삼아 새로 성을 쌓았다. 유니버설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세계적 첼리스트 조영창, 새달 7일 10년만에 국내 리사이틀

    세계적 첼리스트 조영창, 새달 7일 10년만에 국내 리사이틀

    지난해 10월 독일 크론베르크 페스티벌의 피날레는 첼리스트 조영창(54·독일 엣센 폴크방 국립음대, 연세대 교수)의 몫이었다. 그런데 그의 연주를 지켜본 파블로 카잘스(1876~1973)의 미망인 마르타가 “조영창을 그냥 두어선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활을 잡은 오른쪽 어깨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기 때문. 동료 음악가들은 최고의 의사를 수소문했고, 12월초 조영창은 수술대에 올랐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의사는 “오른쪽 어깨인대 5개 가운데 4개가 끊어져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훼손됐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른쪽 어깨인대 끊어진 줄도 모르고 연주 “10대 때 야구를 워낙 좋아했다. 이래 봬도 강속구 투수였다(웃음). 그때 어깨를 다친 것 같다.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스키를 타러가서 또 (인대) 하나를 해 먹었다. 매번 다치고 며칠 끙끙 앓다가 다시 활을 잡는 일이 반복됐다. 결정적으로 3년 전쯤 물건을 옮기다가 삐걱했다. 그 즈음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하려니까 (팔을 안으로 끄는) 업보(upbow) 동작이 전혀 안 됐다. 왼 어깨 인대도 농구를 하다가 끊어졌다. 신기한 게 그런데도 수술 전까지 공연하고 다녔다. 근육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내곤 했던 모양이다.” 최근 서울 낙원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영창 교수는 반소매셔츠의 오른쪽을 걷어 보이며 수술 부위를 설명했다. 어깨를 7곳이나 짼 흔적이 고스란히 있었다. 인대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래도 오른 어깨의 회전반경은 정상적인 왼팔의 절반 수준. 처음에는 오른팔을 뒤로 돌리지 못해 일상의 불편함도 겪었지만, 꾸준한 재활로 그나마 회복됐다. 그는 “어릴 적에 음악을 안 했다면 운동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전부 내 팔자 아니겠나.”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수술 후 복귀무대는 지난달 27일 독일에서 열린 스승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의 추모공연이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꼽히는 스승과의 각별한 인연은 1981년 파리에서 시작됐다. 두 누이(피아니스트 조영방, 바이올리니스트 조영미)와 함께 트리오로 출전한 뮌헨 콩쿠르가 그해 9월 말. 불과 열흘 뒤 열리는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콩쿠르는 별 준비도 안 했다. 그저 경험 삼아 출전했을 뿐. 본선을 앞두고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로스트로포비치를 만났다. “중국인이냐.”라는 질문에 “아뇨, 한국인입니다.”라고 답한 게 대화의 전부였다. 콩쿠르에서 조영창은 4위 입상을 했고, 그걸로 둘의 인연은 끝인 듯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르고서 연락이 왔다. 미국 망명 뒤 워싱턴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맡은 로스트로포비치가 아시아 투어에서 협연할 솔리스트로 그를 점찍은 것. “선생님은 런던과 스위스, 뉴욕, 워싱턴 등 전 세계 7곳에 집이 있었는데 모든 전화번호와 함께 2년치 일정표를 주셨다. 당신께서 전화하면 언제든 함께 공부하자고 했다. 레슨비는 안 받겠지만, 비행기값이 많이 들 테니 스폰서를 구해놓으라고 했다(웃음). 그렇게 7~8년 동안 1년에 5~6번씩, 선생님과 같이 공부했다. 한 번 만나면 3~4시간은 훌쩍 지났다. 어떤 제자에게도 이만큼 시간을 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부족한 나를 36세의 나이에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불렀다.” ●로스트로포비치와 인연 있는 곡만 골라 조영창에 대한 로스트로포비치의 애정은 남달랐다. 1984년 첫 내한 당시 기자들에게 “이솝우화를 아느냐. 여우는 새끼가 여러 마리지만 사자는 딱 한 마리만 키운다. 그게 조영창이다.”라고 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새달 7일 예술의전당에서 10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1987년 독일 엣센 폴크방 국립음대 교수에 임용됐고, 연주활동과 콩쿠르 심사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7인의 음악인들’ 같은 합동공연에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리사이틀이 뜸했던 특별한 이유는 없다. 꼭 하고 싶은 곡이나 기념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스승의 5주기를 기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승과 인연이 있는 곡들 만을 골랐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는 로스트로포비치가 미국 망명 후 처음 열린 독주회에서 연주한 곡이다. 당시 커티스음악원에 유학 중이던 16세 소년 조영창은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랑탱고는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한 작품. 그리그 소나타는 스승이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 때 연주했던 곡이다. (02)720-3933. 3만~10만원. 글 사진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즐길 준비 됐나요”… 음악과 영화 하나가 되다

    “즐길 준비 됐나요”… 음악과 영화 하나가 되다

    외부자본의 유입 탓에 유흥가로 변질하고 있다지만, ‘홍대앞’은 여전히 인디 문화의 본산이다. 대안적 음악영화제의 장소로 이만한 곳을 찾기도 힘들다. 새달 1일부터 열흘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시네마에서 열리는 제5회 KT&G상상마당시네마 음악영화제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총 5개 섹션에서 2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찰리 프레드릭스 감독의 2011년작 ‘캔 유 필 잇’(위)이다. 일렉트로닉 팬이라면 놓쳐선 안 될 영화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14년째 열려 온 ‘울트라뮤직페스티벌’(UNF)은 일렉트로닉 팬에겐 로망이다. 마이애미 외에 브라질 상파울로, 스페인 이비자, 폴란드 바르샤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데 해마다 100만여명의 인파가 몰린다. ‘캔 유 필 잇’은 UMF의 화려한 내면과 은밀한 이면을 담아낸 60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8월 3~4일 서울에서 열리는 UMF를 미리 만나볼 기회이기도 하다. 지구촌 최고의 DJ로 불리는 티에스토는 물론 데이비드 게타, 칼 콕스, 아프로잭 등이 선보이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현란함은 관객들을 당장 클럽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3인조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이 능청스러운 연기와 음악을 맡은 ‘설마 그럴 리가 없어’(가운데)도 눈길이 간다. 여배우와 뮤지션의 우연한 만남과 로맨스를 경쾌한 호흡으로 그려냈다. 사운드트랙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유의 산문 같은 가사, 담백하게 토해 내는 기타연주로 평단과 인디팬의 사랑을 받아온 언니네 이발관을 떠올리면 될 터. 롤러코스터와 베란다프로젝트에서 활동했던 이상순과 몽구스밴드의 몬구, 임주연 등 뮤지션들의 깜짝 출연은 덤이다. 톰 매카시 감독의 2007년작 ‘더 비지터’(아래)는 공허한 삶을 살아가던 노교수 월터가 아프리카에서 온 불법 체류자 타렉과 자이납으로부터 타악기 젬베의 리듬을 배우면서 경계의 벽을 허물어가는 드라마다. 월터 역의 명배우 리처드 젠킨스와 더불어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주인공은 젬베다. 아프리카 민속악기 특유의 리듬감은 관계의 견고한 벽을 두드리는 도구로 큰 몫을 해낸다. 오는 7월 첫 내한공연을 갖는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특별전도 열린다. 라디오헤드란 낯선 이름을 알린 ‘크립’이 삽입된 쩐아인훙 감독의 ‘시클로’(1995)는 물론 상영된다. 쩐아인훙 감독의 ‘상실의 시대’(2010)와 린 램지의 ‘케빈에 대하여’(2011)는 영화음악 감독으로 변신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의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2009년 8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공연을 50여명의 팬들이 촬영해 한 편의 영상으로 엮은 ‘라디오헤드 라이브 인 프라하’는 전문 카메라맨이 담지 못한 색다른 앵글과 라디오헤드의 협조로 얻은 음원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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