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직사회 변화 두려워 해… 대통령 아닌 국민 바라봐야”
“선수들 입장 제대로 못 헤아려” 단일팀 논란 직접 첫 유감 표명 직장내 성폭력 혁신 과제 지시 李총리 “집권 2년 국민 성과 요구”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공직사회는 과거에 해 왔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공직사회를 질타했다. 이어 “공무원이 혁신 주체가 못 되면 혁신 대상이 될 수 있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안 따라붙게 혁신의 주체가 돼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장·차관 여러분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급 워크숍에서 “혁신의 가장 큰 적은 과거에 해 왔던 방식, 또는 선례”라며 공직사회의 뼈를 깎는 쇄신을 주문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모든 부처와 위원회의 장·차관급, 청와대 참모진 등 140여명이 모인 워크숍에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 “국민의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라”, “현장 목소리를 들어라”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올들어 가상화폐와 영유아 영어교육, 부동산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을 놓고 부처 간 혼선을 빚은 데 대한 질책의 의미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에 두고 나라의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대형 인명피해가 잇따르는 상황과 관련, 경각심과 실효적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 소수라고 무시하지 않고 사전에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 올림픽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의 입장을 미처 사전에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단일팀 논란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 중인 여검사 성추행 의혹과 관련,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혁신 과제로 다루도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면서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간절하게 하소연하는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성추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문화를 만들어 주시기 바라며, 특히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마무리 발언에서 “집권 2년차가 되면 국민들은 성과를 요구한다”면서 “안정감을 드리려면 혼선이 없어야 하고, 설익은 정책이 나가지 않도록 초기 단계부터 부처 내, 부처 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오후 2부터 약 8시까지 6시간여 동안 국정 운영 방향과 정부 혁신 방안을 두고 비공개 토론을 벌였다. 시간을 아끼려고 저녁 식사도 도시락으로 때웠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