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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디 가가 “열아홉살 때 성폭행 후 임신, 완전 망가져”

    레이디 가가 “열아홉살 때 성폭행 후 임신, 완전 망가져”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35)가 열아홉 살 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함으로써 감정적으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털어놓았다. 본명이 스테파니 저마노타인 가가는 지난 2014년 히트곡 ‘스와인’과 ‘틸 잇 해픈스’ 가사를 통해 처음으로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두 노래는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만연한 성폭행에 대한 다큐멘터리 ‘헌팅 그라운드’ 사운드트랙이었으며 2016년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됐다. 그 뒤 2019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다룬 영화 ‘스타 이즈 번’에서 열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뒤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임신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는 음악 프로듀서가 옷을 벗지 않으면 음악 경력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위협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성폭행 가해자는 “임신한 나를 입덧을 하거나 아파 한다는 이유로 코너로 몰아붙였다”고 돌아봤다. 몇년 뒤에도 그녀는 트라우마 때문에 “완벽한 조현증”과 “극단의 파라노이아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사실 조현증은 ‘스타 이즈 번’을 촬영할 때도 이어졌다고 했다. 가가는 20일(현지시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해리 영국 왕자가 만든 애플 TV+의 정신 건강 시리즈 ‘당신이 볼 수 없던 나(The Me You Can‘t See)’ 첫 회에 출연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햇병아리 시절에 덮친 성폭행을 돌아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난 열아홉 살이었다. 난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 프로듀서가 ‘옷들 좀 벗지’라고 말하자 난 ‘안돼, 가겠다’고 하자 그들은 내게 음악 경력을 다 망가뜨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들은 멈출 줄 몰랐다. 그들은 내게 요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난 얼어붙어 아무 것도 기억해낼 수 없었다.” 다만 그녀는 가해자 이름을 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난 이 #미투(MeToo) 운동을 이해한다. 난 몇몇이 이런 운동이 펼쳐지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이해하지 않는다. 난 이 사람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가가는 그 트라우마가 자신을 통째로 바꿔놓았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여러 차례 했지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몸은 그 소름끼치는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2년 반의 시간이 흘러 회복됐다. 하지만 한 번 방아쇠가 당겨지면 신체적으로, 감정적 고통이 밀려들어온다고 했다. 하지만 마무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몇년의 노력 끝에 “스스로를 이 모든 역경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법을 배웠다. 시작하면 느리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가가 외에도 글렌 클로즈, 올림픽 복서 버지니아 푹스, 유명 셰프 라샤드 암스테드 등이 정신적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고 이겨낸 비결 등을 나누게 된다.한편 해리 왕자는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을 잃은 충격이 계속되면서 28∼32세 때 악몽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구 술을 마시고 약물에 취했다. 감정을 덜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기꺼이 시도했다”며 “주말 밤이면 일주일치 술을 마셔버리곤 했는데 좋아서가 아니라 뭔가를 가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공식 역할을 하기 위해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맬 때마다 거울을 보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가자’고 말하곤 했다. 집을 나서기도 전에 나는 땀을 쏟고 있었고 전투나 비행 모드였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과 정의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를 쫓아 터널로 간 자들이 차 뒷자리에서 숨이 멎고 있는 어머니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운구 행렬을 따라 걸었던 일에 관해 “가장 기억나는 것은 말발굽 소리”라면서 “내가 몸 밖에 나와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이는 감정의 10분의 1만 드러내면서 그냥 남들의 기대에 따라 걸었다”고 말했다. 오래 전 다이애나빈이 사진사들에게 쫓기면서 울고 있을 때 그 차 뒷자리에 앉아있던 기억에 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카메라 찰칵 소리와 불빛이 내 피를 끓게 한다”며 “어머니에게 벌어진 일과 내가 어릴 때 경험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관해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했더니 이후 “정신적으로 엉망이 돼버렸다”고 고백했다. 해리 왕자는 부인 메건 마클이 소셜 미디어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정말 막막했고 가족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과 무시였다고 폭로했다. 마클은 엄마를 잃은 남편이 부인과 뱃속 아기까지 잃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껴서 극단적 생각을 접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어머니는 백인이 아닌 사람과 만나다가 쫓겨서 죽음에 이르렀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라”며 “그들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41년 전 오늘 광주역 앞에서 방아쇠 당긴 그, 희생자 묘비 어루만지다

    41년 전 오늘 광주역 앞에서 방아쇠 당긴 그, 희생자 묘비 어루만지다

    41년 전 오늘 그는 광주역 앞에 있었다. 제3공수여단 11대대 소속 지역대장 신순용 전 소령은 그 해 5월 19일 서울 용산에서 비상소집돼 20일 새벽 광주로 이동했다. 다음날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적군 병사가 아닌 광주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쏴야 했다. 많은 시민이 지켜본 가운데 이뤄진 광주에서의 첫 발포였다. 그는 “광주에 투입되던 때까지만 해도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달 받아 병사들은 시민들이 모두 폭도들이라 생각했다”며 “도로를 지나는 시민들을 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시체를 암매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계엄군들은 군 소속으로 어쩔 수 없는 분위기에서 가혹한 진압을 했다”며 “강압진압에 의해 내고향, 내가족, 삶의 위협을 느끼고 총까지 들고 나오게 된 시민께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신 전 소령은 2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된 고(故) 고규석씨와 서만오씨의 묘를 차례로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 증언센터 팀장과 김영훈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함께했다. 신 전 소령은 5월 묘역 도착과 동시에 “죄송합니다”를 연거푸 내뱉은 뒤 담담한 표정으로 방명록에 글을 써내려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 뒤 민주묘지 안에 들어선 신 전 소령은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오월 영령 앞에 헌화했다. 그는 “미안합니다”를 세 차례 외친 뒤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 채 오열했다. 김영훈 유족회장으로부터 서만오씨의 동생 등 가족의 사연을 들은 뒤 “제가 죄인입니다”,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하며 묘비를 끌어안기도 했다. 참배를 마친 신 전 소령은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5·18 당시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음이 아팠고, 고통을 느낀 분께 사죄하고자 찾아오게 됐다”고 41년 만에야 이곳을 찾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광주 시민들은 폭도가 아니었고, 광주 폭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라도 의문을 벗기고 싶다”며 “진실로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서 다른 계엄군들도 용기내 나와서 진실을 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영훈 유족회장은 “선생님도 계엄군으로서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는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고통을 지우고 항시 건강하시기 바란다”고 토닥였다. 이어 “빠른 시일 내로 유족들에게 직접 사죄할 수 있는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용기를 내어줘서 고맙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유족들은 당신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의 뒤늦은 사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수부대원 출신 최영신 씨는 양심 고백 후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또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이던 A씨는 지난 3월 16일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병현(당시 24)씨의 묘를 찾아 참회했다. A씨는 그해 5월 23일 광주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받고 민간인을 향해 총을 쐈다. 그 바람에 농사 일을 도우러 보성 고향집으로 향하던 박씨가 변을 당했다. 유족과 함께 묘역을 찾아 사죄한 것은 A씨가 처음인데 신 전 소령은 처음으로 실명을 밝히고 묘지를 참배했다. 신 전 소령이 밝힌 대로 더많은 계엄군 병사들이 진실을 털어놓아야 한다. 전두환 도당은 발포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라 현장 지휘관들이 자위권 차원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했다고 변명했는데 진위를 꼭 가려야 한다. 계엄군 병사들이 술이나 약물에 취해 학살을 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또 허화평, 허삼수, 허문도 등 이른바 ‘스리 허’가 오래 전부터 신군부 집권 시나리오를 갖고 의도적으로 광주에서의 소요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얼마 전에는 정호용 전 특전사 사령관이 비슷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 모든 진실을 짜맞추려면 계엄군으로 투입돼 명령을 전달하거나 하달한 이들이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고백해야 한다. 그것만이 역사적 과오에 대한 올바른 참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미정상 미사일지침 800㎞ 완전해제 논의, ‘미사일 주권‘ 기대

    한미정상 미사일지침 800㎞ 완전해제 논의, ‘미사일 주권‘ 기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미국 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두 정상이 미사일지침 해제에 합의하면 한국은 42년 만에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외교안보팀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며 “그 가능성에 대해 내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논의 결과에 따라 전격적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가 선언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42년 된 것이다. 당시 우리가 미사일 기술을 얻기 위해 ‘미국 통제 아래 미사일을 들여오겠다’고 했는데 그게 오히려 족쇄가 됐다”며 “따라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미사일 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숙제로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박정희 정부 말기인 1979년 10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180㎞로 제한했다.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우려한 미국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함에 따라 미사일지침에 따른 제한은 단계적으로 완화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월 한국이 최대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인 미사일을 개발·보유할 수 있게 지침이 1차 개정됐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800㎞로 늘리는 2차 개정이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 개정됐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3차 개정이 이뤄졌고, 지난해 7월에는 4차 개정을 통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 지금은 ‘800㎞ 이내’란 사거리 제한만 남아 있다. 최근 동북아 정세가 복잡해지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사거리 제한 해제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번 논의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800㎞ 탄도미사일은 제주도에서 발사하면 신의주에 도달할 수 있고, 포항 남쪽에서 쏴도 북한의 가장 먼 동쪽 두만강까지 타격권이 된다. 발사 지점에 따라 중국, 러시아 일부 지역도 들어간다. 여기에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 1000∼2000㎞ 이상의 지대지 탄도미사일도 개발할 수 있는데 이러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미사일 분야 전문인 한 예비역 장성은 “현재 사거리 800㎞ 미사일로도 충분히 북한에 대응할 수 있다”며 “사거리가 더 길어지면 주변국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사일 사거리는 주권 사항이란 점을 이 장성은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시시콜콜] “사기 인터뷰로 다이애나빈 망쳐” BBC 26년 만에 사과

    [임병선의 시시콜콜] “사기 인터뷰로 다이애나빈 망쳐” BBC 26년 만에 사과

    “마틴 바시르, 거짓말과 가짜 서류로 인터뷰 성사시켜” 남동생 스펜서 백작 지적에 성의 없는 조사 “잘못 없다” 이혼 후 파파라치들에 늘 쫓긴 다이애나빈 애통한 죽음 지난해부터 22억원 들여 재조사 “사기로 인터뷰” 결론 유족에 사과 편지, 받은 상 반납하는 등 한참 늦은 반성 해리 왕자 “어머니 목숨 잃었지만 언론은 바뀐 것 없다”영국 BBC는 지난 1995년 11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고통스럽게 남편의 불륜을 처음 털어놓는 인터뷰 동영상을 20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대법관 출신 존 다이슨 경이 주도한 독립 조사 결과 인터뷰를 성사시키려고 BBC 직원 마틴 바시르(58)가 사기에 가까운 행동을 했음을 인정한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유족들이 보고 싶지 않아 할 동영상을 올리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 윌리엄 왕세손은 성명을 내 “다시는 문제의 동영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 언론사들이 게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마 뒤 홈페이지에서 1분 30초 분량의 인터뷰 동영상은 사라졌고 대신 윌리엄 왕세손이 침착하게 성명을 읽는 동영상이 게재됐다. 바시르는 다이애나빈의 남동생 얼 스펜서 백작에게 누나와의 인터뷰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위조된 은행 서류를 제시하며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 부부에 관한 정보를 흘렸다고 말해 이들 남매를 화나게 만들었다. 또 다이애나빈의 개인 편지를 누가 훔쳐봤다거나, 그녀의 차가 추적당하고 전화가 도청됐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마도 바시르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니 당사자가 솔직히 인정하고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 좋겠다고 남동생을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바시르의 거짓말에 속은 스펜서 백작은 인터뷰를 마련했고 다이애나빈은 별거한 지 3년이 됐으며 남편 찰스 왕세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현재 부인)와 불륜 관계임을 털어놓아 영국 사회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00만명 가까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남긴 말 “이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복잡했다.(Well, there were three of us in this marriage, so it was a bit crowded)”는 사람들의 입에 오랫동안 오르내렸다.부부는 이듬해 파경을 맞았고 파파라치들에 내몰린 왕세자빈은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비운의 교통사고로 사랑하던 두 아들과 영원히 작별했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에게 이 인터뷰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음은 물론이다. 스펜서 백작은 인터뷰 다음해에 속은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사는 자체 조사를 벌인 끝에 바시르에게 잘못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BBC가 인터뷰 25주년을 기념한답시고 동영상을 방영하는 등 상처를 다시 건드리자 스펜서 백작은 다시 공개 폭로에 나섰다. 이번에는 바시르가 위조한 은행 서류를 제시하는 등 물증을 동원했다. 자신이 위조된 서류를 안 봤더라면 바시르를 누나에게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재조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이슨 경은 140만 파운드(약 22억 4000만원)를 들여 6개월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한 보고서를 통해 스펜서 백작의 주장이 맞았다고 인정했다. BBC의 1996년 조사도 스펜서 백작을 만나지도 않는 등 “참담하게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또 바시르가 BBC 관리자들에게 위조 서류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등 적어도 세 차례 거짓말을 했으며, 바시르의 설명 상당 부분이 “믿을 수 없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일부는 정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 방송도 “자사의 특징인 높은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윌리엄 왕세손은 성명을 내 “기만적인 인터뷰 방식이 어머니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해당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를 아프게 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BBC의 잘못이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알아 형언할 수 없이 슬프다”면서 “BBC가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듬해)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어머니도 자신이 속았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밝혔다. 이어 “가짜뉴스의 시대여서 공영방송과 자유언론이 지금보다 중요한 적이 없었다”면서 “(BBC의) 잘못은 내 어머니와 가족뿐 아니라 대중도 실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의 인터뷰가 담긴 파노라마 프로그램이 다시 방영돼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다.해리 왕자는 형보다 훨씬 어조가 강했다. 그는 ”악용의 악습과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더 심해져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비윤리적 관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어머니의 유산을 보호함으로써 모두를 지키고 어머니의 삶과 함께한 존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분께는 감사하다”면서 “정의와 진실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는 사과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두 아들은 물론 찰스 왕세자, 스펜서 백작 모두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방송은 아울러 이듬해 영국아카데미(Bafta) TV 상 등 이 인터뷰로 받은 모든 상을 반납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주 방영하려다 연기됐던 조사 결과 내용을 방영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BBC 의장을 지낸 그레이드경은 바시르의 행동보다 방송사의 “은폐”가 더 나쁘다고 꼬집었다. 바시르는 은행 서류를 위조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면서도 그것이 다이애나비가 인터뷰에 응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유지했다. 무명이었던 바시르는 이 인터뷰로 유명세를 얻어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클 잭슨과 인터뷰를 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징계를 받는 등 물의도 많이 일으켰다. 잭슨의 전 매니저는 2003년 바시르와 인터뷰한 것이 6년 뒤 잭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보조 수단이던 약물이 그날 이후 필수품이 됐다는 것이다. 바시르는 2016년 BBC로 돌아와 종교 담당 에디터로 있다가 지난주 보고서가 제출되기 몇 시간 전 건강 문제를 이유로 퇴사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 오리건주 농촌 카운티들 “아이다호주 편입시켜달라” 주민투표

    미 오리건주 농촌 카운티들 “아이다호주 편입시켜달라” 주민투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사이에 끼어 있는 오리건주 동부의 다섯 카운티 주민들이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이웃 아이다호주에 들어가도록 아이다호주 경계선을 서쪽으로 늘려 그어달라고 요구할지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셔먼, 레이크, 그랜트, 베이커, 말레르 등이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와 가까운 하니, 더글러스 카운티도 같은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이 주의 가난하고 농민들이 주를 이뤄 보수적이며 작은 정부를 표방해 세금을 덜 걷는 데 찬동하는 카운티 주민들이 민주당이 장악한 포틀랜드 정치권에 환멸을 느껴 공화당이 주도해 더 보수적인 아이다호주로 편입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오리건주는 현재 연방 상원의원 둘이 모두 민주당이며 1988년 이래 한 번도 공화당 상원의원이 나오지 않은 반면, 아이다호주는 1968년 이래 민주당 상원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오리건주 시골의 투표 성향은 아이다호주에 훨씬 공통점이 많았다. 같은 시골이라도 윌라미트 계곡을 중심으로 한 와인 주산지들은 부유해 포틀랜드의 정치 성향과 공통점이 많아 오리건주에 남길 바라고 있다. 주민투표를 이끈 단체 ‘더 큰 아이다호를 위한 오리건 경계 변경 운동’(Move Oregon’s Border for a Greater Idaho)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동부 교외 카운티 주민들은 보수 성향이 강한 아이다호주가 더 나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국무부 홈페이지에 아직 개표 결과가 올라오지 않았지만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은 20일 베이커 카운티 의회가 일년에 세 차례 만나 아이다호주 편입 방안을 논의하도록 한 안건을 찬성 3064, 반대 2307로 가결됐다고 지역신문 베이커시티헤럴드를 인용해 전했다. 주민 대표 마이크 맥카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투표는 오리건주 교외 지역 주민들이 오리건주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오리건주가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면 우리의 뜻을 저버리고 카운티를 포로로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정부 관리에 투표할 수 있다면, 정부에도 투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오리건주 교외 지역을 아이다호에 편입시키려고 한 시도는 시골 주민과 도시 주민들을 구분 짓는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생계와 산업, 지갑, 총기 소유권, 가치관을 위협하는 법안이 주의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우리는 의원 선출권으로 맞서려 했으나 우리 숫자는 적고 우리 목소리는 무시됐다. 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이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운동은 오리건주 36개 카운티 가운데 14곳을 편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이 치러졌을 때 오리건주 제퍼슨과 유니언 카운티는 아이다호주로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가결시켰다. 브래드 리틀 아이다호 주지사는 지난해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일부 오리건 주민들은 아이다호의 단정한 분위기와 가치관을 흠모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실제로 편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 경계선 변경을 위해서는 오리건 주의회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 표결을 통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서 떠오른 대안이 오리건주 정부와 아이다호주 정부가 협상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협상을 타결지어도 민주당이 장악한 연방의회의 비준이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미국에서 주 경계선이 변경된 전례가 있긴 하다. 1792년 버지니아주에서 켄터키주가 갈라져 나왔고, 1820년에는 메인 주가 매사추세츠주에서 분리됐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1863년 남북전쟁 당시 북부연방 정부가 수립되면서 탄생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난민 위장한 채 공항 화장실에 권총 숨긴 독일군 소위 재판 시작

    난민 위장한 채 공항 화장실에 권총 숨긴 독일군 소위 재판 시작

    독일군 장교가 시리아 난민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정치인들에 대한 백색 테러를 꾸민 혐의로 20일(이하 현지시간) 처음으로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 법정에 섰다. 피고인의 성을 공표하지 않도록 한 독일 사생활 법에 따라 프랑코 A(32) 소위라고만 알려진 그는 2017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주둔 프랑스·독일 연합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공항 화장실에 놔둔 권총을 되찾으려다 청소부에게 들키면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그는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체류하던 시리아 기독교도 다비드 벤야민의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 지문을 대조했더니 독일군 장교로 밝혀져 백색 테러를 꾸민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그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며 테러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변호인은 그를 상대로 모략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는 법정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깨끗한 양심으로” 임할 것이라면서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칠 어떤 일도 계획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검찰은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 국회 부의장, 유대인 활동가 등의 공격 목표 명단을 갖고 있었다며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뒤 난민에 책임을 돌려 반무슬림 정서를 촉발할 목적이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그는 부모 집 지하실에 다량의 탄환과 폭탄을 숨겨뒀다가 나중에 친구 집으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압수된 노트와 녹취록에는 그가 히틀러를 찬양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또 이른바 “Day X”에 독일 국가를 붕괴할 목적으로 첩보 장교들을 포섭한 생존주의자 네트워크인 ‘한니발’에 가입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그가 검거되기 전인 2015년부터 이듬해 사이 시리아 뿐만 다른 나라 출신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와 독일군 장병들이 극우파 운동에 가담하는 일이 많았다. 검거된 지 몇주 뒤 그가 근무하던 스트라스부르 일키르치 독일군 기지의 공용실에서는 나치 군 기념물들이 무더기로 간직돼 있었다. 물론 나치 상징을 소장하는 일은 금지돼 있다. 지난해 독일 국방장관은 20명이 극단주의 성향이 의심된다며 KSK 특공대를 부분 해체했다고 밝혔다. 원래 그에 대한 재판은 3년 전에 시작됐어야 했는데 프랑크푸르트 하급법원이 그가 테러를 꾸몄을 “압도적일 만큼 높은 가능성”이 없다며 기각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다. 연방검찰이 항소해 결국 고등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만약 그의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 10년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그는 재판 전 여러 해외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민 신분을 도용한 데 대해 독일 망명 제도의 허점을 폭로하기 위해서였다고 항변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는 “몸소 밑바닥까지 내려가 독일 당국이 안보를 빙자해 얼마나 망명 개념을 유린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과격 집단에 몸 담은 것이나 부모 집에 무기를 숨긴 것을 자위권이라며 “위급 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빈 공항에 권총을 숨긴 것은 오스트리아 국방장관이 개최한 장교 무도회에 갔다가 친구랑 술에 취해 덤불 속에서 나치 시대 브라우닝 모델 17 권총을 발견해 코트 속에 넣어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나중에 스트라스부르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야 권총을 화장실에 감춘 것이 떠올라 당황했으며 몇주 뒤 회수해 경찰에게 넘길 참이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그가 송환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충돌 열흘 만에 240여명 희생 남기고 이스라엘-하마스 조건 없는 휴전 돌입

    충돌 열흘 만에 240여명 희생 남기고 이스라엘-하마스 조건 없는 휴전 돌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여 유혈 분쟁을 열흘 만에 일단락짓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안보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휴전안을 승인했다면서 성명을 통해 “안보 내각은 만장일치로 군당국과 정보기관, 국가안보위원회 등이 제안한 휴전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휴전은 상호간에 조건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집트와 유엔 등이 중재한 휴전안을 수용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양측이 21일 오전 2시(한국시간 오전 8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팔레스타인 측도 일단 이스라엘의 휴전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충돌의 원인을 제공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충돌은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던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50일 전쟁’ 이후 가장 피해가 큰 유혈 분쟁이었다. 충돌의 원인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종교활동 제한과 이스라엘 정착촌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올해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 당국은 이슬람교도들이 단식을 끝낸 뒤 모여 저녁 시간을 보내는 구시가지 북쪽의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을 폐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또 메카, 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로 꼽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불과 2㎞ 떨어진 셰이크 자라의 정착촌 갈등과 관련해 이곳에 오래 살아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기로 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특히 지난 7일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인 ‘권능의 밤’을 맞아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은 알아크사 사원에서 종교의식을 치렀고, 이 가운데 일부가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은 알아크사 사원에 경찰과 국경수비대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하마스는 10일 병력을 철수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내고 선제 로켓포 공격을 가했으며, 이스라엘도 곧바로 전투기를 동원한 가자지구 폭격에 나섰다. 하마스는 지난 열흘간 이스라엘 남부와 중부지역에 4500발 이상의 로켓포와 대전차포를 퍼부었다.  그러나 첨단 무기를 동원한 이스라엘의 사실상 일방적인 공습에 가자지구는 쑥대밭이 됐다. 가자지구의 아동 61명을 포함해 232명이 사망하고 1900여명이 부상했으며, 이스라엘에서도 12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아이언돔/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이언돔/임병선 논설위원

    이스라엘의 저고도 미사일 방어망인 아이언돔(Iron Domeㆍ히브리어 ‘키파트 바르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쏜 로켓포를 90% 막아 냈다. 세계 어느 곳보다 인구가 밀집한 이스라엘 주거지구의 하늘을 강철 돔처럼 덮어 보호한다는 뜻이다. 요격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하마스는 자신들의 로켓보다 50배나 값이 비싼 요격미사일을 소진시킬 목적으로 계속 쏴댄단다. 이스라엘은 이집트나 이란 등 아랍국가보다 가까운 무장조직들의 로켓에 더 위협을 느꼈다. 1990년대 레바논에 기반을 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인구 밀집 지역을 로켓으로 공격하면서였다. 2006년 이스라엘ㆍ레바논 전쟁 때 이스라엘 세 번째 도시인 하이파가 무참히 파괴됐고, 100만명 가까운 이스라엘 국민이 방공호에서 지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이집트와 연결된 터널을 통해 가자지구에 들여온 4000개의 로켓과 4000개의 박격포탄이 이스라엘 도시들에 떨어져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2004년 다니엘 골드 장군이 이스라엘방위군(IDF) 연구개발 부서를 맡아 정치권을 설득했다. 마침내 2007년 2월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라파엘사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이 전천후 이동식 방공 시스템(CRAM)을 개발하도록 승인했다. 개발 자금은 2억 1000만 달러였는데 차츰 늘어나 미국도 2억 달러 이상 지원했다. 아이언돔은 4~70㎞를 날아가는 단거리 로켓포와 155㎜ 포탄, 이란과 북한에서 들여온 러시아제 다연장 로켓포 BM21을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2011년 3월 27일 베르셰바 근처에서 처음 운용돼 다음달 7일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BM21 로켓을 요격한 뒤 2014년 10월까지 1200개가 넘는 하마스 로켓을 무력화시켰다. 아이언돔은 이스라엘 테러 위협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1980년 레이건 행정부의 스타워스 구상이 트럼프 시대에 위성들이 적의 미사일을 재빨리 탐지해 우주공간에서 요격한다는 것으로 발전됐다. 즉 아이언돔은 도시 공방전에 국한된 셈이다. 2015년 경북 성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가 들어설 때도 아이언돔을 대안으로 거론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힘을 얻지 못했다. 우리는 중·저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사드와 연동하고 있어 굳이 저고도 방어망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는데 북한이 방사포와 장사정포를 계속 늘려 기류가 바뀌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해 8월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과 핵심 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K아이언돔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bsnim@seoul.co.kr
  • “사기 인터뷰로 어머니 다이애나빈 죽음 몰아” 왕세손들 BBC 작심 비판

    “사기 인터뷰로 어머니 다이애나빈 죽음 몰아” 왕세손들 BBC 작심 비판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1997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BBC 방송 직원에게 속아 1995년 11월 인터뷰에 응한 것이란 독립 조사 결과가 2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되자 강한 어조로 BBC를 비판했다.  BBC 파노라마로 방영된 문제의 인터뷰는 다이애나빈이 남편 찰스 왕세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현재 부인)와 불륜 관계임을 처음 털어놓아 영국 사회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00만명 가까이가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남긴 말 “이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복잡했다.(Well, there were three of us in this marriage, so it was a bit crowded)”는 사람들의 입에 오랫동안 오르내렸다.  윌리엄 왕세손은 성명을 내 “기만적인 인터뷰 방식이 어머니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해당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를 아프게 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BBC의 잘못이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알아 형언할 수 없이 슬프다”면서 “BBC가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듬해)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어머니도 자신이 속았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밝혔다. 이어 “가짜뉴스의 시대여서 공영방송과 자유언론이 지금보다 중요한 적이 없었다”면서 “(BBC의) 잘못은 내 어머니와 가족뿐 아니라 대중도 실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의 인터뷰가 담긴 파노라마 프로그램이 다시 방영돼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다.  해리 왕자는 형보다 훨씬 어조가 강했다. 그는 ”악용의 악습과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더 심해져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비윤리적 관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어머니의 유산을 보호함으로써 모두를 지키고 어머니의 삶과 함께한 존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분께는 감사하다”면서 “정의와 진실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다이애나빈 인터뷰 성사 배경을 두고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지난해 대법관을 지낸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적인 조사를 의뢰했는데 다이슨 경은 140만 파운드(약 22억 4000만원)를 들여 6개월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한 보고서를 통해 BBC 직원 마틴 바시르(58)가 다이애나빈의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에게 위조된 은행 서류를 제시하며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과 관련된 정보를 흘렸다고 말하는 등 거짓말로 인터뷰를 주선하도록 만들었다는 스펜서 백작의 주장을 인정했다. 바시르에게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던 BBC의 1996년 조사도 스펜서 백작을 만나지도 않는 등 “참담하게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또 바시르가 BBC 관리자들에게 위조 서류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등 적어도 세 차례 거짓말을 했으며, 바시르의 설명 상당 부분이 “믿을 수 없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일부는 정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 방송도 “자사의 특징인 높은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스펜서 백작은 바시르가 거짓말과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 등을 내밀며 자신에게 인터뷰를 주선하게 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인터뷰 방영 25주년을 맞은 지난해 공개 폭로했다. 그는 바시르가 위조된 은행 서류를 제시하며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비 정보를 흘렸다고 말해 두 남매를 화나게 만들어 인터뷰에 응하게 했다며, 그 서류를 안 봤다면 바시르를 누나에게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시르는 또 다이애나비의 개인 편지를 누가 훔쳐봤다거나, 그녀의 차가 추적당하고 전화가 도청됐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스펜서 백작은 전했다.  BBC는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는 사과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두 아들은 물론 찰스 왕세자, 스펜서 백작 모두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방송은 아울러 이듬해 영국아카데미(Bafta) TV 상 등 이 인터뷰로 받은 모든 상을 반납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주 방영하려다 연기됐던 조사 결과 내용을 방영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BBC 의장을 지낸 그레이드경은 바시르의 행동보다 방송사의 “은폐”가 더 나쁘다고 꼬집었다.  바시르는 은행 서류를 위조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면서도 그것이 다이애나비가 인터뷰에 응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유지했다. 무명이었던 바시르는 이 인터뷰로 유명세를 얻어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클 잭슨과 인터뷰를 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징계를 받는 등 물의도 많이 일으켰다. 잭슨의 전 매니저는 2003년 바시르와 잭슨의 인터뷰가 6년 뒤 잭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보조 수단이던 약물이 그날 이후 필수품이 됐다는 것이다. 바시르는 2016년 BBC로 돌아와 종교 담당 에디터로 있다가 지난주 보고서가 제출되기 몇 시간 전 건강 문제를 이유로 퇴사했다.  1961년생인 다이애나비는 1981년 찰스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으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인터뷰할 때는 별거 3년째였으며 인터뷰 이듬해인 1996년 이혼했고 1997년 8월 31일에 사귀던 이집트 재벌 2세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파리 알마 터널에서 파파라치를 피해 고속으로 달리던 차가 터널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바람에 숨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양성애자가 남자와 결혼” 애나 파퀸의 응수 “남편 좋다는데 뭔 상관?”

    “양성애자가 남자와 결혼” 애나 파퀸의 응수 “남편 좋다는데 뭔 상관?”

    1993년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열살 소녀 플로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데뷔한 미국 여배우 애나 파퀸(38)은 2010년에 양성애자임을 고백하면서도 동료 남자배우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그녀의 짝은 HBO 채널의 뱀파이어 팬터지 드라마 ‘트루 블러드’에서 호흡을 맞춘 스티븐 모이어(51)로 두 사람은 11년째 결혼 생활을 누리며 여덟 살 반이 된 파피와 찰리 쌍둥이를 키우며 알콩달콩 살고 있다. 그런데 파퀸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양성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난 어쩌다 남자인 빼어난 인간과 결혼한 #자랑스러운양성애자(proudbisexual)”라고 밝혔다. 이어 사진설명에 “그가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문제 삼아야 하느냐? #사랑은사랑일뿐 #f---양성삭제(bierasure) #양성자부심(bipride)”이라고 적었다. 육두문자도 들어간 것을 보면 조금 흥분한 것 같다. 흥분할 이유가 있었다. 그 얼마 전 인스타그램의 댓글 하나를 스크린샷해 올렸는데 “난 양성애자 유명인들이 실컷 양성애를 옹호하다 결국은 결혼 관습을 좇아 남자와 결혼해 애를 많이 낳고 이른바 ‘새하얀 담장 처진 삶(white-picket-fence life)’을 사는 것을 보고 지친다”고 비아냥댄 것이다. 이어 진짜 양성애자라면 여성과 짝을 이룬 뒤 가끔 남자를 만나야 하는데 아직 이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결국 이런 일은 명분도 없고 그저 유명해지고 싶어 양성애자인 척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파퀸은 연초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명인들이 평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PSA 비디오 프로모팅 ‘Give a Damn’에 함께 했는데 그녀도 “난 애나 파퀸이다. 난 양성애자이며 나 역시 엿 먹어”란 성명을 발표했다. 여러 소식통들은 그녀가 그런 성명을 발표할지 미리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유명인으로는 킴 카다시안, 엘튼 존, 우피 골드버그, 신시아 닉슨, 샤론과 켈리 오스본 부부, 주디스 라이트, 클레이 에이켄, 완다 사이크스 등이 있다. 그녀는 지난 2014년 6월 트위터에 “행복하게 결혼한 양성애자 엄마라 자랑스럽다. 결혼은 사랑이 문제지 젠더가 문제 아니더라”고 적었다. 지금도 그녀의 트위터 계정은 이퀄리티 캘리포니아, NOH8 캠페인, 더 나은 이니셔티브를(It Gets Better initiative) 등 성적 소수자(LGBTQ+) 권리 단체들에 링크돼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불발 미사일에 걸터앉아 미소짓는 가자지구 소녀, “며칠 안에 휴전”

    불발 미사일에 걸터앉아 미소짓는 가자지구 소녀, “며칠 안에 휴전”

    솔직히 이 사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참혹한 상황이 열흘째 이어지는데 한 자매가 불발된 미사일에 걸터앉아 한 명은 미소를 짓고, 다른 한 명은 카메라를 잔뜩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래는 연합뉴스가 국내 계약사들에 송고한 외신 사진만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고위 관계자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과 휴전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힌 사실을 전한 영국 BBC 기사에 이 사진을 쓴 것을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은 227명, 그 중 어린이는 64명이나 되는데 이 자매는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여서다. 참화 속에서도 일상은 이어지고 언젠가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날이 올 것이란 희망의 증좌를 보여준 것이라고 억지로라도 받아들이고 싶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의 고위 정치 간부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레바논 알마야딘TV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루나 이틀 안에 휴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에 맞서 싸웠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요르단강 서안을 장악한 다른 무장정파인 파타 관계자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파타 중앙위원회 간부 지빌 라주브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아샤르크TV와 인터뷰에서 “이집트가 주도하는 아랍권의 노력으로 휴전 협정 초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투가 몇 시간 안에 중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알아라비야 방송에 따르면 이집트 고위 대표단은 이날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을 논의하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도시 라말라를 방문했다. 팔레스타인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휴전을 언급했지만, 포성이 멈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작전을 계속하는 결심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기다리던 장애인 에야드 살레하(33)와 그의 임신한 아내, 세 살배기 딸 등이 이스라엘의 미사일에 사망했다. 하마스는 지난 10일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대규모로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 등으로 연일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도난당한 반려견 리포트하는 여기자 앞을 쓱 지나간 그 개와 도둑

    도난당한 반려견 리포트하는 여기자 앞을 쓱 지나간 그 개와 도둑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방송 여기자가 도난당한 견공과 관련된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하고 있었다. 그 앞을 한 남성이 반려견을 데리고 지나갔다. 리포트를 하면서 기자는 유심히 견공을 봤다. 바로 도둑맞은 견공이었다. 세상에나, 이럴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야후! 뉴스 인 더 노가 최근 전한 화제의 주인공은 WHDH-TV 기자 줄리아나 매자.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카메라맨 존 그루이스와 함께 케임브리지의 한 주차장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었다. 이틀 전 이곳에 주차된 주인의 자동차에서 누군가 훔친 13세 저먼 쇼트헤일 포인터 종인 타이터스를 애타게 찾는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타이터스의 오렌지색 목줄에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근처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용의자 모습이 찍혀 있었지만 뚜렷한 단서가 없어 막막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남성이 같은 오렌지색 목줄을 찬 같은 종의 견공을 데리고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것이었다.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는 다가가 그 남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며 반려견을 쓰다듬어봐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름표를 확인하려는 속내였다. 사정을 모르는 그는 괜찮다고 했고, 이름표에는 타이터스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소 혼돈스러운얘기가 오갔는데 그 남자의 얘기인즉, 견공이 차 안에서 짖길래 자신은 산책이나 시킬 요량으로 개를 밖으로 데려나온 것일 뿐 훔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매자는 쏘아붙여줬다. “아니 그러시면 왜 이름표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 생각은 왜 안했어요?” 그는 “생각은 했죠. 그런데 전화기가 고장나서요”라고 우물쭈물했다. 24시간 이상이 흘렀는데 경찰에 신고조차 안한 것도 훔칠 의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해서 매자 기자는 옆에 서 있으라고 해놓고 911에 신고 전화를 했고, 2분 만에 도착한 경찰이 카일 가리에피(29)를 체포했다. 당연히 개 주인 그렉 시에스키비츠는 여기자의 기지 넘치는 대처에 감사를 표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73년 전 호주 애들레이드 해변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 밝히려 발굴

    73년 전 호주 애들레이드 해변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 밝히려 발굴

    호주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 경찰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새벽부터 불을 밝힌 채 애들레이드시 묘지에 묻힌 묘 하나를 파헤쳐 끄집어냈다. 묘비명은 이렇다. ‘알려지지 않은 남성’  현지 매체 나인 뉴스에 따르면 생각보다 점토질이 단단하고 문제의 유해가 관 속에 지금도 그대로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이날 오후 관을 꺼냈다. 이제 경찰은 법의학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유전자 분석 기법을 활용해 이 나라 역사에 가장 이상한 시신의 신원을 70년이 훌쩍 지나서야 밝혀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1948년 12월 1일 애들레이드의 소머턴 해변에서 이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방파제 담에 기댄 채 숨져 있었는데 정장 차림에 타이까지 매고 있었다. 정장의 주머니 속에서는 신원을 증명할 만한 것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신원도 파악할 수 없었고 죽음의 원인도 규명할 수 없었다. 해서 호주인들은 냉전시대 스파이였는데 암살됐다거나 연인에게 보복 살해당했다거나 여러 갈래 억측만 늘어놓았다. 지금 우리의 한강 의대생 의문사처럼 모든 사람이 책상머리에 앉아 이런저런 억측을 늘어놓았다.  그가 첩자 의심을 산 것은 그럴 듯한 소지품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한달쯤 뒤 그의 가방이 애들레이드 철도역의 보관소에 맡겨진 것이 확인됐다. 의문의 남성이 주검으로 발견되기 하루 전에 이 가방을 맡긴 사실이 확인됐다. 가방에서는 옷가지들이 나왔는데 옷들의 라벨은 다 뜯겨져 있었고 대신 암호 같은 글씨가 박음질 돼 있었다. 바지를 수선소에 맡겼을 때 박음질한 글자는 킨(kean)이나 킨(keane)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책에서 찢어낸 듯한 종이도 나왔는데 페르시아어로 “타맘 슈드”라고 적혀 있었다. “끝났어”란 뜻이다. 나중에 경찰이 이 종이 조각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제보해달라고 했더니 한 기업인이 차 뒷좌석에 뒀던 책의 갈피가 뜯겨져 있었다고 신고했는데 종이 조각이 떨어져나간 자국과 일치했다. 11세기 페르시아의 위대한 시인이며 ‘루바이야트’로 유명한 오마르 카이얌의 시 구절이었다. 이 책은 풀리지 않은 암호들이 많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첩자 소문을 사람들에게 믿게 한 것 중에는 당시 캔버라에서 옛소련과 내통한 첩자들을 검거한 직후였다는 사실도 포함됐다. 가방 속에서는 전화번호도 하나 나왔는데 주검이 발견된 곳 근처에 살던 여성 제시카 톰프슨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경찰에 알지도 못하는 남성이라고 부인했고, 주검 사진을 보여줘도 정말 알아보지 못했다.  지난달 묘 발굴 계획을 발표한 비키 채프먼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 검찰총장은 “70년 넘게 사람들은 이 남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죽었는지 추측만 했다”며 “강렬한 대중의 관심”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DNA 프로파일을 얻으면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콜드케이스(미제 사건) 가운데 하나에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주의 부검 활동을 돕는 앤느 콕슨 박사는 “지금 우리의 DNA 분석 기술은 시신이 발견됐던 1940년대보다 분명히 몇 광년은 더 앞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 종류의 검사가 아주 복잡하긴 하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밀을 풀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르데냐섬부터 돌로미테까지 7000㎞를 내 두 다리와 두 팔로만”

    “사르데냐섬부터 돌로미테까지 7000㎞를 내 두 다리와 두 팔로만”

    이탈리아 문화부, 25개 국립공원과 사르데냐 잇는 야심찬 트레일 발표 모험가, 봉사자들 앞다퉈 나서, 코로나 시대 자연과 더 연결되는 트렌드 얼마 전 어느날 저녁, 이탈리아 산악가이드 엘리아 오리고니는 사르데냐섬 남동쪽 끝에 선 채로 파란 하늘이 바닷속으로 잠기면 어둑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틀 뒤 노를 저어 티레니아 해를 건널 참이었다. 405㎞의 험난한 바닷길이다. 북부 출신으로 평생을 산에서 지내온 그로선 전혀 새로운 모험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나흘 동안 노를 저어 사르데나 섬부터 시칠리아 섬까지 이동할 참이었다. 그가 낯선 모험을 벼르는 것은 두 섬은 물론 본토의 모든 곳을 두 다리와 두 팔로만 최초로 훑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 모두 7000㎞가 넘는다. 장화 같은 이탈리아 반도를 모두 훑는 트레일 개척의 꿈을 현실로 증명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나라의 국립공원 25곳을 모두 연결한다. 13년 동안 3500만 유로(약 482억원)가 투자되는 야심찬 계획이다.오리고니는 “팬터지와 진짜 힘든 노고가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30~40㎞를 걷고 야영하며 노를 저어 시칠리아섬까지 가고, 다시 하이킹을 한 뒤 노를 저어 본토에 들어간다. 그런 식으로 본토의 북동단 프리울리 베네치아 기울리아의 조그만 무지아 마을까지 내내 걷는다. 핸드폰도 없이 떠나 구글 맵스나 위성위치측정(GPS)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실물 지도만 들고 떠난다. 그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여행함으로써 “당신이 있는 곳에 대해 더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주위를 발견하며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사르데냐섬부터 시칠리아섬 건너는 나흘이 자신의 인생에 가장 긴 하루하루가 될 것이란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배낭 무게를 7㎏으로만 유지하자는 캠페인을 펼쳤던 그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생각을 확산시킬 생각이다. 슬로 푸드 운동의 원산지답게 이탈리아에서의 관광도 생태 친화적이며 현지 문화에 더 밀접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른바 ‘느리고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기치다. 새 트레일은 공원에 이르는 길(Sentiero dei Parchi)로 이름지어졌다. 여섯 곳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포함한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로 가장 큰 생채기를 입은 이탈리아 국민의 절반 정도인 2700만명이 지난해 여름 휴가 때 하이킹을 선택했다. 현지 금융 전문지 일 솔레 24 오레(Il Sole 24 Ore)는 이런 추세를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패러다임이 바뀌어 작고 덜 붐비며 산소와 움직임이 더 필요한 곳을 찾으려는 열망”이라고 규정했다.지난해 5월 이탈리아 환경부와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알파인 클럽은 2033년까지 1990년대 완성돼 최근 별다른 사랑을 받지 못하던 센티에로 이탈리아(그랜드 이탈리안 루트)에 대략 1000㎞의 새 루트를 덧대 25개 국립공원들을 모두 잇겠다고 발표했다. 완성되면 미국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곱절, 스페인 카미노 델 산티아고의 10배 정도가 된다. 사르데냐의 고대 코르크나무 숲, 아펜나인 산맥, 아브루쪼 지역의 곰과 여우, 라치오 에 몰리세 국립공원, 토스카나와 에밀리아 로마냐의 배나무숲에 둘러싸인 은신처들, 에비앙 생수처럼 맑은 알파인 그랜 파라디소 국립공원의 눈덮인 정상에서 아이벡스 영양과 마주보기 같은 모험을 즐길 수 있다.지난해 이탈리아 관광 수입은 3670만 유로가 줄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때 관광 수입의 주종을 차지했던 도시와 박물관 등에는 앞으로도 관광객이 예전처럼 많이 찾지 않을 것이란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해서 새 트레일이 훨씬 새롭고 코로나 친화적인 관광객 유인 수단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종전 트레일이 야영을 허용한 반면, 새 트레일은 가급적 호텔이나 농가주택에서 잠자리와 아침을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절한 이탈리아 시골 사람들의 환대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달 오리고니가 사르데냐섬을 걸을 때 한 남자가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교회탑만 오롯했던 이탈리아 레시아 호수, 물 빼니 옛 마을 드러나

    교회탑만 오롯했던 이탈리아 레시아 호수, 물 빼니 옛 마을 드러나

    이탈리아 북부 트렌트 근처 레시아 호수는 14세기에 세워진 교회 탑의 윗부분만 수면 위로 오롯이 떠올라 있었다. 1950년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댐을 짓고 두 호수를 연결하면서 수백 가구가 모여 살았던 쿠론 마을은 수면 아래 잠겼는데 탑만 물 위에 드러나 색다른 풍광으로 눈길을 붙들었다. 한 소설 작가와 넷플릭스 제작진이 작품에 담을 정도였다. 독일에서는 레셴제(호수)로 불렀다.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는 남티롤 지방의 명물이었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물을 뺐더니 호수의 바닥을 이뤘던 계단, 지붕, 담 등 마을 모습이 드러났다고 영국 BBC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왜 물을 빼게 됐는지 방송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 지역 출신인 루이사 아쫄리니조차 옛 마을의 잔해 사이를 거닐다 보니 “이상한 감회”에 젖게 된다고 트위터에 털어놓았다. 마을 주민들은 당시 당국의 수몰 계획에 맹렬히 반대했다. 160가구 이상이 물에 잠겼으며 주민 다수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는데 몇몇은 근처에 새로 만들어진 마을에 남기로 결정했다.최근들어 이 호수는 여름에는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이, 겨울에는 얼어붙은 호수 위를 걸어 첨탑까지 걸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았다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북에 거듭 손짓 보내는 바이든 행정부, 협상 이끌 실용 조치 뭘까

    북에 거듭 손짓 보내는 바이든 행정부, 협상 이끌 실용 조치 뭘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거듭 실용적 접근을 내세우며 북한과의 접촉 재개를 꾀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9일 보도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공식 입장 표명에 이어 이번에는 백악관에서 대북·대중정책을 포함, 아시아 전략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라고 전했다. 실용적 접근에 대한 강조가 계속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염두에 둔 구체적 협상 유인책이 뭘지 관심을 끄는 가운데 21일(이하 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캠벨 조정관은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며 ‘실용적’이라는 표현을 다섯 차례나 썼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용적이고 조율된 접근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용적 조치를 강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등 기존의 합의를 토대로 외교적 관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또 미국의 대북정책이 적대가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한다고도 강조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접근을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며 북미협상 교착의 중대 요인이라고 주장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 마련한 대북정책을 상세히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접촉을 제의한 상태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4월 30일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며 실용적이고 외교적인 접근이라고 개략적으로 운을 띄운 바 있다. 이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초 공개적으로 북한에 외교적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한 데 이어 캠벨 조정관이 나서 대북정책의 핵심이 실용적 접근이라는 점을 재차 분명히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실용적 접근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지 이목이 쏠린다. ‘일괄타결’로 대표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식 대북접근이나, ‘전략적 인내’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식 접근을 모두 실패로 규정하며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용적 접근 및 조치의 강조가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담보하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조치의 수준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위해 제재완화 카드를 꺼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제재완화 등의 조처까지 열어두고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포함한 것인지 주목된다. 캠벨 조정관은 인터뷰에서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서도 그 이상의 추측은 시기상조라고만 했다. 북한이 고수하는 ‘행동 대 행동’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북접근에 그런 이름표를 붙이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은 환상이 없고 현실적 전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기소되지 않고도 관타나모에서 16년 ‘썩은’ 파키스탄 73세 “곧 풀려나”

    기소되지 않고도 관타나모에서 16년 ‘썩은’ 파키스탄 73세 “곧 풀려나”

    파키스탄 출신 사이풀라 파라차(73)는 악명 높은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군 수용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수감자다. 16년 넘게 영어(囹圄)의 몸이었는데 이제 곧 석방된다고 그의 변호인이 밝혔다. 외딴 섬에 오래 갇혀 있었지만 미국 검찰에 기소된 적도 없다면 믿어지는가? 조디 포스터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영화 ‘모리타니안’의 주인공 모하메두 오울드 슬라히(타하르 라힘 연기)가 자꾸 겹쳐 보인다. 파라차가 처음 체포된 것은 2003년 태국에서였다. 테러 집단 알카에다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아서였다. 미군은 그가 한때 뉴욕에서 살았고 부동산을 소유했던 사실을 문제 삼았다. 금융 거래를 통해 9·11 테러 음모를 도운 두 명에 “편의를 제공한” 것 같다고 의심했다. 프라차는 그들이 알카에다 조직원인지 몰랐으며 자신은 테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소용 없었다. 두 사람은 파키스탄인 압둘 랍바니(54)와 예멘인 우스만 압둘 알라힘 우스만(40)이다. 랍바니는 2002년 카라치에서 체포됐는데 “적군의 전투요원”으로 분류됐다. 그는 평범한 택시운전사이며 미군 구금시설에서 고문을 당해 거짓 자백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우스만은 같은 해부터 관타나모에 있었는데 과거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원으로 일했던 전력을 의심받았다. 물론 둘 역시 기소된 적조차 없었다. 프라차의 변호인은 최근 교도소 심의위원회가 파라차와 랍바니, 우스만 모두 미국에 더 이상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란 판단을 내렸다는 통보를 17일(이하 현지시간) 받았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전했다. 변호인은 몇달 있으면 파키스탄에 송환될 것이라고 믿었다. 미군 당국은 파키스탄과 송환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예를 들어 그들이 2년 동안 파키스탄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2003년에 거의 700명 수감돼 있었던 관타나모 미군 교도소에는 아직도 40명 넘게 수감돼 있다. 2004년 9월부터 수감돼 이제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파라차는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등을 앓아 관타나모에서 가장 나이 많고 성치 않은 수용자라고 스스로를 일컫는다고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미국 국방부의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고 18일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맹지 재테크/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맹지 재테크/임병선 논설위원

    경기도 가평에 전원주택을 지을 요량으로 경매로 평당 10만원에 땅을 사들인 대학 선배가 있다. 토목 작업을 하러 갔더니 인근 부동산에서 찾아와 다섯 배 가격에 팔라고 하더란다. 경락받자마자 큰 이문이 남은 것이다. 일손을 거들며 지켜보던 이웃 주민이 그러더란다. “이곳이 농지로 지목이 변경된 데는 내 공이 작지 않다. 도로를 내 맹지(盲地)를 벗어나게 했으니 내 노력에 성의라도 표시해야 도리다.” 처음엔 뭐 이런 발칙한 일이 있나 싶었는데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일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 선배는 기쁜 마음으로 이웃에게 300평 정도 소유권을 이전해 줄 생각이라고 했다. 필지(筆地)는 구획된 논이나 밭, 임야, 대지 따위를 세는 단위다. 땅에 대한 소유권이나 건물이 앉은 터를 기준으로 국토를 등록하는 기본 단위다. 대부분의 필지는 어느 한 부분이든 도로에 접하기 마련인데 도로에 접하지 않은 필지를 맹지라 한다. 쓸모가 없거나 이용하는 데 제약이 따르니 제값을 받기 어렵다. 건축법에서 도로를 중요시한 이유는 건축물을 화재로부터 지키는 데 필수적이어서다. 포장돼 있거나 차가 다닌다고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적도에 등록돼야 한다. 차와 사람의 통행이 가능한 4m 이상으로, 땅과 2m 이상 접해야 한다. 과거엔 맹지를 구입하면 사기를 당했다고 울고불고했는데 최근에는 맹지를 낙찰받아 도로를 내고 지목을 변경한 뒤 차익을 내는 이들이 적지 않단다. 지난주 전남 담양의 맹지로 추정되는 전답 경매에 50명이 몰려 감정가 4500만원인 물건이 2.5배에 낙찰됐단다. 경기도 부천 대장신도시에 속한 감정가 1억 2000만원의 맹지가 1억 8000만원에 낙찰된 것도 토지 보상을 노린 이들이 몰려든 탓이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토지 낙찰가율의 평균이 75.8%였으니, 이 건은 곱절에 해당한다. 김일권 경남 양산시장의 땅 근처 제방이 이례적으로 도로로 지정됐단다. 그 바람에 김 시장 소유의 맹지 땅값이 20배 정도 뛰었다. 당연히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김 시장 취임 1년 만의 일이다. 제방을 도로로 인정하려면 당연히 관리청과의 협의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도 생략했다니 논란이 될 만하다. 국토교통부도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단다. 담당 공무원 전결이었다고 그 책임을 담당자에게만 돌릴 것인가. 절차의 하자를 고려하면 도로 지정은 취소돼야 마땅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선량들까지 맹지 재테크에 뛰어든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제도와 시스템은 늘 탐욕을 뒤치다꺼리하기에 바쁘지만, 잘못은 뒤늦게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bsnim@seoul.co.kr
  • 아리아나 그란데 두 살 연하 부동산중개업자와 결혼, 하객 20명도 안돼

    아리아나 그란데 두 살 연하 부동산중개업자와 결혼, 하객 20명도 안돼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7)가 두 살 연하 부동산 중개업자와 결혼하면서 20명도 안되는 하객 앞에서 작은 예식을 거행했다고 해 화제다. 그란데와 화촉을 올린 주인공은 지난해 12월 약혼했다고 밝힌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업자 달턴 고메스로 그녀의 대변인은 가시버시가 지난 주말 캘리포니아주 자택에서 “20명이 (채) 안되는 작고 내밀한” 예식을 올렸다며 “방안이 행복과 사랑으로 넘쳐났다. 커플과 양가 가족 모두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고 영국 PA 통신이 전했다. TMZ 홈페이지는 둘의 예식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유명 인사들이 최근 주거지로 손꼽으며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가 영국 왕실의 손아귀를 벗어나 새 보금자리를 꾸민 몬테치토의 그란데 자택에서 거행됐다고 전했다. AKG 홈페이지의 인물 소개에 따르면 새 신랑은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으로 5년 동안 호화부동산 시장에서 일해왔다. 둘이 사귄 지는 일년이 조금 넘었다. 지난해 2월 LA의 한 레스토랑에서 고메스와 입을 맞추는 것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한창 자택 격리됐을 때 그란데가 저스틴 비버와 협업한 노래 ‘스턱 위드 유(Stuck with U)’ 동영상에 둘이 함께 등장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성탄절 전에 그란데는 인스타그램에 고메스로부터 받은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왼손에 낀 사진을 올리며 “영원히 그리고 좀 더(Forever n then some)”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다음달에는 팔베개를 한 더 다정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실었다. 그란데는 과거에 약혼한 일이 있다. 미국 코미디언 겸 배우 피트 데이비슨인데 2년 전에 헤어졌다. 결혼식이 열린 이번 주말은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뒤 자살폭탄이 터져 22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한 지 4년이 되는 때였다. 그 뒤 그녀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는데 용감하게 이겨내고 2019년 맨체스터를 다시 찾아 성적 소수자들의 축제인 프라이드 축제 메인 무대에 섰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꼭 가보려 했는데” 갈라파고스 ‘다윈의 아치’ 자연침식 붕괴

    “꼭 가보려 했는데” 갈라파고스 ‘다윈의 아치’ 자연침식 붕괴

    태평양 한가운데 갈라파고스 제도의 또 하나 명물인 ‘다윈스 아치‘가 자연침식으로 무너져내렸다고 영국 BBC가 18일 전했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속한 에콰도르 환경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려 “다윈 섬의 중심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다윈의 아치가 붕괴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알렸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따 붙여진 이 다리 주변 바다는 스쿠버다이빙 명소로도 이름 높았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906㎞ 떨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독특한 동식물들이 고루 서식하고 있어 종 다양성이 확보돼 있다. 다윈이 진화론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234개의 섬들과 작은 만들, 암초들로 구성돼 있는데 네 섬에만 약 3만명이 모여 산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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