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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동생은 때리고 오빠는 달래고, 군사행동 보류에 외신들 ‘계획이 있구나’

    여동생은 때리고 오빠는 달래고, 군사행동 보류에 외신들 ‘계획이 있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갑자기 보류한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핵심 조치를 겨냥한 계산된 행동인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숨통이 잠깐 트이긴 했지만, 군사행동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긴장 고조부터 완화까지 일련의 행동들이 언젠가 재개될 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해 기획되고 실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ABC 방송은 북한이 입장을 누그러뜨렸다기보다는 남측의 추가 조치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금지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측으로부터 중요한 뭔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란 다른 견해도 소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남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위협을 잠시 뒤로 물렸다는 전문가 관측을 전했다. 하지만 신문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이 사업들을 재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는 “지금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어느 쪽도 북한이 (잠시 행동을) 억제한 것을 자축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발 중단일 수도 있고 외부의 양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긴장을 줄였을 수도 있지만, 북한은 이른바 ‘억지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BBC는 “마치 짜인 각본 같다”며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이 군사조치를 준비한다고 발표했을 때 김 위원장이 결정권을 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방송은 “그는 왜 후퇴를 결심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분석가들은 향후 회담을 앞두고 김 부부장은 이른바 ‘나쁜 경찰’(bad cop), 김 위원장은 ‘좋은 경찰’(good cop)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부장이 높인 긴장을 김 위원장이 완화하는 뻔한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BBC는 “군사행동 계획은 취소가 아닌 중단이어서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 고조에 따라 김여정은 그녀의 리더십 자격을 보여줄 강한 플랫폼을 얻었지만 우린 여전히 누가 궁극적인 책임자인지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의 발표가 그간의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김수원 정책분석관의 분석을 전했다.김 분석관은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에 몸 담았다. 그는 “도발한 뒤 긴장을 줄이면서 상대에게 ‘숨 쉴 공간’을 주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긴장을 풀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의 최근 고강도 언행이 만든 긴장을 줄일 충분한 여지를 줬다면서도 데탕트(긴장 완화) 전망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38노스는 북한이 긴장 고조를 피하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남한과의 외교를 추구할 것 같진 않다면서 대신 비난이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고도 했다. 외신들이 상대적으로 큰 안목에서 접근하는 것과 달리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의 사정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대남 전단을 대량 살포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 낭비가 불가피하고, 대남 전단의 대량 살포와 확성기 방송 재개는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의 초강경정책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확대되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된다면 북한도 몹시 피로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담감과 군대 대 내 코로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이 북한이 초강경 드라이브에서 후퇴한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성폭행 기소 몰린 호주 남성, 태평양 건너겠다고 택한 배가

    성폭행 기소 몰린 호주 남성, 태평양 건너겠다고 택한 배가

    호주 시드니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몰린 서른한 살 남성이 황당한 도주극 끝에 붙잡혔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뉴사우스웨일즈(NSW)주 피크허스트 마을에 사는 문제의 남성은 처음에 조그만 자신의 요트로 난바다로 나갔다. 하지만 작은 요트로 태평양을 헤쳐 나간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근처를 지나던 대형 화물선에 의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구조됐다. 화물선은 요트를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뉴캐슬 항구에 예인한 뒤 이 남성을 선실 안에 모셔 쉬도록 했다. 그런데 화물선이 말레이시아로 출항하기 얼마 전 남성이 갑자기 사라졌다. 선원들이 선내를 뒤졌으나 보이지 않았고, 예인되면서 화물선에 묶였던 그의 요트도 마찬가지로 사라져 선원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밤부터 다음날까지 근처 해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요트와 남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해서 22일 수색견을 동원해 선내를 다시 정밀 수색하기에 이르렀다. 몇 시간 수색 끝에 밤 9시쯤 선원들은 그 남자가 공조실 배관 안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4400 호주달러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용의자는 화물선이 말레이시아로 떠날 때까지만 숨어 있으려고 계획했다고 말했다. 물론 요트에 묶인 줄은 의도적으로 끊어 자신이 요트를 타고 떠난 것처럼 위장했다. 현지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용의자가 아직 어디로 가려고 했었는지는 경찰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NSW 경찰서의 조 맥널티 총경은 “그는 처음에는 태평양을 헤쳐 동쪽으로 항해하려 했지만 20일 저녁 파고가 높고, 강풍이 불어 항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용의자는 보석 조건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맥널티 총경은 용의자가 경찰과 선원들이 자신을 찾아낸 데 대해 아주 놀라워했다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비아냥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일년간 옥살이 시킨 순찰대 차에 불 났는데 백인 경관 구조

    일년간 옥살이 시킨 순찰대 차에 불 났는데 백인 경관 구조

    쾅! 폭발음이 들리고 집이 흔들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남쪽으로 72㎞ 정도 떨어진 유니언타운의 아파트에 사는 데일런 맥리(31)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저녁 작은 지진이 일어났나 싶었다. 일분쯤 지났을까, 친척 한 명이 집안에 뛰어 들어와 집 앞 길가에 세워둔 교통 순찰차에 불이 붙었다고 일러줬다. 여느 사람이라도 총알처럼 튀어 나갔을 상황이었다. 맥리도 달려나가 엔진에서 시작된 화염이 운전석 쪽으로 옮겨붙기 직전 문을 강제로 뜯고 백인 경찰 제인 핸리를 밖으로 끄집어 냈다. 경찰들과 이웃들은 맥리가 핸리의 목숨을 구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맥리의 선행을 칭찬하기 전에 떠올린 일이 있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바로 2018년 말 펜실베이니아주 순찰대 소속 경관 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일이었다. 맥리는 2016년 3월 한 바에서 순찰대로부터 엉뚱하게 범인으로 몰려 일년을 교도소에서 ‘썩은’ 일이 있었다. 바로 그 순찰대 차량이었으니 앙심을 충분히 품을 만했다. 더욱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백인 경관을 바라보는 흑인 사회의 공분을 감안하면 맥리의 행위는 더욱 칭찬받을 만했다. 그러나 맥리는 다음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차 문을 강제로 뜯고 그를 끄집어내 안전하게 피신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니타운 경찰서의 토머스 콜레닉은 현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데일런이 말하더군요. ‘그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고요. 아시겠지만 뭐라 제가 표현할 말이 없더군요”라고 털어놓았다. 핸리의 친척 몇몇은 사고 당일과 다음날 소셜미디어에 맥리에 감사를 표하는 글을 연신 올렸고, 그가 심각한 다리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는 중이라고 알렸다. 맥리는 핸리의 여동생이 전화를 걸어와 직접 고맙다고 인사하더라며 쑥스러워했다. 친구들이 핸리를 구하기 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는지 궁금해 한다고 전하자 그는 “아니다. 모든 인간의 목숨은 값어치가 있다. 우리 모두 신의 자녀들이며 난 누구라도 불에 타는 모습을 바라만 보는 모습을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이나 다른 경관들이 내게 어떤 일을 했건 ‘이 남자는 안전하게 귀가해 가족과 지낼 자격이 있다’는 것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맥리가 당한 일년 반 전 당한 어처구니없는 일을 더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동생으로부터 술집에 싸움이 일어났으니 날 좀 데려가달라는 전화를 받고 도착했더니 정말 한 남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해서 주차장에서 그를 붙잡아 총을 빼앗아 던져버렸다. 그 순간 순찰대 경관이 그를 향해 총을 쐈다. 그 경관은 맥리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보안 동영상에도 분명히 맥리는 남성의 총을 빼앗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경관이 총을 쏘니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목과 팔에 문신이 잔뜩 있는 흑인 남성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일년 뒤 재심 배심원단이 동영상을 본 뒤 무죄를 평결해 풀려났다. 그 사이 건강이 나빠진 어머니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맥리는 몇달 전에도 경찰과 맞닥뜨린 일이 있었다. 사복으로 위장한 경찰관들이 총을 겨누고 접근하자 달아났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머리 뒤쪽에 손을 깍지 낄 때까지 경찰은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체포에 응하지 않고 저항하려 했다고 뒤집어 씌웠다. 하지만 맥리는 오히려 경관들이 얼굴에 발길질을 했으며 입술을 찢는 시늉을 했다고 했다. 이 때의 상황도 보안 카메라 영상으로 담겨 있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감정과 전체 경찰을 바라보는 눈은 달라야 한다고 맥리는 말했다. 13세 아들 애비안에게도 피부색 갖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그의 말이다. “난 영웅으로 불리고 싶지 않다. 그저 똑바른 사람으로만 알려지고 싶을 따름이다. 어디서 뭘하든 똑바른 사람 말이다. 바라건대 (순찰대가) 이걸 알았으면 좋겠고 자신이 용서받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성모 마리아 복원하랬더니 아줌마 얼굴로, 스페인 또 ‘명화 망치기’

    성모 마리아 복원하랬더니 아줌마 얼굴로, 스페인 또 ‘명화 망치기’

    스페인에서 8년 전 ‘주책 할머니’의 엉터리 명화(名畵)복원에 버금 가는 명화 훼손 시건이 또 일어났다. 23일(현지시간) 스페인 유로파 프레스 보도를 인용한 영국 BBC에 따르면 17세기 스페인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성모잉태’ 복제화가 복원 작업 중 훼손됐다. 이 명화를 소장하고 있던 발렌시아의 수집가는 그림의 때를 벗겨내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가구 복원가에게 의뢰했다. 그는 1200 유로(약 164만원)의 형편 없이 저렴한 비용을 불렀다. 물론 그는 회화 복원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림의 때를 벗겨내려다 그림 속 성모 마리아 이미지마저 지워 버렸다. 그 뒤 이 아마추어 복원가는 두 차례나 수정을 시도하고, 그림을 덧칠했지만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그림 속의 아름다웠던 성모 마리아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우스꽝스러운 여인의 이미지만 남았다. 그림 소유주는 뒤늦게 진짜 회화 복원 전문가에게 작품을 다시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8년 전에도 스페인 북부 사라고사 근처 보르하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마을 성당에 모셔진 20세기 예수벽화 ‘에케 호모’가 훼손되자, 주민들이 복원하겠다고 힘을 합쳤는데 주책 맞은80대 할머니 신도가 본인이 해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림 속 예수는 원숭이 얼굴처럼 변하고 말았다.지난해에도 나바레의 한 교회에 있던 16세기 성 조지의 목각상이 복원 와중에 플레이모빌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얼굴로 바뀌었다. 다행히 이 목각상은 전문기관을 통해 전문가에게 다시 맡겨져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페인에서는 예술작품 복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현행 법으로는 복원할 기술이 없는 이들이 복원에 참여하는 일을 막을 수가 없다. 스페인의 복원·보존 전문가 협회(ACRE)는 성명을 내 법적 보호가 미비함을 규탄하고 최근의 사건들은 “문화재 파괴”라고 규정했다. 협회는 “규제가 미비해 우리 유산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복원과 보존 전문가들이 최근 기회가 자꾸 사라져 다른 일로 빠져나간다. 이 직종이 스페인에서는 사라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ACRE의 마리아 보르하 부사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런 사고는 불행하게도 생각보다 흔하다“며 “비전문가의 개입은 작품 손상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고 개탄했다. 갈리시아문화재복원학교 페르난도 카레라 교수는 신문에 “약국에서 약을 팔려면 약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면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예술작품 복원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김정은 “군사행동 계획 보류” 통일부 “北 확성기 모두 철거”

    김정은 “군사행동 계획 보류” 통일부 “北 확성기 모두 철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보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다소 누그러뜨려질지 주목된다.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 2년 만에 다시 설치했던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은 이날 모두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서호 차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참석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철거했던 대남 확성기를 지난 21일 오후부터 전방 지역 30여곳에 다시 설치하며 긴장을 끌어올렸는데 사흘이 안돼 모두 철거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예비회의에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에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14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 접경지역 군사훈련 ▲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예고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 큰 결정을 내림에 따라 북한의 대남 강경 군사도발은 일단 보류되고 한반도 긴장 수위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북한이 거의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던 대남 전단 살포와 대남 확성기 방송도 실제로 이행할지 주목된다. 이날 예비회의에서는 또 “당중앙 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하였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하였다”고 통신은 밝혔다이날 회의는 화상으로 열렸으며, 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일부 위원이 참석했다.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연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처음이다.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간 통신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전단 살포와 대남 확성기 방송 준비를 끝낸 북한이 남북간 조성되는 긴장을 조절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4일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강도 높은 대남 강경조치를 주도했는데 20일 만에 김 위원장이 직접 예비회의를 통해 예고했던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상태를 완화시키는 ‘착한 역할’을 확실히 분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들은 이날 일제히 대북전단 살포 비난 기사를 삭제했다. ‘조선의 오늘’과 ‘통일의 메아리’, ‘메아리’ 등 대외 선전매체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이날 새벽 보도된 대남비난 기사 13건이 반나절도 안 돼 모두 삭제됐다. 북한의 모든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이날 자에 전단 관련 비난 기사를 일절 싣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북한이 대남 전단을 대량 살포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 낭비가 불가피하고, 대남 전단의 대량 살포와 확성기 방송 재개는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게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의 초강경정책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확대되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된다면 북한도 몹시 피로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담감과 군대 대 내 코로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이 북한이 초강경 드라이브에서 후퇴한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멕시코 갓 태어난 세쌍둥이 코로나19 양성, 감염 경로 깜깜

    멕시코 갓 태어난 세쌍둥이 코로나19 양성, 감염 경로 깜깜

    멕시코에서 갓 태어난 세쌍둥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산루이스 포토시주의 한 병원에서 미숙아 상태로 세상에 나온 두 아기, 아들과 딸은 안정적인 상태지만 다른 아들은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다고 영국 BBC가 23일 전했다. 지방 당국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주 건강안전위원회 대변인은 다둥이 출산 때 감염병이 확인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 전문가들은 임신 중 엄마의 자궁 안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아주 적은 수의 신생아가 출산 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보건장관인 모니카 릴리아나 랑겔 마르티네스는 “출생 순간 그네들이 감염됐을 것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부모는 최근에도 검사를 받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당국은 이들이 무증상 감염됐을 수 있다고 봤다. 멕시코는 지난 2월 28일 첫 환자가 보고돼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현재 18만 5000명 이상이 감염돼 2만 2584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진은 최근 자궁 내 감염 사례를 처음 보고한 바 있다. 일단 감염이 되면 엄마나 아기들 모두 그다지 위험할 수 없지만 조산으로 출생하는 아이일수록 감염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러스 때문에 유산한다든가 임신 중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든가 하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임신한 여성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사회적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감염돼도 대다수 임산부는 경미한 증상에 그친 뒤 회복되고 있다. 아이들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라면 규칙적으로 손을 잘 씻어 당신 손이 닿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극단 택한’ 억만장자 빙 vs 존경 속 떠난 슈마허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극단 택한’ 억만장자 빙 vs 존경 속 떠난 슈마허

    영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헐리(55)의 전 남편이자 거물 영화 제작자이며 자선사업가인 스티브 빙이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전했다. 뉴욕 부동산 거물 레오 빙의 손자이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도 막역했고 미국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많이 건넸던 빙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고층 건물인 센추리 시티 27층에서 몸을 던져 삶을 마감했다. 향년 55세. LA 경찰청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쯤 50대 남성이 숨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만 밝히고 신원 등을 일체 밝히지 않았는데 DMZ 닷컴 등이 헐리와 아들을 낳고 헤어진 빙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추모의 글을 올렸다. 특히 고인은 2009년 전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기자 둘을 귀국시키는 데 필요하다는 클린턴의 말에 선뜻 1000만 달러를 내놓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언론에 그다지 얼굴을 잘 내밀지 않았던 고인은 열여덟 살에 6억 달러(약 7215억원) 재산을 물려받았다. 하버드 대학 웨스트레이크를 졸업해 스탠퍼드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중퇴하고 영화제작 일에 뛰어들었다. 팔다리가 무척 길고 은발 머리에 키가 194㎝나 됐다. 늘 청바지에 피트니스 센터에서나 신는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그는 두 차례 친생자 소송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 번은 헐리가 자신의 아들을 가졌다고 주장하자 DNA 테스트를 받도록 강제하는 소송이었다. 다른 건은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이 악명 높은 충복 앤서니 펠리카노를 시켜 쓰레기통에서 치실을 훔쳤다며 커코리언을 사생활 침해로 고소한 것이었다. 커코리언은 전 부인이자 테니스 선수 출신 리사 본더가 낳은 아이 키라가 빙의 소생임을 증명하겠다면서 그의 치실을 손에 넣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법원은 헐리의 아들 대미언이 빙의 아들이 맞다고 판결했는데 지난 4월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았다. 헐리와 대미언 모두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는 반응을 소셜미디어에 내놓았다고 BBC는 전했다. 할아버지 레오 때부터 자선사업으로 이름을 떨쳤다. LA 카운티 미술관 레오 S 빙 극장 등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많은 미술관과 콘서트홀에 이름을 새겼다. 아버지 피터는 존슨 대통령 때 백악관 공중보건 일을 한 뒤 LA로 이주해 왔다. 빙 본인은 브래드 피트와도 친구로 지냈으며 나중에 영화 일 때문에 소송으로 다투는 숀 펜과도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수 제리 리 루이스를 흠모해 그의 스튜디오 복귀를 재정적으로 도왔으며 앨범 ‘로큰롤 타임’을 베테랑 세션 드러머 짐 켈트너와 함께 프로듀스했다. 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롤링스톤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를 제작했다. 대학을 마치기 전 첫 영화 시나리오 ‘대특명(Missing in Action)’을 베테랑 시트콤 작가 아서 실버와 함께 준비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영화는 척 노리스 주연으로 제작돼 속편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드 넬슨 주연의 에로틱 스릴러 ‘Every Breath’를 첫 연출했지만 개봉관에 걸리지 않고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됐다. 본인이 직접 프로덕션 회사 샹그릴라 엔터테인먼트를 차려 2000년 여러 작품을 제작했는데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Get Carter’, 빌 머리의 코미디 ‘Rock the Kasbah’ 등이다. 2004년 톰 행크스 주연 ‘폴라익스프레스’에 8000만 달러를 대기도 했다.공교롭게도 이날 영화 ‘배트맨’ 시리즈 두 편과 ‘로스트 보이즈’, ‘세인트 엘모의 열정’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할리우드 감독 조엘 슈마허가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대리인은 성명을 통해 1년여의 암 투병 끝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전했다.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슈마허 감독은 1985년 작 ‘세인트 엘모의 열정’과 흡혈귀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스트 보이즈’로 명성을 얻었다. 1993년에는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폴링 다운’으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 뒤 코미디 장르를 벗어나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과 로빈’을 비롯해 뮤지컬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오페라의 유령’을 연출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가장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에도 참여했다. 슈마허 감독은 과거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 남겨진 난 영화를 보며 자라났고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면서 “내가 꿈꾼 것보다 더 큰 꿈을 이뤘다”고 자신의 영화인생을 돌아봤다. 영화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연기했던 에미 로섬은 트위터에 “별세 소식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그는 하나의 힘이자, 특별함이었고, 창의적이었으며, 강렬하고, 열정적이었다. 내 삶의 큰 부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로스트 보이스’의 주인공 코리 펠드만도 “조엘, 당신은 아름다운 영혼이었고, 당신을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트윗을 날렸고, 할리우드 배우 벤 스틸러도 “우리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던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고 애석해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BBC “3년 동안 1510억원 들여 프로그램과 배우의 다양성 제고”

    BBC “3년 동안 1510억원 들여 프로그램과 배우의 다양성 제고”

    영국 BBC가 앞으로 3년 동안 TV 부문 예산을 1억 파운드(약 1510억원) 투입해 다양성을 높이고 더욱 포용력 있는 콘텐트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토니 홀 BBC 사장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내년까지 “커다란 도약”을 시작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방송은 화면에 나가지 않고 목소리만 출연하는 배우들도 장애인, 흑인과 아시아 계 등 소수인종(BAME),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배경의 배우로 20%를 채우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또 BBC 프로그램을 세 차례 테스트해 다양한 소재, 화면에 어떻게 묘사되는지, 제작진과 출연진이 얼마나 다양하게 구성됐는지, 얼마나 다양성을 갖춘 프로덕션 회사인지를 따져 이 가운데 둘을 충족시키도록 했다. 홀 경(卿)은 조지 플로이드의 무참한 죽음과 그것이 얼마나 체계적인 인종차별을 강제해왔나 돌아보게 만들어 우리 모두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가 회사 안과 사회 전체에서 어떻게 하면 더 포용력을 갖출 것인지, 인종차별을 막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다. 우리의 답은 우리가 만드는 것들과 누가 만들지에 대해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것이며 앞으로 몇주 안에 더 많은 일들을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는 이런 변화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인해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 여파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BBC는 이니 지난해 10월 제작 부문의 다양성을 높이는 업무를 총괄하는 국장으로 준 사르퐁을 임명하는 등 변화를 꾀해왔다. 사르퐁은 연내 화면에 나가는 배우 중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고, 15%는 흑인과 아시아계를 비롯한 소수 인종(BAME)에 할당하고, 8%는 장애인, 8%는 성적 소수자(LGBT) 스태프를 기용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또 프로그램 제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의 비중을 지금의 44%에서 내년까지 50%로 올리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BAME 제작진 비중을 지금의 11.5%에서 15%로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카엘라 코엘의 12부작 드라마 ‘내가 널 파괴할지 몰라’를 제작하며 소수 인종 소재를 넣고, 흑인과 아시아계 등 소수 인종 출신 배우들을 기용했다. 또 장편 드라마 ‘연옥에 앉아(Sitting In Limbo)’는 1948년 윈드러시 제국 호에 승선한 서인도제도 출신 492명이 영국 틸베리 항구에 도착해 이민자로서 영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전후 복구에 매진했던 윈드러시 자녀 세대가 2018년 4월 브렉시트 논의가 한창이던 와중에 건강보험 혜택을 빼앗기고 추방될 뻔한 얘기를 다룬다. 그런 음모를 꾸민 사실이 들통 나 결국 내무 장관이 사퇴했다. 마침 BBC가 다양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날은 윈드러시 선조들이 영국에 첫발을 내디딘 72주년 기념일이어서 그 의미를 깊게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지난 1월에도 파리서 ‘숨을 쉴 수 없어요’ 사망, 이제야 수사

    지난 1월에도 파리서 ‘숨을 쉴 수 없어요’ 사망, 이제야 수사

    프랑스 경찰이 지난 1월 파리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체포되다 결국 세상을 등진 배달 노동자 세드릭 쇼뱅(42) 사건을 수사하기로 했다. 다섯 아이의 아빠였던 쇼뱅을 경찰이 검문한 것은 스쿠터를 몰면서 휴대전화를 들여다 봤으며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였다. 그는 네 명의 경관에게 빨리 보내달라고 항의하다 뒤에서 목을 조르는 초크홀드 체포를 당했다. 프랑스 언론이 나중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22초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는 일곱 번이나 숨이 막힌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그는 병원에 후송된 뒤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네 명의 경관은 모두 사건 경위를 조사받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고인의 아내 도리아와 가족들이 모두 나서 촛불집회를 열어 경찰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직 당한 경관도 없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질식과 후두부 골절이었다. 이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네 경관을 살인 혐의로 기소할지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이들의 변호사 티볼 드 몽브리알은 최근의 보도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경찰이 재수사하기로 한 것은 이 사건이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과 너무도 닮아 보여 현재 전 세계로 번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는 22일 지적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프랑스에 사는 흑인과 아랍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피부색 때문에 경찰로부터 공평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시위에 영향을 받아 이미 프랑스 정부는 이달 초 초크홀드 체포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경찰 노조가 전국 곳곳에서 수갑을 길바닥에 내던지는 등의 방법으로 거세게 항의하자 며칠 뒤 이 결정을 철회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애플 “인텔 의존 벗고 자체 칩 맥에 장착” 덩달아 나스닥 1만 고지

    애플 “인텔 의존 벗고 자체 칩 맥에 장착” 덩달아 나스닥 1만 고지

    애플이 반도체 칩 제조사 인텔 의존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31번째 애플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를 화상회의로 개최하고 앞으로 맥 노트북과 데스크톱에 자체 개발 칩 ‘애플 실리콘’을 장착해 15년에 걸친 인텔 의존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했던 ARM 기본 프로세서를 맥 컴퓨터에도 똑같이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자체 칩을 개발해 장착하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훨씬 값싼 컴퓨터 제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애플 실리콘은 전력 소모는 줄이고 성능은 크게 강화해 최적화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제3의 개발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쫓아올 수 있도록 순탄하게 이런 전환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연말까지는 애플 칩으로 첫 맥 컴퓨터를 출하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생산라인을 이렇게 바꾸는 데는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에는 거대한 도약이 될 역사적인 변화”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은 애플의 핵심이었는데 자체 설계한 커스텀 실리콘과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애플 실리콘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인텔은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칩을 공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애플은 또 이날 맥 전용 OS ‘빅 서’(Big Sur)를 발표했다. 빅 서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의 바위·산악 지형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에 따라 맥 OS에도 음량이나 화면 밝기, 다크 모드 전환, 와이파이 제어 등의 기능을 갖춘 컨트롤센터가 도입된다. 애플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2.6% 오른 358.87달러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 덕에 코로나19 감염병 2차 유행이 시작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려 허덕이던 나스닥지수는 110.35포인트(1.11%) 오른 1만 56.4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나스닥지수가 1만선에 안착한 것은 지난 10일 1만 20.35를 찍은 이후 두 번째다. 초대형 블루칩 그룹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53.50포인트(0.59%) 상승한 2만 6024.96에,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12포인트(0.65%) 상승한 3117.86에 각각 마감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발생 수치로는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막판에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백악관 볼턴 책 415곳 수정 요구해 일부 반영, 한반도 관련 110곳 넘어

    백악관 볼턴 책 415곳 수정 요구해 일부 반영, 한반도 관련 110곳 넘어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에 앞서 한반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해 이미 적지 않은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23일 보도했다. 볼턴은 재임 기간 경험한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이날(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백악관 회고록’에 썼고, 백악관은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그런데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가운데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의 회고록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과 삭제 의견을 냈다. 볼턴의 책에는 남북, 한미, 북미 정상 간 논의 내용과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진위를 떠나 책에 담는 것 자체가 외교 협상의 신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균열과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아예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단정적인 표현의 문장에는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마치 볼턴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인 양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란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애초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또 볼턴이 포렌식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규모와 범위에 관한 중요한 결과를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백악관은 이런 일이 북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넣으라고 주문했다. 일부 문장의 ‘~할 것’(would)이라는 단어를 ‘~할 수 있을 것’(could)으로 바꾸라고 하는 등 미묘한 뉘앙스까지 신경 쓴 흔적도 보였다. 그렇다고 볼턴이 백악관 주장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한 예로 그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화한다고 적었는데, 백악관은 문 대통령을 한국인으로 바꾸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표현된 문장은 백악관이 ‘문 대통령과 더 큰 조율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일어날 수 없다’로 변경해 북한을 자극하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볼턴은 백악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볼턴이 기밀 누설 금지와 관련한 고용 계약을 위반했고 기밀정보 삭제 등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며 출판 금지 명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출간을 막기에 너무 늦었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정식 출간을 앞두고 이미 온라인에는 PDF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5] 서인택 “통일돼 어떤 나라를 세울까부터 얘기해야”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5] 서인택 “통일돼 어떤 나라를 세울까부터 얘기해야”

    “지금 한반도가 아주 좋지 않은 국면에 들어선 것도 사실은 우리가 통일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그림이 없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선택권을 줬기 때문이다. 북의 인권을 변화시켰다든가, 핵개발을 막았다든가 아무것도 없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돌아보고 교류와 대화가 방법이 아니라 목표가 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서인택(51) 글로벌피스재단 한국 회장은 900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최대 통일운동 연대단체인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통일천사)의 공동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통일천사는 2012년 8월 시민이 주도하는 생활형 통일운동을 기치로 창설돼 글로벌 통일 공감대 확산 프로젝트인 원케이(One K) 글로벌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새소리 잘 들리는 3층 양옥집을 개조한 재단 집무실에서 90분 정도 만났는데 뼈아프고 가슴에 와 닿는 얘기가 막힘이 없었다. 문현진(51) 재단 세계 회장의 ‘코리안 드림’에 터잡은 통일 논리,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단상, 생활형 통일운동의 실체와 전망, 결산 등에 이르기까지 넘나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Q. 이제야 인터뷰를 하게 돼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어떻게 이런 운동을 펼치게 됐는지? A. 사실 지금까지 통일 논의는 정부 주도였고 민간의 역할이 없었다. 민족사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좌우 이념과 진영의 대립이 심각하고 통일에 대한 논의는 과정과 방법론에만 천착해 있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것이 다시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다. 어떤 통일 국가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엔드 골(최종 목표)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과 같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남한이 조금 앞서 있으니 흡수 통일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우선 우리끼리 남한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북한 주민의 동의도 얻고, 북쪽 엘리트 계급도 동의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통일 비전부터 공유해야 한다.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해 하나된 입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 목표에 대한 합의를 했을 때 모든 이들이 기여할 바를 잡아 기여하고 모두의 노력이 합쳐져 통일이 이뤄진다고 본다. 방법을 놓고 말다툼하다 날이 새는 상황이 돼선 안된다. Q. 그런 비전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건가? A.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상적으로 통일을 이룬 나라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전쟁으로 분단의 위기에 몰렸던 나라를 하나로 묶어내 최고의 강대국으로 키워냈다. 여러 요인이 있고 한계도 있지만 헌법정신에 특이하고도 우리의 홍익인간 정신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바로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창조됐기에 그 자유와 인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정부라면 타도, 해체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 심어줘야 통일 가능”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을 심어줘야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정부 구성의 방법론, 나중에 논의해도 될 과정의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다. 그렇게 비전과 전망을 뚜렷이 공유하면 그것이 과정의 자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 우리가 어떤 통일된 나라를 세울 것인가를 지금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겐 홍익인간으로 주어져 있다고 본다. 우리 민족은 도덕적 이상주의를 실현하려는 열망이 강하다. 고려 때 불교 이상국가, 조선 때 유교 이상국가로 만들려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동학과 3·1운동, 상해 임시정부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 통일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해방의 모멘텀을 분단과 동족상잔으로 귀결했다. 미국처럼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고 좌파나 진보 진영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통일 국가를 만들자는 전망을 공유하는 것이 생활형 통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문제는 남쪽이 하나의 입장을 만들지 못한 채 자꾸 북한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었다. 20년 전 6·15 선언이 나왔을 때가 좋았다고 다들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남쪽에서 경쟁하니까 북쪽에서 자기 입맛대로 골랐다. 통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통일이란 결국 북한 체제의 변화가 전제되는 것인데 우리가 선택권을 갖고 북한을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끌려오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미국도 우리와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채 중국을 닮아가는 정권이란 오해만 하고 있고, 비핵화가 목표인 것처럼 돼 있다. 그건 일부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그것만 해결하려 하니 되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그걸 해결하겠다고 매달리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몽매함이다. 지금은 두 나라 모두 한발씩 물러나 한반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북핵은 통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게임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 그리고 통일된 새로운 나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정권의 이익과 성과만 보고 들어가면 막말이 오가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해체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위험하면서 중요한 시기다. 이 국면만 벗어나려고 유화책으로 봉합하고 넘어가면 근본적인 해법에서 더 멀어진다. Q. 우리 민족이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다. A. 그렇다. 분단이나 종전 직후는 물론이고, 1990년대 옛 소련 붕괴 때도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항상 우리는 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갈무리하고 말아 버렸다. 몽골 같은 나라도 하루아침에 자유국가가 됐다. 북한은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김일성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체제 전환에 협조하는 것으로 옛 동독 엘리트들이 생존을 보장받은 것이 통일로 이어졌다. 몽골도 독재 국가였는데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 굴복했다. 김정은은 핵무기가 생존에 절실해 갖고 있으려는 것인데 그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 지도층이 빠져나갈 기회를 줄여나가는 것이 통일의 정석” 북한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옵션을 줄여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미국 카우보이들이 하는 소몰이(Cattle drive) 방식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어중간하게 빠져나가게 했다. Q. 생활형 통일운동 모색을 출범 기치로 내걸었다. 8년이 됐는데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평가하는가? A. 코리안 드림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요체다. 해외 지부를 활발히 만들고 있다. 홍익인간의 홍(弘) 자가 중국에서 넓다는 뜻을 가진 글자 중에 가장 큰 글자라고 하더라. 중국과 일본에도 이롭고, 아시아 공동체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가치관의 요체는 가족이다. 서양 민주주의는 개인주의에 기반하고, 우리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기인한다. 민족주의의 요체는 대가족 문화다. 가정의 질서를 사회로 확장하는 것이 아시아 모델의 원형이다.우리는 경제개혁의 요체가 금융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이 사라져 통일됐을 때 제대로 된 동력을 찾을 수 있겠나 위기감을 느낀다. 그래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가 정신을 키워주는 프로그램, 함께 어울려 지내보는 예행연습도 하고 있다. Q. 8년 동안 해오며 어려운 점은? A.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이지만 많은 이가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같은 마음을 갖는 이들이 많지 않았는데 갈수록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곧 닥칠 문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 때문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Q. 아무래도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매년 8·15 때 여는 원케이 콘서트나 포럼 등 규모가 축소되겠다. A. 독일 통일에서도 문화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드라마를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부터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어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작곡가 김형석 등과 아이돌 그룹, 그리고 김무성과 문재인 당시 여야 대표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원드림 원코리아(One Dream One Korea)가 4·27 판문점 회담 때 피날레를 장식했다.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 만들고 8·15에 원케이 코리아 콘서트도 인순이의 ‘하나의 꿈’, 그래미 어워드를 5회 수상한 프로듀서계의 거장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Jimmy Jam and Terry Lewis)이 그룹 부활의 정동하, 피보 브라이슨 등과 함께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 3·1 운동 100주년 때 공개했다. 트로트 가수 나태주가 태권도 동작과 맞춰 호흡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부르는 ‘넘버원 코리아’를 8·15 때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동찬 작곡가가 굉장한 히트를 칠 것이라고 자신하더라. 매년 8·15에 해오던 국제컨퍼런스를 올해는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을 통해 열려고 준비 중이다. 더 복잡해지고 심란해진 세계에서 우리 민족의 유일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통일인데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큰 주제로 준비하고 있다. Q. 앞으로 계속 활동할 것인데 어떤 각오로 임하는지. A. 세상의 모든 체제 전환은 아래로부터만이 가능했다. 톱다운 방식은 한계가 있다. 시민의 힘으로 이뤄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전국을 돌며 활발하게 교육도 할 것이다. 시도에 그친 지부를 시군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도 한반도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다. 겉보기와 다르다. 통일 말고는 우리 민족의 활로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맨날 바뀌고 그들 입맛대로 대북 정책의 좁은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결하려 한다. 정세현 전 장관 같은 경우 개성공단부터 정상화하면 된다고, 아주 쉽게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미국은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북한이 부분적으로 비핵화하면 미국은 제재 푼다는 건 완전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미국 조야는 완전히 매파가 됐다. 2017년 북한 정권이 어려웠을 때 우리는 싱가포르로 그들이 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게 결정적 시기였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북한이 어쩔 수 없이 그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할 때 통일이 이뤄진다. ‘역사의 정원에 신이 나타날 때 신의 옷자락을 잡는 것이 정치‘라는 비스마르크의 말은 완전히 옳다. 완전히 새로운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글 사진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英 스톤헨지 둘레에 커다란 원 모양 신석기 구덩이들, 비밀 풀 열쇠?

    英 스톤헨지 둘레에 커다란 원 모양 신석기 구덩이들, 비밀 풀 열쇠?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인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월트셔주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세계적인 선사 유적 스톤헨지에서는 일출 축하 행사가 열렸다. 돌기둥 중 하나가 하짓날 일출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것을 매년 수만명이 찾아와 축하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됐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달래줄 소식이 다음날 들려왔다. 고고학자들이 스톤헨지로부터 3㎞ 떨어진 듀링턴 월스를 커다랗게 두르는, 동그라미 형태를 이루는 선사시대 구덩이(샤프트 shaft)들을 발견했다고 BBC가 전했다. 스무 개의 구덩이들이 확인됐는데 학자들은 원래 서른 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구멍들을 연결하면 직경 2㎞의 커다란 동그라미가 된다. 구멍 하나는 직경 10m에 많은 돌들이 흙 아래 5m까지 묻혀 있었다.  일대를 항공 촬영한 사진을 보면 노란 점들이 구덩이들로 이것들을 연결하면 마치 성곽처럼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듀링턴 월스는 더 작은 갈색 동그라미이고, 스톤헨지는 그 위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돌들을 검사했더니 지금으로부터 4500년 전, 대략 기원전 2500년쯤의 것으로 밝혀졌다. 스톤헨지가 만들어진 세 시기 가운데 두 번째 시기와 일치했다.  발굴팀은 세인트 앤드루스, 버밍엄, 워익, 글래스고 대학과 웨일스의 트리니티와 세인트 데이비드 대학의 학자와 연구자들이다.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지구환경과학 대학원의 리처드 베이츠 박사는 “원격 감지와 조심스러운 샘플링 끝에 우리는 (발굴 작업을 하지 않고도) 이제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신석기 시대의) 사회가 구축돼 있었음을 한눈에 통찰할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명백하게 정교한 것들이 자연 현상과 일치되게 짜여 있어서 현대 세계에서도 전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라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 스톤헨지는 공중에 매달린 커다란 바윗돌이란 뜻으로 천체 현상을 관측하는 곳이었거나 제사를 지내는 성소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도 누가 왜 조성했는지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정교하게 다듬어진 바윗돌이 그림자를 드리우면 천체 현상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빈센트 그래프니 브래드퍼드 대학 교수는 당시 조상들이 구멍들을 원 모양으로 배치해 자신들의 우주관을 땅속에 새기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위해 240㎞나 떨어진 곳에서 청석(bluestone)을 끌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절과 시간의 흐름과 연관 있는 스톤헨지와 달리 이 구덩이들은 시간이 아니라 우주적 의의를 갖고 있다며, 이 원을 경계선으로 표시해둠으로써 사람들을 듀링턴 월스로 안내했거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프니 교수는 “이것은 우리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기존의 고고학적 관점으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당시 사람들이 이토록 큰 건축물을 짓기 위해선 분명히 계산을 했을 것이며, 신석기에도 셈법(counting system)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웅덩이 한 곳은 청동기 시대에 한 번 파헤쳐진 적이 있었다. 또 인간의 유해 같은 것이 묻혀 있는 곳도 있다는 보도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 분명한 것은 선사인들부터 이곳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이크 핏츠 교수는 “발굴해보면 더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을텐데 왜 안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발견이 이 불가사의한 미스터리를 규명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지 궁금해진다. 물론 기자의 오전 기사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온 ‘물꼬’ 농부님은 한반도 고인돌과 스톤헨지를 한 묶음으로 봐 옛 조상들이 바뀌는 적도와 극점의 위치를 표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통일 방법보다 어떤 나라 만들지가 먼저다”

    “통일 방법보다 어떤 나라 만들지가 먼저다”

    “지금 한반도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은 통일이 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그림 없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선택권을 줬기 때문입니다.” 서인택(51) 글로벌피스재단 한국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재단 집무실에서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 인터뷰를 갖고 최악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에 대해 “북의 인권을 변화시켰다든가, 핵개발을 막았다든가 아무런 성과도 없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돌아보고 교류와 대화가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목표가 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서 회장은 900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통일천사)의 공동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통일천사는 2012년 8월 시민이 주도하는 생활형 통일운동을 기치로 창설돼 글로벌 통일 공감대 확산 프로젝트인 원케이(One K) 글로벌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막힘이 없는 서 회장은 문현진(51) 재단 세계 회장의 ‘코리안 드림’에 터잡은 통일 논리에 대해 “사실 지금까지 통일 논의는 정부 주도였고 민간의 역할이 없었다. 민족사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시민이 참여할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통일 논의가 과정과 방법론에만 천착해 왔다. 그것이 다시 대립과 갈등을 낳는 악순환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어떤 통일 국가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엔드 골(최종 목표)을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해 합의해야 한다며 분단의 위기를 극복하고 강대국 건설의 힘으로 묶어낸 미국의 건국 정신과 우리의 홍익인간이 맞닿는다며 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 회장은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을 심어 줘야 통일이 가능하다. 우리는 현재 정부 구성의 방법론, 나중에 논의해도 될 과정을 놓고 다투고 있다. 그렇게 비전과 전망을 뚜렷이 공유하면 과정의 자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6·15선언이 나왔던 20년 전이 좋았다고 얘기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서 회장은 “통일이란 결국 북한 체제의 변화가 전제되는 것인데 우리가 선택권을 갖고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북한이 끌려오도록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북핵은 통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게임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 그리고 통일된 새로운 나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정권의 이익과 성과만 보고 협상에 임하면 막말이 오가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해체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이 국면만 벗어나려고 북쪽에 유화책을 제공해 봉합하고 넘어가면 근본적인 해법은 더 멀어진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옵션을 줄여나가는, 미국 카우보이들의 소몰이(Cattle drive) 방식이어야 하는데 늘 우리는 북한 지도자나 엘리트가 어중간하게 빠져나가게 만들어 줬다고 덧붙였다. 생활형 통일운동 기치를 내건 8년, 해외 지부를 활발히 만들고 있으며 우리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통일됐을 때 제대로 된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책에 도움이 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매년 8·15 때 여는 원케이 콘서트로 화제를 낳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열지 못하고 대신 트로트 가수 나태주가 태권도 동작에 맞춰 부르는 ‘넘버원 코리아’(작곡 김동찬)를 8·15 때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재단은 독일 통일을 이뤘던 원동력 중 하나가 문화의 힘이었다는 인식 아래 2015년부터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고 대형 콘서트를 열어 왔다. 서 회장은 “모든 체제 전환은 아래로부터 가능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전국을 돌며 활발하게 통일 교육도 하고 시도에 그친 지부를 시군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고 주문했더니 ‘역사의 정원에 신이 나타날 때 신의 옷자락을 잡는 것이 정치’라는 비스마르크의 말을 들었다. 글 사진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열두 살에 데카와 전속 계약, 나는야 ‘바이올린을 든 해리 포터’

    열두 살에 데카와 전속 계약, 나는야 ‘바이올린을 든 해리 포터’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바이올린을 든 해리 포터’라고, 여느 열두 살처럼 해리 포터, 호빗 시리즈, 게임 앵그리버드에 빠져드는 초등학생이다. 그런데 바이올린 재능은 낭중지추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고 자신감에 넘친단다. 22일 영국 BBC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에서 엔지니어 아빠와 회계사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국계 부모는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모르지만 다섯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집어든 지 몇주 만에 중국의 우유 광고에 바이올린을 든 채 등장할 정도였다. 열 살 때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예후드 메뉴힌 콩쿠르 주니어 공동 우승하며 최연소 우승 기록을 썼다. 물론 본인은 우승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오로지 연주하는 것만 신경 썼다고 겸손해 했다. 보통 크기의 절반인 바이올린을 신들린 듯 연주하며 성인 연주자들과 의젓하게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여름을 협연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수백만 회 시청을 자랑한다. 늘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는 긴장하는데 이상하게도 연주를 시작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즐기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특이한 루틴(버릇)이 하나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바나나를 까먹으면 이상하게 힘이 솟구치며 마음도 차분해진단다. 올해 클래식 정통 레이블인 데카 레코드와 계약한 최연소 음악가로 이름을 올렸다. 처음 녹음한 싱글 작품은 이탈리아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안토니오 바치니(Antonio Bazzini 1818~1897년)의 ‘요정의 론도’로 낯설고 많은 테크닉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메뉴힌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막심 벵게로프의 연주를 몇년 전 듣고 홀딱 반했다고 했다. 리가 롤 모델로 삼는 벵게로프가 연주하는 동영상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지켜봤다. 두 번 만에 녹음을 마쳤는데 그는 자신의 연주에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의젓하게도 “개선의 여지가 있으므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매일 학교를 마친 뒤 4시간씩 연습하고 주말에는 조금 더 시간을 쓴다고 했다. 이렇게 전하니 그가 온종일 연주에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짬만 나면 해리 포터의 마법 세계에 빠져든다며 다음에 영국에 갈 일이 있으면 해리 포터 마법 놀이터를 찾고 싶다고 했다. 그 외에도 할 줄 알고 즐기는 일이 많다고 했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 등등. 게임 앵그리버드는 많이는 아니고 조금 즐기는데 “싸움이나 피를 흘리는 게임이 아니라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이클 잭슨은 예외이긴 하지만 대체로 팝 음악은 즐겨 듣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배트맨’ ‘슈퍼맨’ ‘스타워즈’ 영화 사운드트랙을 즐겨 듣는 편이라고 했다. 극적이기도 하고, 힘도 있고, 역시 클래식 요소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뉴욕 카네기홀 무대를 비롯해 축제나 여러 공연장에서 연주를 해봤다. 그의 꿈은 “프로 바이올린 독주자가 돼 세계를 여행하며 오케스트라와 함께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여러 재미있는 일정이 취소되고 있다. 예를 들어 8월에 호주 체임버 페스티벌 무대에서 영국 첼리스트 셰쿠 칸네메이슨과 협연할 예정이었는데 연기됐다. 하지만 리는 낙담할 아이가 아니다. “정말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해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테크닉 훈련에 쏟을 수 있고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들 수도 있는 거 잖아요.” 그런데 이 영민한 바이올린 신동은 이 점 하나를 인정하고 들어가긴 한다. “청중이 한 분이라도 계셨으면 좋겠네요.”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나스카 유일 흑인 드라이버 차고 의자 위에 올가미, 조사 착수

    나스카 유일 흑인 드라이버 차고 의자 위에 올가미, 조사 착수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가 이 경기단체에 유일하게 속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드라이버인 버바 월래스(26)의 차고 구석에서 흑인 노예들을 처형할 때나 쓰던 올가미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월래스는 남부연합군 깃발을 나스카 레이스에 나부끼지 못하게 막는 캠페인을 앞장 서 이끌었다. 이 깃발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나스카 경기장 서킷 주변에서 흔히 눈에 띄어 노예제와 인종차별의 아픈 역사를 아는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는데 이달 초부터 등장하지 못하게 됐다. 나스카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앨라배마주 탈라데가 슈퍼스피드웨이 경기장 차고에서 벌어진 “가증스러운” 행동을 맹렬히 비난했다고 영국 BBC가 22일 전했다. 성명에는 “오늘 늦은 저녁에 나스카는 43개 팀이 쓰는 차고 의자에서 올가미가 발견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화가 나고 분개하고 있다. 이런 가증스러운 행동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대처할지 더 이상 충분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즉각 조사에 들어가 책임있는 이를 밝혀내고 우리 스포츠에서 제거해버리겠다”고 돼 있다. 이어 “이미 분명하게 밝혔듯이 나스카에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으며 이런 행동들은 오히려 우리 종목을 더 개방적이고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래스 본인은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용서할 수 없는 인종차별 행위”라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슬퍼진다”며 “이 일이 날 망가뜨리지 못할 것이다.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합중국 깃발을 대회에서 추방하는 데 성공했지만 21일 엑시피니티 경기를 앞두고 소형 비행기 한 대가 남부연합군 깃발을 꼬리에 달고 날며 “예산 축소하라 나스카(Defund Nascar)”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 스티브 오도넬 나스카 부회장은 트위터에 “어떤 얼간이가 트랙 위의 공중을 나는 것을 보지 말고” 자신이 올린 흑인과 백인이 손을 맞잡는 사진을 보는 것이 좋겠다고 적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男>女인데 인도만 여자 사망률 더 높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男>女인데 인도만 여자 사망률 더 높아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병 환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온 나라는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따르면 188개 국가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나라 거의 대부분에서 여성 환자보다 남성 감염자가 더 많다. 중국과 이탈리아, 미국 등 대표적으로 환자가 많았던 나라들도 모두 남성이 더 많이 감염되고 더 많이 희생됐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 대학원에서 감염병의 남녀 성비를 연구하는 사브라 클라인은 “남성이란 점은 나이가 든 것 만큼이나 코로나바이러스에 위험 요소”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그에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나라가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인도다. 인도와 미국 과학자들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감염자로 나타났지만 여성이 더 쉽게 희생되더라는 것이다. 지난달 20일까지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여성은 3.3%가 목숨을 잃는 데 반해 남성은 2.9%에 그치더라는 것이다. 연구 당시 인도의 감염자는 11만명이 넘고 3433명이 목숨을 잃어 3.1%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22일 오후 1시(한국시간) 감염자는 41만 461명, 사망자는 1만 3254명으로 늘었다. 40~49세 집단에서는 감염 여성의 3.2%가 목숨을 잃은 반면, 남성은 2.1%에 그쳤다. 5~19세 집단에서는 여자 아이들만 세상을 떠났다. 하버드 대학에서 인구건강학을 전공하는 SV 수브라마니안 교수는 일종의 통계 착시가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나라에서도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63%가 남성으로, 세계 추세와 같은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남성이 더 많이 죽는 것은 아마도 이전에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수브라마니안 교수는 “감염됐을 때 여성은 남성만큼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기회를 누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어 “얼마만큼 생물학적 변수에 좌우되는지, 얼마 만큼 사회적 변수와 결부되는지 분명치 않다. 젠더가 인도 사례에서는 결정적 요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르기 때문에 놀라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 블룸버그 공중보건 대학원 감염학과의 마츠시타 구니히로 교수는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 등을 남성이 갖고 있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남성이 더 목숨을 잃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이 더 많이 담배를 피우고 손도 훨씬 덜 씻는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연구 결과를 봐도 남자 환자가 훨씬 더 중증에 신음하게 되더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여성의 면역 체계가 훨씬 끈질기고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이 상층 기도 감염 때 면역 반응을 자극해 상층과 하층 기도 모두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마츠시타 교수는 진단 기법이 과연 적정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남녀 간에 똑같이 검사가 진행됐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갈 수도 있다. 인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감염에 취약해지니 여성 사이에서의 죽음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도 여성일수록 병원에 가길 꺼려 해 종종 집에서 자가 치료에 매달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집안에서 여성의 건강은 종종 지나쳐버리기 쉽기 때문일수도 있다. 해서 검사나 치료 모두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 1918년 스페인독감 때도 인도에서는 훨씬 영양실조도 많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고 병자를 간호한다든가 등의 이유로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이 감염됐다. 벨로레의 크리스티안 의과대학의 석좌교수인 T 제이콥 존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젠더 데이터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도 동의했다. 수브라마니안 교수는 “면밀히 살펴봐 결과를 계속 업데이트하겠다”고 다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정의용 “볼턴 회고록 사실 크게 왜곡, 美정부 조치 기대”

    정의용 “볼턴 회고록 사실 크게 왜곡, 美정부 조치 기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전날 저녁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측에도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설명했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한국, 미국, 북한 정상 간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특히 “미국 정부가 이런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한다”며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와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는 청와대의 입장도 함께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는 그렇잖아도 나빠질 대로 나빠진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향후 협상의 입지를 좁힐 만한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정 실장이라는 주장, 지난해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측이 거절했다는 주장, 일본과 볼턴 자신이 비핵화 해법 등에 대해 한몸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출판사의 의도와 관계없이 벌써 해적판 PDF 파일이 인터넷에 나돌아다니고 있고, 무엇보다 미국 법무부가 법원에 제기한 출간 금지 요청은 기각당했다. 남은 것은 그 전에 제기했던 민사소송과 앞으로 리처드 바 법무장관이 낼 것으로 예상되는 형사소송인데 심리와 판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콩밭’에만 마음이 가있는 게 사실이어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 10대들과 K팝 팬들에 한 방” NYT 보도에 재선캠프 발끈

    “트럼프, 10대들과 K팝 팬들에 한 방” NYT 보도에 재선캠프 발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2일 만에 재개한 대선 유세가 썰렁한 채로 끝난 배경에 10대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합작한 ‘노 쇼’ 시위가 있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당연히 트럼프 재선 캠프는 뭔소리냐고 발끈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 대책본부장은 전날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유세장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성명을 발표, 언론과 반트럼프 시위대의 합작 탓이었다며 “가짜 티켓 신청이란 것은 우리 생각에 어떤 변수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세 입장객들은 순전히 선착순으로 들어온 것이라며 아예 처음부터 노 쇼를 의도하고 다른 이의 참가를 막았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좌파들과 온라인 여론몰이꾼들은 승리했다고 손뼉을 마주치고 있는데 그들은 어떻게든 집회 참석에 영향을 미쳤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나 우리 집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이후 처음 열리는 대선 유세치곤, 트럼프 대통령이나 재선 캠프가 공언했던 100만명에는 한참 못 미치는 인원이 참여했다. 소방 관서는 6000명 정도라고 발표해 캠프측을 당황하게 했다. 캠프는 그보다는 많다고만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의 설명과 달리 세계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동영상 중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수십만장에 달하는 표를 예약하고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관중석에 듬성듬성 빈 자리가 많은 이유였다고 NYT가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털사 유세장 무료입장권을 휴대전화로 예약하라는 공지를 띄우자 K팝 팬들이 이 내용을 퍼다 나르며 신청을 독려했고 틱톡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이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용자는 글을 올리고 나서 하루이틀 뒤 게시물을 지웠다. 트럼프 캠프 측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유세 당일 밤 자신들의 ‘노 쇼’ 캠페인이 승리를 거뒀다고 트위터에 선언했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급진적인 시위대”가 참석을 “방해했다”고 주장한 파스케일 본부장에게 “사실 당신은 틱톡을 쓰는 10대들에게 한 방 맞았다”고 답장을 보냈다. 공화당의 전략가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스티브 슈미트는 자신의 16세 딸과 그녀 친구들이 수백장의 티켓을 예약하더라고 전했다. 그가 올린 글에는 수많은 이들이 글을 올려 자신들의 자녀도 마찬가지로 행동했다고 적었다. 아이오와주에 사는 메리 조 로프(51)는 틱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예해방 기념일인 ‘준틴스데이’(6월 19일)에 맞춰 털사 유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좌절한 흑인 사용자들을 상대로 행동에 나서자고 독려한 사람 중 하나다. 털사는 1921년 백인들이 흑인들을 공격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기도 했다. 유세는 결국 하루 미뤄졌다. 로프는 지난 11일 틱톡에 올린 동영상에 “1만 9000석 규모의 아레나가 겨우 꽉 차거나, 완전히 텅 빌 수 있도록 지금 가서 표를 예약하고 그(트럼프 대통령)가 무대 위에 혼자 서있도록 만들자”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로프의 영상은 7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조회 수는 200만회를 넘어섰다. 로프는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근거로 했을 때 최소 1만 7000장의 티켓이 이런 식으로 예약됐다고 추정했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는 로프는 “이 나라에는 지금 당장 투표할 나이는 아니지만 정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으며 이 작은 ‘노 쇼’ 시위에 참여한 10대들이 있다”고 말했다. NYT는 최근 들어 K팝 팬덤이 미국 정치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팝 팬들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맞아 트럼프 캠프가 생일축하 메시지를 요청했을 때, 지난달 31일 댈러스 경찰이 불법 시위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 엉뚱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편집해 대량으로 보내 세를 과시했다. 마찬가지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는 캠페인 ‘흑인목숨도 소중해’(Black Lives Matter)를 깎아내리는 ‘백인목숨도소중해’(White Lives Matter) 해시태그(#)가 온라인에서 큰 눈길을 끌지 못하는 데 한몫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도 北도 文의 판문점 동행 거절했는데” 볼턴 회고록 정상회담 막후 2

    “트럼프도 北도 文의 판문점 동행 거절했는데” 볼턴 회고록 정상회담 막후 2

    볼턴 회고록 가운데 한반도 관련 정상회담 발췌본 요약이다. 연합뉴스의 22일 새벽 보도 일곱 건을 둘로 나눠 싣는데 그 두 번째다. 아래 첫 번째 기사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또는 선상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는 대목은 서울신문이 가장 먼저 보도한 내용이기도 하다.문 대통령 끈질기게 이야기해 동행 관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또는 선상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제안하며 합류 의사를 밝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트윗’으로 시작된 지난해 6월말 ‘판문점 회동’과 관련, 미국과 북한 모두 북미 양자간 정상회동을 원했으나 문 대통령이 ‘동행’을 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귀결된 데 대해 자신이 ‘나쁜 합의’(배드 딜)에 서명하기보다는 걸어 나온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판문점 또는 해군 군함 위에서의 만남을 제안하며 극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는 시각, 장소, 형식에 대한 극적인 접근법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세기의 회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극적인 무언가를 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독백’을 끊으며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평가한다면서도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말을 끊은 것은 다행이었다며 잠이 들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판문점 회동’이 열린 지난해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동행을 여러 차례에 걸쳐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동행 입장을 계속 고수해 관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과 달리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도 같이 가서 만나면 보기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화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의 형식을 포함,북한 측과의 조율 내용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만남을 갖는 것이지만,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자신이 그곳에 없다면 적절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를 넘겨준 뒤 떠나겠다는 설명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끼어들어 지난 밤 문 대통령의 견해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참석을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대통령들은 많았지만,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서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 알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자신을 DMZ로 배웅한 뒤 판문점 회동 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DMZ내 오울렛초소까지 동행하겠다면서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그때 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원하는 어떠한 것도 괜찮다며 DMZ OP에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4 27 판문점 회담 때 북한에 CVID 강하게 압박 한국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그해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하도록 압박했다. 같은 달 12일 정의용 국가안보 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미일 균열을 유도하는 것을 피하도록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피하라고 촉구했다. 정 실장은 같은 달 24일 남북공동선언은 2쪽짜리일 것이라고 알려왔고, 비핵화에 관해 매우 구체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해 안심이 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했지만 난 북한의 또다른 ‘가짜 양보’라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회담 직후 북미 정상이 회담할 것을 주장했지만 난 문 대통령의 ‘사진찍기용’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넋이 빠진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김 위원장과 회담을 5월 중순으로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1년 내 비핵화를 물었고, ‘그’는 동의했다고 적었다.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 모든 것에 있어서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한국 언론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동에서 전화 통화를 들었는데 심장마비가 온다는 농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멸을 표현했고 나 역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정 실장은 5월 4일 세 번째로 워싱턴을 방문해 판문점 회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했다. 판문점 회동에서 한국은 김 위원장에게 ‘CVID’에 동의하도록 밀어붙였고, 김 위원장은 이에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빅 딜’에 이르면 구체적인 것은 실무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촉구하면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비핵화를 완수한 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정 실장을 면담한 4월 12일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도 만났는데, 한국의 생각과 180도 달랐고 ‘행동대 행동’ 전략에 반대하는 내 생각과 매우 비슷했다. 야치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즉각적으로 시작해 길어도 2년이 걸리는 비핵화를 원했고, 내가 ‘리비아 모델’에 근거해 6~9개월 이내에 해체돼야 한다고 촉구하자 야치는 미소를 지었다. 같은 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6~9개월 내 해체, 생화학무기도 합의문에 포함 등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야치는 5월 4일 회동 때도 내게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접근법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왜 한국에 미군 있느냐, 얼간이 되는 것 끝낼 것”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위 외교안보 참모들에게 왜 한반도에 대규모 주한미군이 주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2018년 7월 6∼7일(한국시간) 이뤄진 3차 방북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두 차례 통화에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대단치 않게 여겼다. 중국의 역할이 주시할 가치가 있긴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평가가 더 정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다시 북한 문제로 화제를 돌려 “이는 시간 낭비”라며 “그들은 기본적으로 비핵화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 폼페이오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이 담긴 엘튼 존의 ‘로켓맨’ 시디를 선물로 전달했는지에 대해 물어봤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당시 통화에서 북한이 비핵화 전에 체제 보장을 원하며 검증은 비핵화 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 구축은 허튼 소리”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해 ‘제재를 약화하려는 전통적인 지연 전술’이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50억 달러 못 받아내면 미군 한국에서 빼와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관한 회의를 하던 중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한미연합훈련을 가리키면서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한국의 미군기지 지원으로)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훈련이 모의연습이고 자신도 훈련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정신병자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380억 달러를 잃고 있다. 거기에서 나오자”라고 강조했고, 당시 한미 훈련에 대해서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이 같은해 7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워싱턴DC로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80억 달러(일본)와 50억 달러(한국)를 각각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것이 당신을 매우 강한 협상 지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보고를 받은 후 “이것은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존(볼턴 전 보좌관)이 올해 10억 달러를 가져왔는데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국들이 기지 비용에 ‘플러스 50%’를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난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액수라고 판단하는 만큼 지불하지 않는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그의 궁극적인 위협이 한국에 진짜가 되는 일을 두려워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고도 했다. 또 미군 주둔국의 비용 분담에 대해 “그 액수와 방식은 다양했고 실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는 없었다”면서 “미 국방부의 창의적인 회계 기술에 따라 거의 모든 비용 수치가 높든, 낮든 정당화될 수 있었다”.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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